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했다.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 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 - P54

로맨틱한 사랑에서 감정을 거둬들이는 과정은 
다들 익히 아는 드라마라 거뜬히 설명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격정이 불러온 그 강렬함에 압도된 우리는 사랑에다 변신의 힘을 부여하고, 그 사랑의 반향으로자신이 새로워지고 심지어 온전해질 것이라 상상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변신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병과 한데 얽혀 있던 소망은 절망 속에 무너져 내린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이해받았다고 느꼈던 그 짜릿한 경험은 벌거벗겨진 상태가 되었다는 불안감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 P86

우정이든 사랑이든, 핵심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할 때(최선의 자아까지는 아니더라도) 표현하는 자아가 꽃을피우리라는 기대다. 모든 것은 그 활짝 핀 자아에 얹힌다.
하지만 각자의 내면에 있는 그 불안한 것, 유동적인것, 변덕스러운 것이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생각했던 바로 그 만개한 자아를 꾸준히 갉아먹고 있다면어떡해야 할까?
 실은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자아라는 가정자체가 환상이라면? 안정적인 친밀감에 대한 열망이 -그보다 더하진 않더라도 그에 못지 않게 무진장한 -불안정해지려는 열망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럼어떡해야 하는 걸까? - P87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 심리적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야말로 갈등 간의 갈등이다. ......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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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램에게 먼저 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왔다.
그새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좀 많이 사그라 들어버렸다. ㅠㅠ
《사나운 애착》 읽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레너드와 미드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운을 뗀다. "넌 요즘 사는 게어떤데?"
"닭뼈가 목구멍에 딱 걸린 거 같지 뭐" 레너드의 답이다.
"삼키지도 못하고 토해내지도 못하고 말야. 당장은 걸려죽지나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내 친구 레너드는 재치 있고 영리한 게이로, 자기불행에 대해서라면 조예가 깊다. 그리고 그런 조예가 그의 활력이다.  - P5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3세기 로마작가 카이우스는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의무다.  - P26

...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 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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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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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바쁜 7월을 보내고 나니 훌쩍 8월이 되어버렸다.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지난 달엔 8 권 정도의 책을 읽었을 뿐이다. 평소보다 적게 읽은 건 사실이지만 나름 꾸준히 읽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독서목록을 대하고 보니 7월은 정말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다. 속상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나름 알차고 보람찬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 위안 삼아 본다. 외국 사는 하나 뿐인 동생이 조카 둘을 데리고 한국 오는 바람에 몹시 바빴다. 단지 며칠일 뿐이고 대부분 엄마 집에서 보내긴 했지만 그 사이사이 우리 집과 에어비앤비를 오가는 생활을 하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바빴기 때문이다. 올해도 동생의 방문은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마무리가 되었다. 월요일 새벽 비행기를 탔으니 잘 도착했겠지! 




올 때마다 운전이 안돼 기동성이 떨어지는 동생을 데리고 쇼핑을 다니느라 바쁜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쇼핑몰로 아울렛으로 쇼핑을 다녀야 했고 쉴 틈 없이 먹어대는 10대 사춘기 소년들(동생이 나와는 한 살 차이지만 늦은 나이에 기적적으로, 그것도 연 년생으로 두 녀석이 찾아와 주어 이제 겨우 중,고생이다)의 식사를 챙기느라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했다. 아.. 이 짓도 젊어서 하는 거지 정말 나이 들어 뭔 일인가 싶고 이러니 80 살이 넘으신 엄마는 얼마나 더 힘드실까 싶다가도 그 힘듦을 동생 가족에게 풀어내고 허구헌 날 싸우고 다투고 악감정 소비하느라 즐거운 시간 한 번 못 보내고 더운 여름을 나는 우리 가족은 대체 왜 이러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자식인데 몇 년에 한 번 오는 딸과 어찌 그리도 못지내시는지 원망하기도 하고 그 중간에 낀 나는 동생과 조카들을 데리러 갔다 다시 데려다 주는 중노동을 해야만 하니 울화가 안 치밀래야 안 치밀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이제는 이런 불통의 시간은 그만 끝내고 싶다!!! 진짜 너무 힘들어 ㅠㅠ




이렇게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인하여 힘들고 감정 소비 많은 6월과 7월을 보냈지만 바실리 그로스만의 소설 <삶과 운명 1~3> 3권의 작품을 읽고 나면 이러한 감정의 소비조차도 지나고 보면 얼마나 사치스러운 감정인지, 또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더 간절하게 느껴질지 실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이러한 감정들이 더 절실해지고 가족이라는 존재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질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기온은 급상승하고 습도도 너무 높아서 짜증이 나고 거기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어느 순간 다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도 있을 것이고 아, 내가 왜 이렇게 가족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감정이 무색해지도록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야 만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목숨을 잃고 죽어나가고 쓰러져 간다. 그러한 죽음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허탈해지고 무기력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찾아오게 된다. 제발 이 사람만은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들이 맥 없이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주요한 배경이니 이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인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는 볼가 강변에 위치한 도시로서 탱크와 전차,비행기 등의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대규모의 공장들이 위치해 있어 그야말로 러시아 군수 산업의 요충지였다. 점령지의 물자와 인력을 원천으로 전쟁을 이어가던 독일에게 있어 소련의 석유와 군수 물자는 중요한 자원이었고 스탈린그라드는 공격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곳이 인구밀집 지역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사상자는 군인과 민간을 합쳐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피해 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인구밀집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라 전쟁 초기에 폭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엄청나게 많았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벌어진 시가전은 일명 '생쥐 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건물들마다 전쟁터였는데 각개격파를 방불케하는 전투의 양상은 독일군과 소련군의 참호의 거리가 불과 몇 미터의 짧은 거리여서 그 피해가 시간이 갈 수록 늘어났다. 결국 스탈린그라드에서 제대로 남은 건물이 없을 정도로 도시는 완전히 무너진 후에야 끝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전쟁의 참상이 작품 속에서도 명백히 드러나는데 단순한 사실의 나열 수준이 아니었고 문장들은 상상 이상으로, 그리고 굉장히 실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전쟁에 종군 기자로 1천 일 이상 참전한 경험을 작품화한 작가의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고  전쟁에 실제 참여했던 독일과 소련의 지휘관들의 실명과 장소, 전쟁의 전개 양상이 그대로 사용된 점들도 실재성을 배가시켜주는데 이러한 점이 작품을 읽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스탈린 그라드 전투의 승리로 연합군은 열세였던 전쟁의 승기를 잡은 셈이 되었고 스탈린그라드에서 항복한 독일은 그 후 동부 유럽의 점령지들을 소련에 내어주게 되는데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은 붉은 군대와 함께 탈환되는 도시들로 들어가 독일의 나치가 저지른 만행들을 목격하게 된다. 1944년에는 폴란드에 위치한 트레블린카 절멸 수용소에 도달해 답사하면서 그곳 가스실에서 노역했던 사람들, 무장봉기를 일으켰다가 성공해 살아남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레블린카 절멸 수용소는 오로지 유대인 절멸을 위해 지어진 곳으로 아우슈비츠의 악명에 가려 그 실상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 15 개월간 운영되면서 약 80만~92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곳이다. 이 작품에도 이러한 실상들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히 2권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절멸 수용소의 가스실 건설 장면과 이름도 잊히지 않는 '로제'라는 가스실 노역자의 미소는 아마도 꽤 오래 남아 있을 거 같다. 지루한 처음 부분을 넘기지 못하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등장하는 절멸 수용소의 가스실 건설 과정은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벌거벗은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몰아넣고 마치 난 그저 나에게 주어진 나의 일을 할 뿐이라는 듯 무심하게 미소짓는 '로제'라는 이름을 가진 악마의 모습도 역시 충격 그 자체였다. 




작품의 배경은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을 보여주기도 하고 수용소에 갇혀 봉기를 일으키려 모의하는 러시아 포로들의 실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대인들을 태우고 달리는 기차와 마침내 도착한 수용소에서 마치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도살장으로 향하는 가축처럼 가스실로 향하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탈린그라드에서 피난지로 옮겨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 전쟁의 와중에도 변함없이 연구를 하고 아이를 낳고 사랑을 나누고 가족의 생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한 아들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가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장소적 배경도 전 유럽을 망라하고 있고 등장인물은 스탈린이기도 했다가 히틀러이기도 했고 결국 스탈린그라드 지하 방공호에서 나와 항복을 선언하는 독일의 파울러 장군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면서 전쟁이라는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삶과 운명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단순하지 않다. 14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대하소설이니 그럴 만도 하다. 소설에 언급되거나 다루어진 사건들은 20 세기 이후 역사 기록물들의 공개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새롭게 알려진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고, 소련 치하에서 금기시되었던 정치적인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출판되는데 있어서도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주요 인물인 끄리모프(소련 공산당의 사상을 강의, 교화하는 직책인 사단의 '꼬미사르'이다.  사단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반적으로 보고하는 임무를 띄고 있어서 이 직책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정말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해야한다!)가 스탈린이 지배하는 국가가 혁명의 이상을 배반했다고 생각하는 과정과 스탈린의 지배체제가 나치주의와 다름 없이 전체주의 국가로서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설파한 점, 소련의 노동교화소의 실상과 유대인 박해도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점, 소련에 존재하지 않는 듯 지워져버린 다방면의 유명 인사들을 작품 전반 곳곳에서 주인공들의 입을 통하여 세세하게 언급한 점, 그리고 유대인을 박해하면서도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빅또르가 기초 물리학자로서의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그의 위상이 달라진 점, 파시스트와 다른 정권을 표방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감시하였으며 그들이 내뱉는 모든 말과 행동, 정신까지도 지배하려 획책하는 소련 정부 관료들의 숨막히는 행태는 결국 소련 정권의 위선과 술책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합리하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비인간적인 관료주의 하에서도 사람들은 친구, 연인, 가족과의 사랑과 행복을 꿈꾸었을 뿐인데 여기에서 대체 무슨 잘못을 찾아내려 애를 쓴단 말인가!. 그것이 진정 제대로 된 국가이기는 한 것일까!  결국 그로스만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승리는 거대한 것, 추상적인 것을 이기는 구체적인 것, 개인적인 것에 있으며, 집단주의 및 획일화, 편견, 오만, 악의, 폭력, 전쟁의 대척점에 개인주의 및 다양성, 공감, 배려, 선의, 비폭력, 평화가 자리하고, 절망, 체념, 증오, 죽음, 부자유의 반대편에 희망, 저항, 사랑, 삶, 자유가 자리한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설득해냈다"(416쪽, 작품해설 중에서)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 전쟁에 처한 사람들과 그로 인하여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지고 먹을 것과 살 곳을 찾아 여기저기 방황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소중함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을 향한 사랑과 자유에의 의지의 표현들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의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의 러시아 정부의 통제로 순탄치 못했다. 계속되는 검열과 압제에 시달리며 작품을 발표하였고 2차대전 중 유대인 학살로 어머니를 잃기도 했다. 종군기자로서 전장을 누비며 그 경험을 작품으로 남기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여자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우크라이나의 '야로슬로바 마후치크' 선수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금메달을 꼭 따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 선수 모두는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뛴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 공습을 피해 다른 이웃 국가에서 연습을 해왔는데 다음 올림픽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말한다. 전쟁은 지금 이 순간도 우크라니아와 러시아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쥐고 흔든다.

아니다. 전쟁은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다.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나라는 과연 어디일까?




3권의 책을 다 읽는 데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첨엔 대체 어떤 전개를 보여주려고 이리 등장인물이 많은지, 이름들은 또 왜 왜 왜 스탈린, 빅토르가 아니고 스딸린, 빅또르인건지, 전쟁의 양상과 참전한 러시아 병사들과 지휘관들의 이름과 전황과 장소들을 머릿 속으로 기억하면서 읽어 나갔지만 집중적으로 읽지를 못하니 다시 책을 읽으려 할 때면 기억이 가물거려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커다란 공책에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간단한 줄거리를 적어 놓았는데 2권 초반까지 3 페이지에 걸쳐 작성을 해놓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적으면서 나름의 정리도 되고 저장도 되면서 줄거리 파악이 쉬워진 것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샤뽀시니꼬프' 집안 사람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다. 줄거리를 모두 쓸 수 없는데다 이제 이들과도 이별을 해야하니 마지막으로 공책에 적어 놓은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자. 순전히 나의 편의를 위해서다. 예브게니야 니꼴라예브나(제냐)와 니꼴라이 그리고리예비치 끄리모프, 베라와 스쩨빤 표도로비치 스삐리도노프, 류드밀라와 빅또르 빠블로비치(시뜨룸), 세료자, 똘랴와 아바르추끄, 그리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미하일 시도로비치 모스똡스꼬이와 제냐의 친구인 소피야 오시뽀브나 레빈똔 .... 그리고 수많은 참전 군인들과 지휘관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면 좋겠지만??? 그게 가당키나 할까...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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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8-08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아하, 은하수 님은 벌써 읽으셨구나, 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ㅋㅋㅋ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제 독후감은 9월 3일에 올리는 걸로.... ^^;;

은하수 2024-08-08 22:03   좋아요 1 | URL
다 읽으신거죠?
전 집중해서 읽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반납하고 나니 허전하기도 하구요.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봐요~~
저도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한 레나르트는 침묵에 잠겼다. 얼마 후 그가입을 열었다.
"일단 구체적인 하나의 사례에서 시작해보지." 그는 바흐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바흐 중대에 다소 의심스러운 인물이 하나있네. 그동안 그 병사는 젊은이들의 웃음거리였는데, 포위되기 시작하고부터 다들 그에게 호의적으로 대할 뿐 아니라 그의 눈치까지 보게 되었지………… 나는 그 중대와 중대장에 대해서 생각해봤네.
성공의 시기에 이 바흐라는 자는 온 마음을 다해 당의 정책을 지지했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머릿속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도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심이 드네. 그래서 나는 자문하네. 어째서 그의 중대에서 병사들은 얼마 전만 해도 자기들이 비웃던, 광대와 미친놈이 반반 섞인 것으로 여겨졌던 그런 자에게 끌리게 되었을까? - P195

 그런 자는 운명적 순간에 무슨 짓을 할까? 그는 병사들에게무엇을 호소할까? 그들의 중대장은 어떻게 될까?"
그가 말을 맺었다.
"이 모든 것에 대답하기는 어렵지. 하지만 한가지 문제에는 답할수 있네.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으리라는 거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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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의 양상이 바뀌어 독일과 히틀러의 꿈이 떠나간다는 것,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고통, 실수의 고통이, 파괴된 잔해와 더러운 눈발, 일몰의 피로 물든 창문들이... 말고기를 담은 솥 위의 연기를 바라보는 존재들의 양순한 인내라는 결과로 이어지다니... 삶의 깊은 곳에는 얼마나 무디고 무거운 힘이 놓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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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헌병대장 할프가 제6군 참모부로 중대장 레나르트를 호출했다.
레나르트는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 경차에 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파울루스의 새 명령 때문이었다. 모든 연료는 군 참모장 슈미트 장군의 재량하에 놓였으니, 열번 죽어도 연료 5리터를 받아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제 병사들의 라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장교용 차량에도 연료가 부족했다. - P188

레나르트는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야전 우편물을 가지고 시내로가는 참모부 차량에 올랐다.
작은 자동차가 얼음 덮인 아스팔트를 굴러갔다. 바람 한점 없는투명한 대기 속에 반투명의 가느다란 연기가 전선의 벙커와 토굴위로 솟아올랐다. 시내로 향하며 그는 머리에 수건과 스카프를 동여맨 채 걸어가는 부상자들과 명령에 따라 시내에서 공장으로 이송되는, 역시 머리엔 수건을 동여매고 발은 헝겊으로 휘감은 병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 P189

운전사가 길가에 죽어 있는 말의 사체 옆에 차를 세우더니 모터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레나르트는 단검을 들고 반쯤 언 말고기를 잘라내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말의 드러난 갈비뼈 사이로기어오른 한 병사는 마치 다 지어지지 않은 지붕의 서까래에 올라탄 목수 같아 보였다.………… 부서진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삼각대에 검은 솥이 걸렸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허리에는 수류탄을 찬 병사들이 헬멧, 군모, 이불, 목도리 따위를 뒤집어쓴 채 둘러서 있었다. 취사병이 장검을 휘저으며 솥 위로 떠오르는 말고기 조각들을 밀어넣었다. 벙커 지붕 위에서는 한 병사가 거대한 하모니카 비슷하게 생긴 말 뼈다귀를 천천히 뜯어 먹고 있었다. - P189

문득 지는 태양이 길을, 죽은 건물들을 비추었다. 다 타버린 건물의 검은 눈구멍들이 꼭 얼어붙은 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전투가 남긴 검은 재들에 더러워지고 포탄의 발톱에 파헤쳐진 눈밭이황금색으로 물들고, 죽은 말의 몸체가 만들어낸 검붉은 동굴도 환히 밝혀졌다. 땅을 휩쓸던 눈보라가 날카로운 청동빛을 내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 P190

석양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며 시각적 인상을 그림-이야기로, 감정으로, 운명으로 바꿔놓는다. 꺼져가는 태양 속에서 더러움과검댕의 반점들이 수백의 목소리를 내고, 인간은 마음의 고통을 가버린 행복을,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실수의 고통을, 희망의 영원성을 깨닫는다.
이는 동굴 시대의 광경이었다. 척탄병들, 국가의 영광, 위대한 게르마니아의 건설자들은 이제 승리의 길에서 멀리 내팽개쳐졌다. - P190

헝겊 조각들로 친친 동여맨 사람들을 바라보며 레나르트는 시적인 직관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이 바로 일몰이라는 것을, 꿈이 떠나간다는 것을. - P190

히틀러의 번뜩이는 에너지가 가장 진보적인 이론으로 무장한강력한 이들이, 날개 돋친 민족의 힘이 이 얼어붙은 볼가의 고요한 강변으로 이어지다니, 파괴된 잔해와 더러운 눈밭, 일몰의 피로 물든 창문들, 말고기를 담은 솥 위의 연기를 바라보는 존재들의 양순한 인내라는 결과로 이어지다니, 삶의 깊은 곳에는 얼마나 무디고 무거운 힘이 놓여 있는가......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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