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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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SF가 아니다. SF를 기반으로 한, 그 외투를 입은 현실이 삶이자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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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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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며 느끼는 작가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담겨 있지만 큰 기둥은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는 삶, 차별이나 소외를 극복하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삶에 있다. 그의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삶만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사회적 책임을 끊임없이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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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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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버의 단편을 읽고서 '이게 뭐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체 왜 '카버' '카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느닷없이 시작해서, 느닷없이 끝나버리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 왜 그에게 수많은 작가가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카버의 여러 단편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을 볼 때도 비슷했다. 지리멸렬했다. 스크린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을 차례로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예전에 왜 카버의 작품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숏컷>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했는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에는 희망이 없다. 암울하다. 참담하다. 거의 모든 단편이 우울하고 희망 없는 일상의 나열이다. 알코올 중독자, 붕괴하는 가정, 왜 함께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부, 서로 각자의 이야기만 하는 가족, 언제 내 일이 될지 모르는 실업, 갑자기 다가온 사고나 병으로 그나마 지탱되던 일상이 붕괴하는 등 '살기 참 퍽퍽하다'는 느낌뿐이다.

이번에 카버의 작품을 읽으며 강력하게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여럿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듯 보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지만 결코 떠날 수 없는, 혹은 떠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이곳(다 떨치고 싶은 일상이 있는 바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삶의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카버의 작품 속 사람들과 똑 닮았다. 이런 일상을 그린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아침에 눈을 떠도 여전히 무기력하고 (Edward Hopper, Morning Sun, 1952)




가장 가까울 것 같지만 가장 먼 사람들... (Edward Hopper, Excursion into Philosophy, 1959)



그런 짧은 순간,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에서 그토록 심오하게 일관된 세계를 그려냈다는 것이 카버의 위대함일 것이다. 게다가 최대한 압축한 표현들이란! 평범한 작가라면 절대로 흉내 낼 수 없으리라. 일반 독자는 물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카버의 단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이라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할 것 같고, 온갖 미사여구로 문장에 힘써야 할 것 같고… 이런 편견을 카버는 송두리째 깨뜨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 같은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편집을 읽는 내내 고통스럽다가 <대성당>을 읽은 즈음 쿵, 하고 가슴에서 울림이 터졌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을 때였다. 이 작품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목욕'으로 실렸던 작품인데 <대성당>에는 조금 다르게(?) 각색되어 다시 나왔다. 희망 없던 카버의 작품에서 드디어 희망이랄까,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이다. '대성당' 또한 그전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한때 카버에게도 봄이 찾아오긴 왔었나 보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작가 인생의 변화,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카버의 작품은 그의 삶과 무척 닮았다. 알코올 중독자, 해체 직전의 가족, 경제적 고통, 가난했던 삶… 그리고 말년에 잠깐 찾아온 행복(이 행복의 요소에는 그의 두 번째 부인도 포함될 것이다). 카버는 자신이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쓰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느끼는 점이 많다. 최근 나오는 소설 중엔 자신이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쓰다 보니 온갖 참고자료가 나열되는 소설이 종종 있다. 읽고 나면 어쩐지 공허하다. 가까운 이에게 은밀하게 들은 타인의 비밀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도 그렇다. 남의 인생을 훔쳐오는 것도 모자라 온 세상에 폭로한다. 그가 겪은 것, 그가 본 것, 관찰한 것으로 엮어낸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의 '특별한 이야기'인 카버의 작품은 그래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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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6-09-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대성당>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번역이.... 오역에 관한 한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일컫는 인물이 한지라 자꾸 망설이게 됩니다. 잠자냥 님의 글을 읽어보고나선 더 읽고 싶어지는데, 그래도 번역한 작자가.... 하이고 이걸 참 나...

잠자냥 2016-09-19 18:0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예전에 그 사람이 번역한 그레이엄 그린 <권력과 영광>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다가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원문 꾸역꾸역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다른 번역가가 옮긴 게 없으니 참;; 대안이 없군요. 하핫. 하지만 <대성당>은 좋은 작품임에 틀림 없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카버는 영문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서 영문판 사서 잘 하지도 못하면서 혼자 번역하면서 몇 작품 읽어본 적 있는데요. 워낙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저처럼 영어 잘 못 하는 사람도 도전해볼 만하더군요. <대성당> 읽으시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어로? ㅎ

어쩌다냥장판 2022-11-16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레이먼드 카버의 책이 나왔다고 떠서 이걸 읽어 말어 하고 있네요 이전에 읽은 기억으로 뭔가 내스타일이 아닌데 한 기억이 있어서... 누가 이침대를 쓰고 있었든 이걸 사 말아 하고 있어요 ㅎㅎ

잠자냥 2022-11-16 16:39   좋아요 0 | URL
저는 카버 소설 좋아해서 새 책 샀습니다! ㅎㅎ
 
마리 앙투아네트 / 모르는 여인의 편지 동서문화사 월드북 240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양원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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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와 프랑스혁명에 대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책. 게다가 저자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아닌가! 타인의 전기를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다룰 수 있는지! 정말 ‘전기‘의 대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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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E. M. 포스터 전집 5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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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이야기의 흥미로움 정도로만 치자면 포스터의 작품 가운데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다.

200페이지 정도의 가벼운 분량이기도 했지만, 다음 장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포스터가 막장 드라마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20세기 초반 영국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을 쓰자니 이 작품이 막장인가(?)하고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포스터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아름답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다.  그런데 왜 ‘막장 드라마’냐고?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막장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물론 포스터의 작품을 읽을 때 욕은 나오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빠른 전개와 인물 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관계와 영향 등등.

이 작품은 정말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봤더니 줄거리가 줄줄 적혀있던데, 절대로 읽으면 안 된다! 재미가 완전 반감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도 언젠가 이 책을 읽을 이들을 위해 스포일러 등 소설 내용을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러다 보니 ‘재미있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구나;).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포스터 작품 중엔 <인도로 가는 길>과 단편 모음집인 <콜로노스의 숲>을 제외하고 다 읽게 되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미로만 따지자면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이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작품은 재미에서는 최고지만 포스터의 초기작이니 만큼 후기작에 비해 깊이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그 반면 포스터 작품의 주요한 특징(계급간의 문제, 인습과 전통에 얽힌 삶과 자유로운 삶의 대비 등등)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유머러스함도 빛난다. 여러 구절에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고 어떤 부분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 ‘그는 큰 키에 여윈 체격의 젊은이로, 옷 어깨에 패드를 넣는 사려 깊은 방법으로 안쓰러운 상태를 피해야 했다.(80쪽)’

포스터 작품을 거의 다 읽어가는 이즈음…. 좋아하는 작품 순으로 마음속에 새겨보았다. <인도로 가는 길>과 <콜로노스의 숲>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언젠가 읽게 되겠지만…. 왠지 나에게 이 두 작품이 포스터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아직까지 안 읽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음;). 내가 포스터 작품 가운데 좋아하는 순서는.... <모리스>,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기나긴 여행> 순이다. <인도로 가는 길>과 <콜로노스의 숲>까지 다 읽으면 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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