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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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벼운 내용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나름 빛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편의점 안에서 쓸모 있는 상품, 또는 부품으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못한 인간에게는 호통치고 야단치고 그것도 안 될 땐 배제(폐기)해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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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화가 있는 날' 행사는 조금 솔깃했다. 2월 중에 이용한 공연·전시·영화 유료 관람권을 도서로 교환해주는 ‘도깨비책방’이 열린 것이다.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피해를 입은 1인 출판사 도서를 유료 관람권과 교환해주는 행사였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을 위해서 서점온 사이트(www.booktown.or.kr)를 통해서도 신청받고 배송해주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영화는 꼭 보니까 <컨택트>를 보고 버리지 않았던 영화표를 사진으로 찍었고, 도서 리스트를 훑어본 뒤 원하는 책을 골랐다. 뜻밖에도 괜찮은 책들이 꽤 있었다. <나쁜 페미니스트>처럼 핫한 책은 금세 동났다.


내가 선택한 책은 ㅋㅋㅋㅋㅋ 정말 인기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마감이 뜨기는커녕 신청 인원 숫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아마 이 책은......... 끝까지 마감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책이 집에 왔다. 물론! 배송비도 무료!





선택할 때도 참 표지 디자인이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받아보니 더 구렸다.ㅋㅋㅋㅋㅋㅋ 활자 조판도 뭔가 너무 올드한 느낌이랄까. 번역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보는 순간 뭔가 레어템 느낌을 감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고르지 않은 까닭은, 1. 표지가 너무 구려서. 2.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잘 몰라서 -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친구도 이 행사를 통해 하필이면! ㅋㅋㅋ 이 책을 선택했다는 게 아닌가! 이런 격하게 반가운 느낌이라니. ㅋㅋㅋㅋㅋ 이 책을 고른 그 드문 사람들 가운데 내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근묵자흑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영화티켓으로 이런 책 한 권을 건졌고, 서로 말한 적도 없는데 친구도 똑같은 책을 고른 것을 알았으니 뭐랄까 뿌듯함과 기쁨이 두 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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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춘금초》를 가지고 있어요.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중고매장에서 보자마자 구입했습니다. ^^

잠자냥 2017-03-09 13:35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책이 3권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여기서 나온 <다니자키 준이치로 단편집>은 나왔을 때 신나서 서점으로 달려갔는데... 그 조악한 편집을 보고 믿음이 영 안 가서 결국 사지 않았거든요. 근데 결국 품절 ㅠㅠ 사둘 걸 그랬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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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김민혜 옮김 / 한겨레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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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착하고 따뜻한 작품. 그러면서도 섣불리 희망이나 지나친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 바비와 아이크, 맥퍼런 형제가 기억에 남는다. 바비와 아이크 두 아이의 세계는 ‘어른‘들로 인해 쉽사리 망가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아이들은 서로 또는 또 다른 어른에 의해 치유받고 자란다. 삶이 그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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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렐 차페크에 꽂힌 나.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 볼 생각인데, 몇몇 작품이 지만지에서만 나왔다. 나는 '지만지' 시리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정확히는 미덥지 못해서) 이 시리즈 책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 일단 가격이 괜히 비싸고 축약본인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에는 가격이 더 오른 듯?

암튼 읽어보고는 싶은데, 집 근처 도서관에는 차페크 책이 몇 권 없다. 더욱이 지만지에서 나온 책은 아예 없다. 그래서 <호르두발>을 먼저 신청했다. 얼마 뒤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내가 신청한 '지만지' 시리즈는 많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얼마 전부터 신청받은 책은 '큰 글씨' 책으로만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큰 글씨' 책으로 구비하겠다는 문자였다.

크면 얼마나 크겠어 생각한 나..... 사실 이 '큰 글씨' 책이 도대체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지 않았다. 활자가 조금 큰 거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 드디어 신청한 책이 왔다고 해서 저녁 때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이 책을 주면서 사서가 웃는 게 아닌가!? 신간 비치 코너에 있는 이 책을 갖고 오는 사서의 모습은 마치......... 서당에서 하늘천따지 천자문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오는 동자 같았다..... 그렇다 옆구리에 끼고 온 것이다!!!!!!!!

"이 책이 좀 큰데.... 괜찮으시겠어요?"
사서가 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 하하하. 들고 다닐 수는 없겠군요."
"그... 그렇죠? 하하하."
나는 책을 들고 황망히 섰다가 물었다.
"지만지 시리즈는 그럼 계속 이렇게 큰 글씨책으로만 구입하나요?"
"네... 아마도."

나는 받아든 책을 옆구리에 끼고 도서관을 나왔다. 지만지에서 나온 차페크의 다른 책 <별똥별>도 이렇게 읽어야 하는구나. 하하하.  글자가 너무 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빌려온 큰글씨책 <호르두발>




일반 지만지 책과 비교. 안 산다면서 '이반 부닌' 단편집은 알라딘 중고에서 샀다.



글씨 크기 비교




가장 오밀조밀함을 자랑(?)하는 -_-;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글자크기와 비교



가장 잘 알려진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와 비교. 맨끝은 민음사 쏜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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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공감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겪었어요.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서관에 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버스 타고 가는 데 한 시간 걸려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면 ‘큰 글씨책’입니다. 빌릴 수 있는데, 이걸 굳이 집에 가서 빌려 읽기가 난감해요. 결국은 포기... ㅋㅋㅋ

이걸로 도서관을 원망할 수 없는 게 도서관 도서 구입비용에 적정선이 있기 때문에 ‘큰 글씨 책’과 그 원래 판형의 책 모두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잠자냥 2017-03-08 15: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큰 글씨 책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서당 다녀오는 동자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커요. ㅋㅋㅋㅋㅋㅋ 어르신들인 좋아하실라나 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도서관 정책은 이해합니다. ㅋㅋㅋㅋ

2017-03-08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7-03-08 16:39   좋아요 0 | URL
네 저 책은 확실히 눈 나쁜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더군요. ㅎㅎㅎ

Falstaff 2017-03-0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시리즈 책은 한 권도 안 산 게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당연히 완역은 아니지요? 지만지에서만 나오는 좋은 책들이 있는데 그게 궁금해서 도무지 안 사게 되더라고요.

잠자냥 2017-03-16 17:31   좋아요 0 | URL
다행히 <호르두발>은 완역이었습니다!

잠자냥 2017-03-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르두발>은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절판된 예전 출판사 <호르두발>과 이번 지만지 시리즈 페이지 분량을 확인해 보니 어쩐지 완역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만지 시리즈를 보면, 아시다시피 원작은 무지막지한 분량인데 가볍게 한 권으로 나온 책들이 꽤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시리즈 어이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책 값은 또 무지막지 비싸요.

다행히 여기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이나 이반 부닌 단편선 같은 책들은 ‘단편‘이니까 몇몇 작품들만 골라서 온전히 수록되었더군요. <호르두발>은 다 읽고 나면 완역인지 아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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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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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기억하는 나의 고 3은 공부와 씨름했던 시기가 아니다. 몹시 무더웠던 그때 여름은 공부와의 싸움이기 보다는 엄마가 앓던 병과의 싸움이었다. 엄마는 내가 고 3이었던 그때 ‘암’이라는 그야말로 ‘암’적인 판단을 받았다. 왜 하필이면 내가 고 3일 때, 왜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하는 생각에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그때 그 이야기를 가족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도 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하기 싫었다. ‘우리 엄마가 암이야’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하는 순간, ‘암’이라는 낙인이 엄마는 물론, 우리 가족 전체에게 찍히는 것 같아서 싫었다. 동정 받는 것도 싫었다. 누가 아는 것 자체가 싫었다. 엄마의 ‘암’은 나는 물론 가족에게도 그렇고, 엄마 자신은 더욱 그러했겠지만 형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이 책은 '은유로서의 질병'과 '에이즈와 그 은유' 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다-을 덮는 순간, 아니 이 책을 펼친 순간 잊었던 열 아홉 살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암’을 받아들인 태도와 엄마가 ‘암’을 받아들인 태도, ‘가족’이 암을 받아들인 태도에 있었던 ‘공포’ ‘낙인’ ‘형벌’ ‘부끄러움’ 같은 것들. ‘질병’을 ‘질병’ 자체로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관습이나 은유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무렵 엄마가 앓던 ‘암’에 대한 은유를 보면, 왜 엄마는 그때 ‘수치스러워 했었나’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앓는 ‘암’의 한 종류인 ‘자궁암’에 대한 은유.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은 잘 걸리지 않을 뿐더러’ ‘그러니까 미혼 여성이 자궁암이라면 화려한(?) 전적을 의심해 봐야 하며’ ‘기혼 여성이 걸리는 경우는 배우자의 외도’ 때문일 경우가 많다는, ‘자궁암’을 바라보는 사회적 은유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것이다. ‘유방암’에 대한 은유도 그렇다. 요즘에는 ‘비만’인, ‘동물성 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게으름’이 불러오는 암이라는 은유가 또 널리 퍼져있다. 그런데 이런 은유들이 과연 모두 타당한가?

수잔 손택, 그녀는 아버지가 일찍이 결핵으로 사망했고(손택의 엄마는 그 사실을 끝끝내 숨겼다고 한다. 당시 결핵은 불결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걸리는 수치스러운 병이라는 사회적 은유가 만연했기에) 엄마 또한 폐암으로 사망했다. 더욱이 손택 그녀가 이 에세이를 쓰기 전 ‘유방암 4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형벌’을 선고 받았고 이 에세이가 세상에 빛을 본 뒤에는 유방암을 극복했었지만, 또 다른 ‘형벌’인 ‘자궁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의 절친한 친구들이 ‘에이즈’라는 병으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던 시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결핵이나, 암,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깊이 사유하게 된 그녀가 '은유로서의 질병'과 '에이즈와 그 은유'를 쓰게 된 것이다.

결핵, 나병, 매독, 페스트, 콜레라, 암, 에이즈 등 이런 병들을 떠올리는 우리의 머리 속에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 이런 병명과 함께 당신의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찾아보라, 그게 바로 우리 사회에 있는 질병에 관한 사회적 은유다. 결핵은 불결하고 하층민들이 잘 걸리는 수치스러운 질병에서 결핵이라는 병 자체에서 오는 창백한 안색, 허약함, 콜록거림 등등에서 ‘낭만스러움’ ‘영혼의 상처’ 등 ‘낭만성을 대표하는’ 질병으로서 사회적 은유를 획득하기에 이른다. 그에 비해 ‘암’은 일단 받아들이기 매우 부끄러운 신체(결장, 방광, 직장, 유방, 자궁, 전립선, 고환 등)에 침범하는 것으로 부위부터 낭만적이지 못하며, 손택이 이 에세이를 썼던 1978년 당시만 해도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고 인간 관계에서도 결함이 있는- 그러니까 속으로 삭이는 사람들에게서 암이 잘 나타난다는- 은유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암이 갖고 있던 모든 사회의 악의적인 은유는 영광스럽게도 에이즈가 가져가게 된다. 에이즈는 일단 ‘문란한 성접촉’을 통해 그것도 ‘아프리카’와 같은 미개한 나라에서 시작된, 게다가 동성애자들이 그 ‘혐오스런’ ‘항문성교’로 전 세계로 퍼뜨리고 있는 도덕적 타락이 불러일으킨 대 재앙이라는 은유가 순식간에 퍼져버린 것이다.

손택이 지적하는 점은 질병을 다루는 사회적인 은유들이 종종 질병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주고 공포적인 은유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더 나아가 군사적 은유로까지 쓰이는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혐오감이자 경종이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는 전염병을 하나같이 제3세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병이 처음 알려진 그 시기부터 선전선동 한다. 그 좋은 예로 에이즈가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그 미국인들 때문에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하는 유럽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때문에 질병의 이런 사회적 은유는 사회의 중간 계급, 혹은 지배 계급들이 파시스트적인 선전선동을 하기에 딱 좋은 대상이 된다. ‘제3세계에서 역병이 들어왔으니’ 그들의 이민 및 이주를 막아야 한다. 제3세계의 인종들을 격리하고 차별하는 것은 마땅하다. ‘동성애자들의 문란한 성행위가 에이즈를 확산하니’ 그들을 격리하고 사회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논리들. 우리에게 적이 되는 ‘암’적인 존재들은 종양을 제거하듯 잘라내고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핵폭탄 투하와 같은 방법으로 적을 제거해야 한다는 군사적인 선전선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인 은유나 잘못된 공포가 질병을 질병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환자들로 하여금 ‘낙인’과 함께 맞서 싸울 의지나 능동적인 환자가 될 의지를 꺾어 놓는다고 손택은 지적한다. 손택 자신이 유방암을 극복했고 자궁암을 이겨냈던 것들 자체가 그런 은유와 맞서 싸워 능동적인 환자로써 질병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식들을 찾아 헤맨 결과임을 이 책을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질병을 신비화하는 언어를 쫓아내고 우리가 질병,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을 ‘제대로’ 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다.

내가 엄마가 암에 걸린 적이 있었고 그걸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아무렇지’않게 하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열 아홉에서 수년이 지난 뒤에야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나마 처음 그런 말을 하게 된 것도 비슷한 병을 ‘선고’ 받고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극복’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물론 그 사이 사회에서 ‘암’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예전처럼 그리 절망적인 선고도 아니며, 암이 생기는 부위가 부끄럽더라도 그때보다는 쉽게 밝힐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끔찍한 은유는 이제 에이즈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즈에 대한 좋지 못한 은유는 그것을 능가할 만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는 한 쉽사리 극복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모든 '질병'을 '질병'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곧 우리의 삶과 죽음을 제대로 마주할 방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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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7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7-03-07 11:30   좋아요 1 | URL
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그 병도 그렇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yrus 2017-03-0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병’ 자체 이름만 들어도 무섭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게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언어와 이미지입니다. 질병에 안 걸리는 사람도 벌벌 떨게 만들죠. 은유를 이용한 공포 효과를 잘 이용한 게 공익광고입니다.

잠자냥 2017-03-07 15:43   좋아요 0 | URL
네 그러고 보니 금연 광고 정말 무시무시하지요. 그런데도 피우는 사람은 여전히 피우지만 말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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