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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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해한 임종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세 단계의 상태 변화를 거친다. 이과정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나는 통과 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 전),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통과 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익숙하지 않다. 낯설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주제로 올려놓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면 불편하거나, 금기시 되거나, 혹은 알 수 없어서 모호하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를 앞에 두고 자연스레 책의 내용이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생의 정리 단계에 대한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주변에 친절하라던가, 용서를 구하거나 하라던가, 금전문제를 정리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내가 떠올린 것들은 엄밀히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의 생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죽음을 마주한다고 떠올리면서도 그 앞까지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서 머물러버린 것이다. 어쩌면 무지이고, 혹은 회피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죽음을 '소유'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죽음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지만 늘 불안했다. 죽음을 긍정하고 인정하도록 하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부당한 요구를 해올지를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서 본문에 등장하는 천사가 여러 차례 말한다. 천사는 이승과 저승 두 세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이자 경계에 서 있는 상징적 존재이다. 이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고 외치면서 동시에 넌지시 일러준다. 우리가 어떤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고, 그 영역에는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경험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죽음을 앞둔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거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근원적인 공포감에 대해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은 있지만, 그 근원적인 공포나 두려움은 상쇄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수긍하고 인정하도록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저자 역시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어도 그것을 준비할 수도 종잡을 수도 없어 늘 불안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때문에 때때로 죽음을 떠올리고 불안해하거나 하는 일이 과민한 불안 증세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 공감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알게 되는 점들이 많았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종교적인 관점으로 죽음을 받아드리도록 서술된 면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죽음은 이별이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며 최종적이고 일회적이다. 임종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절박함을 느낀다. 이는 가족 간의 화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 맞춰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층 더 심한 강요와 압박, 인간관계의 충돌, 뒤끝이 찜찜한 관계 단절과 쉬고픈 욕구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성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해보았을거라 생각된다. 특히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인물의 죽음은 망자 뿐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도 숙제를 남긴다. 죽음의 과정, 망자의 사후까지도 죽음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이별의 과정에서 오는 절박함은 상호적인 것이고 때로는 길게 그 상흔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 양자적인 면도 함께 깊이있게 다뤄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분명히 새로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이것을 어떤 식으로 삶 속에 녹여낼지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살피는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혼란과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히 참고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의 자연스런 과정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해 우리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하듯이 한번쯤은 떠올려보고 주변의 죽음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모니카 렌츠의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진실로 죽음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를 담아놓았다. 이 책에 담긴 다년간에 걸친 임종의 실 사례들과 그에 비롯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 순간들을 한 발 더 다가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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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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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의 책은 처음 접한다며 읽었는데, 이번에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받아들고는 아, 그래도 전에 한번 이런 비슷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지 하고 떠올렸다.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부동산 경매로 투자에 성공한 저자 박수진씨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경제서였다. 에세이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날짜별로 기록해둔 내용에 살을 붙여 옮겨놓은 것 같이 현장감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부동산 용어들도 조금씩 주워들었었다. 그 내용이 다 잊혀지기 전에 새롭게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읽게 되니 전보다 부담은 덜했다. 게다가 4번째 챕터의 2단계에서는 속초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은 이야기도 나오니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이런식으로 몇 번 더 책을 읽으면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좀 다뤄봐도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돈을 벌고 싶다, 벌 것이다. 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제의 흐름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에 띄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경제신문과 관련 내용을 담은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나와서, 속으로 참 단순한 기본기인데 이렇게 중요하게 다룰 정도면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매물을 보기 위해 자신이 직접 발로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고 내가 산다면 어떨까 하고 실 거주자의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이들이 책으로 만들어 놓은 성공이 몇가지의 사례, 경험담을 술술 읽으면 간단해보이기도 하는데, 뭐든 시간과 발품을 들여 직접 들이는 수고로움이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무조건 노력한다고 다 이들만큼의 성공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종합해보면, 전업주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후에 자신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만, 정작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또,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늘 망설인다. 반면, 워킹맘은 돈을 벌기는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결국 여유가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이나 시간은 거의 갖지 못한 채 점차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여성들은 더욱 힘들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자립'과 '자기만의 일',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엄마의 경제적 자립 3단계 로드맵]을 정리하여 이 책에 공개한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들은 그저 흥미위주로 보고 넘어가기만 했는데, 마지막 장에서 뜻밖에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앞으로의 긴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서 고민해야만 했던 문제에 대해 마치 인생의 선배로서 현실적으로 조언을 전하다 못해 자신의 노하우까지 전달해줬다는 저자의 의도가 감명깊었다. 이미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만으로도 자신의 생활이 황폐해졌음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은데, 거기에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지금 이해만 하는 상황을 더 간절하게 느끼고 막막하게 여길 것이다. 경력이 단절되어 이전에 일했던 것처럼 일할 수 없게 된 후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가끔 모호하게 떠올려보고는 뾰족한 방도도 결론도 없이 지나치고 말았는데, 자신의 힘과 두 발로 살아가는 주체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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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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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노보노에 대해 책을 낸 작가도 있는데, 보노보노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한둘일까. 이 책까지 열성적으로 읽은 마당에 보노보노를 좋아한다. 고 써봤자 키보드만 조금 더 닳아버릴 뿐 의미없다. 보노보노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였다. 채널은 기억 안나지만, 티비에서 만화로 방영해주던 보노보노를 봤는데 정말 좋았다. 신선하기도 했고. 선명하도록 개성있는 캐릭터들도 그렇고, 내용은 잔잔하기만 할 것 같으면서도 재밌었다. 게다가 귀여웠다. 캐릭터의 모습도 행동도 더빙된 성우의 목소리도. 그래서 더이상 티비에서 방영해주지 않았을 때에는 동네 만화대여점으로 달려가 만화책도 쌓아놓고 빌려보기도 했었다. 친구들이랑 교과서와 공책에 찌그러진 보노보노 캐릭터도 그려보고 성대모사도 해보며.

 

 그러나 한동안 보노보노를 잊고 살았다. 보노보노가 아니라 만화를 잊고 살았다. 어른이 되었으니 흥미를 끌만한 더 자극적인 친구들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영화나 미드 같은 것에 빠져들어 봤고 다들 아시다시피 등급의 제한에 구애받지 않는 영화와 미드의 세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신천지였다. 때묻고 타락하였으나 후회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를 성숙의 길로 이끌어준 자양분이니. 하지만 십수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보노보노 앞에 서보니 내가 알고 있었으나 떠나왔던 세계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맞아, 연쇄살인사건, 과학수사나 성과 도시, 좀비 바이러스 같은 게 아니라 내 감수성의 근원은 바로 이런 것이었어! 하는 재발견을 한 기분.

 

 작가도 이런 소소하면서도 잡다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보노보노의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어 책 속에 풀어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달라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많이 기억에 남겨두려고 표시를 해놓아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이해되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누었던 얘기는 시시콜콜하고 껄렁해서 좋고, 언니랑 나눈 대화는 조금 더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전환시켜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작가는 책의 여러 곳에 스스로를 소심한 편이라고 강조했는데 읽다보니 대범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수 없었던 거 아닌가 싶게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진솔하게 적혀있어서 의외성을 발견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았던 몇가지 부분들 중 "별것 아닌 대화가 필요해" 의 내용에서 아버지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나 역시 문득 아버지와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얼마전 집에 들렀을 때가 떠올랐다. 엄마가 오라고 해서 집엘 갔는데 때가 맞지 않아서 집에는 아버지 뿐이셨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거실에서 아버지가 틀어놓은 '자연인'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부엌에 들어가셔서 식탁을 차려주셨다. 밥을 같이 먹고는 다시 거실로 나와 '승윤씨'가 나오는 자연인을 마저 봤었다. 이렇게 나열하면 별 거 아닌 일 같은데 문득 나라는 인간이 아직도 아버지 식사 챙겨드리지는 못할 망정 챙김을 받고 왔구나 깨달았다. 다음에 갈 때는 내 친구관계 업데이트를 해드려야겠구나 생각하도 해봤다. 아, 나 친구가 없지...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는 왜 칭찬에 목숨을 걸까" 에서 나온 첫 부분이었다. " 예전에 함께 밥을 먹을 때, 외국인 친구 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 웃는 게 예쁘구나." 갑작스럽게 날아든 칭찬에 얼굴이 빨개져서 허둥지둥하다가 겨우 대답했다. "아니야." 그 말에 그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있어. 한국 사람들은 칭찬을 하면 딱 두 가지로 반응하더라고. '아니에요' 아니면 '내가 좀 그렇죠?'. 칭찬을 들으면 대부분 부정하거나 장난을 쳐." 그 말에 발끈해서 물었다. "그럼 너네는 칭찬을 들으면 뭐라고 말하는데?" 그랬더니 그가 그랬다. "그냥 고맙다고 하지." " 칭찬에 대한 리액션이 어떤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외국인이 우리의 반응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의 반응도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거니까.

 

 어린시절부터 칭찬을 들으면 '아니에요'라고 하는 일에 익숙했는데, 근래에 예사로 남에게 칭찬을 해줬을때 상대방이 '감사합니다' 혹은 '아 네 저 그런편이에요'하고 대답해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종종 있었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데 상대방이 겸양하지 않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니 기분이 좋았다면 다행인데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은 오래 남았던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대답할 수도 있는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저런 상황을 몇번 겪어보고 나니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던 상관없이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누가 나를 칭찬해주면 '어휴,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모두쓰기 기술을 쓰게 되기도 하고.

 

 공감이 좀 어려웠던 부분은 "나 상처받았어" 편에 나오는데, " 책임감이 부족하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말을 자주 쓴다.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 "그럼 연락줘." "네가 정해줘." 그렇게 말하고 선택을 상대방의 몫을 돌린다. " 하는 내용이다. 내 주변에서는 저 말들을 진짜 상대방의 스케줄이나 입장을 배려해주기 위해서만 쓰기 때문에 원만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때로는 불편을 참아가면서 저 말을 쓴다. 아마 내가 너부리 성향이라 관계 유지에 소중한 배려의 말로 저 말을 사용하는 편이라 좀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보노보노 성향의 사람들은 저 말들을 다른 의미로 쓸 수도 있겠지.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쓰게 되었다. 취향은 소나무와 같고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는 법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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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1등 배동구 - 박철범의 국내 최초 공부법 소설
박철범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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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구야. 네가 목표를 정했다면, 그리고 너에게 꿈이 생겼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해. 그러면 실제로 이루어져. 공부하기 싫다고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다른 뭔가를 하잖아? 그럼 백 퍼센트, 공부하는게 더욱 싫어질 뿐이야. 결국 공부는 시작도 못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만 쌓이지." "

 

 오랜만에 읽어본 청소년 도서였다. 몇 년 전만해도 아동청소년 도서를 줄줄이 읽으며 생활했었는데, 한동안 가끔 흥미가 생기는 도서 외에는 그다지 읽지 않게 되었다. 간만에 읽어본 청소년 도서는 흐름이 명쾌하고 특유의 트렌디한 느낌이 전형적이면서도 좋다. 저자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니 마치 책 속의 동구가 그대로 저자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책에서 소개하는 공부법에 한층 믿음이 간다. 사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동구는 먼치킨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여 좀 회의적이었다.

 

 읽으면서 어디선가 봤더라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 농구공을 처음 잡아 본 강백호가 북산의 스타팅 멤버가 되어 전국대회에 진출한다는 그 만화가 떠올랐다. 말수가 적은 민제가 서태웅 같은 역할이고, 동구를 공부의 길로 인도한 혜연이는 소연이같은 역이겠다. 전략적으로 공부법을 짜서 효율을 높이는 작가의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걸까. 어떤 내용의 틀이 쉽게 먹히고 읽히는지도 생각해서 공식처럼 인물 관계 설정을 해놓은 것 같아 미묘하다. '농구 좋아하세요?' "공부 잘하면 되게 좋지?"

 

 책을 읽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주인공인 동구처럼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용 안에서 소개된 방법들은 매우 유용해보였다. 책 내용도 재밌다. 동구가 어린시절 단숨에 책에 빠져들어 한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훅 읽힌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간절함이다.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읽으며 공부에 대해 고민하겠지만, 사실 이 책에서 나온 핵심은 마음가짐과 집중이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그 목표의식이 절반 이상이고 사실상 책에서 나온 공부법은 '거들 뿐'인 것을, 딱히 공부에 대입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느껴지는 바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목표에 대한 간절함이고, 그 간절함에 비례하는 노력임을 되새기게 되는 책이다. 기간제 교사 나리가 동구에게 공부법 조언을 해주다가 문득 자신의 꿈이었던 글을 쓰는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십년 째 체중조절 중이면서도 운동을 막상 시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도 그렇다. 동구의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공부 방법에 대한 Q & A가 수록되어 있다. 좀 더 본격적인 공부 상담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러내기만 하고 다 풀어내지 않은 민제의 상처가 더 궁금하고 아쉬웠던 마무리였다. 고등학교에 간 동구, 민제와 혜연이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좋겠다.

 

 "그래도 공부는 계속 잘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남은 것은 이제 공부뿐이었다. 혜연이는 민제가 차지했을지 몰라도 11/15, 이 숫자만큼은 나의 것이었다. 스스로 노력해서 만든 결과이자 오로지 나만의 것. 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절대 내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니까."

 

 배워서 얻은 지식은 아무도 훔쳐가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 노력없이 주어질 수 있는 것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지 방향성을 정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노력하여 얻은 것들은 그 자체가 자신이 되고자하는 방향이 된다. 되고자 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것, 동구처럼 죽도록 공부만 하는 생활은 고3만 하는거라고 은연중에 느슨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이와 시기에 상관없이 누구나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을테니 모두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외부적인 이유에서 자기 내면의 모습으로까지 시선을 돌리며 성장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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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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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한 심경으로, 책 제목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엘리트 마인드'를 읽어서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가진 요건을 내가 안다고 해서 이제와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책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자신만만한 마음으로 엘리트가 될 거니까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른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들이 가진 비법이나 비밀을 하나 안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판도가 뒤집히는 일은 없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에 실천에 옮길만한 비법이나 비밀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짜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운동선수들의 예에서 실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읽다보니 자신이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보였다. 엘리트라는 단어만으로 보였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 그것부터 였다. 그 점을 느끼니 멀게만 느껴졌던 책의 내용도 좀 더 잘 읽히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책의 제목이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썩 괜찮았다. 내 자신의 변화가 그것부터 실제적으로 확 다가오니까.

 

 사실 운동선수들의 경우가 예로 들어진다고 해서 영 나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 몰입하게 된 예가 학창시절 반에 한두명쯤은 꼭 있을 법한 일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 매우 특출해서 특기생으로 대학교에 진학하는 선수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들은 유소년 리그와 고등학교 시절에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물론 고등학교 때 훈련도 하고 연습도 열심히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경쟁자들과 같은 노력을 하고도 자신이 더 잘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동료 선수들 모두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마디로 팀 내 최고의 선수였다가, 이제는 아예 시합에서 뛰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들은 종종 후보 선수로 머물면서 1년 동안 선발 선수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대다수 선수가 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도 저런 일이 생긴다. 공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배로 열심히 하는 학생보다 초중등학교 성적이 잘 나온다.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대입을 앞둔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 평준화 된 지역의 학교들은 덜하겠지만, 만약 비평준화 지역에서 중학교 시절 공부를 딱히 하지 않아도 상위권 성적을 받았던 사람이 그 성적을 바탕으로 지역의 상위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보게되면 그 성적을 유지하는 상위권의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등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바로 이 부분부터 이입하고 몰입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재능의 저주'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신념이 잘못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이렇게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에서 들어진 예로 인상깊었던 또 하나는 경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경쟁자들에게 큰 존경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경쟁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경쟁자가 주는 긴장감과 갈등이야말로 위대한 선수들이 찾는 변화의 매개체다. 위대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목적은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결론만 말하면, 경쟁자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경쟁하는 선수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 결국 당신의 경쟁자는 당신 자신이다. 지금의 당신 모습과 미래에 당신이 될 수 있는 모습 간의 차이가 바로 성공을 만든다."

이 부분을 읽으며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그녀의 인터뷰 내용 중에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선수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질문으로 던져지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LA선수권 대회를 앞 둔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LA에 온 것은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4분간 내가 가진 기술로 즐길 것이다." 라고 답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그녀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보며 내심 감탄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남을 시기하거나 견제하는 경쟁이 아니라 가장 이기기 어렵다는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이기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녀가 좋은 증거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잘 풀리는 날에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안 풀리는 날에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진정한 시험이다. 나로서는 함께 일하는 선수가 안 풀리는 날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안 풀리는 날의 모습을 통해 선수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합이 안 풀린다고 해서 특별히 더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가? 입을 쭉 내밀고는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는가? 변명하고 포기하는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성과가 안 좋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정보다."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단순히 엘리트, 자기 안의 잠재된 최대치를 끌어내어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생각해야할 성공의 요건이 아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가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이다. 높을 곳에 있을때, 모든 일이 잘 될 때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관용, 이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때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성과가 좋지 않을때 쉽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두는 사람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성공하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반응을 보이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대목마다 나름의 생각을 곁들여가며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며 읽었다. 여전히 초일류의 승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다. 하지만 소소하게 목표를 세울 때는 확고하고 크게 가져야겠구나, 빠져나갈 변명거리 밖에 되지 않을 차선책을 생각해두지 말아야겠구나,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수치스럽거나 나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지어버릴 일이 아니란 것을 염두에 두고 도전해야겠구나, 몇 가지 책 속의 조언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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