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 개정판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2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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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사변적이고 끝없이 미로를 헤매는 듯한 서술 방식에 더하여 독자의 마음을 짓누르는 어둠의 무게˝ 때문에 온전히 읽어 내기도 만만치 않았고 거기에 덧붙여 나의 감상을 쓴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한 일임을 읽으면서 이미 알았다. 이승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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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2024-09-14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묵직하지요^^

은하수 2024-09-14 19:41   좋아요 0 | URL
네., 그점이 또 전 너무 좋네요^^
다른작품으로 곧 다시 만나고 싶어요^^

다락방 2024-09-1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는 저의 국내작가 패이버릿 입니다. 너무 좋아요!

그레이스 2024-09-19 13:40   좋아요 1 | URL
저두요

은하수 2024-09-19 13:46   좋아요 1 | URL
이승우 작가님의 자타공인 1번째 마니아님이시잖아요~~^^
리뷰쓰기 힘든 작가 중 한분이시구요 ㅠㅠ 이 작가님에 관한 한 전 앞으로도 읽기에만 힘써야 할 듯해요 ...
 

《펄프헤드》 14. 페이턴스 플레이스
한 주 연장해서 3주나 읽었는데도 다 못읽어 어제 반납했고 아들 이름으로 상호대차 신청해서 다시 받아왔다.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 있으므로 포기가 안된다.

이 에세이의 극히 일부 외에는 거의가 모르는 이야기들이지만 은근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문장의 힘 덕분에 계속 읽고 있다. 소재 자체는 다 모르니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읽다 도저히 흥미가 안생기는건 그냥 패스했다.^^
오늘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란 에세이를 읽다 지루해서 패스했다. 유명 시인들도 별 관심 없는데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라니.. 이름도 모르고 작품은 더더구나...

지금 읽고 있는 <페이턴스 플레이스>는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쓰였던 자신의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집이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고 덕분에 여러 배우들을 만났는데 어느 유명드라마의 시리즈 몇 번째 편 주연 여배우가 어떻다는 둥, 자신의 집에 들여올 가구를 여주인공의 취향과 일치시키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더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펼쳐 놓는다. 마치 동네 아줌마들이 미용실에 모여 수다 떨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같다고나 할까!
드라마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 가족은 촬영팀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살게 되는데,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 도시로 이사 와서 여기 있는 집을 샀는데, 그 사람들은 우리가 그 집에 머무르지 않는 대가로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
우린 마치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로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묻곤 했다. (539쪽)

이후로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썩 기분 좋은 추억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란걸 알게 된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몇년 간 계속 그 집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 자체를 읽는 나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시간이 한참 지나 가족이 촬영팀과 더이상 좋은 관계가 아니게 되었는데, 이유는 등장인물도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고, 그의 집도 감정상 크나큰 손상을 입으면서 처음의 상태가 아닌 채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들의 증오와 미움도 함께인 채로!


우리가 새로 정착한 해변 도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일명 윌미우드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TV 프로그램들이 촬영되었다. 이런 추세가 시작된 것은 작고한 프랭크 카프라 주니어가 1980년대 초반에 이곳에서 <파이어스타터 Firestarter>를 만들면서부터였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영상 산업도 그의 주변에서 성장했다. 데니스 호퍼도 이곳에 집을 샀다. 현재 이곳의 다운타운에서 웨이터 일을 하는 아이들의 절반은 엑스트라이거나 배우 지망생이다. 타깃에 가면 바로 앞에 발 킬머가 줄 서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 P526

 이곳에는 촬영장들과 영화학교가 있고, 매우 다양한 촬영 장소들이 있는 것으로 영상 산업계에 널리 알려쳐 있다. 
광활한 바닷가 장면을 찍을 수 있는가 하면, 갑자기 활엽수가 울창한 주택가로 이동할 수 있고, 들판에서 건초트랙터를 탈 수 있는가 하면 번잡한 밤거리를 찍을 수도 있는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가능하다.  - P527

우리는 우리 집에 대해 기억이 아닌 기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온전히 TV를 통해서 우리 집을 경험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 우리가 그곳에 사는 동안 일어났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줄 때 이런 느낌일까. - P540

... 어떻게 이걸 기억하지 못할까,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온갖 극적인 일들, 심지어 폭력적인 일들까지 일어났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인 집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티븐 라이트가 1980년대에 그의 코메디 스페셜에서 했던 농담이 자꾸 생각나곤 했다. "도둑이집에 들었는데, 내 물건들을 다 가져가고, 대신 똑같은 복제품들을 그 자리에 놔뒀더라니까요."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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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가 지난 후의 기숙사 문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여간 공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건 점수가 모자라면 졸업하는 데 지장이 있을 거라는 식의 협박성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장문의 사유서와 각서를 함께 써서 제출해야 했다. 그의 애인은 그 사실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부길은 그런 애인의 노력을 무시했다. 그녀는 억지로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그의 손에 택시비를 쥐여주었다. 그 돈은 택시비를 하고도 남는 액수였다. 그런 방법으로 여자는 자주 그에게 용돈을 주었다. 책 사서봐. 하고 말하기도 하고 보다 직접적으로, 용돈 없지? 하고 묻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남자는 머뭇거리면서도 결국 그걸 받았다. 마치 내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어머니가 내미는 돈봉투를 어쩔 수 없이 받았던 것처럼. - P259

형식이 내용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되어선 안 된다. 대체로 행동은 의식의 사주를 받지만, 의식이 행동에 의해 결정되는 수도 종종 있다. - P259

반복된 행동은 의식의 방향을 틀기도 한다. 이런 관계가 남자의 정신에 표나지 않은 굴욕감 같은 것을 심어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똑같은 유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연인들은 오누이처럼 만나고, 어떤 연인들은 친구처럼 산다. 부녀처럼, 또는 모자처럼 지내는 연인도 없지 않다. 애초에 설정된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 P260

박부길은 여자 앞에서 늘 너무 조급했다. 불안하고 초조해했다.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일이 잦았다. 그 흥분은 대개 자기 가슴속에서 자체 생산된 것이었다. 흥분하는 사람은 상황을 정확하게 분별하는 기능을 잃어버린다.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의 흥분해 있는 가슴만을 본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도무지 배려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 여유가 없다. 연인앞에서 연인은 똑바로 서야 하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이 관계는 불안하다. 그래서 사고가 생긴다. - P260

그는 최교수의 쾌활한 웃음, 그 웃음이 품고 있는 일종의 건강과 여유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치욕을 느꼈다. 그 치욕의 내용은 질투였을까? 그는 그 교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왜 그 교수를 싫어했을까?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그 교수가 가지고 있기때문이 아니었을까. 
싫어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부러워한다는 뜻이 아닌가. 어떤 사람이 가장 비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사람이 가장 크게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저절로 알게 되지 않던가. - P296

어쨌거나 그 순간에 그가 느낀 것은 치욕이었다. 그녀는 그를 치욕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순간에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 사실은 부정될 수 없었다. 그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의 강박은 엉뚱한 사념에 편집적으로 매달렸다. - P297

 그의 얼굴 표정은 그녀가 뒤에서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거의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아, 얼굴은 왜 그렇게 단순해서 내부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일까. 어떤 교수와 ‘노닥거리느라 한 시간 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거기다가 그녀는 교수가 자기를 전부터 유난히 예뻐했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은 그의 불타오르는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그녀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그의 내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이성이 아니었으므로, 최소한의 분별과 판단을 주도할 이성은그의 내부에서 쫓겨나고 없었다. - P297

이해할 수 있을까. 이 경우 한없이 가파르고 말할 수 없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마련인 폐쇄적인 남자의 강박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그 가파름. 그 극단적 의식이 뚫어내는 변칙적인 공격성의 음침한 쥐구멍을...... - P298

생각이 한쪽으로 몰리면 다른 출구들이 닫혀버린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밀고 나가게 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다. 그곳 말고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갈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막무가내로 내달리게 되는. 그리하여 도무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상식은 선 위에 있는 것이고, 그러므로 안전하다. 그러나 그 선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상식 밖에서는 상식에게 호소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파격이 상식이 된다.
 편집적인 생각은 편집적인 길을 뚫는다. 그런 일이 발생하려는 순간에도 자각이 아주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렴풋하지만,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또는 하려 한다는) 걸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힘을 막으려는 희미한 반동도 일어나기는 한다. 그런 뜻에서 술꾼들이 경험하는 ‘필름이 끊어지는‘ 상태와 이것은 다르다. 여기서는 필름이 돌아간다. 단지 필름을 중지시키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문제다. 길이 아닌 곳을 향해 몸을 던지는 난처한 상황을 빤히 목도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절망이다. - P298

나의 사랑은 그런 식이었다. 사랑은 평화를 향해 가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감정의 상태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뜻을 함축하는 것 같다. 감정은 도무지 평화의 상태를 지향하는 법이 없으므로. 그러나 나의 사랑은 평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사랑은 너무 아슬아슬하고 가학적이었다. 그랬다. 나는 사랑을 전쟁처럼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랑」, 산문집 『이정표』, 209쪽)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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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잘치르세요종단‘
이 짧은 문장은 기억될 가치가 있다. 이 문장은 몇 가지 사실을시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 하나는 이 너무나 평범하고 지극히일상적인 것 같은 인사말이 그때로서는 가장 시급한 통신수단이었던 전보용지에 적혀 배달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는 무슨 큰 시험을 치를 일이 있었던가. 이를테면 사법고시나 외무고시 같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이 전보를 받은 것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그때 도서관에서 반납받은 도서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전보가 왔다고 알려준 사람은 룸메이트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그는 그 전갈을 받고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보았는데, 시간은 저녁 여덟시를 지나고 있었다. - P246

요즘은 축하 전보라는 것도 생기고 하여 사정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전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뜻밖의 변고나 불길함의 사신처럼 인식되었다. 전보로 알려야 할 정도의 시급한 일은 대개 좋지 않은 일인 경우가 많았다. 박부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보가 왔다는 소식은 그를 당황하게 했다. 문득 그는 누군가 구체적으로는 어머니의 변고를 예감했었다. 설마하니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식의 장난기가 묻어나는 전보를 보내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너무나 뜻밖이어서 전보용지를 받아 읽으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 P247

믿어지지 않음, 이야말로 감격의 조건이다. 믿어지지 않았다는것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의 뜻밖의 실현은 사람을 감격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붙이기에 충분하다. 감격의 요인은 실현된 일의 내용(크거나 중요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실현된 형식에 있다. 갑작스러움과 의외성이 우리를 감격시킨다. 결코 경망스러운 편이 아닌 그녀가 그런 식의 사사로운 인사말을 전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알린 이 의외의 사건은 무엇을시사하는가. 그녀는 그를 감격시키려고 했던 것일까?음.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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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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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역시 정유정.. 가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탄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전개가 되어서 책장이 넘어가는게 아깝게 느껴졌다.

‘롤라‘라고 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체험하는 세상이
영원한 천국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그곳이 천국은 아닐지라도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상의 공간으로서의 천국은 일상화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니 마지막 완결편도 빠른 시일 내에 출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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