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영어회화의 기적
정회일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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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상황에서 영어가 필요하기도 했고, 가끔씩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도 현지어를 다 소화할 수 없으니 간단한 현지어 뿐만 아니라 영어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 때문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아도, 관심은 많기 때문에 처음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1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에 관심이 많았다. 100개 정도의 단어를 아는 일은 어렵지 않고, 이를 패턴화 시켜서 기적같은 회화를 하도록 만들어준다는데 왜 아니겠는가. 는 사실 그런 말은 써있지 않습니다. 제목만 보고 지레 짐작해서 오해한 것이었다. 그래서 막상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너무나 설렜는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한번 훑어보니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조금 눈에 띄었다.

 

 책의 구성은 좋다. 특히 두번째에 있는 어순 관련 부분은 아예 한글로 된 문장을 영어식으로 어순을 바꿔보도록 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영어와 한글이 갖는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어순이다. 이를 전통적인(?) 공부방법인 1-5 형식으로 암기하고 있어도 실제적으로 적용하려면 문장 구성부터 머리속으로 계산해야 하는 일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영어도 어색한데, 구조를 따져가며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영어가 아닌 한글로 어순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놓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챕터 중간중간에 저자 자신의 경험담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영어를 시작해서 책을 내기까지 왔는지나 공부하면서 체득한 팁을 아낌없이 공개한 부분들이다. 때문에 영어 공부를 시작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격려가 될 만한 내용도 되겠지만, 배우고 있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더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보를 위한 내용에서 너무 문법적 내용에 매몰되어 기존의 학습서를 답습하면 안되겠지만 초보라서 더 궁금하고 모를 것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이 과감히 생략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만 다른 내용들보다 89쪽의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할 말이 없는게 문제라는 필수 꿀팁에 대한 내용은 크게 공감했다. 영어 회화를 하다보면 길을 찾는 등 정보를 주고받는 특정한 목적이 있는 대화 상황은 외우다시피 잘 말할 수 있는데, 실제적인 대화 상황에서, 영어로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이다. 주말에 뭘 할 것인지, 취미가 무엇인지 왜 좋아하는지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막상 특별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입이 다물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도 결국은 넓은 범위의 소통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준 부분이라 좋았다.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샀는데, 아쉽게도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공부에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팁이나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회화 공부를 시작하는 주변인에게 권해줄 참이다. 회화 공부를 해본 적이 있거나, 원어민과 간단한 회화가 가능한 정도라면 기본 틀이나 사용하지 않아본 여러 예문을 접해보는 정도의 경험은 될 것이지만 그 이상의 활용은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원어민과 대화를 시도하기 어렵거나 기본적인 문법 부분에서부터 막힌다면 쉽게 회화에 접근할 수 있는 받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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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조윤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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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제야 논어일까? 현대인은 교육과 배움의 과정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을 자기까지 텔레비전과 신문, 인터넷 등의 모든 매체와 접촉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주위를 맴도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느새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곧 힘이요, 자신의 가치인양 인식하게 되었다. 지식을 알려주는 방송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알고 싶은 것을 몇 자 적어 넣기만 하면 수십 수백 가지의 정보가 나오는 지식 검색이란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정보가 넘쳐나고 지식이 활발히 교류되면서 말을 절제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삼가던 시대는 사라졌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은 간다.’라는 말 등의 절제하는 모습이 동서양을 막론하는 진리이자 미덕이었던 시대는 없어졌다.

 

 현대 사회는 서로 너무나 말이 많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알리고, 뽐내기 위해 사람들은 갖가지 지식을 습득하고 모은다. 더 많은 정보를 손에 넣고 떠들어야 그에 따라 자신의 존재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주워 담아, 마치 그것에 대해 모르는 것은 세상에 도태되고 무지한 것으로 자신의 약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궁금한 것을 물으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신의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박사가 된 양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파악되지 않은 채 아무런 의심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다.

 

  논어 공야장 5-27을 보면 십실지읍 필요충신여구자언 불여구지호학야 라는 말이 있다. 열 가구의 작은 고을에도 자신만큼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은 있을 것이나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공자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아마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나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고 반대로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배움과 정보에 목이 말라 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제대로 배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대인들은 지식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실천 없이 그저 욕심껏 더 많이 정보를 모으고 입으로만 외우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그 지식을 배우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논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은 공 부장과 홍 팀장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상황을 통해 현대의 회사 생활과 논어의 내용을 절묘히 엮어놓았다. 때문에 문자 그대로 풀이되는 논어를 그대로 접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졌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실제 생활에서 사자성어를 사용해도 어색한 마당에 무려 논어를 인용한다는 것은 사실 부조화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자신의 뜻을 넓히기 위해서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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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호랑이 -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가
피터 나바로 지음, 이은경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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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티비 프로그램이 인기다. 거기에는 당연히 중국 출신의 패널도 자리하고 있는데, 때때로 보이는 중화사상의 그늘을 예민한 시청자들이 포착해 낼 때가 있다. 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하는 '지금은 미국이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래 중국이 그런 위치였다'는 혹은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큰 나라가 되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중국이 1등 국가의 자리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는 류의 발언들이 그렇다. 그런 표현들에 반감을 갖기 이전에 국민들의 정신 깊숙이 심어진 중화사상을 뿌리내려놓은 중국의 속내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새삼 직시해야 할 필요를 떠올렸다. 우스갯소리로 오직 한국만 일본을 낮게 본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 또한 그렇다. 그들이 급격히 성장한 지난 십여년의 기간동안 우리가 제대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티비 프로그램의 패널의 발언처럼 중국인의 마음속에 중국은 대국이라는 것과, 지난 침체기 동안 잠시 세계의 패권에서 물러나있었지만 지금의 성장과 더불어 곧 본래의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위적으로 자리한다. 여기서 '웅크린 호랑이'의 바탕이 드러난다.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인들이 교육과 문화로 자리잡을 이 생각은 이미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강대국과의 충돌을 예상한다. 그리고 가장 첫 장에 바로 그 내용에 대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책의 내용이 현실감있게 다가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는 계기였다. 이처럼 읽다보면 어려울 것 같은 단락의 주제들도 조금 생각해보면 일상적으로 한번쯤 궁금해봤을만한 문제들로 눈에 익혀지게 되는 면이 있다.

 

 사실 두 나라 사이의 패권다툼이 실제적인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32장의 '중국이 해상의 미 군함 혹은 괌이나 일본에 있는 미국 전진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같은 질문들은 공감되지 못했다. 패권다툼이 생기더라도 양국의 전면전은 자국, 자국민의 피해만 남길 뿐이니 제 3국과 관련된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에 그칠 것이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견제적인 미국의 시각에서 예상한 도발적 시나리오들은 아무래도 관조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몇가지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43장의 내용은 주변에 묻기만 해도 의견이 분분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사드 배치 등의 문제를 직면한 현 상황에서 '현재 아시아에서 더 우세한 군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책의 내용 보다 주변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더 노골적인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챕터였다.

 

 한참 외교적 입장 차이로 날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때에 '웅크린 호랑이'를 읽어본다면 현 시류를 읽을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이다. 흔히 경제적 분야로 연상되는 중국의 성장이 경제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명료히 짚어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대하여 반발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한 편, 억압하고 있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과 인접한 주변국가에 대한 압박적 태도를 유지하는 중국의 행보가 심상찮음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상대일까. 앞으로 우리는 국제 정세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등을 이 책을 통해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시각을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주제에 비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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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살림법 - 초보 혼족을 위한 살림의 요령, 삶의 기술
공아연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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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일이다. 지인이 갑자기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제 막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인은 목표로 하고 있는 곳에서 통근하기 부담스러운 조건이라 독립을 고려하고 있었다. 한번도 혼자 생활해본 적 없는 예비 사회초년생이자 초보 혼족을 두고 통근할 것인지 독립할 것인지 조언을 구하는 무구한 눈망울 앞에서 독립하여 산다는 것/자신의 살림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맵고 짠내나는 일인지 설명해야 하는 일이 막막했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이야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에서 맛보기로나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립하여 혼자 산다는 것은 사실 매우 높은 난이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로망이라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섬세하지 못하고 재주가 변변찮은데다 손도 느린 탓에 내 살림을 꾸리기 어려웠던 경험치가 만렙이라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은 지옥 불구덩이에 기름통 들고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식의 겁을 주는 에피소드만 풀어주었는데, 마침 로고폴리스의 신간 '1인 가구 살림법'을 보게 되어 유용한 팁을 얻고 위협 아닌 조언을 해줄만한 눈도 생겼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들을 다 꼽기 어렵지만 특히 혼자 먹을 음식을 해본 적이 없어 음식을 한 번 하면 최소 4인분 정도의 계량을 해야 준비가 된 것 같아 다 먹지 못할 대량 생산이 된다. 한번 먹은 반찬은 두번 식탁에 올려먹기 싫은 탓에 해놓은 음식을 어쩌지 못하고 상해 버린 일이 생기고 나니 나중에는 굳이 음식을 해서 먹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게 된다. 인터넷에서 흔히 올라오는 자취식단들을 보면 참치캔과 조미김 계란, 라면, 3분 요리로 대표되는 레토르트 식품들의 돌려막기 식 조합이 흔한 이유도 통감하게 된다. 실패없는 맛, 남지 않는 분량, 설거지의 간소화 등이 벗어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때문에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이 '3장 혼자를 기르는 건강한 싱글 식탁'의 내용이었는데,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소소한 정보를 곁들여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설명해주고 있어 접근 레벨이 낮으면서도 유용하게 느껴졌다. 들깨가루가 오리고기에 곁들일 소스에 활용된다는 팁이나 양파가 바퀴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라는 충격적인 정보가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천천히 쌓여가는 빨래를 버티고 버티다 몰아서 하려면 습하게 비 내리던 날씨로 잘 마르지도 않고, 꿉꿉한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아 골치 아팠던 문제가 종종 있었는데, 빨래를 금방 말릴 수 있는 팁이나 세탁조 청소법 같은 내용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청소도 마찬가지로, 쓸고 닦아야 하는 곳이 넓지 않은 집에도 이렇게 많았던지 조금만 소홀한 곳엔 먼지와 곰팡이가 금새 자리잡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는데 단호하게 부담을 줄이고 도우미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생활을 자리잡게 만드는 방법이 된다고 제시한 부분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안정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한데 과감히 업체를 이용하고 밥만 짓고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소량으로 사서 먹는 방법을 제시하라는 조언이 실생활에 현실적으로 맞춘 조언이 된다.

 

 또한 막연히 떠올리는 청소, 인테리어, 식사, 보안 같은 분야 뿐 아니라 수리보수, 재정, 무려 구충제 복용이 포함된 체크 리스트 등의 다양한 내용도 세분화되어 정리해놓았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보안/응급상황 들에 대해서도 점검해보게 된다. 줄눈 시공법이나 살림을 늘리지 않는 법에 대한 내용도 의외성을 준다. 읽다보면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낭비나 게으름 없이 꼼꼼하게 잘 생활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내용의 반의 반만이라도 실천하며 지낼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겠지만. 다만 또 하나 긍정적인 면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 손이 잘간다는 것이다. 가까이 두고 마치 잡지 보듯이 훑어 읽거나 대리만족하며 실천하지 못할 계획을 세우면서 읽기 좋은 내용이다. 혼자 살지 않더라도 신혼부부처럼 새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두루 활용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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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결혼이라는 소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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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스스로가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요즘들어 부쩍 결혼과 관련된 소설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급변하는 결혼관에 따라 오히려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인지, 주변에 맞춰 유독 많이 접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보게 된 것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3포세대, 초식남, 비혼, 졸혼 같은 말들이 시대를 아우르는 와중에 결혼과 관련된 내용의 소설들이 등장한다는 게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결혼은 현실'임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때, 제목에 결혼과 소설을 매치시킨 점도 현대의 나날을 살아가는 이들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애매하게 보였다. 게다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 우리가 읽고 공감하기에 충분한가 되짚어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하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만큼 '결혼이라는 소설'은 현시대의 고민과 현실을 자극하는 요소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약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무색하리만큼 곳곳의 문장들에서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매들린, 레너드, 미첼의 관계가 다소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류의 느낌을 주지만 그들의 각자의 개성을 각기 다른 전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은 꽤 흥미로운 장치이다. 매들린의 전공인 영문학을 통해 등장하는 작품들에서 보이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선이 매들린에게까지 연결되고, 종교학을 전공하는 미첼이 '착하지만 쉬운', 그리하여 매들린으로부터 하여금 매력을 느낄 수 없도록 그려지는 점들이 캐릭터와 그들의 성향에 따른 전공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 현실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가장 즐거웠던 점은 어떤 지점에서 정확히 마음에 걸리는 문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첼이 클레어에게 느끼는 분노는 부분적으로 잘못 겨냥된 것일 수도 있었다. 진짜로 그를 미칠 듯이 화나게 한 여자는 매들린일지도 몰랐다. 디트로이트에서 지낸 여름 내내 미첼은 매들린이 다시 애인 없이 혼자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뱅크헤드가 버림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미첼의 사기를 북돋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심지어 매들린이 뱅크헤드와 사귀었던건 잘된 일이라고 합리화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인간관계망에서 레너드 같은 녀석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하기 전에 그녀는 철이 들어야 했고, 그 점은 미첼도 마찬가였다. -p.367 순례자들 /결혼이라는 소설 1"

 

 그 첫번째로 미첼의 태도를 통한 남성적인 시선- 남성의 시선에 담긴 오류를 발견한 장면이었다. 그가 클레어와 래리를 피해 나오면서 그가 느낀 불편함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가 대상화 한 여성으로 하여금 느낀, 충족되지 못한 욕망에 대한 분노가 다른 화살을 통해 제 삼의 여성에게 돌려져 표출됐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그가 개별적으로 선택하여 만들어간 관계에 대해 자신과 '함께하기 전에' 거쳤어야 할 과정처럼 합리화 했다는 점이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온 부분이었다. 매들린-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원치 않는 상대로부터의 불필요한 관심과 대상화가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자신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가치 평가 당하기까지 한 것이다. 때문에 매들린을 향한 미첼의 감정이 단지 매력없이 착한 청년의 순수한 감정으로만 여겨지지 않게 된 부분이다.

 

 "그 후에 그들은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숨을 돌렸다. 매들린이 장난스럽게, 행복하게 말했다. "내 짐작에는 네가 나아진 것 같아." 그 말에 레너드는 일어나 앉았다. 그의 머리는 더이상 온갖 생각으로 들끓지 않았다.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침대 아래로 굴러 내려가 무릎을 꿇은 채 레너드는 커다란 그의 두 손으로 매들린의 두 손을 잡았다. 자신의 모든 문제, 그러니까 연애, 재정, 전략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막 알아낸 참이었다. 하나의 묘수는 마땅히 또 다른 묘수로 이어지는 법이다. "나랑 결혼해 줘." 그가 말했다. -p.169 묘수 /결혼이라는 소설 2"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낙담을 하게 되었는데, 현실로 표출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마치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에'를 꼽는 이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원한다면 차라리 클래식을 들으세요'하고 충고해주는 실전 Q&A의 답변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가진 현실적인 문제들을 덮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부정적인 입장이라 더욱 그러했다. 결혼은 내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생활로 나를 차원이동 시켜줄 도구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로 나를 차원이동 시켜줄 퀘스트가 된다면 몰라도. 물론, 저런 순간의 강렬한 열망 혹은 착각 없이 결혼을 결심할 수 없다는 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모하고 실재적으로 충동적인 저 결정은 묘수가 아닌 악수가 되어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토록 곱씹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결혼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가장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대목이 저 레너드의 청혼 장면이었다.

 

 그 뒤를 잇는 부분은 매들린이 겪게 되는 '결혼의 현실'이 굉장히 생생하게 표현된 장면이다. 앞서 꼽았던 장면이 그대로 그들 결혼생활을 좀먹고 끈끈하고 어둡게 뒤덮어버리는 문제덩어리가 되어 잠식해나간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미첼이 매들린을 두고 "그녀는 철이 들어야 했"다고 평한 부분이 주제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물론 그녀 뿐 아니라 레너드 역시 같은 실수를 만들어간 공범인 것이다.  

 

 "레너드와 함께 냉방이 되지 않는 그의 아파트에서 보낸 길고 무더운 여름과 그 후 필그림 레이크의 숙소에서 보낸 두 달은 매들린에게 "조울증 환자와 결혼했다."라는 게 어떤 것일지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게 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화해가 모든 어려움을 보이지 않게 가려 버렸다. 레너드가 그녀를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일종의 쾌감을 주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레너드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그리고 특히 그들이 케이프 코드로 옮기고 나서 오히려 악화된 것처럼 보이면서, 매들린은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레너드가 그의 무덥고 후텁지근한 원룸형 아파트까지 함께 가져온 것 같았고, 그곳이야말로 그가 정서적으로 살고 있는 곳이서 그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그 무더운 심리적 공간에 비집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레너드를 완전히 사랑하려면 매들린도 그가 길을 잃고 헤매는 캄캄한 숲 속으로 들어가 똑같이 헤매야 할 것 같았다. -p.283 그리고 이따금 그들은 몹시 슬퍼했다 /결혼이라는 소설 2"

 

 사랑은 달콤한데 사랑해서 한 결혼은 왜 달콤하기만 하지 않은 것일까. 에 대한 답이 바로 이 문장 속에 들어있다. 미성숙 혹은 완전히 해결되거나 이해되지 않은 문제들로부터의 도피로 인한 관계의 종말. 사랑이나 사랑의 종착지로 그려지는 결혼이 문제의 답이 되지 않음을, 되려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 삶은 계속되고 각자의 인생은 저마다의 궤를 그리며 살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문득 "같이 울기 위해서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울 때 너는 왜 없을까?" 하던 신달자의 싯구가 떠오른다. '결혼이라는 소설'과 함께 '내가 울 때 너는 왜 없을까'를 읽어본다면 이들의 관계가 좀 더 함축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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