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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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조각의 케이크나 한 잔의 술을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이 선택을 당장 눈앞에 펼쳐진 상황보다 더 큰 맥락과 연결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살이 찌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강렬한 쾌감이 눈앞에서 유혹할 때 날씬해지고 싶다는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해져요. 이때 효과적으로 즉각적 보상을 포기할 유일한 방법은 포기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 자기 내면에 고차원적 힘을 쌓아준다고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이는 영혼의 돼지저금통에 동전 한 닢을 넣는 것과 비슷해요. p62"

 오랜 시간동안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해온 입장에서 정말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이다. 이 자체가 바로 나의 문제점 그대로였다. 속수무책으로 살이 찐 것처럼, 나약한 의지는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나는데 책을 읽겠다고 자리에 앉아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이런저런 어플들을 뒤적이며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글자가 즐거움으로 소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주어지는 자극은 편리하고 즉각적이다. 그동안 디지털디톡스라는 것을 좀 냉소적으로 바라봤는데, '포기'가 그 자체로 의미로 쌓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시도해볼만 하겠다. 
 
 이 작고 잦은 실패의 문제는 4장에서 '의지의 문제'로 다시 등장하는데, 외적인 자극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삶을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고차원적 자아를 활성화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날,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에 개인적 의미를 불어넣는 데 고차원적 동기 체계의 비밀이 있습니다. 의미가 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원천이지요.(205)' 이는 '단지 자신에게 옳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함으로써 얻어진다. 이는 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규칙적인 하루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요즘 가장 많이 강조하게 되는 말이자, 아주 중요한 조언 중 하나로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줄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마 지금이 사회초년생에게 원하든 원치않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인듯하다. 책에서도 바로 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옮겨왔다. " 우리는 우리가 내린 결정이 '옳기를' 바라고, 다시는 불확실성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도록 세상이 그만 변화하고 그대로 고정되기를 바라지요. 마음속으로 그런 바람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작은 결정을 내릴 때조차 죽고 사는 문제를 앞둔 것처럼 압박에 짓눌립니다. 우리는 잘 결정하면 구원받을 테고, 잘못 결정하면 인생이 대번에 망할 거라 느낍니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좋든 나쁘든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p75"

 초년생들에게는 다 아는 척 말을 얹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생사가 걸린 것처럼 심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초년생에게는 인생이 계속되기 때문에 힘을 좀 풀어도 괜찮다는 이유가, 이쯤되면 시간은 흐르고 결코 되돌리거나 잡아둘 수 없기 때문에 그 한번의 선택과 기회가 오히려 소중한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오늘 먹는 저녁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을 완벽한 메뉴를 선택하지 못하면 인생이 망하진 않아도 오늘 몫의 행복엔 타격이 온다. 영혼은 모르겠지만 한끼한끼가 소중한 돼지저금통(62)의 배에는 맛있는 것을 넣어야 고차원적인 만족이 온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선택과, 결정이 실수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까 압박과 불안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는 것에 맹목적이게 자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 지혜는 평범한 인간의 사고력을 초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혜에 저항합니다. 우리의 에고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보다 더 현명한 것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를 꺼립니다. p223" 이는 부끄럽게도 아는 것이 충분치 않을 때 아는 것이 많아질 때보다 많이 나타난다. 삶을 충분히 더 깨닫지 못한 지금, 초년생에게 조금 더 경험해봤다는 이유로 조언을 하는 꼰대가 되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지갑은 열고 자리는 피해주는 어른이 되자. 

 " 새롭게 감사할 거리를 가능한한 많이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영 운수가 나쁘다 싶은 날에도 긍정적인 일이 한없이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p88" SNS를 이용하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우울한 날을 보냈는지 얘기하는 이용자를 볼 수 있다. 가끔 그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 오히려 좋은, 럭키비키한 면을 꺼내 위로를 건네면 대부분의 낙심한 사람들은 금새 조금 기운을 차린다. 감사할 거리를 건네고 누군가 관심을 보낸다는 작은 신호만으로도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특히 작년 유행한 럭키비키적 사고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보통 살아가면서 뜻밖의 불쾌하거나 불행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그 상황을 바꾸거나 피할 수는 없어요.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p95" 내면강화에서도 바로 그런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나 현명한 방법이고, 긍정적인 현상이었는지! 

대부분 공감하며 읽었는데, 3장 '돈'에 관한 내용에서는 주춤했다. 개인적으로 '피츠제럴드가 단단히 착각했다(134)'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부분에서 삶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정말 부자들이 감정적이거나 영적인 차원에서 '모든 사람과 똑같은 세상에 살고 있'을까? 종종 혼자서 살기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최소한의 공간 크기에 대한 질문을 본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우리의 정서에는 필요하고 현대사회에서 그 조건은 물질로 채워져야 한다. 우리가 성공의 기준을 돈으로 삼기 때문이 아니라, '온 세상의 돈을 다 가지(140)'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소충분조건에 도달하기 위한 치열함이 매몰됨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153", " 아이는 우리가 하는 말이 논리적이라고 듣지 않아요. 오직 우리의 권위를 긍정적으로 느낄 때만 우리의 말을 듣습니다. 아이가 자신보다 우리가 강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우리는 부모로서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자녀를 현실에 잘 대처하도록 준비시키지 못했다면 제대로 양육하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154" 이 부분도 이견이 있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있어 지나친 관용을 보인다는 점에선 동의하지만, 이해를 통한 교육도 분명 가능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만으로는 복종밖에 이끌어낼 것이 없지 않을까. 양육에 관해서는 '6장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289)'로 이어지는데 영성(294)을 강조하는 일부 내용 등에서도 공감이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아쉬움이겠다. 

 " 이렇게 승리에 집착하는 풍토는 스포츠를 왜곡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점을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아요. 프로 팀은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리라는 판단이 서면 선수에게 어떤 문제가 있든 눈감고 기용합니다. P188"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마땅한 제약도 없이 업무에 복귀하는 것을 지나치게 많이 보아왔다. 이런 방만함을 거르고자 하면 세상에 두 눈 뜨고 지켜볼만한 것도, 두 발로 찾아갈만한 곳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정치, 연예, 의료 등 많은 부분에서 이익을 위해 문제있는 사람을 기용한다. 이들의 도덕적 흠결 같은 것을 걸러낼 거름망은 필요성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에 환멸이 느껴진다. 책에서도 이 "승리 우선주의(189)"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 하나의 모토가 되었음을 꼬집는데, 깊이 공감했다.   

 요즘 시류 덕분에 '모든 것이 부서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275)'의 내용을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지난 겨울 우리가 예기치 못하게 목도한 악의는 지나치게 긴 시간을 끌어왔다. 사회만이 아니라 환경마저도 큰 화재로 파괴되고, 국제 사회 또한 나날이 경색된 흐름을 보인다. 악은 너무나 크게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이에 맞서는 개인은 무력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악에 대한 태도를 '우리의 목표를 무의미하게 하는 힘에서 우리가 목표를 이루도록 등을 떠미는 존재로 변모(278)'하도록 바꾸라는 조언을 처음 봤을 때는 다소 순진하지 않나 싶었는데 찬찬히 되짚어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휴일을 반납하고 겨울 거리로 나선 사람들, 따뜻한 음료를 나누던 손길, 재난 현장으로 이어지던 도움과 염려는 우리의 등을 떠민 악에게 보인 긍정의 태도였다.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고, 요즘 하는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만한 점도 많아 상당 부분을 따로 적어두며 공부하듯 읽었다. 다소 낯선 표현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 생각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읽어보면도움이 되겠다. 잠깐 시야가 좁아져 보이지 않던 것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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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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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더워서일까, 늦은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 날이 계속 되었다. 더워서 혹은 빗소리 때문에 아니면 어쩌다 잠에서 깨고 난 뒤로 새벽 내내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냥 포기하고 책을 읽었다. 귀신같이 잠이 오길래 몇 번 유용하게 써먹었는데 재밌는 책이 걸리는 날은 밤을 새는 부작용이 있어 위험했다. 어쩌다보니 다른 소리를 하게 됐는데, '섀도 워크 저널'도 그 새벽시간에 읽은 책 중 하나다.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을 보면 나 빼고 다 '섀도 워크 저널'하는 세계관이 따로 있는건가 싶게 유명하다. '아마존 종합 1위, 전 세계 30여 개국 출간, 22억 뷰의 인증, 전 세계 100만 독자가 선택한 내면 치유 혁명'! 이렇게 유명한데 왜 몰랐지 대체 뭐가 좋길래? 하는 궁금증과 잠이 잘 안오는 건 내 내면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싶은 염려증이 콜라보 되어 책을 받아봤다. 


 새벽에 이 책을 주로 봐서 그런가 솔직히 이런 진지한 내용을 혼자 소화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를 쓸 때 내가 적어놓은 답변도 몇 개 같이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새벽감성 때문인지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고나니 이 내용을 공개하기엔 너무 사적이라서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 원하는 것이 이게 맞나? 내가 이런 답을 적어도 괜찮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스스로에 대해 몇 번이나 질문하고 점검하는 과정들이 생기면서 빈칸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사람이 너무 무겁고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도 있단 생각을 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니체)'는 말도 있잖은가. 봉인해두었던 어둠의 심연이 깨어나려는 느낌을 받았다. 크큭.....


 읽었다라고 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읽었다기 보다는 참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다. 빈칸도 채우고 글도 쓰고 할 일이 많다. 참여형 독서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플로 나온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서 책 마지막 부분에 큐알이 있었다. 종이보다 패드가 편한 독자들은 어플로 가시길. 책에 다양한 질문들이 있는데 나를 깊이 반성하게 했던 인상적인 질문을 꼽아보자면 하나는 '학창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은 누구였나?'다. 신기하게도 좋아했던 선생님은 딱히 특정이 되지 않는데 싫어했던, 나에게 불이익을 주었거나 상처를 주었던 선생님과 상황만 기억이 난다. 과거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는 원한은 잊어도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나에게 화가 날 때, 어떤 혼잣말을 하는가?'라는 주제에서도 큰 반성을 했다. 화났을 때 하는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어플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는데 중간에 명상을 위한 유튜브 큐알이 들어가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이 책을 읽었던 터라 마침 잘됐다 싶어서 찍고 들어가보니 차분하니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영어다. 사소한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가끔 심신을 휴식시키는데 쓰기로 했다. 크게 체감되는 내면의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직 채우지 않은 빈칸이 남아있어서인지, 내 안의 그림자와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를 마주하고 치유하기라는 틀이 있는 책이니 잠이 오지 않는 새벽보다는 미라클 모닝 시간이나 여유있는 오후 시간에 긍정파워를 받으며 이 여정을 함께 하길 추천한다. 일기쓰기나 백문백답 같은 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야무지게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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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꽤 나쁘지 않았어 - 정신과 의사 캘선생의 하루 한 장 상담
유영서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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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요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하고 있는데 꽤 좋더라고 하며 연락을 했다. 그러냐며 반색을 했지만 내심 찔렸다. 언젠가부터 독서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가로운 시간에 독서만이 올바르고 내세울만한 취미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 독서를 멀리하고 무엇을 했냐하면 또 그만 못한 것들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찜찜함이 남는다. 지인이 읽고 있는 책이라며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라는 책 제목을 알려주었는데 책 제목을 보고 요즘 심리적 압박을 받거나 분노 조절이 잘 안되십니까 농담을 하다 그때 마침 책방에 놓아두었던 이 책이 떠올랐다.


 " p.233 [이유 없이 화나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감정의 브레이크가 있다고 생각하고 밟아봅시다. 살짝씩 밟다 보면 속도가 줄어들 거예요.] "


 사실 파란대머리 캐릭터인 정신과 의사 캘선생과는 구면이다. 2023년 제목을 떠올리면 햄버거를 먹고 싶어지는 책 1위로 선정된(내가)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묘하게 킹받는 그림이면서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답변해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마찬가지로 돌아온 캘선생은 여전히 킹받는 그림이면서 전보다 더 가벼워졌다. 가벼워졌다는 것이 얄팍해졌다는 게 아니라, 마치 요즘 저당, 제로 식품이 유행하는 것처럼 맛은 그대로 살리고 20% 더 가벼워졌어요! 하는 느낌이다. 


 "하루 한 장 상담"이라는 형식에 맞게 한 쪽에 질문 하나와 그에 대한 답이 담겨있다. 어찌보면 인스타그램 무물을 책으로 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p.88 [입사 이틀 차,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드네요.] 하고 상담 내용과 함께 답변으로 [이틀... 아직 매우 부족...] 같은 내용이 그림과 함께 있는 것이 전부다. 짧게 다양한 내용을 답변하는 데다가 분량도 약 350 쪽에 달하는 책이라 순식간에 술술 읽히게 되다보니 읽다가 약간의 정신없음을 느꼈다. 말을 줄였는데도 말이 많다고 느껴진다. 텍스트가 수다스러워보일때 쯤 짤막하다고 한꺼번에 다 읽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분량을 나눠서 읽기로 했더니 훨씬 나았다.  


 지인이 읽고 있던 책을 다 읽고나서도 다스려지지 않은 분노가 남아있다면 재미와 가벼움으로 남은 잔여물을 정리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 꽤 나쁘지 않았어'를 추천해줄 생각이다. 지난 제목도 참 마음에 들지만 이번 제목도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드는 게, 매일 하루를 정리하면서 좋았던 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 지쳤더라도 무사히 오늘이 어땠었는지 되새겨볼 여유가 남았다면 '꽤 나쁘지 않았'던 날로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스있는 변신이 반가웠던 캘선생과는 다음 책으로 또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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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씨의 친구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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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란 참 어려워. 아무리 친한 사이도 작은 균열 하나로 쉽게 갈라지고 만다. (17) "


 처음 대여섯장을 넘겼을까, 싶게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하나씩 되짚어 읽게 된다. 이런 책이구나. 이런 장치를 해두었구나. 만화이니까 가볍게 읽어야지, 싶었던 마음에 긴장감이 돈다. 구성이나 내용은 평범하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될 거라 예상했는데 굉장히 멋있는 시작이었다. 약간의 어색함, 위화감이 집중을 환기 시키며 한층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지금껏 한번도 인간관계에서 단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와의 인연을 놓아버리던, 누군가가 나와의 인연을 놓아버리던 혹은 의도치않게 자연스러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마무리 되는 관계더라도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 그게 정말 마지막이었나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나이들수록 친구를 사귀기 어렵고 또 이미 만들어진 관계더라도 그것을 잘 유지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사고가 굳고 환경에 따른 변화도 생긴다.


 미우라 씨의 친구를 읽으려고 한 이유도 이런저런 관계로부터 생겨난 문제 때문이었다. 모임의 인원이 줄어드는 일은 예전에는 연연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아쉽다. 셋이나 넷이었다면 가능했을 메뉴 주문이 둘이 되어버리면 확실히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에. 내용 내내 사이가 멀어져버린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인연이 닿아 로맨스도 키워나가며 한꺼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런 간질간질한 면도 재밌다.


 " 밤새 이야기를 나눈 추억도 있어, 우리에겐. 그런 친구는 다시 안 생길지도 모르지만... (121) "


 얼마 전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우리는 이제 하루쯤 밤을 새도 다음날이면 새로운 하루의 체력이 쌓일 나이가 아니구나' 하고 웃었던 일이 떠올랐다. 몸은 피곤했지만 아무 말이나 계속 이어가며 밤새 웃고 떠들었던 날이 정말 즐거웠었다. 학생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수련회나 수학여행의 밤 같다고 생각하며 이런 날이 또 올까 아쉽기도 했다. 그럴 땐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 어울리고 또 여유를 갖는 미우라씨의 어머니가 말한 관계(107)를 떠올리기로 했다. 아직은 자주 못보면 아쉽고 섭섭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하다 마지막에 가서는 감동했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마음이 움직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정말 끝의 끝에 가서 예상치 못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날의 바다였구나, 하고. 책을 두 권 받았는데 사실은 한권씩 나눠 가질 생각이었지만 각기 다른 친구에게 한권씩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내 마음을 움직였듯이 그들에게도 어떤 의미가 되어줄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어른이 되면 한번쯤 해보는 고민과 감동이 알차게 담겨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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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라면 교양 시리즈 (시즌2) 1
박윤영.채준우 지음 / 뜨인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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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좀 더 알고 싶고 이해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솔직하자면 몇 십년을 살아와놓고도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말해야할지, 장애우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제는 장애우란 표현을 쓰는게 좋다고 했다가 또 언제는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해서 검색을 해봐도 결과가 답변 마다 갈리고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어 때로는 얼버무렸다. 이밖에도 불쌍해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까봐 시선을 두게 되는데 그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약간의 친절이 도움이될만한 상황에서도 먼저 의사를 내보이는 것이 오지랖이고 무례일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이란 책을 보고는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조금 더 알게 되면 이해의 폭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런데 그 마음이 얼마나 유지되나면, 바로 그 제목과 표지를 봤을때까지 정도였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갑자기 아무 말이나 변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책의 반의 반도 읽지 않은 순간이었다.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해를 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호기심이었을까. 실망감과 당황, 복잡함이 뒤섞여서 책을 읽었다.


 생각해보니, 평소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었다는 이 말이 그만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분명 인지하고 있지만 문제 삼지 않는 경사로가 구비되지 않은 계단과 이리저리 끊겨있는 점자블록.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나 각종 제품들에 점자 표시가 되어있었던지 그 필요성 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날들이 그 증거이다. 특히 이 중 최근에 알게 되어 놀랐던 것이 시각장애인들이 가게에 가게 되면 상품을 복불복으로 골라야 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 나 다시 찾아봤는데, 몇년전부터 문제제기가 되어 지금은 점차 점자표기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함께 살기는 효율이란 항목 아래에서 타협을 하고 배제된다. 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204) 지하철에서 진행됐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가 한창 뜨거운 감자일때 대부분의 목소리는 비난조였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손해를 겪었기 때문에 불만이 컸으리란 점도 이해한다. 한편으로는 온건한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면 누가 알아주고 들어주었을까 하는 의문과 그때 겪었던 늦어짐과 불편을 필수적으로 감안하는 생활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이 한구석에 남았다. 두 입장을 모두 생각하면서 한쪽에 속해있는 자신의 편리함과 이익에서 좀처럼 눈길을 떼지 못하겠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시선에 놓여져있는지 모른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다수의 기득권이 불편을 겪지 않고 이익을 조금이라도 뺏기지 않으며 양심이 찔려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불편한 사회 통합의 반발세력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목소리를 낸다면 듣지도 신경쓰지도 않고 늘 그렇듯 묵살되고 배제될 것임에도, 지금껏 그랬던대로 있기를 압박한다.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을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내 손에 들려진 이익이 얼만큼 되는지 헤아려보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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