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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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공부를 성실히 하지는 않지만 종종 영화를 보거나 티비를 볼 때면 문장을 따라하곤 한다. 얼마나 들리는지, 혹은 얼마나 따라할 수 있는지 가늠해본다. 이렇게 따라하는 것을 두고 '섀도잉'이라고 한다는 것을 신왕국의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를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썩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도 동시에 읽었다.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게으름을 이기고 영어 공부라는 실천으로 이끌만한 계기가 크게 없었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은 어떤 팁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일단 '라푼젤'을 무자막 상태로 재생했습니다. 영화 대사를 정확히 듣는 데 집중했습니다. 물론 잘 안 들리는 대사가 태반이었습니다. 10개 중 하나는 고사하고 100개 중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안 들리는 대사는 다시 반복했습니다. 잘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중략... 대사를 들은 다음에는 그 대사를 따라 말했습니다. 이때 대사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말했습니다. 단순히 문장을 익힌다기보다도 소리 자체를 스캔해 낸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정확히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p.25 1장 시골 고교 자퇴생, 영어를 정복하다"

 

 저자가 추천하는 영화 한 편을 소화하는 방법의 영어 공부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었다. 언뜻 들으면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인 것 같지만, 이 또한 공부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적으로도 지금의 저자가 있기까지는 영화 한 편 만이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이어져나간 CNN공부 필리핀 연수, 미국 유학 등의 과정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 관련 도서를 읽으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 내용을 적용해야 괜찮을까 가늠해보곤 하는데, 저자가 시도한 방법 자체가 어느 정도 영어 문장이 들리는 수준의 사람이 해야 좋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정말 전혀 들리지 않는다면 자막없는 영화 한 편 틀어놓고 숙면만 취하게 될테니.

 

 "반복해서 듣고, 반복해서 따라 말하는 것. 그것이 제가 휘두른 주먹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영어는 강한 상대일 거예요. 이미 여러 차례 영어에게 지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영어를 피하지 마세요. 다시 맞서세요. 맞서다 보니 결국은 영어를 이기게 됩니다. 복싱만 하던 저도 해내지 않았습니까. - p.206 5장 방황하던 노답 인생, 영어로 구원받다"

 

 취향의 문제로 자기계발서 같은 류의 책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나 이처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나름 성공한 화자의 책은 더하다. 아마도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겨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실패 예시가 수없이 많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성공자가 나왔으니 이 길을 따라오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라는 비전을 강조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렵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표현대로 수학책을 풀지않고 읽기만 하며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저자처럼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실천하기를. 해도 안된다면, 몇번이나 실패해서 자신이 싫을 정도라면 포기할 줄도 알기를. 혹시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고도 또 새로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 사람이 있다면 공유하고 싶은 정보다.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영어 강사들이 때로는 흘리듯이, 때로는 답답하다는 듯이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영어를 배우려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다. 모든 준비는 다 해줄테니 당신은 열정만 가져오라고 하는 강사도 있었고, 당신들이 항상 그 많은 돈을 쓰고도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영어에 미쳐서 반드시 해보이겠다는 열정이 없어서라며 토로하는 강사도 있었다. 때문에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를 읽으면서 고교 중퇴에 영어를 거의 몰랐던 나도 성공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자신만만함 뒤에 숨겨진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 무기력한 나는 부럽긴 하지만 아마 이번에도 안될거야 싶은 게으름도 느꼈다. 영화는 즐겁게 보고, 기술의 발전이 빨리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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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 - 프루스트를 사랑한 작가들의 글쓰기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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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간의 사이로 프루스트에 관한 책을 연이어 만나게 되어 어리둥절했다. 고전의 힘은 이토록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오는 관심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던 것인가. 저 악명높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대표되는 프루스트에 관한 현암사의 이 신간을 보고 반가우면서도 곤란했다. 과연 이 쉽지 않은 주제로도 얼마나 읽지 않고 버티기에 어려운 매력적인 깊이를 선사할 것인가. 고백하건데, 아직 다 읽지 못한 뒷 권들을 마저 읽어내기에도 벅찬데도.

 

 저자는 '프루스트 효과'를 통해 프루스트를 사랑한 여덟 명의 작가들의 글쓰기를 풀어내었다. 그 여덟 명의 목록에 버지니아 울프, 롤랑 바르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질 들뢰즈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것만으로 프루스트에 대한 증명은 더 필요치 않다.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이들 작가에 대해서 이들이 얼마나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프루스트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했는지 분석하며 소개하고 있다. 오직 프루스트에 대해서만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여덟명 중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작가에 대해 관심있게 읽어볼 수 있어 더 좋다.

 

 "프루스트 소설에서는 한 부분이 스스로 말을 하고, 그 자체로 존재함으로써 기호들이 발생한다. '시간'은 작품의 소재이며 동시에 주제가 되는데, 그럼으로써 부분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한 부분들은 "하나의 퍼즐에 끼워 맞출 수 없는 조각들"처럼 서로 이어질 수가 없게 되며 각자의 공간에서 존재를 유지한다. 그와 동시에 들뢰즈는 시간을 가리켜 "서로에게 수용되기를 거부하고, 동일한 리듬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문체의 흐름에 의해 같은 속도로 이끌리지도 않는 부분들의 궁극적인 존재"라고 정의한다. - p.150 제5장 통일성의 재발견"

 

 때로 전문적인 분석과 지식이 옅보이는 내용이라 간만에 자세를 잡고 주의깊게 읽어야 했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변적 글을 쓸 때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적 글쓰기가, 이를 대표하는 프루스트를 통해 다시 보게 되니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짜임새있게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구나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한번씩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는 개인적인 짧은 반성을 의식의 흐름으로 토로하였고, 최근 차원과 관련된 여러 차원의 우주와 시공간 개념들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라 따로 옮겨보았다. 우리가 순차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결국 다른 차원에서 동시간적으로 혹은 그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내용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프루스트의 글도 어렵다는 것도.

 

 이는 베게트가 "지난 몇 주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번 완독하였으나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며, "끝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처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는 내용에서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프루스트의 작품이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모호한 흐름에서 순차적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읽기 시작하나 결코 다 읽지는 못하기 떄문에 끝이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이 완독에 대한 부채의식을 없애기 위해 이러저러한 방편으로 책들을 읽지만 부채감은 완독하기 전까지 계속되리라는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프루스트 효과'만이 아니라, 얼마 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여덟개의 시선으로 살펴본 타 출판사의 신간을 읽었다. 연속된 신간들의 등장에 국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완독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 문제적 작품에 대한 동시대적 재조명에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다시 완독할 용기는 나지 않는데, 그래도 궁금하고 미련이 남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왜, 지금 프루스트일까! 이는 최근 디저트 문화가 급격히 성장하게 되면서 케익과 마카롱에 밀린 마들렌이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는 큰그림을 그린 것은 아닐까 싶다. 는 개인적 분석을 덧붙이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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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K-포엣 시리즈 1
고은 지음, 이상화.안선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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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Flowers of a Moment

 

Going down I saw

the flower

I did not see going up."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고, 들어 접해봤을 시를 꼽아보았다. 짧지만 어딘가 여운을 깊게 남기는 구절이 인상적인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전문과 번역본을 함께 옮겨놓았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영문으로도 전해질까 궁금해진다.

 

 시가 주류인 시대가 왔다. 언제부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시집의 리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체감은 그 지점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내맘대로 꼽은 시인계의 아이돌 이병률의 여행에세이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었고. 요즘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가 메인 매대로 장식되어 있다. 문학 서가의 한 켠에 조용히 아우성치던 감성에의 외침이 드디어 닿았다는 듯이. 작년 말 정도부터 시집의 판매율이 엄청 올랐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가을부터 시작한 시집 읽기 바람이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재출간을 힘입어 엄청난 상승곡선을 넘어선 직선을 보여줬다고 한다. 도리어 올해 들어 간간히 읽던 시집 읽기도 뜸해진 탓에 괜히 멋쩍어지면서도 좋다. 내 시집도 아닌데, 내가 읽은 것도 아니면서.

 

 얼마 전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이라 하면 떠오르는, 몇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고 졸이게 만드는 문학가 고은의 시선이 아시아 출판의 K POET 시리즈로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약 90쪽의 얇고 작은 크기의 시선집은 휴대하기 좋은 가벼움과 조밀함이 특징이다. 많은 작품을 수록하지 않았지만 작품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수록해놓았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 된다. 마음에 드는 시를 영어로 읽어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해석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 한글로 읽은 시를 영문으로 다시 읽다보면 미묘한 어감이나 정서가 와닿지 않는듯해 아쉽다. 어쩌면 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좀 더 나은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 되겠다.

 

 다른 작품으로는 '어떤 기쁨'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에선가/누가 생각했던 것/울지마라" 는 싯구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으로 반복되고 있다. 짧게 옮겨놓은 부분만으로도 일부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길기 때문에 전문을 옮기진 않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에 읽었던 신용목 시인의 '타자의 시간'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두 시 모두 좋으니 가을을 맞아 모두 읽어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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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터리스 휴스턴 지음, 김명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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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가 혐오되고 부정되는 현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맞는 길일까 항상 생각해보게 된다. 여성은 세계와의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요지의 한 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현실을 비판하고 천장을 깨려 돌을 던져야 할 때조차 여성은 그것에 도전하려는 자신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부터 따져 묻는 자기검열의 코르셋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교수의 논조였다. 그때 '아!'하고 놀랐으나, 아직도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로 다뤄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검열'이 그치지 않는다. 특히나, 일부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등장 조차도 원색적인 비난이 되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개인적 고민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뜻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관심이 갔다. 만약 반페미니즘 성향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가진 한계나 받는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는 의식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항상 핑계가 많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하던 남성직원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훗날 '이유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선임'이라는 표현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왜 여성상사의 지시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표현할까.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똑같이 힘든 감정을 경험할 때도 여성이 감정을 내비치면 더 가혹하게 평가한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분노가 번득이거나 감정이 상했을 때의 표정을, 그녀가 진짜 감정적이거나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창으로 여긴다. 다시 말해 성격적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다. 헌트의 말에 따르면, 그런 여성은 남성과 함께 연구실에서 일하지 않는 게 좋다. 똑같이 좌절하거나 풀 죽은 표정인 남성은? 그 표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하필 운 나쁜 날 그를 목격했을 뿐이다. -p.287 5장 스트레스는 여성을 취약하게 하는 대신 집중하게 한다" 

 

 책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특히 해당 장은 유의하여 읽었는데, 특별히 예상을 넘어서는 해석은 없었다. '여성은 감정적이다'는 흔한 고정관념이 이런 해석을 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명료히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읽으며 개인적 체험 역시 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여성이 가지는 특질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있다. 여성과 남성을 넘어 성의 구분이 이분법이지 않은 시대에서 이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만족스러움을 주지만, 이 특질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감안하고 읽을만한 수준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의 행동에 대해 '여성적 특질'로 구분지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여성은 공간감각 능력이 뒤떨어져서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는 '김여사'라는 표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개개인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운전을 하는 사람이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운전대를 붙들고 나온 여자들인것만은 아니다. 이들이 좀 더 주의깊게 운전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지라도, 혹은 벼락같이 당신의 앞을 차지해 휙 달려가버린 얌체로 느껴질지라도, 이들 모두가 '김여사'로 통칭되며 능력이 더 낮은 존재로 치부될 수는 없다.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역할상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넓게보면 남녀노소를 떠나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각각의 역할에 맞춰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우리가 '코르셋'이라고 부르는 '**는 **해야한다' 류의 이미지가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역할에 대한 제약을 넘어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제한까지 이어진다면 이를 개선해야함은 분명하다. 이전에 담론화되지 않았던 문제이고, 고정적인 관념으로 굳어진 문제를 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자신을 정립하기 위해서 더 많은 텍스트를 접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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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 탕가피코 강에서 배우는 나눔의 규칙 모두가 친구 35
디디에 레비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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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탕가피코 강을 따라 밀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소년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은 탕카피코 만의 독특한 규칙이 함께한다. 배가 정박하는 곳에서 누군가의 물건을 받으면 그 대신 자기가 가진 것을 하나 내어 줘야 하는 것이다. 이 독특한 규칙이 눈길을 끄는 동화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술렁이게 만든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나누는 것보다 받은 것에 익숙한 우리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가진 것을 덜기도 참 어려웠는데, 다른 이에게 준다는 것은 더 힘들것이다.

 

 탕가핑코 강을 여행하며 낮선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엠피쓰리와, 게임기를 나눠줘야 하는 마르쿠스는 이제 겨우 아홉살인데,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나눔을, 과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을 읽었다. 마르쿠스는 게임기 대신 무엇을 얻게 될까?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마르쿠스는 "정말 끔찍한 여행이야."라며 떠나온 집을 그리워한다. 모험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마르쿠스에게 벌레가 많고 더운 밀림으로의 여행은 버거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르쿠스의 마음이 점차 변화한다. 나누고 가벼워질수록 마르쿠스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없어져간다.

 

  진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신비한 여행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동화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공들이 그림과 색감에 비해 글씨가 단조롭고 다소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개성적이지 않은 텍스트의 배열로 오히려 그림이 주는 감상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르쿠스의 변화가 다소 거칠게 표현되었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때, 짧은 내용으로도 전형적인 이유를 유추해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왜 마르쿠스가 갑자기 변하게 되었는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엠피쓰리가 없고, 게임기가 없고, 신발이 없어지고 마르쿠스가 느낀 것이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에 어른의 시선으로 넘겨짚은 '정답'을 알려주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탕카핑코의 규칙을 활용해서 놀이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하루나 시간을 정해두고 탕카핑코 활동을 해보면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는 등 이색적인 체험형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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