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헤드 - 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알마 인코그니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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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소재의 에세이라 처음엔 그 생소함에 당황스럽지만 섬세한 묘사와 생생한 상황 설명으로 인하여 결국 미처 알지 못했던 미국 문화의 속살을 일부 나마 경험하게 된다. 다양한 주제와 연관된 자료와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검색하며 읽었던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올해 읽은 최고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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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탐심》 박종진 지음

만년필로 예쁘고 멋있게 글씨를 써보고 싶어 약간의 무리를 해서 유선형의 통통한 워터맨 만년필을 사놓았다. 그런데 작년부터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 계속 아프고 잘 구부러지지 않고 속썩이는 오른손 가운뎃 손가락 때문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서랍 안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책을 빌려왔다.


探心탐심 깊이 살펴보려는 마음

인문이
녹아든 물건

"너 몇살이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사람들끼리 나이를 알아보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대답을 할 수 없는 동물이나 물건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소나 개의 나이는 이빨의 모양과 마모 정도로 따져 볼 수 있다. 1966년 석가탑을 보수하다 발견된 현존 최고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연대를 751년 이내로 보는 것도 당시 사용된 종이와 서체, 쓰인 글자 등을 연구하여 알아낸 결과다. - P16

만약에 제1차 세계 대전 1914~1918 종전 후 베르사유 조약1919년 6월 28일을 다룬 영화가 있다고 하자. 승전국 영국의 수상 로이드 조지 Lloyd George, 1863~1945 가 서명하는 장면에 통통한 유선형만년필이 등장했다면 고증이 잘못된 것이다. 유선형 만년필은 1929년 쉐퍼의 밸런스 모델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로이드 조지는 웨일즈어가 새겨진 금으로 만든 워터맨 만년필로 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만년필은 복제되어 당시 유럽에서 가장 안목 높은 수집가로 유명했던 메리 왕비(영국의 왕 조지 5세 왕비)에게 전해졌다. 대공황을 배경으로 1933년에 만들어진 영화  <킹콩>이라면 모를까 191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는 유선형 만년필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 여담이지
만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2005년 작 <킹콩>에는 만년필이 등장하긴 하지만 쉐퍼 밸런스는 아니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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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지막 웨일러
그래서... 밥 말리 앤 웨일러스의 연주 라이브를 찾아 들어보았다. 유튜브에 다양한 버전으로 나와 있었다. 나도 자메이카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 거였다. 1950년대 말에 시작된 스카Ska, 1966년 출현한 장르인 록스테디Rocksteady, 레게 음악이 자메이카의 음악이었단 걸 알았다.
레게라니.. 스카라니... 이 책이 아니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음악들...
여러 곡을 들ㅇㅓ 볼 수 있었다. 듣다보니 좋아할 만한 곡들이었다!
Stir It Up
Don‘t Touch the President
Let Him Go
Battering down SEN-tence...

어제 마지막 14장인 페이턴스 플레이스(1960년대1964~1969에 방영된 인기 TV시리즈)를 읽고 지루해서 패스했던 ‘11.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로 돌아와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니 또 잘 읽혔다. 하하... 다시 읽다보니 알게 된건데 시詩와 시인들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라 블루스,흑인 음악의 음반과 소리를 찾아 여행한 사람들에 대한 거였다.
우리 라디오 듣다보면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코너를 듣게 되는데 거기서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들에서 밭에서 집에서 힘들고 고달프고 어렵고 슬프고 즐겁고 기쁠때 부르던 노동요, 노래들을 채집한 소리를 들려주는 건데 그게 생각이 났다.
생으로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들이 정말 좋았다. 대학때 전공 공부할 때도 우리의 민요나 소리를 채집하는 분들이 남겨놓은 소중한 기록문학인 구비문학에 대해 배운 게 생각이 났다.
새삼 기록의 소중함을 배운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이 11장을 다시 읽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블루스 음악과 흑인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말이다.
작가님 말대로 이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12
마지막 웨일러

2010년 7월 초, 나는 밥 말리의 첫 밴드였던 웨일러스의 마지막 멤버 버니 웨일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자메이카로 날아갔다. 버니 웨일러가 누군지 모른다면 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분명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아는 이들이라면 이런 중요한 인물을 새삼스럽게 찾아야 한다는게 어처구니없게 들릴 것이다. - P424

어떤 경우가 됐든, 이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ㅡ웨일러스가 BBC의 음악 프로그램 <올드 그레이 휘슬 테스트The Old Grey Whistle Test>에 나와 <스터 잇 업 stir It Up>을 연주하는 영상을 찾아보라. 1973년에 있었던, 그들의 제대로 된 첫 번째 투어였다. 
버니는 밥의 왼쪽에서 스네어드럼으로 하나둘 반복되는 액센트를 넣으면서 고음부를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술이 달린 자주색 아랍식 모자Shriner‘s fez에 추상적인 라스타파리안 무늬가 들어간 스웨터 베스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있었다. - P425

버니 웨일러를 만나는 건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파이프 드림pipe dream‘이었다. 내가 실제로 파이프를 들고 있는 동안 꾸었던 꿈이니 문자 그대로 파이프 드림이라 할 수있겠다. 나는 자메이카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창의성이라는 면에서 자메이카 음악의 수준이 높다는 건 확실해보인다. 어쩌면 섬이라는 특수성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고립은 때로 이런 밀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를 생각해보라. 많은 면에서 낙후된 곳이지만, 한 세기에 예이츠, 베케트, 조이스가 나왔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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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 - 개정판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2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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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사변적이고 끝없이 미로를 헤매는 듯한 서술 방식에 더하여 독자의 마음을 짓누르는 어둠의 무게˝ 때문에 온전히 읽어 내기도 만만치 않았고 거기에 덧붙여 나의 감상을 쓴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한 일임을 읽으면서 이미 알았다. 이승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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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2024-09-14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묵직하지요^^

은하수 2024-09-14 19:41   좋아요 0 | URL
네., 그점이 또 전 너무 좋네요^^
다른작품으로 곧 다시 만나고 싶어요^^

다락방 2024-09-1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는 저의 국내작가 패이버릿 입니다. 너무 좋아요!

그레이스 2024-09-19 13:40   좋아요 1 | URL
저두요

은하수 2024-09-19 13:46   좋아요 1 | URL
이승우 작가님의 자타공인 1번째 마니아님이시잖아요~~^^
리뷰쓰기 힘든 작가 중 한분이시구요 ㅠㅠ 이 작가님에 관한 한 전 앞으로도 읽기에만 힘써야 할 듯해요 ...
 

《펄프헤드》 14. 페이턴스 플레이스
한 주 연장해서 3주나 읽었는데도 다 못읽어 어제 반납했고 아들 이름으로 상호대차 신청해서 다시 받아왔다.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 있으므로 포기가 안된다.

이 에세이의 극히 일부 외에는 거의가 모르는 이야기들이지만 은근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문장의 힘 덕분에 계속 읽고 있다. 소재 자체는 다 모르니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읽다 도저히 흥미가 안생기는건 그냥 패스했다.^^
오늘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란 에세이를 읽다 지루해서 패스했다. 유명 시인들도 별 관심 없는데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라니.. 이름도 모르고 작품은 더더구나...

지금 읽고 있는 <페이턴스 플레이스>는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쓰였던 자신의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집이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고 덕분에 여러 배우들을 만났는데 어느 유명드라마의 시리즈 몇 번째 편 주연 여배우가 어떻다는 둥, 자신의 집에 들여올 가구를 여주인공의 취향과 일치시키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더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펼쳐 놓는다. 마치 동네 아줌마들이 미용실에 모여 수다 떨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같다고나 할까!
드라마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 가족은 촬영팀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살게 되는데,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 도시로 이사 와서 여기 있는 집을 샀는데, 그 사람들은 우리가 그 집에 머무르지 않는 대가로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
우린 마치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로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묻곤 했다. (539쪽)

이후로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썩 기분 좋은 추억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란걸 알게 된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몇년 간 계속 그 집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 자체를 읽는 나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시간이 한참 지나 가족이 촬영팀과 더이상 좋은 관계가 아니게 되었는데, 이유는 등장인물도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고, 그의 집도 감정상 크나큰 손상을 입으면서 처음의 상태가 아닌 채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들의 증오와 미움도 함께인 채로!


우리가 새로 정착한 해변 도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일명 윌미우드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TV 프로그램들이 촬영되었다. 이런 추세가 시작된 것은 작고한 프랭크 카프라 주니어가 1980년대 초반에 이곳에서 <파이어스타터 Firestarter>를 만들면서부터였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영상 산업도 그의 주변에서 성장했다. 데니스 호퍼도 이곳에 집을 샀다. 현재 이곳의 다운타운에서 웨이터 일을 하는 아이들의 절반은 엑스트라이거나 배우 지망생이다. 타깃에 가면 바로 앞에 발 킬머가 줄 서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 P526

 이곳에는 촬영장들과 영화학교가 있고, 매우 다양한 촬영 장소들이 있는 것으로 영상 산업계에 널리 알려쳐 있다. 
광활한 바닷가 장면을 찍을 수 있는가 하면, 갑자기 활엽수가 울창한 주택가로 이동할 수 있고, 들판에서 건초트랙터를 탈 수 있는가 하면 번잡한 밤거리를 찍을 수도 있는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가능하다.  - P527

우리는 우리 집에 대해 기억이 아닌 기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온전히 TV를 통해서 우리 집을 경험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 우리가 그곳에 사는 동안 일어났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줄 때 이런 느낌일까. - P540

... 어떻게 이걸 기억하지 못할까,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온갖 극적인 일들, 심지어 폭력적인 일들까지 일어났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인 집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티븐 라이트가 1980년대에 그의 코메디 스페셜에서 했던 농담이 자꾸 생각나곤 했다. "도둑이집에 들었는데, 내 물건들을 다 가져가고, 대신 똑같은 복제품들을 그 자리에 놔뒀더라니까요."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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