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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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오글거린다'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그 말이 쓰이게 된 뒤로 감성적인 글들이 점차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쓰이게 되면서 감성적인 것들은 좀 촌스럽거나 우스운 일로 치부되어 버리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물론 때로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도 셀카를 찍어 올리는, 감수성이 지나친 혹은 포장된 감수성을 이용하는 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감을 하고 투박하더라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좋은 글들도 있었다. 그 자리를 냉소적이고 감정을 배제한 문장들이 채우고 그만큼 사람들이 더 메마르게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요즘, '아주 조금 울었다'의 등장이 감성적 충족을 위한 단비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그녀는 매니큐어가 형편없이 벗겨진 / 친구의 손톱을 보더니, 말했다. -p.44 너에게 상처 주지 마"

다른 내용들보다도 이 부분이 눈에 띈 이유는 손톱과 발톱을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네일이나 패디같은 경우는 '너 말고는 아무도 니 손톱에 신경안쓴다', '남자들은 안 봐', '그냥 자기만족이지'라는 말로 많이 평가절하 당한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손을 쓸 일이 많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했기 때문에 잘 관리된 손톱도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직접 관리를 하는 편이지만, 이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샵에 다니는 다른 동료들의 네일 관리는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드는 일이다. 자기만족의 한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일하다 벗겨진 매니큐어 자국을 자기관리 부족으로 지적당하는 일도 생긴다.

 

 스스로 관리할 시간이 없도록 벅차면 단정히 짧게 자르는 것으로 대체하곤 했던 적이 있는데, 바쁘더라도 주기적으로 완벽한 상태의 손마저 유지하려고 노력하던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 관리가 무너져내릴만큼 여유가 없고 힘들었다는 상황이 이런 사소함에서 공감된 까닭이다. 그 경험 탓인지 아직까지도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톱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일부러라도 칭찬의 말을 건네는 편이다. 그 사람이 들인 시간과 비용, 어쩌면 필수적이었을 정돈됨을 위한 노력을 공감해주기 위해서.

 

 " "그래서 넌, 고백도 안 해 볼 거야?" / 그녀가 묻자 친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그 사람, 곧 결혼한대." -p.120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여자의 눈물이나 다른 내용들보다 가장 최근의 시기와 잘 맞는 부분이었다. 과거의 X였던 존재의 결혼 소식을 경험하게 되는 나이를 지나보내고 나니 메신저 프로필에 뜨는 웨딩사진, 결혼식 안내 문구,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아기 사진 등이 주는 느낌이 있다. 이미 예전에 끝난 관계지만 상대의 결혼 소식은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오는 결별임을 실감하게되는 내용이었다. 마치 확인사살처럼. 결혼소식은 헤어지거나 사랑이 식는 것과는 다른 뉘앙스를 준다. 결혼 그 자체를 두고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네보내는 거리감을 준다. 과거의 X를 두고 우연한 재회를 꿈꾸거나 술마시고 전화하는 '진상'짓을 할 수는 있어도 기혼자에게는 이미 '간통죄'가 폐지됐다 하더라도 어떤 시도나 대상화 자체가 범법의 일환과 다름없기 때문이리라. 본문에서 느껴지는 단념, 체념적인 문답도 저런 맥락에서 온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아주 오래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조금 울었다'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어떤 구절들은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이 뭔가를 마음속으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감성적인 충족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라디오를 즐겨 듣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거나 소소한 위로를 주는 책을 읽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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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웃 - 왜곡된 정의감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사람
우메타니 가오루 지음, 이수형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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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이웃은 독특한 내용이다. 이웃이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가 바로 떠올릴 옆집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이웃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두게되는 많은 유형의 그룹들을 통칭하는 것이고 회사, 학교, 거주지, 이성관계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한 부류의 주변인들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웠던 내용은 '스쿨 카스트'라는 용어가 나오는 5장이었다. 성장과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학교 생활이다. 학생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그룹이 나눠지고 개개인별로 확연한 서열이 있다. 흔히 잘나가거나 그렇지 않다고 구분되던 것인데 그 서열을 통해 '빵 셔틀'도 시키고 좋아보이는 물건도 '나눠쓰고'하는 것일테다. 이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갈수록 악화되는데 따돌림의 원조격인 일본에서 건너온 학교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장이라 관심있게 봤다. 해결 방법이 쉽게 나올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소개된 대안 역시 미미하고 고루한 면이 많아 아쉬운 마무리였다.

 

 전반적인 사례와 이에 접근하는 분석 방식이 공감대를 구성하기 보다는 내용과 약간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특유의 왜색이 느껴진다. 타인과 어떤 문제가 생기는 과정이나 그 문제에 맞서는 방법에서 직설적인 면이 덜하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 특유의 겉과 속이 다른 느낌이 책 안에 묻어난다. 주변인이 '위험한' 사람이 되는 계기에 대해 분석한 내용 중에 사례인이 미인이기 때문이라고 드는 부분은 다분히 극적이었다. 주택편 64p에서 "질투 받기 쉬운 조건" 파트가 나온다. 사례인이 미인이기 때문에 동성의 질투를 받기 쉽고 그녀를 본 간호사가 " '저런 사람이랑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사례로 나왔던 관리소장과의 불화가 그런 이유로 시작됐다고 근거를 드는 것조차 수준낮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그 후에 악의적인 분담금 미납으로 인해 소액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역시 집요하게 대상자를 괴롭히는 악질적인 수법이 좀 일본스러웠다.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는 육탄전이 벌어졌을텐데.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목차를 살펴보다보니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먼저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지만, 적어도 '위험한' 주변인으로 분류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하는 염려가 들었다. 왜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냐면,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인물상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아주 흔하게는 내가 부주의하게 뗀 걸음이 어느집에선 소음이 될 수도 있고, 무신경하게 내뱉은 말이 상처나 모욕이 될 수 있다. 저 유명한 명제 '또*이보존법칙'이 너무나 맞는 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도 많이 나고 주변을 돌볼 여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약간이라도 염려가 된다면 책을 읽으며 자기 검열도 해보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라*들을 어떻게하면 유연하게 대처해서 내 인생에서 치워버릴 수 있을까 팁도 얻어보면 좋을 것 같다.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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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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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이여! 하며 시작하는 문구들이 이래저래 많이 눈에 띄었다. 여자를 향한 과잉된 집중에 조금 지친 기분이 된다. 여자가 여자로써 살아가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너무 여자에게 집중하여 그것에 도리어 매몰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대상을 여자에서 확대하여 그냥 한 인간으로 봐주었다면 더 마음편히 봤을 것 같다. 여자의 독서라기 보단 인간들아 독서 좀 해라. 같은 외침이 더 속이 시원한 기분이다. 마치 여자에게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해. 하고 한번 더 강요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같은 맥락으로 안그래도 이래저래 눈치보며 살아가기 힘든데 여자는 이것도 해야하나 싶은 갑갑함이 드는 것이다.

 

 여자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책이지만, 오히려 그 대상은 양성으로 두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난세(?)에 기꺼이 여자들을 위한 멘토같은 역할을 자처하여 나온 책이지만 이것이 여자에게만 국한된다면 우리가 알고, 고민하고, 느끼는 것들이 그 안에서만 순환하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랬다면 처음 느꼈던 이미 여러번 만나본 것 같은 '진부한 책소개', 혹은 '여성을 겨냥한 또다른 강요' 같은 느낌들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쯤, 그 이상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이런 부분은 어떻게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처음의 불편했던 심정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내용들이 마치 재미있게 잘 정리된 책소개를 보는 것 같아 금방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 같이 이름만 들어봤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비판적 시각이나 넓은 관심사를 배울 수 있었다. 도시 개발에 대한 내용에서 소개된 제인 제이콥스와 사스키아 사센같은 인물에 대한 내용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디딤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렇듯 책 안에서 내가 몰랐던 책과 인물, 생각들을 재밌고 읽기 쉽게 풀어내어 주는 부분들이 있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속도를 내어 읽기 어려운 껄끄러운 지점이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지점에 어떤 불만족을 느끼며 책을 읽었던가 꼽아보기라도 할 요량으로 다시 책을 들추니 비로소 눈에 띄었다. 작가였다. 그녀가 시시콜콜히 적은 개인사들이 나오는 부분이 나와 맞지 않았다. 주로 내지가 옅은 보랏빛으로 된 부분이 그러한데, 본문의 내용을 읽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인 삶이 드러나는 부분은 나와 맞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 싶은 경우였다. 안타깝게도 저자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는 이유로 책 읽기가 어려웠다니 당황스럽다. 굉장히 실례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도 혼란스러운 생각을 감출 길이 없다. 물론 나와는 다른 이유로 이 책이 더 만족스러울 독자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다소 부정적인 내용의 평이었지만 불만족에 그치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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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
롤랜드버거 지음, 김정희.조원영 옮김 / 다산3.0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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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일본의 한 편의점에 일손부족을 해결할 계산 로봇이 등장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주는 형상화 적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주가는 대형 마트에서도 계산을 하고 나온다. 계산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바코드 인식을 시켜 물건을 계산하고 나오는 것이다. 일본의 것이 좀 더 나은 점이라면 일일이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아두면 된다는 것과, 계산대 아래로 물건을 내리면서 자동으로 간단한 포장이 된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밑으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트의 자율계산대에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인터넷을 주로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많이 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감소하게 될 일자리가 피부로 느껴지게 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리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한 기업의 광고 내래이션이었다. 어떤 부연은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문구를 넣은 내래이션이 귓가를 지나쳐갔다. 보는 입장에서도 그것이 단순 기술 혁신 관련 용어이고 나의 입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업계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티비를 보다 이것이 앞으로 수십년을 더 살 -것이라 희망하는- 자신과 인간이라는 존재로 그 명맥을 이어나갈 종의 생활을 뒤흔들 또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떠난 편에서 바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떠올리면 발달된 기술에 대한 경이와 그로인해 인간이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뒤섞여있는 감정이 들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도 기계화에 맞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독일의 롤랜드 버거 사의 '4차 산업혁명 이미 다가온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인간의 일자리 상실에 관한 부분 역시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다르지 않게 이를 통해 새롭게 생겨날 일자리가 더욱 많을 것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수긍이 된다기 보다는 염려가 더 많이 되었는데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노동인구에게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발전 과정을 경험하며 우리는 산업 현장에서 수많은 베테랑 직업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되었는지 목도하였다. 지금의 발전 속도로 기대하건데 중/노년층의 일자리 뿐 아니라 현재의 청년층부터 가까운 미래에 닥칠 전문분야의 노동시장 축소와 새로운 기능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개발해야 할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인력의 대체가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란 생각이 들었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존재로서 규정하고 동물과의 차이점을 역설한다. 단순 생계의 목적이 아닌 자유롭고 의식적인 활동의 '노동'을 통해 구분이 된다는 관점이다. 이는 노동의 기여와 분배가 획일적인 공산주의 사회 체제에서 더 큰 활용성을 띈다고 보았다. 앞으로 직접적 노동이 기계에로 전가되는 사회 체계가 생겨난다면 외려 노동의 목적에서 생계는 배제되고, 자아실현이나 본질을 추구하는 노동활동에 더 집중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지금 수준의 인구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인가 싶어진다. 오히려 인구는 지구 생태에 비해 많은 편이며 사회의 발전 속도와 인구 감소 추이는 당장은 다소 혼란스러울 지라도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이다. 이는 '4부의 2030 7대 메가트렌드' 부분을 읽으며 좀 더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였다.

 

 생소하거나 이해도가 적은 분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와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의 흐름을 가볍게 파악해보고 싶다면 읽어볼만 하다. 기술의 발전이 바로 우리 발뒤꿈치 정도에 다다랐음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이면 우리를 앞질러 그 뒤를 좇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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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여행 중독자가 기록한 모든 순간의 여행
추스잉 지음, 김락준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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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람들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여행객들을 부러워할까? 아마도 '떠남'에 대한 행복한 상상 때문이리라! 한데 자신의 어지러운 머리속과 복잡한 상황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그저 여행만 떠나면 인생이 변할까?_p.44"

 

 여행 중독자의 한마디 치고는 꽤나 신랄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여행을 꿈꾸고 '떠나고 싶다'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마 저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순간에 왔다고 싶어지면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자연스럽게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구는 그것이 답이 될거라 하고, 누군가는 문제의 해결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릴 질문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저 질문의 답을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적어도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길어올리려면.

 

 읽으며 대부분의 내용들을 저자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흘려보내려고 하며 읽었었다. 챕터 7이 가장 불편했는데, 타이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로 이어졌다. 외려 단편적으로 타이완을 경험한 나에게 타이완은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많은 좋은 곳이었는데, 저자가 본 타이완을 매력적이지 않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실제 의도와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 부분 말고도 어떤 나라의 분위기나 특성을 좀 단정지어서 구분한 내용이 종종 보이는데 "여행을 통해 사람들 간의 차이를 배운다."고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고, 나의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굳이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_p.115"고도 했으니 처음 읽고 그런건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텐데 생각했던 부분과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해마다 지구 여섯 바퀴 정도의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에게 한계를 그복한 감동적인 여행담을 많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세상에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은 있어도 몸이 닿지 못할 곳은 없다는 강한 믿음을 주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위대한 여행은 거리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다._p.267"

 

 추스잉의 이 책에서 나는 많은 모순을 만났다. 그는 여행지에서 기념으로 스타벅스의 머그나 텀블러를 사는 사람들을 두고 "초보 여행자"라 표현한다. 여행 역시 일상이기 때문에 사진조차 필요치 않다고 한다.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은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어느 부분은 수긍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설레어 하는 여행의 많은 모습들에 대해 "여행 DNA"나 "진정한 여행자" 같은 표현을 쓰며 "여행 새내기"와 "여행 고수"를 구분하는 모습은 도리어 그가 수많은 여행을 하면서 결국은 얼마나 멀리, 또 많이 떠났는지에 대한 '부심'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가 직접 여권에 얼마나 많은 도장이 찍혔는지, 얼마나 먼 곳으로 떠나는지가 중요치 않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품으로 세계 각지의 스타벅스 머그나 텀블러를 사고 싶다면 사세요. 시간이 지나고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남는 건 사진 뿐이니 많이 찍으세요. 그냥 즐겁게 본인이 만족할 여행을 하세요. 인간의 DNA는 정해져있으니 여행 DNA 하나 더 추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라고 내가 평하고 싶어졌다.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 읽고 공감할 바가 더 많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가 궁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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