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모의 페스트 외 - 옌스 페테르 야콥센 중단편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9
옌스 페테르 야콥센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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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섬세한 표현, 자연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점 등이 인상 깊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 또한 매력적이다. 표제작보다는 데뷔작인 <모겐스>와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푄스 부인>이 훨씬 좋다. 릴케가 강렬하게 반할만 한 듯. 장편 <닐스 뤼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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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상드. 그이의 이름은 알아도, 그가 쓴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상드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드의 이름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쇼팽이나 뮈세 또는 리스트 등 수많은 남성 예술가를 떠올리리라. 상드는 그렇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어떤 남성의 ‘연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 오래전에 남장을 했고, 줄담배를 피웠던 여인, 작가라고는 하는데 정작 어떤 작품을 썼는지는 잘 알 수 없는, 그저 화려한 남성편력으로 유명한 여인 조르주 상드. 아니 ‘오로르 뒤팽’-

나 또한 상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쓴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작품으로 상드를 가늠해 볼 기회도 없었다. 번역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출간된 <모프라>는 조르주 상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모프라’라는 제목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무슨 의미일까. 아하, ‘에드메 모프라’와 ‘베르나르 모프라’, 두 주인공의 성(姓)을 지칭한다. 아니, 그럼 주인공들은 남매라는 말인가? 흥분하지 마시라. 모프라 가문에는 직계와 방계가 있다. 베르나르는 모프라 집안 직계 후손으로, 에드메는 베르나르에게 나이 어린 당고모뻘이다. 연배가 같은 그 둘은 모두 열일곱 살 꽃다운 나이이다. 베르나르와 에드메는 그냥 서로 ‘사촌’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열정으로 수많은 연애사를 남긴 조르주 상드이니, 이 꽃다운 청춘들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써내려갔는가 싶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작품은 꽤 색다르다.  



“나는 모프라이고, 불굴의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남자의 독재를 참지 않을 거예요. 연인의 폭력은 물론이고 남편의 모욕도 마찬가지죠. 애원할 때 거절한 것을 힘으로 누른다고 굴복하는 것은 노예근성, 비겁한 성격에 속할 뿐이죠.” (<모프라>, 198쪽)


에드메 모프라의 이 당찬 말을 듣노라면, <모프라>를 통해 상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이 알 수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화자인 베르나르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손에 양육된다. 말이 좋아 양육이지, 거칠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학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으며 자라난다. 심지어 베르나르의 직계는 “수 세기 동안 프랑스 전역을 뒤덮고 폐해를 끼친 보잘것없는 봉건 독재자들 족속”의 잔당들로 작은 성 로슈-모프라에 숨어 강도짓을 일삼아 살아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베르나르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야만스러운 생활을 한다. 우연히(실은 베르나르 삼촌들의 잔악한 간계로) 에드메는 로슈-모프라에 오게 되고, 베르나르에게 먹잇감처럼 던져진다. 삼촌들도 에드메에게 군침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위기의 순간에 에드메를 만난 베르나르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에드메를 구출한다. 때마침 강도 소탕 작전이 벌어지고, 이 틈에 베르나르와 에드메는 로슈-모프라를 벗어나 에드메의 집인 생트-세베르성에 무사히 도착한다.

에드메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베르나르에게 결혼을 약속한다. 이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베르나르는 생트-세베르성에 도착하자마자 결혼을 종용하는데, 뜻밖에도 에드메에게는 약혼자인 ‘드라마르슈’가 있다. 그러면서도 에드메는 ‘네가 교육을 받는다면 결혼할 수도 있다’면서 베르나르에게 공부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설상가상으로 에드메의 아버지 ‘위베르’도 암흑과 같은 소굴에서 벗어난 베르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모프라’ 가문에 걸맞은 교육을 받으라고 부추긴다. 지식이나 교양과는 담쌓고 살아온 짐승남 베르나르에겐 이 모든 상황이 환장할 노릇인데, 거참 이상하다. 이 방계 모프라 집안이 사는 성 분위기는 이제까지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너무도 다르다. 교육받아 현명하고 너그러우며 공정하기 짝이 없는 위베르를 비롯해 저 당차고 똑똑한 에드메, 계몽사상 영향을 받은 ‘오베르’ 신부, 농부이자 철학자인 ‘파시앙스’ 등 귀족, 신부, 농부, 평민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뒤섞여 살고 있다. 폭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저 번지르르한 귀족 나리 드라마르슈가 거슬릴 뿐이다. 베르나르는 과연 공부를 하고, 저 느글거리는 귀족 녀석을 제치고 에드메와 결혼할 수 있을까? <모프라>의 가장 큰 재미는 공부하라고 ‘명령’하는 에드메와 명령을 순순히 따르자니 어쩐지 성미에 맞지 않는 베르나르가 주고받는 ‘밀당’에 있다.

생트-세베르성에 도착했을 때만하더라도 ‘사람이라기보다는 곰, 오소리, 늑대, 솔개, 뭐 그런 것들’과 비슷한 상태였던 짐승남 베르나르. 이 거칠기 짝이 없는 야생미 넘치는 소년은 에드메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을 속였다면서 길길이 날뛰며 질투한다. 단 한 번도 에드메를 소유한 적 없으면서도 마치 이미 제 사람인 것처럼 군다. 그런 베르나르를 에드메는 비웃으며 차갑게 한마디 한다. “그것 참 야릇한 질투네. 10시에 애인을 소유하려 들고, 자정에 여덟 명의 취한 사내들에게 그녀를 넘겨주고, 내일 길바닥 진흙보다 더 더러워진 그녀를 돌려받을 질투라니.”(94쪽) 캬, 이 얼마나 통쾌한 말인가. ‘능동적이고 용감하고, 우아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을 갖췄으며,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건강이 주는 에너지가 결합한,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의 여주인인 동시에 자부심 강하고 대담한’ 이 아가씨. 베르나르에게는 매우 고고하고 거만하게 굴지만 파시앙스를 비롯해 그 지역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늘 겸손하고 너그럽게 행동하는 이 완벽한 아가씨 에드메는 좀처럼 베르나르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난 결코 당신 게 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말과 태도와 감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지금 그대로의 당신,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당신이 착하고 너그럽게 보였을 때는 반은 두려워서, 반은 공감해서 당신에게 몸을 맡길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 그 순간부터 이제 당신이 무섭지 않아요. 태도를 고치세요. 공부를 하세요. 그러면 우리는 알게 되겠죠.”(164쪽) 베르나르에게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명령’하고, 에드메를 너무나 원하는 베르나르는 명령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만일 그래도 행복할 수 없다면 복수하겠다고 참으로 찌질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때도 이 당찬 아가씨는 차갑게 응수한다. “맘대로 복수하세요. 그러면 당신을 멸시하게 되고 말 테니.”(164쪽) 아, 너무나 속 시원하고 짜릿하지 않은가.

베르나르 입장에서 에드메는 ‘나쁜 년’일 수도 있다. 자기를 구해주는 대가로 결혼을 약속하더니, 버젓이 약혼자가 있고, 그러면서도 결혼 약속을 파기하지 않은 채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결혼해 주겠다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니 얼마나 얄밉기 짝이 없는가. 어떨 땐 자기를 사랑하는 것 같은데 또 어떨 땐 완전히 싸늘해져서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그럴 때 베르나르는 나를 사랑하기는 하느냐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냐고 다그치기도 한다. 그때 에드메는 말한다. “당신을 사랑했어요. 혐오스러운 원칙들과 관대한 마음씨 사이에서 고민할 때 정의와 정직 쪽으로 기우는 당신 모습을 보았으니까.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나쁜 원칙들을 물리치고, 몹쓸 충동이 지나가자 훌륭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까요.” 사실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언제나 100% 늘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좀 더 마음에 들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못 견디게 싫은 부분이 많아지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때문에 에드메가 베르나르에게 자기가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에드메가 요구하는 ‘교육’은 그저 지식이 많아, 그 지식을 뽐내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교양인은 아니다. 그녀는 베르나르에게 “나쁜 습관을 고칠 것, 유익한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것, 도덕의 가르침에 마음을 열 것”을 요구한다. 베르나르에게 “당신은 야만인”이라고 서슴없이 말하지만, “내가 당신에게서 거슬리는 것은 인사할 때의 서투른 태도나 찬사를 전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168쪽) 명심하라고 한다.

베르나르는 아무리 야만인처럼 길러졌어도, 영특하기는 해서 에드메가 요구하는 게 그저 한낱 “재치”가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물론 그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자신의 재치 없음을 한탄하며 “당신은 드라마르슈 씨를 사랑하죠. 그는 나라면 얼굴을 붉힐 헛소리를 할 줄 아니까.”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드라마르슈보다 더 사랑받기 위해 재치를 배워야 한다면 단호히 거부할 자존심도 있다. 심지어 그런 요구는 지독하게 비겁한 짓이라고도 말하는데, 그가 생각하기에 “왜냐하면 착한 마음씨 때문이 아니라 근사한 재치 때문에 한 남자를 사랑하느니 마느니 하는 여자는 애써 사랑할 가치가 없기 때문”(170쪽)이다. 퉁명스럽게 내뱉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확히 아는 남자, 베르나르, 귀여운 이 청년을 에드메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처럼 <모프라>에는 에드메와 베르나르가 주고받는, 깨알 재미 넘치는 대화들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다음과 같다.


“권리를 얻었다고 나한테 으스대지 말고요. 애정은 명령한다고 해서 생기지 않아요. 애원하거나 불러일으켜야죠. 내가 늘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행동해줘요. 내가 억지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요.”
“그런데 왜 이따금씩 내게 복종을 강요하는 듯이 말하는 거요? 오늘 밤만 해도 왜 내게 음주를 금하고 공부를 명령한 거요?”
“존재하지 않는 애정에게는 명령할 수 없지만, 적어도 존재하는 애정에게는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당신의 애정을 확신하고 있기에 명령하는 거랍니다.”
“맞소!” 나는 흥분해서 외쳤다. “그러니 나도 당신의 애정에 명령할 권리가 있는 거요. 당신은 그게 확실히 존재한다고 했으니……. 에드메, 내게 입맞춤하라고 명하는 바요.”(171쪽)



으아, “입맞춤하라고 명하는 바요” 미쳐ㅋㅋㅋㅋ 아, 진짜 현기증 나게 좋지 않은가? 이 열일곱 꼬꼬마(?) 들이 주고받는 대화, 어쩜 이렇게도 찰지면서, 사랑의 권력관계를 꿰뚫어 보고 있고, 그러면서도 연인 사이라면 마땅히 서로 존중해야 할 지점들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지,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마도 상드가 다년간의 연애를 통해서 얻은 성찰일 것이다. 사실 상드는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거울삼아 <모프라>를 썼다. 상드는 18세 때 지방 귀족인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박학다식한 상드에 비해 뒤드방은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고, 상드의 요구로 책을 집어 들기는 했으나, 몇 글자 읽자마자 곧 잠이 들어버리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상드는 남편과 풍요로운 대화를 나누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연인, 나아가 부부 사이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으리라.

<모프라>는 에드메와 베르나르의 연애만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프랑스대혁명 직전 구체제 아래의 정치 사회상과 그 무렵 미국독립전쟁, 프랑스혁명 이후의 사회변혁 등이 간간이 삽입되어 상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오롯이 그려진다. 상드는 본명인 ‘오로르 뒤팽’에서 ‘조르주 상드’로,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협업자에게 속한 이름이 아닌, 주체적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붙였다. 그 오래전부터 바지를 입고, 파리 거리를 활보했던 누구의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았던 자유로운 여인 상드의 모습은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다. 그 책에 따르면 상드는 사회가 뿌리부터 바뀌어야만 여성이 권력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상드는 이 근본적인 변화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상드는 먼저 가정에서 평등을 획득한 다음에 바깥세상에서 평등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상드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있는 사회주의적 프랑스’를 꿈꿨고, 프랑스혁명의 열기는 상드에게 “광대한 사랑, 숭고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다정함”(<도시를 걷는 여자들>, 293쪽)을 일깨웠다. 이 ‘광대하고, 숭고하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다정한 사랑’은 에드메의 모습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연인, 부부 사이의 평등, 나아가서는 귀족과 평민이 격의 없이 평등하게 함께하는 사회. 프랑스혁명조차 이루지 못한 완전한 유토피아가 <모프라>에는 존재한다. <모프라>에는 시대를 앞선 여인 상드의 이상과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분명 작가로서 그이의 이름을 각인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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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교보문고 가서 책 사면서 [모프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하다가 결국 놓고 왔거든요. 이 리뷰 읽어보니 저는 조만간 다시 교보문고를 가서 그 책을 들고 와야겠어요. 새삼 빡치고 있습니다. 이런 여성이 누구의 연인으로만 기억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요. 저는 아주 오래전에 진짜 오래전에, 아마도 중학생 이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쇼팽의 푸른노트] 라는 영화 소개에서 상드의 이름을 처음 들었어요. 그 영화는 보지도 않았고 아마도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줄거리만 들었던 것 같은데, 소피 마르소가 주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읽어 볼래요, 조르주 상드의 소설!

잠자냥 2021-02-08 13:32   좋아요 0 | URL
연휴에 서점 나들이 하셔서 한 권 집안에 들여놓으세요. 이런 여성을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정말... 상드에게도 우리에게도 억울한 일입니다.

난티나무 2021-02-08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이 내린다아~ 샤라랄랄 라랄라~~~~~~~~~
인용구 좋아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야금야금 하나씩 상드 작품 사야 겠습니다~~~~!!!!!

잠자냥 2021-02-09 09:30   좋아요 0 | URL
네 기꺼이 지름신을 맞이하소서... ㅎㅎ
 
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박산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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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해 보이는 그림과는 달리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 때문에 시종 긴장하게 된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환장하는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초상화. 읽고 나면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림체도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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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불쾌했어요. 무섭고요. ㅠ ㅠ

잠자냥 2021-02-08 09:34   좋아요 0 | URL
보고 나서 기분 나빠가지고.... 홧김에 별 1개 줄뻔;;; ㅋㅋㅋㅋ
 
모프라 ff 시리즈 7
조르주 상드 지음, 정희경 옮김 / 꿈꾼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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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과 연애, 결혼, 이상적인 사회 모습이 이 작품 안에 다 담겨 있다. 연애에 관한 어떤 부분은 오늘날 관점으로도 파격적이다. 이 작품을 읽는다면 상드를 그저 ‘누구의 연인’ 정도로 생각하는 일을 멈추게 될 것이다. 작가이자 사상가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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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0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이거 낚시...인 거 같은데 알고도 걸리면 아놔....

잠자냥 2021-02-08 14:11   좋아요 0 | URL
월척이다~~! ㅋㅋ
 
로스트 레이디
윌라 캐더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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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잊기 어려운 시절이 있다. 순수하고 밝은, 찬란하게 빛나서 좀처럼 잊기 어려운 그런 시절. 그러나 대개 그런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빛이 바래고 어두운 색으로 물들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잠깐일지라도 자기에게 주어졌던 그 찬란한 시절을, 순간을 기억 속에 담고 살아간다. 다시 돌아오지 못해 더 안타까운 그 아름다운 순간을……. 열두 살 소년 에게도 그런 시절이 분명 있었다. ‘포레스터 부인을 처음 본 그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포레스터 부인과 함께 아무런 걱정 없이 환하게 웃고 떠들던 날들이었을까? 아니면 포레스터 부인으로 말미암아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던 그 모든 날들까지일까? <로스트 레이디>는 한 소년의 첫사랑이었던 어느 여성의 삶을 따라가면서 잃어버린 시절의 아름다움과 그 쓸쓸함을 그려나간다.

 

서부 개척시대가 끝날 무렵 네브래스카의 작은 마을 스위트워터’-이곳에는 지나가는 이들을 융숭하게 대접하며 환대하는 것으로 유명한 특별한 집이 있다. 모두가 포레스터 플레이스라고 부른 그 집은 사실 전혀 특출 나지 않다. 오히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 집을 실제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었다. 철도 건설업자로 부를 쌓은 대니얼 포레스터 대령과 그의 아내 포레스터 부인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일 년 중 몇 달밖에 이곳에서 지내지 않는데도, 그들 부부는 이곳에 머무는 손님들을 환대하며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특히 포레스터 부인은 자신들의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와 노는 동네 소년들에게도 너그럽기 짝이 없다. 그런 소년들 중 하나였던 닐은 포레스터 부인을 흠모하고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이 대령 부부와 좀 더 가깝게 지내게 된다.

 

엄마 나이뻘 여성을 흠모하는 것일까 싶은데, 사실 포레스터 부인은 대령보다 스물다섯 살이나 어리다. 대령이 재혼한 두 번째 아내로, 오히려 이 십대 소년들과 가까운 나이이다. 그렇기에 포레스터 부인, 메리언은 이 소년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그녀가 가진 우아함, 화사함, 젊음, 따스함, 발랄함 등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발산하고, 닐과 같은 소년들은 귀부인답지 않게 자기들을 허물없이 대하는 그녀를 남다른 존재로 받아들이고, 얼마쯤은 우상처럼 받든다.

 

부유하면서도 강직한 마음을 지닌 포레스터 대령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인물이다. 자신의 두 번째 아내를 아가씨라 부르며 귀여워하고, 나름 존중하며 사랑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스물다섯 나이 차이가 그렇다. 서부 개척시대, 스위트워터가 유망한 타운이던 시절에는 이 저택에서 파티가 곧잘 열렸고, 그런 파티에서 메리언은 주위의 찬사를 받으며 파티의 주인공으로 눈부신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이런 생활은 오래 가지 못한다. 세상은 변하고 나이든 대령도 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닐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진다.

 

닐에게 메리언은 첫사랑이자 자기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 그 전부였다. 그러나 닐이 메리언을 처음 본 것은 열두 살 때로, 이 어린 소년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가 분명 존재한다. 닐뿐만이 아니라 대령과 대령의 집을 찾아오는 중년 남성들에게 아름다운 꽃과 같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여겨진 포레스터 부인은, 그들의 생각, 아니 기대처럼 불멸하는 예술작품이 아니다. 살아 숨 쉬고 욕망하고 꿈꾸고, 때로는 그 욕망 때문에 부서지는 인간이다. 때문에 당연히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메리언이 지닌 결함은 그녀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녀의 욕망은 어쩔 수 없이 소년 닐을 비롯해, 남편인 포레스터 대령을 상처 줄 수밖에 없다. 사실 닐이 좋아하는 메리언의 모습은 포레스터 대령의 아내일 때가 많다. 닐은 대령의 아내로서 그녀에게 가장 큰 흥미를 느꼈으며 남편과의 관계에 비추어 본 그녀의 모습을 가장 흠모한다(93). 그러나 메리언은 스물다섯이나 많은 남편과 사는 젊고 발랄한 여성으로, 네브래스카에서의 삶을 좌초된 삶이라고 부른다. 포레스터 대령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되고, 스위트워터에 내내 머무는 신세가 되었을 때 메리언은 절망한다. “내년 겨울에도 내후년 겨울에도 계속 여기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해 봐! 내가 어떻게 되겠니, ?”하고 묻는 메리언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두려움이 배어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녀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는다.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겨울에도 늘 춤을 췄다. “난 여든 살이 될 때까지 춤출 거야. 왈츠를 추는 할머니가 될 거라고!”(92) 외치는 메리언에게 대령과 그와 함께 보내는 네브라스카에서의 삶은 좌초가 아닌 절망 그 자체일 것이다.

 

닐은 성장하고, 메리언은 나이 들어간다. 서부 개척시대 끝자락, 닐이 본 것은 이미 찬란한 빛을 소진한 황혼의 여운’(193)이다. 대령의 몰락과 함께 메리언은 스스로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쓴다. 닐이 사랑했으나 좀처럼 이해할 수는 없었던 여인 메리언은 자기 안에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에 그걸 되찾고자, 그것 때문에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런데 그 방법은 닐이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과 많이, 너무도 많이 어긋나 있기에 닐은 상처받고 당혹해한다. 그런 메리언의 모습을 보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잃었다고, 이슬이 미처 마르기도 전에 아침이 망가졌다고,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모든 아침도 망가졌다고 그는 씁쓸하게 되뇐다. “썩은 백합은 잡초보다 악취가 역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메리언이 썩은 백합인지, 잘못 이식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온갖 방법으로 애를 쓴 강인한 잡초였는지 판단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의 몫이리라.

 

<로스트 레이디>에서는 닐과 포레스터 부인의 이야기 외에 뜻밖으로 묘한 감동을 주는 인물들이 있다. 닐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메리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존재로 여겨진 포레스터 대령의 인간다운 면모(특히 마지막 후반부에 밝혀지는), 소년들 가운데 제 나름으로 포레스터 부인에게 존경심과 충성심을 표현한 그 인물이 그렇다. 특히 끝부분에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못해도 풍성한 노랑 장미를 갖고 온 그 소년. 온종일 창백한 얼굴로 침착함을 유지하던 포레스터 부인이 그 꽃다발을 보고는 와르르 무너졌듯이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그 옛날 메리언의 비밀을 목격하고도 침묵을 지켰던 소년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그 소년에게도 포레스터 부인과 포레스터 대령은 삶에서 꽃처럼 피어난 존경심과 충성심을 바칠 드문 사람들이었을 테고, 그는 그것을 제 나름대로 지켜간 것이었으리라. 언젠가 꽃은 시들고, 그 아름다운 모습도 향기도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지라도,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꽃의 신선함처럼 영영 사라질 지라도 마음속으로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박제해 두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닐이 눈부신 나날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다고 회한에 찬 말을 하더라도, 한때 그가 사랑했던, 매혹 당했던 우아함, 다채로움, 사랑스러운 목소리, 검은 눈동자 속에서 빛나던 즐거움과 환상. 이 모든 것들은 영원히 잊히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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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2-0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달에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도서관에 신착도서로 누군가 신청해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순서를 기
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빨랑 만나 보고 싶습니다.

잠자냥 2021-02-02 14:08   좋아요 0 | URL
윌라 캐더 <우리 중 하나>를 사 읽어보려던 참에, 폴스타프 님의 리뷰(번역 관련) 읽고 그 책은 안 읽기로 했거든요.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레샥매냐 님께 빨리 순서가 오길~ ㅎㅎ

단발머리 2021-02-02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근사한대요. 잠자냥님 리뷰 읽고 나니까 마음이 막 조급해지네요.
사실, <티끝 같은 나> 대기하고 있거든요. 잠자냥님과 공쟝쟝님의 그러니까, 잠자쟝님들의 2020 최고의 책이요.
이거 읽어야 다음책 읽는데, 우아! 포레스터 부인, 저도 만나고 싶어요 @@

잠자냥 2021-02-02 14:11   좋아요 1 | URL
하지만 그러나 저는 <티끌 같은 나>부터 읽으시라고 하고 싶습니닷!! 잠자쟝들의 최고의 책!

다락방 2021-02-02 14:20   좋아요 0 | URL
단발님 일단 티끌 같은 나 먼저 읽으세요. 왜냐하면 저 아직 이 책 안샀으니까, 이건 제가 책을 산 다음에...(왜?)

잠자냥 2021-02-02 14:23   좋아요 0 | URL
그럼 단발머리 님은 3월 이후에 이 책을 사셔야 하네요. 또르르.. T.T

다락방 2021-02-02 14:25   좋아요 0 | URL
그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1-02-02 14:26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망설이는 동안에 <그녀들의 이야기> 절판 됐어요!!!! 아니, 작년에 나온 책이 이게 무슨 일이지?? 판권 때문인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0539628

단발머리 2021-02-02 14:37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를 어째 ㅠㅠㅠ
일단 저는 티끌부터 시작해야할텐데요🥺

유부만두 2021-02-02 18: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맘이 막 급해져요. 아, 내가 정말 서재 끊든지 해야지, ...

Falstaff 2021-02-0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말이나 담 달 초에 예정 잡혀 있는 책이라, 내용은 걍 휘리릭 날려 읽고 마지막 문단은 잘 읽었습니다.
캐더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선량하고 곧은 사람들 이야기인 것 같아 안심이 되는군요.
아, 난 울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잠자냥 2021-02-02 15:19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읽을 책은 줄거리 휘리릭~ 넘어가는 게 현명하지요.
네, 딱히 악한 인물은 없다고 봅니다. ㅎㅎ

blanca 2021-02-0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너무너무 좋죠! 잠자냥님, 헉 저는 대충 읽었나 봐요. 그 비밀 지켜줬던 소년이랑 마지막에 부인 죽음 전달해 준 사람이 동일인이군요!! 세상에나...

아, 윌라 캐더 너무 좋아요. 지금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대기중이랍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21-02-0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2-02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리뷰 읽으니 핏츠제럴드 생각이 너무 나네요. 그의 단편 중에 <겨울 꿈> 이요. 그 단편이 너무 겹쳐져요!!

잠자냥 2021-02-02 23:07   좋아요 1 | URL
오, 놀라우신 분! 안 그래도 이 작품을 읽고 피츠제럴드가 윌라 캐더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아무래도 자기 작품이 당신의 작품 몇몇 구절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거 같다, 표절처럼 보일 거 같아서 설명하려고 한다 뭐 그런 편지요. 윌라 캐더는 너그러운 답장을 보냈는데 이 책 말미에 그 둘이 주고받은 편지도 실려 있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1-02-03 05:47   좋아요 0 | URL
그 단편에 그런 문장 나오거든요. ‘꿈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문장이 완전 겹쳐요!!

2021-02-10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0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6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6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