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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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좋은 추억도 여럿 쌓이지만 괴롭고 잊고 싶은 기억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고통스러운 기억은 덮어두고 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현재에, 순간에 충실한 삶이 최선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게 최선일까?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꽤 발랄하게 시작한다. ‘코요테라는 조금 특이한 이름의 열두 살 소녀가 아주 자유로운 복장으로 어느 주유소에서 슬러시를 사고 있다. 그런데 소녀는 자기보다 어린 한 꼬마에게 그날 선행을 베풀어 슬러시 한 컵을 사준다. 꼬마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자기가 갖고 있던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소녀에게 선뜻 선물한다. 소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자기의 동행인 몰래 차에 고양이를 태워야 하는데, 꼬마가 보기에 소녀의 동행인은 참 이상하다. 다 떨어진 청바지에 맨발, 셔츠도 안 입었고, 장발에 덥수룩한 수염. 얼핏 보면 노숙자 같다. 그런데 슬러시를 사준 소녀 말한다. 저 사람 이름은 로데오’, “우리 아빠야.” 아빠라고? 심지어 이 두 사람은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여행 중이다. 소녀는 꼬마의 도움을 받아 로데오, 그러니까 아빠 몰래 버스 뒤쪽 창문으로 고양이를 들여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는 그들- 코요테와 로데오, 두 사람만의 여행길에 또 다른 생명체가 더해진 것이다.

 

이 발랄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처음부터 몇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코요테라는 이상한 이름은 정말 본명일까? 로데오라는 기묘한 이름도? 게다가 두 사람은 부녀지간이라고 하는데, 서로 절대 이나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빠가 딸을 코요테하고 부르는 건 이해하겠는데, 딸이 말끝마다 제 아빠를 로데오라고 부르는 건 어째 좀 이상하다. 게다가 왜 50인승 스쿨버스로 여행을 하는 걸까? 이 두 사람은 사실 부녀지간이 아니라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다른 관계는 아닐까? 혹시 납치범?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유괴범과 유괴된 소녀라고 생각하기엔 코요테와 로데오 사이가 너무나 좋다. 그러니, 일단 납치범은 아니고 부녀지간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긴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집도 절도 없이 떠돌이 생활 중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자유로운 영혼인 로데오가 딸을 데리고 정처 없이 미국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서는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두 살 소녀에게도 과연 그럴까? 실제로 코요테에게는 친구다운 친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지에서 친구가 될 만한 아이를 만나도 내일이면 작별을 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친구(가 될 뻔한 아이)의 부모는 멀리서 로데오의 겉모습을 보고는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그래서 아이가 학대당하는 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자기 아이가 코요테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 때문에 코요테는 매일 작별하는 삶을 벌써부터 체득하고 있다. 그렇기에 슬러시 한 잔의 선행을 베풀고 얻은 고양이 아이반이 코요테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그렇게 정처 없는 여행 중에 코요테에겐 한 가지 엄청난 미션이 주어진다. 5,793킬로미터 떨어진 어느 공원에 나흘 만에 도착해서 불도저가 공원을 싹 밀어버리기 전에 한 나무 아래 묻어둔 추억 상자를 건져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를 운전하는 로데오는 행선지를 몰라야 한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사실 코요테와 로데오가 전국을 떠도는 이유는 이 추억 상자와도 관련이 있다. 코요테는 자동차 사고로 엄마와 언니, 동생을 잃었고, 그 후로 집을 떠나 아빠와 단 둘이 여행하며 지내는 것이다. 부녀는 잊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집을 버리고 늘 여행하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때문에 잃어버린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이 상자를, 다시 집으로 돌아가 되찾는 일은 로데오에겐 금기나 다름없다. 그에게 고향 집과 얽힌 일들은 이제 입에 올려서도, 추억해서도, 기억해서도 안 되는 금기이자 고통스러운 과거이다. 코요테가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 로데오라고 부르는 것도, 코요테와 로데오라는 기이한 이름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이 고통스러운 기억과 관련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과거를 피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무 소용없는 일이야. 코요테. 로데오는 늘 말했다. 안 돼 거기로 돌아가지마, 네 행복은 여기, 지금에 있어. 예전 일은 다 잊어야 해. 하지만 나는 로데오처럼 할 수 없었다. 감추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 금지된 추억을 몰래 꺼내보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 (72)

 

코요테의 삶은 현재로 충만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늘 떠나는 삶 속에서는 친구도 사귈 수 없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나지만 그 새로운 것과도 곧 작별해야 한다. 로데오는 과거를 돌아보는 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코요테가 어제 만난 친구도 곧 과거가 되고 만다. 행복은 정말 지금 여기에만 있을까? 만사를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소원인 만때달소원처럼 지극히 현재진행형이고 순간적인 기쁨에만 행복이 있는 걸까?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두 사람의 짧고도 기나긴 여행을 통해 보여준다.

 

코요테는 로데오가 만든 금지 리스트를 깨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달려간다. 그 추억 상자를 열면 닫아두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그 선택을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한때 자신을 눈부시게 만들어준 아름다운 사람들과 얽힌 소중한 추억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소녀는 뜻하지 않게 동행하게 되는 친구들을 여럿 만난다.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고양이 아이반은 물론, 흑인 음악가인 레스터’,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 엄마 에스페란사와 함께 이모를 만나러 가는 살바도르’, 그리고 결국 만나게 된 살바도르의 이모 콘셉시온’, 커밍아웃했다가 부모에게 상처받고 집을 나온 ……. 어찌 보면 하나같이 제 나름의 상처가 있고 소외된 이들이다. 그들과 함께 하는 이 결코 길지 않은 여행은 코요테를, 로데오를, 그리고 이 노란 스쿨버스에 오른 그 모든 이들을 조금씩 자라게 한다.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여행길에서 사람들을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어떤 의미로든 조금씩 자기의 생각을 고치고, 삶을 돌아보면서 조금은 성장한다는 내용은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만나는 타인들은 모두 삶의 승객이며 함께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면하고 회피하기만 했던 그 지난날의 고통스러운 기억도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데 꼭 필요한,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역사였음을 이 발랄하고 유쾌한 책은 소박하지만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코요테와 로데오가 잊고 싶고, 피하고 싶기만 했던 과거의 한때와 정면으로 마주해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새롭게 다시 길 위에 서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이 두 사람의 여행길은 이제 그 전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357)는 코요테, 이 어린 소녀의 말도, 살아가는 동안 이따금 들춰보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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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5-20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청소년 문학이라니.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표지만 보고 어? 잠자냥 님이 읽으실 것 같지 않은 표지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보관함에 넣어버리네요.
저는 결국은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아이든 어른이든)가 참 좋더라고요. 아마도 제가 사람은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성장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이런 책은 또 어떻게 앍고 읽으신겁니까?!

잠자냥 2021-05-20 11:06   좋아요 1 | URL
재미있었어요. 약간 눈시울 찡해진 부분도 있고. ㅋ 제가 성장 소설 좀 좋아해서....ㅎㅎ
10대에 있는 조카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같아요. 다락방 님 읽고 나면 타미에게~ ㅎㅎ
아참, 이 책은 5월에 조카들 주려고 책을 좀 샀는데, 마침 리뷰대회 하기에 부랴부랴 읽었습니다.
근데 다락방 님 리뷰대회에 낚여서 사지 마시고 ㅋㅋㅋ 걍 맘 편히 읽으세요.

다락방 2021-05-20 12:44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리뷰대회 합니까?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5-20 13:07   좋아요 0 | URL
그냥 10명 똑같이 준다니까 함 도전해보심은??

단발머리 2021-05-20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청소년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끌리네요. 그냥 봤으면 넘겨봤을 책인데 잠자냥님 리뷰 읽고 나니 읽고 싶어졌어요.
책내용 알고 혹은 책내용 아는데도 찾아서 읽는 우리들만의 마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5-20 12:31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런 과찬을! ㅎㅎ 책 내용 알아도 찾아서 직접 읽어보면 또 다른 맛을 알게 되니까 또 굳이 찾아 읽는 게 아니겠습니까?! ㅎㅎ

psyche 2021-05-21 0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이 책이 조금 불편했어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알겠고 사람들이 칭찬하는 이유도 알겠는데 저는 계속 코요테가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아빠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지만 2년정도가 아니라 5년을 저렇게 다니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학대가 아닌가? 싶었어요. 코요테가 넘 어른스러운 것도 마음 아프고, 마땅히 가져야 하는 친구, 할머니와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도 슬펐어요.

잠자냥 2021-05-21 09: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본문에 썼듯이 저도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빠 마음대로 끌고 다니면 저 아이의 삶은? 친구도 사귈 수 없는 삶은? 학교도 안 간다고? 이것도 학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그건 작가가 코요테 나이 또래 아이가 아니라, 로데오와 비슷한 어른 남성이라 그런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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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이거 꼭 읽으셔야 합니다.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 이거 정말 걸작입니다. 폴스타프 님이 110쪽 읽고 별 다섯 준 심정 완전 공감함. 난 지금 150쪽 읽는데 달려와서 별 다섯 줍니다. 첫문장부터 흡인력 쩌는데.... 읽을수록 정말 대단한 작품. 재미도 쩐다. 진심x진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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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18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구매할래요~^^♡

잠자냥 2021-05-18 17:43   좋아요 2 | URL
구매하세요. 이 책은 소장각입니다. (전 중고로 안 팔 거예요. ㅋ)

단발머리 2021-05-18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읽을 수가… 없…..는 100자평인데요.

잠자냥 2021-05-18 17:57   좋아요 0 | URL
읽으세요~!! 2권 3권도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1-05-18 17:58   좋아요 0 | URL
한한한… 한권짜리 아니에요? 앗! 옆에 1이 있군요🥺🥺🥺🥺🥺

잠자냥 2021-05-18 18:01   좋아요 1 | URL
각 권 400쪽/ 300쪽/ 400쪽쯤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18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진심에 넘어갔....

잠자냥 2021-05-18 17:57   좋아요 1 | URL
넘어가시오.. 넘어가셔야 합니다! 보관함의 달인이시여!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18 17:57   좋아요 0 | URL
세 권 짜리네요??!!!! 멋져! (이미 넘어갔음)

단발머리 2021-05-18 18:00   좋아요 2 | URL
세 권짜리네요? 에 유부만두님이랑 저랑 반응 왜케 달라요? 🥺🥺🥺🥺🥺

잠자냥 2021-05-18 17:59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 님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듯이 아주 음미하면서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부만두 2021-05-18 18:05   좋아요 2 | URL
나이 드니까 긴 소설이 좋아요. 단편집은 걔가 걔 같고 이야기가 섞여서 ;;;

mini74 2021-05-18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저 2권 읽다가 다시 1권으로. 재미는 있는데 저는 어려워요 ㅠㅠ 자꾸 까먹고. 다시 1권부터 정주행하며 필기즁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1-05-18 18:24   좋아요 0 | URL
오 읽고 계시다! 저도 처음엔 화자가 막 이랬다저랬다 해서 헷갈려서 헤매긴 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5-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매 아닌 강독평. 아주 곤란합니다요. 게다가 세권씩이나. 미쳐유~~~

잠자냥 2021-05-18 19:43   좋아요 0 | URL
전집 판매 영업사원 된 느낌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5-18 1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폴스타프님 리뷰 보고 이거 1권 구매했는데, 3권짜리여서 아직 시작을 못한 ㅜㅜ 근데 잠자냥님 이런 100자평이라면 당장 읽어야 겠네요^^ 소장각이라고 하시니 ㅎㅎ

잠자냥 2021-05-18 22:12   좋아요 2 | URL
근데 오늘 사신 책들 보니 재미난 게 너무 많아서 이 책은 밀릴 거 같은데요! ㅋㅋㅋ

coolcat329 2021-05-18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알겠습니다...!

잠자냥 2021-05-18 22:12   좋아요 1 | URL
아셨죠?! ㅋㅋㅋ

Falstaff 2021-05-18 2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흠... 전 이런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8 21:21   좋아요 2 | URL
고수님들 훈훈하게 작품 이야기하는 와중에 엄한 알라딘 이웃님들만 장바구니에 책 쟁이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헉헉대는거 보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5-18 22:53   좋아요 3 | URL
표창장- 폴스타프 위 사람은 알라딘 보관함 달인 창달에 크게 기여한 바 이 상장을 수여함.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5-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사야 한단 말인가요 ㅠㅠ

잠자냥 2021-05-19 08:54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han22598 2021-05-1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진심이 통하여 움직이는 무리 중 한사람이 되겠습니다. ㅎㅎ 추천 감사해요 ^^

잠자냥 2021-05-19 08:5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선택에 후회없으실 겁니다!

독서괭 2021-05-1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낚입니다..ㅠㅠ

잠자냥 2021-05-19 11:41   좋아요 0 | URL
낚이십시오!

다락방 2021-05-1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지금 알라딘에서 잠자냥 님께 땡투 드리고 책 주문 잔뜩 하고 예스 가서 파자마 선택하고 책 주문하고 왔는데 지금 이게 뭐에요... 저더러 뭘 어떡하라는 거에요 대체........(어쩐지 울부짖는다)

잠자냥 2021-05-19 19: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울부짖는 알라딘 승냥이 ㅋㅋㅋㅋㅋㅋ 땡투 감사합니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은 그의 마지막 영화로 십여 년 전인가 이제는 사라진 극장 하이퍼텍 나다에서 처음 봤다. 그 이후로도 이 영화는 몇 번 다시 봤는데, 볼수록 참 대단한 영화이다.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피에르 루이스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으로 최근 발간되었다. 영화를 워낙 좋아했고, 영화에서 채워지지 않은 궁금증이 있어 나오자마자 책을 사봤다. 원작을 읽고 나서도 루이스 브뉘엘, 이 감독 참 대단하구나, 천재가 틀림없어 하는 생각이 든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짧은 소설이다. 한 여인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중년 남자와 그를 가지고 놀면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콘챠는 팜파탈의 원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녀가 하는 짓을 지켜보노라면 나마저도 환장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미모는 어찌나 빼어난지 한번 스쳐가듯 보기만 해도 다들 그녀에게 홀딱 반해 정신을 놓고 만다. 이 작품의 앙드레 스테브놀또한 그런 남자로 세비야의 카니발에서 이 미모의 안달루시아 여인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어찌어찌 성공해서 그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얻어내고야 만다.

 

이 아름다운 여인을 알기 전까지 앙드레의 삶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런 목표도 생각도 없이 혼자, 그저 산책만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녀와 만나기로 한 아침은 바야흐로 다른 하루가 되리란 기대로 벅차 있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한다. ‘거절이나 무시 혹은 속절없는 기다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가 갈망한다면 여인들은 자신을 내어준다. 왜 안 그러겠는가?’(27) 하고. 그런데 정말 그녀, 콘챠는 앙드레의 바람대로 갈망하면 자신을 내어주는그런 여인일까? 앙드레와 콘챠의 이야기인가 싶은데, 그런 앙드레 앞에 돈 마테오가 나타나 콘챠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테오는 앙드레에게 자신의 이야기, 콘챠와 있었던 지독하리만치 끔찍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거의 1년이 넘도록 정열의 노예이자 꼭두각시로 살아온 그 삶을.


한마디로 말하면 그녀는 정직한 여자입니다. 네다섯 명 이상의 연인은 두지 않죠. 우리 시대에 이것은 일종의 정숙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선생, 그녀는 위험해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란 말이오. 나는 그녀가 죽는 날 신이 그녀를 용서하지 않으리란 기대를 품고 그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37)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 그녀가 죽는 날 신이 그 여자를 용서하지 않으리란 기대를 품고 그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는 존재. 그 여자가 바로 콘챠이다, 마테오는 어떤 일을 겪었기에 그토록 그녀를 증오하게 되었을까? 마테오 또한 앙드레가 그러했듯 콘챠의 미모에 반해 정열의 노예가 된다. 부유한 신사인 마테오에 비해 콘챠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어머니와 단 둘이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데 자신의 미모가 주는 혜택은 잘 알고 있어 이를 이용해 마테오를 노예처럼 부리며 자기 잇속을 챙겨나간다. 마테오는 이제나저제나 콘챠의 마음...(아니 ’)을 소유할 기회만 노린다. 이렇게만 하면 이 여자의 몸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의 다 됐다 싶을 때면 콘챠는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 그 결정적 순간을 다음으로 계속 미루기만 한다. 마테오는 화도 내보고 애걸복걸도 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서기도 하지만 콘챠의 예언대로 곧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 노예처럼 무릎을 꿇는다. 마테오는 과연 콘챠를 완벽하게 소유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얼핏 보면 팜파탈 여자와 그 여자에게 농락당하는 어리석은 부르주아 남자의 이야기로만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끝없이 욕망해도 그 대상에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망의 모호한 실체에 중점을 두면서 작품의 결을 조금 색다르게 빚어내고 있다. 특히 루이스 브뉘엘 감독은 그 욕망의 모호한 실체에 집중해 영화화함으로써 원작을 뛰어넘는 한편의 잊을 수 없는 명작을 만들어냈다.

 

콘챠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도, 생활방식도 모두 다 말이죠. 그런데도 나는 그녀와 나 사이에 하나의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79)


실제로 콘챠는 마테오에게 자기 생활을 속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오히려 상대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마테오는 그녀와 자기 사이에 아주 높은 벽이 있음을 실감한다. 만일 마테오가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는 일, 그러니까 그녀의 내부(몸 안)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벽이 과연 사라질까? 그렇지 않으리란 것을 독자는 당연히 알고 있으며, 마테오 그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마테오는 그가 바라는 방식으로 콘챠를 소유하게 되더라도 절대로 그녀를 완벽하게 자기 사람으로 삼을 수 없음을 알고 좌절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비단 마테오만 그러할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욕망하는 세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그 욕망의 대상은 너무나 멀고 흐릿하며, 모호하기만 하다. 잘 안다고 생각한 그 대상이 어느 날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깜짝 놀라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애초에 욕망의 대상은 내 욕망의 투사일 뿐, 그 대상의 실체는 아니지 않은가.

 

루이스 브뉘엘 그런 욕망의 모호한대상을 기발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콘챠역할을 두 명의 다른 배우에게 맡긴 것이다. 영화 속 콘치타역할은 프랑스 배우 캐롤 부케와 스페인 배우 안젤라 몰리나가 각각 연기한다. 영화는 원작을 살짝 각색해서 중년의 사업가 마티유가 자신의 집에 새로 온 하녀 콘치타에게 홀딱 반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내용인데, 이 영화의 가장 재미난 점은 21역의 묘미에 있다. 영화가 시작된 후, 마티유는 새로 온 하녀 콘치타와 인사를 나눈 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한밤에 은밀히 다시 자기 방으로 부른다. 그런데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콘치타는 낮에 마티유는 물론 관객이 본 콘치타와 좀 다르다. 관객들은 분명히 이 여자는 아까 본 콘치타가 아닌데, 왜 마티유는 이 여자를 콘치타라고 생각하는 걸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캐롤 부케가 연기한 콘치타는 주로 마티유에게 도도하고 차갑게 굴며,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온다. 반면 안젤라 몰리나가 연기한 콘치타캐롤 부케콘치타에 비해서는 다정하게 마티유에게 말을 건네고, 좀 더 친숙하며 애교도 떨고 아양도 떨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콘치타역을 맡은 두 배우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관객도 두 배우가 맡은 역할의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어지게 된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라는 제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루이스 브뉘엘은 이처럼 콘챠역할을 두 사람이 맡도록 해 인간에게는 이렇게 상반되는, 서로 다른 모습이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욕망하는 대상은 그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만큼 모호하다는 것 또한 전한다. 어쩌면 욕망이라는 것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콘치타 역의 캐롤 부케_ 루이스 브뉘엘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



 콘치타 역을 맡은 또 다른 배우 - '안젤라 몰리나'



영화에서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하는 폭발 사고 등 긴박한 테러 장면이며 또 다른 하나는 마티유가 가끔 들고 다니던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커다란 자루이다. 원작과 달리 루이스 브뉘엘이 이런 장면을 끼워 넣은 까닭은 무엇일까? ‘테러장면은 마티유가 자신이 욕망하는 대상인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는 장면과 자주 대비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감독은 사회가 이토록 어수선한데도 나 몰라라 자신의 욕망을 좇기만 바쁜 마티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냉소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티유와 콘치타의 물고 물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긴박한 관계를 테러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은 아닐지. 마티유가 종종 들고 나타나는 남루한 자루도 상징적이다. 그 자루는 마티유가 거리에서 만난 어떤 노인이 들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에게나 어울릴법한 낡은 자루를 마티유 같은 상류층이 들고 다니니 이상하기 짝이 없다. 그 자루가 상징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은 아닐까. 인간은 그렇게 늙으나 젊으나 가난하나 부자나 모두 자기만의 욕망덩어리를 평생 쥐고 가야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자루처럼 인간의 욕망은 지저분하고 추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지. 손에 넣고자 해도 넣을 수 없는, 넣었다고 생각해도 도저히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욕망의 모호한 실체. 그럼에도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그 불가능성을 처절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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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잠자냥 2021-05-17 17:46   좋아요 2 | URL
저는 영화가 좀 더 재미났지만 ㅎㅎ 기회되신다면 둘 다 보시길 추천합니다.

mini74 2021-05-1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주인공이 둘이라니 정말 모호한 실체란 제목이랑 맞는 것 같아요. 캐롤 부케란 배우 도도해 보입니다 ㅎㅎ 영화 재미있겠어요 *^^*

잠자냥 2021-05-17 22:39   좋아요 1 | URL
네 영화 재미납니다~ 옛 영화지만 명작이에요. ㅎㅎ

북페스트 2021-05-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다가 이런 관점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여 남겨봅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 중 그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서술자의 흔적 지우기에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욱 그 흔적을 잘 지우고 있죠. 동일한 여자를 연기하는 두 명의 배우, 저는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보면 여자의 다면성을 보여주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이 두 배우는 결국 영화의 화자, 앙드레의 시선, 앙드레의 내면, 앙드레의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앙드레 입장에서 바라본 여자인거죠. 사실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독자와 관객, 감독 모두 그러할 것입니다. 불가해한거죠. 욕망이 태어나는 곳이기도 한데요, 원작 소설이 누군가에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기술되어 있는 점도 주목해야 봐야 할 것 같아요. 브뉘엘이 주목했던 것은 그 의식이 아니었나...영화가 의식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에 걸맞는 소설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5-18 14:10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것처럼 ‘콘챠‘는 앙드레(또는 마테오)의 시선, 앙드레(마테오)의 내면과 의식이 투영된 대상이죠. 애초의 ‘콘챠‘는 존재하지 않고 앙드레 혹은 마테오의 욕망이 투사된 대상만 존재한다는 것을 이 원작이나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말씀 잘 읽었습니다!
 
브라운 신부의 순진 열린책들 세계문학 24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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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과 직관으로 사건 해결 브라운 신부! 신부이기에 범죄자에게도 연민을 느끼는, 신부임에도 종교에 조금은 거리를 둘 줄 아는 브라운 신부, 참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사건마다 사회비평가였던 체스터턴의 사회비판적, 철학적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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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7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7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4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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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서 창작자이자 판매자가 된 우라라!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마지막 권이 궁금하다. 특별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손이 가는 묘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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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5-15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3권까지 읽었어요. 할머니한테 공감하면서요;;;;

잠자냥 2021-05-15 20: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무래도 저도 할머니 심정. 저 이거 4권 나온줄 몰랐는데, 최근 5권 나온 거 보고 알고 부랴부랴.

유부만두 2023-09-24 19:41   좋아요 1 | URL
4권 읽을 땐 우라라네 엄마에게 공감해서 속상했어요. 학원 특강비 많이 비쌀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