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가울 수가..! 여기서 올리브 키터리지의 소식을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올리브는 여전히 메이플트리 아파트에서 이저벨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있다. 아직 살아있다. 그게 왜 이리 눈물
나게 감사하고 반가운 건지...

루시와 윌리엄은 팬데믹 기간 중에 메인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록다운 상태를 지나고 있다. 그래서 문장들 하나하나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혹 가족 중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고 있다. 소설이니까 이런 정도라면 이걸 재밌다고 해야하는데 그런 마음은 안들고 이 상황이 마치 실제인 듯 느껴져서 만일 누구 하나라도 안좋은 일이 생긴다면 기분이 너무 다운될 거 같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가 얼마나 큰 두려움 속에 빠져 있었는지 생생히 기억나서 스트라우트의 문장이 더 와닿는다.






그리고 샬린에게 내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어떤 식으로요?" 그래서 나는,
음. 뭔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샬린은 귀기울여 듣는 것처럼 고개를 내 쪽으로 약간 숙였고, 이어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나도 그런 것 같아요."
"당신도요?"
"네, 나도 그래요. 그리고 나는 혼자 살고 다른 사람을 볼 기회가 정말로 많지 않아서, 심지어 더 걱정스러워요." - P240

그래서 우리는 그것, 정신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나누었고, 이어 메이플트리 아파트에서 그녀가 청소를 해준그 여자, 올리브 키터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부인은 정말로 안됐어요." 샬린이 말했다.
 "그녀에게 이저벨이라는 친구가 있지만, 이저벨은 다리 건너로 가야 해서, 이제 올리브는 실의에 빠진 것 같아요." - P240

"다리 건너라니, 무슨 뜻이에요?" 내가 물었고, 샬린은 그곳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다가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라고 설명했다. 거기는 요양원과 비슷하고, 그리로 가려면 말 그대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고. 그래서 그 상황을 ‘다리 건너로 간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 P240

"이저벨은 왜 다리를 건너가야 해요?" 내가 물었다.
그러자 샬린은 이저벨이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고, 재활치료원에서 나왔을 때는 다시 혼자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샬린이 말했다. - P241

우리는 아주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고, 이어 샬린이 말했다. "하지만 올리브가 날마다 그녀를 보러 가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올리브가 이저벨의 방으로 가서 매일 신문을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읽어준대요."
"오, 대단하네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샬린이 말했다. "그렇죠."
우리는 그날로부터 두번째 금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 P241

나는 당시에 내가 늙었다고, 윌리엄은 심지어 더 늙었다고 느꼈다. 우리의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고, 윌리엄이 먼저 죽을 것이라는, 그러고 나면 나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라는 생생한 두려움을 느꼈다. - P245

나도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이 타운 출신 사람들보다 분명 더 부유하다는 것을 알아볼 만큼
 이제는 세상을 충분히 경험했는데, 그런데도 그들은 여기 와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은 그저 돈이란 것이 이런 종류의 일에는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
물론 전에도 알았지만- 드는 것이다. - P248

나는 내가 봐서는 안 되는 개인적인 공포를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윌리엄이나 심지어 밥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여인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슬픔. 그녀의 고통. 그녀의 공포. 우리가 뭔가를 기억한다는 건, 심지어 더이상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기억한다는 건 흥미롭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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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있었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루시 바턴 시리즈 세 권(내 이름은 루시 바턴, 오, 윌리엄!, 무엇이든 가능하다)을 다 읽었으므로 나는 약간 새삼스러운데 또 새로운 기분이다. 이런 시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편과 이어지듯 시작할 줄
알았는데 .. 아니어도 좋고 또 새롭다!
시작부터 재밌다.




하나
1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것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과학자고, 그것이 오는 것을 보았다. 나보다 더 먼저 보았다는 것,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 P11

윌리엄은 내 첫 남편이다. 우리는 결혼해서 이십 년을 같이 살았고, 또 그만큼 오래 이혼한 채로 지냈다. 우리는 친구 같고, 나는 그를 이따금 만났다. 우리 둘 다, 우리가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뉴욕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두번째) 남편이 죽고 그의 (세
번째) 아나가 그를 떠났기 때문에, 지난해에 나는
그를 좀 더 자주 만났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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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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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편만큼의 사나움은 사라진 그의 글에서 세월을 실감하게 되는데... 거기서 우러난 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뉴욕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비비언 고닉이고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있지만 이 사람의 글은 남아서 나도 재독, 삼독 하고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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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

어떤 문장을 보고 전율을 느끼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선사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면 실로 그 문장은 평소 당신이 간직하고 있던 생각을 완벽하게 대변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의 이 문장을 
통해 그런 경험을 했다.
"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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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라는 습관은 질기다. 레너드 말로는 외로움을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꿔내지 않는 이상 난 영영 엄마의딸일 거란다. 물론 그 말도 맞기는 하다. 사람은 이상화된타자의 부재로 인해 외롭지만, 그 쓸모 있는 고독 속에스스로를 상상의 동반자 삼아 침묵에 생명을 불어넣고지각 있는 존재라는 증거를 방 안 가득 채워 넣는 ‘내‘가있다. 이런 통찰의 기틀을 마련하는 법은 에드먼드 고스로부터 배웠다. 그는 탁월한 회고록 『아버지와아들Father and Son』에서 아버지의 거짓을 발견한 여덟 살 아이가 내면의 혼란에 빠져드는 과정을 묘사한다. - P184

아이는 속으로 질문한다. 아빠라고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면,아빠가 아는 건 대체 뭐지? 
사람들이 하는 말이랑 그 사람이랑은 무슨
관계일까?
 뭘 믿고 뭘 믿지 않을지 어떻게 결정할까?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는 문득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단 걸 깨닫는다. - P185

고스는 이렇게 적는다. "그 위태로운 상황에 아직여물지도 발달하지도 못했던 내 작은 뇌로 몰려들던 온갖 생각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건, 내가 동행해줄 이도, 비밀을 나눌 친구도 전부 내 안에서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엔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내 것인 동시에나와 같은 몸을 쓰는 누군가의 것이기도 했다. 우리 둘이 있었고 우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나 자신의 가슴속에서 나를 알아주는 이를 발견한다는 건 크나큰 위안이었다." - P185

뉴욕은 일자리가 아니에요, 기질이죠. 그들이
그렇게 답해준다. 뉴욕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인간의 자기표현력에 대한 증거가 그것도 대량으로 필요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이다. 가끔씩도 아니고 매일 필요해서. - P218

그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거라서. 감당할 만한도시로 떠나버리는 사람들은 뉴욕 없이도 살 수 있는사람들이지만, 뉴욕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뉴욕없인 못사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뉴욕 없이 못 사는 건 나라고 말하는 게 더맞을지도. - P219

파크애비뉴에서는 마나님처럼 말끔히 차려입은
여자가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나 젊었을적엔 남자들이 메인 요리같았는데 지금은 죄다 양념 같아." - P220

두 시간 뒤 집에 돌아온 나는 식탁에서 저녁을 먹으며창밖으로 도시를 내다본다. 오늘 내 앞을 가로질러간 모든 사람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들의 목소리가들리고 그들의 몸짓이 보이며, 나는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본다. 그들은 순식간에 나의 동행, 근사한 동행이 된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는 사람과 함께하느니 오늘밤은 차라리 당신들과 여기 있겠노라고. 뭐, 그것도 아는사람 나름이지만 말이다.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 시간과 함께 날짜까지
 알려주는 그 시계를 바라본다. 
레너드에게 전화를 걸 시간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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