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내는 소리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매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표류한 수염고래는 대체로 조용한 것이다. 육상의 공기는 그들 소리의 폭과 주파수를 유지시키기에는 너무 밀도가 낮다. 이빨고래는 물 밖에서도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들 또한 소리를 맘껏 내려면 바닷속이어야 한다. 범고래, 흰고래, 돌고래, 참돌고래, 쇠돌고래, 그리고 향고래는 머릿속에 있는 소위 지방질 확성기인 변환기로 소리를 낸다-몇몇 종의 경우 이 부분을 멜론이라고 부르고, 19세기 상업 포경이 한창일 때, 향고래의 이 부분은 ‘정크‘라고 불렸다. (영어 정크의 가장 보편적 의미는 쓰레기이다-옮긴이)  - P261

대부분의 이빨고래의 경우 멜론 뒤로, 그리고 분수공 아래로 굳게 다문 새까만 입술처럼 생긴, 고래 머릿속에 든 내부 장기가 있다. 이 입술은 쉬잇, 하는 소리를 내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멜론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고래 내부의 경뇌유와 블러버 속 지방 꾸러미는 인간의 눈에서 눈동자가 하는 작용을 한다. 그것은 고래 소리와 반향 위치 측정을 위한 소리에 초점을 맞추어, (먹잇감이 몰린 곳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해빙 사이를 항해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빛이 없어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청각적 ‘시계‘를 확보해 준다.
- P261

빛이 미약해서 캄캄한 바다에 서식하고, 때때로 반향 위치 축정을 위해 딸랑이는 소리를 울려 사냥을 하며, 다른 소리로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동물로서 고래는 섬세한 소리에 에워싸여 살아간다.

그래서 해양에서 분주히 다니는 배의 굉음, 탄성파 탐사(지표면이나 해수면, 시추공 등에 설치한 탄성파 발생 장치를 작동시켜 얻은 파동으로 지하지질 구조와 지층을 탐사하는 것-옮긴이), 그리고 물속에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고래에게는 끔찍한 사태인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한 캐나다 과학자가 말했듯이, ‘지나친 벌목이 회색곰의 서식처를 감소시키는 것처럼 소음은 고래의 청각적 서식처를 줄어들게 한다.‘  - P262

그러나 고래 서식처의 문제는 벌목만큼은 우리에게 죄책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곳은 바다이고 물속인 데다 피해란 것도 청각적이어서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 그런 소음 공해 지역은 잘 인식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 죽음의 냄새를 맡아 볼 수만 있다면 전율스러웠을 산호초의 죽음처럼 -죽어 가는 산호가 바다가 아닌 육지에 있으면 부패한 물고기 냄새가난다-바닷속 소음 공해로 인한 고통의 크기도 우리의 감각이 제한적이어서 과소평가된다. 
인위적 소음으로 인한 피해의 규모를 실감하려면 우리가 고래의 감각 기관 속으로 스스로를 투사할 수 있어야 한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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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풍요의 바다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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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를 향한 열망, 그것은 충의를 위한 자결... ‘제발 죽지 마!‘를 염원했지만 그것은 내 안의 열망일 뿐. 1930년대 일본 농민의 빈곤과 정치인들의 부패에 대한 봉기로서의 결단이 ‘자결‘일수 있다는데 동조할 수 밖에 없다. 이로써 혼다는 이번에도 기요아키를 지키지 못했다. 다음 편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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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단테 알리기에리, 귀스타브 도레 그림

구매하면 가능한 미리읽기...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칼라가 아니고 흑백으로
보여 살짝 아쉽지만 3행으로 이루어진 시詩의 형태여서 읽기 어렵지 않다.
아직은 상징과 내포, 은유, 중세 역사, 문화... 등의 어려운 부분이 없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그럼에도 주석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리읽기엔 주석이 없다!

너무도 유명한 지옥 편의 그 문장.,
˝... ...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제3곡

단테는 지옥의 문 위에 적혀 있는 무서운 글귀를 본 다음 입구 지옥으로 들어간다. 입구 지옥에는 선이나 악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자들이 왕벌과 파리, 벌레들에게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케론 강가에는 뱃사공 카론이 죄지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데, 무서운 지진과 번개에 단테는 정신을 잃는다.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정의는 높으신 내 창조주를 움직였으니,
성스러운 힘과 최고의 지혜,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내 앞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들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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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30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빨리 시작하시다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0-30 12:29   좋아요 0 | URL
구매했더니 미리읽기가 있더라구요~~^
전 먼저 걸어보겠습니닷!
ㅋㅋㅋㅋㅋ
 

... 그는 사상을 하나의 냄새처럼 기꺼이 몸에 두른 것이다. 옛날 깊고 어두운 눈을 했던, 육체적으로 지나치게 우울한 느낌을 풍겼던 청년 시절에서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가 겪은 역경, 고뇌, 무엇보다 굴욕이 지금은 가슴을 펴고 아들의 광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혼다가 생각하기에 이 아버지는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아들에게 맡겼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버지의 오랜 굴욕이, 권문에 맞서는 순결한 소년의 우렁찬 외침과 챙강거리는 검의 소리로 바뀌어. - P384

혼다는 이쯤에서 이사오에 대한 이누마의 진실한 말을 한마디 듣고 싶어졌다.
"이사오 군은, 당신이 마쓰가에를 가르쳤던 시절부터 가슴에 품고 있었던 가장 큰 꿈의 실현이라고 할 순 없을까요?"
혼다의 질문에 이누마는 "아뇨. 녀석은 그저 저의 아들일뿐입니다." 하고 잘라 말하고 기요아키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도련님은 그런 생애를 보내신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하늘의 뜻에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 P384

부모인 제게도 뜻이 있습니다. 아니, 아들 이상의 우국충정이 있습니다. 저에게 모든 것을 숨기고 일을 벌이려 하다니, 정말이지 자식은 부모 마음을 모른다는 옛말 그대로이지 않습니까.
저는 늘 앞일을 내다봅니다. 결행하기보다도, 결행하지 않고 수확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일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5. 15 사건 때도 감형 탄원서가 쇄도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람들은 분명 젊고 순진한 피고를 동정할 겁니다. 그건 거의 확실해요. 그렇다면 아들은 목숨을 잃지도 않고, 오히려 경험을 쌓고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다면 아들은 평생 가도 굶을 일이 없어요. 쇼와 신풍련의 이누마 이사오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세상의 경외를 받을 테니까요." - P388

혼다는 일단 아연했다. 아연함에 이어, 과연 그게 전부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누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사오를 처음으로 구한 사람은 아버지고 이제부터 구하려고 하는 혼다는 말하자면 이누마의 의도를 실현하는 조수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판사직도 내던지고 무상으로 이사오의 변호를 맡은 혼다의 후의를 이렇게까지 저버리는 말은 없다. 또한 혼다의 행동에 깃든 품위를 이렇게까지 모독하고 유린하는 말도 없다. - P388

그러나 혼다는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변호하려 하는 것은 이사오이지 그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더럽혀져 있어도 그 더러움이 아들에게 미치지는 않는다. 이사오가 취한 행동의 청정한 동기는 조금도 흐려지지 않는다. - P389

그렇다 해도, 눈앞에 있는 이누마의 무례한 말에 조금 울컥했어야 할 혼다가 평정을 지킬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밀담이니 들어오지 말라며 종업원을 내보낸 이 작은 방에서 이누마가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한 뒤 털 많은 손가락을 떨며 서둘러 술을 따르는 모습에서, 혼다는 이누마가 결코 말하지 않을 어떤 감정을, 아마도 그가 아들을 밀고한 가장 깊은 동기를, 즉 아들이 곧 실현하기 직전이었던 피의 영광과 장렬한 죽음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질투를 읽었기 때문이다. - P389

줄지어 선 젊은 피고인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고 늠름하고 맑은 이사오의 눈을 향해 혼다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사건소식을 들었을 때 더할 수 없이 어울린다고 느꼈던 그 부릅뜬 눈이 새삼 이 자리에 걸맞지 않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느껴졌다. - P447

‘아름다운 눈이여,‘ 하고 혼다는 외쳤다. ‘맑게 빛나며 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그 삼광 폭포의 물을 갑자기 맞는 것처럼 이 세상 것이 아닌 비난을 느끼게 하는 젊은이의 무쌍한눈이여. 뭐든 말해라. 뭐든 정직하게 말하고 마음껏 상처를 받아라. 너는 이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알아야 할 나이다. 뭐든 말하면 나중에 너는 ‘진실은 누구도 믿어 주지 않는다‘라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그 아름다운 눈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이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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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오와 흰 옷 행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혼다는 왜인지 자신이 이 어스레한 들판에 그려지는 그림에서 튕겨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발길을 조금씩 논 쪽으로 옮겨 볏단 사이를 나아가며 행렬에서 멀어졌다. 지극히 중요한 어떤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사오의 모습은 이제 선명하게 보였고, 그 가슴에 붉은 구슬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나무 열매 같은 것도 알아볼 수 있었다. - P310

혼다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지금 거부할 수 없는 힘이 힘이 다가와서 자신의 이성을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그 힘의 긴박한 숨결과 날갯짓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예감이라는 것을 믿지 않지만, 사람이 자신의 죽음, 혹은 가까운 이의 죽음의 예감에 휩싸이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310

"큰일이군. 총까지 들지 않나, 가이도 선생님이 말한 대로야. 너는 난폭한 신이야. 틀림없어."

이 말을 들은 순간, 혼다의 기억이 비로소 무자비하게 명확한 형태를 띠었다. 지금 의심의 여지 없이 눈앞에 되살아난 것은 1913년 여름의 어느 밤, 마쓰가에 기요아키가 꾸었던 꿈의 광경이었다. 그 특이한 꿈을 기요아키는 꿈 일기에 자세히 적었고, 혼다는 바로 지난달에 그것을 다시 읽었다. 그 내용이 구석구석 생생하게, 혼다의 눈앞에서 십구 년이 지난 지금 이 세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기요아키가 이사오로 환생했음을 설사 이사오는 모를지라도 혼다는 이성의 힘을 모조리 동원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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