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두 번째 비글호 여행 1 -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6
루카 노벨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비룡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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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윈을 알고 있다. 그는 영국의 학자로, 비글호라는 배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 섬들을 탐사하여 진화론을 펴낸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인물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다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시절, 과거 속의 다윈이 아닌, 이 시대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 죽음에서 되돌아 온 다윈을 모델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비글호를 타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괴기스러운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되살아나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다시 살아난 그는 너무나도 건강하고 가뿐한 몸이 되어 새로운 탐사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 여정을 바로 지금의 독자들과 함께 한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권에서는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둘 다 생소한 지명이다. 여행의 시작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과거 다윈은 이 도시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정돈된 도시'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그건 이 도시가 지금처럼 번성하기 이전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듯한 도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개가 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그림도 있고 그 지역에서 쓰는 화폐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담은 사진 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책 자체의 설정이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여행을 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는 생생하고 풍성한 편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은, 다윈이 새로운 현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그 나름대로 표현해놓았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사이 새로 만들어진 단어들, 이런 자잘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리고 과거 다윈의 여행과 비교하여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설명이 되어 있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화들도 함께 소개되어 흥미롭다.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에 술을 마신 선원들 때문에 출발이 늦어지자 철창에 가둔 다음 채찍질을 심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행해졌던 과거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부분도 있다.

 

사진과 그림, 지도 등장인물들이 여행하며 주고받은 대화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정보를 풍부하게 담아낸 책인데 여행서같기도 하면서, 정말 탐사보고서같기도 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2권에서는 대망의 갈라파고스로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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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에 메이크업 - 나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손을 가꿀 수 있다.
이혜경 지음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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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여자들의 손톱이, 더불어 발톱도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교양갖춘 신여성이라면 손톱과 발톱을 함부로 놔두지 않는 법이라고 법으로 제정이라도 해두었는듯이, 거리에서, 지하철, 버스, 도서관, 카페 등등 곳곳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당당히 뽐낸 여성들의 손톱과 발톱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것이 충분하다면야, 전문 샵에서 관리를 받으면 좋겠지만, 손톱과 발톱은 머리카락과 같이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고, 자라기 시작하면 그 티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이라 관리 받는 것도 사실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날에만 관리하자니 모양 잡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엉망인 손발톱은, 한껏 옷도 갖춰 입고 풀메이크업을 한 특별한 날에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바로 셀프 네일! 물론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미 많은 트렌드세터이자, 손재주 좋은 여자들이 많은 자료를 올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화면을 찾아보면서 하려면 어려우니까. 그리고 일일이 찾아보기 구구절절한 네일 관리 기초팁부터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을 보면 간편하니까. 그리고 너무 프로급으로 되어 있는 네일들을 보면서 따라하다가, 내 결과물을 보면 상처받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하면 좀 더 위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이혜경씨의 네일도 모험정신과 자신감이 충만한 실험적 네일도 많다. 교과서와 연습장에 그림 좀 그려봤다는 여자들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나와있는 설명 따라 큐티클 제거하고, 손톱 모양을 만들어 정리한 다음, 색만 입힌 결과물이다. 바디라고 부르는 손톱의 분홍색 부분이 커졌다. 그 뒤에 모험심이 커져서 책에 있는 프렌치 네일을 응용했는데 사선으로 붉은색을 바르고 책에 소개된 프렌치라이너 동일한 제품(금색) 선의 결함을 감추어 정리했다. 상당히 화려한 편으로 간단하면서도 눈에 띄는 방법이었다.

 

자본은 충분하지 않으나, 꾸미고 싶은 욕망은 충분한 여자들에게. 시간은 많은데 쏟을 곳은 없는 여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일부 네일들은 마치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에 나오는 견본처럼 '참 간단하죠?'하고 되어 있지만 따라하기에 다소 어렵다는 것, 명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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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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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직접 요리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박찬일 셰프의 추억이 담긴 음식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때때로 요리에 대한 팁이 있긴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법이나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흔히 먹고, 접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짜장면이나 짬뽕, 만두같은 중식 트리오도 나오고, 꼬막, 바지락 칼국수, 해장국 얘기에, 햄버거, 쌀국수, 라멘 등 외국에서 만난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끝에 가면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다. 소설가 김중혁과 함께 한 일화가 있어서 부러웠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일본의 본격 음식 만화 심야식당과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차분한 분위기는 비슷하나 어디까지나 박찬일 셰프의 경험과 맞물려진 에세이라서 음식과 함께 연관된 일기장을 한편씩 뒤적여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표지 뒷 편에 있는 볶음밥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온 셰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부분도 있어서 읽다보면 감동을 받거나, 그땐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 누나들 틈에 있는 유일한 아들이라 닭을 먹으면 다리는 꼭 자신의 차지였던 일이나, 어렸던 누나가 그보다 어린 동생을 챙기려고 짜장이나 짬뽕보다 비싼 볶음밥을 늘 셰프 몫으로 시켜줬다는 이야기는 소소한 감동을 준다.

 

여러 음식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만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만두당이 있다면 그 당에 가입하겠다고 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공감됐다. 만두라고 하면 이름 난 곳을 듣고선 찾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열혈 당원이라. 어린 시절부터 이북식 만두를 매년 해먹었었는데, 만두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묘한 음식이다. 그런데다가 에피소드 말미에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유명한 만두집 '원보' 이름이 언급됐을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이번 주말에는 원보에 다녀와야겠구나 싶을 생각이 들었다. 다녀오는 길에 양꼬치도 먹고.

 

또 하나는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에 언급된 참새구이에 대한 것. 생각해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참새구이를 먹어본 적이 있던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없이 그냥 참새구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멘탈이 붕괴될 정도로 뜨악해했을 것인데, 경험자로서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었으나 아마, 지금 이 책을 읽을 젊은 사람들은 좀 뜨악해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먹을 것도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참새를 바싹하게 구워서 마치 통닭구이같은 모습으로 내왔을 때 생각보다 거부감이 덜 들었었고, 그 가느다란 뼈 사이의 살을 골라내어 먹으면서 생각보다 고소한 맛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냥, 먹으라고 해도 그닥 먹고싶어지지 않은 음식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맛있게 먹었었다. 한 이십년은 된 추억인데 새삼 떠올랐다.

 

읽다보면 내가 그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나 얽혀있는 추억도 떠오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짧은 글 사이사이로 생각이 켜켜이 들어차며 읽게 되는 에세이였다. 마치 저자와 독자가 함께 씨실과 날실을 엵어가며 읽어야만 한 권으로 완성하는 책처럼. 읽으면 배고파지고, 어디로든지 맛있는 음식점을 향해 금방이라도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래서 밤에 읽으면 안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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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황금광 시대
표명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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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보니,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신작들 세 편을 나란히 읽게 됐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그리고 황금광 시대. 자음과 모음에서 나오는 책들은 뭔가 그 자신만의 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색을 어떻게 이름붙이기에는 좀 확실치 않은, 확 눈에 띄는 원색이나 단일한 색이 아니라 여러 빛깔이 물들듯이 섞여있는 묘한 느낌이 든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느낌이었다면, 그렇다고 해서 보라색도 아닌, 그런.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은 어두운 하얀색같은 느낌이었다. 이 황금광 시대는 반짝이는 금빛과 짙은 초록의 느낌이 든다. 음울한 느낌이 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 다른 빛을 덧씌운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 것 같다.

 

"VIP룸을 나오면서 현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토록 벗어나려 발버둥 쳤건만, 다시 카지노였던 것이다. '자넨 한동안 나를 따라다니게 될 걸세.' 미스터 손, 그를 따라다닌다는 건 카지노의 유령들 사이를 맴돌아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망망대해를 네 시간이나 날아오고도 결국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황금광 시대는 카지노를 둘러싸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외국으로 쫓겨나듯이 오게 된 제프-현, 카지노에서 시작된 인연을 끊지 못하고 결국 그 끝까지 보게된 제니, 알 수 없는 인물인 미스터 손, 그리고 그의 주위 사람들이 주요 인물들이다. 모두다 카지노라는 거대한 괴물 혹은 늪에 반쯤은 몸과 정신이 빨려들어간 채 어찌보면 먹히는 것 같으면서도 그와 공생하고 있는 것 같은 관계로 살아간다. 도박이라는 말로 카지노라는 거대한 공간을 함축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약에 빠진 사람들이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살 수 밖에 없는 듯한 굴레를 보여준다.

 

"젊고 늘씬한 백인 미녀들이 오픈카를 타고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주변 남자들에게 손 키스와 웃음을 날리는 여자들은 호객 행위 중인 것 같았다. 거리는 유혹의 손길로 넘쳤다. 뷔페식당과 공연장과 가라오케, 일일 관광 등을 알선하는 문구가 적힌 광고 종이판을 몸에 걸치고 있는 피에로도 있고, 한켠에서는 미성년자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파는 불법 브로커도 있었다. 거리는 황금을 갈구하는 사람들로 넘쳤다."

 

카지노에게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라스베가스나 마카오가 아니더라도 정선에 있는 카지노만 해도 그 근처로 가면 외관이 얼마나 화려하고 커다란지 마치, 그 장소가 실제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커다란 분수와 화려한 조명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고급 자동차, 높은 호텔건물,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멍멍하게 가득찬 공간에서 처음엔 그냥 얼떨떨하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비교적 끼어들기 쉬워보이는 판에 자리를 잡고 배팅을 시작하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그런 소리가 옆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지노라는 공간이 주는, 배덕함을 느끼게 하면서 큰 판을 벌이고 있는 미스터 손의 옆에 긴장된 공기를 함께 느끼고 있는 것처럼. 제목 또한 새로운 금맥을 찾아 카지노로 나서는 사람들의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정선의 폐광에 세운 카지노-새로운 황금광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따고 누가 잃을 것인가, 삶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카지노를 연상하면 떠오를 화려함이나 흥미진진함이 점점 누그러지면서, 도박이라는 끈끈이에 붙은 사람들은 결국 다 같은 모습으로 사그라들 것 같다는 다소 씁쓸하고 적막한 결말을 예상하게 만든다.

 

꽤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과는 다른, 느낌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의외로 읽으면서 더 호기심을 자극했던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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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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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맨스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로맨스 소설을 전혀 안 읽어본 것은 아닌데, 그런 달달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내용의 책이 갑자기 땡기는 시기에 확 몰아읽거나 할 때 외에는 잘 선택을 안하기 때문에, 그동안 로맨스 소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A면과 B면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마치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권의 책이라 비슷한 흐름을 띄고 있지만 A와 B로 나뉘어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카세트 테이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A와 B의 내용이 비슷한데 다르게 이어지고 있어서 또 묘하게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 "다음은 어떡하지......." ...중략... 장난스레 양팔을 벌린 그를 보고 무심코 웃고 말았다. ......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 분명 그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 재미있을지도. 한번 해볼까." "

"편집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윽고 조심스레 말을 고르듯이 물었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팔아서 역몽을 일으켜야 하니까."

꼽아놓은 부분들이 바로 이 소설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주는 부분들인데 등장인물인 것 같으면서도 등장인물이 아닌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혹시, 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아마 이런 점이 작가를 로맨스 소설의 여왕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서점 대상 10위 권 안에 든 소설이니 꽤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고전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보는 이를 울게 만들만한 요소가 이처럼 충분히 담겨 있다면야.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에 관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다. 책에서도 나오는 표현인데,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읽는 사람 쪽인데,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는 점을 너무도 확실히 표현해놓은 대목이 많아서 그런 부분들은 매우 공감되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그렇고.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읽기 시작했는데, 문체가 너무나 일본적인 느낌이 나고, 약간 과잉된 의식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 특유의 느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끝까지 저며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그대로 견뎌내야 했다. 어떤 느낌의 문체냐면, '어이, 이봐. 그 문체를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있겠어? 무리아냐? 정말 할 수 있다고 믿는거냐?' 이런 느낌이다. '뭔가 설명해야겠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랄까, 이거 보기보다 쉽지 않다구?' 이런 느낌...? 일본어 번역물을 좀 봤다면 익숙한 문체일텐데, 설명은 어렵다. 생각보다. 어쨌든, 이런 문체가 주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견뎌낸다면, 혹은 그 민망함까지도 달달하게 받아들인다면 이 책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연애물에 가슴 아픈 요소까지 더해져서 한 편 가볍게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로맨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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