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산책이라고 하지 않고 여름의 산책이라고 꼼수부리는 거 좀 보소- 자냥아, 그런다고 7월에 또 책 산 거 사람들이 모를 줄 아느냐- 아무튼 이 여름에도 불길처럼 활활 꺼지지 않는 책지름-
이안 부루마, <부역자>
제목만 보면 참 비호감인데, 나는 이 책 나오자마자 너무 궁금하고 읽고 싶었다. 현실에선 부역자......는 아니고 아무튼 기회주의자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고 사람으로, 동료 시민으로서 상대하기도 싫은데, 왜 저 역사 속의 부역자들에게는 관심(?)이 가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에게는 크고 작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제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어느 정도는 다들 기회에 편승하는, 또는 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역사가인 이안 부루마가 2차 세계대전 시 권력을 도운 부역자 세 사람의 일생을 추적한 것으로, 그 세 인물은 하인리히 힘러의 마사지사 ‘펠릭스 케르스텐’, 만주족 공주이면서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스파이 활동을 한 ‘아이신줴뤄 셴위(가와시마 요시코)’, 절멸수용소로 갈 유대인들에게 목숨 값으로 돈을 뜯어낸 유대인 ‘바인레프’ 등이다. 이름도 생소한 평범한 이 세 사람-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선과 악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지 않을까. 믿고 있는 글항아리 책(이렇게 말하면 글항아리 관계자 같지만 아닙니다. 저는 글항아리 편집장의 어떤 면을 닮고 싶을 뿐).
마사 C. 누스바움, <연약한 선- 그리스 비극과 철학에서의 운과 윤리>
‘그리스 비극과 철학에서의 운과 윤리’라니 무척 흥미로워 보인다. 마사 누스바움의 데뷔작이자 그녀의 이후 모든 저술의 이론적 토대가 된 대표작. 1986년 이 책이 나왔을 때 ‘탁월한 학문적 업적’ ‘20세기 최고 수준의 학술서’라는 학계의 극찬을 받았다고. 책값이 비싸서 계속 미뤘지만 이번에 질렀다.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제발 그 까칠함을 버리고 바른 마음을 가지라고 누가 선물해 줌. (응?) 그건 아니고요. 이 책은 바른 마음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부제는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로 윤리와 정의, 도덕적 판단 등 인간의 도덕성에 관해 탐구하는 책 같다. 누스바움의 저작들과 같이 읽기에 좋을 듯. 책 표지만 보면 정이 떨어져서 굳이 살 것 같지 않은데(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 했는데 현재 대출 중... 그러던 참에) 알라딘 플러팅 옥동자분께서 선사- 가난한 학생을 착취할 수는 없어서 받아야 하나 마나 고민하다가 때마침 받아도 되는 날(? 그런 날이 어딨니)이라서 감사히 받기로. 역시 TPO에 강한 플러팅 옥동자!

내가 싫다고 느낀 책 표지는 다행히 띠지라서 받자마자 벗겨버림.... 벗기니까(응?) 괜찮다.
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몸으로 읽는 세계사>
이 책 참 웃긴 게 띠지에 최재천 교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있어서 최재천 교수 책 같다....만 아니고요. 그가 격하게 추천하는 책인가 보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바람돌이 님이 전에 넘나 흥미롭게 리뷰를 써 주셔서 안 그래도 궁금하던 책이 더 궁금해졌었다. “뇌, 혀, 치아, 가슴, 쓸개, 장, 방광… 몸은 어떻게 인류 역사를 창조하고 변화시켜 왔는가?”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 최재천 교수 왈 “근자에 읽은 역사책 중 재미로는 단연 압권!”이라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어보자!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좀비물은 아니고,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라는 부제가 설명하듯이 지난 20여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경험했던 거의 모든 정책 실험과 이를 둘러싼 사회경제 담론 논쟁을 폴 크루그먼이 비평하고 해부한다. 목차를 보면 굉장히 흥미로워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지금 정부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앨런 라이런, <정치 사상사>
이 책 두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이 선물을 보내준다고 해서 반드시 이 책은 꼭 기프티북으로 보내야 한다 했거늘, 굿즈 욕심에 눈먼 친구가 이 책과 자기 책을 사고 굿즈를 받고 이 책을 들고 왔는데.... 요즘 같은 장마철에 이 벽돌을 이고지고 왔다. 이 책이 이 지경일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비교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니 살인무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랫동안 갖고 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둔 이 책을 드디어 소유. “기획에서 집필, 최종 출판까지 30년이 넘게 걸린 이 책은 최근 100년 사이에 정치철학을 주제로 한 가장 야심적이고도 방대한 역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아아, 정말 뿌듯하다.

책두께 보소..........
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최근에 나온 소설 중 눈에 띄는 작품.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스윗 프랑세즈>의 개정판이기도 한데,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다양한 계층의 프랑스인들의 삶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 유대인인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을 기획했다. 네미롭스키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모델로 삼아 리듬과 어조가 가기 다른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을 쓰고자 했는데, 그 1부와 2부에 해당하는 <6월의 폭풍>과 <돌체>는 완성했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3부 ‘포로’는 줄거리만이, 4부와 5부는 ‘전투’, ‘평화’라는 제목만이 남았다. 이 책 끝나면 <돌체>도 읽을 예정.
살만 루슈디, <무어의 마지막 한숨>
이 책 구판에 골드문트 님이 이렇게 100자평을 남겼다.
“아 씨. 이거 절판? 마르케스의 백년고독하고 이 책하고 인기투표 시키면 어떻게 될까? 겁나 궁금할 정도. 진짜 20세기 후반의 이야기꾼!” 그러니까 사야죠! 근데 나 <백년고독>도 아직 안 읽었는데 둘 다 읽고 제가 투표해보겠습니다............ 과연 언제?
그리고 북펀딩한 책 <여전히 미쳐있는>이 드디어 왔다.

펀딩한 분들 이름 보다가, '여전히이름못정한'에서 빵 터졌는데 뉘신지???

아무튼 이번 여름 산책은 벽돌 산책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