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이야기 -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그녀들의 이야기》 이 단편 모음집에서 케이트 쇼팽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이디스 워튼 <다른 두 사람>은 이미 다른 단편집을 통해 읽은 작품이다. 그밖에도 루이자 메이 올컷이나, 제인 오스틴, 윌라 캐더, 샬럿 퍼킨스 길먼, 캐서린 맨스필드, 버지니아 울프 등의 이름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다른 작품들로 만나본 작가들이다. 그래서 처음 이 단편집을 봤을 때, 꼭 사서 읽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좋은 작가의, 괜찮은 작품들이 있을지 몰라. 그런 작가와 작품을 발굴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읽어볼까 싶은 마음. 다행히 그 예상은 기분 좋게 적중했다.

첫 두 편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올컷의 <내가 하녀가 되었던 경위>는 올컷이 ‘말동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어느 집의 하녀 생활을 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작은 아씨들>의 ‘조’처럼 독립적이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애를 쓰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 여성은 바로 올컷 자신이다. 하녀 일을 하겠다고 나선 딸을 말리면서 루이자의 어머니는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네 자존심이 너무 세지 않니”라고 말하는데, 거기에 루이자는 “저는 빈둥거리면서 얹혀살기에 자존심이 너무 센 거예요. 차라리 바닥을 닦고 빨래를 하겠어요.” 답한다. 이런 부분이 속시원하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누이의 ‘말동무’가 되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가온 ‘요세푸스 목사’가 루이자가 정작 찾아가자 누이의 말동무는커녕 그 자신이 루이자를 자기 하녀처럼 부리며 온갖 일을 시키는 장면이다. 그렇게 위선적이면서도 말은 얼마나 교묘히 잘하는지 역겨울 정도인데, 거기에  루이자는 당당히 응수한다.

두 번째 작품인 <세 자매>는 제인 오스틴 특유의 결혼과 로맨스에 대한 신랄한 냉소가 넘친다. 나는 제인 오스틴 작품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많이 읽어보지도 않고 이런 소리를 하기는 뭐하지만,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성의 로맨스와 결혼 이야기에는 그다지 흥미가 일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로맨스나 결혼 아니면 쓸 이야기가 없는가? 하는 반감이 들어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 장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세 자매 중 누구하고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돈만’ 많은 남자의 구애를 두고 세 자매가 고민에 빠지는 내용이 그려진다. 그중 이 결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첫째 메리로, 그녀는 이 결혼으로 자신이 원하는 부와 지위를 얻으리라 기대하지만, 결혼 상대인 남자는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런 메리를 보며 “그 사람이 메리 언니를 행복하게 해주진 못하겠지만, 그 사람 돈과 가문과 저택과 마차는 행복하게 해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막내의 시선이 꽤 신랄하다. 읽다 보면 오직 돈과 지위, 명예 등 ‘사랑’이 아닌 ‘필요’ 때문에 이루어지는 결혼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씁쓸한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별 감흥 없이 읽어나가다가, 앗! 바로 이거야, 하는 작품을 발견했는데,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가 바로 그렇다. 이 단편을 읽고 작가의 다른 국내 번역작을 찾아봤는데 이렇다 할 작품을 발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평생 서른 권이 넘는 단편집과 소설을 출간했고, 소설 속 여성 인물들에게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여성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려고 노력했다는 작가, 심지어 1926년에는 여성 최초로 미국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5년에 한 번 그 시기에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가에게 주는 메달을 받았다는 작가. 그런데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너무나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뉴잉글랜드의 수녀>에는 루이자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잘 가꾸어진 집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하루가 저물 때 쯤 그녀의 집에 조 다겟이 찾아온다. 보아하니 둘은 연인 사이인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연인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다정한 대화나 포옹 같은 것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색한 상태에서 몇 마디 나누다가 다겟이 탁자 위에 놓인 루이자의 책과 잡지를 뒤적이며 살펴본다. 그러다가 다겟은 그걸 아무렇게나 내려놓는다. 바로 그때 루이자는 어색하지만 단호하게 책과 잡지가 원래 놓였던 순서, 그러니까 다겟이 오기 전, 자신이 정갈하게 의도를 갖고 배치해놓았던 순서대로 돌려놓는다. 다겟은 머쓱해져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어떤 책이 위에 있는지가 중요해?” 그러자 루이자는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답한다. “항상 이렇게 놓거든.”

아, 난 이 장면을 보고, 루이자와 다겟의 미묘한 사이, 그리고 루이자이 성격까지 단번에 파악했다. 루이자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가 세워놓은 일상의 가지런한 질서와 규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사랑(?)하는 이가 오더라도 자기 공간에서 자신의 물건을 아무렇게나 만지고 그 배열 순서를 망치는 행동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허락은 하더라도 원래 모습 그대로 돌려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이다. 조 다겟은 루이자의 집을 나서면서 ‘자신이 마치 도자기 가게에서 나온 악의라곤 전혀 없던 순진한 곰처럼’ 느낀다. 반면 루이자는 ‘오랫동안 시달린 친절한 도자기 가게 주인이 곰이 나간 후 느꼈을 법한 기분’을 느낀다. 그가 나가자마자 양탄자에 묻은 흙을 ‘그럴 줄 알았다’면서 털어내기 바쁘다.

조 다겟은 일주일에 두 번 루이자를 찾아왔고, ‘섬세하게 꾸며진 그녀의 예쁜 방에 앉을 때마다 레이스로 만들어진 울타리’에 갇힌 기분을 느낀다. ‘그는 자신의 투박한 손과 발이 혹시나 요정의 거미줄에 걸릴까 봐 움직이기 두려웠고, 루이자 역시 똑같은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이런 구절을 읽고, 루이자를 탓할 수도 있으리라. 연인 사이라면서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그런 시간을 즐기면서도 어떻게 연인이 자신의 방을 어질러놓고, 물건을 헤집어 놓는 일에 신경 쓰느라 서로에게 몰두하지 못할 수 있을까?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 이렇게 생각하리라. 실제로 두 사람 사이는 미묘하다. 그들은 한 달 안에 결혼할 예정이다. 한때는 서로 사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쎄.... 약혼 기간이 무려 15년이나 이어졌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느낀 것은 무려 15년 전이다. 15년 중 14년 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편지도 주고받지 못했다. 그 긴 세월 내내 다겟은 호주에 있었다. 한몫 잡는다고 호주로 떠났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동안 인내하며 자신을 기다린 여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루이자의 어머니와 오빠가 죽었고, 그녀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15년 동안 이어진 약혼, 14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연인 아닌, 연인, 그리고 홀로 남겨져 그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사는 조용하고 정갈한 삶에 익숙해진 여인. 그런 여인 앞에 어느 날 옛 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만 남은 약혼자가 돌아온 것이다. 조 다겟이 돌아왔을 때 루이자가 받은 첫 느낌은 곤혹스러움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4년도 아닌 14년이다. 서로 얼굴을 보기는커녕 편지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이 긴 세월 동안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속임수며 기만이 아닐까. 심지어 루이자는 이제 행복한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녀의 지난 세월, 특히 최근 7년간의 삶은 잔잔한 행복으로 그득했고, 그녀는 연인이 곁에 없다고 단 한 번도 불안해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뉴잉글랜드의 수녀>, 111쪽). 그런데 갑자기 결혼해서 남자의 집으로 옮겨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다.


루이자는 혼자 사는 집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 예술에 가까운 열정을 느꼈다. 그녀는 보석처럼 빛날 때까지 광을 낸 창틀을 보면 진정한 승리감으로 두근거렸고, 말끔한 서랍장 속에 청결히 개켜진 채로 라벤더와 전동싸리와 완벽한 순수의 향을 풍기는 옷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것들을 지킬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녀의 뇌리에 어떤 이미지가 스쳤는데, 너무 놀란 그녀는 거의 천박하다고 여기며 생각을 떨쳐냈다. 그것은 투박한 남편의 물건이 끝없이 널려 있는 광경, 섬세한 조화 속에 거친 남자의 물건이 끼어들며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킬 먼지와 혼돈이었다. (<뉴잉글랜드의 수녀>, 113~114쪽)


루이자는 이 고요한 혼자만의 삶을 뒤로하고 조 다겟과 결혼해 그의 공간으로 옮겨가게 될까? 사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그렇고, 전개되는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독자가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결말로 나아가기까지 뜻밖의 사건이 일정 역할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루이자가 다겟과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자기만의 독립적인 삶을 계속 꾸려나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요와 평온한 협소함 자체가 그녀의 타고난 권리’가 되고 ‘하루하루가 똑같으며 이렇게 매끈하고 무결하고 순수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치는 기분. 그래서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헤아리는 루이자. 그 결말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인 <뉴잉글랜드의 수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그렸기에 ‘뉴잉글랜드의 수녀’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난, 아니 애초부터 그러한 길을 걷지 않음으로써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와 같은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 무척 역설적인 제목이라 할 수 있다. 

<누런 벽지>로 유명한 샬럿 퍼킨스 길먼의 <변심>도 짧지만 강렬하다. 역시! 하고 감탄하게 된다. 크게 놀라운 내용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완벽해 보이는 부부. 그들의 집에 젊고 아름다운 하녀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 다음은 예상 가능한 전개. 알고 보니 남편이 하녀를 겁탈해서 임신하게 만들고 뭐 그런 내용이 펼쳐진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과 하녀의 관계를 알게 되는 장면이 매우 기발하고 절묘하며 스릴(?) 넘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편과 하녀 게르타의 관계를 알게 된 매로너 부인의 태도에, 더불어 그토록 오래 전에 ‘이런’ 작품을 쓴 작가에게 감탄하게 된다.

처음에 매로너 부인은 남편과 하녀의 관계를 알고는 분노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이 젊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녀는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는가! 매로너 부인은 불쾌함과 분노에 휩싸여 울며 애원하는 하녀 게르타에게 차갑게 말한다. “방으로 가서 짐을 싸.”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 후 혼자서 차분히 생각에 잠긴 매로너 부인은 곧 자신의 태도를 후회한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 28년 동안 받은 훈련, 학생으로서 그리고 강사로서 대학에서 보낸 시간과 그녀 스스로 이루어 낸 독립적인 성장 덕분에 그녀의 정신은 게르타의 정신과는 전혀 다르게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있었다. 한 여자는 아내였다. 사랑이 넘치고 신뢰했으며 다정했다. 다른 한 명은 하녀였다. 사랑이 넘치고 신뢰했으며 다정했다. 어린 소녀였다. 낯선 나라에 홀로 와서 이 집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친절도 고마워하는 이 아이는 어떤 훈련도 교육도 받지 못했고 어린애 같았다. 물론 그녀는 유혹을 뿌리쳤어야 했다. 하지만 매로너 부인은 신뢰하는 사람이 우정의 가면을 쓰고 유혹할 때 그것을 알아보기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정도로 현명했다. 잡화점의 점원이었다면 게르타가 잘 뿌리쳤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는 매로너 부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여러 명을 뿌리쳤다. 하지만 존중해야 할 사람을 그녀가 어떻게 비난했겠는가? 복종해야 할 사람을 그녀가 어떻게 거부했겠는가? (<변심>, 155쪽)


그러니까 매로너 부인은 남편과 하녀의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본 것이다. 하녀에게 네가 내 남편을 꼬셨지! 나쁜 년! 운운하며 집을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주인의 얼굴을 하고서 하녀를 유혹해 자기 욕망을 채운 남편의 비열함을 알아차린다. 그 비열하기 짝이 없는 남편은 이런 짓을 그녀가 사는 집의 지붕 아래에서 저질렀다. 그러고 나서도 떳떳하게 젊은 여자를 사랑한다고 밝힌 다음, 아내와 헤어지고 재혼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그저 순수하고 단순하게 마음이 아팠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남편은 본인의 쾌락을 위해 게르타의 행복들, 그러니까 ‘깨끗하고 젊은 아름다움, 행복한 삶의 희망, 결혼과 모성, 명예로운 독립’ 등등 그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매로너 부인은 남편의 피해자임이 명백한 게르타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위로 새로운 감정이 밀려오며 말 그대로 그녀를 벌떡 일어나게 한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곧추세우며 걸었다. “이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지은 죄야.” 그녀가 말했다. “이것은 여성을 상대로 범한 죄야. 모성을 상대로 범한 죄야. 아기에게 저지른 죄야.”(<변심>, 157쪽)


매로너 부인은 게르타의 방으로 돌아가 그저 울고만 있는 이 어린 소녀를 위로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는 책을 읽을 이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둔다. 아무튼 꽤 통쾌한 결말이다. 게다가 100여 년 전에 남성의 그루밍 성폭력 범죄를 꿰뚫어 보고 힘없는 어린 소녀에 대한 연민과 연대, 그로써 비열한 범죄자인 남편을 단죄하는, 그리고 그런 응징을 위해서는 여성이 깨어있어야 함을, 통찰력 있게 써내려간 샬럿 퍼킨스 길먼에게 그저 찬사를 보낼 뿐이다.   

이렇게 여성 간의 연대를 강조한 작품으로 이 책에 실린 유일한 희곡인 수전 글래스펠 <사소한 것들> 또한 빛난다. 이 작품에는 남편을 살해한 것이 틀림없는 여성을 섣불리 단죄하기보다는 그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이해하려는 ‘피터스 부인’과 ‘해일 부인’이 등장한다. 이들과 대비되는 인물인 보안관과 검사 등은 자기들만의 객관적이라는 관점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면서 부인들이 주목하는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며 그녀들의 그런 태도를 비웃기 바쁘다. 그러나 사실 그 ‘사소한 것들’ 안에는 존 라이트의 아내가 왜 남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주 중요한 단서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으면서도-종류가 다를 뿐이지 다 똑같아요. 나라면 그녀에게 병이 다 깨졌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터지지 않았다고 말해요. 전부 말짱하다고요.”라는 해일 부인의 말은 그래서 여성의 이해심과 직관, 연민, 배려가 오롯이 담긴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을 읽고 수전 글레스펠의 작품을 더 찾아보고, 그이의 희곡 <앨리슨의 집>을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은 당연한 순서랄까.

조라 닐 허스턴의 <땀>도 강렬하다. 백인들의 세탁물을 빨래해주며 근근이 살아가는 딜리아. 그런데 그녀의 남편 사이크는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주제에 바람까지 피우고, 게다가 걸핏하면 딜리아를 두들겨 팬다. 15년 전만 해도 딜리아가 자길 떠날까 봐 벌벌 떨었던 인간이 이제는 아내를 향해 온갖 욕설과 구타 밖에 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이웃에서도 혀를 끌끌 차며 그를 보고는 “곰한테 내장을 내줄 가치도 없는 놈”이라고 말한다. 딜리아는 뼈 빠지게 일하면서 ‘뜬눈으로 누워서 그들의 지난 결혼생활에 널려 있는 파편들을 응시’한다. ‘멀쩡한 건 하나도 없었다. 꽃 같은 것은 그녀의 가슴에서 새어 나온 짭짤한 물에 오래 전에 가라앉았다. 그녀의 눈물, 그녀의 땀, 그녀의 피. 그녀는 결혼에 사랑을 가져왔지만 그는 성욕만을 가져왔다.’(<땀>, 195쪽). 딜리아는 이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 과정이 강렬하게 그려진다.


“인간이 올곧지 않으면 세상 어느 법도 그 사람을 올곧게 만들 수 없어. 아내를 사탕수수처럼 취급하는 놈들이 세상에 숱하다고. 처음에는 영글게 즙이 꽉 차서 달콤하지. 하지만 쥐어짜고 짓이기고, 비틀어서 단물을 쏙 빼먹어. 성이 찰 때까지 빨아먹은 다음에 사탕수수 껍질처럼 그냥 내버리는 거야. 그러는 동안 그놈들도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그것 때문에 자기 자신을 혐오해. 그래도 그놈들은 한 방울도 안 남을 때까지 계속 쥐어짜. 그러고 나서 사탕수수 껍질처럼 말라비틀어진 여자가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싫어하는 거야.” (<땀>, 198쪽)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런 작가와 작품들을 새로 발견한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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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08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잠자냥 님이 극찬하신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네요. 샬롯 퍼킨스 길먼과 메리 월킨스 프리먼의 작품이요.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어요. 땀은 제목만으로도 뭔가 훅- 오네요.

저도 언젠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제인 오스틴을 딱히 좋아하지 않거든요. 너무나 유명한 작품<오만과 편견>도 저는 딱히 좋지를 않았고요. <엠마>도 별로였어요. 엠마는 읽다가 엠마 성격 마음에 안들어서 대차게 깠던 기억도 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죄다 제인 오스틴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잠자냥 님도 당연히(!)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너무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나름 제인 오스틴 작품을 여러권 읽긴 했네요. 설득, 오만과 편견, 엠마, 노생거 사원까지. 많이 읽었다. ㅎㅎㅎㅎ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보다는 제인 오스틴에 관련된 것들이 더 재미있었어요. <비커밍 제인>이나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라거나. 후훗. 이런 재미있는 작품들이 만들어진걸 보면 제인 오스틴이 정말 큰 사람이긴 했는가봐요.

이번달 월급날에는 오늘 리뷰쓰신 이 책을 사야겠어요. 후훗. 책 사는 날들의 연속이네요. 하핫. 언제나 그랬듯이..



잠자냥 2020-06-08 15:09   좋아요 0 | URL
와 그래도 제인 오스틴 작품 많이 읽으셨네요. 전 그렇게 많이 읽을 생각조차 들지 않더라고요. 제가 사실 빅토리아시대 여성 작가들 작품을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로맨스와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작품.... 정말 따분하고 재미없............ 남녀가 핑퐁하는 그런 거 노관심.... 사랑하든가 말든가 노관심..... -_-;; 그 시절을 다룬 영화, 특히 제인 오스틴 작품을 영화로 만든 그런 영화들도 지루해서 미쳐버릴 거 같은;;; 그냥 생각만 해도 그 대사들이 막 오그라들어요;;; 휴........ 정신 차려! 사랑과 결혼이 전부냐 싶어서;;; -_-;; 암튼 다락방 님 반가워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08 15:15   좋아요 1 | URL
이렇게나 인기 많은 제인 오스틴인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걸까, 하는 생각으로 여러권 읽었지만 전 제인 오스틴은 아닌걸로..... 그렇지만 새로 나온 민음사의 맨스필드 파크를 읽어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음..써놓고 보니 읽어보고 싶다기 보다는 사고 싶은 거네요? 민음사 책장에 깔맞춤하기 위함인가...

정말 반가워요 잠자냥 님. 엉엉 ㅠㅠ 문학 좋아하면서 제인 오스틴을 안좋아하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20-06-14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4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5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5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4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7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들의 이야기 -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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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가, 통쾌해졌다가 여성들의 연대에 뭉클해지는 빼어난 단편들. 몇몇 작가의 발견. 살짝 번역 문장 이상한 부분이 보이고 글자 빠진 부분도 보이지만 —.— 실린 작품들이 좋아서 별 다섯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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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불만 폭주.....“참여자 우롱했다” 항의 빗발쳐

“우롱상자 재고 처리용 아냐……원하는 책 2권 재배송”

지난 5월 발표된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결과를 놓고 일부 3등수상자들로부터 “독자를 우롱한 처사”라며 빗발치는 항의를 받은 창비가 6월 1일 잠자일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3등수상자 전원에게 원하는 책 2권을 재배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창비세계문학팀 팀장 양 모씨(18세)는 3등 상품인 창비세계문학 2권(랜덤)을 발송한 이후에 당선자들의 블로그와 인스타 등 여러 경로로 독자 후기를 모니터링한 결과, 만족하고 감사한 독자도 있었던 반면, 폴스타프, 잠자냥, 다락방, 단발머리 등 일부 극렬 알라디너들을 중심으로 창비가 전한 상품과 전달 방법, 구색 등에 강하게 비판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양 씨는 먼저 두 가지 오해를 풀고자 한다며 입을 열었다. 첫째 상품 발송 시기와 방법에 관해서는 “5월 8일 저녁 당선자 발표 뒤 주말을 지나 5월 11일부터 2~3주 안에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상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총 서른 네 명의 당선자에게 주소를 묻는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기까지의 시간, 상품 준비와 포장 및 발송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통상 걸리는 시간이며 다른 이벤트에 비해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말함으로써 폴스타프 씨(42세, 남)의 “5월 8일 결정된 사안을 21일까지 질질 끌었다면 최하 시말서, 보통 징계에다가, 최고가 사직섭니다. 얄짤 없어요. 이 회사 경품잔치 담당자들은 무사했을지 참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가벼운 시말서 수준에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진심어린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 창비 직원 가운데 누구도 징계를 받은 이가 없음을 밝혀 장내를 한때 훈훈하게 만들었다. 다만 “사전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충분히 안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어 “커다란 상자에 책만 덩그러니 보내 마음이 상하셨을 분들(폴스타프 씨)께도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어 양 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의 책 선정 해명에 나섰다. 양 씨의 말에 따르면 <죽음>과 <고뇌> 두 권은 3등 수상자들이 생각하듯이 죽음과 고뇌나 먹고 떨어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이벤트 진행한 마케팅팀 담당자로부터 창비세계문학의 문을 연 가장 상징적인 작품 1권, 그리고 그동안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 1권 이렇게 의미 있는 작품 2권을 골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히며 “이미 가지고 계신 책이라면 창비세계문학을 잘 모르는 주위 분들과 나누실 수 있으리라는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2권 모두 꾸준히 중쇄를 찍는 작품으로, 일부 당선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재고 처리용이 아니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평소 세계문학 고전에 조예가 깊고 리뷰대회에 응모해주실 만한 독자 분들의 취향을 좀 더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사과와 감사의 의미로 3등 수상자 전원에게 랜덤이 아닌 “원하시는 창비세계문학 도서 2권을 지정하시면 발송해드리도록 하겠다.” 밝혀 기자회견에 참석한 3등 수상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특히 “기존에 받으신 상품은 다시 보내주실 필요는 없다”라는 말에 지금까지 <죽음>과 <고뇌>를 소 닭 보듯 하던 3등 수상자들 사이에서 한때 “개이득”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오가기도 했다. 특히 “창비 굿즈세트를 받지 못하신 분도 말씀해주시면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폴스타프 씨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폴 씨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실 나만 굿즈를 주지 않아서 기분이 몹시 상했다. 같은 3등이라도 급이 다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맨 꼴찌라는 생각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술맛도 예전 같지 않더라. 두꺼비도 쳐다보기 싫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창비는 끝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다음 이벤트 때는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겠노라 약속했고, 창비세계문학에 보여주신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3등 수상자들은 “창비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나올 줄은 몰랐다.” “마치 꿈만 같다.” “집단지성, 아니 집단지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며 창비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폴스타프 씨는 “창비 회사에 우리말 사전이 네 종류가 있다. 권 수로는 아홉 권인가 그렇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 사전에는 하나같이 ‘반성’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반성이 등재된 모양”이라며 회한에 젖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3등 수상자들은 또한 “지랄로 얻어낸 듯해서 좀 쑥스럽지만 모두가 원하는 책 2권을 받을 수 있다니 무척 기쁘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리뷰대회에 유일하게 본명으로 참여한 다락방 씨(24세, 여)는 1인 시위를 제안했던 잠자냥 씨와는 별도로 창비를 상대로 음지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여 이와 같은 극적 타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밝혀져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다락방 씨는 창의연(창비에게 정의를 기억하게 하는 연대) 이름으로 화염병을 제작, “나에게 <고뇌>와 <죽음>만은 피해주기 바란다. 가급적 <주군의 여인> 아니면 <대위의 딸>을 모시고 싶다. <떼레사와 함께> 마지막 오후를 보내도 좋다. <미하엘 콜하스>와 <패니와 애니>도 나와 동참할 것이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담아 창비 본사에 여러 차례 투척했다고 한다. 화염병 제조 시 사용한 소주병은 두꺼비마니아 폴스타프 씨가 80여 개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적극적인 화염병 세례로 인해 다락방 씨는 가장 먼저 <주군의 여인>을 모시게 됐으며, 공교롭게도 잠자냥 씨 또한 <주군의 여인>을 모시고 싶다고 창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발머리 씨는 창비의 제안에 처음에는 까탈스럽게 거절해볼까 싶었지만 곧 생각을 바꿔 <빌레뜨>를 집안에 들여놓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으며 두꺼비 마니아 폴스타프 씨는 주정뱅이답게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를 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리뷰 대회 참여자 우롱 및 기만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선언했던 잠자냥 씨(20세, 여)는 5월 29일이 되도록 우롱상자조차 받지 못하자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잠자냥 씨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고뇌와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 복장 차림으로 창비서교빌딩 앞에 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죽음과 고뇌이라
빈 상자 덩그러니 그 더욱 처량구나
두어라 이 둘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그러나 5월 30일과 31일은 창비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주말이라는 점에서 1인 시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잠자냥 씨가 48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서 있었다고 주장하는 창비서교빌딩 앞 지역은 CCTV사각지대라 그 어디에서도 잠자냥 씨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편의점 CCTV를 확인해 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잠자냥 씨의 실체에 의혹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잠자일보에서 특종이라고 소개했던 내용 자체가 잠 씨의 기획이다, 잠 씨는 사실 창비관계자다. 창비세계문학 홍보판을 키우려고 처음부터 그런 여론몰이를 한 것이다. 의도가 있다.”며 그 증거로 잠자냥 씨가 유독 아직까지 선물을 받지 못한 게 무얼 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잠 씨는 창비관계자가 틀림없다, 지금도 잠 씨는 2권씩 새로 받고 리뷰를 써 올리면 창비에게 보답하는 일이 아니겠냐며, 책을 받은 3등 수상자들에게 리뷰 쓸 것을 종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잠자냥 창비관계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관련 사태는 모두가 훈훈한 가운데 일단락되는 형국이지만 잠 씨를 중심으로 잠자냥 창비관계설, 잠자냥 큰그림설, 잠자냥 매트릭스설 등이 피어오르고 있어, 이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접한 잠자냥 씨는 “무슨 소리냐, 내가 바로 열혈 창비마니아다. 이 모두가 창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창비로부터 단 1원도 받은 게 없다. 창비관계자는커녕 창비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해 1인 시위를 철석 같이 믿은 폴스타프 씨를 비롯한 3등 수상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 씨는 오늘도 창비세계문학 독려 운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잠 씨의 태도에 일각에서는 “사람이 책 2권 받았다고 저렇게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달라진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놈은 창비 아니 읽었느냐
저 너머 저리 긴 글을 언제 읽으려 하나니




잠 씨가 창비마니아임을 주장하며 내놓은 증거. 2번째 마니아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첫 번째 마니아는 폴스타프 씨 추정).



끝으로 이 사태를 통해 ‘집단지랄’의 힘을 깨달은 창비세계문학 독자들은 평소 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끼,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 돈끼호떼, 안나 까레니나, 알렉산드르 블로끄, 지나이다 니꼴라예브나 기삐우스, 꼰스딴찐 드미뜨리예비치 발몬뜨, 발레리 야꼬블레비치 브류소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블로끄,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또바, 오시쁘 예밀리예비치 만젤시땀, 마리나 이바노브나 쯔베따예바, 쎄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벨리미르 흘레브니꼬프,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 마야꼽스끼,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뚜셴꼬, 안드레이 안드레예비치 보즈네센스끼, 벨라 아하또브나 아흐마둘리나, 이오시프 알렉산드로비치 브로드스끼처럼 유독 특유의 맞춤법을 줄기차게 고집해온 창비에게 오늘날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바른 표기 제안 성명서를 내고 창비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어 또 다시 창비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opyleft ⓒ 잠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니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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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20-06-0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들어왔는데 이거 넘 웃기네요 푸하하

잠자냥 2020-06-05 10:17   좋아요 1 | URL
와, 오랜만입니다. 안 그래도 왜 안 보이시나 했습니다.
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시려면 1편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ㅎㅎ

1편 https://blog.aladin.co.kr/socker/11736220

Falstaff 2020-06-05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잠자일보입니다. 이번에도 특종이구먼요! 정말 집단지랄의 힘, 대단합니다.
와,.... 미국이었으면 분명 퓰리처 상인데, 아깝습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6-05 11:03   좋아요 2 | URL
이 글을 저기 위의 1편과 함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해 영구 보존함이 어떨까 싶습니다.
제1회 : 알라딘 퓰리처 상, 대상.......... 잠자일보의 잠자냥님!!!!!!!!! 축하드립니다!!!

잠자냥 2020-06-05 11:03   좋아요 1 | URL
ㅋㅋㅋ 감사합니다.
제가 퓰리처상 받으면 옆집의 주정뱅이 폴스타프 님을 잊지 않고 감사 인사 명단에 넣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05 11:0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창비가 그걸 원할지 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 글에 신간이 포함되는 바람에 ‘알라디너의 선택‘에 오르긴 했네요.
사실 그걸 노렸습니다. 푸하하하

단발머리 2020-06-05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내 웃음 참으며 킥킥대고 읽다가 CCTV 사각지대에서 뿜었습니다!!!! 잠자냥님의 노고와 애정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샬럿 브론테를 만나는 이런 좋은 시간이 예정되어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저도 이메일 받고 해명을 이해했다기 보다는 뭐여? 하는 맘이 강했는데, 잠자냥님의 ‘받아야죠!‘에서 확신을 얻고서는 위의 아름다운 책을 신청했습니다. 아쉬움이 있는거야 말할 필요도 없고요. 창비에서 책 두 권 보내준다해서 크게 달라지는 살림살이 아니지만, 우롱상자 열어보며 알라딘 이웃들과 이야기하는 추억을 남겨줬다는 점에서 창비한테 고마운 마음도 들려고 하구요. 또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독자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려는 제스쳐 정도는 취했다는 점에서, 저는 창비에게도 점수를 쪼금 주고 싶습니다. 알라딘 집단지성과 창비의 제스쳐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빌레뜨가 저의 집으로 오고 있겠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6-05 11:08   좋아요 1 | URL
창비로 인해 알라딘에서 재미난 일이 생겼고, 추억할 일이 생겨서 좀 즐겁네요. 창비는 좀 곤욕스러웠겠지만;; ㅎㅎ

전 이메일 온 날, 회사에서 바빠서리... 밤 늦게 11시에야 메일을 확인했는데 솔직히 엄청 기뻤어요. ㅋㅋㅋㅋ
뭔가 집단 지성-아니고 지랄의 힘이 먹힌 거 같아서? ㅎㅎㅎ 창비가 선뜻 응해준 것도 좀 놀라웠고요.
저는 그래서 그날 메일 읽어본 그 즉시, 창비에게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
안녕하세요. 3등 수상자 000입니다.
알라딘에 ‘<속보> 창비 세계문학리뷰대회 불만 폭주....’ 이 글 작성한 잠자냥이기도 합니다.
이웃분들 불만 포함 제 불만까지 담아서 좀 웃자고(?) 쓴 글인데, 이렇게 진심으로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피드백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뒤늦게라도 피드백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저는 아직 상품을 못 받았고요, (굿즈 포함)
그러니 다른 분들 보내주신 책 두 권 말고
<주군의 여인 1,2> 이렇게 두 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ㅋㅋ 좀 굽실굽실 느낌이죠? 아 책 2권 원하는 거 준다니까 손바닥 뒤집는 잠자냥 참 웃깁니다.

다락방 2020-06-05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아- 저도 걍 주는대로 받을걸 그랬어요. 그렇지만 애초에 주소 묻는 메일이 안왔었으니 ㅠㅠ 이런 사과의 메일 리스트에도 저는 없었겠죠. 주는대로 받고 ‘너 무얼 받을래 다시 줄게‘ 물었다면, 빌레뜨를 답할 것을.. 인생..타이밍.....

그나저나 제가 안그래도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잠자냥 님의 1인 시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려고 했는데, 이미 의혹은 불거지고 있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레뜨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빌레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0-06-05 11:1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너무 성급하셨군요. 화염병 투척 좀만 자제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05 11:12   좋아요 1 | URL
성질이 워낙 불같아서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저는 주소 묻는 메일도 안왔었다고요. 그래서 제가 단발머리님께 담당자 이메일 좀 알려주세요, 라고 부탁한 뒤에 그 메일로 보낸거거든요. 나 빼먹었어, 나 왜 안줘 ㅠㅠ 이러면서요 ㅠㅠㅠㅠㅠ 하아-
인생은 뭘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6-05 11:23   좋아요 1 | URL
허어어~~~~~~~~
그렇다면 일인시위를 주도하시고 알라딘 퓰리처상에 빛나는 잠자냥님과 지하에서 활약하신 레지스탕스 다락방님만 두 권씩 받으시는거예요? 아하, 또 일이 이렇게 흘러갈줄이야ㅠㅠㅠㅠㅠㅠ
두 분께 공히 선택받은 <주군의 여인>만 좋은 일 났는가요? 허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0-06-05 11:18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해 보니까 주소 묻는 메일 따로 받은 기억이 없어요.
전 당연히 알라딘과 연계해서 한 행사라 알라딘에서 개인정보 수합해서 보내나보다 하고 손 놓고 있었는데....
아 그래서 <죽음>과 <고뇌> 우롱 상자가 저에겐 오지 않은 거였나봅니다.

창비에서 보낸 메일에 ˝아직 저희에게 주소를 알려주시지 않은 분이 두 분 계십니다.˝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여기에 결국 제가 포함된 거?? 푸하하하하....

잠자냥 2020-06-05 11:2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괜찮습니다. 저는 <주군의 여인>만으로 만족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던 거라서요.
그런데 성질 급한 유일한 본명 다락방 님은 ㅋㅋㅋㅋ <빌레뜨>가 그만 눈앞에서 날아가버렸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05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 저장된 주소로 보내는가보다, 하고 손놓고 있었는데 다른 분들이 죽음과 고뇌를 계속 받는 바람에 으응? 나는, 나는? 이렇게 된것입죠. 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고뇌와 죽음을 ‘더‘ 받는것 보다는 지금에 더 만족합니다. 엣헴- ㅋㅋ

단발머리 2020-06-05 11:27   좋아요 0 | URL
빌레뜨 신간 다 필요없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오로지
고뇌와 죽음!!! 😱

Falstaff 2020-06-05 12:31   좋아요 1 | URL
이번 해피엔드의 가장 큰 공헌은 다락방 님께서 직접 팀장한테 메일 보내셔서, 난 이거 아니면 저거 줘, 라고 하신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친 엄마도 아기가 울어야 젖을 주는데, 저를 비롯해 몇 몇 분은 그냥 투덜대기만 하는 동안, 잠자냥 님은 다른 것 받고 싶은데요, 라고 첫 포문을 여셨으며, 다락방 님이 나한테 이거 줘, 라고 분명한 단어로 이야기하신 겁니다.
덕분에 창비 리뷰대회가 282만원에서 한 300만원 정도로 올라갔습니다만, 솔직히 이게 뭡니까. 주고 욕 먹고, 욕 먹고 난 다음에 그럼 다른 거 줄게. 스타일 구기게 말이지요. 맘엔 들지 않지만 창비가 명색이 우리나라 출판사 국가 대표잖아요.
우짰든 20세, 24세 두분 여성 동지들의 맹활약에 경의와 감사를 아낌없이 보냅니다!!!!!

잠자냥 2020-06-05 12:43   좋아요 0 | URL
창비는 결국 3등 수상자들한테 2만원으로 선방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한 4~5만원어치 책 보낸 셈이네요; 하하하하

다락방 2020-06-05 13:04   좋아요 2 | URL
제가 이메일 보낸분은 팀장..님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어조가 신입사원 같았어요. 하핫. (팀장님이면 큰일날 댓글 ㅎㅎ)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응?) 행동한 멋진 여성인 것입니다!!!!!

=3=3=3=3=3=3=3=3=3=3=3=3=3=3=3=3

레삭매냐 2020-06-0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단지롤에 한 몫해서 오늘의
이런 성과를 거두는데 혁혁한...

다 필요 없고, 원하는 책 두 권은
<금색 공책>으로 정중하게 요청
드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어제부터인가 중고서점
주욱 풀렸더군요.

적어 주신 대로 외래어 표기법 좀
고쳐 주었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습니다.

잠자냥 2020-06-05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레삭매냐 씨도 한몫 하셨지요!!

아, 그러고 보니 <금색공책>도 있군요.
전 창비 이전 버전 웅진에서 나온 <황금노트북>으로 갖고 있어서 그 책은 탐이 나지 않았는데,
절판된 <황금노트북> 중고로 구하느라 애 좀 썼어요. 창비에서 나올 줄 알았으면 그냥 참을 걸; ㅎㅎ

anuvadak 2020-06-0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데 이 와중에 잠자냥 씨가 요청한 책 제목이 하필 <주군의 여인>인 건 왜 또 웃긴 건가요.... ㅋㅋ

잠자냥 2020-06-05 13: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다락방 님이 <죽음>과 <고뇌> 대신 <주군의 여인>을 달라하신 부분도 이 기사와 잘 들어맞습니다. ㅋㅋㅋ

초란공 2020-06-0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1인 시위는 없었다는 거군요. CCTV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건의를하려 했으나, 추진 동력을 잃은 셈이네요. ^^;; 철도원 삼대처럼 고공시위를 하셨던 것일까요 ㅋㅋ

잠자냥 2020-06-05 16: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1인 시위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ㅋㅋㅋ
또 모르죠, 일요일에는 잠 씨 혼자 나가서 했는지도? ㅋㅋㅋ

coolcat329 2020-06-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잠자냥 2020-06-05 17: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syo 2020-06-0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말고 무슨 말을 더 덧붙이랴....

잠자냥 2020-06-06 15:15   좋아요 0 | URL
업무에 바쁘신 syo 님 이 사태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저 안타깝습니다. ㅋㅋㅋㅋㅋ

서산_影 2020-07-14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건을 어깨 너머로 들은 1인이 묻습니다. 이거 실화입니까?

잠자냥 2020-07-14 23:04   좋아요 1 | URL
사실과 거짓이 적절히 섞여있습니다. ㅎㅎ

- 2023-01-06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렇게 재밌는 일이 있는 지 이제 알았어 ㅜㅜ 이때 저는 한참 회사에서 갈리던 시절이었나봐요 ㅋㅋㅋㅋ (알라딘 잘 모르던 시절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이러지말지 ㅋㅋㅋㅋ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06 12:15   좋아요 2 | URL
쟝쟝도 함께 했으면 더 즐거웠을 텐데 ㅋㅋㅋㅋ 알라딘에서 얻은 즐거운 추억 중 하나 ㅋㅋ
근데 저때 받은 <주군의 여인> 난 아직 안 읽었다요........
다부장님은 읽으심. ㅋㅋㅋㅋㅋ

- 2023-01-06 12:21   좋아요 0 | URL
주군의 여인… ㅋㅋㅋ 그리고 우리의 빌레뜨 ㅋㅋㅋㅋ

- 2023-01-06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등장인물들 캐릭터가 넘 생생해요 ㅋㅋㅋㅋㅋ 역시 문학읽는 사람들은 남달라 ㅋㅋㅋㅋ 이 골계미 어쩔꺼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06 12:43   좋아요 0 | URL
그와중에도 술을 놓지 못하는 폴스타프와 화염병 다부장… 요즘 같았으면 활 들고 찾아간다 ㅋㅋㅋㅋㅋㅋ
 
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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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글. 레싱의 글은 담담하다 그런데도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온다. 관찰력과 표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눈앞에 야생 고양이들 삶이 그려지는 듯하다. 집사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도 많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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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 드 비강의 <고마운 마음>은 제목만 보면 책에서 펼쳐질 내용이 눈앞에 그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왠지 ‘뻔한’ 느낌이랄까.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얼마나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지, 그러므로 지금 고마운 이에게 그 마음을 할 수 있는 한, 자주 표현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그런 예상이 얼마쯤은 들어맞는다.

나는 성격이 짜증도 많고 까칠한 편이라서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아니 까칠함이 폭발했던 시기인 서른 초반만하더라도 이런 종류 ‘착한’ 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은 친구들로부터 인간이 달라졌다(?), 유해졌다는 소리를 곧잘 듣고는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런 ‘착한’ 책에도 요즘은 종종 손이 간다. 델핀 드 비강의 ‘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소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읽은 두 권, 그러니까 <충실한 마음>, <고마운 마음> 둘 다 착하고 순하다. 따뜻하다. 세상을 좀 더 선량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런데 그런 ‘착한’ 제안을 너무 식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계속 이 시리즈를 찾아 읽고, 다음 권도 기대하게 된다.  

<고마운 마음>의 주인공은 한 노인이다. 그녀의 이름은 ‘미쉬카’- 프랑스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으로 그녀는 가족도 없이 홀로 나이 들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교정교열 업무를 맡아온 그녀는 누구보다 단어를 사랑하고, 단어를 아주 잘 안다. 그런데 참 인생은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그런 그녀가 조금씩 말을, 단어를,  언어를 잃어버리는 병에 걸리고 만다. 실어증에 걸린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던 언어들이 조금씩 그녀에게서 빠져나간다. 미쉬카는 겁에 잔뜩 질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 구조 신호를 받는 사람은 젊은 여성인 ‘마리’로, 마리와 미쉬카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이 작품은 마리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마리는 책 첫머리에서 묻는다. ‘하루에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본 적 있나요? 소금을 건네줘서 고마워요, 문을 잡아줘서 고마워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거스름돈 고마워요, 바게트 고마워요…….’ 마리의 이 질문은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별 의미 없는, 관습적인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더 쉽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내 곁에서 나를 신경 써주고 마음 써주는 이들에게 문득문득 아무 이유 없이 ‘고맙다’ 말하는 일은 왜 이토록 드물기만 할까. 왜 그토록 어렵기만 할까.

마리는 말을 잇는다. ‘오늘 내가 좋아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미쉬카의 죽음 뒤에 자신과 할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마리. 마리는 종종 “할머니에게 엄청 많은 은혜를 입었어.”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야.” “할머니는 내게 아주 중요한 분이셔.” 등등의 말을 해오곤 했다. 그런데 마리의 말처럼 ‘중요하다, 은혜를 입다, 이런 말들로 고마움을 측정할 수 있을까?’ 마리는 또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할머니에게 마음껏 고마움을 표현했을까? 고마운 마음을 충분하게 보였던가? 나는 정말로 할머니 가까이 있었나, 정말로 같이 있었나, 정말로 충실했나?’ 이 책을 펼쳐든 이들도 잠시나마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아주 잠시라도.

미쉬카의 도움 요청을 받은 마리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주말마다 뵈러 간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더 늙어가고, 단어를 잊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게 된다. 그 사이 사이에 마리와 미쉬카의 특별한 관계가 그려진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지금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사람. 여기에 또 다른 이가 등장한다. 미쉬카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 언어치료사 ‘제롬’이 바로 그 존재다. 그는 ‘말과 침묵, 말해지지 않은 것들과 일한다. 수치심과 비밀, 회한과 일한다. 부재와 사라진 기억들, 그리고 이름, 이미지, 향기를 거쳐 되돌아온 기억들과 일한다.’(126쪽) 제롬은 단어를 잊어가고 있지만 어느 노인보다 명민한 미쉬카를 눈여겨보고 그녀를 치료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러는 사이 자신의 아픔까지 그녀에게 털어놓게 된다. <고마운 마음>은 이렇게 실어증에 걸린 미쉬카와 이 노인을 둘러싼 두 젊은이 ‘마리’와 ‘제롬’, 이 세 사람이 애정과 이해, 연민으로 얽히면서 고마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한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나간다.

한때는 보도사진을 찍고, 그 후로 신문사에서 교정교열자로 일하던 미쉬카. 누구보다 읽고 쓰기를 좋아하고 단어를 사랑한 미쉬카는 젊은 시절 도리스 레싱과 실비아 플러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책들을 읽었다. <르몽드>를 구독했고, 늘 신문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제 자기로부터 빠져나가는 말, 단어들을 붙잡고자 애쓰지만 그것들은 그녀의 뜻을 쉽게도 저버린다. 그런 미쉬카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나의 노년은 어떠할까 하는 서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만일 단어 하나 뜻대로 원하는 대로 말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어떡하지? 그 절망감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이런 두려움이 덜컥 밀려온다.

이 책은 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미쉬카라는 노인을 통해 노년의 삶, 늙음을 성찰하기도 한다. 마리가 요양원에서 발견한 삶은 어찌 보면 아이들 놀이방과 똑같다. ‘조그만 빨대가 달린 조그만 사과 주스, 그리고 조그만 비닐에 싸인 조그만 빵, 짧은 보폭, 깜박 졸기, 조그만 간식거리들, 짧은 외출들, 짧은 방문들. 작아지고 축소되었지만 완벽하게 규정된 삶’(40쪽). 마리는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면 그곳 사람들을 관찰한다. 가끔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아직도 누군가와 포옹을 하세요? 누군가 당신을 두 팔로 안아주나요?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피부가 당신의 피부 속으로 들어오는 접촉을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늙음, 내가 정말 늙은 때를 상상하면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참기 힘든 생각은 누구도 나를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신체적인 접촉이 조금씩 혹은 갑작스럽게 사그라드는 것.’(103쪽)이라고.

언어치료사 제롬은 미쉬카를 비롯한 요양원 노인들 모습에서 그들의 지나간 나날의 흔적을 찾기도 한다. 그는 그 과거의 흔적 찾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제롬이 복원하고자 하는 그 이미지들을 표현한 구절을 읽노라면 언젠가는 나 또한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다 지나간 시절이 되어, 그 시절을 한없이 추억하는 때가, 추억으로만 마주하는 때가, 아니 그러다가 그마저도 하지 못하는 때가 찾아오겠지 싶어져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흐릿한 시선, 명확하지 못한 행동, 구부정하거나 아예 허리가 몹시 굽은 실루엣 뒤편에서 그들의 모습이었던 젊은 남자 혹은 젊은 여인의 모습을 나는 찾는다. 그들을 관찰하고 나면, 혼잣말이 나온다. 그녀도 그도 사랑했었겠지, 소리도 지르고, 즐기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기도 했을 거고, 숨을 헐떡일 정도로 달리고, 계단 몇 개를 급히 올라가거나, 밤새 춤도 추었겠지. 그녀도, 그도 기차나 지하철을 탔을 테고, 시골길을 거닐거나, 산을 오르고, 포도주를 마시고, 늦잠을 자고, 끝도 없는 논쟁을 벌였겠지. 그런 생각이 나를 뒤흔든다. 나는 그런 이미지를 추적하고, 그 이미지를 복원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고마운 마음>, 48쪽)


누군가와 신체접촉도 사라지고 허리가 몹시 구부정한 실루엣으로 그저 과거가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삶. 노년의 삶이란 누구에게나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미쉬카의 말처럼 “전부, 후진하는..... 후회하는 것을 모두, 나중에, 사람들이 죽고 나서, 휴........ 그런 거죠.”(66쪽) 그렇게 되는 삶. 그러므로 그녀가 이야기하듯이 모든 것을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살 수는 없다. 그런 삶은 나중에는 ‘악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표현할 수 있을 때 말로 표현하는 것, 그것만큼 이 짧은 생에서 쉬우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행동도 드물리라. 매번 우리는 언젠가는 이야기할 수 있을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갑자기 너무나 늦어버린다. “보여주기만 하면, 과장스러운 몸짓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다. 말해야만 한다. 표현해야만 한다. 당신이 있어서 고맙다고, 당신에게 빚졌다고, 그렇기에 이 책의 서문을 장식한 말 ‘산다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이 암흑 같은 바다 위를 비추는 금빛임을 아는 것이기에, 고마움을 말할 줄 아는 것이기에.’라는 글귀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착하고 다정한 책 <고마운 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선뜻 하지 못하는 그 말을 오늘 누군가에게는 꼭 건네고 싶어지게 한다.


“사면서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관심을 갖고 보살폈어. 나 말고 다른 사람 말이야. 그게 모든 것을 바꾸더라. 알겠니, 마리야, 다른 사람 때문에 두려울 수 있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그래도 그건 정말 큰 행운이란다.” (<고마운 마음>,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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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03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봤으면 저는 그냥 지나쳤을 책인데 잠자냥 님의 이 글 덕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문득, 제 조카 생각도 나고요. 이 어린 조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저는 노인이 될텐데, 그때 조카는 저에게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어떤 시선으로 저를 보게될지 말입니다. 나이들어 버린 여성에게 연대의 마음을 가져줄까요? 물론 저는 아이의 이모이긴 하지만, 또 늙은 여자이기도 할텐데, 젊은 여성으로서 나이들어가는 여성을 보며 연대해줄것인가...

게다가 저에게도 노년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 때문에 어쩐지 좀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늙어가는 건 자연스러운건데 왜 자꾸만 뒤로 미루고만 싶을까요. 지금보다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모든 능력이 퇴화할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두려워요. 이 글 읽으니까 두렵기도 하면서 또 그리움도 불쑥 찾아오네요. 휴우-

잠자냥 2020-06-03 14:52   좋아요 0 | URL
저 또한 이 시리즈 <충실한 마음> <고마운 마음> 둘 다 제목만 보고는 걍 지나쳤던 책인데요. 어쩌다 보니 2개 다 읽었네요. 읽었을 때마다 두 작품 다 뭔가 뭉클한 게 있었어요. <고마운 마음>은 노안이 되어가고 있는 책 좋아하는 우리들이(응?) 읽으면 뭔가 더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같아요. 젊은 여성과 노인이 된 여성의 연대 이야기라 더 좋았기도 하고요.

휴... 늙는 거 참 무서워요; 이 책 읽으면 더.... 흐흑 ㅠㅠ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