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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이름조차도 생소한 조라 닐 허스트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정말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한 번 잡으면 멈출 수가 없다. 나름 속도 조절을 해서 읽었지만 작품 전체가 분량이 적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이 책이 1937년에 출간이 되었는데, 흑인이자 여류 작가, 그리고 작품이 다루고 있는 소재가 '사랑'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에서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30년대 백인 우월, 가부장제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흑인 여성이 정치적인 색채가 전혀 없는 책을 출간한 것이라 흑인 남성 작가들에게서도 배척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성향을 띠지 않았다고 해서 작품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재니가 자신 안에 억눌린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곧 정치적인 성향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예해방이 이루어졌지만 백인과 동등한 세상이란 꿈도 꾸지 못할 시대였고, 가부장적인 흑인 남성이자 남편들의 지배욕구와 폭력성이 만연한 사회상이 소설 전편에 녹아있어 읽어가는 내내 가슴 속에서 솟아나는 분노를 가만히 삭여야했다. 정치적인 구호로 도배가 되어야만 정치적인 작품인건가! 그렇지 않다. 그녀 조라 닐 허스턴은 그 시대상을 그냥 가만히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분노하게 만든다. 불합리함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재니가 그것을 떨쳐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기를 소망하게 만든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큼 정치적인 것이 또 있을까. 우리 각자는 모순된 세상에서조차 행복을 추구하려하고 인간성이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기 마련이니까... 재니가 선택한 것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비록 예기치 않은 사고와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불어닥쳐 호수가 범람하면서 불행이 닥쳐오지만, 재니는 꿋꿋이 이겨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통하여 억압적인 삶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던 재니의 삶의 자세는 누구도 비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재니가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당해지는 것이 재니를 사랑했고 허리케인과 미친 개로부터 구해낸 티 케이크가 진정 바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흑... 읽는 내내 달려가듯이 몰아쳐놓고 마지막에 그런 슬픈 결말이라니... 너무 비극적이야..ㅠ.ㅠ
왜 그런 시련을 주시는 것인지... 재니가 간절히 바라본 신은 끝내 재니와 티 케이크를 외면하고 만다.
책을 읽다보면 작품에서 물씬 풍기는 독특한 문체가 느껴진다. 그것이 또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허스턴이 민속학자로서 책을 쓸 때 흑인들의 독특한 방언을 작품에 재현해내려고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는 매력있는 소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서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 된 책은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가 유일하고
단편은 두 권이 검색이 되는데 한 권은 코호 북스에서 출간 되었고 '영미 여성작가 단편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한 권도 비슷하게 '19,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이라는 부제가 붙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문학동네 출간)였다.
내가 놀란 부분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품절이어서 중고 검색을 했을 때였는데, 이럴수가! 판매가가 2만5천원부터 5만원까지 형성되어 있는거다. 품절 도서나 절판 도서가 정가보다 비싼 거야 그러려니 받아들이겠는데, 품절도서 센터에 의뢰도 안되고 e-book 으로도 출간되어 있지 않아서 더 놀란 것이다. 이러면 더 갖고 싶어지는 것이 이 나의 심리랄까....!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너무 비싸다! 너무 비싸다! 포기하자. 빠른 포기가 답이다. 최상의 상태 책 5 만원이면 다른 책 몇 권을 살 수 있는데...
어쨌든 두 권의 단편집에 실린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은 동일하게 <꿈>이었기 때문에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결정을 했다는 거다. 다행히 도서관 두 곳에서 소장을 하고 있어서 곧 방문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