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같은 식의 인종 문제에 대한 서사가 다소 지루하다.
하지만 ‘소수적 감정‘을 다룬 흑인 작가들의 글에 대한 고찰은 ˝우리의 시각에 균형을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문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단 생각이 든다.

반납일이 다가오는데 다 읽을 수 있을까 의문... 서둘러 읽어보자!








시인 프라기타 샤마가 말한 대로, 미국인은 죽음을 애도하는일도 기한을 정해놓고 하듯 인종에 관해서도 유효 기간을설정한다. 미국인들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우리가 인종 문제를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비록 나는 회의적이지만, 이 기회에 우리가 미국 문학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 P75

우리의 정체성을 자동으로 규정하는 낡은 인종 서사, 우리의 삶을 백인 청중의 구미에 맞추면서 우리가 실제로 체험하는 다양한 현실을 삭제해버리는 낡은 인종 서사를 갈아치우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어진 공식에 따라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일을 그만두자는 것이다. - P75

프라이어의 온갖 흉내 연기 사이사이로 분노와 절망이 스친다. "내가 백인이 아니고 흑인이라서 다행이에요. 당신네 백인들은 달에도 가야 하잖아요"라고 말할 때 서리는 프라이어의 우수는 웃음이 그친 한참 후까지도 맴돈다. 그 우수는 그가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 P83

앙리 베르그송은 유머는 숭고함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신성이 배제되어 있고 온전하게 인간적이라고 적고 있다. 즉 우리는 유머를 통해 초월성보다는 우리의 피부를 통절히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프라이어도 "끊임없이 어떤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하지만, 키츠가 말한 정체성 없는 시인과는 달리 프라이어는 언제나 "흑인이면서" 다른 인물들을 연기한다. - P83

인종에 관한 글쓰기는 이제까지 우리를 지워버린 백인 자본주의 인프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격렬한 비판을 담지만, 우리의 내면이 모순들로 뒤엉켜 있다는 점에서 서정시이기도 하다. 나는 손쉬운 극복의 서사에는 저항하지만 우리가 인종 불평등을 극복할 거라는 신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민자가 고생하는 감상적인 이야기들은 짜증스럽지만 한국인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은 민족에 속한다.  - P95

내 안에 깃든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고정 관념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how)인식되는지가 내가 누구인지(who)에 내재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인종에 관해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거의 서사를 거슬러 글을 써야 한다. 인종화된 마음은 프란츠 파농이 말한 대로 "지옥 같은 악순환"(infernal circle)이기 때문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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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왕조의 몰락


1
단기 4214년, 서기로는 1881년이었다. 수도 한양의 어느 봄날, 이제 막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요, 화창한 날씨였다. - P11

김일한은 서재에 앉아 둘째 애가 태어났다는 전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한의 본관은 안동이었다. 그가 지금 앉아 있는 방은 온돌방으로서 이 집에서 제일 크고 안락했다. 남향집이어서 담 위로 솟아오른 햇살이 종이 창문을 통해 은은히 비쳐들었다. 그는 낮은 책상 옆에 공단 방석을 깔고 앉아 책상에 펴놓은 책에 정신을 집중해 보려고 애썼다.  - P11

아내가 친정 자매와 산파 그리고 몸종들과 함께 안방으로 들어간 지도 벌써 세 시간이 지났다. 같이 들어간 여인들이 번갈아 세 번이나 나와 모든 게 순조롭다고 하며, 아직 애를 낳으려면 멀었으니 제발 뭐 좀 들라고 하더라는 아내의 말을 전해 주었다. - P11

그는 여성에 대해 조금은 무시하는 태도로 생각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내, 순희만 빼고는 다 마찬가지지! 그는 아내를 그토록 사랑하는 것을 누구에게도, 심지어 아내에게도 내색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결혼하기 전에는 얼굴도 못 본 사이였지만 다행히 중매쟁이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점쟁이들도 사주를 제대로 보아 주었던 것이다. 순희는 새댁으로서의 온갖 일을 빈틈없이 해냈다. 그녀는 결혼식 날 친척과 친구들이 끈덕지게 놀려대도 절대 웃지 않았다. 새색시가 혼인날 웃으면 딸만 낳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순희는 올해 세 살 나는 첫아들이 있는데, 점쟁이 말대로라면 오늘 또 아들을 낳을 것이다. 일한 일가는 나라가 어지러운 이때에도 아늑한 보금자리를 이루고 있었다.  - P12

"현재 우리나라는 노서아, 중국, 일본의 세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우리를 이들의 탐욕으로부터 지키는 길은 세상에서 물러나 있는 것뿐이옵니다. 우린 은둔국이 돼야 하옵니다."
할아버지는 벌써 50년 전에 상감께 이렇게 아뢰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가끔 할아버지의 이 말씀을 인용하곤 했는데, 일한은 속으로 은근히 무시했다. 선조들의 어리석음이라니! 그는 대원군을 몰아내려는 첫 음모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도 감추고 있었다. 일한은 당시 소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음모를 꾀하는 지도자들과 젊은 왕비 사이를 오가는 쓸 만한 전령이었다. 섭정인 대원군은그의 아들 고종을 너무 어린 나이에 민씨 문중의 한 규수와 결혼시켰는데. 그녀는 임금보다 나이가 많았다. 대원군은 후일 이 일에 대해 후회막급이었다. 그 아름답고 품위 있는 소녀가 그처럼 강인하고 영악하게 섭정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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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얼마나 재밌길래...

1장
원서동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 온 『고건축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면접은 친구 
은혜가 소개해준 자리였다. 건축사사무소인데 문화재 공사 백서 기록 담당자를 채용하고 싶어한다고.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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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쨌든 난 옳은 일이 이루어지는 걸 보는게 좋아."

리처의 이 말이 넘 멋지다!
˝옳은 일을 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념이 되어도 좋겠다.



체포 작전 전날 밤 식당에서 도미니크 콜이 물었었다. "왜 이런 걸 하는겁니까?"
뭘 묻는 건지 확실히 알아듣지 못했다. "같이 저녁 먹는거?"
"아뇨 헌병으로 일하는 거 말입니다. 뭐든 될 수 있잖아요. 특전사, 정보부, 공수부대, 기갑부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텐데요."
"자네도 마찬가지지."
"알아요. 그리고 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처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싶네요."
누구든 나에게 그런 걸 물어본 건 처음이었다. - P554

"항상 경찰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군대는 내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지. 집안 배경도 그렇고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어. 그래서 군 경찰이 된거야"
"그게 답은 아니고요. 애초에 왜 경찰이 되고 싶었던 겁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난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 경찰은 여러 가지를 바로잡으니까."
"무슨 여러 가지요?"
"사람들을 돌봐주잖아. 약자들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게 다입니까? 약자 보호?"
나는 고개를 저었다. - P554

"아니. 사실 그건 아냐. 나는 약자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어. 그저 센 놈들을 싫어하는 거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놈들이 싫은 거지."
"그럼 순수하지 않은 동기로 시작했지만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쨌든 난 옳은 일이 이루어지는 걸 보는 게 좋아."
"저도 그렇습니다.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비록 모두가 우리를 미워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나중에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더라도요.  옳은 일을 하는 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 P554

"당신은 옳은 일을 했소?"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 나는 더피에게 물었다.
더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가 답했다.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소?"
"없어요"
"확실하오?"
"100퍼센트."
"그럼 마음 편히 먹으시오. 그게 당신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이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나중에 고마워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 P555

그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당신은 옳은 일을 했나요?" 그녀가 물었다.
"물론."
우리는 그걸로 끝을 냈다. -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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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잊고 있었는데...

SF였단걸 까맣게 몰랐다.

그런데 첫 단편부터 뭔가 확 끌리는 구석이 있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이차선 너비의
고속도로 한 구간

앤디는 열일곱살의 어느 취한 밤 왼쪽 팔뚝에 ‘로리‘라는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전문은 "로리와 앤디 끝까지 영원히"이고 모두 영문 대문자로 되어 있었으며, 가장 친한 친구 수전이 직접 만든 문신 기계로 새긴 것이었다. 수전은그 기계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9볼트짜리 배터리, 또 오래된 DVD플레이어와 볼펜에서 뽑아낸 부품들로 만든 기계였다. 문신은 흉측했고, 새길 땐 죽을 만큼 아팠다. 나중에야 드러난 바 정작 로리는 그 문신을 전혀 고맙게 여기지 않았다. 로리는 대학에 가기 이주 전 앤디를 차버렸다. - P9

사년 뒤 콤바인에 끼어 심하게 훼손된 건 앤디의 오른팔이었다. 어깨와 오른쪽 쇄골, 거기 붙어 있던 팔 전체가 손상됐다. 부모님은 앤디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앤디는 새스커툰의 한 병실에서 로봇 팔과 머리에 이식된 장치를 가진 채로 깨어났다. - P10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야." 어머니는 마치 그게 모든걸 설명하기라도 하듯 말했다. 다섯살 난 앤디에게 트럭에 실린 소들이 어디로 가는지 설명할 때 썼던 것과 같은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병실 침대 옆에 팔짱을 끼고 서서 자신의 강한 이두근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조바심이 난 사람 같았다. 이마 주름과 턱 모양으로 보아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로는 아무리 아닌 척해도 소용없었다. - P10

"의사들이 너의 운동 피질에 전극과 칩을 심었어."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너는 이제 생체공학적인 존재가 된거지."
"그게 무슨 뜻이죠?" 앤디가 물었다.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져보려 했지만 손이 반응하지 않았다. 왼손을 사용하자 붕대가 만져졌다.
창가 의자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존 디어‘ 모자의 납작한 챙에 눈이 가려진 채 말했다. "네가 프로토타입 팔을 갖게 됐고, 그 결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란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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