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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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절판된 책이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컬러 퍼플>이 얼마 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명성은 익히 들었으니,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가고도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읽기를 마친 후에는 그래, 당연하지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이런 작품이 고전으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책이 들어가겠는가.

서간체로 이루어졌는지도, 또 이렇게 잘 읽히는 책인 줄도 몰랐다. 그렇다. <컬러 퍼플>은 흡인력이 상당해서 좀처럼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뜻밖에도 재미가 있어서 며칠 만에 읽기를 마쳤다. ‘재미’라는 말은 어쩌면 모순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스토리는 흥미진진하지만 사실 이 책은 읽기에는 고통스럽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첫 시작부터 끔찍하다. 열네 살 셀리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강간당한다. 휴.... (책을 읽으면서도 괴로웠는데, 이 글을 쓰면서도 또 한 번 고통의 한숨을 내쉰다). ‘대신한다’는 말도 모순이 있는데, 몸이 아픈 엄마가 부부 관계를 거절하자 아버지가 엄마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열네 살 밖에 안 된 딸을 강간하는 것이다. 엄마가 아프니까 너라도 해야 한다고.

그 후로 아버지의 강간은 습관적으로 일어나고 셀리는 임신하게 되고 아이까지 낳는 지경에 이른다. 자기 자식이자 동생인 아이들을 셀리의 아버지는 태어나자마자 누군가에게 줘버린다. 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자기 죄의 씨앗은 차마 마주보기 힘들었는가 싶기도 하다. 그 사이 아픈 엄마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이 인간 말종은 이제 셀리가 아닌 셀리의 여동생 네티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한다. 셀리는 네티도 그런 일을 겪을까 봐 불안하기만 하다. 동생은 지켜주고 싶다. 셀리에 비해 네티는 예쁘고 영리하고 똑똑하다. 그런 동생이 아버지의 손에 유린당할까 셀리는 그저 좌불안석.

네티를 탐내는 사람은 또 있다. 셀리가 이 작품에서 늘 00 씨라고 부르는 앨버트가 그러하다. 앨버트는 셀리의 아버지를 찾아와 네티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한다. 네티는 절대 안 된다고. 자기가 차지할 속셈이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휴....( 여기서 또 한 번 한숨과 온갖 육두문자를 중얼거린다). 대신 저 못생긴 애를 데려가라면서 셀리를 가리킨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일을 잘하고, 애를 잘 돌본다는 것이다. 앨버트는 애들을 잘 돌본다는 말에 이제 스물이 된 셀리를 가축마냥 데리고 간다. 그는 애가 넷이나 딸린 홀아비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셀리는 짐승 같은 아버지 손을 벗어나 또 다른 짐승인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것이다. 셀리의 지옥과도 같은 삶은 끝날 줄 모른다. 그 사이 네티는 자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아버지와 형부를 피해 달아난다.

이렇게 <컬러 퍼플>은 셀리가 처음에는 하느님에게 보낸 편지로, 그러다가 어느 순간 헤어진 동생 네티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다. 셀리와 네티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이 폭력적인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 셀리는 온전히 한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일으키며 이 작품은 자매의 고통스러운 삶을 몇 십 년에 걸쳐 보여준다. 여기에 또 다른 여성들, 셀리의 며느리인 ‘소피아’, 앨버트의 애인이었던, 그리고 아직까지도 앨버트가 사랑하는 ‘슈그’, ‘올리비아’, ‘타시’ 등등 또 다른 흑인 여성들의 삶이 겹쳐지면서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흑인 여성들이 싸우고 연대하고 살아남는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나간다.

나는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컬러 퍼플>은 ‘색깔’, 그러니까 흑백갈등에, 인종차별에 더 중점을 둔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은 사실 성차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남편’으로 이루어진 폭력적인 가부장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몇몇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부장제 아래서 신음하며 살아간다. 남자인 앨버트나 그의 아들 하포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 또한 가부장제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순종적이고 자기 목소리라고는 조금도 낼 수 없었던, 그저 착하기만 한, 어리숙한 주인공 셀리는 그 누구보다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다. 아버지로부터 남편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강간과 구타가 그녀의 일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몹시 고통스럽다.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그렇게 순응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셀리가 그토록 사랑한 동생 네티는 언니와 달리 똑똑했고 공부를 멈추지 않아 자기만의 목소리와 생각을 지녔고, 그렇기에 언니에게 늘 “싸워야 해.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셀리는 하느님에게 보내는 편지에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라고 고백할 뿐이다. 그럼에도 자꾸 사람들은, 아니 셀리 주변 여성들은 그녀에게 싸우라고 말한다. “셀리 식구들하고 싸워야 해. 내가 대신해줄 수는 없어. 스스로 싸워야 해.” 심지어 앨버트의 아들 하포가 결혼한 ‘소피아’도 시어머니인 셀리에게 싸우라고 말한다. 매를 맞는 데 익숙해져서 ‘지상이 삶은 금방 끝나고 천국은 영원하다’ 말하는 셀리에게 소피아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님 머리부터 깨버리세요. 천국은 나중에 생각하고요.”(72쪽)


저는 평생 동안 싸워왔어요. 저는 아빠하고 싸워야 했어요. 남자형제들하고도 싸워야 했고요. 사촌들, 삼촌들하고도 싸워야 했어요. 남자들이 많은 집안에서 여자애는 안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집에서도 싸워야 할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숨을 훅 내쉬웠어요. 저는 하포를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어요. 그건 정말이에요. 하지만 하포에게 맞고 사느니 그를 죽여 버리겠어요. (<컬러 퍼플>, 70쪽)


이렇게 주변의 당찬 여성들이 셀리에게 남편과 남편의 자식들에 맞서 싸우라고 요구해도 순종적인 셀리가 쉽사리 변하기는 어렵다. 싸우고 달아났지만 네티가 목숨을 잃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순종적으로 시키는 대로 하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자신이 차라리 나은 게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바보 같은 여자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은 놀랍게도 남편 앨버트가 사랑하는 여자 ‘슈그’이다. 병든 슈그가 앨버트와 함께 셀리의 집으로 오면서 셋이 한 집에 사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런 상황보다도 이 세 사람의 관계는 더 기묘하다. 남편 앨버트처럼 셀리도 슈그를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슈그 또한 셀리를 처음에는 무시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셀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저 자연의 위대한 색인 ‘보라빛’으로 물들이는 데 앞장서게 된다.

처음에는 남편의 애인을 사랑하는 셀리의 마음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동경인가 아니면 너무나도 노예 같은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처지에 익숙해졌나 싶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어리숙했고, 나날이 힘겹게 살아가느라 자신의 정체성 같은 것을 조금도 생각해 볼 틈이 없던 한 여인이 직접 부딪히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뒤늦게나마 깨닫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그리고 그런 사랑으로 자신도 저 들판을 물들인 아름다운 자연의 색깔처럼 또 하나의 아름다운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은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다.


어쨌건 내가 기도하고  편지를 썼던 신은 남자야. 내가 아는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이 행동해. 찌질하고 게으르고 비열하지. 그 남자가 불쌍한 흑인 여자의 말에 한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야.(<컬러 퍼플>, 255쪽)


백인 남성의 모습을 한 신. 그런 신은 셀리가 아무리 간절히 편지를 써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셀리는 이 끔찍한 삶을 저주하면서 신을 모독했다. 그러나 슈그는 다정히 속삭인다. 신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그것’일 뿐이라고 이 세상 모든 만물이라고.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며, 그렇기에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260쪽)를 낼 것이라고. 아마 그즈음부터 셀리는 하느님에게 편지 쓰기를 그만두고 동생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남자, 그러니까 신을 신경 쓰느라 신이 만든 세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으나 이제는 그 남자 대신 꽃, 바람, 물, 바위를 생각하는 셀리. 그리고 셀리는 이제 남편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 장면은 얼마나 통쾌한가.


나는 가난하고, 흑인이고, 못생겼고, 요리도 못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세상 만물에게 어떤 목소리가 말했어. 하지만 나는 여기 살아 있어. (<컬러 퍼플>, 273쪽)


<컬러 퍼플>은 처음에는 읽기 고통스러운 책이다. 셀리의 삶 자체가 줄곧 그러했기에. 그러나 누군가와 마음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는다. 삶을 바꿀 수 있다. 셀리의 인생이 증명한다. ‘비난에 맞서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자기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소피아의 말은 셀리 뿐만 아니라, 네티, 소피아, 슈그, 애그니스, 올리비아, 타시 등등 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 유효하다. 여성이여, 흑인이여, 싸우고, 연대해서 살아남으라. 그리고 더 소리 높여 목소리를 내라.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은 그렇게 강렬하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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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의 절반쯤을 어제 읽다 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당연히 인종차별도 다뤘지만 성차별을 진하게 다뤘더라고요. 오래전에 영화로 봐서 성차별에 대한 건 기억하고 있긴했는데 슈그와의 사랑은 제가 기억도, 짐작도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아,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구나! 저도 처음에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지, 싶었는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더라고요.

소피아가 남편을 때릴 때, 맞지 않고 맞서 싸울 때 너무 신났어요! 읽기 힘든 책임은 분명하지만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0-06-15 14:58   좋아요 0 | URL
전 오래 전, 영화는 차마 못봤어요. 영화도 좋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슈그와의 동성애는 처음에 모호하게 그려져서 이게 그게 맞나 저도 가물가물했는데, 아마도 셀리 그녀 자신도 몰랐던 거니까 그렇게 그렸던 거 같아요. 그런 목소리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앨리스 워커가 글로리아 스타이넘하고 80년대에 페미니스트 저널 <미즈> 편집인으로 활동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인종차별보다 성차별이 더 두드러진 작품을 쓴 거 같아요. 전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어요. 소피아가 하포 두들겨 패는 장면도 너무 통쾌하고 ㅋㅋㅋㅋㅋ

다락방 님이 <흑인 페미니즘 사상>하고 이 책을 어떻게 엮어서 읽으셨을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0-06-15 15:00   좋아요 1 | URL
흑인 페미니즘 사상 때문에 늘 미뤄두기만 했던 이 책을 읽게된 건 사실인데, 저는 컬러 퍼플 책장 넘기자마자 오히려 에코페미니즘 생각이 더 났어요. 컬러 퍼플 다 읽으면 페이퍼 써볼게요.

잠자냥 2020-06-15 15:03   좋아요 0 | URL
오! 기대됩니다! ㅎㅎ

Falstaff 2020-06-15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안정효 번역으로 읽었습지요.
남자도 첫 부분 읽으면 으윽! 이걸 더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쇼크 먹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등장인물은 제가 보기에 ‘슈그‘더라고요.
어쩄든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모든 인류가, 가해자 인종이든 피해자 인종이든, 여자든 남자든 간을 불문하고 다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0-06-15 15:19   좋아요 1 | URL
안정효 번역본은 셀리의 말에 충실해서 맞춤법 같은 거 원문처럼 엉성하게 번역한 거 같더라고요.
읽기는 좀 힘들어도 그것도 나름 흥미로웠을 거 같아요.
암튼 첫 부분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렇게 센 시작은.... 으으.....
슈그 정말 자유롭고 따뜻한 사람이죠.
모든 인류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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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베푼 선의로 살해당할 위기에 몰리는 주인공. 이 평범한 사람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긴장감 속에 책장이 휘리릭 넘어간다. 지리멸렬한 삶을 살던 이가 바캉스 한번 진짜 스릴넘치게 다녀왔구나. 우리가 사는 일상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생각하면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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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데요 뭔데요. 아 저 너무 읽고 싶네요. 사겠어요. 땡스투~

잠자냥 2020-06-15 13: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컬러퍼플 읽고 나니 이런 가벼운(?) 책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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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목소리도, 생각도 없던 여인이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서 스스로 한 인간으로 우뚝 서는 과정이 눈부시게 그려진다. 여성은 물론 남성까지 망가뜨리는 가부장제의 폭력이 너무나도 생생히 그려져 읽는 내내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끝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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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어떻게 읽으셨어요, 잠자냥 님. 저는 지금 이 책 다섯장 정도 읽었는데 한맺히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드네요, 이 책.

잠자냥 2020-06-14 19:24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정말 힘들죠? 앞으로도 많이 힘들 거예요... 그러나...

단발머리 2020-06-14 21:24   좋아요 0 | URL
전 책소개 읽고 나서 고민고민하다가 책 반납했거든요ㅠㅠ 잠자냥님이 점점 힘들거라 하시니...다락방님 완독 후에 어떻게 할지 정하려고 해요. 그게 좋겠지요?

잠자냥 2020-06-14 21:4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그러나 꼭 읽어보세요! ㅎㅎ
 
[eBook] 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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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이 책으로 인해 무척 즐거웠다.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가 싶은 그런 책이다. 서머싯 몸, 정말 얄밉게도 글 잘 쓴다. 모두 80장인 이 작품은 각 장이 단 몇 페이지로 이루어져 짧게 끝난다. 20분짜리 일일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해서 아, 한 회만 더, 한 회만 더 이렇게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 같다.

 

시작부터 상당하다. 여자와 남자가 밀회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누군가가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그들이 부부이고, 자신들의 집에 있는 거라면 이렇게 놀랄 일이 없다. 하녀나 하인 중 한 사람이겠지, 남자가 다독이자 여자가 말한다. 이 시간에 그들은 여기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월터일지도 모른다면서 공포에 질린다. 남자의 신발을 가리키고, 모자는 대체 어디에 뒀냐고 묻고, 남자는 불안한 마음으로 숨을 곳을 찾고……. 딱 봐도 불륜이다. 그런데 남편인 월터가 한낮에 갑자기 집에 온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시작 부분 단 몇 쪽에서 펼쳐진다.

 

여자의 이름은 키티, 남자는 찰스. 여자는 유부녀여도, 남자는 총각인가 싶은데, 그것도 아니다. 그 또한 아내가 있다. 전형적인 잘생기고 능글능글한, 자아도취적인 바람둥이 유형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남자, 뭐가 좋아서 반했을까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유형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렇다고 키티이 여자가 호감 가는 인물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신분 상승 욕구와 허영 많은 엄마 때문에 그렇게 길들여져서 남자들 눈길을 즐기고, 돈 많고 잘생기고 집안 좋고 지위도 좋은 그런 남자와 결혼하는 게 유일한 삶의 목표인, 자기의 엄마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그런 여자로 자랐다.

 

그런데 문제는 온갖 남자들의 구애를 즐기면서 아무나 상대할 수 없다고 뿌리치면서 도도하게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꽉 차서, 아니 그마저도 자칫 지나가 버릴 거 같다. 이제는 구혼자들도 늙은 남자뿐이고 그마저도 드물다. 그런 중에 자기보다 못나고, 그래서 엄마에게 구박만 받아 온 동생이 먼저 결혼하게 될 것 같다. , 이걸 어쩌지! 초초하다. 엄마도 이제는 큰딸 키티를 냉대한다. 한심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월터’- 이 남자는 키티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다. 얼마나 희미했는지 몇 번이나 춤을 춘 사이이지만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관심 있는 것 같지만, 지루하고 따분하고 음울하다. 그런데 어느 날 월터가 그녀에게 청혼한다. 키티는 엄마의 냉대도, 구혼자 없이 나이 들어가는 처량한 처지도, 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것도 견딜 수가 없던 차에, 월터의 청혼을 허락하고 만다. 그를 눈곱만치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비극은 여기서 시작한다. 세균학자인 월터는 예의도 바르고, 생긴 것도 딱히 크게 문제 삼을 것 없고, 남들 평판도 그만하면 괜찮다. 게다가 키티를 거의 숭배하듯이 사랑한다. 그런데, 키티는 그에게 전혀 애정을 느낄 수가 없다. 관심사도 서로 너무나 다르고, 이야기를 나눠도 도무지 즐겁지 않다. 세균학자인 월터를 따라 결혼 후 홍콩으로 오게 된 키티는 그곳에서 찰스를 만나고, 이 능글맞은 바람둥이와 사랑에 빠진다. 아니, 키티에게는 사랑이었을지 모르지만 찰스에게는 그저 욕정 풀이 대상이었을 뿐인 그런 관계.

 

그런데, 키티와 찰스가 밀회를 즐긴 그 오후에 집안에서 문을 돌리던 소리의 주인은 하인이나 하녀가 아닌, 월터가 맞을까? 벌써 들킬 리가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서머싯 몸은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는다. 그 생각을 깨뜨려버린다. 그렇다. 그날 문을 열려다가 그냥 돌아간 사람, 한낮에 집에 돌아왔다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알게 된 사람은 월터였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 배신에 크게 고통받은 월터는 아내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찰스가 이혼하고 그녀와 결혼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함께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오지로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키티는 자신만만하다. 찰스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의 아내와 당장 이혼할 것이고 자신과 곧 결혼할 것이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찰스가 결코 그럴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능글맞고, 호색한에, 키티가 아니더라도 다른 그 어떤 여자와도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될 남자라는 걸 뻔히 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오직 이 세상에 키티 뿐이다. 월터마저도 찰스가 그런 싸구려 인간임을 알기에 그런 제안을 쉽사리 한 것이다. 복수심에 가득차서 냉소 가득한 얼굴로. 실제로 키티가 모든 상황을 찰스에게 털어놓자, 이 능글남은 자신은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라며, 키티를 설득한다.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으로 가라고……. 그렇다. 자기만 살자는 거다.

 

찰스의 배신과 월터의 증오, 콜레라가 창궐하는 지역으로 끌고 가 자신을 죽이고야말겠다는 그 무시무시한 미움과 증오에 부르르 떨던 키티는 결국 월터를 따라서 중국 오지로 떠난다. 그곳에는 오직 죽음만이 있다. 사랑이나 욕망, 배신, 질투 이런 인간의 감정들이 사치에 가까워 보인다. 월터와 키티는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도, 아니 월터는 그런 중에도 여전히 키티를 사랑하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이 죽음의 마을에서 형식적인 부부로 함께 지낸다. 그 사이 키티는 수녀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봉사를 시작하고, 워딩턴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허영기 많던 그 철없는 여인에서 조금씩 변모한다. 오직 죽음만이 넘치는 이 공간에서 인간의 세속적 욕망들은 그저 덧없어 보인다.

 

, 그러면 독자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 이렇게 변한 키티가 월터의 참된 면모, 그러니까 이타성과 신의, 지성과 감성 등 위대한 품성을 갖춘 그의 진면목을 깨달아서 두 사람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결말로 가는구나!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머싯 몸은 얼마나 잔인한지, 아니 얼마나 인간을 잘 아는지,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꿰뚫어본다. 마치 월터가 키티의 그 경박한 속성을 다 알고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듯이, 서머싯 몸 또한 인간은 그렇게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고, 얼마나 얕고 천박하며 이기적이며, 또 비속한 존재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사랑의 속성도.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지 않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하지 않다는 걸, 천박하지 않다는 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 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랑에 보답 받지 못하면 불만을 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길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신이 그래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않았어. 내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니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때때로 당신이 나로 인해 행복하거나 당신에게서 유쾌한 애정의 눈빛을 느꼈을 때 황홀했어. 나는 내 사랑으로 당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내 애정에 참을성을 잃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는지 언제나 조심했어. 대부분의 남편들이 권리로 여기는 걸 나는 호의로 받아들였어. (<인생의 베일> 96~97)


월터의 키티를 향한 이 호소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절절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키티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필 수 없으리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사랑을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랑은 동정이나 연민아 아니니까. 그가 아무리 세균학자로, 의사로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을 자기보다 더 생각하는 이타성 넘치는 인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훌륭하다는 칭송을 받고, 고결한 취미에, 똑똑한 지능을 갖추었더라도, 키티에게는 사랑을,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오히려 월터가 키티의 경박함과 매력적이지 않은 속성들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듯 키티 또한 잘생겼지만 그것 빼곤 딱히 볼 게 없는 찰스를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조차 모를 수도 있어요.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는데 나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루함만 느낄 테니까요.”라고 말했듯이 키티는 월터가 자신을 사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함부로 대한다. , 인간이란!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베일>사랑은 있으나 진짜 사랑이라고 이를 만한 것은 없는 기묘한 소설이다. 월터는 죽어가는 순간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듣기는 하지만 나도 알고, 이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한 인간, 그러니까 친구가 죽어갈 때 느낄 법한 연민이나 슬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마음이지 설레고 들뜨고, 안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그를 생각하면 한없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랑이 결코 아님을. 월터 그 자신 또한 알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죽은 것은 개에 물린 사람이 아니고 개였다. 쓸쓸히 말한 것이리라.

 

키티는 영국을 떠나 홍콩에서 지낸 후, 다시 홍콩을 떠나 중국 오지로 가면서 서서히 변화했다. 그 사이 사랑도, 이별도, 죽음도 경험한다. 스스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지! 서머싯 몸은 그런 인간의 얄팍한 속성을 또 얼마나 잘 아는지! 키티는 찰스와 재회하고 그토록 혐오스럽다던 그 인간과 또다시 놀아나고 만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한심한 여자야,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키티가 정말 구제불능이라고 느꼈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혐오는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나 보다. 키티 그녀도 찰스와 다시 육체관계를 맺고는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그래, 그래야 마땅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저 욕정일 뿐. 그래, 콜레라가 창궐하는 오지에서, 서로 싸늘한 월터와 육체관계를 맺었을 리는 없고 그랬다면 그처럼 오래 참았으니 욕정에 들끓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이해하자……. 그래도 아이고 이 여자야 싶어진다. 못마땅하다. 그럼에도 서머싯 몸이 인간을 얼마나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잘 파악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미성숙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는 점에는 감탄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마지막에 키티가 아버지와 함께 또 다른 나라로 떠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진실로 홀로서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부모, 특히 엄마로 인해 허영심 많은 여자, 그저 사랑한답시고 결국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 위한 여자로 키워진 키티. 그녀가 자기 딸만큼은 자유롭고 자기 발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키울거라는 결심을 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그 성장을 바탕으로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오롯이 혼자해쳐나가는 결말이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 서머싯 몸도 불완전한 인간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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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6-1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 진짜 최고의 2류라니까요!
어찌 책마다 그렇게 맛있게 쓰는지....라고 열라 생각했다가, <어센든>까지 가면 글쎄 흑흑... 폭망입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0-06-11 14:43   좋아요 0 | URL
헉! <어센든> 최근에 열린책들에서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으로 나왔기에 한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꼬마요정 2020-06-11 15:05   좋아요 0 | URL
헉, 저 그저께 샀는데요...ㅠㅠ

Falstaff 2020-06-11 15:07   좋아요 1 | URL
몸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씀입죠. 그래도 이름 값이 있는데요.
작가 자신이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스파이 출신이잖아요. 그래도 세월이 많이 지나고, 헐리우드 스파이 물을 충분히 경험한 요새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 하여튼 그렇습니다. ^^;;

잠자냥 2020-06-11 15:3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는 그래도 한번 직접 읽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몸의 <과자와 맥주> 좀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음....

Falstaff 2020-06-11 15:52   좋아요 1 | URL
흑흑흑... 제가 읽은 <어센덴>도 그 출판사에서 나온 겁니다.
그래서 재미가 덜했을까요? 신상웅이던가, 그 양반이 일본 태생이라 워낙 일본어에 능통해서요. ㅎㅎㅎ

다락방 2020-06-12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리뷰 읽어보니 다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어센든..몰랐는데, 뭐라고요? 저도 한 번 검색해보겠습니다. ㅋㅋ

(잠시후) 검색했는데 이 책을 추천마법사가 다락방님께 추천한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12 10:48   좋아요 0 | URL
정말 또 오랜만에 재미난 책 읽었어요. 전 전자책으로 읽고도 왠지 종이책 사고 싶어지더라니까요. ㅋㅋㅋㅋ
어센든! 추천 마법사의 추천이 과연 잘 맞아떨어질지! 두둥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6-13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독서모임에서 이 책 만나고
나서 영화로도 구해서 본 기억
이 나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모옴이라는 냥반이 정말 당대
로맨스를 그리는데 있어 대단한
실력가이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잠자냥 2020-06-14 08: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이참에 영화도 한번 버려고요. ㅎㅎ

coolcat329 2020-07-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ㅋ 저도 그 문제의 장면에서 이 한심한 여자야...미쳤구나 미쳤어...했는데, 오히려 이것이 진짜 인간의 사는 모습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잔인한 모습이 독자는 또 좋잖아요 ㅎㅎ

잠자냥 2020-07-13 21:54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그 장면 진짜 아하 이 여자를 어이할꼬 하다가도 그런 게 인간이지 싶고... 암튼 몸이 참 잘 썼어요. ㅎㅎ
 

어제 드디어 창비 우롱상자가 도착했다.


나의 정신적 자유와 글 쓸 자유를 위해 내 블로그 및 알라딘 서재를 읽지 않는 애인은 드디어 우롱상자 왔다는 소리에 진지한 얼굴로 창비에서 우롱차 보내 준 거냐고 물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내가 리뷰 대회에서 석류즙/오디즙 이런 걸 받은 적도 있어서 또 그런 것인가 했다는.... ㅋㅋㅋㅋㅋ



상자는 일단 라면 박스보다는 매우 작다 (과대포장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열어보니 창비 굿즈가 위에 떡하니....(역시 상자는 빈틈없을 정도로 꽉 찬다. 과대포장 절대 아님 ㅋㅋ)



드디어 모시는군요. <주군의 여인>이여. 1, 2권 모두 600쪽 넘음. 1200쪽의 위엄...(각 권 17,000원)



상자만 오면 관심 폭발 고냥 2호 등장.



나도 빠질 수 없지.... =33 고냥 3호도 등장


이 아이들이 관심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노끈!!!
이때부터 개봉하다 말고 집사와 삼냥이들의 노끈 놀이 15분 간 이어짐.
(이날 창비 우롱상자에서 단연코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노끈이었다고....)



창비 굿즈. 에코백/수첩(4개)/메모지/연필/시요일 한 달 구독권 (폴스타프 님, 이제 받으셨지요? ㅋㅋㅋ)



책꽂이에 꽂아 보았당! 레헨따 1은 전자책으로 갖고 있음....(시공사 책 몇 권 다른 쪽으로 뺐음)



내가 갖고 있는 창비세계문학... 사실 몇 권은 읽고 팔았..... ;;
아, 그러고 보니 <주군의 여인>에 '창비드림' 도장 안 찍혀 있었다! 이것도 독자 불만 수용한 듯??


암튼 잘 보면 <죽음> 그러니까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내가 별 다섯 개 준 작품으로 소장 중(레헨따2 옆에 꽂혀 있다. 글씨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음).

그러나 <고뇌> 즉,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는 없음. 절대 갖고 싶지 않음...
이 작품은 중학교 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문고판으로 읽었는데, 사실 그때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 후로 괴테 작품은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편력시대> <이탈리아 여행기>까지 읽었지만....
다 별로였다. 난 괴테를 참 좋아하지 않는구나...


암튼 이렇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창비우롱상자. 집단 지성... 아니고 의 힘. ㅋㅋㅋ



자, 이제 <주군의 여인>을 읽고 리뷰를 써야지. 그러나 언제 읽을지는 모름; 넘나 두꺼운 것.

사실 이 작품은 옆집의 주정뱅이 폴스타프 님 리뷰 읽고 궁금해진 책이다.

올해 안에는 읽고 리뷰 쓸게요. 창비여, 고마워요. ㅋㅋㅋ 

<주군의 여인> 마니아가 될 테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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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1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주군의 여인 창비드림 찍혀있었는데요?! 흐음..

이 페이퍼로 인해 잠자냥 님의 책장 사진을 보게 되어 너무 좋네요. 이왕이면 전체샷도 올려주시지... 넘나 궁금한데 말입니다.....
그건그렇고 이제 잠자일보는 더이상 볼 수 없는건가요? (서운..)

잠자냥 2020-06-11 11:01   좋아요 0 | URL
학 정말요? 전 도장 안 찍혀있었어요. 이론이론....
그렇지만 읽고 나서 팔지는 않을 거 같아요. 할머니 되고 나서도 창비우롱상자를 추억하기 위해 간직하려고요. ㅋㅋㅋ

그나마 저 책장 사진은 알라딘 이웃들이 다른 사람 책장 구경하는 걸 좋아하시는 듯하여(저 또한 그렇고요) 다른 사진보다는 좀 크게 올렸어요. 제 책장은 온갖 잡동사니가 섞여 있는 터라 ㅋㅋㅋㅋ 나중에 정리되면 한 번 소개할게요.

잠자일보는... 음 또 뭔가 이런 재미난 일이 있으면 특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ㅎㅎㅎ

Falstaff 2020-06-11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 된 일입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창비도 이렇게 변하게 만드는 독자, 소비자들의 힘. 크... 이걸 ‘연대‘라고 하셨나요, 특종에서? ㅋㅋㅋ
며칠간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자일보 특종에다가 여러 재미난 에피소드들.
정말 먼 훗날까지 기억할 즐거운 추억입니다.
<주군의 여인> 즐기세요. 제발 책하고 궁합이 맞으셔야 할 텐데요. ^^;;

잠자냥 2020-06-11 11:23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창비의 사전에 반성을 집어넣은 집단지랄 연대의 힘! ㅋㅋㅋㅋ
암튼 즐겁고 기분 좋은 추억이었어요. ㅎㅎ
<주군의 여인> 휘리릭 넘겨 보았는데 재미있을 거 같아요!

초란공 2020-06-11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여인>은 표지가 근사하네요. 저도 괜히 솔깃해지는 책이네요^^ 그나저나 이런 특종을 낚으시려면 이렇게 책을 많이 읽으셔야한다는 걸 알았어요^^ 책이 정말 많으시다는...

잠자냥 2020-06-11 12:40   좋아요 0 | URL
<여인> ㅎㅎ 상당히 흥미진진해 보이는 내용입니당!
다 읽으면 꼭 리뷰 남길게요. ㅎㅎ
저 책은 제가 갖고 있는 책의 극히 일부에요.. ㅠ_ㅠ
날마다 책이 쌓여서 참 처치곤란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0-06-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정신적 자유와 글 쓸 자유를 위해!!! 키햐! 잠자냥님 내 스타일! 저희 집 사람은 제가 리뷰대회 응시한 것도 모릅니다. 이전 죽음과 고뇌도, 빌레뜨도 다 제가 산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 그런 일이 있었대~ 라고 남이야기 하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냥이들 3호까지 있으시다니 대식구시네요. 저도 다락방님처럼 잠자냥님 책장샷 너무 좋아요. 역시나 역시~ 그런 생각도 들고요. 제 책엔 도장이 찍혀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좋은 추억 선사해주신 알라딘 이웃분들께 감사드려요. 잠자일보는 격주 발행 안 되나요? ㅎㅎㅎㅎㅎ

Falstaff 2020-06-11 12:33   좋아요 0 | URL
커헉!
단발머리 님이..... 남성분이세요? ‘저희 집사람‘...이시라니.
하여튼 우롱상자의 미스테리는 끝이 없습니다. @@

아직 여성분이 남편더러 ‘집사람‘이라고는 안 하지요? 혹시 몰라서.... ^^;;;

단발머리 2020-06-11 12:36   좋아요 1 | URL
저에요. 그런 사람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집(에 저랑 같이 사는) 사람.... 이런 의미고요.
제 실명은 남자틱하다는 점도 알려드려요. 약국 가서 처방전 내밀면, 남편 분 약인가요? 그러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11 12:4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아니 정말 도장 찍혀있었어요?! 저만 안 찍혀있었나봐요. ㅎㅎㅎ
잠자일보는 내맘대로 발행입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11 12:42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 / 폴스타프 씨(42세, 남) ˝창비우롱사태에 세대격차 절감˝ ㅋㅋㅋㅋㅋㅋㅋ

초란공 2020-06-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내지를 촛불에 비춰보면 ‘창비드림’이라는 글자가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아니면 창비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께는 도장을 찍지 않고 특별히 관심독자 명예의 전당 리스트에 기재되어 관리된다는 뜻일까요? ㅋㅋ

잠자냥 2020-06-11 13: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럴까요? ㅋㅋ 오늘 집에 가면 한번 불빛에 비춰보겠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