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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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에도 당근 어플이 깔려있다. 당근을 그럭저럭 잘 사용하고 있는데 워낙 이름난 악명에, '그것 조금 아끼자고 중고로 산다고?'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가끔 만나기 때문에 당근 어플을 종종 이용한다는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쓴다. '당근이세요?'의 제목을 보고 내용이 정말 궁금했다. 소설집이니까 당근거래를 매개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을까 기대했는데, 그럼 틀림없이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의외로 깊은 '문제'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 이어졌다.  

딸꾹질은 묘했다. 아홉살의 지완은 아무리 '엄마 뱃속에서의 태교부터 시작해 몬테소리, 프뢰벨을 거치며 샛별유치원과 지금의 성실초등학교 입학까지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10)'을 거쳐왔다 해도 너무 성숙해보였다. 이것도 아이가 아이다워야 한다는 편견일까. 하지만 자꾸만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지완이 충동적으로 캔을 따는 상황도 묘했다. 축구도 지완에게도 이변이 일어나는 순간이어서 그랬나? 사실 트럭을 탄 지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가 더 궁금했는데 갑자기 끊겨 아쉬웠다. 이 이변은 지완이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줄까, 아이처럼 보이게할까. 

" 보라가 먼저 노래책을 집어 들고 선곡을 한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다. "전국노래자랑 분위기로 가는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뜬 나영이의 반문에 보라가 대꾸한다. "우리 엄마 십팔번이야." p77" 갑자기 튀어나온 제목에 놀랐는데 이어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제목이 이어진다. 부모님의 십팔번을 부른단다. 아, 슬프다. 이거 다 아는 곡들이구만. 보라의 아픈 마음처럼 내 마음도 아프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누구보다 자식 교육에 관심이 큰 보라의 엄마가 베트남에서 스물다섯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는 것, 알콜중독이던 아빠는 결국 간암으로 시집온지 10년도 안돼 죽고 혼자 보라를 키워왔다는 것이 한동안 마음에 걸려 남는다. 

"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아주버님 생일날 면회 다녀오시고 며칠 뒤에 있었던 일이었나 봐요. 광주에 투입된 게......' 엄마도 한 번씩 나름의 짐작으로 옛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가족들 사이에 오가는 큰아빠 군 생활 관련 얘기는 짐작과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당사자인 큰아빠가 그 일에 관해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아니 이제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건만 정작 큰아빠는 지금껏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p102" 지완이의 이야기에 등장한 근대사의 각종 날짜들을 보며 어느 정도 짐작했는데, '오월의 생일 케이크'에서는 더 깊은 상흔을 드러낸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큰아빠가 등장한다. 지완은 심부름으로 할머니댁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데, 그런 지완의 혼란스러움과 큰아빠의 이야기가 세대를 잇는 이해를 그려낸다. 

네 이야기 모두가 하나씩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개를 보내다'는 읽으면서 특히 피로감을 느꼈다. 가장 일반적이고, 문제의식조차 희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이다. 진서의 생일날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강아지 진주는 유기견 출신이다. 가족의 동의 없이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진서의 생일 선물이 된 진주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답답하다. 다른 이야기들은 중간에 갑자기 끊긴듯한 마무리로 궁금함을 자아냈는데 진서의 이야기만은 마지막까지 마무리 지어진 채로 끝나 그 점만은 개운했다. 그 안에서 진서가 많이 성장했음도 느껴졌다. 기대와는 다른 색의 내용을 만나게 됐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들은 더 핍진성있게 설정되었다면 좋았으리란 아쉬움도 주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어지는 독후 활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 주제를 던진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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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공부 - 최재천과 함께하는 어린이 성장 동화
함주해 그림, 박현숙 글, 최재천.안희경 원작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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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저 나쁜 놈."p4" 서문의 시작부터 엄청 웃었다. '열심히 키워놨더니 저 혼자 알아서 큰 줄 안다'고 종종 말하는 엄마가 떠올랐다. 아마 때때로 이제 좀 컸다고 잔소리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사사건건 논리 싸움을" 걸어대는 나에게도 부모님은 욱하셨겠지 짐작한다. 얼핏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아이들에게 부모님 말씀에 복종하지 말고 힘을 내서 부모님을 설득하라고 북돋는다. 하고 싶은 공부에는 무조건적인 반항이 아니라 스스로의 심지를 굳히고 나아가라는 나침반이 들어가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성장 동화여서 깨끗하고 순수한 인물들이 등장해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정우와 건이, 소리가 세트처럼 붙어다니게 된 계기와 미묘한 친구사이를 드러내는 부분에선 저절로 잇몸이 드러난다. "'소리는 나와 건이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할까?' 요즘 나는 그게 제일 궁금하다. p16" 소리가 누굴 더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아줌마는 이런거 좋아해... 이 삼각관계는 두 친구의 경쟁심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며 서로가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 안에서 세 친구 사이의 균형을 위해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비밀로 놓아두는 소리의 성숙함도 좋았다. 

동화나 청소년 도서를 읽을 때면 항상 느끼지만 매번 배울점이 있고 감명을 받는 점도 있다. 대상이 어린아이여서 쉽게 말할 뿐 그 안에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어보고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해의 순간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것들이 모이고 쌓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실패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것 같은 걱정에서 가장 나쁜 것은 실수나 실패보다 걱정하느라 괴로워하는 마음인 것, 도전하면 성공하거나 실패해도 모두 경험이라는 바탕이 되니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도전할 것. 아이들이 봤을때는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넓어지고 편안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 아, 저번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이건 아주 중요한 말이거든. 기분 나쁘게 듣지 마라. 너, 조금 비만이지? 나는 소장님 말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며 아랫배를 집어넣었다. 공부를 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해.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지? 그래야 오늘처럼 여기저기 공부하러 다닐 수 있으니까.p107" 읽다가 깜짝 놀랐다. 건강, 자기관리 역시 중요한 문제이지. 어른도 하고 싶은 공부, 가고 싶은 장소, 살고 싶은 삶을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 심지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조언이 등장하며 이렇게 또 배운다. 

읽던 책을 끝내고 다른 책들을 읽기 전에 비교적 가볍게 읽어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게 읽었다. 끝에 가서는 마음이 미묘해졌는데, 방황하는 수우도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 학부모를 함께 초청하곤 한다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이 깨닫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열매를 깰 용기를, 어른에게는 마땅히 아이들이 깼어야 할 열매를 귀애한다는 마음에 대신 깨려고 했던 게 아닐지, 자기 몫의 열매가 무엇일지 헤아려보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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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배달부 모몽 씨와 꼬마 쥐의 선물 웅진 세계그림책 261
후쿠자와 유미코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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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책이나 청소년 도서를 종종 읽는다. 어렸을 적에도 좋아했긴 하지만 지금껏 종종 읽는 이유는 분량이 짧아서 가볍게 읽으며 생각이나 기분을 전환하기 좋고 내가 내도록 고민하거나 굳어서 돌아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기에도 좋다. 이 책은 몇 살 정도가 대상이고 어떤 식으로 독후활동을 유도하면 좋을지 진단내리는 버릇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내 마음에 들고 재밌고 좋아서 읽는다.


 제목이 참 긴데 '하늘 배달부 모몽 씨와 꼬마 쥐의 선물'을 처음 보고 그림이 아주 귀엽고 동화적이라 한눈에 반했었다. 책이 도착했을때 같이 온 부채마저 귀여워서 책장에 올려두고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한동안 밖을 나설 일이 없어 바람 한 번 내본적 없이 그대로 잠들어 있게 되었다. 상황이 좀 나아지고 나서 찬찬히 책을 읽으니 귀여운 그림과 약간의 반전으로 글밥이 좀 되었다. 


 '하늘 배달부 모몽 씨와 꼬마 쥐의 선물'은 동물들이 사는 숲에서도 우리의 택배처럼 서로 물건을 주고받고, 물건을 전달해주는 배달부 동물들이 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포를 보낼 때 나뭇잎에 주소를 적는데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바람에 주소를 찾기 어려워진 배달부 해오라기 씨가 도토리 마을 녹나무에 사는 꼬마 쥐 미이에게 전나무 숲 그루터기 집 뾰족 할아버지의 소포를 잘못 전달해준다. 이 잘못된 배송으로 닿은 미이와 뾰족 할아버지의 우연은, 자신만을 위한 선물을 보낸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함과 미이의 엉뚱함으로 따뜻한 인연이 되어 이어지게 된다. 


 어른의 시선으로는 긴 한숨과 함께 이마부터 짚을 택배 오배송 사건이지만 동화로 보면 그저 귀엽기만 하다. 처음 봤을때는 미취학 어린이 대상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초등 1학년 독후활동을 겸하기에 적당한 내용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었을 때 뾰족 할아버지에게 답장 써보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습득했을때, 잘못 온 물건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은 활동을 곁들이기 좋겠다. 


 요즘 동화들의 세련되고 개성적인 그림들도 좋지만 이런 부드러운 색감의 귀여운 그림들이 더 익숙한 느낌이라 반갑고 기쁘게 읽었다. 연작으로 다른 책들도 있어 하나씩 모아보고 싶은 예쁜 동화다. 날은 꿉꿉하고 건강의 문제가 생겨 한동안 거동이 어려운 중에 책방에 올려두었던 책들을 다시 펼치게 된 것만으로 한결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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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 나의 수수바 3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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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 코트를 입어야지.

은행잎이 하늘 가득 떨어지는 날에는

내가 제일 커다란 은행잎이야. "


 가을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라 '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전에는 자주 동화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은 때때로 시간을 내어 청소년 도서를 몇 권 찾아보는 정도로 관심의 폭이 줄어든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더이상 아이도 청소년도 아니면서 왜 굳이 다른 연령을 대상으로 한 책을 읽으려고 하냐면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동과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좀 더 간결하고 쉬운 말로 되어있는 이야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온전히 읽어내면서 새로운 자극을 갖게 되는 점도 좋다. 그래서 가을을 맞은 수수바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의 그림은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다. 내 어린시절에 봤던 동화책 그림같았다.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3D로 만들어져서 특유의 배경과 따로 노는 느낌, 입체감이 들어 2D 만화 세대인 나에겐 좀 어색하다. 단어도 3D 애니메이션과 2D만화로 구분지어 불러야 될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동화책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판의 수요가 있기도 한데 수수바를 보면서 반가움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수수바의 그림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옛날 느낌이란 것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가을색도 가득하고 살짝 거친 표현도 귀여워서 새로운 독자들의 마음에도 들 것이다.


 수수바의 이야기를 지금은 계절별로 만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소재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각각의 얇은 책이 아닌, 하나의 책으로 모아 묶어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한권의 책 안에 다채로운 색과 이야기를 담은 수수바 시리즈가 나온다면 아주 매력적인 책이 될 것 같다. 비와 바람이 거센 11월의 초입부터 떨어져버린 단풍이 아쉽다면 수수바의 책장안에 담겨진 가을바람으로 단풍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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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 - 14살부터 시작하는 회복탄력성 수업 마음이 튼튼한 청소년
실라 라자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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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해도 걱정하지는 마세요. (29) "


 '마음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도서이지만, 성인인 나도 책소개글을 보고 관심이 갔던 이유가 '잠'과 '삶의 방식'이라는 주요단어들 때문이었다. 회복탄력성,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은 요즘 의식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언젠가부터 친구와 오랜만에 안부를 묻게 될 때면 잘 지냈는지 대신 요즘 잠은 잘 자는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지나가는 말로 밤에 잠이 잘 안와서 늦게 잔다, 그래서 낮에 힘들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했었나보다. 나이를 먹으며 피곤이 쌓이는 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친구의 안부인사를 떠올리니 옆에서 보기에도 염려될 정도라면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었다. 왜 피곤할까, 왜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는게 맞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몸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평생에 걸쳐서 하듯이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도 청소년, 어른 모두 해야하지 않을까. 


 실제로 책의 초반 동안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관심은 가더라도 내용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로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1부의 내용은 이 책에 대한 그런 예상을 바꿔주었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가는 곳은 사진으로 찍어두는데, 수시로 사진을 찍어두게 되어 조금 귀찮았을 정도다. 기대감을 변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책이 강압적이고 확고한 어조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태도로 독자를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반부에 " 회복탄력성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17) " 고 안내해 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달성하기 위한 목표로 성공, 실패로 셈하지 않고 한번 이렇게도 해봐야지 시도해봐도 된다는 접근 방식의 변화가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1부의 내용들이 요즘 내가 많이 생각하고 있는 '일상의 규칙'이라는 주제와 겹쳐서 더 몰입이 잘 됐다. 청소년기에는 주위 어른들이나 학업 과정을 통해 관리/도움을 받을 수 있던 음식, 수면, 운동, 생활습관 같은 것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과 관리 아래에 놓이게 되면 자유롭지만 흐름이 흐트러지기 더 쉽다. 그래서 오히려 어른들이 이 책을 더 실감하고 필요로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 안에 "식사와 운동 습관 기록하기(36)" 목록이 있는데 네개의 질문으로 네번 얻어맞은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다. 몇 대 맞았나 생각해보자.

1 일주일 동안 어떤 채소를 먹었나요?

2 일주일 동안 먹은 가공식품(과자, 사탕, 탄산음료 등)을 써보세요.

3 일주일 동안 패스트푸드를 몇 번이나 먹었나요?

4 일주일 동안 운동(체육 수업, 요가, 빨리 걷기 등)을 얼마나 했는지 써보세요.

 

 " 우리는 전체 공개로 게시물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데 집착하는 문화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에 참여할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41) "

 그 뒤로 이어지는 소셜미디어 의존 부분에서도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서평을 쓰는 알라딘에도 전체공개와 좋아요 기능이 있지 않은가까지 생각이 미치면 중독이 맞는지 아닌지 스스로의 내면에서도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 자신에게 하는 말에 관심을 가져 보면, 그 말들이 대개 과거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끔 우리는 과거나 미래를 너무 신경 쓰느라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유일한 순간이데 말이죠.(66) " 

 지금을 놓치고 있다는 것, 도전을 포기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마치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는 척하는게 쉽고 익숙하지만 아무 도움은 되지 못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전에 제대로 못했었는데, 혹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큰 두려움이 되는 사회지만 조금씩 한번 해보니 이렇다는 걸 알게됐어, 실패할수도 있는데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하고 도전해보게 되도록 조금씩 생각을 바꿔 '경험'을 시도하는 문턱을 낮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여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소셜미디어 중독과 함께 생각해보면, 여행이나 특별한 경험을 할 때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때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눈으로 보기 보다 사진과 영상을 남기려고 렌즈나 화면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간이 더 길지 않았나? 이런 질문들이 책을 읽으며 수시로 떠올랐다. 

 

 이 뒤로도 1부에서 "마음 챙김 취미 활동(74), 마음 챙김 식사(75)" 같은 주제가 나오면 멈추지 못하고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단어 사용마저 청소년보다는 2~30대 성인들의 관심에 더 적합한 느낌이라 책의 1/3을 읽으면서도 대부분의 내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이다. 다만 2부와 3부의 내용은 좀 더 청소년의 나이대에 맞는 조언을 담고 있어서 큰 흐름을 훑어보듯 읽었다. 아무래도 그 시기의 정서적인 부분은 좀 더 예민하고 또래 집단의 영향이 큰 편이라, 이제는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3부의 "합리적 사고방식 기르기(203)" 문항들은 인상적이다. 4부에서 나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자신보다 타인에게 적용하려 노력하는 중이라 집중해서 읽었다. 타인의 실패를 경험으로 말해주고 타인의 실수를 공감해주려 하는데 쉽지 않다.  


 청소년 도서 중 문학작품이 아닌데도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애초에 어른스럽고 성숙한 삶의 규칙과 태도를 가지고 생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하는 자기 반성과 함께 생활 습관, 태도, 생각을 좀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자. 읽기 편하고 공감되는 내용이 1부와 4부에 특히 많다. 경우에 따라선 2부, 3부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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