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인문학 - 새벽에 홀로 깨어 나를 만나는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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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난감했던 책이었던 것 같다. '명상'과 '인문학'이 합쳐진 책이라니, 둘 중 하나만 나와도 어려운데 말이다. 명상이란 것이 단어는 흔히 들어보기는 했어도 주변에서 실제로 명상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체감하기엔 낯선 문화 아닌가 싶었다. 개인적으로 명상을 한다는 것을 불가 수행같은 종교적인 느낌도 들면서 구도적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어설프게 가지고 있는 명상에 대한 이미지, 생각 같은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면서 고쳐갈 수 있었다. 특히 음과 양에 대한 구분도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개념이었어서 읽으면서 흥미로웠다. 사람의 신체가 양이고 영혼이 음으로 구분된다 생각했는데 책 속에서는 반대의 것으로 보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르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명상 인문학'을 읽으려면 2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명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1장의 내용을 읽으면서도 명상이 어떤거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등 기본적인 지식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 몰입이 어려웠었다. 2장부터는 명상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점은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명상을 하려면 산이나 절이라도 들어가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반쯤은 고정관념같은 것을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에서도 명상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있고, 그곳이 산이라고 하는 내용도 나온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쉽지 않은 장소 선택이기 때문에 일상적 공간안에서 명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더불어 명상을 위한 명당 자리도 따로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명상 수련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명상을 해보려고 시도만 하면 머리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돌아 쉽지 않았던 차에 그 내용을 보고 금새 그럼 그 자리에 가서 잠깐 있다가 오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가, 이 마음가짐부터 고쳐야겠구나 하고 다시 반성했다.

 

 처음에는 명상을 한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읽다보니 호흡법을 따라해보게 되고, 마음을 가다듬어보려고 시도도 해보게 되었다. 전부터 복식으로 호흡하기 위한 시도는 몇번 했었는데 그 흐름이나 구체적인 감각을 알 수가 없어 매번 아쉬웠다. 책을 좀 읽어본 것으로는 다 따라하기 어렵지만 명상이나, 단전호흡 또는 부동심 같은 것들은 염두에 두고 시도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환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마치 공부하듯이 따라해보기도 하고 머리속에 남겨두려고 노력하면서 읽었는데 끝에서는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명상의 목적과 방법을 찾아서 하면 된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어져서 읽으며 쌓아둔 마음의 짐을 좀 덜어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어쩐지 계속 대학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름이 동양철학의 이해 일것만 같은 수업. 공자, 논어, 도가, 불교 등등 성인과 경전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도 논어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을 대학 시절 수강한 적 있었는데, 그때 배웠던 구절이 책에서도 나와 반가웠다. 그때 교수님이 주셨던 학점을 떠올리며 즐겁게 책을 읽었다. 주변에 관련 내용을 담당하거나 관심갖고 계시는 교수님이 계시면 스승의 날을 맞아 이 책을 한권 선물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 가격도 삼만원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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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살림법 - 주말에 끝내는 살림살이 장만, 청소.정리.수납.인테리어!
최정인 지음 / 나무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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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택배 포장을 북북 찢어내고 바로 앉아서 후루룩 읽어보기 시작했다. 책장도 금방 넘어가는데, 시간도 훌쩍 지나버린다. 수납, 정리 같은 부분만 좀 집중적으로 골라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될 책이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나고 다시 여유를 좀 내서 표지부터 날개까지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4년차 새댁이라고 소개된 부분에서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 솔직히 책장을 그냥 다시 덮을 뻔 했다. 똑같이 자기 살림 꾸린지 4년이 되는데 20년 정도 차이 나는 것 같은 이 상황은 뭐지... 전에 가볍게 훑어보면서 저자가 적어도 사십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 나이야 어떻더라도 10년 이상은 집안살림을 해본 경력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충격을 좀 받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숙사, 하숙 그리고 자취 생활까지 이어져 온 경력이 있다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됐다. 이제 막 집을 나온 초보랑은 연륜이 다르겠지.

 

 

 제목이 '신혼 살림법' 이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신혼은 아니어도, 내 집을 한번 주욱 둘러보고 할 말을 잃고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번잡한 것들이 싫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는데, 정리정돈이 정말 쉽지가 않다. 물건들이 신발장 앞에서 거실까지 벽을 타고 진열되어 있어서 어수선한데, 수납장 중에는 비어있는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싱크대 위 찬장은 자주 쓰는 그릇들로 가득차 있는데, 손이 잘 안가는 옆 칸은 남는 공간이 허다하다. 공간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쉬는 날 하루 날을 잡고 책장을 다 뒤져 남겨둘 책과 나눔할 책을 골라내기도 해보고, 옷장을 정리한다며 모든 옷을 끄집어 내보기도 해봤는데 뒤돌아서니 달라진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고생은 노가다에 맞먹는 노동이었는데. 아래는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인데, 저 부분도 청소를 할 수 있는지 생각도 못했었다. 게다가 청소를 위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니,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읽다 말고 부엌으로 달려다가 밥솥 밑면을 확인해봤다.사고 난 뒤로 처음, 스팀캡을 열어 청소했다. 분리하다 고장낼까 걱정했는데 사진으로 자세히 나와 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곧 가스레인지 후드도 분리해서 청소해 볼 예정이다.

 

 

 


 독립하기 전에는 방청소 한 번 스스로 해본 적 없이 무심하게 지내서 그런가 화장실은 원래 깨끗하고, 냉장고에 채워놓은 음식들은 백년천년 두고 먹으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집, 내 살림을 갖게 되면 내가 살고 싶은대로 해놓고 잘 유지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절대 그냥 되는 일이 아니라 노하우와 노력이 필요했다. 해본 적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신혼 살림법'은 초보들을 위한 내 집 관리 눈높이 교습서이다. 옷 접는 방법, 식기 세척, 보관법, 다진 마늘 등의 양념을 큐브로 얼려 보관하여 사용하는 법 등이 정말 쉽게 소개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저자가 직접 사용하여 본 제품 중에서 예쁘고 실용적인 살림살이를 브랜드를 여러개 소개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 시간은 적게 들이면서도 실패는 줄여 비용도 절감하고 인테리어 효과는 좋은 팁이 되어 준다. 정리, 청소, 수납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단계별로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세심히 설명해 놓아 결혼한 사람이 아니어도 정리정돈에 서투른 초보들이 읽어보고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혼 살림법'은 감각도, 손재주도, 아는 것도 없는 초보 살림꾼이 내 집 내 마음대로 해놓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쉽고 간단하고 유용하니 부담없이 읽으며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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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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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해한 임종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세 단계의 상태 변화를 거친다. 이과정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나는 통과 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 전),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통과 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익숙하지 않다. 낯설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주제로 올려놓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면 불편하거나, 금기시 되거나, 혹은 알 수 없어서 모호하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를 앞에 두고 자연스레 책의 내용이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생의 정리 단계에 대한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주변에 친절하라던가, 용서를 구하거나 하라던가, 금전문제를 정리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내가 떠올린 것들은 엄밀히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의 생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죽음을 마주한다고 떠올리면서도 그 앞까지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서 머물러버린 것이다. 어쩌면 무지이고, 혹은 회피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죽음을 '소유'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죽음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지만 늘 불안했다. 죽음을 긍정하고 인정하도록 하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부당한 요구를 해올지를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서 본문에 등장하는 천사가 여러 차례 말한다. 천사는 이승과 저승 두 세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이자 경계에 서 있는 상징적 존재이다. 이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고 외치면서 동시에 넌지시 일러준다. 우리가 어떤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고, 그 영역에는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경험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죽음을 앞둔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거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근원적인 공포감에 대해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은 있지만, 그 근원적인 공포나 두려움은 상쇄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수긍하고 인정하도록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저자 역시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어도 그것을 준비할 수도 종잡을 수도 없어 늘 불안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때문에 때때로 죽음을 떠올리고 불안해하거나 하는 일이 과민한 불안 증세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 공감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알게 되는 점들이 많았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종교적인 관점으로 죽음을 받아드리도록 서술된 면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죽음은 이별이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며 최종적이고 일회적이다. 임종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절박함을 느낀다. 이는 가족 간의 화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 맞춰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층 더 심한 강요와 압박, 인간관계의 충돌, 뒤끝이 찜찜한 관계 단절과 쉬고픈 욕구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성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해보았을거라 생각된다. 특히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인물의 죽음은 망자 뿐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도 숙제를 남긴다. 죽음의 과정, 망자의 사후까지도 죽음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이별의 과정에서 오는 절박함은 상호적인 것이고 때로는 길게 그 상흔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 양자적인 면도 함께 깊이있게 다뤄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분명히 새로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이것을 어떤 식으로 삶 속에 녹여낼지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살피는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혼란과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히 참고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의 자연스런 과정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해 우리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하듯이 한번쯤은 떠올려보고 주변의 죽음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모니카 렌츠의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진실로 죽음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를 담아놓았다. 이 책에 담긴 다년간에 걸친 임종의 실 사례들과 그에 비롯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 순간들을 한 발 더 다가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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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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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의 책은 처음 접한다며 읽었는데, 이번에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받아들고는 아, 그래도 전에 한번 이런 비슷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지 하고 떠올렸다.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부동산 경매로 투자에 성공한 저자 박수진씨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경제서였다. 에세이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날짜별로 기록해둔 내용에 살을 붙여 옮겨놓은 것 같이 현장감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부동산 용어들도 조금씩 주워들었었다. 그 내용이 다 잊혀지기 전에 새롭게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읽게 되니 전보다 부담은 덜했다. 게다가 4번째 챕터의 2단계에서는 속초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은 이야기도 나오니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이런식으로 몇 번 더 책을 읽으면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좀 다뤄봐도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돈을 벌고 싶다, 벌 것이다. 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제의 흐름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에 띄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경제신문과 관련 내용을 담은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나와서, 속으로 참 단순한 기본기인데 이렇게 중요하게 다룰 정도면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매물을 보기 위해 자신이 직접 발로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고 내가 산다면 어떨까 하고 실 거주자의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이들이 책으로 만들어 놓은 성공이 몇가지의 사례, 경험담을 술술 읽으면 간단해보이기도 하는데, 뭐든 시간과 발품을 들여 직접 들이는 수고로움이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무조건 노력한다고 다 이들만큼의 성공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종합해보면, 전업주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후에 자신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만, 정작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또,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늘 망설인다. 반면, 워킹맘은 돈을 벌기는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결국 여유가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이나 시간은 거의 갖지 못한 채 점차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여성들은 더욱 힘들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자립'과 '자기만의 일',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엄마의 경제적 자립 3단계 로드맵]을 정리하여 이 책에 공개한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들은 그저 흥미위주로 보고 넘어가기만 했는데, 마지막 장에서 뜻밖에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앞으로의 긴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서 고민해야만 했던 문제에 대해 마치 인생의 선배로서 현실적으로 조언을 전하다 못해 자신의 노하우까지 전달해줬다는 저자의 의도가 감명깊었다. 이미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만으로도 자신의 생활이 황폐해졌음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은데, 거기에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지금 이해만 하는 상황을 더 간절하게 느끼고 막막하게 여길 것이다. 경력이 단절되어 이전에 일했던 것처럼 일할 수 없게 된 후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가끔 모호하게 떠올려보고는 뾰족한 방도도 결론도 없이 지나치고 말았는데, 자신의 힘과 두 발로 살아가는 주체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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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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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노보노에 대해 책을 낸 작가도 있는데, 보노보노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한둘일까. 이 책까지 열성적으로 읽은 마당에 보노보노를 좋아한다. 고 써봤자 키보드만 조금 더 닳아버릴 뿐 의미없다. 보노보노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였다. 채널은 기억 안나지만, 티비에서 만화로 방영해주던 보노보노를 봤는데 정말 좋았다. 신선하기도 했고. 선명하도록 개성있는 캐릭터들도 그렇고, 내용은 잔잔하기만 할 것 같으면서도 재밌었다. 게다가 귀여웠다. 캐릭터의 모습도 행동도 더빙된 성우의 목소리도. 그래서 더이상 티비에서 방영해주지 않았을 때에는 동네 만화대여점으로 달려가 만화책도 쌓아놓고 빌려보기도 했었다. 친구들이랑 교과서와 공책에 찌그러진 보노보노 캐릭터도 그려보고 성대모사도 해보며.

 

 그러나 한동안 보노보노를 잊고 살았다. 보노보노가 아니라 만화를 잊고 살았다. 어른이 되었으니 흥미를 끌만한 더 자극적인 친구들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영화나 미드 같은 것에 빠져들어 봤고 다들 아시다시피 등급의 제한에 구애받지 않는 영화와 미드의 세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신천지였다. 때묻고 타락하였으나 후회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를 성숙의 길로 이끌어준 자양분이니. 하지만 십수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보노보노 앞에 서보니 내가 알고 있었으나 떠나왔던 세계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맞아, 연쇄살인사건, 과학수사나 성과 도시, 좀비 바이러스 같은 게 아니라 내 감수성의 근원은 바로 이런 것이었어! 하는 재발견을 한 기분.

 

 작가도 이런 소소하면서도 잡다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보노보노의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어 책 속에 풀어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달라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많이 기억에 남겨두려고 표시를 해놓아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이해되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누었던 얘기는 시시콜콜하고 껄렁해서 좋고, 언니랑 나눈 대화는 조금 더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전환시켜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작가는 책의 여러 곳에 스스로를 소심한 편이라고 강조했는데 읽다보니 대범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수 없었던 거 아닌가 싶게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진솔하게 적혀있어서 의외성을 발견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았던 몇가지 부분들 중 "별것 아닌 대화가 필요해" 의 내용에서 아버지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나 역시 문득 아버지와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얼마전 집에 들렀을 때가 떠올랐다. 엄마가 오라고 해서 집엘 갔는데 때가 맞지 않아서 집에는 아버지 뿐이셨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거실에서 아버지가 틀어놓은 '자연인'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부엌에 들어가셔서 식탁을 차려주셨다. 밥을 같이 먹고는 다시 거실로 나와 '승윤씨'가 나오는 자연인을 마저 봤었다. 이렇게 나열하면 별 거 아닌 일 같은데 문득 나라는 인간이 아직도 아버지 식사 챙겨드리지는 못할 망정 챙김을 받고 왔구나 깨달았다. 다음에 갈 때는 내 친구관계 업데이트를 해드려야겠구나 생각하도 해봤다. 아, 나 친구가 없지...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는 왜 칭찬에 목숨을 걸까" 에서 나온 첫 부분이었다. " 예전에 함께 밥을 먹을 때, 외국인 친구 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 웃는 게 예쁘구나." 갑작스럽게 날아든 칭찬에 얼굴이 빨개져서 허둥지둥하다가 겨우 대답했다. "아니야." 그 말에 그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있어. 한국 사람들은 칭찬을 하면 딱 두 가지로 반응하더라고. '아니에요' 아니면 '내가 좀 그렇죠?'. 칭찬을 들으면 대부분 부정하거나 장난을 쳐." 그 말에 발끈해서 물었다. "그럼 너네는 칭찬을 들으면 뭐라고 말하는데?" 그랬더니 그가 그랬다. "그냥 고맙다고 하지." " 칭찬에 대한 리액션이 어떤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외국인이 우리의 반응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의 반응도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거니까.

 

 어린시절부터 칭찬을 들으면 '아니에요'라고 하는 일에 익숙했는데, 근래에 예사로 남에게 칭찬을 해줬을때 상대방이 '감사합니다' 혹은 '아 네 저 그런편이에요'하고 대답해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종종 있었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데 상대방이 겸양하지 않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니 기분이 좋았다면 다행인데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은 오래 남았던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대답할 수도 있는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저런 상황을 몇번 겪어보고 나니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던 상관없이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누가 나를 칭찬해주면 '어휴,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모두쓰기 기술을 쓰게 되기도 하고.

 

 공감이 좀 어려웠던 부분은 "나 상처받았어" 편에 나오는데, " 책임감이 부족하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말을 자주 쓴다.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 "그럼 연락줘." "네가 정해줘." 그렇게 말하고 선택을 상대방의 몫을 돌린다. " 하는 내용이다. 내 주변에서는 저 말들을 진짜 상대방의 스케줄이나 입장을 배려해주기 위해서만 쓰기 때문에 원만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때로는 불편을 참아가면서 저 말을 쓴다. 아마 내가 너부리 성향이라 관계 유지에 소중한 배려의 말로 저 말을 사용하는 편이라 좀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보노보노 성향의 사람들은 저 말들을 다른 의미로 쓸 수도 있겠지.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쓰게 되었다. 취향은 소나무와 같고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는 법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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