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 아들 주말에 왔다 갔다. 바람이 휩쓸고 간듯 정신 없었던 주말.. 담주 생일인 딸램 미리 파티하고 미역국도 끓여먹고 맛있는 숯불 갈매기살 먹고 뮤지컬 관람하러 세종 문화회관까지 다녀왔다. 주말이 너무 가열찼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경부가 다행히 안밀려서 금방 다녀왔다. 2014년엔 엄마가 예매해서 딸램과 보고 2023년엔 딸램이 예매해서 엄마랑 보고...
<캣츠> 오리지널 공연팀 내한이래서 -30주년이랬나 40주년 기념이랬나 모르겠네- 잘 보고 왔다. 다시 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 마지막엔 그리자벨라의 메인 넘버 ‘Memory‘ 들으며 감동의 눈물 살짝 ~~~~!

제발 연애라도(?) 좀 하랬더니 다음 주 진짜 생일날은 남친과 보낸대서... 뭔가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뭐라고 해야하나
감이 안온다.

작가도 연애중이신데... 진짜 연애를 하신건가 하는 의심이 드는건 왜일까? 신선하고 평범하지 않은 연애 스토리이긴한데 자꾸 읽으면서 긴가민가 의심이 드네... 작가님 연애 스토리인지 아닌지 모르는데도 작가님한테서도 우리 딸 연애사 듣는 것처럼 섭섭, 서운, 다행인 이런 마음이 드는건 대체 왜일까? ^^


그렇다고 내가 무슨 큰 기대를 하고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 성향과 기질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누굴 만나든 자길 드러낼 수 밖엔 없고, 그래서 수많은 커플이 깨졌다간 다시 만나는 일을 반복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다르겠지, 이 사람만큼은 아니겠지 하면서. 그래서 나는 그 말을 하면서도 큰 기대는 없이 그저 또 시작인 것인가,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 왔겠구나 하며 여태 늘 그래 왔이사던 대로 관계가 되풀이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놀랍게도 그때부터 내게 뭘 해라 하지 마라를 하지 않았다. - P239

단지 그거였다. 마치 그 단 한 번의 노로 나에 대한 파악을 끝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은 그 뒤로 데이트를 할때 내 옷차림을 평가하지도 않았고, 자동차에 새로 살때 붙어 있던 비닐을 왜 여태 안 떼느냐 타박하지도 않았고, 내 언어 습관에 대해서도 어지간한 것은 지적하지 않았다. - P239

단지 그거였다. 상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물론 뭐 소그로야 어떤지 그것까지는 내가 알 수 없었지만.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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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유머와 함께 돌아온 이석원.
이젠 정말 가수보다 작가로만 불러야 하는구나
제목은 그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그래서 더 반갑다.

희안하고 재미있는 데이트 방법이네
야구 중계를 각자의 집에서 보는데 전화 연결된 상태에서 대화하듯 자기일 하면서 하는 데이트란다. 특이하고 재미있을 거 같다. ~~









아뇨, 야구장 말고 그냥 중계방송 같이보자고요.

아니, 세상에, 이것은 야구장에 가는 것보다 몇 배는더 친밀한 이벤트가 아닌가? 중계를 같이 보려면 누군가의 집엘 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난 처음에 너무 - P166

진도가 이른 것은 아닌가, 근데 우리집엘 오겠다고 하면 어쩌지 하면서 혼자 오만 수선을 떨고 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의 제안은 이랬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서로 전화 연결이 된 상태로 티브이에서 하는 야구 중계방송을 틀어 놓고 같이 보자는 것이었다.
음.....…? - P167

알다시피 축구와 달리 야구는 주 6일 동안 거진 매일경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자주 그런 식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누군가와 뭔가를 매일 같이한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자기영역이 침범받지 않는 각자의 자유가 허용되는 느낌이 뭔지를 한 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던 나는, 너무도일상적이고도 잔잔한,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파고가우리 사이에 이는 느낌에 놀라고 말았다. - P172

누굴 한번 만나려면 거의 일주일, 특별한 날이면 무려한 달 전부터 어디서 만나서 무얼 먹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거의 콘서트 준비하듯이 하며 살아온내게, 대체 이렇게 각자의 자유가 허용되는 일상적이고도 나른한 데이트라는 건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게 진짜 데이트가 맞는지여전히 헷갈리는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고 할까?
- P172

그 뒤로 나는 점점 더 자주,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매일 야구 경기가 시작되는 저녁 여섯 시 반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고, 비가 와서 경기가 연기되는 날이나 경기가 아예 없는 월요일을 점점 더 미워하게 되었다. - P173

혹시 침묵이 어색하세요?

나는 지금도 열심히 그 침묵의 순간을 메우려 사력을다하던 내게 그 사람이 그 말을 건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행여 둘 사이에 ‘마‘라도 낄까 분주히 검색까지해 가며 노력하던 내게, 그 사람의 그 한마디는 순식간에 나를 진정시키는 일종의 진정제이자 다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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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사회가 아니라고? 사적 영역?
내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사회가 바로 ‘가정‘이다.
문제만 발생하면 가정탓, 어머니탓 하면서 ...

가정은 사회가 아니라는 사람들에 맞서 우리 아이들, 특히 아들들 정말 제대로 교육시켜서 내보내야겠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 챙기고 집안 대소사 다 챙기고 정말 쉴틈없이, 5시간 정도 자는 시간 외엔 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소화불량과 역류성 식도염 달고 살았다.

가정도 사회다.
모든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만큼 적은 성원의 집단이지만 그 중요성은 여느 사회와 다르지 않다.


 자신을 ‘진보인사‘로 정의하면서 남성 중심적 계급 정치의 이름으로 여성이 경험하는 억압은 
"시시"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운동가를 
"역겹다"고 하는 것은 무식을 넘어 지극히 우파적이다. 즉, 이러한 사고는 기층 계급의 여성운동을 무시하고 성역할 모델을 중산층에 한정한, 그야말로 부르주아적, 몰계급적 발상이다. 극소수의 여성들만이 중산층 전업 주부로 집안에서 일한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여성들은 가사 노동과 임금노동 두 영역에서 남성보다 두 배로 일한다.

*앞서 한 진보적 언론인이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 없는 중산층 여성들의 페미니즘은 역겹다."라고 한데서 비롯된 글이다.
그럼 배부르고 등 따수운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남자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겠네!
좋겠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 고뇌도 없을테고
그야말로 배부른 돼지하면 되겠다. 세상 좋은 팔자? - P133

여성주의는 ‘일차적인‘(우선적인) 사회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성별 억압을 전제하지 않은 계급 억압은 없으며, 계급 차별 없는 성차별도 있을 수 없다. 인간의 모든 사회적 억압은 여러 모순이 중첩·교직된 것이며 각 개인이 겪는 고통은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다.
 여성이 독자적인 개인·시민 인간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구조상 ‘중산층 부르주아 여성‘이 있기나 한지도 의문이다. 여성의 계급성은 그녀 자신이 가진 물적 기반에 의해 정해지기보다는, 여성이 맺는 가족 관계, 즉 (‘여성을 소유한‘)남편이나 아버지의 계급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134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베티 프리단도 ‘매맞는 아내였다.
그녀는 여성운동 집회에 나가 연설할 때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남편이 때린 얼굴의 푸른 멍을 짙은 화장으로 가려야 했다. 얼마 전 여성 연예인의 가정폭력 피해 사건이 충격을 준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도 남편에게 10~20여년동안 구타당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가정폭력은 계급 문제로 인한 억압이 아니라 성별 권력 관계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 여성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남편이 더 큰 피해자라는 황당한,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바로 여성에게는 다른 어떤 사회적 권력보다도 성별 권력이 더 압도적으로 작용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경실 씨도 생각난다. ㅠㅠ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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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3-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한 말씀이에요. 가정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하지요.
정희진님의 책 읽으시는군요.
저도 언젠가 읽으려는 책입니다.
3월도 힘차게 화이팅 하세요. 은하수님.^^

은하수 2023-03-03 16:47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께서도 힘차게~~~3월도 잘 읽고 잘 쓰는 달 되시길 바랍니다~~^^
정희진 님 책 읽다보면 맞아 맞아 나만 이런 샛각하는게 아녔군 하면서 맞장구 치게 돼요
연대의 힘을 느껴요^^
 

정말 그랬구나! 공주는 여성을 대변하는 여성도 아니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민도 아녔네. ‘박정희의 화신‘으로만 존재했었구나!

‘대통령 박근혜‘는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근대 민주주의의 성과가 아니라 신분 사회의 부활이다.˝(100면)

명쾌하다!
그런데 어제 3.1절 기념사 듣고 이 공주보다 더한 화신이 굥OO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계속 들었다.
우리 엄마가 이 소리 들으시면 기겁하겠는걸!

난 엄마에게 공주 대접 한 번 받아본적도 없는걸 뭐. 내 생각 가는대로 할테다!
내 사랑 우리집 공주는 지극히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자 여성이다. 내일 우리 공주가 생일을 맞으사 엄마에게 얼굴도 보여 주러 온대고 저를 임신하고 열 달 내내 입덧하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해 뮤지컬 예매도 해놨단다... ㅋㅋㅋ


5. 여성 정치인 시대?
나는 "여성 정치인 시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질문하고 싶다. 왜 이들의 공통점을 여성이라고 생각할까? 남성 정치인은 지역, 정치적 입장, 경력, 학연 등으로 분류되는데 왜 여성은 성별이 유일한 기준이 될까. 나는 ‘여성 정치인 시대의 의미보다 이 점이 더 궁금하다. 이는 성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보통 영화감독은작품으로 평가되는데 감독이 여성, 계급적 비주류, 동성애자일 경우 작품보다 감독 개인에게 관심이 쏠린다. 나 역시 책을 출간하면 내용보다 "여성 혹은 소수자가 썼다."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서평이 많았고,
그러한 관점의 취재 요청도 많이 받았다. - P96

 고학력, 중산층, 어느 정도 고귀한(?) 여성성, 우리 사회의 주요 네트워크 출신이 아닌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출신 등 성별 이외의 범주로 분류된다. 중산층 여성만을 규범적 여성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 이 개념은 계급 차별적 의식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 P97

6. 공주는 여성일까?
공주의 진로는 두 가지다. 아버지가 강대국의 왕이라면 정략 결혼을 하거나 힐튼가의 상속녀처럼 현대판 공주로 산다. 약소국일 경우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영화 <뮬란>처럼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거나 구국의 명분으로 복위하거나 박근혜, 그녀는 어디에 해당할까.

박근혜 후보는 여성이 아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가 ‘2‘라는 사실 외에는 여성과 가장 거리가 먼 여성이다. 그녀는 여성도 국민도 대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몸은 ‘아버지 박정희‘를 매개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화신(化)‘이다. 이는 시비나 호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중요한 사실일 뿐이다.

세습에 대한 세간의 혐오는 북한에만 해당하는 듯하다. 재벌 세습이나 부녀 간 세습에는 관대하거나 심지어 부러워한다. ‘아버지의 딸‘
은 남녀 모두가 욕망하는 가부장제의 아이콘이다. 부자 간 세습은 아들의 자질과 무관하게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딸은 가문을 재건하고 부패, 추문, 잔학성, 과대망상 같은 아버지의 남근성을 희석한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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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3-0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여전히
반인반신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하더
라구요.

그리고 그의 딸은 공주님이라고...

순간, 아직도 왕조시대를 사나 싶
었습니다.

삼일절 기념사를 듣고는 자학개그
가 떠올랐구요. 아이참.

그런 논리라면 우크라이나가 병신
인 거죠, 나라를 튼튼하게 못 지켜
서 러시아에게 침략이나 당하고.

은하수 2023-03-03 10:32   좋아요 1 | URL
이상한 논리들이 논리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현실이 문젠건지 아직도 그 시대 망령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람이 문젠건지... 대통령 하려면 벗어나면 안되는 거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
아니 계속 그 상태로 살겠죠 저 아래 저들만의 공화국에서요
침략은 우리도 당했는데...ㅠㅠ
우리 민족은 왜 침략하지 않는 민족이었을까 그걸 한탄해야 하나 싶네요
 

그는 자기가 대한민국 서울 도봉구에 찾아온 첫 번째외계인이라고 했다. 당신이 첫 번째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물었더니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무성의 존재였으며 지구에는 그의 인종을 분류할 체계가 없었다. 그의 피부는 엷은 푸른빛을 띠었으며 눈의 검은 동자가 다소 컸을 뿐, 다른 부분은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는 내게 말하길 ‘너는 앞으로 백일 동안 나에게 하루 한 편씩 지구의 영화를골라서 권해 줘야 한다. 만약 영화가 내 마음에 들지않으면 처음엔 경고로 네가 사는 도봉구를 파괴할 것이며 그래도 답이 안 보이면 전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했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왜 그래야 하냐고 따졌더니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아까 얘기하지 않았냐며도리어 짜증을 내는 게 아닌가.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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