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오늘의 목표는 ‘1장 패배에 대한 두려움(p52)‘까지.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준다. 일단 책장은 잘 넘어간다.


또한 왜 미국의 민주주의가 퇴보에 특히 취약한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제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유권자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중요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이끈 공화당은 유럽의 급진적인 우파 정당들처럼 ‘언제나‘ 정치적 소수를 대변했다. 그러나 유럽 내 극우 정당과는 달리 트럼프의 공화당은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 P20

이러한 사실은 우리를 또 다른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미국이 오늘날 직면한 문제의 일부가 많은 이들이 숭배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헌법을 말한다. 미국의 성문 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정치 기술자들의 탁월한 작품인 미국 헌법은 안정과 번영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2세기가 넘게 영향력이 막강한 야심 찬 대통령들의 힘을 성공적으로 견제했다. 하지만 이러한 헌법에 내재된 결함이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고 말았다. - P20

미국에서 정치적 소수는 민주주의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 덕분에 다수를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때로 다수를 ‘지배‘할 수도 있다.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소수의 지배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구가 극단주의자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소수의 손에 들어갈 때,  ‘특히‘ 위험하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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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트럼프 재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궁금하기도 하고..
학자들은 ˝부유한 민주주의˝와 ˝오래된 민주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p16)고 말한다. 과연 사실일까? 이에 대한 고찰도 살펴볼 것이다.

들어가며
2021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백인 우월주의가 오랫동안 정치판을 잠식했던 바로 그 주에서 유권자들은 그들의 첫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 상원 의원 레버런드 라파엘 워녹Reverend Raphael Warnock과 첫 번째 유대계 미국인 상원 의원을기록적인 수치로 선출했다.  - P11

 워녹은 재건 시대 이후 미국 남부 지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정치인 팀 스콧Tim Scott에 이어 두 번째로 선출된 흑인 상원 의원이었다. 그날 밤 워녹은 옛날에 소작농이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지지자들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의 면화를 골라내던 여든두 살 어머님 손이 당신의 막내아들을 미국 상원 의원으로 뽑았습니다." 많은 사람은그 선거 결과를 희망찬 민주주의의 미래를 나타내는 전조라고 봤다. - P11

다음 날인 1월 6일, 미국인들은 상상조차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부추긴 폭동이었다. 이로써 4년에 걸친 민주주의 퇴보가 쿠데타 미수로 정점을 찍었다. 그 광경을 지켜봤던 많은 미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그들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느꼈던 공포와 혼란, 분노의 감정을 똑같이 느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폭력의 흐름, 선거운동원에 대한 위협, 투표를 더 힘들게 만든 갖가지 시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대통령의 획책 등 미국인들이 목격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퇴보였다. 물론 2016~2021년 사이에 미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P12

미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퇴보했는지는 우리에게 섬뜩한 느낌을 안겨다준다. 오늘날 여러 기관은 전 세계 민주주의 수준을평가해서 수치적인 결과로 제시한다. 가령 프리덤하우스 FreedomHouse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원으로 1941년에 워싱턴 DC에 설립된 비정부기구-옮긴이)는 세계자유지수Global Freedom Index 로 매년 전 세계국가를 0~100점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100점은 최고의 민주주의를 뜻한다.  - P15

미국은 2015년에 90점을 받았고, 이는 캐나다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스페인, 영국 등과 비슷한 점수였다.
그러나 미국의 점수는 이후로 꾸준히 하락해서 2021년에 83점을 받았다. 이는 서유럽의 모든 기존 민주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체코공화국, 리투아니아, 타이완 등 새롭게 등장한, 혹은 역사적으로 많은 고난을 겪은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낮은 점수였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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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알린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쓰러지는 병사)‘의 사진도 조작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가설에 따르면, 이 사진은 전선 부근에서 실시된 군사 훈련 모습을 담고 있다. p75)˝
˝촬영장소, 날짜 상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정황적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을 보면
더욱 이 사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쉴새없이 밀려드는 (텔레비전, 스트리밍 비디오, 영화의) 이미지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는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진이 가장 자극적이다. 프레임에 고정된 기억, 그것의 기본적인 단위는 단 하나의 이미지이다. 정보 과잉의 이 시대에는 사진이야말로뭔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자 그것을 간결하게 기억할 수 있는 형태이다. 사진은 인용문, 그도 아니면 격언이나 속담 같은 것이다. - P44

 우리는 모두 순식간에 떠올릴 수 있는 수백 장의 사진들을 마음 속에 담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자. 우리는 스페인 내전 당시에 찍힌 가장 유명한 사진을 모두 알고 있다. 어느 공화군 병사가 적군의 총알에 명중된 바로 그 순간, 로버트 카파의 카메라가 "쏜"바로 그 사진 말이다. 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거칠기 그지없는 이 흑백의 이미지, 소매 걷힌 하얀 윗옷을 입은 남자가 자신이 쥐고 있던 장총을 던져버리려는 듯이 오른 팔을 뒤로 젖힌 채 산자락 뒤쪽으로 쓰러지는
이미지, 자신의 그림자 위로 고꾸라져 곧 죽을 것 같은 이미지를 마음 속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P44

이것은 충격적인 이미지이며,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저널리즘의 일부로 편입된 이미지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자극하며 놀라게 할 것이라고 여겨졌다.  - P44

 잔혹한 사진의 경우, 사람들이 그사진에서 원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나 단순한 계략과 마찬가지라고 여겨지는 일말의 예술적 기교가 아니라, 증거품으로서의 중요성이기 때문이다. 지옥 같은 사건을 담은 사진의 경우에는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아마추어이거나 아니면 일종의 서비스처럼)눈에 익은 몇 가지 반反예술적 양식을 도입한 관계로 빛의 양이나 사진의 구도가 적절하지 않은 것일수록 더 믿을 만하다고 여겨진다. 예술적으로 말하자면, 도드라진 재주를 부리지 않은 사진일수록 훨씬 덜 조작된 것이라고 여겨지며(오늘날 고통을 담고 있는 잘 알려진 사진들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처지에놓여 있다), 될 수 있는 한 경솔한 동정심이나 동일시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 P49

 한편,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가차없이 살육되고 육지에서 대량 학살됐던 훨씬 더 잔인한 전쟁들(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수단 내전, 쿠르드족을 겨냥한 이라크의 군사 행동, 러시아의 체첸침공과 점령)은 상대적으로 사진에 담기지 못했다. - P61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1970년대 초에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기록으로 남긴 잊혀지지 않는 수난의 장소들은 대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있었다. 기아로 고통받는 인도의 희생자들을 찍은 베르너 비쇼프의 사진들, 비아프라에서 일어난 전쟁과 기아 사태의 희생자들을 찍은 돈 맥컬린의 사진들, 일본 어촌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오염 사태의 희생자들을 찍은 W. 유진 스미스의 사진들을 상기해 보라.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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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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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묘미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무도회>, <다른 젊은 여자>,<로즈 씨 이야기>, <그날 밤> 네 단편의 마지막 장면과 대화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론 ‘그것이 인생!‘이라는 기나긴 삶의 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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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씨 이야기>
 그런데 그가 갑자기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벌떡 몸을일으켰다. 누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로즈 씨! 로즈 씨세요?"
그는 한 자동차 창문에서 눈에 익은 얼굴을 보았다.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 얼굴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 먼 친척, 관계가 있는 사람, 척진 사람,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차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로 보따리, 여자, 아이들로 가득했지만, 어쨌거나 그건 자동차였다. - P115

"내가 탈 만한 자리가 있나요?" 그가 소리쳤다. "내 자동차는 도둑맞았어요. 루앙에서부터 걸어왔는데 더는 한 발짝도 못 걷겠어요. 날 태워줘요, 제발!"
차 안에서 사람들이 의논했다. 한 여자가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다른 여자가 말했다.
"곧 루아르강의 다리들을 폭파할 거야. 그러면 저 사람들은 못 건너가."
그러고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로즈 씨를 향해 소리쳤다.
"타세요. 탈 자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보자...어쨌거나 재주껏 타세요." - P115

로즈 씨가 몸을 움직여 일어서다가 마르크를 떠올렸다.
"이 청년한테도 한 자리..."
"그건 불가능하네, 가엾은 친구"
"난 그를 두고는 가지 않을 거야." 로즈 씨가 
말했다.
너무나 피곤해서 그의 귀에는 자기 목소리가 
낯선 이의 목소리처럼 희미하고 아득하게 들렸다.
"친척인가?"
"아니, 아무 관계도 아니야. 하지만 부상을 당했어. 난 그를 두고 갈 수 없어."
"자리가 없네."
바로 그 순간,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다리들! 다리들이 곧 폭파될 거야!"
자동차가 서둘러 출발했다. 로즈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모든 게 끝이었다. 그는 이제 죽은 목숨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이 아이 때문에? 그는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 - P116

"사람들이 다리 위에 있어요! 사람들, 차들이 있다고요!"
그 혼란 속에서, 그 끔찍한 무질서 속에서, 다리가 너무 일찍 폭파되는 바람에 피난민의 차들이, 로즈 씨가 타기를거부했던 차까지도, 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즈 씨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며 마르크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에 타지 않은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깨달으면서.
(1940) - P116

<그날 밤>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의 말들은 빈약하고 서툴렀으며, 목소리도 고르고 단조로워서 정열적이지 않았다. 그랬다, 엄마에게는 열정의 흔적이 더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자의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가, 예술가, 천재적인 창조자가 망설이며,
틀려가며, 고쳐가며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는 소녀들에게 말하듯 그 노처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어쩌다 내 아버지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면, 엄마의 입술은 물어뜯는 것도 입을 맞추는 것도 아닌 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 P138

나는 엄마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강력한 경쟁자로 보이는 모든 여자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함께 자란 그 세 사람은 안전했다. 그들이 엄마의 소중한 남자를 앗아갈 리는 없었으니까. 엄마는 그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망설이며 이야기를 시착했지만, 나중에는 기억의 물결에 휩쓸려갔다. 분명, 엄마가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랑은 떠나갔다. 마개를 열어놓은 향수병에서 향기가 날아가듯, 사랑은 그녀의 가슴에서 달아났다. 분명히 말하는데, 프랑스에서 첫 밤을 보낸 순간부터 엄마는 아버지를  잊기 시작했다. - P139

"하지만 언니가 아까는, 아까는..." 알베르트 이모가 외쳤다.
"아까는 내가 불행했다고 했지." 엄마가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네가 부러워. 너희의 평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하지만... 난 풍요로웠고, 가득 채워졌었어. 그런데 너희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지?"
그러자 나의 이모 알베르트가 뜨개질감을 떨어뜨리고는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 P140

깜짝 놀란 엄마가 애석해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를 달래러 갔다. 하지만 이모는 엄마를 뿌리쳤다.
"왜 그러니, 알베르트? 나도 알아, 이해해, 내가 가여워서우는구나..."
"언니가 가엽다고? 오! 천만에! 가여운 건 언니가 아니야."
그러고는 고통과 앙심이 묻어나는 말투로 덧붙였다.
"언니는 이 모든 걸 우리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어!"
(1942)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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