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희망의 발견

《런던에서 열린 사회주의자들의 국제 모임에 참석하고 난 뒤 쓴 이 글을 통해, 최근 좌파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비관주의에 대해 생각해 봤다.》

어느 날 상부(고문을 당해도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으련다)에서 이런 지시가 내려왔다. "힘을 북돋아 줄 만한 글을 쓸 것."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의힘을 북돋아 주십시오" 하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이 점잖은 표현에서 뭔가 절망감을 감지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을 좀 해야겠다.
진보적 · 급진적 운동을 위해 글을 쓰는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특기가 있다. 침울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유머러스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있다. 개중에는 동료 좌파 작가를 조롱하는 데 열중인 사람도 있다. 이번달 호에는 서두에서 사람들의 힘을 북돋아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결국 내가 선택된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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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 이윤엽 이야기 판화 그림책
이윤엽 지음 / 서유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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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엽의 이야기 판화 그림책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의 마지막 Chapter 3은 '기억하는 마음'이다.

Chapter1의 '신기한 일', Chapter 2의 '이런 꽃 저런 꽃'은 동시 작자의 주변 인물이나 정경, 풍경, 동물, 마을 사람들이었다면 Chapter 3의 '기억하는 마음'은 그 영역이 좀 더 확대되었다. 가족과 이웃, 주변 식물, 사물에서 기억하고 싶은, 그리고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로 확장되었는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작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만 생각하고 슬슬 읽던 마음이었다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모두 잊어서는 안된다고 조용조용히 하지만 간절하게 말하는 것 같다. 



우는 사람


어떤 사람이 울어.

어떤 사람이 울면

나는 슬퍼.


나는 괜찮은데

어떤 사람들이 울면

어떤 사람들이 슬프면

나도 슬퍼져.

나도 눈물이 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슬프면 같이 슬퍼져.

(138면)



  연탄 배달이 안되는 좁은 길 끝에 살아서 개울을 건너 몇 번이고 연탄을 날라와야 하는 김씨 아저씨, 그 아저씨 예쁘게 사진을 찍어 주고 싶어 꽃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꽃만 환하게 나왔다는데 "꽃보다 더 환한 아저씨인데"라고 말한다. 올빼미도 아닌데 밤에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 밤에 일하면 온종일 몽롱하고 밥맛도 없고 비실비실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고 그래서 사람은 사람처럼 살아야 하고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살아야 한다고... (밤에 일하러 가는 사람). 군인들이 기지를 만들기 위해 흙을 덮는 바람에 쫓겨난 대추리 사람들과 솔부엉이(황새울).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시(기타 만드는 공장)는 우리 사회 흔한 이야기인가 사실은 아니겠지 싶어 검색해보니 콜트.콜텍이라는 기타 만드는 공장이 실제로 있었고, 공장 지붕 위에서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기사를 비롯해서 줄줄이 검색된다. 30 년을 몸 바쳐 일했던 회사가 주말을 보내고 출근해보니 공장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이것도 기가 막힐 일인데 곧 이은 해고조치에 맞서 노동자들은 등촌동 본사에서 또 한강 망원동 지구에서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지만 부당해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경영상 필요한 조치였고, 공장폐쇄도 정당하다는 것뿐이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젊은 사무직원들의 폭언, 폭력도 견디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바쳤던 열정을 알아 달라"고, 그리고 "다시 콜트.쿨텍의 국내공장을 정상화시켜 해고를 철회하고 복직히켜 달라"고.((투테이 신문, 2014. 05.21, 이경은 기자의 글 발췌)


  농민 백남기(좋은 사람), 한진 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85호 크레인)을 다룬 사건들은 워낙 많이 회자되는 기사들이었기 때문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이들도 다 기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잊으면 안되는데 우리는 어느 순간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던 사건들도 다 잊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느닷없이 새로운 사건이 다시 등장하고 사라지고 또 등장하면서 우리는 다시 잊으며 살아간다. 잊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다시 기억하려고 애써보자. 애써야 한다. 책을 읽으며 다시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상하게 저절로


사람들이 슬퍼하면

저절로 슬퍼져.

사람들이 엉엉 우는 걸 텔레비전에서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나와.

모르는 사람이고

아주 멀리 있는 사람들인데도

사람들이 슬퍼하는 걸 보면

이상하게 저절로 슬퍼져.

내가 이상한 거야?

(172면)



  너 그렇게 생각없이 슬슬 읽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이지? ㅎㅎㅎㅎ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는 것 같다. 

봄비가 내 방 앞 데크에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기분 좋았는데 Chapter 3 첫 시부터 슬슬 시동 걸다가 점진적으로 강해진 주먹에 맞은 기분이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쉽게 잊는거냐고, 멀리 있는 사람일지라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라도 슬퍼하지만 말고 기억하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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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품의 전달 과정
문자의 전파 과정은 두 가지의 대조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청사진 복사‘라고 하는 방법인데 영어알파벳이 대표적이다. 세부적인 청사진을 구해 그대로 복사하거나 변형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마알파벳은 오랜 기간에 걸친 청사진 복사의 최종 산물이라고 한다.
또 다른 과정은 ‘아이디어 확산‘이다. 이것은 글자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내용은 새로 발명하여 문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 세종대왕께서 하신 일이 이것이다!






-외부의 영향을 받고 아이디어 확산으로 고안된 문자 체계들

오랜 옛날에도 아이디어 확산으로 만들어진 문자 체계가 많았다. 시쿼야 사례는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1446년 한국의 세종대왕이 한국어를 위해 고안한 한글 자모는 중국 글자의 네모꼴 모양과티베트 승려들의 문자 또는 몽골문자의 알파벳 원리에서 자극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물론이고 한글 - P326

자모에만 있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도 새로 발명했다. 예를 들면 몇 개의 자음과 모음을 네모 칸 속에 묶어 음절을 만들고 소리가 서로 관련되어 있는 자음이나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는 그 형태도 서로 관련되도록 만들었다. 또 자음글자들의 형태는 각각 그 자음을 발음할 때 나타나는 혀나 입술 모양을 본떴다. - P327

한글과 오검 알파벳은 고립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발명되지 않고 아이디어 확산으로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두 사회 모두 문자를 소유한 사회와 밀접하게 접촉했으며 외부의 어떤 문자에서 자극을 받았는지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수메르의 설형문자와 최초의 중앙아메리카 문자는 독립적으로 발명된 것이 확실하다. 이들 문자가 처음 나타나던 시기에는 동서 어느 반구에도 자극을 줄 만한 다른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327

그림 12-5 한국의 문자 체계 한글

산 유 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 소 월

뛰어난 문자 체계인 한글로 쓰인 한국 시인 김소월의 시 <산유화>다.

*우리나라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인쇄하려면 힘들겠다.
활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이...ㅎ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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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신성한 물건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읽는 어머니의 모습을 봐 왔죠. 어머니는바쁜 와중에도 읽을 시간을 냈어요. 가게의 벨소리에 읽기를 멈춰야 할 때면 마른행주나 다림질거리 밑에 책, 신문을 감추셨어요. 아마도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저녁에는 침대에서 조금 독서를 하셨지만 아버지가 불빛 때문에 불평을 하셨죠.
어머니의 독서 욕구는 매우 폭이 넓었는데, 무엇보다 작품들의 가치 차이를 모르셨기 때문이에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도 모르셨고요. 좋거나 혹은 싫거나, 그게 다였죠.  - P57

물론 그것만은 아니죠. 독서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과 무심함 -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려 했어요 - 에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저는 남자의 자리』에서 언젠가 아버지가 책이 너에게는 유익한 것이지만, 내가 사는 데 필요하지는 않아"라고 말씀하셨다는이야기를 썼죠. 그것은 저를 거부하는 문장이었고, 아버지와 저 사이에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격차가 있음을나타내는 문장이었어요.  - P61

 그것이죠. 어느 순간 부모와 자기 자신 사이에 혹은 어떤 때는 형제자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문화적인 격차 커다란 고독과 고통의 영역의 어떤 것. 저는 그것을 16, 17살에 경험했어요. 아버지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겪었을 수도 있다는생각은 하지 못했죠. 어쩌면 아버지는 제가 공부를 오래 하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몰라요. 부모님과 문화적으로 분리된 자식들의 고통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더 교육받는 것, 그러므로 더 행복해지는 것, 그들보다 더나아지는 것"을 - 너는 우리보다 더 나을 거야", 저는 - P61

항상 이 말을 들어왔어요 - 최고로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이 알고 있던 아이 그대로 남아 주기를, 그들과 같은 것에 웃을 수 있기를, 그들과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나오죠. 아이들을 도중에 잃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 배우는 것과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이중적인 제약이 있죠. 저의 고통은 제가 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어요. 나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죠.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내가 사는 데 책은 필요하지 않아"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아버지는 그 말을 사실주의적으로 냉정하게 말씀하셨죠. ‘산다‘라는 본래의 의미로 봤을 때,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아버지에게는 책이 필요하지 않았던거예요 아버지 안에 그런 욕구가 생기지 않았던 거죠.
- P62

M.P. : 당신에게 문학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A.E : 양면성을 가진 역할이죠. 독서는 상상의 장소였어요. 그곳에서 저는 강렬하게 살았죠. 동시에 주로 저의 세계와 정반대되는 사회적인 모델을 제공하면서 어린 시절의 현실 세계와 저를 갈라놓기도 했어요. 저는 모든 책 속에서 스스로를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만들었고, 이 비현실성은 제가 지식을 획득하는 데 아주 놀라운 역할을 했죠. 단지 읽으면서 - 어린이용 서적들을 포함해서 - 라디오밖에 없었던 시절,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어요.
 저는 연극 공연장에도 극장에도 가지 않았죠. 책은 세상을 향한 문이었어요. 저는 저의 규범과 도덕적 룰의 많은 부분이 독서에서, 주인공과 자신의 일체화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고 확신해요. 제인 에어가 그랬고, 스칼렛 오하라가 그랬죠. 다른 주인공들도 있고요.  - P63

MP. : 당신은 『제인에어』의 인물과 자신을 많이 동일시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 때문에 그 책을 읽게 되신 건가요?
A.E : 어머니예요. 어릴 적 끔찍한 중학교에 보내졌던 제인 에어와 저 자신을 심하게 동일시했던 것을 기억해요. 성인이 된 제인 에어, 로체스터 씨에 대한 그녀의 반응을 이해하는 게 더 어려웠어요. 그 책에 대해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기억하죠. 제인 에어가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아주 단순하게, 행동이 바르고 똑똑하다고 말했어요. 10년 전에 그 책을 다시 읽으면서, 등장인물이자 화자인 제인이 생각하는 방식이 저에게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견하고 놀랐어요.  - P64

예술은 우리가 그것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말해줘요. 그게 예술의 힘이죠. 문학의 힘이고, 영화의 힘이고, 미술의 힘이에요. 음악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찬가지죠.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를 구성하는 내면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아야 해요. 저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받은 적이 없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없죠.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P66

*저는 글을 쓰는 여자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글을 쓰면서 그런 자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돌려보내지는 것이 고통의 원천이자 특히 저항의 원천이기 때문이죠. 여성들은 항상 숨겨진 남성 패권주의의 존속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들의 정체성으로 되돌려 보내졌어요. 2000년대에 여성으로 사는 것이 1950년대에 여성으로 사는 것과 다르다고는 해도 이 지배는 계속되어 왔고, 문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여성의 혁명은 일어난 적이 없죠. 여전히 해야 할 일이에요. - P69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저의 첫 번째 모델은 제 어머니였어요. 저를 키우는 방식, 세상을 사는 
방식, 열정적인, 무슨 일이든 누구든 자신에게 강요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방식에 있어서 그랬죠.
 어머니는 저에게 집안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 없었죠. 가게 일도 마찬가지고요. 15, 16살부터 겨우 이부자리만 정리하면 됐죠. - P70

저는 제가 받아 온 교육과 [제2의 성]이라는 이 이중의 영향이 1968년 이후에 널리 퍼졌던 여성 문학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저를 대비시켰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 자신의 몸으로, 여성의 몸으로 쓴 것을 읽고 들었죠. 저는 제가 글을 쓸 때, 피부와 가슴과 자궁으로 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나 머리로, 그것이 전제로 하는 의식과 기억과 단어에 대한 투쟁으로 쓰죠! 단 한 번도 자, 나는 글을 쓰는 여성이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저는 글을 쓰는 여성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죠. 그러나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요. 이 역사는 피임과 낙태의 자유가 있기 전이며, 출산에 속박된 최악의 역사였죠. 세상에서, 일상에서 여성들이 경험한 것들은 남성들의 그것과는 달라요. - P71

사실상, 한 여성에게 난관은 -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지만 - 여성 자신의 경험을 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관철시키는 것이죠. 더욱이 인정받는 교육되어온 문학은 - 그러니까 본보기로 삼는 - 95%가 남성적이며, 오늘날에도 출산과 같은 여성 특유의 경험들은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반면에, 전쟁과 여행처럼 남성적인 경험에 속하는 글쓰기의 주제들은 대단히 인정받고 있어요. - P72

그렇다고 해도 제 생각에 글쓰기에서 효력을 나타내는 차이는 성별보다는 사회적 본성인 것 같아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적인 출신이 결정짓죠. 서민 출신 혹은 그 반대로 특권층일 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아요. 그것은 분명히 글쓰기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구성요소로 남아 있죠.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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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이런 꽃 저런 꽃💐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나간다.
찬장새, 철쭉, 왜가리, 너구리, 진돗개 까부리, 똥 냄새 나는 은행나무, 고양이 띵가, 이름은 멋진데 하는 짓은 먹보에 똥싸개에 잠꾸러기인 웃는 개 바람이, 매화나무, 코스모스, 나리꽃, 호박꽃 이런 저런 꽃이
어우러져 아무 생각없이 읽고 있다.
이윤엽의 판화 그림도 하나 하나 다 우리집 휑한 벽에 걸어 두고 싶네!

작가가 들려주는 속내가 갑자기 친근감가고 정겹게 느껴진다.
난 속없이 읽고 있는데 작가가 갑자기 자기 마음을 들려준다. 약간의 위트를 가미해서~~


텅 빈 마음

요즘 예술이 안 돼.
예술가인데 예술이 안 돼.
예술 알지?
마음 속에 있는 걸 표현하는 거 말이야.
근데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나 봐.
심각해.
예술가는 이럴 때 제일 힘들어.
신나게 이것저것 막 그리고 싶은데
마음 속에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잖아.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누구라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이런 일, 저런 일도 했다면
마음속이 꽉 찼을 텐데.

봄엔 어울려야겠어.
텅 빈 마음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꽉 채워야겠어.
그런 바람을 표현한 거야.

나 예술가 맞지?
(1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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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1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판화도 정겹고 이야기도 정겹네요. 예술가도 이렇게 봄이라고 마음을 채운다는데, 저도 봄바람을 허파에 잔뜩 넣고 이야기들을 채우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예술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예술가만큼 마음은 풍요로워질듯요.

은하수 2023-03-11 21:42   좋아요 2 | URL
판화 하나하나 다 스토리가 있어서 시를 읽고나면 다 갖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혼자 감춰두고 보는 것보단 책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느낌을 주는게 좋겠지요.
시를 읽을 때마다 굳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뒤로 갈수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네요.
다음 챕터는 그러네요. 처음 가볍게 시작했던 마음이 점점 무거워져요..ㅠ.ㅠ
역시 예술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란 생각이 턱 와서 박히네요^^

모나리자 2023-03-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텅빈 마음에 예술가의 고뇌를 느낄 수 있네요. 그래도 그렇게 심각한 느낌은 안들고 위트 느껴져요. 너무 행복하면 예술이 안된다는 말도 있던데...판화 그림도 소장하시는 은하수님도 예술 감각 키워가실 같아요.^^

은하수 2023-03-12 13:06   좋아요 1 | URL
제가 예술가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생각에 웃음이 나네요^^
뭔가 배고프고 갈급한 마음이 있어야 예술도 되고 스포츠도 되고 노동 운동도 되고 그런 걸까요?
오늘 아침 WBC 야구 보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막상 소장하려고 하면 뭐를 골라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빈 벽으로 비워두게 되네요
선택을 한다는게 이리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