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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잠 -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ㅣ 아무튼 시리즈 53
정희재 지음 / 제철소 / 2022년 10월
평점 :
한 손에 책 들고 읽다가 갑작스런 헬리콥터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눈이 뻑뻑해지면서 졸고 있었는데 그새 잠이 들었었나보다.
친정엄마 성화에 아침 나절에 잠시 쑥 뜯으러 나갔다 커피 한 잔까지 느긋하게 마시고 책을 펼쳐든거였는데도 잠이 든 것이다. ㅎㅎㅎ
잠시 졸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다^^
타이밍에 관한 일화도 기억에 남을 거 같고 커피 믹스를 씹으며 잠을 쫓던 시절의 이야기, 인도 트래킹 여행시절 이름도 생소한 ‘랄리구라스 꽃‘의 독성있는 향기에 취해 산길에서 잠들었던 일, 어렵게 만난 현자 슬리핑 라마를 친견하고 나오면서 ˝역시 잘 자야 피부가 좋아˝ 라는 깨달음에 다다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잠을 줄여 공항에서 고생스러운 밤샘을 하며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시간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시간들, 그리고 홀든 콜필드처럼 무언가(잠)를 위한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는 작가의 따뜻한 글들이 또 나를 졸음의 세계로 이끈다. 어젯 밤 잠을 쫓으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노력한? 대가랄까...
처음엔 잠에 미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나와는 너무 다른 수면 습관에 웃음이 났지만, 정말 마음이 짠해지면서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잠을 물리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잠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에 공감!
우리집엔 일부러(?) 그러는건가 싶은 무감각한 남의편이 있어서 그런가 이 말이 정말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참고로 새벽에 눈이 떠져서 고민이라는 넘의 편께서는 우리집에서 수면 시간이 가장 길다.^^
˝잠든 이를 억지로 깨우는 일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로또 당첨이나 지진, 3차대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지간하면 그냥 둔다. 몸에 고인 잠의 샘물을 바닥까지 퍼낸 뒤 자연스럽게 깨는 개운함을 맛보도록. 휴식에 방해가 될 만큼 너무 지나친 잠만 아니라면 말이다.˝ (137)
아아, 제발 나두 좀 잠잘 땐 내버려둬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