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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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이름조차도 생소한 조라 닐 허스트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정말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한 번 잡으면 멈출 수가 없다. 나름 속도 조절을 해서 읽었지만 작품 전체가 분량이 적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이 책이 1937년에 출간이 되었는데, 흑인이자 여류 작가, 그리고 작품이 다루고 있는 소재가 '사랑'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에서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30년대 백인 우월, 가부장제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흑인 여성이 정치적인 색채가 전혀 없는 책을 출간한 것이라 흑인 남성 작가들에게서도 배척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성향을 띠지 않았다고 해서 작품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재니가 자신 안에 억눌린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곧 정치적인 성향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예해방이 이루어졌지만 백인과 동등한 세상이란 꿈도 꾸지 못할 시대였고, 가부장적인 흑인 남성이자 남편들의 지배욕구와 폭력성이 만연한 사회상이 소설 전편에 녹아있어 읽어가는 내내 가슴 속에서 솟아나는 분노를 가만히 삭여야했다. 정치적인 구호로 도배가 되어야만 정치적인 작품인건가!  그렇지 않다. 그녀 조라 닐 허스턴은 그 시대상을 그냥 가만히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분노하게 만든다. 불합리함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재니가 그것을 떨쳐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기를 소망하게 만든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큼 정치적인 것이 또 있을까. 우리 각자는 모순된 세상에서조차 행복을 추구하려하고 인간성이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기 마련이니까... 재니가 선택한 것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비록 예기치 않은 사고와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불어닥쳐 호수가 범람하면서 불행이 닥쳐오지만, 재니는 꿋꿋이 이겨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통하여 억압적인 삶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던 재니의 삶의 자세는 누구도 비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재니가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당해지는 것이 재니를 사랑했고 허리케인과 미친 개로부터 구해낸 티 케이크가 진정 바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흑... 읽는 내내 달려가듯이 몰아쳐놓고 마지막에 그런 슬픈 결말이라니... 너무 비극적이야..ㅠ.ㅠ 

왜 그런 시련을 주시는 것인지... 재니가 간절히 바라본 신은 끝내 재니와 티 케이크를 외면하고 만다.



  책을 읽다보면 작품에서 물씬 풍기는 독특한 문체가 느껴진다. 그것이 또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허스턴이 민속학자로서 책을 쓸 때 흑인들의 독특한 방언을 작품에 재현해내려고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는 매력있는 소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서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 된 책은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가 유일하고

단편은 두 권이 검색이 되는데 한 권은 코호 북스에서 출간 되었고 '영미 여성작가 단편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한 권도 비슷하게 '19,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이라는 부제가 붙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문학동네 출간)였다.

내가 놀란 부분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품절이어서 중고 검색을 했을 때였는데, 이럴수가! 판매가가 2만5천원부터 5만원까지 형성되어 있는거다. 품절 도서나 절판 도서가 정가보다 비싼 거야 그러려니 받아들이겠는데, 품절도서 센터에 의뢰도 안되고 e-book 으로도 출간되어 있지 않아서 더 놀란 것이다. 이러면 더 갖고 싶어지는 것이 이 나의 심리랄까....!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너무 비싸다! 너무 비싸다! 포기하자.  빠른 포기가 답이다. 최상의 상태 책 5 만원이면 다른 책 몇 권을 살 수 있는데...

어쨌든 두 권의 단편집에 실린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은 동일하게 <꿈>이었기 때문에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결정을 했다는 거다. 다행히 도서관 두 곳에서 소장을 하고 있어서 곧 방문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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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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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 파시스트로 몰린 사건을 바로잡고자하는 의도로 작품을 썼다고 했는데, 왜곡과 날조에 의한 정치적 목적의 배신을 겪으면서도 ˝환멸과 냉소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고, ˝그 경험 전체를 통해 인간의 품위에 대한 나의 믿음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졌다˝는 말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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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04-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조지 오웰이 썼다는 말만 들었는데 직접 읽으셨군요. 근데 저런 일을 겪고도 인류를 향한 환멸에 빠지지 않았다니 대단하네요. ㅠ

은하수 2023-04-20 14:43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전 그래서 이 작가가 점점 흥미로워지네요^^
전투장면도 그렇고 이후에 11장 이후의 내용에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듯한 정치적 설명들도 결국엔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란 것이 믿어지지가 않네요 어찌 그럴수 있는지요.
 

"티 케이크!"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섰다. 그는 헤엄을 치려고 했지만 물을 헤치고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는 암소 한 마리가 사선 방향으로 둑을 향해 천천히 헤엄쳐 오는 것을 보았다. 커다란 몸집의 개가 암소의 어깨 위에 앉아서 덜덜 떨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암소는 재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암소 쪽으로 가서 꼬리를 잡아. 발은 쓰지 말고, 손만으로도 충분해, 좋아. 어서!" - P228

재니는 암소의 꼬리를 잡고 암소의 엉덩이를 따라 물 밖으로 최대한 고개를 내밀었다. 암소는 늘어난 무게로 조금 가라앉았고 잠깐 동안 두려움에 심하게 몸을 움직였다. 암소는 악어가 끌어당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암소는 계속 나아갔다.
개가 일어서서 사자처럼 으르렁댔다. 개는 일어서서 털을 뻣뻣하게 곤두세웠고 근육을 바짝 긴장시킨 채 이를 드러내며 늘어난 짐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티 케이크는 칼을 빼들고 물속에 뛰어들어 수달처럼 물살을 가르며 다가왔다. 개는 재빨리 암소의 등을 타고 공격자를 향해 내려왔고 재니는 비명을 지르며 암소의 꼬리 끝부분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개의 성난 입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있는 거리였다. 개는 그녀에게 돌진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물이 무서운 것 같았다. 티 케이크가 암소의 엉덩이 부근의 물속에서 솟구쳐 나와서 개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나 개는 힘이 셌고 티 케이크는 극도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의도했던 것처럼 한 칼에개를 죽이지 못했다. 그러나 개도 역시 빠져나가질 못했다. 둘은 맞붙어 싸웠고 개는 간신히 티 케이크의 광대뼈 윗부분을 한입 물어뜯었다. 그러나 티 케이크는 개의 숨통을 끊어서 바닥에 가라앉게 만들었다. 

***아! 티 케이크
개에게 물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P228

재니는 개에게 물린 그의 얼굴을 보며 법석을 떨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가 내 얼굴에서 1인치만 더 높은 곳을 붙잡고 눈을 물어뜯었다면 아마 큰일 났을거야. 당신도 알다시피 상점에서 눈을 살 수는 없으니까." 그는 폭풍우가 닥치지 않은 것처럼 둑가에 벌렁 드러누웠다.
 "잠깐 쉬게해줘. 그런 다음 어떻게든 시내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 P229

"있잖아."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와 처음 사귈 때 이런 곳에 오게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것 같아. 그렇지?"
"옛날 옛적에 나는 티 케이크가 나타나리라고는 기대도 하지못한 채 가만히 서서 웃는 체하면서 죽어 있었어. 그러나 당신이 나타났고 나를 바꿔놓았어. 그래서 나는 우리가 함께 지나온 모든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 - P230

네 번째 주가 반쯤 지날 무렵 티케이크는 머리가 아프다며 오후에 일찍 집에 왔다. 심한 두통 때문에 그는 한참 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그는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깼다. 재니는 저녁을 준비했지만 그는 침실에서 식탁으로 와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어?" 재니가 울부짖듯이 말했다.
"나도 그랬다고 생각해." 티 케이크가 매우 조용히 말하며 고개를 떨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 P238

"그렇다면 나가기 전에 마실 물 좀 가져다줘."
재니는 물 한 잔을 떠다가 침대로 가져다주었다. 티 케이크는 그것을 받아서 한 모금 입에 넣었다가 심하게 구역질을 하면서 입안에 있던 것을 모두 토해내고 잔을 바닥에 던졌다. 재니는 깜짝놀랐다.
"무엇 때문에 마시는 물 가지고 그러는 거야, 티 케이크? 당신이 달라고 했잖아."
"물이 좀 이상해. 숨 막혀서 죽을 뻔했어. 어젯밤에도 뭔가가 내몸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려 했다고 당신한테 말했잖아. 당신은 내가 꿈을 꾸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마녀가 당신을 덮쳤는지도 몰라, 여보, 나가서 겨자씨를 구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겠어. 그렇지만 돌아올 때는 반드시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올게."
티 케이크는 그 말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고 재니는 서둘러 나갔다. 이 병이 그녀에게는 폭풍우보다 더 끔찍했다.  - P240

"이걸 매 시간마다 한 알씩 먹여서 그를 진정시키게 재니. 그리고 토하고 숨 넘어가게 발작을 일으킬 때는 그의 곁에 가지 말고."
"발작을 일으킨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 바로 그걸 말씀드리려고 선생님을 따라 나온 거 거였어요."
"재니, 미친개가 자네 남편을 문 게 분명하네. 그 개의 머리를 확인해보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말일세. 그러나 증상이 딱 들어맞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게 아주 안타까워. 그 일이 있고 나서바로 주사만 몇 방 맞았더라면 금세 좋아졌을 텐데."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에요, 선생님?"
"틀림없이 그럴 거야. 그런데 가장 끔찍한 것은 그가 죽기 전에심한 고통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거네."
"선생님, 저는 그를 죽도록 사랑해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그대로 할게요."
"재니, 자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를 묶어놓고 돌볼 수있는 주립병원에 입원시키는 거야."
"그렇지만 그는 병원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자길 돌보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하느님이 아시지만요. 티 케이크를 미친개처럼 묶어놓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요."
"결국은 그렇게 될 거야, 재니.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다른 누군가를 물 확률이 높네. 특히 자네를. 그럼 자네도 그와 같은 처지가 될 거야. 그럼 큰일이지."

***불쌍한 티 케이크, 불쌍한 재니를 어쩌면 좋을까! - P243

세상 그 누구도 티 케이크보다 착하지 않는데도 그들은 그를 미친개 취급할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선생님이 그 약을 가지고 오는 것뿐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집안으로 돌아왔고 사실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그는 침대에 털썩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재니가 난로 옆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그가 이상하게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재니, 왜 나랑은 이제 같은 침대에서 안자는 거야?"
"의사 선생님이 당신 혼자 자라고 했잖아, 티케이크. 의사 선생님이 어제 당신한테 하신 말씀이 기억나지 않는 거야?"
"왜 당신은 나와 함께 침대에서 자지 않고 따로 요를 깔고 자는거야?" 
재니는 그때 그가 늘어뜨린 손에 권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말할 때는 대답을 해!"
"티 케이크, 티 케이크, 여보! 그거 어서 내려놔!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곧바로 당신 옆에 누울게. 어서 다시 누워. 의사 선생님이 새 약을 가지고 바로 오실거야." - P251

불안하지만 재빨리 총구가 재니의 가슴에 겨누어졌다. 그녀는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그가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그는 그저 그녀에게 겁을 주기 위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권총이 찰칵 소리를 내며 한 번 불발되었다. 본능적으로 재니의 손이 몸 뒤의 엽총을 재빨리 꺼냈다.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그에게 겁을 줄 수 있겠지. 의사 선생님이 빨리 오시면 좋을 텐데! 다른 누구라도 와주면 좋을 텐데! 그녀는 신속하게 탄창을 열고 총알을 밀어 넣었다. 두 번째 찰칵 하는 소리에 재니는 티 케이크의 병에 걸린 뇌가 그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 케이크, 그 권총 내려놓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재니가 그에게 고함을 지르자 그가 쥐고 있던 권총이 살짝 흔들렸다. - P252

총을 겨누고 조준하는 그의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몸속에있는 악마는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재니는 그의 앞에 있는 유일한 살아 있는 존재였다.
권총과 엽총이 거의 동시에 소리를 내며 발사되었다. 권총 소리가 엽총의 메아리처럼 들릴 딱 그 정도의 간격을 두고 권총이 엽총 뒤를 따랐다. 티 케이크가 고꾸라졌고 그가 쏜 총알은 재니의 머리 위에 있는 들보에 박혔다. 재니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고 앞으로 뛰어나갔고 그는 그녀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그녀가그의 몸을 부여잡으려는 순간 그가 그녀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그들은 그렇게 뒤엉켜서 쓰러졌다. 재니는 간신히 일어나 앉아 죽은티 케이크의 잇새에서 물린 팔을 빼냈다. - P253

그것은 영원한 시간 속에서 가장 심술궂은 순간이었다. 일 분전만 해도 그녀는 목숨을 위해 싸우는 겁에 질린 인간일 뿐이었다.
지금 그녀는 원래대로 희생하는 사람으로 돌아와서 무릎에 티 케이크의 머리를 뉘어놓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살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는 죽었다. 재니는 그의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울면서사랑의 의식을 치를 기회를 준 그에게 말없이 감사했다. 그가 곧 떠나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꼭 껴안아야 했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야기해야 했다. 그런 다음 바깥의 어둠이 슬프게 내려앉았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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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위력을 가진 허리케인 앞에 무방비로 놓여진 재니, 티케이크, 친구들...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그들의 눈을 어둠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들의 눈은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18

티 케이크와 재니가 글레이즈에서 바하마 일꾼들과 친구가 된후 그들, ‘소‘들은 점차 미국인 무리 속으로 이끌려 들어왔다. 우려했던 것만큼 미국인 친구들이 자기들을 비웃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들은 자기들끼리 숨어서 춤판을 벌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많은 미국인이 점핑 춤을 배웠고 ‘소‘들만큼 그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들은 숙소에서, 대개는 티 케이크의 집 뒤에서 밤마다 춤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티 케이크와 재니가 모닥불 춤판에서 밤 늦게까지 지내는 경우가 잦아지자 티케이크는 재니에게 들에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는 그녀가 집에서 쉬기를 바랐다. - P212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재니는 집에 혼자 있다가 세미놀족(북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종족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남자들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짐을 잔뜩 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여자들이당나귀처럼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글레이즈에서 둘씩 셋씩 짝을 지어 가는 인디언들을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크게무리를 지어 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들은 팜비치 로를 향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 P212

한 시간쯤 후에 또 다른 무리가 같은 쪽을항해 지나갔다. 해가 지기 직전에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재니가 그들에게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물었고 마침내 한 남자가 대답해주었다. 

"높은 곳으로 가고 있소. 참억새가 피었어요.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거요."

그날 밤 모두가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닥불 춤판은 거의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더 많은 인디언이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동쪽을 향해 지나갔다. 그런데도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청명했다. 콩 수확량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인디언들이 틀릴 수 있고 틀림없이 틀렸다. 콩을 따면서 하루에 7,8달러를 벌고 있는 마당에 태풍이 올 리가 없었다. 어쨌든 인디언들은 멍청하고 항상 멍청했다.
스튜 비프가 춤판에서 북으로 역동적이고 미묘한 장단을 만들어내고 춤으로 힘차고 조각 같은 기묘한 동작을 보여주는 또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 날에는 지나가는 인디언들이 하나도 없었다. 뜨겁고 무더운 날이었고 재니는 들에서 나와서 집으로 갔다.
- P213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아침이 왔다. 아주 작은, 아기 숨결 같은 살랑거리는 바람까지도 바람이란 바람은 모두 대지를 떠났다. 태양이 빛을 발하기 전, 흐릿한 낮은 인간을 바라보면서 이 수풀에서저 수풀로 기어가고 있었다. 
토끼 몇 마리가 숙소를 지나 동쪽으로 서둘러 갔다. 주머니 쥐 몇 마리가 살금살금 지나갔고 그들의 경로는 분명했다. 한 번에 한두 마리가 지나가더니 나중에는 더 많이 지나갔다.  - P213

한 바하마 청년이 티 케이크의 집 앞에 차를 멈추고 소리쳤다.
티 케이크가 집 안을 향해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안녕, 티 케이크."
"안녕, 리아스, 너도 떠나는구나."
"그래요. 당신과 재니도 가고 싶어요? 우리 차에 자리가 하나 남았는데 당신 두 사람에게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먼저 알아보고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요."
"정말 고마워, 리아스, 그렇지만 우리는 남아 있기로 결정했어."
"인디언들이 떠났어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농장주가 떠난 건 못 봤잖아, 그렇지? 아무튼 지금은 괜찮아. 어쨌든 습지에서는 돈벌이가 너무 잘되고 있어. 내일이면 다시 날이 좋아질 거야. 내가 너라면 안 떠날거야."
"삼촌이 날 데리러 오셨어요. 삼촌 말씀으로는 팜비치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효 중이래요. 거기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어쨌든, 이곳 습지는 너무 낮아서 저 큰 호수가 터질지 몰라요." - P214

얼마 후 누군가 밖을 보고 말했다.
 "바깥 날씨가 전혀 개질 않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모터 보트와 티 케이크는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 중인 그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그날 밤 언제부터인지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스튜 비프가손가락으로 북 가장자리를 두드릴 때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날카로우면서도 짧게 덜커덕거리는 소리를 심하게 냈다.  - P217

아침 무렵이 되자 천사 가브리엘이 북 한가운데를 두드려서 내는 것처럼 깊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재니가 문밖을 내다보았을 때는 서쪽 하늘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안개 덩어리가-하늘의 그 구름 밭이 -천둥으로 무장하고는 세상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천둥과 구름은 더 요란하고 더 높게, 더 낮고 더 넓게 퍼져나가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짙어졌다. - P218

 서민들은 저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판단을 맡겼다.성들이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오두막집들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그들은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젖은 침대에서 몸을 떨며 주님이 하시는 대로 기다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떻게든 아침까지는 사태를 중지해놓으실 것이다. 원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낮에는 희망을 갖기가 무척 쉽다. 그러나 밤이었고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밤이 양손에 둥근 온세상을 들고서 무(無)를 넘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 P218

비명을 지르는 바람 사이로 그들은 물건들이 부서지고 믿을 수없는 속도로 내던져지고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때는 자기고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공포에 사로잡힌 새끼 토끼 한 마리가 마룻바닥의 구멍으로 꿈틀거리며 나와서 벽 그늘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저만치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그들과 둑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 호수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잠시 바람이 잦아지자 티케이크가 재니를 만지며 말했다. 
"지금 이런 것에서 벗어나 그 큰 집에 그대로 눌러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당신이 후회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아니."
"아니야?"
"그럼, 아니야. 사람들은 어디에 있건 다 자기 때가 되어야 죽는법이야. 폭풍우 속에 남편과 함께 있잖아. 그럼 된 거야."
"고마워, 여보. 그렇지만 지금 죽는다고 한번 생각해봐. 그래도당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나한테 화가 안 나?"
"아니. 우리는 이 년을 함께 보냈어. 새벽에 해가 뜨는 걸 볼 수있다면 저녁 어스름에 죽는다고 그게 무슨 대수겠어? 아침에 해를구경도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어둠 속을 더듬고 있을 때 하나님이 문을 열어 주셨어." - P220

그는 바닥으로 내려와서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렇다면 재니, 당신은 진심을 말하는 게 아닐 거야. 나는 당신이 나한테 그렇게 만족하고 있는 줄 전혀 몰랐으니까. 내 생각에는......."
- P220

바람이 세 배나 거세게 불어닥쳐서 마지막에는 불을 꺼버렸다.
그들은 다른 오두막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앉아서 눈으로는 투박한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영혼으로는 신에게 묻고 있었다. 신이 지금 자기 힘과 그들의 미약한 힘을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들의 눈은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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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0페이지 넘겼다. 마지막 장이긴한데 개정판에서 일본이 추가 되어 고민중. 읽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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