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창비세계문학 20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박원복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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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세계문학전집에서 꽤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제목만 보면 딱히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브라스 꾸바스’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사후 회고록’이라는, 지루해 보이는 제목이 고개를 돌리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 작품을 관심 밖에 두었다가 이제야 읽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웃픈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설탕을 잔뜩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신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웃기고 슬프면서도 쓰고 달다. 형식부터 독특한 책으로 맨 앞의 ‘독자에게’를 제외하고 모두 160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부터 160장까지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가도 옆길로 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러면서 화자인 ‘브라스 꾸바스’는  넉살 좋게 말한다. 아, 내가 아까 20장에서 말했듯이 말이지……. 아니, 아까 84장에서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던가? 기억이 안 난다면 다시 가보라…….

브라스 꾸바스가 내 앞에서 자기의 지난 인생을 줄줄이,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참 재미나게도 이 화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후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라 하면 죽음을 앞두었거나, 죽기 직전이거나 아무튼 노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쓰기 마련인데, 이 브라스 꾸바스는 이미 죽어서 자기 삶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이 작품은 “나의 차가운 시신을 가장 먼저 갉아먹은 벌레에게 그리움이 가득한 기념품으로 이 사후 회고록을 헌정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이 작품도 국내 초역이다),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을 쓴 ‘마샤두 지 아시스’는 브라질 소설가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세기 작품임에도 그 남다른 형식과 그 안에 담고 있는 생각 때문에 꽤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독특한 경험 때문에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우리말로 옮겨진다면 또 읽어 볼 것 같다.

‘삶을 두루 여행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브라스 꾸바스는 세상을 떠날 당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쨌든 나는 1869년 8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 2시에 나의 아름다운 까뚱비 별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당시 나는 64세로 그 세월은 험난하면서도 화려했다. 나는 결혼하지 않은 독신이었고 약 300꽁뚜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열한 명의 친구들이 나의 무덤까지 따라왔었다.”(17∼18쪽). 내가 죽을 땐 몇 명의 친구들이나 무덤, 아니 화장터까지 따라올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에서 그들 가운데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었음을 독자는 알게 되는데, 그중 두 사람은 브라스 꾸바스의 여동생과 그 딸, 그러니까 화자에게는 조카가 되는 여성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다. 그런데 화자는 말을 조금 더듬더니, “그리고한 여인”이 있었음을 밝히는데, 이 여인에 대해서는 선뜻 자세히 말하지 못하고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면서 모호하게 처리한다. 독자는 이때부터 이 여성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리라 유추할 수 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여성은 브라스 꾸바스가 죽기 전까지 사랑했던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는 왜 그 여인과 결혼하지 않은 채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을까?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은 단순하게만 보면 이제는 남의 아내가 된 20대 시절의 첫사랑을 훗날 다시 만나 죽기까지 사랑하는 이야기다. 주위 시선을 피해 남편을 바보로 만드는 불륜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 작품의 매력은 그런 큰 줄기 가운데 매 장마다 펼쳐지는 브라스 꾸바스의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세계관, 가벼운 장난기로 가득한 것 같지만 조롱과 풍자, 비판처럼 냉담하고 염세적인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는 데 있다. 게다가 꾸바스의 철학자 친구 ‘낑까스 보르바’라는 인물까지 등장해서 장광설을 쏟아내는데, 그의 이야기가 자못 논리적이고 말이 되는 듯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브라스 꾸바스 자신도 ‘이 책은 냉담함으로 세월의 무상함에서 이제 해방된 사람의 냉담함으로 씌어졌고 불평등 철학을 다룬 작품으로 이제 꾸밈없고 장난기 가득한 게으른 철학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나는 이 책의 처음 몇 장(章)을 읽고 뜻밖의 발견을 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이 회고록 곳곳에 염세적 투정이 담겨 있을 거라는 꾸바스의 말도, 이 작품은 ‘우울의 잉크를 묻힌 소란스럽고 밝은 펜대로 쓴’ 산만한 작품으로 독자 열 명은커녕 기껏해야 다섯 명일 것이라는 냉소적이면서도 은근히 웃음이 터지는 표현들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평범한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진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꾸바스는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강요로 포르투갈로 유학을 떠나고, 대학 졸업 후 유럽을 돌아다니던 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결혼, 연방하원의원 출마 권유 등등의 과정을 경험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꾸바스 그 자신은 물론 그가 사랑했던 가족, 마르셀라, 비르질리아 등 연인들의 심리 묘사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이중성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순과 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중 ‘장화 이야기’는 생의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꽉 끼는 장화를 벗으러 갔다. 안심이 되자 난 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침대에 곧장 길게 누웠다. 장화에 끌려 다니던 나와 발이 상대적인 행복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꽉 끼는 장화가 지구의 가장 큰 행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장화는 불쌍한 발을 아프게 하면서도 그것을 벗을 기쁨의 기회를 주기도 때문이다. 화가 날 정도로 발을 아프게 하면서도 나중에는 그 발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당신은 제화공들과 에피쿠로스의 취향에 따라 값싼 행복감을 느낀다. (....) 나는 내 마음이 장화를 벗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느꼈다. 실제로 쾌락이 그 장화를 벗겨버렸다. 그로부터 네댓새 뒤 나는 쓰라린 고통과 근심, 불편한 마음에 이어 빠르고 형언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행복감을 맛보았다. 나는 여기서 인생은 각종 현상들 가운데 가장 기발한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배고픔은 먹을 기회가 다가온다는 설정이 있어야만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굳은살도 그것이 지상에서의 행복을 완벽하게 해주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사실 여러분에게 말하노니 인간의 모든 지혜는 목 짧은 장화만큼의 가치도 없다. (36장 ‘장화에 대하여’, 113~114쪽)


브라스 꾸바스는 명성을 얻지도, 장관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고, 결혼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갔다. 물론 그는 자신의 ‘이러한 실패’의 곁에는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도 빵을 구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인생은 행복했을까 아니면 불행했을까? 그는 인생에게 승리했을까 패배했을까? 그는 이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한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것들, ‘자식도 남기지 않았고, 어떤 피조물에게도 내 불행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았다’ 말한다. 그러므로 그의 생각대로라면 그의 삶은 승리도 패배도 아닌,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명성도 사랑도 얻지 못한 채 조촐한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쓸쓸히 죽어갔지만 사랑했고, 살아갔기에 그 삶은 그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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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7-15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스 꾸바스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운명을 지키던 여자가 비르질리아, 단테와 함께 지옥 여행을 했던 베르길리우스의 여성형인 건 왜 그랬을까? 우연아니었을까? 잠시 고민했던 적이 있습지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5 11:01   좋아요 5 | URL
오, 그것 참 말이 되는 소리 같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요? *찰싹*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15 11:37   좋아요 3 | URL
ㅋㅋㅋ 어차피 오늘은 하루 종일 줘 터지기로 작정했습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1-07-15 1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화 이야기는 와우 하게 되네요. 창비 세계문학전집 앞자리라니 더 읽고싶어지네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 이책의 인생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중간과정이 궁금해지는 리뷰라니 😐

잠자냥 2021-07-15 11:03   좋아요 4 | URL
장화 이야기는 저도 정말 으아, 했습니다. 이 책은 중간 과정도 꽤 흥미롭습니다. 체호프 다 읽으시면 언제고 한 번 읽어보세요. 사실 별 넷을 주었습니다만 별 다섯과 별 넷 그 사이 어디 즈음입니다.

청아 2021-07-15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얼마전에 이 책 보고 제목에 솔깃했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본인이 회고를 하는 거군요! 조롱과 풍자,염세적인 시선,장광설 다 제가 완전 좋아하는것ㅋㅋㅋㅋ저도 독자 5명중 한명이 되고픕니다. 퐁당!

잠자냥 2021-07-15 11:04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브라스 꾸바스가 기뻐하겠습니다. 이 한국에서만 독자 5명을 넘어설 것 같네요.ㅋㅋㅋ

레삭매냐 2021-07-15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보고서는 올해 1월에 쟁여
둔 책인데 여적 안 읽고 뻐탱기고
있습니다.

궈궈씽.

잠자냥 2021-07-15 11:10   좋아요 3 | URL
요즘 읽을 책 많으시죠? 다 읽고 궈궈씽 ㅋㅋㅋ

독서괭 2021-07-15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 <고독의우물>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제 잠자냥님 글 읽기 무섭습니다. 한동안 문학을 멀리하던 제게 좋은 소설을 마구 던져주고 계심… 아니 그래도 계속 던져주세요. 감당은 제가 해야죠 ㅋㅋ

잠자냥 2021-07-15 12:20   좋아요 2 | URL
<고독의 우물> 2권짜리! ㅎㅎ 힘내서 쭉쭉 읽으세요-
제 글 읽기 무섭지만 계속 읽으시겠다면 계속 좋은 소설 툭툭 던져드리겠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1-07-15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읽어볼게요. 저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몹시도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1-07-15 12:21   좋아요 2 | URL
ㅎㅎ 이 사랑은 속이고 시작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mini74 2021-07-15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어서 쓰는 회고록에 설탕 잔뜩 넣은 에스프레소 같은 책이라니 ㅎㅎㅎ 장화 비유. 너무 멋집니다 *^^*

잠자냥 2021-07-15 20:23   좋아요 2 | URL
오오 역시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으시는군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7-15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라스 꾸바스는 참 입에 안 붙는 이름인데, 이렇게 페이퍼를 작성하시면 안 읽기가 어렵잖아요~ㅋㅋ
브라스 꾸바스는 왠지 장난꾸러기일 것만 같습니다~ㅋㅋㅋ

잠자냥 2021-07-15 23:05   좋아요 0 | URL
일단 방학 리스트부터….. ㅋㅋㅋㅋㅋ

- 2021-07-1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메이저(?)급 출판사 세계문학 전집에서는 창비가 유난히 손이 안가게 생겼더라고요 ㅋㅋㅋ 왤까 ㅋㅋㅋ

잠자냥 2021-07-16 22:07   좋아요 1 | URL
에이 거짓말한다 문학에는 손 다 안 가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7-17 09:02   좋아요 1 | URL
맞아 ㅋㅋㅋ 수능볼때도 비문학 지문을 좋아했던 나 ㅋㅋㅋ 하지만 이거 읽고 싶은 제마음은 진심이예요 😫

coolcat329 2024-03-15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저는 이 책 40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합니다. 산만한 글이 이해가 안가고 무엇보다 소설이 너무 재미가 없네요. 빛소굴에서 나온 <정신과 의사>를 읽고 작가에게 관심이 가서 이어서 읽는 건데 사뒀던 책이라 중도포기가 그저 마음 아픕니다. ㅠㅠ

잠자냥 2024-03-15 09:0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책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재미난 책이 많으니 꾸역꾸역 읽지 마시고 다른 책으로 어서 가세요!! ㅎㅎ
 

서재를 돌아보다가 몰리 님의 글 중 ‘나중에 죽으면 물려줄 사람도 없는데 이것들은 다 무자비하게 헌책방으로 가겠지’라는 구절을 보고 몇 자(?) 끼적여본다. 나 또한 나날이 쌓여가는 책을 보면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어제 우연히 1년 전에 찍은 내 책상 사진하고 지금 책상 위를 비교해 보니 1년 전 책상 위에는 책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지금은 책꽂이에 더는 꽂을 공간이 없어 바닥에 쌓아두더니 책상도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을 벗어나자는 결심이 무색할 정도이다. 그나마 책상을 책으로 다 뒤덮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은 내 고양이 2번님께서 책상 위를 당신의 침대로 애용하시기 때문에 그분이 몸을 뉘일 공간은 마련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비혼이고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자식은 더더군다나 이 세상에 남길 생각이 없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물려줄 것’을 생각해보곤 한다. 엄마는 몇 년 전에 “그래도 이 세상에 왔으면 뭐라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가 보통의 삶을, 아이를 낳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편지를(실제로 처음으로 이메일을 보내심;) 보내기도 하셨는데 이제는 포기하신 것 같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책이 가장 많을 것 같다. 책 쟁여두는 사람들 가운데는 다른 것들- 예컨대 음반이나 문구류에도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들이 많을 텐데, 나 또한 음반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도 분야를 한정해서 내가 모으는 장르는 주로 록과 클래식인데, 그나마 음반은 책보다 애정이 덜한지 다행스럽게도 몇 년 사이 CD는 구매량이 크게 줄기는 했다.

독립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는데, 처음 집을 나올 때 책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커다란 책꽂이로 하나쯤? 원룸에서 시작했기에 책을 많이 갖고 나온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내 집이 아닌 이상 몇 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닐 때마다 책을 옮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십 년이 넘는 동안 책은 켜켜이 쌓여가서 지금은 책에 둘러싸여 사는 수준이 되었다. 이사 갈 때마다 짐꾼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고, 선생님인가요? 박사님인가요? 직업에 대한 추측의 소리도 많이 들었다. 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알라딘 개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누워 있노라면 나의 이 책 탐욕에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저 많은 책들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싶어진다.

책을 나만큼 읽지는 않지만 책은 좋아하는 내 애인은 나보다 어린데,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죽으면 내 책 다 가져, 라고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랬더니 애인은 그럼 음반은? 묻기에 음반도 가지라고 했다. 죽고 나면 저세상에 싸갖고 갈 일도 없고 죽어서 책을 읽고 음반을 들을 일도 없을 터이니 갖고 싶다는 사람에게 남기고 가면 후련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애인하고 가끔 심하게 말다툼하고 헤어져버릴까 보다 생각하게 되는 날은 머릿속으로 책이랑 음반은 내가 다 가져가야지, 선물로 준 책이랑 음반도 뭔가 탐나는데 그냥 가져갈까?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애인아, 미안하다........그런데 그런 생각 드는 건 어쩔 수 없;;;), 나의 이 책 집착은 참으로 심각한 것 같다.

아무튼 책과 음반은 애인에게 주기로 했는데, 애인은 그럼 장난감은? 하고 묻는다. 자못 심각한 표정이다. 책과 음반과 달리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수집병은 책이나 음반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한때 미친 듯이 장난감, 그러니까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 베어브릭, 큐브릭, 레고 미니 피규어 수집에 열을 올린 적이 있어서 그것들도 꽤 많다. 게다가 이런 상품은 한정품이 많아서 세월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는데.......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 우리집 조카 1호가 꼬꼬마 시절, “이모, 이모 죽으면 저 장난감 어떻게 할 거야?” 너무나 진지하게 물은 적이 있어서 빵 터진 적이 있다. 그때 조카 나이 다섯 살 즈음이라, 녀석이 뭔 가치도 모르고 그저 장난감이 좋아 보여서 저렇게 묻나 보다 하고 “너 줄까?” 물었더니 선뜻 “응!”한다. 그 후로 녀석은 잊을 만하면 “나중에 저 장난감은 내 거”라고 도장을 찍곤 했다. 그래도 커서는 그 약속을 잊을 줄 알았는데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에도 “장난감은 잘 있지?”하고 물어서 진심 놀란 적이 있다. 이 녀석 정말인가 봐? 어머나.....그래서 나는 어떤 분란도 일으키지 않고자 내가 할머니가 되면 장난감은 영화 <토이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야드 세일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때 내 야드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죽기 전 야드 세일의 그날을 위해 야드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인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에서는 수집을 일컬어 “소유하는 능력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행위”이고 “타자성을 통제하는 훈련”이자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기념비적 건물로서 사후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이런 이유로 우리는 흔히 한 컬렉션에서 그 컬렉션의 수집가를 읽어낼 수 있고, 그다음으로는, 비록 대상물 자체에서 읽어낼 수는 없더라도, 대상물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수집가를 읽어낼 수 있다. 수집은 삶을 써나가는 행위”(90~91쪽)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문학 책과 록과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한, 거기에 온갖 피규어들이 들어선 내 방은 내 역사이자 나 자신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 많은 물건들을 지켜보노라면 가끔은 한숨이 나오면서 이제 그만 미니멀리스트로 거듭 태어나서 차라리 경험수집가로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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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7-13 15: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상 사진을 기대했건만 흠🤨🤨🤨 죽기 전 야드 세일을 위한 야드 마련 꿈. 이루려면 개미지옥을 탈출하셔야 ㅋㅋ

잠자냥 2021-07-13 15:3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다부장님은 40평대 아파트! 저는 야드 마련! ㅋㅋㅋ 저희 둘이 사라지면 그 꿈을 찾아 떠난 줄 아십시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5:54   좋아요 5 | URL
너무 아름다운 우리의 꿈..💕

잠자냥 2021-07-13 16:14   좋아요 2 | URL
행복한책읽기 님/ 1년 전 책상 사진은 있는데 현재 지금 사진이 읎습니다요..

- 2021-07-14 18:4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책상 사진을 기대했단 말이지요?
저는 집에 책이 352권 밖에 없어요 (어플로 꼬박꼬박 체크하면서 사들임.)
뭐라고? 잠시만..? 352권?... 올해 초에 300권 미만이었던 것 같은데...ㅜ_ㅜ
이럴수가..... 근데 진짜 책 어떡하죠? 어떻게 해야지 안 살 수 있는 거죠?
(참고로 저는 다부장님 아파트 옆 단지 )

잠자냥 2021-07-14 21:51   좋아요 1 | URL
공쟝쟝! 우아 352권밖에 없다니! 진정한 승자! 젤 먼저 아파트 마련하는 거 아닙니까!

- 2021-07-14 22:10   좋아요 1 | URL
자냥님.. 짧은 시간 동안 원치않는 이사 몇번 다니다가 책땜에 허리 휘었거든요 ㅋㅋㅋ 다 처분하고 300권만 갖고 있자 했는데 ㅋㅋㅋ 어느새 80권 증식 ㅋㅋㅋ (전자책까지 하면.. 답없다 ㅋㅋ)

blanca 2021-07-13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 너무 이해돼요. 저는...애들이 책을 싫어합니다. 둘째는 너무 꼬마라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요. 이 책을 기꺼이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오늘도 책장을 보며 처분할 책이 없나 고민해 보렵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걸 정리하는 게 아니라 근사한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아직도 불타고 있네요....흑, 멀었나 봐요.

잠자냥 2021-07-13 15:55   좋아요 2 | URL
ㅋㅋㅋ 공감 가는 분들 많을 거 같아요. 저도 사실 근사한 서재부터 일단 갖고...;;; 싶습니다. ㅋ
그래도 요즘은 읽자마자 빨리 알라딘에 되팔고 있기는 해요. 공간이 부족하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와, 나는 그래도 책만 사들인다 하고는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한 때 카세트테입을 엄청 모았었거든용. 미친듯이 샀었어요. 그 뒤로는 시디로 바꾸긴 했었지만 나중에는 테이프 플레이어가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몇 박스나 되는 테입을 다 내다버렸습니다. 분리수거하는데에 뒀더니 누가 슝 들고갔어요. 하하하하하. 지금은 시디 몇 장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모으는 게 없어요, 저는. 아 정말이지 너무나 검소한 사람인겁니다, 저는!!!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어요!!!!


저도 책을 쌓아두다 보니 나중에 이것들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제 경우엔 누구에게 준다는 생각은 잘 안하게 되고요-사실 딱히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저 책들 다 가지고 까페 차리고 싶다..는 생각만 여러번 했네요. 다 가지고 베트남 가서 한국책으로 북까페 열자... 라는 생각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1-07-13 16: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만 사들이시는 거 정말 축복입니다! 축하해요! ㅋㅋㅋㅋㅋㅋ
오 그런데 베트남 가서 한국 책으로 북카페 완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mini74 2021-07-13 15: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이미 아이걸로 ㅎㅎ 가끔 나이대가 맞지 않는 책들도 사는 편인데 그런 류는 깨끗이 보고 지역아동센터에 일년에 한 번씩 보냅니다. 야드세일이라 ㅎㅎ 베어브릭! 부럽습니다 ㅎㅎ 레고 미니 피규어~ 이마트 돌면서 이 안에 뭐가 있을까 두근거리며 사던 때가 생각나네요.

잠자냥 2021-07-13 16:04   좋아요 2 | URL
지역아동센터 그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ㅎㅎ
베어브릭! 그런데 책도 그렇지만 이 브릭 녀석들도 햇볕이 가장 큰 적이에요. 누리끼리 해져서 슬픕니다... ㅠㅠ
아,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미피 들고 손 떨고 계시던 분들 중 미니님도 있었군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7-1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야드의 세일의 추억이란...

오만가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보석 같은
걸 캐내는 즐거움이라고나 할
까요.

책 정리하면서 불요불급한 책들
발라내긴 했는데 막상 떠나 보내
려니 그것 참...

제가 아는 동생의 할아부지가 모
대학교 교수님이셨는데, 돌아가
신 다음에 학교에 모두 기증했다
고 하시더라구요. 멋졌어요.

잠자냥 2021-07-13 16:35   좋아요 1 | URL
쓰레기더미는 아니지만 중고책방을 뒤지는 재미도 보석을 발견하는 흥분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쵸? 책 사냥꾼님! ㅋㅋ

직업이 교수라면 학교에 모두 기증, 이 방법도 좋겠군요!

레삭매냐 2021-07-13 16:40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중고책방은 정말,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그런 유혹입니다.

집 근처에 그런 유서 깊은 중고
책방이 없어서 멀리 나가야
한 번 가볼 수가 있지요...

당장 뛰가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1-07-13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킨 한마리 가격 보다 책이 싸서 너무 다행인거 같아요. 하루에 치킨을 한마리씩 참으면 책이 한권~!! 잠자냥님의 완전판 책탑 사진이 궁금하네요. 책 박사님은 맞으신거 같아요~!! 책 좋아하시는분들은 미니멀리스트는 힘들거 같더라구요^^

잠자냥 2021-07-13 18:24   좋아요 2 | URL
책탑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ㅋㅋㅋ 맞아요, 책환자에게 미니멀리스트는 넘나 험난한 길!

페넬로페 2021-07-13 18: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물려줄 사람이 딱 한사람 있는데 방금 물어봤더니 물려받지 않겠다고 하네요. 그럼 아무도 제 책을 원하지 않으니 밑줄 팍팍 그으며 깨끗하지 않게 보고야 말겠어요^^

잠자냥 2021-07-13 18:25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하 거절!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3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책만 많이 사시는 게 아니었군요! 전 책 외의 물건은 거의 관심이 없어서.. 아참 알라딘굿즈는 좀 모았었는데 이건 책 관련으로 포함되는 걸로^^ㅋㅋ 잠자냥님 미니멀리즘은 이생에서는 포기하시죠. ㅎㅎ

잠자냥 2021-07-13 22:22   좋아요 0 | URL
휴 그러게 말이에요, 제 친구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coolcat329 2021-07-13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님은 이런 분이셨군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원래 물건 쟁여놓는걸 싫어하는데 몇년전부터 책을 사는 병에 걸려 얼마전 책장도 샀습니다.
잠자냥님은 알라딘 개미가 아니라 요괴인간이죠. 폴스타프님과 함께...
저도 책만 사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네요...휴

잠자냥 2021-07-13 22:2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게요! 어릴 때부터 뭔가 늘 모았던 거 같습니다. 동그란 딱지, 엽서, 프라모델, 우표, 테이프, 비디오테이프, 음반, 책, 피규어….; =__= 이 요괴 인간이 모으지 못하는 것은 돈이로군요! ㅋㅋㅋㅋㅋ

테레사 2021-07-1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너무너무 좋아져버린 1인. 그 인생관이 너무너무 부럽기도 한 1인^^

잠자냥 2021-07-14 14: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 인생관이 부러움을 사는 날도 있군요! ㅎㅎㅎㅎ
 

알라딘 개미지옥의 개미들(응?)이 좋아하는 최근 산 책 이야기- 플래티넘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왜 다달이 책 구매 양은 늘어나는 것일까? 알라딘을 끊으면 우리 모두 40평대 아파트는 거뜬히 마련하는 거 아닌가요? ㅎㅎㅎ

신간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얼마 전 페이퍼로 ‘문학 속 LGBT’를 작성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도 LGBT 문학이 속속 출가되는 것 같다. 그중 눈길이 간 책. 동유럽 문학이라는 점에서 궁금했고,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하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퀴어 문학이라는 점에서 또 궁금해진다. 이중의 억압을 받은 것은 아닐까. 아직 읽기 전.
    



조애나 러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지난 봄 출간되었을 때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 계속 실구매는 밀리다가 이번에 100자평 이벤트 도서인 거 보고 드디어 구매.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비공식적인” 통제와 금지들을 기발하고 전 방식으로 펼쳐낸 강력한 페미니즘 비평서’라는데, 참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가?




캐럴라인 냅,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요즘 캐럴라인 냅 에세이가 핫한 거 같은데, 관심은 갔지만 난 아직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도 100자평 이벤트 대상 도서라 겸사겸사 읽어 볼 겸 구매. 섭식장애, 알코올중독 등 ‘중독’에 남다른 경험이 있는 저자가 그 욕망의 세계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문화, 사회, 역사 혹은 한 개인에 미친 가족관계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세세하게 밝혀낸다.




리베카 솔닛, <해방자 신데렐라>
어른과 아이를 위한 새로운 동화랄까. 이 책 말미에 실린 옮긴이의 글에서처럼 나는 ‘새로 쓴 동화’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회의적이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성차별적이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동화라 하더라도 누구나 다 원작을 알아야만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나 새로운 관점으로 새롭게 쓰이는 동화도 또 그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 다만 솔닛이 선택한 아서 래컴의 그림은 실루엣 그림이라 인종을 지우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글에 비해 시대착오적인 면이 엿보인다(글에서는 마차꾼도 여성인데 그림은 남자로 그려졌다거나, 모든 사람들이 다!!! 날씬하다. 래컴의 그림이 현대에 그려졌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듯. 특히나 솔닛의 이 새로운 동화에 모두가 날씬한 여성이라니!). 이런 점은 아쉬웠다.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자기 삶을 소설화하는 데 으뜸인 아니 에르도, 이 작품은 고정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난 가정에서, 공부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 소녀가 학교나 사회에서 그와 다른 여성성을 강요당하면서 겪는 혼란과 모순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아니 에르노 같은 여자도 결혼으로 자기를 갉아먹는 일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고통스러운데, 그래도 그 모순을 깨닫고 벗어났다는 데 안도감이 든다. 다만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옮긴이(고광식)의 말 읽다 보면 완전 ‘얼어붙게’ 된다.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쓰인 이 책에서 배제된 남성의 목소리’ 운운.... 휴. 답 없다 정말....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보부아르 소설에 대해선 약간 미심쩍은 느낌이 있었다. 정말 소설답게 잘 썼을까? 뭐 그런 심정이랄까. 이 책은 그런 의심을 깨뜨려줬다. 너무나 자전적인 이야기라 소설이라고 말하기 뭣할지도 모르지만, 쉽게 잘 읽히고 엄마와 딸, 죽음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엄마 캐릭터 너무 생생하게 잘 그려냈고, 여동생도 정말 안쓰럽고 자라는 동안 참 고생 많았을 거 같다.
    



살만 루슈디, <2년 8개월 28일 밤>
보관함에 오래 담겨 있던 책 드디어 구매. 내가 살만 루슈디식 이야기 스타일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선뜻 손이 안 갔는데(<한밤의 아이들>도 몇 년째 책장에서 잠들어 있음), 이제는 읽어봐야겠다!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베스트셀러는 약간 의심하고 보는 나, 약간 무시하고 보는 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함께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이 책은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게,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내게는 백화점보다 도서관인 것인가? 아니 사실은 100만원 상당 순금 열쇠를 주는 리뷰대회를 한다고 해서 읽어보기로 결심. 순금 열쇠까지는 노리지 않고요, 10만원 문화상품권 노려봅니다.




조해진, <환한 숨>
한국 현대 소설 잘 안 읽지만 조해진 작가의 책은 이따금 읽는다. 묵직한 문장과 가볍지 않은 시선과 내용이 좋다. 사실 몇 해 전 조해진 작가로부터 소설 창작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 강의 듣는 내내 이 작가 책은 계속 읽어봐도 좋겠구나 생각했더라는.
















카릴 처칠, <넘버>, <버킹엄셔에 비치는 빛>
영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극작가 처칠의 희곡집 두 권 구매. <넘버>는 읽었고, <버킹엄셔에 비치는 빛>은 아직 읽기 전. 또 다른 작품 <미친 숲>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 왔다. 다른 절판된 작품들도 다시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중고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얼마 전 애인이 “제임스 조이스 ‘A Little Cloud’ 읽어 봤어?” 물어서 “아, 구름 한 점? 그거 더블린 사람들에 있는 건데” 했다. 뒤늦게 읽은 애인이 찬탄을 하기에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작품 다 좋다고 했는데, 이미 몇 년 전에 읽은 거라 좋았다는 느낌만 남았지, 기억은 희미하다. 나는 그때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으로 읽었는데, 다른 출판사 번역본으로 읽고 싶어서 기웃거리던 참에 열린책들 판이 중고로 있어서 구매. 다시 읽어봐야지.

















보리슬라프 페키치, <기적의 시대>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검의 대가>
언젠가 폴스타프 님이 추천했던 작품들. <기적의 시대>는 새 책이 왔다. 판 사람이 펼쳐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존 버거, <킹- 거리의 이야기>
존 버거의 책도 웬만하면 소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열화당 책은 은근 비싸서 이렇게 중고로 나오면 반갑게 구매.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
   




샤를르 노르디에 & 옥타브 위잔느, <애서 잔혹 이야기>
책이라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늘도 장바구니와 보관함을 채우느라 동분서주 중인 알라딘 개미지옥 개미들이 보면 환장할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세계에 빠져든 독서가, 애서가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우스꽝스럽고도 슬픈 모습들’을 담고 있다고. 맨 마지막에 실린 츠바이크의 작품 <책벌레 멘델>이 가장 기대되기는 한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쾌락>, <무고한 존재>   
올해 초 어떤 책을 읽다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에게 관심이 갔다(근데 문제의 그 책은 무엇인지 벌써 기억이 나지 않고...).  단눈치오 작품은 하나도 읽은 게 없더라. 두 권 모두 중고로 나와서 기쁘게 구매.

















이보 안드리치, <저주받은 안뜰 외>, <드리나 강의 다리>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 강의 다리>는 폴스타프 님이 극찬했던 작품. 중고로 종종 나오는데 이상하게 미루다가 드디어 샀다. 을유 세계문학과 특히 대산세계문학은 중고로 나오면 읽지 거의 냉큼 사는 편이다.




루이지 피란델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내가 좋아하는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 이 책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구판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 새로운 판본이 갖고 싶어서 또 샀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중고로 구매.
















마사두 지 아시스,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응구기 와 시옹오, <십자가 위의 악마>
훌리오 코르타사르, <드러누운 밤> / 토마스 만,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창비세계문학 전집도 읽지 않은 작품들 가운데 중고로 나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덥석 사는 시리즈이다. 이중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은 사서 바로 읽었는데 무척 좋았다. 리뷰 쓸 예정인데....


















조셉 콘라드, <암흑의 핵심> /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
내 독서 이력을 보면 당연히 읽었을 것 같은데 안 읽은 작가 중 하나가 조셉 콘라드, 그리고 이사벨 아옌데이다. 콘라드는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옌데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구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드디어 나도 중남미 문학의 세계로 진출?! 나는 독서 편식이 심한 편인데, 문학을 그렇게 파 읽으면서도 중남미 문학하고는 또 좀 거리가 있었다. 요사 작품도 여태 한 권 읽지 않았다는. 그런데 이제는 읽어야겠다. 궁금하다.




시쿠 부아르키, <엎지른 모유>
좀 새로운 세계의 작품이 궁금해서 읽은 책. 브라질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국민 가수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부아르키는 보사노바의 거장이면서 출간하는 소설마다 평단의 찬사를 받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2003년에 펴낸 소설 <부다페스트>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고 불리는 자부치상을 수상했고, <엎지른 모유>로 자부치상,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수상했다. <부다페스트>도 궁금한데, <엎지른 모유> 판매 실적을 보면 왠지 번역되는 일은 없을 거 같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줄레이하 눈을 뜨다>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문학, 그것도 현대 여성 작가 장편집이다.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빅토리아 토카레바를 잇는 여성 작가의 발견이 될 것인가?! 두둥-
   



레온 드 빈터, <호프만의 허기>
다부장님 페이퍼 보고 구매한 책. 초반에 읽다가 현재 다른 책 읽느라 밀린 상태. 재미있습니다. 재미없어서 밀린 건 아니고요... 7월에 100자평 대회랑 리뷰 이벤트가 많아서 자꾸 밀린 겁니다. 네네.





책탑이 나날이 높아져 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절규! ㅋㅋㅋㅋ

-다 찍고 보니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빠졌다. 읽고 어디로 치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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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2 23:25   좋아요 0 | URL
아니요. 저는 책 읽을 거예요…..

꼬마요정 2023-08-02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랑 7권 겹칩니다!! 제가 책을 잘 골랐군요!!! <로테…> 저 책은 모두가 싫어하는 괴테를 좋아해서 궁금해서 샀죠. ㅋㅋㅋ 근데 아직 못 읽.. ㅜㅜㅜㅜ

은오 2023-08-02 23:29   좋아요 2 | URL
거의 2년 전 글에 요정님 소환 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02 23:34   좋아요 1 | URL
은오 님… 2년 전 글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02 23:35   좋아요 2 | URL
저 이 글 보고 7권 샀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2 23: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2 23:50   좋아요 1 | URL
우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정 님 진짜 크게 웃어서 울집 냥이들 다 뛰쳐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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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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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어려운 딸과 엄마 사이의 불화와 화해를 그리면서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인간은 죽음을 계기로 타자에게 가장 큰 존재가 된다는 삶의 진실! 문득 내 엄마의 삶이 궁금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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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7-12 1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의 불화는 정말 동서고금을 막론하는군요. 보부아르 여사까지.

잠자냥 2021-07-12 12:30   좋아요 1 | URL
보부아르도 보부아르지만 엄마도 참 쉽지 않은 분이었더군요. 그래서 그 틈바구니에서 고생한 동생이 상대적으로 참 가엽게 느껴집니다...제가 보기엔 동생은 정서적 학대도 경험한 것 같고요.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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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모형 제작자를 주인공으로 모형 제작 일은 물론 음식과 관련한 일상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딸로서,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이 땅에서 느낄 모순이나 억압을 담담히 그려낸 점도 무척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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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7-13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희 아이가 읽고 이벤트 100자평 남겼어요. 저도 조금 읽다 말았는데 참 꼼꼼한! 만화더군요. 음식모형제작이라는 소재도 독특하고요.

잠자냥 2021-07-13 09:28   좋아요 0 | URL
오 정말요? 궁금하다. ㅎㅎㅎ 전 이 작가 책 <혼자를 기르는 법>읽고 두 번째인데, 작가 실제 직업이 음식 모형 제작자인가 생각했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서 엮어 나가는 가족 이야기나, 여성 서사도 좋았고요. ㅎㅎㅎ

2021-07-19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9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9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