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밀리언 특별판) -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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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처음 읽으면서 든 생각은, '협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 것일까. 였다. 책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첫번째 사례는 이미 이륙 준비에 들어간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노력한 학생의 이야기다. 닫힌 탑승게이트 앞에서 실랑이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조종석의 기장 근처로 가서 그들을 간절히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예외적으로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기장의 탑승 허가가 떨어져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이륙 준비중인 비행기를 세웠다고 하니, 엄청 대단해보이는데 사실 이런 일들은 일상에서 종종 경험해볼 수 있는 유형이다.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따라가 문을 두드려 탄 경험이 있다면 느낌이 올 것이다. 이 부분에서 '협상'의 범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 첫 예에서부터 이는 협상이라기 보다는 상대방의 인정에 호소한 일방적인 부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도착지에 내려서 기장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린 좋은 협상을 했습니다. 라고 하면 그것이 적합한 표현이 될까? 예시의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은 아닌지 아쉬운 시작이었다.

 

 이 책에서는 협상을 위한 열두 가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1 목표에 집중하라, 2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3 감정에 신경 써라, 4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5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6 가치가 다른 대상을 고려하라, 7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8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9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10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11 차이를 인정하라, 12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이 열두 가지의 전략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내용이고 특히, 첫번째 목표에 집중하라는 부분에서 언급한 회의 준비 내용은 크게 공감되었다. 한 안건을 가지고 회의에 참여하는 공동체 인원들이 서로 목표를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회의는 장거리가 되는데, 회의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는 커녕 서로의 이견을 가다듬는 일에만 진을 빼는 상황이 생긴다.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일이라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보통의 내용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미리 준비하여 대비하라는 위주의 조언을 한다.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강조하는 한 편, 때로 인정에 호소해서 해결되는 일들의 예를 뒤엎고, 타인에 대한 인정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 예도 있었다. "한 학생이 밤 11시 5분 전에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튀김을 샀다. 그는 감자튀김이 눅눅한 것을 보고 새걸로 바꾸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점원은 5분 뒤면 문을 닫는다며 거절했다. 학생은 말없이 카운터 한 쪽 끝에 있는 광고지를 들고 다시 점원 앞에 섰다. 유인물에는 언제나 신선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기 맥도날드 맞죠?" 점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광고지에 언제나 신선함을 보장한다고 적혀 있네요. 문 닫기 5분 전에는 신선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는데요?" 결국 학생은 새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었다. -p.92 제 4강 표준과 프레이밍에 대하여" 의 내용을 보며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호소하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대의 감정과 상황은 철저히 배제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사례들은 책에서 강조하는 협상법이 아닌 제목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법에 가깝다.

 

 10강에 이르면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어지럽힐 만한 취업준비 사례들이 나온다. "나는 면접에서 까다로운 면접관을 만났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에게 "면접 볼 때가 그나마 그 사람이 제일 친절한 것"이라는 일침을 놓는다"는 내용이나, "나는 해마다 수백 개의 이력서를 받아본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 대해 제대로 조사한 흔적이 보이는 이력서는 드물다.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탓이다."는 내용들은 약간은 꼰대스럽다. 게다가 14강의 원하는 서비스를 얻는 법으로 가면, 서비스업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읽기 곤혹스러운 진상 사례들도 마치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끼워냈다. 흥미로운 내용이긴 하지만 호감가는 내용은 아니었다. 자신이 너무나 손해만 보고 사는 것 같다면, 그 예로 제대로 된 컴플레인을 못해서 잘못나온 메뉴을 억지로 먹어 후회된 적 있다면, 불량품을 사놓고 교환, 환불을 하는 일이 망설여져 그냥 방치해둔 적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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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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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남 오빠에게'를 받은 택배 포장을 풀면서 속으로 '드디어 이 불온서적이 내 손에 들어왔구나'하고 생각했다. 이 시대에 이를테면, 불온서적이란 것을 정한다면 페미니즘의 필터에 걸리는 책들이지 않을까. 워낙 입장이 분명히 갈리는 쟁점이기 때문에, 집에서도 다른 책들 사이에 '현남 오빠에게'를 밀어넣어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궁금했던만큼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싫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지 않고서 밖으로 표출되기 어려운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가깝더라도-가족이더라도- 평소의 생각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더욱이 가까울수록 더 알고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다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이어지는 단편들은 고통스럽게 읽었다. '불편'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구는 일부 여성들을 희화화하고 비꼬며 대표하는 것이 되어버린 탓에 대체될 다른 표현을 쓸까 생각해봤지만, 정말이지 불편한 요소들이 줄지어 나오는 내용에 읽는 것이 고역스러웠다. 묘사된 인물과 상황들은 지극히도 보통의 평범한 것들이었는데도, 지금 종이위에 인쇄된 글로 마주하니 수동적이고 어리석게 받아넘겨온 부조리들로 점철된 후회와 분노가 느껴졌다. 그리고 여전히 다른 책들 사이에 '현남오빠에게'를 밀어넣는 자신도 있었다.

 

 자신이 느낀 부조리와 괴로움을 의식하면서도 고작 소설 책 한 권조차 책상 위에 놓기 꺼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미니즘이 잘못되었다, 입맛 좋을대로 해석한다, 이기적이다,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여자들이 내세우는 비논리다. 이런 말들이 이 책 한 권을 들고 거리로 나가 어디서든 책을 읽을 시도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생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너도 00이었어?" 라는 이상한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때로 자신이 느낀 것조차 진짜 그렇게 느껴도 괜찮은 것인지 검열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가끔 '현남 오빠'가 해줬던 것들 중에서 '그래도 이건 괜찮네'하고 평가하던 자신도 있었으니까.

 

 문득 '이방인'이나 '화성의 아이'로 내용이 흘러갔을때는 이어진 고통들에 비하는 자극이 왜 더 주어지지 않는 단편들이 나올까 의아했다. 좀 더 공감하고 분노하고 싶었다. 결국은 또 수많은 여성들이 읽겠지만, 여기 미지의 인물로 그려진 현실의 단면이 있음이 명시된 단편들이 이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의 평화'나 '현남 오빠에게'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올만한 자극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들 작품들이 가진 의도 역시 충분히 공감되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에피소드라 생각하고 있었던 '라이카'에 대한 내용은 특유의 처연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추모곡과 함께 감상하기를.

 

 솔직히 말하자면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적 감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고조되어 마지막에 표출된 분노와 경멸은 아쉬운 마무리였다. 이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같이 병맛스러운 에피소드들과 가까운 이의 연애사정을 듣고 참견하고 싶어하는 심사가 자극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작품이 나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상황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괜찮게 느껴진다. 아직 '82년생 김지영'이나 '딸에 대하여'를 읽지 않았는데, 곧 짬을 내어 읽어보고 싶어졌다. 더 큰 자극을 기대하는 중독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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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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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풀어진 마음을 달랠 길 없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긴 연휴가 일상을 잠깐 무너뜨렸다고 생각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도 아닌 것만 같다. 그동안 버릇처럼 해오던 일들이 쉽게 손이 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한껏 풀어짐에 기대어 얼마간을 지나보내고 나니 이제서야 퍼뜩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아침에 본 일기예보에서 주말 즈음 눈이나 비가 올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제서야 짧고도 어설프게 한 계절을 지나왔구나 싶어졌다. 어쩌면 가을을 탔으리라.  

 

 역사평론가 겸 고전연구가인 저자 한정주의 신간 '율곡 인문학'은 율곡의 "자경문"을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고 있다. 각 장은 입지, 치언, 정심, 근독, 공부, 진성 그리고 정의로 구분되는 7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 안에서도 소주제들이 나뉘어져 있어 설명이 지리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큰 장점이었다. 자칫 생몰을 늘어놓는 위인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일화들은 그의 사상적 기반을 설명하는 정도의 에피소드로 기능해서 오히려 아쉬움을 느꼈다.

 

 전에 유시민 선생이 방송의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강릉의 오죽헌을 찾아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부각되어 있음을 지적한 바가 있었다. 마침 인상적으로 생각했던 두 인물이 3장 정심의 구방심공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을 다잡아라] 부분에서 나왔을 때 주의깊게 읽었다. 특히 이이가 자경문을 쓰게 된 배경 중에 16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적인 방황을 한 4년이란 시간이 있었으니 이이의 생에서 신사임당이 미친 영향이 매우 컸음을 짐작하게 했다.

 

 특히 이와 비교되는 일화로 6장 진성의 전력어인 [사람을 정성껏 대하라] 부분에 그의 서모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위인전을 읽으면서도 두 사람에 대한 내용만 알았지, 서모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내용이었으면서 한편으로는 이이의 아버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신사임당에 비해 부족한 롤모델이었다면 그는 어디에서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인물을 찾았을까 궁금해졌다.

 

 율곡의 삶을 위인전으로 읽던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으나 이제 다시 살펴보니 그가 가진 기량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웠다. 이 책의 근간이 되는 "자경문"은 그가 20세 때 지었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성숙도가 과거와 지금이 다르다고는 하나, 그 나이에 이미 스스로의 삶에 있어 그 방향을 정하여 세울 수 있었다니 뛰어난 인재로 평가될 만하였다. 또한 퇴계와의 접점이 짧아 두 학자가 동시대에 활동할 수 없었던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보통은 책을 읽으면 2-3일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긴 시간을 더디게 보내면서 '율곡 인문학' 역시 더디게 읽었다. 그동안 항상 인문학이란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사전에 정의된 말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의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과 기대했던 인문학의 범위를 '사람다움의 길'로 끝맺기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배움을 확장시키지 못한 자신의 소양탓으로, 적당히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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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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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에 월가는 싸구려 여인숙과 닮은 구석이 있다. 사람들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보너스를 두어 번 받고, 1월 중순경 통장에 찍히는 목돈을 보고 나면, 그런 돈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된다. 월가에 자리 잡은 은행의 경영진은 그런 심리상태를 조장한다. 월가의 투자은행가가 개라고 가정한다면, 주인의 진짜 의도가 뭔지 깨닫지 못한 채 값비싼 목줄과 가죽끈을 '사회적 위치'라며 과시하는 셈이다. 내 목줄은 전반적으로 볼 때 가느다란 편이었지만, 그래도 목덜미가 쓸려 쓰라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p.47 혼돈을 향한 행진"

 

 '카오스 멍키'는 다소 난해했다.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그 자신 그대로 난잡한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 원숭이처럼 느껴졌고, 저자의 느낌 그대로 문체도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소설적인 묘사가 들어가 있는 부분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저자는 모든 것이 저장된 대화를 그대로 발췌했으며 곡해된 부분이 없이 전달하도록 노력했다고 하지만, 누구도 모든 것을 날 것 그대로 옮겨놓을수는 없기 때문에, 또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과장됨이 계속해서 의심을 눈을 거두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경이 되는 실리콘 밸리라는 무대가 낯설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치 최첨단의 수트를 입고 재기를 뽐내는 아이언맨의 모습을 보는 듯한 저자의 글은 자신만만하고 공격적이다. '성공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는 생각이 근간에 깔려있는 성공한 사람을 봤을 때 느끼게 될 약간의 불쾌감이 부러움과 시기에 버무려져 느껴진다. 성공하는 소수의 사람들 중 비상한 머리와 감각으로 세상이 무엇으로 돌아가는지 깨닫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를 보면 그는 분명히 그 구조와 헛점을 알고 있고, 가장 크고 탐스러운 송이를 움켜쥐진 못했어도 떨어진 바나나를 챙겨가질 정도의 능력을 가졌음이 느껴진다. 이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삶과 동떨어진 느낌에 어떤 감명을 받진 못했다.

 

 특히나 sns를 하지 않아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모르는 편이라 페이스북의 시스템이나 기능에 대해서도 생소했다. 간혹 시선을 끄는 부분들은 보일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한 일화들에 대한 짧은 언급이었다. 때로 누가 남긴 스파게티를 먹었는가를 두고 날선 모습을 보이거나 사내 연애에 대한 시도는 단 한 번의 기회로 제한, 여직원은 '동료직원에게 방해가 되는 옷을 입지 말 것'이라는 지침이 있다는 부분들은 사소한 것엔 신경쓰지 않으며 새로움과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기민하게 시도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평범하고 완고한 규제였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매우 단편적이고 주된 내용은 전문적인 업계 내용이다.

 

 무엇보다 '카오스 멍키'를 읽으며 잠시 다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사회생활이 어떤지 들어서 체험해 본 기분이 들었다. 때로 친구들과 술을 한 잔 마시며 오늘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경쟁하듯 푸념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예 차원이 다른 리그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엿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IT업계에 관심이 있거나 새롭고 빠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SNS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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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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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모르지만, 때로 속도를 높이 차 한대가 매섭게 지나가는 듯한 소리다. 지난 140억년의 역사동안 지구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 자연에서부터 오는 날씨의 현상들은 계속되어 왔다. 그것이 무엇에 영향을 받고, 어떤 식으로 민감하게 이루어져 있는지 다 알지 못해도 이처럼 삶 속에서 그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경험하고 있다. 책세상의 신간인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모든 것의 기원'은 "별과 은하계의 탄생부터 지구의 대기와 바다, 생물과 인간 문명의 발상까지 '어떻게 세상과 만물이 생겨났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슬쩍 넘겨보면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해보인다. 언뜻 보이는 단어들에서 비일상적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꽤 괜찮은 상대임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뉴트리노나 CNO 순환 반응, 중성자, 케플러 궤도, 카이퍼 벨트, 섭입대, 밀란코비치 주기 등의 단어들이 나오겠지만 그것이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영화 장르 중에서 자연재해물을 좋아한다. 이것도 장르의 하나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해가 일어나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고 또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사투를 벌여 극복해나가는 인류의 대응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의 자연재해물들이 회오리바람같은 것을 소재로 했다면, 최근은 인간으로인해 황폐화 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나 인공적으로 자연을 되살리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사건을 다룬다. 최근에 본 '지오스톰'이란 영화도 그런 내용이었다. 자연의 균형이 깨진 가까운 미래에 최후의 수단으로 우주 정거장에서 날씨를 인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아주 약간의 조작으로도 날씨가, 또 이를 넘어선 기후가 달라지게 되고 사람들과 그들이 이루어놓은 것들이 쉽게 파괴되었다. 헐리우드 특유의 미국 만능 주의가 범벅된 촌스러운 내용이지만 각지에서 일어나는 자연 재해를 묘사한 장면들이 꽤 흥미로웠다. 이런 개인적 관심과 더불어 '모든 것의 기원'에서도 '6장의 기후와 서식 가능성'부분을 관심있게 읽었다.

 

 "그러나 우리가 환경을 아무리 망쳐놓아도 지구는 적어도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멀쩡하게 유지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질구조판은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지만, 지구는 인간의 생존 여부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 p.205  6장 기후와 서식 가능성"

 특히 이 부분에서 지구 스스로 환경을 유지할 것이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바탕이 되어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드러낸 점이 좋았다.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가설'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계속해서 영화 이야기와 묶어서 아쉽지만, '8장 인류와 문명'을 읽다보면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이다."라는 부분에서 문득 인상적인 특징을 떠올렸다. 그동안 본 몇 편의 영화들을 다시금 되짚어보니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단기적인 피해를 묘사할 때는 태풍과 회오리바람, 쓰나미, 변칙적으로 나타난 이상 한파 등의 현상을 이용했다. 그러나 먼 미래 인류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묘사할 때는,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아 세상이 물로 뒤덮이거나 긴 가뭄이 이어져 온통 사막화 된 황무지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것의 기원'에서는 이를 체온 조절과 땀, 질병과 연결하여 마무리지어 아쉬웠다. 애초에 이 책에서는  그런 관점을 두고 언급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지만.  

 

 끝으로 최근 한 모임에서 가위눌림과 수맥, 존재하고 있는 것과 구분된 차원의 틈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서 문득 떠오른 '홀로그램 우주 이론'에 대해 말을 꺼냈다가 설명할 길이 없어 아쉬웠는데, '1장의 우주와 은하'부분을 읽으면서 다소 이해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론보다는 용어들을 좀 더 낮은 장벽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영화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또 이론들에 대해서도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어디에 쓸데가 있을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잠깐은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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