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에서 매그레 반장 시리즈가 다시 나오는 것 같다. 매그레 시리즈가 기약없이 출판을 중단한 것은 19권까지 나오고 나서이다. 열린책들은 애초에 이 시리즈를 내놓을 당시 조르주 심농 버즈북까지 만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전 시리즈를 다 발간하겠다고 독자에게 약속했다. 그 버즈북에 따르면 '<조르주 심농: 매그레 반장 삶을 수사하다>를 통해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이 시리즈는 첫 4권 출간을 시작으로 이후 매달 2권씩, 모두 75권에 달하는 대장정을 이어 갈 예정이다.' 라고 당당히 밝혔다.
이 시리즈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 대단한 계획을 정말 지지했다. 근데 어느날 문득, 출간을 중단해버렸다. 이땅의 열악한 출판 시장을 감안하면 출판 중단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 중간에 조금은 무책임하게 멈춰버린 그 행태가 못마땅한 건 사실이었다.
그 뒤로 매그레 반장 시리즈는 알라딘 중고 서점 장르 서적 코너에서나 뭐랄까 조금은 쓸쓸한 자태로 간간이 만나볼 수 있었다. 철지난,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늦여름의 바닷가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매그레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반장이 돌아왔다. 아주 옷을 싹 갈아입고서. 단행본으로 한 두 권 그냥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니다. 다시 돌아온 매그레 반장은 시리즈 20번과 21번을 달고 있다. 그러니까, 19권에서 멈춰버렸던 그 시리즈의 뒤를 엄연히 잇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리즈'에 방점을 두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표지가 싹 달라졌다. 판본은 어떤지 실물을 보지 못해서 확인할 수는 없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판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19권까지의 시리즈나 새로 출간되는 책이나 모두 188*128mm (B6) 사이즈다.
그런데 가격은 올랐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거의 매 시리즈가 200페이지 안팎의 가벼운 분량이다. 그때보다 세월이 지났으니 물가도 올랐고 책값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는 논리일까?? 글쎄.... 도서정가제 시행시 출판사들은 가격을 합리적으로 내리는 방안도 고려한다더니만, 그런 출판사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큰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100쪽 남짓의 가벼운 책들도 죄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서 무조건 만 원 이상씩 받아먹는다.
게다가 열린책들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도 그렇고, 세계문학시리즈도 그렇고 툭하면 판본을 바꾸고 표지 갈이를 한다. 내 책꽂이에 꽂힌 열린책들의 책들은 유독 그 모양새가 뒤죽박죽이다. 그런 와중에 다시 돌아온 매그레 시리즈마저 표지가 예전 시리즈와 완전히 달라졌으니 반가운 마음보다 화딱지가 나는 마음이 크다. 시리즈로 책 사 모으는 충성스러운 독자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행태라고나 할까....
돌아온 반장님은 반가우나, 그 옷차림은 영 마뜩잖구나.....
반장님, 누가 옷을 그렇게 갈아입혔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