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퀴즈 풀이에 다크 서클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지금. 나는 책을 또 샀다. 추석이니까? 뭐래... 언제는 안 산 것처럼. 추석이라서 산 것도 있고 그 전에 또 한 권씩 산 책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이미 읽은 책이 많고. 뭐 그렇다. 추석 연휴를 좀 길게 보낼 것 같아서(10월 9일까지 쭉~ 휴가. 가을방학이야! 음하하!!!!!!) 도서관에서도 책을 잔뜩 빌려와서 산 책 빌린 책 읽을 책 왕창 쌓아뒀다. <제2의 성> 빨리 끝내고 싶은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노벨상의 계절이 찾아오면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책 두 권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작가라 그런 것 같다. 왠지 이번에 상을 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읽어보려고. <소네치카>는 울리츠카야에게 수많은 문학상을 안겨준 중편소설로 평생 책과 함께 살며 책에서 위안을 찾은 한 여자의 삶을 그렸다는데 이 책 소개만으로도 참 읽고 싶어진다. <스페이드 여왕>은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단편소설.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 / <밖의 삶>
아니 에르노는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어서 최근 나오는 책들은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읽고 싶어지더라?! 사실 아니 에르노 소설 자체가 일기나 마찬가지인데, 이건 진짜 일기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그 이후인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을 모았다. 미리보기로 좀 읽었는데 몇몇 문장에 꽂혀서 그냥 사버렸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책이 있다.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이 책과 비교해 읽어도 흥미로울 듯. 아니 그런데 말이죠. 두 권 다 150쪽 남짓 하는 페이지에 14,800원이라는 가격 실화입니까? 차라리 이걸 280쪽 정도 한 권의 양장본으로 만들고 19,800원 이렇게 받던가.... 너무 하네. 14,800원은 또 뭡니까 15,000원이면 배송료 안 내고 쿠폰 모아서 한 권씩 좀 더 저렴하게 살 텐데. 쩝. 너무나 얄미운 가격.
옌롄커, <일광유년>
옌롄커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한중일 장년 가부장 남성의 참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꾸준히 읽고 있는 나.... 그러면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인가?! 좋아하지는 않는데도 관심은 가서 읽는다.... 960쪽인데 18,000원! 저 위의 아니 에르노 책과 참 가격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된 것이라 종이 값 폭등하기 전에 매겨진 가격이라고는 해도 아무튼 좀 그렇네. 이 책은 옌롄커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한 마을의 대를 잇는 참혹의 세월을 기록하며, 권력과 성애와 생육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담아냈다고. 외따로 떨어진 마을 산싱촌에서 몇 대에 걸쳐 원인 모를 목구멍 병이 횡행하고 있다는데... 이런 설정은 얼핏 <레닌의 키스>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재미있을 듯.
도나 J.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일찌감치 북펀딩했던 책, 드디어 왔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을 모은 책으로 철학,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보그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책. 무려 21년 만에 복간-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책의 북펀딩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

헤러웨이 책들이 이렇게 갖춰졌는데 이것부터 읽어야지.
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버틀러도 요즘 조금씩 꾸준히 읽으려고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버틀러는 여성이라는 기표를 둘러싼 젠더 정치 문제보다는 “인간적인 것”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윤리학과 정치철학 문제에 천착한다. 나의 버틀러 읽기 계획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메인코스라고 할 수 있는 <젠더트러블>로 가고자 하는데..., 실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는 동안 <젠더트러블> 새 번역이 나오길 기다리려는 꼼수랄까.
아시스 난디, <친밀한 적- 식민주의하의 자아 상실과 회복>
이 책은 뭐,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정희진의 공부 9월호에서 언급되었다. 희진쌤 강의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또 때마침 스피박 책을 읽고 나니 아, 이건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어졌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과 이에 대한 인도인의 저항을 사회학·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한 책으로 저자 아시스 난디는 1983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포스트콜로니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식민주의 연구의 선구자로 손꼽히고 있다고.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도 빨리 읽어야겠다.
한병철, <서사의 위기>
서사의 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서사의 위기>라는 제목은 뭐랄까 급박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급박하게 사서 읽었다. <사물의 소멸>과 마찬가지로 한병철은 이 책에서도 신자유주의 디지털시대의 정보 과잉, 정보 중독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책 읽고 든 나의 고민, 나는 (내 글은) 이야기를 지녔는가, 단순한 스토리텔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우라가 있는가. 그런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 죽어야 한다......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타인의 서평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텍스트(분석 대상이 되는)를 읽지 않았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가끔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까지 당해서 서평 책은 정희진 선생님이 쓴 그런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데... 오우, 이 책은 읽고 싶어졌다. 왜? 와우 저자가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한 서평가이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로 <워싱턴포스트>, <타임>을 거쳐 <뉴욕타임스>에서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서평을 담당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키,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를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1인 가미카제’로도 불린다고... 이 책에는 이런 그가 읽은 100여 권의 책에 관한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서평이 실려 있다. 얼마나 매력적으로 썼을지 궁금하다. 더불어 나도 더 잘 쓰고 싶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아 그리고.....
<패배의 신호> <결혼‧여름> 이 아름다운 두 권의 책이 결국 제 손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전 제가 쓴 그 녹색광선 책 페이퍼를 그분이 결국 보셨고, 그 글을 보시고는 이 두 권의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잠깐 고민하다 추석 선물로 덥석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역시나 예쁜 책....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책과 함께 모두 즐거운 연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