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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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에 꼭 맞는 단편들. 듣고 보니 다 맞는 말들이고 입장이고 상황인데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지.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바라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내가 취한 관점을 통해서만 본다는 것의 맹점을 보여주는 수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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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왜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저버렸나








재건주의가 막을 내리고 한 세기가 흐른 1963년 11월, 린든 존Lyndon Johnson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평등한 권리에 대해 충분히 오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백 년, 혹은 더 오랫동안 논의했습니다. 이제 다음장을 써 내려갈 시간이, 그리고 그 이야기를 법전에 기록해야할 시간이 왔습니다." - P137

아이러니하게도 존슨의 민주당은 남부 보수 진영을 넘어선 자유주의 계파와 더불어 시민권을 옹호하는 정당이 되었다. 재건시대가 미국의 "두 번째 건국"이라면, 시민권법(1964)과 투표권법(1965)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법원의 판결과 개혁의 노력은다인종 민주주의를 위한 탄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 "세 번째 건국"이었다. - P137

도널드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감행하기 한 달 전, 공화당 핵심 상원 의원인 마이크 리Mike Lee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이렇게 의문을 던졌다. "자유와 평화, 번영과는 달리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트위터에다가는 이런 글을 올렸다. "우리는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이더 번영하길 기원한다. 그러나 계급 민주주의가 이를 가로막을것이다." - P139

미국의 공화당은 수십 년간 영국의 보수당이나 캐나다의 보수당, 혹은 독일의 기독민주당처럼 주류 중도 우파 정당이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전반적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지 않았다. - P139

전 세계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Vari-eties of Democracy) Institute는 전 세계 주요 정당들을 대상으로 매년 "반자유주의 illiberalism" 점수를 발표한다. 이 점수는 다원주의와 시민권, 야당에 대한 관용, 정치적 폭력에 대한 거부와 같은 민주주의규범으로부터 정당이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 P139

서유럽 지역 보수 정당들 대부분 점수가 아주 낮다. 이 말은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가 아주 강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공화당도 그랬다. 적어도 1990년대 말까지는 말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공화당의
반자유주의 점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2020년에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를 기준으로 미국의 공화당은이제 "일반적인 중도 우파 여당보다 튀르키예의 정의개발당 Adaletve Kalkinma Partisi, AKP 이나 헝가리의 피데스와 같은 독재 정당과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 P140

왜 공화당은 다른 길로 나아갔던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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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1》
세계 제2차 대전의 전환점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경험이 이 책 전반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전쟁의 실상이 문장마다 가득하다.
전쟁조차도 아름답고 웅장하게 만들어버린 바실리 그로스만의 역작을 읽는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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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화염으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유리되고 굉음으로 귀가 먹먹해진 병사의 직관이 참모부가 지도 앞에서 도출한 전투의 전체적 결말에 대한 판단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 P59

놀라운 변화와 함께 전투는 전환의 순간을 맞는다. 공격하던 병사가 마침내 목표 지점에 다다라 멍한 상태에서 주위를 돌아보다가, 자신과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오던 이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음을, 그동안 내내 혼자이고 나약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만 했던 적병이 이제는 다수이며 따라서 자신이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 P60

그 상황 속에 있는 이에게는 너무도 분명한 이 전환의 순간, 멀리서 이를 보고 예견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알 수도,설명할 수도 없는 이 순간에 지각에 깊은 변화가 일어난다. 
용감하고 현명한 ‘우리‘는 소심하고 허약한 ‘나‘로 바뀌고, 운 나쁜 사냥감으로만 여겨지던 적은 끔찍하고 위협적인, 뭉쳐진 ‘그들‘로 변모하는 것이다. - P60

성공적으로 저항을 제압하며 나아온 이 병사에게 그때껏 전투의 모든 사건은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포탄의 폭발도, 기관총 연발사격도 그랬다. 이제 저자가 엄폐물 뒤에서 총을 쏘네, 지금 달아나는구나, 달아나지 않을 수 없지. 그는 혼자이고,기관총과 단절되어 있고,
 그의 옆에서 역시나 단절된 채 총을 쏘는 병사와도 단절되어 있으니까.  - P60

하지만 나, 나는 우리지, 나는 거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보병대 전체야, 나는 나를 지지하는 포병부대야, 나, 나는 나를 지지하는 전차들이야, 나는 우리 공동의 전투를 비춰주는 조명탄이야. 그랬는데 이제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나는 혼자가 되고, 서로 분리되어 나약하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적의 소총과 기관총과 대포의 화염이라는 무시무시한 단합체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하나가 된 적은 이미 무적이다. 살아남을 길은 달아나는 것, 머리를 감추고 어깨와 이마와 턱을 가린 채 내달리는 것밖에 없다. - P60

한편 밤의 어둠 속에서 기습을 당해 무력감과
 고립감만을 느끼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을 파괴한 적의 단합체를 분쇄하고 자신들만의 단합체를, 승리의 힘을 품은 자신들 고유의 단합체를 느끼기시작한다.
종종 전쟁을 예술이라 부를 권리를 부여하는 근거는 바로 이러한 변환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 고립과 단합의 감각 속에, 고립의 의식으로부터 단합의 의식으로 향하는 이 변환 속에 중대들과 대대들이 감행하는 야간 돌격만이 아니라 전쟁을 치르는 군 전체와 국민 모두의 승패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 P61

전투의 참가자들에게 거의 완전히 잊히는 하나의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 감각이다. 새해맞이 무도회에서 아침까지 춤을 춘 소녀는 그 시간이 빨리 갔는지 아니면 천천히 흘렀는지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한다. 또 실리셀부르그 정치범 감옥에 스물다섯해 동안 감금되었던 사람의 소회는 어떤가. "감옥에서영원을 보낸 것 같네. 하지만 동시에 몇주 잠깐 살았던 것도 같아."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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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위에 안개가 자욱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늘어선 고압전선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비가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땅은 새벽녘의 습기로 축축했고, 붉은 신호등이 켜질 때마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불그레한 얼룩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수용소의 숨결이 느껴졌다. 수용소를 향해 뻗어 있는 전깃줄과 도로, 철로의 선들이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었다. 이곳은 직선들로 가득한 공간, 대지와 가을 하늘과 안개를 자르는 직사각형과 평행사변형의 공간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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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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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고 나니 문체가 어째서 이다지도 가시가 돋친 듯 강했는지 이해 완료. 읽으면서 내내 기원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다음 편에서 바로 볼 수 있다니 좀 더 계속 읽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다 읽었는데도 뭐가 ˝괜찮아˝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서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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