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두메르소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와우! 진짜 맛있다. 예가체프보다는 살짝 신맛이 덜하고 예가체프보다는 좀더 깊고 진한 맛. 예가체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좋아할 듯. 난 얘가 예가체프보다 좋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9-04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 사서 받았는데 아직 안마셨어요. 제 여동생이 이걸 찾아 헤맸는데 알라딘에서 나왔다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두메르소. 저도 월요일에 출근하면 마셔볼거지만 그렇다고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리진 않습니다. 흠.

잠자냥 2021-09-04 13:34   좋아요 2 | URL
저는 예가체프가 좀 신맛이 강해서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건 증말 딱이더라고요. 예가체프 장점만 뽑은 느낌.

잠자냥 2021-09-04 17:28   좋아요 2 | URL
월요일에 이거 마시면서 캐나다 풍경 바라보면 출근의 고통이 초큼 위로가 될지도.

다락방 2021-09-04 18:50   좋아요 3 | URL
아휴 이 아름다운 분들 ㅜㅜ 저의 캐나다 뷰에 동참해주시는 분들 ㅠㅠㅜ

초딩 2021-09-04 1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허~ 마시고 싶어요~~~~

잠자냥 2021-09-04 17:25   좋아요 3 | URL
오랜만에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백신 맞고 온 상태라 커피 안 마시려고 하고 있는데도(화이자 맞고 나서 커피 마시면 가슴 두근거림 심해진다는 말이 있어서요) 아, 마시고 싶어요. ㅋㅋ 다행히 이 커피는 어제 백신 맞기 전에 마셨어요. ㅋㅋㅋ

Falstaff 2021-09-04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도 화이자 맞았는데, 48시간 지나자마자 쐬주 두 병 깠어요! 당일날엔 커피 내려 마시고요.
암토랑도 안 혀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4 19:26   좋아요 2 | URL
아아니 어제 오늘 술 그래서 1도 안 마셨는데 왠지 억울헙니다. ㅋㅋㅋ (음 아니 48시간은 지나고 술 드셨군요. 저도 그럼 아직은 금주… ㅋㅋㅋ)

- 2021-09-04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가체프 좋아하는 저는 먼저 평에 흡족합니다!

잠자냥 2021-09-04 22:00   좋아요 1 | URL
이거 한번 잡숴봐~~

붕붕툐툐 2021-09-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커피 신맛에 마시는지라 패쑤!ㅎㅎㅎㅎㅎ 에디오피아 원두를 가장 스릉흡니다~ㅎㅎ

잠자냥 2021-09-04 23:14   좋아요 1 | URL
아 이거 신맛도 있어요~~ 쌤

붕붕툐툐 2021-09-04 23:41   좋아요 0 | URL
뭐라구? 쌤을 위해 손수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왔다고~ 아이, 참~~😘

잠자냥 2021-09-04 23:46   좋아요 0 | URL
거기다 뭐 탔는지는 안 알려줘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는 원두죠? 갈아 마셔야 하는 거죠?

잠자냥 2021-09-05 13:16   좋아요 0 | URL
선택할 때 분쇄해서 신청할 수도 있어요. 제가 산건 200그램 원두입니다. 드립백으로도 나온 것 같더군요.

독서괭 2021-09-05 14:26   좋아요 1 | URL
예전엔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마셨는데.. 여유가 없어지니 못 하고 있네요 ㅜㅜ 드립백으로 한번 마셔봐야겠어요.

coolcat329 2021-09-0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언제 사셔서 그새 마시셨나요?ㅋㅋㅋ

잠자냥 2021-09-07 21:4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게요! 나오자마자?! ㅋㅋ
 

 

거울을 본다. 살을 좀 빼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외모 검열이 이토록 심한 나라에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여성이 오늘도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몸이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외면한 채 타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자기를 통제할 것이다. 그때 우리의 욕구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억압당한 욕구는 뒤로 물러나지만 은폐된 채 똬리를 틀고 앉아 그 좌절된 욕구를 달래고자 다시 다른 욕망을 일으킨다. 식욕을 억눌렀으니 그 보상으로 쇼핑을 하고, 그러다 문득 또 이렇게 사들였다니, 한숨을 내쉰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이렇게 다른 욕망을 불러오고 또 그 욕구는 어느덧 자기를 갉아먹는 불쏘시개가 되고 만다. 삶이 행복할 리가 없다.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은 여성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 주목한다. 거식증에 걸려 스물한 살에 키 162㎝, 몸무게 37㎏이었던 냅. 그는 3년 동안 매일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베이글 하나, 요거트 한 개, 사과 한 알과 작은 치즈 큐브로 버티면서 달리고 또 달리던 그 암담한 시절을 회상한다. 왜 그토록 굶기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는지, 그 강박은 어디서 생겨나 자신을 그토록 몰아댔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그 강박이 실은 여자들, 아니 인간의 모든 갈망이라는 더 큰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한다.

 

냅의 일생은 이런 중독과 중독 끊기의 이어짐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섭식장애를 겪었고, 알코올중독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이겨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돌아보며 욕망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했다. 냅은 자신이 왜 굶기를 선택했는지 돌아보면서 식사장애의 중심에는 언제나 유년기의 가족이 있음을 깨닫는다. 완벽하고 엄격한 부모에게 다른 형제보다 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끊임없이 자기를 ‘통제’하려는 욕망을 불러온다. 그토록 마른 몸임에도 음식을 거부하고 자신을 이만큼 통제했다는, 할 수 있다는 것을 행복이라 착각하며 서서히 그 세계에 침잠해간다. 그러나 그것은 곧 자기 파괴와도 같다. 냅은 그러한 자기 파괴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억압된 욕망이 돌보지 않고 방치해둔 다른 욕망들과 관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가장 내밀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사유하면서 다른 여성들의 억압당한 욕망의 근원을 밝혀내고 당신의 욕망은 정당하다고 그들에게 해방을 선사한다.

 

냅이 자신의 몸을 극도로 마르게 함으로써 욕구를 통제했다면 그와 달리 자기 몸을 비대하게 살찌움으로써 욕망을 제어하려고 애쓰던 여성이 있다.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의 작가 록산 게이는 가장 살이 쪘을 때, 261㎏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자기 몸을 학대했을까. 이 또한 유년의 상처와 관련 있다.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한 그는 몸집이 커지면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라 믿어, 먹고 또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거구가 되자 이제는 뚱뚱하다는 경멸과 혐오에 시달리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기혐오에 빠진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음식을 거부하거나, 과도하게 집착한 이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듯하면서도 무척 닮았다.

 

몸에 관한 기준과 잣대는 누가 만든 것일까. 이들을 양 극단으로 몰아간 것은 누구일까? 그저 개인의 선택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 있을까? 냅은 ‘욕구들’에서 르누아르 그림 속 여자들은 오늘의 우리와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 풍만한 여성들은 육체와 영혼의 평화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에는 사회가 개인의 몸을 억압하고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를 말살한다. 자기 몸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들을 사유하면서 여성의 몸을 평가하고 억압하며 통제하려는 모든 문화를 폭로하는 이 글들은 여성에게도 다양한 욕구가 있음을, 주체로서 자신의 몸을 해방할 권리가 있음을 용감하게 증언한다. 오래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로 자기만의 방과 고정적인 소득을 꼽았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오늘, 냅과 게이 두 여성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 자기의 몸에 해방을 선사할 권리를.


 

 



댓글(66)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원더북 2021-09-03 19: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와~ 잠자냥님이셨구나!! 축하드려요^^ 잠자냥님께 밀려서(?) 저는 우수상이어요~ ㅎㅎ

잠자냥 2021-09-03 21:28   좋아요 3 | URL
와 그러셨구나 어떤 책 쓰셨나요? <밝은 밤>인가요? ㅎㅎ 축하합니다.

원더북 2021-09-03 22:14   좋아요 4 | URL
네~ 밝은 밤 맞아요ㅋ 우수상도 과분해서 알라딘 서재엔 부끄부끄 안 올렸어요^^;

cyrus 2021-09-03 22:15   좋아요 2 | URL
우수상에 선정된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

원더북 2021-09-03 22:30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글에 댓글 달다가 덩달아 칭찬 받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09-04 00:34   좋아요 3 | URL
원더북님!
축하드려요^^
알라딘 서재에 글 올려 주세요**

Falstaff 2021-09-03 21: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거 뭐여! 술 한 잔 들이켠 사이에 좋은 이야기가 있네요!! 아이고, 축하합니다. 울 잠자냥 님, 전 일곱 살 정도 더 젊을 거라고 확신했었습니닷!!!!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3 2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아 스무살에서 일곱살 어리면 초딩입니까? ㅋㅋㅋㅋ

Falstaff 2021-09-03 22:15   좋아요 4 | URL
ㅋㅋㅋ 스물여덟인줄 알았거든요. ㅋㅋㅋㅋ

cyrus 2021-09-03 2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신문에 본 글을 여기서 또 보게 되니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

잠자냥 2021-09-03 22:18   좋아요 3 | URL
네,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1-09-03 2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구하길 잘했네요...이렇게 또 축하할 수 있어서 말이죠^^
축하드려요!! 상복이 터지셨어요!!
알라디너는 역시~~어딜가나 빛이 나나 봅니다^^
서재에서만 애껴 볼 글들이 아닌 것이었죠ㅋㅋㅋ

잠자냥 2021-09-04 09:27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알라딘에 대단한 분들 정말 많이 계시죠. ㅎㅎ

그레이스 2021-09-04 1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갑자기, 나는 이 북플에서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있나? 생각했습니다.
신상이 털린 잠자냥님 뿐 아니라 아마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계실거라는 생각!
북플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

잠자냥 2021-09-04 14:36   좋아요 3 | URL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머지 않은 미래의 작가들도 많이 보이고요. ㅎㅎ

은오 2023-01-23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멋쪄...🥹

잠자냥 2023-01-23 11:15   좋아요 2 | URL
아니 지나간 리뷰 읽느니 책 한 권을 읽어!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미술관에 갑니다
미리엄 엘리아.에즈라 엘리아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미술에 관한 풍자이면서 현대미술을 대하는 관객에 대한 풍자이자 현대미술의 자유분방함과 열린 가능성을 찬양하는 아주 오묘하고 이상한 책. 이 책의 어린이 존과 수전은 현대미술을 접하는 대부분의 성인들 모습이 아닐까. 블랙유머와 풍자 때문에 빵빵 터진다. 짧지만 강렬. 어린이책 아님!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책읽기 2021-09-02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추천글 강렬. 중딩은 읽을 수 있을까요? 딸이랑 읽고파지는. 찜찜찜^^

잠자냥 2021-09-02 10:12   좋아요 3 | URL
ㅎㅎㅎ 중딩이 읽으면 아마 이 책의 수전과 존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할 텐데, 문제는 어른들도 비슷할 거라는. 그러니까 같이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만 섹스, 성기, 페미니즘, 신의 죽음 등등의 용어와 그림이 여과 없이 나오기 때문에 어른이 먼저 읽어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거 앉은 자리에서 3번은 읽었어요. 읽고 나면 질문과 생각이 굉장히 많아질 책이고요, 이 책에 언급된 현대미술 원 작품을 감상하고 봐도 더 재미날 거 같습니다. (단 이 책에서 풍자로 5세 이하 어린이용 책이라고 써 있는데 그것은 절대 아니옵니다....)

새파랑 2021-09-02 12:1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백자평 보다 이 댓글보니 더 흥미가 생기네요 ㅋ

잠자냥 2021-09-02 12:59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근데 이거 읽고 뭥미?! 하실 수도 있어요. ㅎㅎㅎ

독서괭 2021-09-02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미술분야까지 손을 뻗치시다니…이책 어디서 소개 들은 것 같아요. 라디오북클럽 신간소개 코너였나..? 미술은 알못이지만 일단 담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1-09-02 12:36   좋아요 4 | URL
미술분야까지 손을 뻗친 건 아니고;;; ㅎㅎㅎㅎㅎ 제가 열화당 출판사 신간 알림신청 해놓고 받아보고 있는데요(존 버거때문에요), 종종 존 버거 말고도 관심 가는 책이 나오더라고요. 이 책도 그랬습니다. 저도 현대미술 알못입니다. 이 책의 수전과 존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ㅋ

2021-09-02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말에는 평소 잘 읽지 않는 분야인 국내 에세이 두 권을 읽었다. 위로가 조금 필요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두 권의 책은 <어린이라는 세계>와 <소년을 읽다>이다. 두 권 모두 보관함에 오래 담아두기만 했는데 이제야 읽었다. <소년을 읽다>는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온다. 국어 교사인 저자가 소년원에 갇힌 아이들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국어 수업을 하면서 책하고는 담쌓고 지내던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끌어간 이야기이다. 아마도 내가 국어를 전공했었고,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을 대부분 좋게 기억하고 있기에 이 책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어도 선생님이 될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그 일의 엄중함이 참 멀게만 느껴졌다. 대학생 때 과외를 해본 경험도 없다. 영어와 수학 위주로 돌아가는 과외 시장에서 국어라는 과목이 그다지 선호되는 것도 아니었고 내게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히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었다. 열일곱 소녀였다. 그때 나는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실업자로 살면서 테니스만 치던 시절이었다. 광고 일은 다시 하기 죽어도 싫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허구한 날 공만 쳤던 그런 시절. 건너건너 아는 분의 딸이 고2가 됐는데, 국어 과외를 한 번 해볼까 싶다는 거였다. 그 아이는 외동이라 영어, 수학, 중국어 등등 온갖 과외를 다 받고 있었는데 성적은 딱히 오르지 않고 답답하던 차에 국어라도 좀 시켜볼까 했던 것이다.

슬쩍 물어보니 내신 등급이 낮은 터라 부담이 덜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두 번, 그 애가 고3이 되어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국어를 가르쳤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국어’ 책을 들고 공부하려니 초반에는 나도 좀 헤맸다. 그래도 문학은 자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국어는 싫어했어도 문학은 좋아했다. 대학에서도 그랬다. 나는 아이에게 밑줄 긋고 단어가 지시하는 바는 무엇이고 이렇게 가르치기보다는 그냥 책을 읽혔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아이였던지라 “~~ 읽어봤니?” 물으면 거의 읽어본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매주 한국 근현대 단편을 몇 편씩 골라서 읽고 오게 했다. 때로는 외국 단편도 읽게 했다. 시(詩)도 매주 몇 편씩 읽혔다. 수업 중에 같이 낭독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단편과 시를 읽는 동안 나도 행복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한국 소설이나 시는 좀 멀리했던 터였다. 그런데 다시 읽거나 새롭게 읽는 시들 가운데 좋은 게 어쩜 그렇게도 많던지.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아이하고는 주로 서로 감상을 나눴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뭔 소리에요?” 하던 아이가 몇 달이 지나니 “쌤, 이게 이걸 뜻하는 거죠?” 하면서 신이 나 있더라. 어쩌면 당연하게도 성적은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국어는 더. 그 애가 자기가 태어나 이런 등급은 처음 맞아본다면서 신이 나서 뛰어온 날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그 애 어머님이 과외비를 올려주시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 애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때 내가 그 애를 가르치던 방에는 책이 많이 꽂혀 있었는데, 책에는 전혀 관심 없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책장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것저것 골라보더니 “쌤, 이거 빌려가도 돼요?”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야금야금 골라가서 읽기도 했을 테고 읽지 못하고 갖고 온 책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애 손에 있을 책도……. 어느 날 그 애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2년은 그렇게 흘러갔고, 그 애는 대학을 진학했고, 얼마 전 졸업을 했다고 한다. 대학에 간 뒤 연락이 몇 번 왔지만 받지는 않았다. 그렇게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너건너 아는 분의 딸이라 간간이 그 애 소식을 듣기는 한다.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더라, 돌아왔다더라, 이제 취업해야 할 때인데 살 때문에 큰일이다더라(아이가 덩치가 큰 편이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그 애가 결국 성형수술을 하고 지방흡입 수술을 하고 그러고도 우울증을 못 벗어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술을 마시다가 좀 울었다. 그 애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페미니즘의 도전>을 선물해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애 뿐만이 아니라 나의 가장 큰 조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나는 그 두 아이 모두에게 그 책을 선물하지 못했다. 과연 내가 선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요즘 20대 여자애들에게 과연 이 책이 선물이 될까 싶기도 하다. 그 애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닐까......
     
<소년을 읽다>를 읽는 내내 왠지 그 애 생각이 났다. <소년을 읽다>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국어 수업을 통해 가까워진 비슷한 또래의 아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으로 책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아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어릴 때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열일곱, 열여덟이 될 때까지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아이들의 이야기. 먹고살기에 급급해서 그것이 범죄인 줄 모르고 범죄에 가담했고, 끝내 자유를 잃고 감금당한 아이들. 그 소년들은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준 한 국어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의 재미를, 이야기의 힘을 새삼 깨닫고 공감과 연민을 알게 된다. 물론 그 아이들은 죄를 지은 범법자이다. 누군가에게 해를 입힌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연민의 감정이 들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마음을 순하게 만드는 사람. 사납고 날 선 마음의 결을 조용히 빗질해서 얌전하게 만드는 사람. 싸우듯이 살다가도 팔다리에 긴장 풀고 몸도 마음도 평평하게 눕게 만드는 그런 사람.”(177쪽) 이런 사람, 이런 어른이 곁에 있었다면 아이들이 그토록 후회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애와 2년 가까이 문학을 공부했던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때였다. 그 애가 지금도 여전히 책을 열심히 읽고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소년을 읽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래도 한때 자신이 어떤 책을 읽고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기분을 느꼈음을, 책으로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고 공감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좋았던 기억으로 꺼내 들춰 볼 것이다. 나는 나의 단 하나뿐인 제자, 그 애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가면서 상처받을 것이 안타깝고 가엾지만 그래도 연락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소년을 읽다>의 선생님과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내가 그렇듯이 이 책의 지은이도 그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나의 그 학생에게도, 그리고 이 소년들에게도 세상이 조금은 덜 차갑기를. 좋은 어른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1-08-31 10:3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아.. 책 안 읽던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책을 좋아하게 되고 성적까지 오르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했는데... 씁쓸하네요 ㅜㅜ 그래도 잠자냥님이 알려주신 독서의 기쁨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소년을 읽다>에서 열일곱, 열여덟이 될 때까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책을 읽어준 적이 없다는 이야기에 많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어른의 잘못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참 미안했습니다.

잠자냥 2021-08-31 10:44   좋아요 7 | URL
그 애가 대학생 됐을 때만 하더라도 꿈도 많고 참 행복해했는데.... ㅠㅠ 세상이 참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로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무살이 넘었으니 아이는 아니겠지만 아직 아이 같아서요. 에효.

저도 그 부분 참 기억에 남았어요.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그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딘가에 여전히 십대에 이르기까지 누군가가 책 읽어준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스산합니다.

다락방 2021-08-31 10:54   좋아요 1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과 가까이 지내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접한 경험이 별로 없었겠죠. 이 책 속의 선생님이나 이 글 속의 잠자냥 님 처럼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고 같이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아 책 읽는게 좋구나, 즐거운 거구나 느껴볼 수 있을텐데요. 책 뿐만이 아니어도 접하지 못해서 모르고 싫다고 생각하는 그런 지점들이 세상엔 아주 많을 것 같아요.

잠자냥 님의 하나뿐인 제자 이야기가 너무 아프네요. 성형수술, 지방흡입은 사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여성이라면 어릴 때부터도 계속 생각하잖아요. 전 몇 년전에 서른 훌쩍 넘은 여성으로부터 예쁜이 수술 하고싶다는 얘기도 들었었어요. 그 때 진짜 제 멘탈이 나갈 것 같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좋은 어른들을 만날 기회가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잠자냥님의 바람과 같이요.

잠자냥 2021-08-31 11:16   좋아요 6 | URL
네, 책이 의외로 신기하게 재미난 거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에겐 다른 세상을 보여줄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아요.

외모에 대한 강박을 끊임없이 심어주는 이 사회가 참 원망스러우면서도 저부터도 그러지 말자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얄라알라 2021-08-31 10:5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틀 연속, 잠자냠 님의 완결형 고품격 페이퍼에 감동 먹고 갑니다. 지방흡입으로 인한 우울이 잠자냥님의 제자분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지인 중에 지방흡입하며 A/S(?)병원에서 무료로 약속해주었지만, 수술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공짜로 지방 빼준대도 다신 안한다고 하신 말씀 기억납니다. 몸도 아프고,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자신도 못 미덥고, 제자분이 괴로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선생님과 책 읽으며 문학에 심취했던 시절의 힘....남아 있을 거고 다시 일으켜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잠자냥 2021-08-31 11:19   좋아요 7 | URL
이틀 연속 북사랑 님의 칭찬 감사합니다. 수술을 하고도 또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 것 같아요. 타인의 몸(삶)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말하는 이 사회가 좀 변해야 할 텐데 그저 답답합니다.

그래도 그 아이가 이겨낼 수 있으리라, 이겨내길 믿어봅니다.

coolcat329 2021-08-31 1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거리를 뒀던 과외제자의 안타까운 소식을 어느 날 듣고 술 마시다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은 그 마음 알것도 같습니다.

이 책 저도 읽고 싶고 아이도 읽어보라고 하고싶네요.

잠자냥 2021-08-31 11:54   좋아요 5 | URL
어른들이 읽어도 좋고(더 많은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또래 아이들이 읽어도 또 여러 생각이 들 책인 것 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님 따님(중2)은 이 책 읽고 독서기록장에 이곳 소년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썼더라고요. ㅎㅎ

coolcat329 2021-08-31 17:28   좋아요 3 | URL
오 청소년이 읽어도 좋은 책이군요~독서기록 편지로 쓰기도 좋네요~

- 2021-08-31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흡족해하며 끄덕이며 읽다가 아찔해지고 슬퍼지고 여운이 남고 그런 독후감이네요.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제목도 한번더 생각해보게되구요.

잠자냥 2021-08-31 21:33   좋아요 2 | URL
슬포 말고 어여 고앵이 사진 올려줘여~~

붕붕툐툐 2021-08-3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네요~ 아마도 그 친구는 그 시절 책도 좋아했지만 잠자냥님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늘 따라하고 싶으니까요...
저 이런 책 너무 좋아해요~ 두 권 묶어서 다 잘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9-01 08:32   좋아요 1 | URL
툐툐 님이 읽으시면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리뷰에 이야기도 한보따리 나올 듯!!

행복한책읽기 2021-09-01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쩝. 나두 이리 쓸것을. 난 제자 이야기 많은데. ㅋ 자냥님 리뷰는 북사랑님 말대로 고품격이라 따라하기 힘듬요^^ 암튼, 전 이 책 참 좋았어요. 이런 어른이 되고팠는데, 난 머하지, 그랬어요. 자냥님 제자 이야기 읽다 많이 뜨끔했네요. 저 아이들한테 뚱뚱하다 놀리거든요. 반성반성. 하지만 . . . 도돌이표가 되고 말 듯한. ㅡㅡ

잠자냥 2021-09-01 08:34   좋아요 2 | URL
이 책과 관련한 책읽기 님 글도 다 좋았습니다. 책 읽고 나서 다시 다 읽으니 더 좋더라고요. ㅎㅎ

초딩 2021-09-04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금주의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잠자냥 2021-09-04 13:33   좋아요 1 | URL
와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9-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잠자냥 2021-09-04 14:3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9-04 15:53   좋아요 0 | URL
궁금함요. 저는 왜 금주의 뉴스레터를 모르는걸까요? 알라딘 레터는 죄다 수신하는데 왜 저는 이게 뭔지 모르는걸까요???? ㅠㅠ 제발 제게도 알려주실분????

잠자냥 2021-09-04 17:2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알라딘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에 광고성 메일로 보내는 게 있는데요, 그 주에 서재 글과 북튜브 중 몇 개 추려서 보냅니다. 이번주 메일 제목은 ‘(광고) 한 장의 그림, 한 장의 편지’였어요. 아마 광고의 성격이라 스팸메일함으로 가 있는 게 아닐까요???
 


동물들은 영감을 준다. 거짓말을 하는 법을 모르니까. 걔들은 자연의 힘이다. 텔레비전은 5분만 봐도 메스껍다. 하지만 고양이는 몇 시간 동안이나 바라볼 수 있다. 은총과 영광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연 그대로의 훌륭한 생명.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물감 님과 겨울호랑이 님의 고양이 페이퍼에 이어 써봅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알라딘 분들은 내 고양이 자랑!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다.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재미나게 들락거리면서 보면서도 고양이 사진은 무서워서 잘 보지 못했던 사람. 반려동물은 늘 집에 있었는데(모두 개였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 없고 지금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그 눈빛이 무서워서(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영향도 있음... -_-) 내가 이렇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첫째 (20136월 입양 /생일 20135월 추정)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어언 8년 전 첫째 냥이 때부터였다. 20136월에 입양한 첫째는 올해 벌써 여덟 살 꽃중년(장년?)이다. 이 녀석은 내 동생이 한 초등학교 앞 굴 같은 틈새에서 발견했는데, 일주일 가까이 지켜봐도 어미도 보이지 않고 초딩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애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걸 보다 못해 구조했다. 임보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 꽃미모에도 불구하고 입양할 사람이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가 덜컥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니 고민은 아니고 애인이 고양이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흘렸는데 그걸 듣고 걍 데리고 옴.....; 그렇게 집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보시다시피 스트리트 출신답지(?) 않은 꽃미모+꽃자태로 사람들을 현혹시킴. 내 친구들 모두가 이 녀석 보면 침을 질질 흘린다. 너무 예쁘다고. 길냥이 맞냐고 다들 물을 정도. 아마도 집을 나왔거나 유기된 품종묘(아메숏)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 중. 도도하고 클래식 음악과 혼자 있는 걸 즐긴다. 애정 표현도 조금 무뚝뚝한 편이어서 한번 쓱 핥아주고 간다. 그런데 요즘 중년에 들어서더니 식탐이 많아지셔서 미모가 많이 상하셨다.

 



알라딘에서 환영받을 만한 사진으로 골라봤습니다... 책과 고양이의 조합! 



내 고양이지만 이쁘긴 이쁘네.... ㅋ



2013년 입양했을 당시....꺄.......... 넘나 이쁘당



점점 자라 청소년냥이 시절 첫째.



그리고 지금 이분은 이렇게 중장년의 길로..... 후덕하신 외모를 자랑하며....




본냥이 모델인줄 아시는 분.... 모델 ㅋㅋㅋ




둘째(201310월 입양/ 생일 201310월 추정)

둘째는 정말 운명이었다. 애인하고 201310월 중순 무렵 산책을 나섰다가 길가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멀리서 보고는 왠 쥐새끼인가 싶었다. 녀석은 한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있었고, 할머니는 애처롭지만 당신 하나 챙기기도 버거우신지 이 녀석을 선뜻 못 데려가고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아이고 누가 얘 좀 데려가요." 하시더라. 녀석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그냥 안고 왔다. 몸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 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범백(파보바이러스) 판정을 받았다. 이 바이러스는 아깽이들에겐 치명적이어서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하는데 녀석이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파보 바이러스 때문에 어미한테 버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길에서 구조해온 걸 안 수의사가 뭐라 치료를 권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심지어 살아난다는 가망도 별로 없어서) 애인이 치료해달라고 선뜻 말했고(난 그때 회사가 망한 상태로 백수가 된 처지라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의사도 기뻐서 치료에 돌입. 3일을 입원해서 바이러스와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녀석 살아난 날, 우리도 엄청 기뻤지만 그 병원도 거의 축제분위기였다. 그 이후 엄청난 식탐을 보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 이제는 첫째랑 기 싸움 벌일 정도로 커버렸다. 착하고 다정한 순둥이.

 

건강하던 녀석에게 올해 2월에 한 번 더 시련이 닥쳐왔다. 장염과 췌장염이 동시에 오면서 3일 입원했다.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이게 웬일, 애가 숨을 잘 못 쉬는 게 아닌가, 놀라서 다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니 폐에 물이 찼다고 한다. 각종 검사를 해보니 HCM(고양이 심장병)이란다. 청천벽력이었다. 다시 입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산소방까지 들어갔다. 오늘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그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정말 펑펑 울었다. 녀석 때문에 회사 끝나고 병원 들렀다가 집에 오던 그 일주일 내내 매일 울었다. 그때 가장 무서웠던 건 녀석이 우리 옆이 아닌 병원에서 죽을까봐. , 아무튼 또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퇴원했는데, 심장병약 처방까지 받았지만 이 약은 한 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계속 먹어야 해서 선뜻 먹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과잉처치를 한 게 아닐까, 심장 크기가 그래서 일시적으로 커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길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약을 먹이지 않고,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심장크기가 조금 줄어든 게 아닌가? (하지만 계속 병원에서는 과잉처치로 그랬을 수 있단 말은 절대 하지 않음). 그 이후 한 달 뒤에 또 심장초음파 받았을 때는 심장 크기가 더 줄어서 거의 정상치였다. 9월에 정기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병원 데리고 가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녀석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다. ㅠㅠ

 



처음 데리고 왔을 땐 요만했습니다... 



항상 나의 독서를 방해하던 녀석. 저 책은 하루키 에세이, 문학동네에서 나온 그 작은 책으로 기억.




그런데 이젠 책상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째의 매력 포인트. 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책 보다가 조는 나 따라하는 거냥?




카리스마 터지는 사진 한 장 소개합니다.


 

또또 책 읽다가 조는 나 따라한다.... ㅋㅋㅋㅋ



이분 근데 와인을 넘나 좋아하심.... 와인 따는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나오심. 와인과 더불어 치즈, 빵 좋아하셔서 아무래도 전생에 루이14세 아니었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ㅋㅋㅋㅋ 암튼 녀석 땜에 와인을 못 마신다. 




알라딘 모델해도 되겠쥬? ㅋㅋㅋㅋㅋㅋ





그토록 쓰기 싫다는 모자를 한번 씌워봤습니다.... 저 뒤에 커튼 난리난 거 보소...




너는 내 고양이야~ 내 고양이야~~ 아니 곰돌인가?




셋째 (20156월 입양/ 생일 20156월 추정)

그렇게 첫째랑 둘째 고양이로 내 인생의 고양이는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년 뒤 이 녀석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집 건너편 빌라 옥상에서 며칠 내내 울고 있던 걸 발견해서 구조했다. 어미가 있을지 몰라 계속 지켜봤는데 없더라. 음식을 가져다 줄 때 살펴보니 눈곱도 많고 똥꼬 그루밍이 전혀 안된 상태(어미가 돌보는 녀석들은 똥꼬가 깨끗하다)라 버림받은 녀석이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이 녀석 구조&키우는 건 반대했다. 어떤 생명을 돌보는 건 두 마리로 족하다고. 그런데 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날 새벽 애인이 달려나가서 구조해왔다. 그때부터 장마가 시작되는데 얘가 도저히 눈에 밟힌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임시보호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는데....입양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영 못미더웠고, 그러는 사이 내가 그만 녀석한테 정들어서 우리집 막차를 타게 된 녀석이다. 그리고 그 사이 둘째가 녀석을 엄청 사랑하게 되어서 둘을 떼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막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놀이보다 사람이 만져주는 걸 더 좋아해서 계속 쓰담쓰담 해주면 그릉대면서 침을 뚝뚝 흘린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 크기. ㅋㅋㅋ 저 작은 틈에 들어갈 정도



저렇게 쪼끄만 녀석이 어느덧.....




형아들 스크래쳐 탐방... 냄새 킁킁



이렇게 큽니다.



아고 예쁘다.



횽아들에 비해 어려보이죠?



꽃보는 척.... 아니고 꽃 망가뜨리려고 ㅋㅋㅋㅋ



주특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



녀석이 저 자릴 엄청 좋아해서 이사 온 후 한동안 저 상자를 버리지 못했다.





데헷-



나 이뽀???? 아니.....-_-;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련하다.



이 녀석의 주특기는 저렇게 다리 뻗기-




첫째하고 셋째가 이렇게 크기 차이가 날 때도 있었고



둘째하고 이렇게 차이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뚱냥돼냥... ㅋㅋㅋ




둘째랑 셋째는 이렇게 사이가 좋습니다




대체 왜 같이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1냥...




겨울이면 이분들을 위해 코다츠를 만들어드려야 함...




가끔은 제가 상자에 들어가서 놀아주기도 합니다.... 지금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나... ㅋㅋㅋ




뭐라고 거기 집사가 들어가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뭐하는 걸까요? ㅋㅋㅋ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마른 오징어에 초집중 중.... 두 녀석이 오징어 귀신이라, 집에서 맥주 마실 때 오징어 안주를 먹을 수가 없다.... 




어느날 퇴근 했을 때............ -_-;;; 누군지 범인 유추가능하지만.... 참는다.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귀신 같이 알고 막아선다....



여행 가려고 하니까 또 막아선 분들... 녀석들 만난 이후로 3박 4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가장 멀리 떠난 곳이 베트남... ㅠㅠ. 이럴 때도 누군가 돌봐줄 사람을 찜해놓고 가야 한다. 




보기 드물게 셋이 모인 사진.... 왜 모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전기장판을 켰거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 중 하나.... 허나, 보기와 달리 사실은... 서로 저 알라딘 상자 들어가겠다고 싸우다가 대치하는 중이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 때문에 멀리 여행 못가지만.... 내 고양이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웃게 만드는 녀석들. 어느덧 여덟 살, 일곱 살(10월이면 곧 여덟), 여섯 살이다. 더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계속 이대로만 있으면 좋겠다. 이 녀석들이 내 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폭풍 눈물 난다...;

 

, 세 녀석 모두 수컷입니다요. 예쁜 애들, 수컷으로만 골라왔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저 녀석들이 저를 간택한 거랍니다. 그리고 길냥이들은 보통 근친교배를 하지 않으려고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수컷 녀석부터 내친다고 하는군요.



댓글(57)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책읽는나무 2021-08-31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주인과 많이 닮아 있던데...이렇게 고상하고 예쁜 고양이들이라면?? 흠....^^
책장속에 늠름한 첫째 사진은 압도적입니다.
애인분도 인성이 훌륭하신가 보다~~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걸 보니~~생각했습니다.
원래 동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생각도 못했다가 최근 키우고 싶단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던차...알라디너님들 이런 사진 보면 키우시느라 고단한 점도 있으시겠지만,이쁘고 사랑스런 모습들이 먼저 눈에 띄어 절로 눈이 가늘어 지면서 맘이 동하네요^^

잠자냥 2021-08-31 09:24   좋아요 2 | URL
저희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을 많이 싫어하는데(고양이들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애들은 또 좋아하더라고요), 그건 틀림없이 집사들 닮은 것 같긴 해요.
제 애인은 저보다는 인성이 확실히 훌륭합니다. 전 까칠하기도 하고 욱하기도 잘하고 짜증도 많은데 그런 면이 없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둘째랑 셋째는 그 사람이 살린 거나 마찬가지고요. 근데 둘째는 그것도 모르고 절 더 좋아한다는 게 함정. ㅎㅎㅎㅎ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분명 고단한 점이 있습니다(특히 장기간 여행 포기 ㅋㅋㅋㅋ).하지만 이쁘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삶의 엄청난 위로가 된다는 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분들이 다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 2021-08-3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또 보러왔어요. 둘째의 발 뒤꿈치가 잊혀지지 않아서요....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31 21:35   좋아요 2 | URL
저장을 허하노라. ㅋㅋㅋㅋㅋ

- 2021-08-31 23:34   좋아요 2 | URL
ㅠㅡㅠ 아아 감사합니다… 종종 그의 숨막히는 뒤태를 보여쥬옵소서…!

유부만두 2021-09-06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믓찐 글은 언제 쓰신거죠? !!!

잠자냥 2021-09-07 07: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한때 우리집 고양이 자랑! 페이퍼가 잠시 돌았습니다! ㅎㅎ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