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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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의 대가가 소설가를 꿈꾸는 이에게 말한다. 무리 짓지 말라, 홀로 서라, 생활을 정돈하라, 세상을 관찰하는 일은 멈추지 말라. 그리고 써라. 그의 말이 울림이 있는 까닭은 그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래의 소설가에게는 힘이 되는, 현재의 소설가에겐 일침이 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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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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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건 없이 소소하게 펼쳐지는 일상을 그려나갔는데도 그 안에서 주인공 여성의 고독하고 쓸쓸한 삶, 타인과 잘 섞이지 못하는 성정 그렇게 된 배경 등등이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하게 전해온다. 그건 아마도 줌파 라히리의 섬세하고도 정확한 표현력 때문일 것이다(이탈리아어로 썼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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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0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안빌려주는 이야기 너무 좋았어요!!

잠자냥 2019-07-04 11: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거 완전 공감. 아휴 그 남자 싸다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덧 7월- 2019년 상반기에 읽은 책 중 특별히 좋았던 책을 ‘신간’ 위주로 골라봤다. 2018년 후반기부터 올해 상반기에 나온 책들 중심인데, 그중에는 오래전에 출간되었음에도 아주 강력하게 좋아서 고른 책도 몇 권 있다.

소설

1. 창백한 불꽃
<아일린>을 가장 먼저 위로 올릴까하다가 결국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을 맨 위에 올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코프는 언어 천재이자 문학 천재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천재의 독창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시와 주석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니, 게다가 색인과 머리말까지 갖춘 소설이라니 발상부터 무척 기발하다. 더욱이 주석에 담긴 몇 가지나 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이 한 권의 책은 수십 개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여러 번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그때마다 새롭게 읽힐 책이 틀림없다. 

2. 아일린
상반기에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일린’을 주저 없이 고르겠다. 아니, 몇 년 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주인공이라고나 할까. 이런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의 글 솜씨가 대단하다고 해야 할 듯. 첫 문장부터 매혹적이고, 주인공이 마을을 떠나기까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난 이 책 읽자마자 이 작가 신간 알림 신청했다. 주변에도 계속 추천한 책.



3. 종이 동물원
SF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도 외면하고 있었는데, 어느 신문에서 켄 리우 인터뷰 기사를 읽고, 마음이 움직여 읽게 된 책.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첫 작품으로 실린 ‘종이동물원’은 읽은 지 거의 6개월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단편은 쉽게 잊힌다는 점을 생각하면 내겐 매우 놀라운 현상이라고나 할까. 기억과 언어, 정체성,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는 모두 ‘인간‘이 있다.

4. 거지 소녀
앨리스 먼로 작품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그이의 다른 책도 다시 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읽는 내내 ‘정말 잘 쓴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로즈와 플로 두 여성의 지난한 삶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가난하고 척박한 삶의 풍경, 속물스러운 욕망 등을 과장하지 않고 우아하게 그려 나간다.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을 소설화한다면 이런 형식이 되지 않을까?



5. 나이트워치
<핑거스미스>, <티핑 더 벨벳> 등 책보다 영화를 먼저 봐서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던 세라 워터스. <나이트워치> 읽어보니까 이 작가 책은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놀랍도록 정교하게 짜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완벽한 스토리. 섬세하고 아름답고 먹먹하다. ‘사랑과 전쟁은 모두에게 공평’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한동안 마음을 울린다.



6. 감정의 혼란
어딘가 기묘한 교수와 그 아내의 비밀스러운 삶, 그리고 그 두 사람으로부터 크게 영향 받는 젊은 대학생 롤란트-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신세계와 육체적인 세계, 이성과 감성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탐구와 그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파장을 집요하고도 숨 가쁘게 그려 나가는 작품. 츠바이크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한번 책을 펼치면 멈추지 못하고 폭풍이 휘몰아치듯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츠바이크여, 교수를 꼭 그렇게 묘사했어야 합니까?

7. 올드 스쿨
이 작품은 어떤 이들에게는 분명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 ‘글을 쓰면 세상과 분리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정말이지 좋을 게 하나도 없다’(288쪽)고 생각하더라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틀림없이 깊은 울림을 줄 작품이다. 단 한번이라도 문학에 경도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곳곳에서 자신의 초상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8. 어둠속의 항해
가진 것이 많고 부유한 이들에게 젊음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 주인공 애나처럼 이방인과 같은 신분, 어디에도 적을 둘 수 없는 불안정한 위치, 그런 와중에 오직 젊을 뿐이어서 외모만 눈에 띄는 여성에게 삶은 축복일 수 없다. 선물일 수 없다. 백인도 흑인도 아닌, 영원한 이방인 애나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애처롭기 짝이 없다. 가진 것 없는 젊은 여성이 처절하게 버티고 견디는 가혹한 삶, 시대를 떠나 말 그대로 ‘어둠 속의 항해’이다.

9. 프랑스어의 실종
모국어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연인과 자신의 국가를 지배한 나라의 언어를 쓰는 이와의 사랑은 어떻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프랑스어의 실종>은 프랑스 여인 ‘마리즈’와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아랍 여인 ‘나지아’ 두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알제리인 ‘베르칸’을 통해 언어와 여성 문제, 알제리 근현대사를 조명한다. 낯선 나라의 역사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데는 때로 문학이 그 어떤 역사책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한다.

10. 빌리 배스게이트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조용히 파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 일단 이 책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느와르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와 부패를 먹고 성장하는 소년 빌리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고발한다. ‘통속 범죄 스릴러를 예술로 승격시킨 작품’이라는 평가에 진심으로 공감.




비소설


1. 경험 수집가의 여행
‘7대륙 25년간의 기록’이므로 압도적인 페이지를 자랑한다(물론 나는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그럼에도 압도적이다!). 그런데 그 한쪽 한쪽을 읽어나가다 보면 내가 지은이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 아니 ‘경험’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얼핏, 서구 백인 남성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앤드류 솔로몬은 게이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경력이 있으며 국적도 두 개다(그 이유는 이 책 서문에서 밝혀짐). 여느 백인 남성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여행지를 보고 경험한다. 세계 곳곳 정치 문화 예술의 생생한 기록. 그래도 이 책이 미덥지 못하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그린란드’와 ‘르완다’편만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2. 매니큐어 하는 남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게 되는 작가가 있다. 강남순이 그렇다. ‘한 인간은 젠더만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요소가 중층으로 겹치는 교차성의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는 복합성’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은 여성과 아이, 장애인, 난민, 유색 인종 등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 땅의 차별과 배제, 혐오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자세와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3.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어느 한 가지에 미쳐서 그것에 평생을 바친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다다를 수 없는 경지, 그 노력 같은 것들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두 남자는 말과 사전에 사로잡혀 평생을 사전에 바쳤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이기에 실수와 오해가 있고 그로 말미암아 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 관계 변화에 따라 둘이 만든 사전의 용례 변화가 생긴다는 것. 언어와 사고 그리고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해야 할까.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꼭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 책은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다.

4. 나를 뺀 세상의 전부
(한국) 에세이나 시를 잘 읽지 않아서 이 작가의 진가를 좀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일상을 자세히, 섬세한 시선으로 적어보고자 했고 오직 직접 만났거나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옮겨 기록했다. ‘몸으로 기록한 책’이라고나 할까. 짧지만 단단하고 다정하며 깊다. 큰 목소리로 주장하지 않으며 강요도 권고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글에서 쉽지 않은 이 인생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또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5.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할머니, 엄마, 딸, 아내, 여자의 삶..... 이 책은 (적어도 내게는) 여느 페미니즘 관련 서적 100권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할머니들이 겪은 삶 자체가 가부장제 속의 억압받은 인생 그 자체다. 짧은 일기이고 대단한 수식이나 지식이 담긴 글들이 아님에도 그 진솔함의 깊이 때문에 감동으로 눈물이 난다. 그리고 결국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등 인간이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사람에게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글을 배운 뒤, 동네 이장이 되겠다는 소망을 품으신 할머니가 꼭 꿈을 이루시길!

6. 프란츠 슈베르트
이 책은 매우 얇다. 하지만 그 짧은 분량 속에 슈베르트에 대해서 궁금했던, 알아야 할, 그러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는 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기에, 그리고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보기에 슈베르트의 전기는 클리셰와 진부함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책은 그 클리셰와 진부함을 걷어버린다. 슈베르트 팬이라면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읽으면서 그의 생애와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책.

7.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르 귄이 여든을 넘어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 40여 편을 추려서 엮은 것이다.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 자본주의 문제, 미국의 도덕성과 같은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데, 꼬장꼬장한 비판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거기에 성장과 늙어감의 의미, 정치 이슈, 문학과 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깊고도 너른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만큼 이 노년의 작가의 통찰력은 빼어나다. 같은 집사 처지로 고양이 파드와의 소소한 생활이 담긴 글도 인상 깊다. 인간 르 귄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텍스트가 아닐까.

8. 진정한 장소
‘저는 글을 쓰는 여자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글쓰기와 책 읽기에 관한 짧지만 깊이 있는 아니 에르노의 생각들. 그녀의 작품 전반에 대해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혀준다.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느끼는 곳’ 글쓰기가 ‘진정한 나만의 장소’라는 말 진심으로 멋진 말 아닌가. 이 인터뷰를 읽으면 틀림없이 아니 에르노의 모든 작품이 읽고 싶어질 것이다. 최근에 그이의 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책부터 읽으면 아니 에르노의 작품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9. 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은 ‘불평등’과 ‘차별’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는 전제 아래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해 다룬다. 학문적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지식이, 배움이, 앎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 ‘혹시라도 왜 그리 불편한 긴장을 계속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는 다수자인 한국인이 있다면, 한반도만 벗어나면 한국인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김승섭이 쓴 책은 계속 읽을 것이다.

10. 육식의 성정치
출간된 지는 꽤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표지를 새로이 하고 다시 나온 이 책. 10년 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가부장제는 ‘인간/동물 관계 속에 내재돼 있는 젠더체계’이자 ‘착취’와 동의어이다. 고기가 어떻게 남성지배의 상징인지, 또 한편으로는 여성권리의 박탈을 뜻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치열하게 파헤친다. 깨달음과 앎으로 전율이 일어나는 책이랄까. 상반기에 읽은 비문학 서적 중 내 마음속 넘버원이다. 죽기 전에는 꼭 채식주의자가 되고 말겠다.........



참, 그리고 낚이지 마세요....


 당신이 소설 '좀'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틀림없이 하품하면서 읽을 것이다......

 이걸 읽고 내가 망가진 기분이여.........-_-

 알라딘 별점 평가를 보면 이 책의 평가는 극과 극이던데, 주로 '구매자'들이 매우 야박한 점수를 줬더라....

 에휴, 이 책 이야기 그만 해야지 여차하면 이 책의 마니아로 등극할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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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값진 페이퍼입니다... 잠자냥 님 짱 좋아.

그나저나 브링 미 백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려고 사두었는데.. 어쩌면 좋담...(시무룩)

잠자냥 2019-07-03 14:46   좋아요 0 | URL
하하하, B. A. 패리스는 <브링 미 백>이 가장 최근작이고, 번역된 다른 두 권 중 <비하인드 도어>가 데뷔작인 것 같더라고요. 그건 그래도 평이 좋던데.... 암튼 저 작가 책 평 좀 읽어보니 반복되는 루틴이 있는 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권 읽으면 좀 뻔해진다는 소리가 있더군요. 그러니 한 권 정도 읽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ㅎㅎ

암튼 ‘여름엔 스릴러지!‘하면서 <브링 미 백>을 읽었는데...페이지를 넘길수록 시무룩.....해졌답니다. ㅋㅋㅋ 전 한 권 읽은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목나무 2019-07-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기냥.. .이런 페이퍼 느므 좋아요!! ^^
요런 알짜배기 요약본을 사랑하는 저는 올해 연말의 잠자냥님 페이퍼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잠자냥 2019-07-03 14: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여기서 겹치는 책이 또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ㅎㅎ

Falstaff 2019-07-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이지 마세요....˝ 정말 재밌네요.
고맙습니다. 안 낚이겠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19-07-03 16:02   좋아요 0 | URL
폴스타프 님은 정말 지루해서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읽으실 책입니다. ㅋㅋㅋ
˝낚이지 마세요˝이 항목에 넣을 책이 더 많아지면 (다른 분들에게) 좋을 것도 같은데, 이젠 그런 책을 웬만하면 못 만나네요. 책읽기 오래하다 보니 쌓인 내공인지 그나마 다행이죠. 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03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스펙트럼에 그만 반하고 말았습니다 @@
하나 하나 ‘읽고 싶어요‘에 넣어두려구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 여차하면 이 책의 마니아로 등극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03 19:43   좋아요 0 | URL
과찬 감사합니다! ㅎㅎ 하나하나 꼭 다 읽어보세요! 그리고 정말 알라딘 마니아 시스템 좀 난감할 때 있어요. ㅋㅋㅋㅋ 저는 싫었던 책도 종종 까는데 여지 없이 그 책 또는 그 작가의 마니아로 등극되더라고요 ㅋㅋㅋㅋ

독서괭 2019-07-0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알아갑니다~^^

잠자냥 2019-07-04 00:55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취향에도 맞길 바랄게요!

2019-07-05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tj 2019-07-0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느라고 바빠서 라는 진부한 이유로 책을 놓은지 한참이었다 다시 살기위해 책을 들어보는데,
좋은 글을 만나니 이렇게 로그인도 하고 댓글도 달고 이 페이지가 없어져 찾지못함을 예방하기위해 그대로 귀퉁이 접어 둡니다^^

잠자냥 2019-07-08 09: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coolcat329 2019-07-0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솔로몬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왜 그럴까 했는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서문을 쓴 사람이더군요! 제가 ‘참으로 훌륭한 글이다‘ 생각하며 인상깊게 읽었거든요. 지금 경험수집가 빌려갑니다. ^^

잠자냥 2019-07-08 09:4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전 그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ㅎㅎ 앤드류 솔로몬은 <한낮의 우울>이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란 책 평가도 꽤 좋더라고요.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란 책 때문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서문을 쓰게 되었나 보군요. ㅎㅎ

coolcat329 2019-07-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가 무식해서 ㅋ더 유명한 작품이 있더라구요.ㅎㅎ
 
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딱 그짝. 처음엔 좀 흥미진진하지만 읽을수록 지겨워진다. 러시아인형 특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예상가능한 결말. 어디가 압도적인 반전이라는 것인지? 이 작가 책 처음 읽어봤는데 다시는 읽을 일 없을 듯. 완전 하품 나오는 이야기. 캐릭터들도 다 짜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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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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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손톱을 물어뜯는다. 너는 말을 더듬는다. 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눈을 맞추지 못한다. 너는 때때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화가 나지만 발을 구를 뿐 화를 내지 못한다. 화를 내면 내가 너의 집에 오지 않을까 봐. 나는 너의 이름을 잊었다. 너의 집 다락방의 그 안온함을 좋아해서 그토록 자주 놀러갔으면서도 나는 지금 너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너 또한 그러리라. 열두 살의 너는 나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겼지만 나는 너보다는 너희 집 다락을 좋아했다. 이름도 잊어버린 내 유년시절의 친구. 말을 더듬고 수줍음이 많아서 친구가 없던 그 아이. 텅 빈 집에 늘 혼자 있어서 친구가 집에 오는 걸 무척 좋아했던 아이. 그러나 집에 올 친구가 없던 아이……. <아일린>을 읽으면서 그때 그 친구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아일린’ 은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어딘가 뒤틀렸다. 그녀는 한없이 외롭다. 스물넷이지만 그보다 더 어린 느낌이다. 어느 땐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같고, 또 어느 땐 열일곱, 열여덟 광폭한 십대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은 고단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모욕적인 언사, 술주정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고, 하나뿐인 언니는 자기 삶을 찾아 집을 떠난 지 오래다. 하긴 그 언니조차 함께 살던 시절 아일린에게 하는 말이라곤 아버지 못지않게 거칠고 폭력적이었으니 집을 떠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일린의 집안은 쓰레기통 같고 그 가족들은 쓰레기통 안에 버려진 쓰레기와 같다. 재활용도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쓰레기. 그 속에서 아일린은 자신 또한 그런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다.

제대로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항상 모욕적인 말을 듣고 살아 자기혐오도 강하다.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자기집착이 강한 사람’의 삶은 늘 그런 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법이나 스스로를 변호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분개’하고 만다. ‘어렸을 때도 말없는 아이였고, 앞니가 돌출될 정도로 오래 엄지손가락을 빠는 그런 유형’이었다. 그녀의 외로움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을 정도여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일린, 그녀는 그렇다. 말없이 조용하고, 친구도 없고, 열등감에 시달리며 사랑받지 못한 느낌. 그래서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다가와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없이 서투른 아일린. 그런 아일린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의 그 친구가 떠오른 것 같다. 나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그 아이보다는 그 집 다락방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나를 아주 좋은 친구라고 여겼던 그 아이.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부디 ‘아일린’이 그렇듯이 자기만의 삶을 찾았기를, 문득 한때 친구였던 그 아이의 행운을 빌어본다.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작가의 책을 선뜻 사는 일은 때로 아주 큰 모험이 된다. ‘오테사 모시페그’ 이름조차 낯선 이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그이에게 쏟아진 온갖 상찬에 혹해서였다. 맨부커상 최종 후보,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에 선정 등등.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를 클릭했다. ‘나는 당신이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겼었다.’는 첫 문장은 다음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만들었고, 나는 어느 오후 점심을 먹으며 미리보기를 하다가 미리보기가 허락된 페이지까지 다 읽고 말았다.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를 이렇게 멈추지 않고 다 읽은 적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일주일 후, 나는 집을 나오게 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 매혹적인 문장까지 읽고서는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긴 그녀가 일주일 후 집을 나오고 어떻게 X빌에서 사라졌는지를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내내 기록한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대체 언제 이 아가씨가 스스로 집을 떠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혐오스러운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박차고 떠나려나 싶은데, 그러기에 그녀는 게으르고 현실을 타파할 용기도 없다. 더욱이 같은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 랜디를 지나치게 짝사랑하고, 그런 와중에 ‘리베카’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까지 아일린 앞에 나타난다. 아일린은 리베카에게 순식간에 빠져든다. 눈부신 외모에 당당한 태도, 좋은 집안과 좋은 대학을 나왔을 법한 저 여유로운 분위기. 아일린 그녀 자신이 갖지 못한 ‘건강한 광채’를 지닌 그녀. 리베카와 알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어떤 식으로든 리베카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는다. 아일린은 리베카와 함께함으로써 다른 길로 들어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놀랍게도 리베카 또한 아일린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일린은 리베카를 두고 이 마을을 떠날 수 있을까? 아니, 리베카와 함께 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나는 것일까? 아무래도 못 떠나는 게 아닐까? 사라진다는 표현은 지난날의 자기 자신, 그러니까 못나고 자기혐오적이고 상처투성이인 과거의 자기를 버렸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말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체 언제 이 여자가 언제 사라질 지에만 관심이 쏠려 누군가는 지루하게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일린>의 모든 구절구절을 곱씹으면서 읽었다. 이런 소설을 쓴다니, 동경과 부러움, 질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무용담에서 단역에 불과한, 멀리서 보면 수줍고 온화한 사람처럼 보이는’ 아일린. ‘지루하고 생기 없고 무엇에든 면역된 가식 없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끓었으며 내달리는 생각과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사는 아일린. ‘현재 진행 중인 것이나 반짝 유행하는 것들을 알게 되면 고립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뿐인’ 아일린. ‘삐뚤어진 것들을 좋아’하는 아일린. 그러면서도 별과 같이 자신의 ‘장래가 밝다고 말해줄 무언가를 원한’ 아일린. ‘흥을 깨는 눅눅한 담요’ 같은 아일린……. 나는 아일린이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에, 그 마법 같은 언어에 매료되었다.



당신은 내가 실패자, 고지식한 사람, 별종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흥을 깨는 눅눅한 담요였다. 밤에 놀러 나간 적도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조차 댄스파티에는 동행이 있어야 했고, 기숙사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무리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난잡한 여자, 창녀, 죄인이며 탐욕스럽고 수치스럽고 문명사회에 위협이 되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아일린>, 200쪽)


그런데 그 마법과도 같은 언어로 그려진 아일린을 지켜보노라면 마음속에 묘한 슬픔이 남는다. 사랑받기를, 인정받기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이 외로운 여자의 욕망 안에서 십대 시절, 또는 이십대 초반 누구나가 느꼈을법한 자기혐오, 자기연민, 어떻게 할 줄 모르겠는 세상과 주변 사람을 향한 격렬한 분노, 쓸쓸함과 고독, 외로움, 그러면서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하다못해 ‘리베카’처럼 나와 너무나도 다른 친구, 또는 그런 존재를 향한 열망 및 동경의 마음까지……. 때문에 나는 아일린의 모습에서 그 오랜 친구를 떠올렸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의 모습은 곧 또 다른 친구의 모습과 겹치고 마침내 한때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아일린 또한 그녀가 일하는 교도소의 남자애들, 그 예민하고 성난 아이들과 자신이 아주 비슷했다고 기억하는 게 아닐까.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에게서 10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이들은 이 책 <아일린>에서도 똑같이 상처받고 성마른, 그렇지만 어떤 의미로는 더 삐뚤어진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때 그랬던 시절도 세월이 지남과 동시에 사라졌기에, 어쩐지 쓸쓸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기도 한다.

스물네 살 아일린이 가장 원했던 건 ‘모르는 사람들로 꽉 찬 곳에서 오후를 보내’거나, 자신을 기다리는 아버지 없이 거리를 느긋하게 걷거나, 어느 먼 곳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어딘가 자신의 집에서 편히 머무는 것이었다. 아일린은 과연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을까? 그녀는 ‘사랑에 대해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온 동네의 문을 다 두드려보고 나서야 맞는 집’을 찾는다. 이 과정을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잘 쓴 작품 <아일린>- 나는 이 책을 또 다른 의미의 성장소설 고전으로 내 마음에 새겨 넣는다.



“하느님은 지어낸 이야기야.” 어머니는 우리에게 말했다. “산타클로스처럼 말이야. 아무도 너희가 혼자 있을 때 지켜보지 않아. 뭐가 옳은지 그런지는 직접 판단해라. 착한 소녀들을 위한 상이란 없단다. 뭔가 원하면 싸워서 얻어내. 바보가 되지 말고.” (<아일린>,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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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2019-06-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굉장히 궁금하네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20대 초반에 읽었을 땐 아무 감흥이 없다가, 나중에 서른 넘은 어느 날 다시 읽다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참.. 묘한 책이예요. 스무네살 저랑 비교하면서 읽음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20대때 꼭 눅눅한 담요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정말 표현 기가 막히네요.) 잠자냥님 덕분에 알라딘 보관함에 책이 자꾸 쌓여갑니다. ㅋ

잠자냥 2019-06-26 14:51   좋아요 1 | URL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서른 넘어서 펑펑 울면서 읽었어요! ㅎㅎㅎ 오히려 10대 때는 뭐가 좋다는 거야? 이러면서 집어던졌던 거 같습니다(번역이 엉망이어서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요. ㅋㅋ).

<아일린>은 왠지 케이 님은 꽤 공감하면서 읽을 것 같아요(기가 막힌 표현도 참 많답니다.) 전 앞으로 이 작가 책 다 읽으려고요! 그만큼 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