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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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착상과 날카로운 풍자, 깊이 있는 통찰력,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돋보이는 수작. 카렐 차페크는 진정 천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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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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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는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에 미친 수다쟁이 찌질남이 주인공이었다.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하이 피델리티>의 독서 버전이다. 물론 이 책은 픽션은 아니고 닉 혼비가 읽은 책, 산 책, 읽다만 책에 관한 이야기다. 닉 혼비가 <하이 피델리티>의 주인공처럼 찌질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 그만큼 수다스럽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닉 혼비가 수다스럽기 때문에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그렇게도(?) 수다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물론 그가 실제로 말이 많을지 ‘손가락’으로만 말이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잡지인 <빌리버believer>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요즘 내가 읽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에세이를 모아 엮었다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빌리버 편집부를 욕하는 내용도 많다. 그래서 좀 많이 웃기다. 꼭 편집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도 웃음이 팍팍 터진다. 정말 집어던지고 싶을 정도의 책에 대해서는 제목과 내용 및 저자를 밝힐 수 없다고 표현하는 부분도 그렇고.

잡지에 실린 도서 서평을 모은 글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책을 끊임없이 많이 읽었을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는 매달 구입한 책과 그 중 읽은 책을 따로 표시하는데 그 리스트를 보면 닉 혼비 역시 책은 많이 사는데, 당장 읽지 않고 책꽂이 어딘가에 꽂아두는 편이 많구나 싶어진다. 그러다 언젠가 그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읽지 않고 그대로 책꽂이 더 깊숙한 곳에 처박히는 책도 많은 듯하다.
 
그가 읽거나 사는 책 리스트도 특별할 것이 없다. 여기저기서 좋은 책이라고 칭찬받는 책보다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이것저것 잡식으로 골라 읽는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책 읽기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때문에 그는 독자들에게 제발 재미없는 책,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엄청난 고전을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재미없는 책은 그냥 던져버리라고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재미없으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 듯. 

축구 시즌에는 책 읽는 양이 엄청나게 감소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또 책 읽을 읽지 못하고, 급기야 아이가 읽어달라는 동화책이 그달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책에 꼽히는 등 닉 혼비의 생활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나는 이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통해 그의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고, 그래서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폐아의 이야기나 자폐증을 극복하고 희망을 얻은 내용 일색의 자폐아 관련 책을 읽으면 어쩐지 소외당한 기분이 들거나 화가 나거나, 당혹감이 든다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짠해지기도 했다. 축구 박사인 그가 어떤 소설에서 축구에 관한 얼토당토않은 예가 등장하자 당장 그 책 읽기를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공감 갔다. 역시 어설프게 알면서 잘 아는 척 글을 쓰는 것은 금물이다.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독서에 관한 책이지만 폼을 잡지 않는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과 같은 책과는 정반대의 책이라고 할까? 닉 혼비는 자신이 작가이고, 글을 쓰는 친구들이 많아 책을 꼭 읽어야 하고, 또 음악이나 영화, 미술, 스포츠 등 다른 문화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책에는 있다고 믿기 때문에 책을 읽지만, 모든 사람들이 엄숙하게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빈치 코드>나 ‘칙릿’을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는 사람에게 그런 책은 읽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훈계하지 말라고 한다. 책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그게 바로 최고의 독서이기 때문이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쌓여가면서도 또 책을 사는 습관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읽고 그래도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언젠가는 읽지 않겠나? 아님 말고.



우리는 스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읽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40세나 50세가 되기 전에, 혹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머릿속에 넣어 다니거나 실제로 적어 다니는 사람들을 늘 만난다). 대단한 찬사를 받은 소설을 어렵사리 읽고 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그렇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실은 슬며시 기분 좋아지기도 하는 사람은 분명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문장이 묘사하는 세상보다는 문장 그 자체에 관심을 모으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고, 그런 글을 읽어낼 만한 인내심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더 불투명하게 쓰인 소설들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독자로서 내 자신의 취향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막말로 하자면, 그런 책을 읽으면 나는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면 성격이 나빠진다. 내 독서 생활에서 지루한 것들을 제거하기란 놀라울 정도로 쉬웠다.

독서가 레저 활동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독서의 (불분명한)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도 책을 읽지 말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라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재미없을 때 리모컨을 집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소설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멍청하다는 뜻은 아니다. (......) 내가 아는 것은 읽느라 힘들어 눈물이 나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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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도서목록을 열심히 만들어봤지만, 정작 계획대로 읽은 책은 많지 않았어요. 오히려 계획에 얽매여서 어떤 책을 보려고 집에서 거리가 먼 도서관에 간 적이 있어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이상하게 제 동네 도서관에 없더군요... ㅎㅎㅎ 그냥 읽고 싶은 대로 골라서 읽는 게 마음 편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잠자냥 2017-01-26 16:5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읽고 싶은 대로~ 그때그때 읽는 게 가장 좋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에 좋은 책 또 많이 읽으시는 시간 되길 바랍니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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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터 싱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The Life You Can Save>는 한마디로 세다. 거침없다. 읽는 내내 죄책감이 든다. 양심이 찔린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같은 분류에 속하면서도 여태까지 나온 이런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책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아… 마음 아프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면 이 책은 ‘앗! 이럴 수가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뭐라도 빨리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보통 사람은 자기 눈앞에 물에 빠진 아이가 있다면 그리고 그걸 목격한 사람이 나 혼자뿐이라면 당장 그 물에 들어가 아이를 구할 것이다. 아이가 물에 빠져 죽어가는 걸 목격하고도 수수방관한다면 자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그 사람을 엄청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저 멀리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나 몰라라 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그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는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아이가 소중하다면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 나의 아이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인간에게 있어 기부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당신이 지금 쓸데없는 사치품을 사는데 쓰는 돈으로 몇 명의 아이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당장 ‘기부를 하라!’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버는 만큼 적게 버는 이는 적게 버는 만큼 ‘무조건 기부를 하라!’고.

첫 장을 들추면서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저자는 잘사는 국가에서 수돗물을 놔두고 생수를 사먹는 행위도 사치라고 본다. 음료수를 사먹는 것도, 콘서트를 가고 영화를 보고 등등 문화를 즐길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기부를 하라고 다그친다. 읽다 보면 ‘아, 정말 내가 쓸데없는 소비를 많이 하지.’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살짝 반감이 들기도 한다. 기부를 하자고 내 삶의 즐거움을 다 포기해야 하나? 아니지, 내 즐거움을 조금 줄이면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데? 하지만, 왜 나만? 나보다 더 부자들도 기부를 안 하는데? 내가 왜? 이런 생각들.

이런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터 싱어는 기부를 왜 해야 하는지부터 기부를 잘 하려면 어떤 단체에 해야 하며, 자기 수입에 비례해서 얼마큼의 기부를 하는 게 좋을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물론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맵시 나는 옷을 입고, 훌륭한 음식을 먹고, 고급 스테레오로 음악을 듣는 일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나는 그 기쁨에 반대하지 않는다. 같은 값이면 최대한 기쁨을 누리며 살라. 그러나 나의 주장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거나 극심한 고통을 막을 수 있는 데도 그런 ‘가치 있는 것들’에 돈을 쓰는 일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201쪽)

저자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기부할 것을 종용한다. 나중에 돈을 좀 벌어서 하겠다고 생각하면 이미 늦었다고 한다. 그 사이 아이들은 매일 죽어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이 사치를 부리는 행위도 비난한다. 물론 그들도 기부금을 내기는 하지만 저자는 그들 소득에 비해 한 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일침을 가한다. 미국인들이 기부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그 기부금은 대체로 교회와 같은 종교단체로 들어가는 일이 많고, 미국 정부 역시 기부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정말로 필요한 국가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굶어 죽지는 않는 사람들에게 원조가 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국에서도 기부를 한다며 교회 등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내거나 대학교 장학금으로 돈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보다는 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저 먼 나라의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솔직히 나는 종교단체나 대학교에 기부하는 것만큼 아까운 돈이 없다. 평생 김밥을 팔아 몇 십억을 모은 할머니가 자신이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쓰라며 전액을 대학교에 장학금을 냈다는 이런 기사를 보면 ‘아 그 돈을 굶어 죽어 가는 애들을 위해 쓰면 더 좋으련만’ 싶어진다. 피터 싱어도 그렇게 이야기 한다. 종교단체나 자기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기 보다는 당장 죽음 앞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잘 사는 국가에서는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기부하는 행위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빈곤 국가가 가난한 것은 그들 책임이라며 기부할 의무가 없다고까지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가 부유해지기까지는 가난한 나라의 풍부한 자원이나 값싼 노동력 덕을 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온실효과 등 선진국의 산업화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결국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다. 선진국이 ‘우리는 빈곡 국가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한 행동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윤리 문화를 일굴 필요가 있다.’(215쪽)며 부를 가진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함을 강조한다.

나는 아직 기부할 만큼 여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기부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기부하는 사람을 보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그때 기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종교단체에 기부하면서 ‘나는 기부를 한다.’는 만족감에 빠져 있는 사람, 기부금을 내고 싶어도 어떤 단체에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사람, 먼 나라의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기부를 하느니 우선 우리나라의 가난한 이부터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기부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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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은 사회가 기부 문화를 권하는 일을 (열심히 돈을 번) 개인의 자유를 개입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러다가 기부 좀 하자는 말 한 마디 했다간 좌빨, 종북 소리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

잠자냥 2017-01-24 15:04   좋아요 0 | URL
요즘 우리나라에선 뭐 조그만 다른 사람들 생각하고 살자고만 말해도 좌빨, 종북이라고 하니까요. 하하하.
 
지루한 이야기 창비세계문학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석영중 옮김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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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어느 노교수의 삶과 인생, 그의 가족에 관한 끊임없는 불평불만을 읽고 있노라면, 산다는 것은 결국 이토록 비참하고 쓸쓸한 것인가 서글퍼지면서 가슴이 아려온다. 체호프의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명작. 국내 초역 ‘지루한 이야기‘ 이 한 편만으로 이 책은 살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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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3
이즈미 교카 지음, 임태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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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매우 아름다운 환상 문학.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전설의 고향을 찍는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초롱불 노래>는 1950~60년대 일본 영화 황금기에 나왔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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