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참 꾸준히 책은 산다. 최근 한 권씩 두 권씩 그렇게 산 책-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출간 초반에는 약간 관심 밖이었다. 하루키가 추천했다나 뭐 20년 전부터 주목했다든가 이런 문구를 봐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꾸준히 좋은 평이 보이고(100쪽 남짓이라 줄거리는 계속 실눈 뜨고 넘김), 유부만두 님이 극찬하셔서 결국 구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아일랜드에서는 출간 이래로 교과과정에 줄곧 포함되어 자국의 국민 모두가 읽는 소설로 자리 잡았다는데 어떤 소설이기에? 아무튼 땡투는 만두님에게- 어제 받자마자 읽고 눈물 또르륵..... 윌리엄 트레버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아일랜드 문학 대체 무슨 일이야....
유진 오닐, <유진 오닐 단막극선>
아니, 우리 동네 도서관아! 왜 이거 희망도서 신청 안 받아주는 것이냐? 희망도서 신청하는데 도서관에 문의하라고 해서 걍 귀찮아서 내가 샀다. 쳇- <고래>, <위험 지역>, <긴 귀향 항로>, <카디프를 향해 동쪽으로> 등 유진 오닐의 초기 단막극 8편을 엮은 책. 영문학자 이근삼 선생이 번역했던 1981년 탐구당 출간 도서를 복간한 책.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이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여성- 그간 SF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드디어 마침내 읽을 날이 왔다. 왜냐하면 이번에 북펀딩한 <여전히 미쳐 있는>에 이 작가 작품이 나오더라고. 국내에는 이 작가의 책이 3권쯤 나왔던데 이 책이 가장 평이 좋은 듯해 먼저 이걸로 시작하려고 한다. 마음에 들면 나머지 두 권도 읽을 예정.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13>
아니 드디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고로) 다 구하면 읽겠다던 그 계획을 지켜야할 때가 온 것인가! 12권 13권 새 책인 중고가 왔다. 누군가가 안 읽고 그냥 판매한 듯- 가름끈이 완전 새 거 ㅋㅋㅋㅋ 자,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어!? 아닙니다. 아직 10권, 11권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안 사고 있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

내 책꽂이 잃시찾 칸... 이제 두 권 남았다.
리온 포이히트방거,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도서관에 뻔히 있는데도 왜 사고 싶은 것인가. 828쪽이라는 분량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려니 기간이 촉박한 느낌이 든다는 핑계를 대본다(실제로 빌렸다가 그냥 반납한 적 있음). 골드문트 5별 작품으로 작가는 18세기 화가 고야를 소환, 욕망과 충동에 충실하던 한 인간이 예술적 발현 과정에서 사회정치 의식을 가진 존재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고.
요헨 쾰러,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완전함을 찾아서>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는 좀 특이한 피아니스트이다. 당연히(?)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말을 듣지만 이 인간 특이한 게 피아니스트 외에도 의사, 전투기 조종사, 피아노 제작자, 카레이서 등 여러 일을 했다. 심지어 의대생 시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데뷔. 강박적일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 인물로 연주회 상황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연주회를 아예 취소하고는 했다. 녹음도 좋아하지 않아서 음반도 딱히 많지 않음. 그런 중에도 많은 제자를 배출했는데 아르헤리치와 폴리니도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아르헤리치 평전에 미켈란젤리와의 일화도 잠깐 등장하는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전형적인 은둔형 신비주의자인 그의 삶을 기록한 이 책 어찌 안 궁금하겠는가.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여전히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종종 그 흐름이 끊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 같달까. 그런 데다가 집사2가 요즘 진짜 내가 보기에도 뭔가에 집중을 잘못하고(본인도 인지) 산만해서(아니 영화를 보는데 왜 자꾸 딴 짓을 하니...정신 산란해!) 나도 읽고 너도 읽으라는 취지에서 구매. 보관함에 담아두고는 살짝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던 중 공쟝쟝이 올린 100자평 보고 믿고 구매. 그런데 공쟝쟝은 이 책을 읽고 집중력이 너무 높아졌는지 서재와 북플 등 SNS를 끊더니 아예 이별을 고했고.........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여전히 미쳐 있는>
북펀딩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여태 안 읽은 주제에 호기롭게 2권 북펀딩. 그런데 솔직히 2권이 더 흥미로워 보인다. 목차를 봐요. 수잔 손택부터 실비아 플라스, 오드리 로드, 존 디디온, 에이드리언 리치, 글로리아 스타이넘, 케이트 밀렛, 토니 모리슨,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조애나 러스, 어슐러 르 귄, 앨리스 워커, 주디스 버틀러, 리베카 솔닛 등등 좋아하거나 거의 한번쯤은 읽어 본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여전히 미친 이 책부터 읽을 것 같네.
마사 C. 누스바움, <인간성 수업- 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
난 인간성이 좋아서 따로 인간성 수업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스바움 언니의 책이므로 읽기로 했습니다. 아, 나 인간성 더 좋아질 거 같아. 어쩌지.
마샬 매클루언, <미디어의 이해>
소싯적 읽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당췌 뭔 소리인지. 그래서 다시 읽기로- 희진 쌤 강의에서 맥루한(매클루언) <미디어의 이해>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정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때 속으로 ‘쌤 저 읽었어요!’ 외쳤었다는. 이 책 말고도 <과학혁명의 구조> 이것도 그 옛날 읽었다. 돌이켜보면 대학 때 전공필수 교수가 <미디어의 이해>, <과학혁명의 구조>, <일반언어학 강의> 이 3종을 필독서로 지정하고 리포트를 쓰게 하거나 시험까지 봤는데(<과학혁명의 구조>, <일반언어학 강의>는 A받음. -_-V 근데 이제는 기억희미를 넘어서 무긔억......) 이 교수 지금 생각해 보니 완전 대박이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을 싫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암튼 이사를 여러 차례 다녀도 이 책들은 왠지 버릴 수가 없어서 간직하고 있었었다. <미디어의 이해>는 없는 걸 보니 책 산다고 하고 술 사먹었구만... 쯧쯧-

5월은 진짜 그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