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국악 수업 - 40가지 주제로 읽는 국악 인문학 지식 벽돌
이동희 지음 / 초봄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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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중음악은 세계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자국의 음악이 그 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이 정도로 흥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우린 변방인 아시아가 아닌가. 그치만 그 이름은 한국음악이 아닌 K pop이다. 글자 그대로 외국, 특히 미국음악을 들여와 우리의 색을 입힌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진정한 한국의 음악은 국악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음악을 단순히 음악이라 하지 않고 국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앞에 별도의 지칭이 붙었다는 것은 이미 즐기고 듣는 생활음악의 자리를 서양음악에 내주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은 그 외에도 자국의 언어 교과를 국어, 역사는 국사라고 하는 좀 이상한 면이 있다. 

 한국인은 대개 국악을 즐기지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하고 대중음악이 아니며, 학교에서 딱히 배운적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교육과정이 개정되어 음악교과의 거의 절반을 국악이 차지한다. 하지만 개정 이전 교육과정을 경험한 기성세대는 음악시간에 국악을 접한 비중이 10-20%정도에 불과했었다. 

 국악은 한국인의 현대 정서와 다르게 좀 많이 느리다. 물론 빠른 곡도 있지만 대개 확실히 서양음악에 비해 느리다. 이는 서양음악이 빠르기의 기준을 심박수로 한 것에 비해 국악은 호흡수로 하기 때문이다. 심박보단 호흡이 확실히 느리다. 여기에 국악은 궁중, 양반 계층을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그들의 유교문화가 반영되어 느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악을 일상생활에 잘 활용한 예가 서울지하철의 환승음악이다. 기존엔 서양음악과 다른 음악을 사용하다 2009년부터 국악곡 '얼씨구야'를 음악으로 사용했다. 다들 한 번은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14년만에 곡을 '풍년가'로 바꾸었다. 

 국악은 원래 작곡가가 없다. 그냥 연주자들이 다양하게 변주하는 과정에서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 국악도 작곡가가 출현한다. 그리고 음악도 다양화한다. 

 국악은 원래 양반과 중인이 즐기는 정악과 서민 중심의 민속악으로 구분한다. 정악은 양반, 중인이 모여 취미로 음악, 시낭송, 서예, 그림, 바둑 등을 즐기며 듣는 풍류악이다. 민속악은 서민 중심으로 생성되고 향유한 음악이다. 대표 장르가 판소리이며 숙종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는 12마당이었지만 치정극과 복수 이야기를 덜어내고 삼각오륜에 부합하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만 전해진다. 없어진 이야기들은 모두 재밌고, 양반을 비판하며, 성적인 면이 많은데 무척 아쉽다. 민속악엔 기악독주곡인 산조, 사물놀이, 시나위 등이 있다. 현재 국악은 여기에 창작국악이 더해져 지금은 총 3장르가 된다. 

 국악기를 만드는 재료는 8가지다. 대한제국의 백과사전은 증보문헌비고는 이를 팔음이라 칭한다. 쇠, 돌, 명주실, 대나무, 바가지, 흙, 가죽, 나무로 각각 금부, 석부, 사부, 죽구, 포부, 토부, 혁부, 목부라 한다. 금부악기는 편종, 특종, 방향, 징, 꽹과리, 나발이 있다. 편종은 가장 낮은 황종부터 반음씩 총 16음계고 특종은 황종음 하나만을 내는 큰 종이 매달린 악기다. 방향은 16개의 건반이 있는 큰 실로폰 같은 악기다. 석부악기는 편경과 특경인데 편종, 특종과 같은 방식으로 돌로 만든 차이다. 사부악기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비파가 있다. 죽부는 대금, 중금, 소금이 있고 리드로 부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와 단소, 풍소가 있다. 포부는 생황이 있는데 이것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연주가 가능하다. 토부는 훈과 부가 있는데 훈은 오카리나와 비슷하고, 부는 큰 질 그릇을 내서 채로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혁부믄 장구와 북, 소고가 있다. 목부는 박과 축, 어, 태평소가 있다. 축은 제사의 시작에 어는 제사의 끝을 알리는 악기다. 

 국악의 시작은 당연히 민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의 왕산악은 중국의 칠현금을 참고하여 6개 줄의 거문고를 만든다. 백제는 금동대향로에 5명의 악사가 등장한다. 유명한 노래 정읍사는 수제천의 전신이다. 신라는 진흥왕대에 가야의 우륵을 통해 가야금을 만든다. 12줄 악기로 왕은 우륵에게 계고, 법지, 만덕의 세 제자를 붙여주고 이들은 각각 가야금과 노래, 춤을 배운다. 하지만 가야와 신라의 정서가 달라서인지 이 세 제자는 스승의 뜻을 따르지 않고 음악을 변형한다. 신라는 국가음악기관은 음성서를 설립하고 삼현(거문고, 가야금, 향비파), 삼죽(대금, 중금, 소금)의 악기를 편성한다. 그리고 나당연합군 시절 당에서 당악이 유래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향악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발해는 왕립음악기관인 태상시가 있었고, 연해주에서는 유목민의 악기인 바르간이 출토된 걸로 보아 초원의 음악도 수용한 것 같다. 고려는 송을 통해 교방악과 사악이라는 음악이 유래하여 당악에 편입된다. 송휘종은 1116년에 대규모 아악을 보내주었는데 이 때부터 우리 음악이 당악, 아악, 향악으로 구분된다. 고려는 궁중무용인 중재가 유행했고, 청산별곡, 서경별곡, 가시리, 쌍희곡, 사모곡이 유행했다. 고려는 궁중음악을 관장한 대악서, 공인의 실질적 음악 연습과 교육을 하는 관현방, 종묘에서 노래와 연주를 익히는 아악서가 있었다. 조선전기는 외국의 영향이 없는 독자적 음악의 발전시기다. 세종은 정간보를 창안했고, 새 악곡을 창작하고 아악을 정비했다. 세조는 궁중음악기관 5곳을 통폐합하여 장악원을 만들고 종묘제례악의 기틀을 마련하고 아버지가 만든 곡들은 여기에 편입시켰다. 성종은 최고의 음악 교본은 악학궤범을 완성한다. 양난으로 조선은 많은 악기를 상실한다. 그리고 음악이 중심이 민간으로 이동한다. 조선 후기에는 성악곡이 기악곡화하는데 염니락, 영산회상, 낙양춘, 사관풍류, 횡성곡 등이 그렇다. 그리고 악곡의 속도가 빨리지고 고음화한다. 개화기는 판소리를 오페라처럼 만든 1인 1역의 창극이 크게 유행한다. 일제강점기 정악은 이왕직아악부로 명맥만 유지했고 민속악은 민중자각의 모태가 되어 크게 발전한다. 1951년 국립국악원이 개원하고, 54년 대학에 국악과가 신설되었으며 62년 중요무형문화재법에 따라 64년 종묘제례악이 1호로 지정된다. 그리고 1994년이 국악의 해로 지정된다. 

 조선 세종은 음의 기준을 정한다. 황해도 해주의 곡식 기장의 길이를 기준으로 하여 국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황종 음을 대는 대나무 율관을 제작한다. 이를 근거로 주선율을 연주하는 편종과 편경을 제작한다. 세종은 전반기엔 아악, 후반기는 향악에 집중한다. 여민락, 취풍형을 작곡하고 종묘제례악도 작곡한다. 세종은 아악이 궁중음악이므로 왕과 왕비의 제사인 종묘제례악에 당연히 향악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학문의 덕을 기리는 보태평과 군사적 업적을 기리는 정대업을 작곡한다. 하지만 반대가 심해 당대엔 어려웠고 그 아들인 세조가 이를 종묘제례악으로 지정한다. 

 한국의 아리랑은 본래 강원도 정선을 비롯하여 영월과 평창 등 태백산맥 일대에 분포한 메나리조의 아라리에서 유래했다. 아리랑의 의미는 밀양의 전설적 인물 '아랑'이라는 설, 신라왕비 알영비라는 설, 긴(아리) 강(라)이라는 의미라는 설, 아리따운 임을 의미한다는 설, 나의 이치를 찾는다는 설등 다양하다. 

 사물놀이는 풍물놀이 중 판굿을 극대화한 음악이다. 1978년 김덕수와 금용배를 비롯한 젊은 20대 예인들이 완성했다. 단기간 폭발적 인기를 얻었으며 리듬만으로 하나의 장르를 완성한 매우 독특한 음악이다. 사물놀이는 꽹과리, 장구, 북, 징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각 별, 인간, 달, 해를 상징하고 소리는 번개, 비, 구름, 바람에 비유된다. 

 민속악 중 유일한 기악 합주곡이 시나위다. 시나위는 전라대 일대의 무속음악의 반주가 독립하여 발전한 것으로 재즈의 즉흥성을 갖고 있다. 

 민요는 지역별로 독특한 음계와 발성법을 갖고 이를 토리라고 한다. 경기, 충청일부의 음악은 경토리다. 맑고 경쾌하며 음악이 분명하고 빛깔이 부드럽다. 굿거리 장단과 세마치 장단을 쓴다. 전라도는 육자배기 토리다. 극적이고 굵은 목을 눌러내는 특유의 창법이 있다. 떠는 목, 꺽는 목이 있으며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장단을 쓴다. 평안도와 황해도는 수심가토리다. 하늘하늘한 소리와 큰소리로 부르다가 콧소리를 낸다. 함경도와 경상도는 메나리토다. 경상도는 장단이 빠른 반면 함경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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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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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가 이번엔 비만 치료 신약에 대해 썼다. 역시 필력이 뛰어나며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전문가 의견과 각 계의 연구결과 및 사회문화적 현상을 토대로 도출한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준다. 가독성이 뛰어남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식시장에선 노보노디스트와 일라이 일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들은 원래 유명한 회사였지만 바로 비만 치료 신약을 개발했기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비만 치료 신약은 이미 상당히 일반화하였다. 국내에서도 시판중이고, 유명한 건강방송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이를 다뤘다. 그리고 헐리우드 및 세계의 유명인사들은 갖은 방법으로도 안되던 몸매관리를 비만 신약을 통해서 드디어 해내고 있다.

 요한 하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늘 그렇듯 그는 사회의 여러 저명인사와 모임에 나가곤 하는데 자기와 친숙한 몸매를 보이던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날씬해져 있던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더구나 이들은 파티에서 자신과 같이 탐식을 하곤 했는데 정말 음식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한 하리는 그들이 비만 신약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효과는 매우 우수했으며 이에 자신도 이를 처방받기 시작한다. 효과는 놀라웠다. 그는 항상 먹을 것을 탐했고, 그 중에서도 건강에 좋지 못한 것들만 먹었는데 이런 음식의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글루카곤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글루카곤 유전자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기다린 사슬 같은 구조로 이 중 작은 한 토막이 GLP-1이다. 그리고 이는 인슐린 생성을 촉진한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나면 장에서 GLP-1 수치가 급증한다. 이는 배불러 먹었다는 신호로 뇌에 그만 먹으라는 신호, 즉 포만감을 보낸다. 이로 인해 GLP-1은 발견되자마자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보았다. 당연히 약제로서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GLP-1 체내에 투입하면 고작 수분만에 분해가 되어 효과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한 발견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 GLP-1의 유전자 코드가 할러몬스터라는 도마뱀의 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GLP-1 유사물질은 독인 만큼 당연히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수 시간을 지속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더욱 개선하여 급기야 GLP-1 유사물질이 일주일이나 체내에 머무르게 개선했다.

 처음에 GLP-1 유사물질은 당뇨 약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당뇨 개선 외에도 처방 환자들의 체중이 무려 25-30kg이나 감소하는 현상이 다수 관찰되자 2022년 노보노디스크 경영진은 비만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하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68주 임상에서 실험군의 체중은 무려 15%나 감량되었다. 하지만 투약을 중단하자 1년만에 감량 체중의 66%가 회복되었다. 이는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환자에겐 재앙이나 제약회사에겐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지금 노보노디스트는 두 가지 형태의 세마글루타이드를 판매한다. 당뇨환자에겐 오젬픽, 비만환자에겐 위고비를 처방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과 GIP라는 다른 장호르몬도 자극한다. 마운자로는 평균 체중을 21%감량시킨다. 그리고 개발중인 트리플 G는 이름처럼 무려 3가지 호르몬을 자극한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주사형태다. 가격은 비싸다. 한달에 수백달러가 필요하다. 경구약이 개발중인데 이는 비용을 하루 1-2달러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 신약은 매우 효과가 강력하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으로 인해 벌써부터 패스트푸드 업계와 고관절과 무릎 관절 기기 기업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엔 부작용이 있다. 우선 메스꺼움이다. 음식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변비와 트림이다. 음식이 적게 들어가고 노폐물이 이로 인해 오래 머물러 나가기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갑작스런 심박수 상승도 있다. 

 비만치료제가 각광 받는데는 바로 세계적 비만 유행이 자리한다. 세계 보건 기구에 의하면 1975년 이후 전 세계의 비만은 3배나 증가했다. 여기엔 인간의 먹을 거리의 변화가 자리한다. 즉, 초가공식품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과 비만의 증가는 일치한다. 

 가공식품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진열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 유통과 판매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그래서 이들이 제조한 음식에는 설탕과 지방,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야 박테리아가 덜 자라 오래 보관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 제조과정에서 식재료는 고온의 열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거치며 본연의 맛과, 향, 색을 상실한다. 그리고 금속 맛과 쓴맛이 생성된다. 이를 감추기 위해 수 많은 색소와 향이 첨가된다. 이 밖에 향료, 광택제, 방부제, 응고방지제, 요해제, 보존제, 착색제, 산유화제, 표백제 등 6천가지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육류는 박테리아를 죽이고 유통해야 오래 가기에 수산화암모늄 가스를 주입한다. 이걸 핑크슬라임이라 한다. 내가 산 고기가 지나치게 냉장고에서 오래 보틴다면 핑크슬라임을 의심해야 한다. 액화 닭고기에 유화제를 첨가하여 너겟의 주재료로 삼는 것은 미트 슬러리다. 육류는 물을 넣어야 오래 지열되기에 물의 증발을 막는 육류용 접착제도 첨가된다.

 이런 초가공식품은 본연의 맛은 전혀 없음에도 각종 첨가물과 향미료, 설탕, 지방, 소금의 첨가로 사람을 가장 기분좋고 행복하게 하는 블리스포인트를 마구 자극한다. 그래서 이들은 웬만큼 먹어도 포만감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과식하게 되는데 비만 식약은 바로 이 포만감을 자극한다.

 초가공식품이 포만감을 못느끼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덜씹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은 대개 매우 부드러워 거의 씹을 필요가 없다.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위장간으로 내려가 사람은 미쳐 멈추라는 신호를 받기 이전에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한다. 다음은 설탕, 지방, 탄수화물의 강력한 조합이다. 그리고 식이섬유 및 단백질은 거의 없고 단순당 위주로 구성되어 인간의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급격히 낮추는 작용을 일으키기에 많이 먹었음에도 금새 허기지게 하여 더 먹게 한다. 또한 언급한 것처럼 단백질과 섬유질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인체에 필수 요소이기에 사람은 이것의 최소량을 채우기 위해 가공식품을 정말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음료형태다. 가공식품은 음료수도 많은데 상당히 고열량이다. 인간은 고체형태로는 과독한 열량섭취에 거부감을 느끼나 놀랍게도 음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제로 음료도 그렇다. 제로 음식은 섭취시 열량이 거의 없지만 단맛이 강해 인체의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뇌는 속았다고 생각해 몸을 더욱 허기지게 만들어 더 많은 당분을 먹게 만든다. 가공식품은 또한 영양교란을 일으킨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자연의 음식을 맛보고 필요한 영양분을 얻어왔다. 누구나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기에 특정 음식을 갈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맛과 향은 영양과 무관하다. 이것이 인간의 오랜 시스템을 교란한다. 마지막은 장기능 문제다. 인간의 장에는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 이들은 음식을 분해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다양성이 중요한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30가지 이상의 채소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없다. 그나마다 매우 단순하여, 밀과 콩, 옥수수가 거의 전부다. 이로 인해 현대인은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의 40%를 상실한 상태다.  

 이런 가공식품은 온 세계를 둘러싸 인간은 비만하기 매우 쉬운 상태다. 진짜 음식은 찾기 어려우며 상당수 저소득층은 서민들은 진짜 음식은 없는 식품 사막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결핍에 시달리면서도 하루에 500kcal를 추가로 섭취한다. 이는 빅맥하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즉, 평생 하루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빅맥하나만큼을 더 먹는 셈이다.  

 비만이 야기하는 건강상의 문제는 상당하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글루크스가 세포에 들어가게 돕는다. 당뇨가 생기면 인슐린 저항성으로 작용을 잘 하지 못해 바로 글루코스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신체의 핵심부위가 위험해지는데 바로 심장, 신장, 신경, 눈이다. 당뇨로 인해 사람들은 시력을 상실하고 , 미국에서만 매년 당뇨합병증으로 12만이 다리를 절단한다. 시력 상실, 신부전증, 뇌졸증으로 수명이 무려 15년이나 감소한다. 

 비만이면 이 무서운 당뇨의 발병률이 남성의 경우 6배, 여성은 15배나 증가한다. 비만은 또한 허리와 무률, 고관절을 혹사시킨다. 남성은 과체중인 경우 무릎이나 고관절 수술 가능성이 176%증가하고 비만인 경우 320%나 증가한다. 체질량지수가 5% 증가할 때마다 심부전의 위험은 41%나 증가한다. 과체중과 비만은 허혈성 뇌졸종을 각각 22%, 64% 증가시킨다. 그리고 비만은 4-8%의 암과 관련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가 팽창하는데 그 한계에 도달하면 몸이 이를 손상이라 인지하여 신체 각곳에 염증을 발생시킨다. 항상 염증상태이기에 면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실제 병이나 암세포에 대응역량이 약화되기에 각 종 암과 병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과체중이면 그래서 10년내 사망률이 20-40% 증가하고 비만이면 200-300%나 증가한다. 

 이렇게 비만이 위험하기에 비만 신약은 하나의 구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의 잠재적 위험도 하나 둘 보고 되고 있다. 

 우선 급작스런 감량으로 인한 얼굴과 엉덩이의 처짐 현상이 있다. 그리고 갑상선 암 위험이 있다. GLP-1 수용체가 갑상선에 많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췌장이상이다. GLP-1 작용제는 소화효소를 생상하는 췌장세포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췌장염 유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위장 마비다. 음식 섭취의 저하로 소화기관이 느려져서 음식물을 소장으로 내려보내기 어렵다. 다음은 근육량 감소다. 급격한 체중감소는 근육량 감소로 이어진다. 만약 근손실이 심각한 노년층이 GLP-1 신약 복용으로 이게 가속화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영양손실도 야기될 수 있으며 GLP-1의 수요증가는 약 공급이 이에 못미칠 경우 가격상승으로 인해 건강상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을 저렴하게 이용해 건강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다.  

 GLP-1 신약의 다른 효과는 바로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3년 쥐의 뇌의 측좌핵에 GLP-1을 주입하는 실험이 있었다. 이 부분은 보상중추의 핵심이다. 보상중추는 특정 행위에 쾌락을 주어 생명의 유지와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GLP-1을 주입한 쥐는 정크푸드 섭취는 줄었으나 정상식품 섭취엔 영향이 없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 쥐에게 GLP-1을 주입하자 놀랍게도 알코올 섭취가 60%나 감소했다. 헤로인이나 펜타닐에 중독된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이는 GLP-1이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는 어느정도 유지시키면서 중독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GLP-1을 이용한 중독 치료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이 인간의 보상시스템 전체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상당히 우려스럽게 제기된다. 보상시스템은 생명유지와 번식 이외에도 그것 이상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간의 욕망과 깊게 관련한다. GLP-1은 이것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우울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사회 문화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생산성과 문명의 발전 자체를 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유럽 의약품청은 오젬픽에 대해 일부 사용자에게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태아의 뇌에 작용해 자녀의 장기적 보상시스템에 영구적 변화를 일으킬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비만 치료 제의 우려로 인해 저자는 또 다른 해결책을 탐색한다. 우선 사람이 탐식하는 이유는 생존과 즐거움, 마음의 위안, 과체중에 대한 심리적 보호 역할, 어릴 때 학습한 음식에 대한 생각과 감정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1950년대만 해도 대부분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미 남성의 70%, 여성의 90%가 불만족한다. 이는 상업적 광고와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이들은 물건의 판매를 위해 사람들에게 계속 그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의 100명 대상 조사결과 자신의 허리를 25%, 엉덩이는 16%나 더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갖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신체로 가능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로 인해 사람은 걷거나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등산하는등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당연시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신체 이미지는 구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는 것인데 축구, 댄스, 농구, 등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본을 찾는다. 일본은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부유해졌지만 비만해지지 않은 나라다. 일본의 비만률은 겨우 4.5%에 불과하며 심지어 이마져도 매년 0.8%씩 감소하고 있다. 일본음식은 매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한끼에 보통 60-65가지 재료가 들어가며 프랑스 음식은 고작 20개이며 가공식품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음식은 5가지 맛과 5가지 조리법, 5가지 색을 중시한다.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신맛이며, 썰고, 굽고, 끓이고, 튀기고, 찌는 것, 검정, 흰색, 초록, 노랑, 빨강이다. 이는 영양소의 균형을 확보하는 건강한 방안이다. 일본은 음식가 사회문화 자체가 과식을 매우 어렵게 한다. 이들은 이렇게 먹을 뿐만 아니라 소식을 하는 특유의 풍습이 있다. 그렇기에 평균수명이 세계 1위이며 건강수명마저 그렇다. 요한하리는 일본의 이런 비만과 거리가 먼 음식문화가 하나의 답이라 생각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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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산업혁명 이전, 옛 사람들은 수십 년을 공부하면 자기 분야는 물론, 당대의 웬만한 책을 거의 모두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지식의 양과 세분화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불가능하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매년 내가 읽은 양을 훨씬 상회 하는 책이 새로 나온다. 읽을 책은 여전히 산처럼 늘어나기만 하고 독서 속도는 해가 갈수록 더뎌지지만 묘하게 내가 꾸준히 보는 연속물이 있다. 

 바로 트렌트 코리아 시리즈와,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 데이비드 발다치의 ~ 남자 시리즈다. 이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역시 발다치의 소설이다. 거의 매년 상당히 두꺼운 책을 재미나게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언제나 에이머스 데커다. 바뀌는 것은 항상 범죄의 동기,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배경이다. 물론 데커의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다.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대신 감정을 거의 상실했다. 하지만 데커는 시리즈가 지날 수록 기억력은 조금씩 감퇴하고, 대신 공감 능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으며 이번 책에서도 그러한 양상은 계속된다. 

 이번 작인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는 데커의 주변인들이 바뀐다. 데커에겐 믿음직한 FBI상사 로스보거트와 파트너 알렉스 재미슨이 있었다. 이들은 데커의 이상스런 성격과 능력의 지지자들이다 하지만 상사는 나이가 들어 퇴임했고, 재미슨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 다른 인생을 설계 중이다. 그리고 책을 열자마자 데커는 새벽에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랜 경찰 동료로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자신의 사랑스런 딸이 기억나지 않자 데커의 만류에도 자살한다.

 그리고 데커는 동료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상사에게 새로운 파트너를 배당받는다. 그리고 플로리다로 날아가 새로운 사건을 접수하게 된다. 지역의 한 유명한 연방판사가 그녀의 경호원과 같이 살해된 것이다. 판사는 매우 부유했고, 이혼상태였으며, 미식축구선수를 꿈꾸는 장성한 아들이 있다. 경호원은 권총으로 살해당했고 판사는 칼로 살해당했다. 판사는 눈구멍이 뚫린 안대를 쓴 상태였고, 시신 주위엔 법과 관련한 라틴어가 쓰여있었다.

 현장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살해당한 경호원의 입안에 슬로바키아의 구 지폐가 구겨넣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데커는 새로운 파트너인 화이트와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발다치는 시리즈에서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연결하는 재주를 얼마전 부터 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온다. 

 이런 장치는 사건을 엉뚱하고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사건에는 여러 치정과 정치, 애정이 얽혀있었다. 데커는 이번에도 여러 위기를 넘기며 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발다치의 소설은 꽤나 끝까지 읽어도 범인이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재미가 있다. 

 이번 시리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꽤 두꺼운 책임에도 이틀 간 읽었다. 늘 기대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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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대전환 - 경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글로벌 통화의 미래를 말하다
오건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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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투자는 대중화되었다. 내가 어릴 적만해도 투자는 부동산이건 증권이건 시선이 그리 곱지 못했다. 부동산은 비교적 많이 투자가 이뤄졌지만 불로소득 성격이 강했고 운 요소와 비리가 결합해 공정성 문제가 있어 더욱 비판이 심했다. 주식은 더했다. 오히려 도박이나 사기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느 새 적어도 부동산과 주식투자는 대중화했다. 근로소득과 은행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적어졌고 구태의연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채권이나 다른 파생상품,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다른 나라의 화폐에 대한 투자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과거부터 가까운 미래까지의 흐름을 다루며 원화 대비 달러와 엔, 그리고 금의 미래를 감지한다. 제법 두껍지만 저자가 유튜브에서 자주 하는 강연처럼 구어체를 사용하였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기에 읽기가 어렵진 않다. 거기에 더욱 친절하게 책 말미에는 부록 형식으로 환율이나 금리, 화폐발행량에 따른 부의 변화를 쉬운 수준에서 설명해준다. 정말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뒷 부분부터 보고 책을 보는 것도 나을 것 같다.

 

1. 달러

 우리는 저금리를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2010년대의 초저금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던 시기였다. 때문에 지금의 고금리가 일시적이라고 여기기도 하는데 저자는 미래는 고금리의 시대라 단언한다.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세계의 부채다. 세계 각국은 여러 경제위기와 경기 부양을 위해 20년 간 과도한 부채잔치를 벌였다. 부채는 지난 20년 간 3배나 증가했다. 국가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시중의 돈을 흡수해 돈을 부족하게 하여 금리를 올리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의 영민함이다. 과거 여러 위기 때마다 세계는 금리 하락으로 그것을 해결해왔고 시장은 이미 이를 학습했다. 때문에 위기 때마다 국가가 향후에도 금리를 낮추면 시장은 이를 이용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키고 빚이 증대될 것이다. 이것은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된다.

 세 번째는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은 매우 신중해졌다.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에 향후 세계의 방향은 금리의 하락보다는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98년의 외환위기와 2007 미국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리고 코로나 19사태, 최근의 계엄 사건 등으로 한국의 원화가 변동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 위 사건에서 원화는 달러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의외로 원화는 달러대비 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에 가깝다. 실제로 한국 원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지난 20년간 유로나 엔, 파운드와 비교해도 가장 안정성이 높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우선 한국이 구조적 흑자국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시작되었는데 당시의 중국은 저기술 국가로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력이 좋은 국가의 중간재 수입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최적의 상대가 한국이었다. 그래서 지난 20년간의 대규모 대중수출은 한국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다주어 한국이 구조적 무역 흑자국이 되는 것을 가능케하였다. 

 다음은 한국 국채의 인기다. 한국이 장기간 구조적 무역 흑자국의 위치에 있다보니 경제가 안정되고 높은 외화보유고에 낮은 국가부채를 자랑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신용도가 매우 높아 한국 국채 매입 외화가 꾸준히 유입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중국의 성장이다. 중국은 대규모 달러 유입으로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이다. 위안화-달러, 원-달러가 모두 강세이기에 한국은 통화가 강세를 보여도 대중 수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양국이 통화가 모두 강세였기 때문이다. 

 달러는 최근 강해지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셰일오일이다. 미국은 90년대의 황금기를 끝내고 2000년대들어 침체에 빠진다. 소비력이 약해져 신흥국의 제품을 싸게 구매했고 이로 인해 부채와 재정적자가 증대했다. 그리고 미 연준은 이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감세를 하여 달러의 가치를 더욱 떨궜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셰일 오일이 등장했다. 원유의 수입이 줄고 이는 미국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다. 이런 에너지로 인해 미국은 강한 성장세에도 물가가 안정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2010년대 이후 빅테크가 성장한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이는 낮은 생산 단가를 의미하며 고성장이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게 된다. 달러가 강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즉, 셰일오일과 기술혁명, 트럼프가 불러온 미국 예외주의는 현재 일어나는 달러 강세의 원인이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은 원달러 1100-1200시대에서 1300-1400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일시적 현상처럼 보이지만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금리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수년째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강한 성장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고금리가 가능하지만 경제가 약하고 가계부채가 매우 높은 한국은 그것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원이 강해지기 어렵다. 

 그리고 달러는 한국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하지도 않지만 한국원화만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에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된다. 때문에 현재의 강달러 현상은 그리 나쁘게만은 보이지 않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은 관세와 감세다. 그는 21%인 법인세를 15%까지 떨구고 남은 현금은 주주배당에 쓰게 하여 미국의 기업가치를 크게 증대시킬 요량이다. 이는 미국인의 소비력을 증대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계의 자금은 미국으로 몰리게 한다. 대신 감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커지는데 이를 관세로 메꾸려는 것이다. 


2. 일본의 엔

원엔 환율은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일반인의 비관심사였다. 하지만 한일 교역량이 워낙 많기에 기업인들에겐 매우 중요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자목적으로 엔을 구매하는 엔테크족이 늘어날 만큼 엔화환율은 일반에도 중요한 소식이 되었다. 2024년에만 엔화 예금이 101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이런 엔테크족은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노린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 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엔화를 저금리에 빌려 이것으로 외국의 고금리에 투자에 수익을 얻는 것이 앤캐리트레이드다. 이는 엔저로 인한 환차익과 이자 수익 양자를 거두는 전략이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구조이며 그것이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이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2024년 8월 갑작스레 나타나 세계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충격에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해지면서 신속히 사라지고 만다. 일본 은행이 금리를 올렸던 것은 2021년만해도 달러 환율이 105엔이던 것이 2024년 무려 162엔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물가를 급증시켜 일본 경제를 짓눌렀기에 일본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당시 달러당 250엔이던 환율이 1995년엔 80엔으로 초강세를 띄게 된다.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당시는 거액의 보상금이 지급되어 75엔 수준으로 강세라 일본경제에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가 드리웠다. 역사상 니케이225지수와 엔-달러 환율은 반비례관계였다. 즉, 일본 엔화가 강세를 띄면 주가가 하락하였고, 약세면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1989년 자산버블로 강하게 금리 인상을 하였다가 장기침체에 빠졌고, 회복세를 보이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역시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위축되었으며, 2006-2007년에도 금리인상으로 나쁜결과를 가져온바 있다. 그렇기에 일본 중앙은행은 언급한 것처럼 금리인상에 매우 조심스럽다.

 현재 일본은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정부에 의한 통화절상압박이 있다. 때문에 저자는 엔화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강세를 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엔화는 원화보다 많이 흔들리지만 기축통화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안전자산이다. 엔화가 안전자산인 이유는 일본의 대외자산때문이다. 일본은 언급한 것처럼 30년간의 저금리로 인해 해외투자가 성행했다 .세계1위의 순대외채권국으로 2023년엔 그 금액이 무려 471조로 달러 환산 3.2조$에 달한다. 당시 한국의 GDP가 1.7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자국 또는 세계적 위기가 다가오면 외국의 자산을 팔고 이것이 엔화로 환전되어 돌아온다.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 순간에도 엔화는 크게 하락하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생성된다. 그렇기에 엔화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안전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금

 2020년 1월을 시작으로 국제 달러 표시 금과 원화 표시 금, 나스닥,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성적표는 나스닥과 원화표시 금이 가장 우수하다. 특히, 원화 표시 금은 나스닥보다 변동성이 더 적은 모습을 보인다. 달러 표시 금은 경제 위기시 달러와 같이 움직여 재미가 없다. 하지만 원화 표시 금은 경제 위기시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원화표시 금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즉, 달러가 절상하기에 오르는 원리다. 

 국제 금 가격은 예상과는 달리 주가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 금 역시 실물자산의 하나로 유동성과 연관이 깊기에 주가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가 내려가면 유동성 확보로 금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어 금 가격이 내려간다. 

 이 공식에 반대되는 시기가 다소 있었는데 2004-2008년의 시기다. 당시는 저금리의 시기였지만 금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상승했는데, 이 때 신흥국들이 크게 경제발전을 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금을 많이 사들여 금값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금리이외에도 금 가격은 상승하는 요인이 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위기와 대외결제를 위해 외환을 보유하는데 그 형태는 크게 달러로 대표되는 외국화폐와 금이 있다. 그리고 달러가 흔들리거나 미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거나 그들이 의심스러울 경우 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 그리고 금은 지정학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가격이 상승한다. 위기 시 사람들은 낮은 계층의 화폐보다 가장 높은 계층의 화폐인 금을 선호한다. 그래서 금 가격은 2011년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2024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상승했다.

 이런 이유는 향후 금의 상승 요인이 된다. 미국은 현재 세계1위 패권체제에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때문에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질 우려가 높고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수요를 높일 것이다. 그리고 미중 갈등이 점화되며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에서 블록 경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외환보유고로 달러보다 금을 선호하게 되는 요인이다. 실제로 갈등이 점화되며 러시아와 중국은 달러보다는 외환보유고를 금으로 채우고 있다. 마지막은 글로벌 부채다. 부채가 클수록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경우 화폐보다는 역시 금이 안전하다. 

 금의 투자는 현물 보유시 상당한 수수료가 붙는다. 은행을 통한 소액 금투자 통장이 최적인데 이 경우 수수료가 실물보유보다 낮으나 예금과 달리 이자는 붙지 않는다. KRX 금현물 투자는 원화표시 금가격을 추종한다. 역시 금가격 상승에 대한 차익 과세가 없고, 원하는 경우 부가세를 내고 실물취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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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레인 -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이선 몰릭 지음, 신동숙 옮김 / 상상스퀘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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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도구를 발명하고 사용하며 자신을 확장시켰다. 이는 인간의 번영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지만 도구를 사용할 수록 인간의 신체 능력이 하나하나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활과 창, 칼이 있다면 아주 강한 근력과 뼈는 필요가 없다. 옷이 있다면 털이 필요 없으며 잘 요리한 음식이 있다면 강한 턱과 위, 그리고 간의 해독 능력도 상당 부분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부분은 지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모든 것을 암송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나는 인류의 지성의 퇴화를 걱정했다. 계산기가 나와 더 이상 정확한 계산 능력은 특별하지 않게 되었으며, 네비에이션과 핸드폰의 등장으로 사람은 더 이상 주요 지형과 주변 인물의 연락처를 암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것들은 아직 인간 지적 측면의 비교적 단순한 부분이라고 할 수 도 있는데 만약 추론 능력이나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및 글쓰기 등 고등사고 능력까지 모두 새로운 도구에 의존하게 된다면 어떨까?

 책 '듀얼 브레인'은 바로 이런 부분을 점검한 책이다. 제목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은 이제 뇌를 사실상 거의 완전히 확장한 도구로 등장한다. 사실 그간 인간이 개발한 지적 측면의 도구들은 뇌의 아주 일부만을 확장한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거의 전체를 확장했거나 그렇게 나아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들과 차원을 달리한다.

 인공지능은 기대와 달리 오랜 냉각기를 거치다 2010년대 들어서 다시 부활했다. 이는 데이터 분석과 예측에 러닝 머신 기법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지도학습을 했기에 레이블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의 LLM은 인간의 감독이나 개입이 필요치 않다. 방대한 텍스트의 용례를 분석해 인간의 언어 패턴, 구조, 맥락을 인식하는 방법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LLM은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수많은 매개변수를 이용해서 인간이 글로 소통하는 방법을 모방한다. 가중치는 LLM이 수십억개의 단어를 읽으면서 학습한 복잡한 수학적 변환으로 다양한 단어 또는 단어의 일부가 함께 쓰이거나 특정 순서로 배치될 가능성을 알려준다. 

 사전학습만 거친 인공지능은 아무런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저 학습한 내용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그래서 대다수 LLM은 사전학습 이후 인간에 의한 미세조정을 거친다. 인공지능ㄹ 기업은 이 업무의 담당자로 고가의 전문가서부터 저임금 계약노동자를 총망라한다. 다양한 기준을 얻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은 이미 이미지와 소리등을 생성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리고 점차 멀티모달의 형태로 나아가서 LLM도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 이처럼 발전하는 인공지능에게 중요한 것은 정렬 문제다. 하라리가 책 '넥서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정렬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설정한 목표와 선호도, 윤리적 원칙에 맞게 조정되는 것이다. 이것은 쉽지 않은데 인간 자체가 모순적이기에 인간의 가치와 목표 역사 상충하거나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 정렬 문제로 인해 2100년까지 인공지능이 인류를 절멸할 가능성이 10-12%에 달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래학 연구자들은 2%로 상대적으로 매우 낙관적이다. 저자는 정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정부, 연구원,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대응과 인공지능 유닐의 개발과 사용을 위한 합리적 규범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다소 뻔한 소리를 한다.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확장 뇌인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작업할 때 항상 인공지능을 사용하라

2.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하라

3.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대하고 그 때 인공지능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려준다.

4. 지금의 인공지능이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인공지능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항상 작업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잘 할 수 없는지 그 경계선을 알기 위해서다. 물론 이 경계선은 잡았다 하더라도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바뀔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얻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 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욱 높게 나타난다. 인공지능은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큰 줄기, 빠르면서도 비교적 품질이 매우 우수하지는 않은 작업물을 주는데 최적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우수한 수준에 이른 사람은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기에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성과물 향상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건 현재 수준에서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는 단계별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인공지능의 초기 검색엔진처럼 수준이 높지 못해 프롬프트가 매우 구체적이지 않다면 성과물도 그저 그렇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물에 계속 개입하며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그 성과물도 지속적으로 우수해진다. 현재는 이걸 잘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사용함에 있어 그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성과물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막연히 좋은 사업아이템을 알려달라고 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에게 본인이 사용자가 창업을 하는데 그것을 지도하는 매니져나 관리자라고 역할을 부여하면 인공지능은 그에 걸맞게 행동하며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심지어 동시에 여러 역할을 부여해서 작업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충할 수 도 있다. 한 명은 창업하려는 사람, 다른 사람은 소비자, 다른 사람은 경쟁자 등의 역할을 부여해 특정 사업아이템에 대해서 여려 명의 시각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는 장차 엄청나게 빨라지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LLM이 처음 나왔을 때 그 소문을 듣고 몇번 써보다가 기능이 기대 이하임을 깨닫고 이내 사용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나올 인공지능 중 가장 좋지 못한 버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컴퓨터가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다. 때문에 현재 수준에 실망하지 말고 그 발전에 주목하면서 계속 사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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