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18년 현암사 초판본.. 나름 역사와 전통의 출판사란건 난 알고 있다. 책 표지는 신경 쓴게 확실한데 비해 책 편집은 별로다.

2018년 당시에도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한 가장 지적인 여행‘이란 부제목에 혹해 구입해 두었을 거다. 어마어마한 책 정리에서도 살아남았다. 작가의 힘이라기보단 버지니아 울프^^

1 주일간 버지니아 울프를 느끼며 우즈강 도보여행이라니 꽤 낭만적이다. 물론 여행을 떠날 당시 작가의 사정은 낭만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이의 글을 읽는 나는 낭만적으로 느끼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과 함께한 섬진강 여행‘ 부제가 붙었다면? ... 그런 책이라면 읽는 내내 대부분의 지명이나 분위기, 풍경, 지형 등등이 모두 너무도 쉽게 파악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백악질 지형의 우즈강 주변은 지명도 지형도 풍경도 전혀 모르겠다.
우즈강 주변 사진이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달랑 불친절한 지도 한장.

그럼에도 책을 읽는 재미는 꽤 크다. 작가의 글에 집중해달란 의미로 해석해봤다. 아무튼, 글에 집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라니... 이 책 읽고 다른 책도 찾아 읽겠지 싶은 생각이 딱 든다.



도입이 되는 1장부터 7일간 여행의 여정을 기록한 8장까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금은 ‘2장 근원을 찾아서‘로 우즈강의 근원으로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마지막 작품 《막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걸린다.

《막간》이 집필된 시기는 세상이 크게 달라지기 전, 즉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큰 변화가 닥치리라는 것을 버지니아는 예상했지만 살아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79)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941년 3월28일 우즈강에 투신했고 책은 7월에 출간이 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는 저 번역은 잘못된거 아닌지... 작가의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초보적이라...
겨우 2장까지 아직 초반인데 오탈자도 많고 기본적인 번역 오류도 잡아내지 못했다니 조금 실망. 자꾸 거슬린다.
그래도 표지는 너무 예뻐 맘에 쏙! 역시 표지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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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자취를 따라 우즈강을 도보로 여행하다니... 넘 좋겠다!
이런 혼자만의 여행이 너무 고프다.






봄이 여름에게 자리를 내주던 무렵이었다. 나는 하지쯤에 맞춰 브라이턴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연중 낮이 가장 길다는 때에 전해오는 미신으로는 하지가 되면 여러 세계 사이의 벽이 점점 얇아진다는데, 나는 어쩐지 이 미신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고 보면 셰익스피어가 하지 축제 Midsummer day 전날 밤을 뒤죽박죽 소동 이야기‘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도 그저 우연의 일치는아니다. 잉글랜드는 6월이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 떠나기 며칠 전 나는 꽃이 만발한 들판으로 나가 시원하고 아늑한 강물 속으로 들어가고픈 열망에 들떠 돌아버리기 직전이었다. - P29

전날 밤에 나는 육지 측량부 지도 
Ordnance Survey Map 세 장을 바닥에 펼쳐 놓고, 구상해둔 이동 경로를 볼펜으로 쓱쓱 그어가면서 최대한 물가 가까이에서 걸을 수 있는 보도와 오솔길을 쭉 이어봤다. 하지만 공식 산책로인 우즈 웨이 Ouse Way는 초반부 경로가 그야말로 물을 겁내듯이 짜여 있는 탓에 아무리 이탈해서 간다 해도 첫 삼 일은 물이라곤 어렴풋하게 밖에 못 볼 듯했다.

강둑 지대가 무단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돼 있었고 우즈강이 휘감고 있는 대부분의 땅은 사유지라 철조망과 출입금지 표지판으로 예나 지금이나 길이 막혀 있었다. - P34

나는 몇 달 동안 여러 지도로 하이 월드High Weald의 이 구역을살펴보며, 울타리 사이로 이리저리 얽히면서 동쪽으로 뻗어나가 굽이진 개울물로 합쳐지는 파란색 선들을 눈으로 좋았다. 덕분에 물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어디쯤일지 확신하고 있었지만미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여름철에 급격히 왕성해지는 생명력이었다. 들판 언저리에 보이는 산사나무 울타리 옆으로 개울물이 흐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 자리에는독을 품은 하얀 산형화를 피운 독미나리와 쐐기풀이 허리높이까지 자라나 벽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물이 흐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물먹는 귀신 같은 풀이 수분을 빨아 먹어서 도랑이메말라 있는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 P36

나는 잠시 근방을 서성이며 망설였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라 지나다니는 차가 별로 없었다. 이스트랜즈 농장 쪽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지 않는 한 불법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강의 발원지로 표기된 곳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킬 염려는 없었다. 나는에라 모르겠다는 심산으로 울타리 밑으로 기어서 들어갔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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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물에 사로잡힌다. 내가 기질적으로 너무 메말랐거나 뼛속 깊이 잉글랜드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약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까운 곳에 강이 없으면 온전한 안정을 느끼지 못한다. 폴란드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 Czestaw Milosz 의 시구 "우리는 상심에 빠지면 자주 강가를 찾는다"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예전부터 아플 때나 건강할때, 슬프고 쓸쓸할 때나 기쁠 때 자꾸만 강으로 발길이 향하곤 했다. - P19

처음 우즈 Ouse 강에 간 것은 10년 전 6월의 어느 저녁이었다.
이제는 오래전 추억이 된 남자친구와 함께였다. 우리는 브라이턴에서 내 차를 몰고 가서 바컴 밀스Barcombe Mills 지역의 한 들판에다 차를 세워 두고 물길을 거슬러 북쪽으로 강변을 따라 걸었다. - P19

그해 봄에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푹 빠져있었다. 물 그리고 물이 던져 주는 상징에 심취한 면에서 서로 통하는 듯한 동질감이 느껴져서였다. 오랫동안 버지니아 울프는 침울한 작가, 핏기 없는 안색의 신경쇠약증 환자, 아니면 앙칼지고 거만한 여자, 블룸즈버리의 답답한 잡담 모임의 원로로서 각인되었다. 내 생각에 그런 식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읽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울프의 일기는 유머와 자연을 향한 전염성 강한 애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 P26

버지니아는 풍경을 대하는 감수성이 대단히 풍부했고, 그 영향으로 그녀의 작품에는 이곳의 백악질 계곡에 대한 인상이 충만히 배어 있다. 버지니아는 혼자, 그리고 별일 없는 한 매일같이 산책을 나섰는데, 이런 산책을 자신의 글쓰기에서 꼭 필요한 부분으로 여겼던 듯하다. 실제로 아샴Asham에서 신경쇠약을 앓던 중 과도한 자극을 받을 소지가 있어 산책도 글쓰기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열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 P27

퍼를Firle 숲을 거닐며 머릿속을 감미로운 라벤더 향으로 그득 채워서 내일 일을 위해 정신을 온전하고 차분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텐데. 모든 것을 속속들이 감지하면 금세 장갑처럼 꼭 맞는 문구가 떠오를 테고, 그런 다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먼지 이는 길을 달리면 이야기가 술술 풀릴 것이다. 해가 져서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시를 좀 쓰고 싶다. "육신이 녹아내려" 붉고 하얀 꽃으로 피어나는 듯한 기분에 젖어 친숙하면서도 생생한 시를 쓰고 싶다.

‘육신이 녹아내려‘라는 문구는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표현이다. 버지니아는 글쓰기의 과정, 즉 자신이 활개를 펼칠 수 있 는꿈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할 때 물에 관한 표현을 즐겨 썼다. 
물로 뛰어들기, 물속에 잠기기, 가라앉기, 잠수하기 등에 비유하는 식이었다. 깊숙이 잠기고픈 열망이 내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끌린 지점이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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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성 피아니스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낳은 후손 _ 클라라 슈만,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다_거다 러너,
강간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여성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_ 수전 브라운 밀러,
공공의 선을 위해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_ 마사 누스바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거야 _ 록산 게이

소제목만 읽어도 세상에 맞설 명제들이 그득하다. 여성에게만 완벽함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도 정말 신물이 난다. 지들이나 잘하라지!
가진 권력을 휘두를 줄이나 알지
요즘 매사 왜 이리 부정적이기만 한건지..
누구 얼굴 나올까봐 뉴스도 못보겠다.
매사에 감사하는 페미니스트가 되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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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시리즈는 하반기에 읽으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시작해 버렸다.
근데 너무 술술 잘 읽힌다.
그럼 프루스트 잃.시.찾은 어쩌지?
상반기에 집중해서 읽으려고 했던건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시작했으니 한 권은 읽고 보자!



안개 속의 전사들
‘북동해‘ 의 거친 바다 위로 천 길이나 머리를 쳐든 외봉우리산이 곤트 섬이다. 이곳은 마법사로 이름난 땅이었다. 섬의 높은 지대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나 좁고 그늘진 만들 안에 자리잡은 항구로부터 많은 곤트 인들이 군도의 영주들에게 나아가 그들이 다스리는 도시에서 마법사와 현자로 봉사했으며, 모험을 찾아 마법을 쓰며 어스시의 이 섬 저 섬을 누비기도 했다. 

이들 중 제일가는 마법사라고들 하는 사람은 항해자로서는 단연 으뜸이었는데 바로 ‘새매‘라고 불린 사람이다. 살아생전 용주(龍)가 되고 대현자까지 되었던 새매의 생애를 읊은노래는 [게드의 위업]을 비롯하여 많고도 많다.  - P9

그날 밤엔 오 섬의 영주가 손님으로 학교에 찾아와 있었다.
영주는 본인이 유명한 마술사로서 대현자의 제자였기에 겨울축제나 여름철의 ‘긴 춤‘ 때면 로크 섬으로 돌아오곤 했다. 

영주는 부인을 대동하고 있었다. 날씬하고 젊으며 새 동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로, 새카만 머리에 오팔 장식을 둘렀다. 

대학당 회당에 여자가 앉는 일이란 거의 없었기에 나이든 대마법사들 몇은 못마땅한 눈으로 곁눈질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모두 열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런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능력이 미치는 대로 재주를 보여 줄 텐데………."
들콩이 그렇게 말하고서 한숨 섞인 웃음을 짓기에 게드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냥 여자잖아." - P85

진짜 사물을 나타나게 하거나 살아 있는 사람을 부르는 것,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기원하는 주문들은 소환사의 기술과 힘 중에서도 최고의 것들이었다. 그는 좀처럼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한 번인가두 번 게드는 그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끄집어내 보려고 했지만, 소환사는 그때마다 입을 다물고 게드가 마음이 불편해져 아무 말도 못할 때까지 오랫동안 무섭게 쳐다보았다. - P91

아닌 게 아니라 가끔 소환사가 가르쳐 준 별것 아닌 주문들조차도 거북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거기엔 두 권의 전승책 어느 쪽인가에서 본 룬들이 있었다. 정확히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는 기억할 수 없어도 눈에 익은 룬이었다. 소환 주문을 욀 때 꼭 들어가야 할 구절들 중엔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어두운 방의 그림자가 닫힌 문과 문 옆 구석에서 그를 향해 뻗쳐 오던 그림자가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게드는 얼른 그런 생각들을 제쳐 버리고 계속해 나갔다. 그런 공포와 어둠의 순간들은 단지 자신의 무지가 드리운 그림자일 뿐이라고 게드는 스스로를 달랬다. 더 많이 배우면 두려움은 누그러지리라. 마침내 마법사로서 힘이 충만해지면 이 세상 무엇도,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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