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 소란한 삶에 여백을 만드는 쉼의 철학
이영길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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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61쪽 1장의 끝부분에 있는 '쉼 결핍 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길 권한다. 이유는 이런 자가 진단을 해보는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서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2번과 10번 질문에 답을 하면서 큰 공감을 했는데,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먼저 확인해보니 책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책 내용 곳곳에 이런 자가 진단 테스트가 몇 가지 더 있는데 해당하는 장의 마지막 부분보다 맨 앞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6장과 7장의 뒷부분에 자가 진단이 있으니 원한다면 진단을 먼저 해보고 읽어도 좋겠다. 

"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건 '당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당신의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지'이다. p16" 

처음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책의 제목을 통해 삶의 물리적 '여백'을 먼저 떠올렸지만, 책의 내용은 심리적 여백 '쉼'을 먼저 권하고 있었다. 얼핏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목적지를 향한 것이라 개의치 않고 반기며 읽었다. 게으른 성격 탓에 나는 잘 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쉰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했다고 은연 중에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잘 쉬고 있는 것일까? 하얗게 비워진 여백이라 생각했던 공간이 사실은 까맣게 채워진 상실과 부채였던 것은 아닐까? 쉼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그려나가야 좋은 것일까? 책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갖게 만들고 또 답을 구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일과 휴식/멈춤과 욕망, 웃음/기쁨, 속도/조급함, 사랑 등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 삶에서의 쉼을 재조명하고 있다. 다른 것보다 4장의 내용 '내일의 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회(115)'이 항상 의견이 분분한 주제와 닿아있고, 개인적으로도 중심을 어느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삶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늘의 행복을 뒤로 미룬채 앞으로 달려나갈 수 만은 없는 것도 맞다. 어떤 것이 맞고 그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매 순간 적절한 절제와 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읽고 배우고 생각하며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요즘은 5장에서 다룬 '욕망'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어서 특히 관심있게 읽었다. 특히 소비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와 욕망, 소비행위를 비교하며 고민하곤 한다. 소비행위 자체를 하고 싶어서, 그저 가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과 돈과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한다. 대체로 감각을 자극하는 동기가 사고를 마비시키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절제(146)'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니 직접 체득한 실전 자기 조절 능력과 절제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마트에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는 것이다. 나만의 경우인지 모르겠는데 공복 상태로 장을 볼 때와 배부른 상태로 장을 볼 때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의 양이 달라진다. "제대로 쉰 사람은 배부르게 먹고 잠든 아이처럼 만족스럽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149)"는 책의 내용처럼 결핍이 없는 상태에서 더 절제를 하기 쉬워지는 것을 직접 경험해왔기 때문에 확 와닿는 내용이었다. 

책의 좋은점은 쉼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유지해 온 삶의 방식에서 한 걸음 떨어져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새롭게 환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것도 있지만, 소소하게는 각 단락마다 유명인들의 격언을 하나씩 담아 놓아 눈길을 끄는 요소들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게 될 기술이 그들을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_올더스 헉슬리(87)"의 날카로운 격언이나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점점 더 혼자다.(54) / 우리는 관계를 가졌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대화를 잃고 있다. 우리는 연결되었지만, 고립되었다.(224) _셰리 터클[외로워지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처럼 마음에 들거나 인상 깊은 내용을 따로 적어두기에 좋았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바쁘고 밀도있게 하루를 보내면 오늘을 충실히 잘 보냈다며 만족스러워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5미터 이상 떨어지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낸 날은 즐겁지만 한편으론 괜한 죄책감이 들곤 했다. '번아웃'이라는 말이 일상으로 통용되고, 자신을 돌보는 일에 지쳐버린 젊은 세대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쓰레기집' 현상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늘 뭔가를 하고 채워지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걸어둔 압박이나 조급함은 아니었을까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를 읽는 동안 찬찬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덧붙여 책에도 여러번 언급되어 있지만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함께 읽는다면 더 좋은 감상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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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 - 부업으로 시작해 퇴사까지, 돈 버는 실전 가이드
김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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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원 만들기' 정말 솔직하자면 이런 류의 가이드 책을 볼 때 의심의 눈을 장착하고 읽는다. 정말 진짜 고급 정보라면 이렇게 전부 다 공개하겠어? 결국 다 비슷비슷한 조언을 늘어놓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이런 정보를 가지고 호기롭게 도전한다고 해도 결과는 사람과 제품, 시기에 따라 다를텐데 싶기도 하다. 실제로 한달에 로또 5천원 맞기도 어려운 로또는 믿으며 구매하면서 월 매출 5천만원을 달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신포도 취급하는 것이다. 

 귀여운 아이콘 디테일을 가진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원 만들기'를 한 번 쓱 훑어보고 창업이나 판매자로서의 관점보다 구매자의 방향에서는 알지 못했던 스마트스토어의 구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워 열심히 읽게 되었다. 월 매출 5천은 모르겠지만 월 소비 오만원, 오십만원은 다달이 지출할테니까. 책이 알짜 정보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요소 중 하나가 큐알코드로 넣어놓은 부록인데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해둔 내용을 엑셀로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이런 코드를 사용해서 독자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요소들은 매번 신기하고 마음에 든다. 

 이 책 한 권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사업구상이 있다면 스마트스토어를 만드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상당히 자세하게 되어 있었는데,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 중 하나가 '스토어명 정하기(62)'의 내용이었다. 굉장히 짧은 단락이긴 한데, 주변에 창업을 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고민하고 다른 요소들에 비해 주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것이 상호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본인의 마음대로 하긴 하지만. 본인은 주변인 창업 때 상호 공모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선정된 이력과 로고(80)제작 초안에 참여하여 밥을 얻어먹은 경력이 있다. 
  
 다른 것들은 장바구니에 담긴 애매하고 언젠가 필요하면 구매하려고 눌러두었던 '찜 해두기(156)'가 스토어에도 도움이 되는 포인트로 반영된다는 것과 '블로그체험단(250)'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체험단은 말도 탈도 많은 홍보 수단인데 특히 주변에 이 체험단을 잘 이용하는 블로거 지인과 맛집을 검색했을때 체험단 후기가 많으면 그 가게는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는 지인이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체험단의 후기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른다는 지인의 입장이 이해가지만, 확실히 자세한 정보를 담은 체험단 후기를 검색해서 볼 때 도움이 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홍보가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생각 나는 지인이 있어 이 책을 선물로 줄 계획이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스마트스토어를 병행하려고 만들어 둔 지인이 있는데 판매물건은 초기에 올려둔 제품 딱 2개 뿐이고 기본 스토어명 그대로 바꾸지 않은 채 방치하다시피 운영하고 있다. 가게를 하면서 둘다 병행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래도 정말 드물게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어 본인도 신기하다고 했는데,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원 만들기'가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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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동해 - 동해 예찬론자의 동해에 사는 기쁨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2
채지형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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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허는 있으나 운전은 하지 못하면서 이상하게도 국도라는 말은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마음속의 인상으로 고속도로는 연휴 때면 수많은 차들로 막히는 하지만 번듯한 휴게소가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길이고, 국도는 어느 길이고 들어서면 한적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낡고 오래된 휴게소마저 무대같은 길처럼 느껴진다. 물론 운전자에겐 안 막히는 길이 가장 가슴 설레는 길이겠지만. 그래서 작가가 동해를 처음 찾을 때 20분은 더 걸려도 국도를, 이름부터 멋진 38번 국도를 선택했다는 부분에서 반가웠다. 우리 뭔가 통하는 게 있을지도 모른단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선곡을 만났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손에 꼽게 좋아하는데, 삽입곡인 calling you 이야기에 반갑다 못해 설레었다. 
 
 " 오뚜기칼국수도 할머니가 운영하신다. 도와주는 분이 있지만, 할머니가 진두지휘하며 칼국수를 낸다. 한 그릇 비우고, 두 손으로 돈을 드리면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고 덕담을 건네신다. 같은 말도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들으면 결이 다르다. 정겹고 친절하고 사랑스럽고. 두 식당에 사람들이 줄 서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느낌으로나마 어렴풋이 알 것 같다. 65" 

 '언제라도 동해'가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먹는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이유도 있다. 사소한 한 마디이지만 덕담 한 마디를 건네주시는 마음에 묵호에 가게 되면 꼭 '오뚜기칼국수'에 가봐야지 마음 먹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사소함이 참 반가운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어느 층의 이웃이 고개를 까닥여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도 그게 참 고맙고 좋다. 그런 마음도 "설명하기 힘들지만 느낌으로나마 어렴풋이" 공감되는 것 같아 좋았다.
 책을 읽다보면, 동해가 작가를 끌어들여 집어삼킨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마음속에 담겨져있던 동해에 대한 마음을 부르고 불러 동해로 향하게끔 만든 것 같은 수많은 부름이 곳곳에 있었다. 강연, 한달살기, 책방, 후배 오사, 동식 선배의 도움, 심지어 책방 개업에 맞춰 찾아온 손님들까지 전부 동해가 보내온 신호같았다. 이곳을 찾아오고, 머물고, 사랑하라고. 꽃을 건네며 축하를 나누었던 서호책방의 사장님 이야기를 보며 배우 박정민이 출판업계의 매력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고 이기려하지 않고 좋은 책을 독자에게 선보이는 것에 더 열심인 사람들이라 좋다고 했었는데, 그 꽃이 바로 그런 의미같아 보였다. 
 한동안 크게 난 불 때문에 모두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갔던 날들이 있었다. 오래된 절이 불에 탔을 때 눈물을 참지 못하시던 스님의 모습, 피할 줄도 모르고 피해를 입은 동물들, 안타깝게 스러져 간 소중한 생명을 뉴스에서 볼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는데 작가가 경험한 화재 현장의 모습(123)은 실제적인 공포도 함께 느껴졌다. 잎새바람을 찾아가다 벼랑 끝에 차가 걸린 일(66)이나 나도 겪어본 적 있는 이석증 증상(208)도 덩달아 심각하게 읽었다.
 반면 읽으면서 웃게 만든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명한 대사인 '라면 먹고 갈래요'를 '라면 먹을래요'로 바꿔버린 부분(147)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라면 먹고 갈래,하는 물음은 의미심장해 보이는데 라면 먹을래,하고 물으면 무슨 라면? 계란 몇개 넣을건데?하고 답해야할 것 같은 실전이다. 마음이 잘 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감도 잘되고 이입도 잘되어 '언제라도 동해'를 읽는 동안 표정이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 여행지는 홍천의 '행복공장(160)'이다. '내 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1.5평 되는 공간에 혼자 들어가 오로지 독서를 위한 자발적 격리? 수감?을 체험할 수 있는 숙소였다. 밥도 방문에 달린 배식구를 통해 건네 받아 해결하는 것을 보니, 언젠가 친구와 절을 찾았다가 언뜻 들어온 무문관 수행과 비슷했다. 나는 깊이가 얕아 도전해보기도 망설여지지만 친구라면 가능할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읽었다. 

 책은 4장에 가서야 동해를 방문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라며 열가지 제안을 건넨다. 그제서야 아, 이 책 여행책이었지! 되새긴다. 그러니 지금껏 보여주었던 동해와 동해살이의 매력은 뭐 별 것 아니었다는 듯이, 더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여행지로서 즐길 수 있는 동해의 매력은 줄이고 줄여 이 정도 있으니 골라보세요,하고 자랑하는 듯 했다. 특히 해파랑길은 몇 해 전부터 걸어보고 싶어 사진첩에 저장해두었던 곳이라 눈에 밟혔고, 무릉별유천지의 라벤더 밭이 뽐내는 그림같은 풍경도 마음에 들어 눈여겨보게 되었다. 
책문화축제, 북크닉, 강연, 낭독회에 근처 사장님들과의 소소한 차모임까지 작가는 바쁘고도 활력이 넘치는 성향을 맘껏 뽐내며 현지인의 삶을 즐긴다. 길을 가다가도 가자미를 건네받는 묵호의 슈퍼스타(144)가 아닐까 싶은데 덕분에 직접 100퍼센트로 즐길 동해의 삶을, 오히려 120퍼센트로 나눠받는 기분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여행지, 맛집을 키워드 삼아 여행 떠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목적지를 정착지로 만들어버린 작가의 '언제라도 동해'를 꼭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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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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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방에서의 시간은 작가가 되기 위한 연습, 책을 쓰는 과정이라기보다 한주간 맹렬히 삶과 싸운 누군가가 보고 들은 것들을 목격하는 일에 가까웠다. 글자들이 살아 있다 못해 그 자리에서 내가 그 사람의 삶을 겪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얼굴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5" 

 글쓰는 삶을 살아가고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챗GPT가 사진만 쥐여주면 무슨무슨애니메이션 풍 그림을 재현해내는 것이 유행했을때 멀거니 세상 참 좋아졌구나, 했는데 문체를 몇 개 학습시키고 이러저러한 내용을 넣은 글을 써달라고 하니 금새 제법 읽을만한 글을 뽑아냈다는 말은 어라, 싶었다. 그렇다면 쓰는 사람들은 무엇에 마음을 두고 계속해서 써나가야 할까. 쓴다기 보다는 읽기에 더 가까운 편이지만 문득 덜컥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쓰기'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고 싶어 책을 펼쳤다. 
 이 정중하고도 가혹한 관리자는 챗GPT에게 글 하나 써와보라고 명령하는 사람보다 더하다. 힘드신가요? 쓰세요. 떨리나요? 쓰세요. 어렵나요? 쓰세요. 뭐하세요? 쓰세요. 응원합니다, 쓰세요. 기다립니다, 쓰세요. 그냥, 쓰세요. 모든 말이 '쓰세요'로 귀결된다. 게다가 얼마나 냉혹한지 "내 글을 읽는데 차마 너무 흉측해서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입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보이는 것마다 다 뜯어 고치세요.(181)한다. T인가 싶다. 

 "같은 시공간 안에 있어도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지는 않습니다. 57"는 문구는 무려 올해 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일과 일치했다. 친구와 전처럼 자주 만나게 되지 않으니 만나게 된 날에 있었던 일과 생각을 친구가 기록하는 것처럼, 나는 나대로 적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연초에 그 말을 친구에게도 직접 해놨는데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벌써 반환점을 돌아 7월. 2025년 이대로 괜찮은가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을 때, 다쳤다는 슬픔과 고통보다 무릎에 대한 자각을 앞세우는(114) 사람이어서 새로웠다. 압구정 로데오 한복판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쳤을 때, 나는 창피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넘어져 기어이 바지에 구멍을 낸 채로 피를 흘리고 있으면서 고통과 함께 쪽팔림이 밀려오던 그날을 떠올렸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타인이라는 바다로 입수하기(152)'에 이르러서야 글감을 발견한 듯 했다. 몇해 전 친구와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 자신의 미술적 재능이 좀 더 낫다고 주장했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역시 내가 좀 더 나았던 걸로 확신하게 되었다,고 다시 주장해본다. 어찌되었든 그때 유심히 바라보고, 뚫어지게 관찰되던 시간이 익숙했던 누군가를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이 되어 기억에 남아있다. 인터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 번 글감을 발견하고 나니, 어떤 주제들 앞에서는 오랫동안 멈춰있게 되었다. 거짓말과 어린시절에 대한 주제가 연달아 나왔을 때(234,240)나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문장을 떠올리게 한 불행에 대한 주제(270)들이 그랬다. 신화와 꿈이라는 주제, '당신이라는 신화(287)'에서는 태몽이 글감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기만 해볼거야, 난 뭔가를 쓰는 성향은 아니야'하고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갑자기 쓸만한 주제를 만난 것처럼 책을 읽다 문득 눈길이 가고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뭔가가 생긴다면 놓치지 않고 쓰기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이 수신자들의 답장이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데 채워지지 않은 채 끝맺었다는 점이다. '사랑을 사랑 없이 말해볼게요'라는 주제(124)를 마주했을때, 인터넷에서 본 '양말에 구멍이 났다.를 구멍이란 단어없이 다시 써보기 도전'을 떠올렸다. '어쩜 가난이란 것은 발끝까지 옮는지'라고 적은 문장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랑을 사랑없이 말해보는 주제는 어떤 답들이 나왔을까 궁금했다. 
 서간문으로 되어 있는 책은 오랜만에 만나본 것 같은데, 이 다정한 권유이자 능글맞은 압박을 받은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들이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어떤 답장을 보냈는지, 혹은 참여자들이 작성했던 글이 아니더라도 인터뷰 형식으로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함께 볼 수 있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여러분은 이제 '쓰는 것의 필연성' 앞에 섰습니다. 쓸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의 질문입니다. 여러분 앞에는 이제 그저 '무엇을 쓸 것인가'만 남아 있습니다. 질문이 한 걸음 앞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던 힘이 무엇을 쓸까로 옮겨왔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할지, 저는 기대됩니다. 91" 

 '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책이 전해주는 다양한 글감과 약간의 압박감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는 읽어보라 추천하지 않고 이 책을 써보라(이용해보라)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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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 - 현명하고 지적인 인생을 위한 20가지 조언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장은주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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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인간은 모름지기 누워야만 한다. (126)"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누워있을 수 있는데 왜 누워있지 않죠?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누워서 하면 이득이 아닌가. 누워서 할 수 없어서 굳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범상치 않은 사람인가 싶어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기 무섭게 멈추게 되는 문장을 발견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군대에 들어갔고, 전쟁에 패한 후 어영부영 대학을 나와 17" 하는 부분이었다. 이 전쟁이 그 전쟁이 맞나? 저자가 23년 생으로 나와 있어 그 전쟁이 맞구나 헤아려보니 갑자기 눕거나 말거나 싶어졌다. 

 책의 구성이 단호한 제목을 붙이고 그에 따른 완곡한 설명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이 단호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지어진 탓에 '왜? 꼭 그래야 하나?' 약간의 반발심이 섞인 의문을 갖게 되는 면이 있다. 어떤 내용인지 받아들이기 전에 벽을 먼저 쌓으며 공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 생각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생활 습관으로 본다면 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이해가 가지 않고 의문이 든다면 허심탄회하게 "왜?", "어째서?"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99"는 내용을 책에서 보고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며 읽어나가기로 했다. 

 " 아침에는 활력이 가득해서 의욕이 지나치기 쉽다. 무모한 일정을 짜기 십상이다. 36" 는 부분이 있는데 나와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보통 잠들기 전에 내일 뭐할지 생각하곤 하는데, 난 꼭 그때 의욕이 충만해져서 오늘 못했던 일들을 내일 일어나면 꼭 해야지 다짐하곤 한다. 내일은 꼭 운동을 하고, 냉장고 정리하고, 집청소도 해야지 완벽한 하루를 계획했다 일어나면 피곤해서 다시 드러눕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보통 아침에 계획한 일은 그날 반드시 하고 전날 밤에 잠들기 전 계획한 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취소하곤 한다. 어떤 성향의 사람이 더 많을까? 

 책의 내용을 전부 거리두며 읽은 것만은 아니다. 누워서 생각하면 힘을 아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읽으며 공감하게 된 부분은 "다른 분야 사람하고 놀아라 (104)"였다. 확실히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모이게 되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지점을 찔러 들어오기도 하고, 몰랐던 분야에서 닮은 점을 찾게 되는 등 새롭고 신선한 활력이 도는 때가 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정말 성공적인 날이고 대부분은 서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끝나거나, 배려하느라 대화의 흐름이 겉돌다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문장만 봐도 저자는 전자의 경우를 주로 경험했음이 분명한 듯 하다. 

 " 듣기로는, 요즘 젊은 연구자들은 사람 만나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학회가 끝나고 함께 한 잔 마시곤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재빨리 돌아가 버린다. 모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담론풍발을 경험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게 되지 않을까. 쓸쓸하기 그지없다. 111"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나이 많은 구세대의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긴 하는데 이 부분에서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유의 꼬장꼬장함과 자기자랑이 곳곳에서 보이는 데다가,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다른 모임 자리가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한 듯한 태도가 조금 웃기기도 하다. 이 뒤로도 '가로쓰기'에 대한 폭발적인 거부반응(누워서는 안 되는 문자117)이 나오는데 일본어 가로쓰기를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행위(120)"로 규정하는 이 내용도 극단적인 반대표현이라 웃음이 나온다. 또, 하이쿠 모임에 여성회원이 증가하면서 명사 중심에서 동사 중심의 변화가 생기자 즐기던 하이쿠에서 멀어지게 되었다(202)고 말하는 내용에서도 특유의 경직된 사고가 느껴지는데 이를 비판적 의식이나 개선의 여지 없이 드러내곤 한다. 

 '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는 솔직하다. 이 솔직함은 때로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236)를 들었을 때의 어색함 같기도 하고, 타인의 렌즈에 찍힌 자신의 모습(237)을 낯설게 보는 것과도 비슷하다. 저자가 오랫만에 만난 아침 운동 지인이 인사차 건넨 말을 들으며 한동안 만나지 못해 고령인 당신이 " "죽은 줄 알았다"라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이어서 조금 우스웠다.(155)"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어서, 감기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복인 식전에 먹어야 된다는 이론(162)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이어서, 그걸 솔직히 글로 적어내는 사람이라서 불쑥 들이치는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다. 생각보다 가볍게 빠르게 읽히는 책이니 부담없이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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