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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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의 에세이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만큼, 요리에 관심없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랄까. 레시피 따라서 음식 만들다가 딥빡쳐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낄낄 거리면서 읽을 수 있다. 근데 이상하게 이 책 읽고 나면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뭔가 꺼내서 요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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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때문에 별은 세개 뿐이지요? 왜지요?

잠자냥 2019-06-25 11:5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영국 문화에 익숙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은 공감이 좀 어려웠고요. 이 책 100자평 중 어떤 분도 지적하셨는데 원제(The Pedant in the Kitchen) 의 ‘pedant‘를 본문에서 단순히 ‘현학자‘라고 옮겨놓는 바람에, 뭐랄까 머릿속에서 자꾸 엉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 정도로 번역했으면 평소 반스 이미지랑 더 잘 어울렸을 텐데...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책은 ‘감동‘은 없으니까 ㅋㅋㅋ 감동 별 하나 뺐습니다. 그리고 저는 줄리언 반스 에세이보다는 아무래도 소설이 더 좋더라고요.

참, 제게 별 셋은 그냥 평타 수준 책이에요. ‘읽거나말거나‘ 정도의 책이랄까요. 꼭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

그럼에도 평소 요알못인데도 요리 열정은 불타오르는 다락방 님은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25 13: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무려 ‘줄리언 반스‘가 무려 ‘요리‘ 에세이를 썼다니, 말씀하신 것처럼 요리 열정 불타는 저는 읽고싶단 말입니다. 그래서 갈등 중이었거든요. 읽고싶다, 그러나 읽을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별 셋 백자평이 똭- 있으니, 더더욱 아아 어째야하지.. 싶어지는 것이죠.

일단 줄리언 반스의 이 책은 좀 보류...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하핫.
 
[eBook]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희곡선집
유진 오닐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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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와 아이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엘렉트라 즉 라비니아의 역할이 매우 커진만큼 라비니아의 죄와 책임도 더욱 무거워졌다. 원전이 있기 때문일까.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욕망으로 들끓는 인간들을 묘사하는 유진 오닐 특유의 장점이 조금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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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메리맥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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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문외한인데도 재미나게 읽고, 마지막에는 묘한 감동까지 받은 까닭은 이 작품이 바둑 자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바둑을 두는 명인, 그것도 예술의 경지에 이른 한 구도자의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의 삶을 담담히 그려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 또한 격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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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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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매혹적인 작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 그런데 정확히 279쪽부터 드디어, 이야기가 폭발한다. 대단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처럼 도무지 잊기 힘든 그녀의 이름은 ‘아일린’.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도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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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6-22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아일린 이 여자 안 잊혀져요ㅎ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걸으려고 집을 나섰다. 내내 화창하던 하늘에 그때쯤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지나가는 비겠지, 하고 우산 하나 챙겨서 나갔다. 잠시 걸으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래도 걸었다. 좀 더 걷다보니 빗줄기가 꽤 거세졌다. 집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으나 지난밤 확인한 일기예보에서는 오후 6시에 잠깐 비가 오고 그 뒤로는 맑음 표시였다. 다시 걷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도저히 우산에 기대서 걷기가 불가능해졌다. 어쩌지?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던 맥줏집으로 들어갔다. 카페에 가도 됐을 텐데, 그날 이미 커피를 마신 터라...... 아니 그냥 날 밝을 때 맥주가 마시고 싶던 터라.....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맥주 한 잔과 치킨을 비우고 나오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하늘이 맑게 갰다. 공기는 더욱 깨끗해졌다.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 한참 걷다 보니 목이 말라서 또 다시 맥주를 마시러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밤이 깊어졌다. 어느덧 밤 열두시를 넘긴 시간, 갑자기 출출해져서 근처에 있던 24시간 콩나물국밥집에 갔다. 거기서 해장을 하고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시간에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있다. 아마 나처럼 한 잔 걸치고 해장하고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이었으리라. 테이블 자리는 이미 다 차서 나는 사람들 무리와 떨어진 방으로 올라갔다. 좌식 자리에 앉은 건 우리뿐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사람들이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 텔레비전을 한번 바라보니, TV에서는 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아아, 그래서 오늘 사람들이 삼삼오오 술집에 많이 모여 있었구나. 나는 그저 토요일이라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의 눈이 텔레비전에 쏠려 있을 때, TV를 보지 않고 있는 한 남자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제 예순을 조금 넘었을까. 일어선다면 160을 조금 넘을 키에 60킬로그램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체구를 지녔다. 그가 내 눈길을 끈 이유는 홀로 잔뜩 취한 채 웅얼웅얼 뭔가를 내내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환한 국밥집에서 혼자 취해 허공에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밥상에도 국밥이 올라왔고, 나는 밥을 먹는 일에 열중했다.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소리, “아, 여기서 이러지 마시라니까. 안받아주려다 받아줬더니 또 그러네. 얼른 드시고 가.”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테이블에 국밥을 주고 돌아가던 가게 아주머니가 아까 그 취한 사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자주 이렇게 취한 상태로 와서 옆자리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그 남자 옆 자리에는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히 국밥을 입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국밥을 다 먹은 그 남자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치른 그 남자는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아까 그 노인을 향해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밥 좀 편하게 먹자. XX야. 나이 처먹으려면 곱게 처먹어. 그 꼬라지니까 그 나이에도 그렇게 혼자 밥 처먹으면서 남한테 시비나 걸고 있지 XX야. 너, 내가 손봐주려다 오늘 바빠서 그냥 간다. 새꺄” 등등. 아까 가게 아주머니가 한 소리하는 걸 듣고 기세가 등등해진 것인지,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폭언을 퍼부었다. 노인에게 한창 퍼부으면서 헬멧을 쓰는 폼과 차림새를 보니 그는 늦은 밤까지 택배를 나르고 뒤늦게 식사를 하던 사람인 듯싶었다.

지켜보니 노인은 시비를 건다기보다는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옆 자리 건너 자리 사람들에게도 말을 걸고 있었다. 웅얼거림이나 마찬가지라, 시비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노인의 옆 건너 자리에 있던 그들은 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셋이다. 그들 중 하나는 몸집이 노인의 두 배는 돼 보였다. 그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줄곧 노인을 쏘아보더니 담배를 피우러 나가다가 노인에게 덤벼들 기세를 취했다. 그때 나머지 둘이 그를 말림으로써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노인의 맞은편 자리에는 남녀가 앉았다. 그런데 그들 중 여자가 아까부터 노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조롱이랄까. 여자는 이제 주변의 그런 분위기에 고무됐는지, 아니면 자기 앞에 남자가 앉아 있기에 안심이 되었는지 급기야 노인에게 “할아버지, 쉿!쉿!”하면서 껄렁껄렁한 얼굴로 노인을 계속 비웃었다. 나는 여자의 그 조롱이 아까 폭언을 퍼붓던 남자의 태도 못지않게 섬뜩하고 불쾌했다. 저 여자가 혼자 국밥을 먹으러 왔어도 저럴 수 있을까? 아니, 저렇게 홀로 술을 마시면서 웅얼대는 저 노인이, 건장한 30~40대 남자였어도 다들 저럴 수 있었을까? 물론 내가 그 노인 옆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가 계속 그렇게 술 취해서 중얼중얼 거린다면 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을 향한 그 주변 남자들과 그 여자의 태도에는 분명 지나친 무엇인가가 있었다.

텔레비전 속 축구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1대 0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인 주변 사람들은 축구경기보다 노인을 조롱하거나 위협하는 일을 더 즐기는 듯했다. 여자의 얼굴은 개미집을 발견해서 마구 짓밟아버리는 심술궂은 아이의 얼굴에나 있을 법한 그런 웃음이 스며있었다. 나는 얼마 전 본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기우네 가족과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그 장면……. 그 국밥집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술 취한 노인의 웅얼거림이 아니라, 그에 대응하던 남자의 폭언과 또 다른 남자의 살기어린 눈빛과 여자의 비웃음이었다. 노인보다 젊고 힘세고 곁에 무리가 있고, 남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 행동들. 그런데 그들은 모두 그 시간에 4천 원짜리 국밥으로 한 끼를 때우고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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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7: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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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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