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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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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에 달한다. 엄청난 수치이고 이것 때문에 혹자들은 한국의 군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던가, 우리 국민의 학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란 헛소리를 늘어놓곤 한다.(남자 대학생 대부분이 군대를 가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우리 나라 대학이 연구기관으로 입학생들을 학자로 만들어주는 곳이라기 보다는 더 나은 취업 조건을 하나 더해주는 곳에 불과하며, 실제로 학문을 할 만한 적성을 가진 인재가 인구 비율 중 저 정도로 높지도 않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의 대학 진학률은 30-40%정도이고 한국도 대학이 지금처럼 마구 늘어나기 전인 80년대만 해도 그 정도 수준의 진학률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한국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학을 가지만 대부분 취업이 목적이기에 오히려 적은 수가 대학을 가는 외국에 비해 순수학문을 하는 사람이 적다. 이 책의 저자는 천문학자이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전공자인데 이걸 하는 사람이 국내에서 본인이 유일하단다.   

 저자는 어쩌다보니 천문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별에 큰 낭만을 느끼거나 천문학에 대한 꿈을 크게 가져서도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길을 가고 선택을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대학원에 박사까지 하게 되었다. 타이탄으로 박사가 된 후, 달로 연구분야를 옮겨 달을 연구했는데 저자가 타이탄의 대기를 전공했다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달에는 대기란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적도부근의 달 토양이 노화되었고 상대적으로 극지방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를 연구하다 달의 크레이터에 주목하게 되었다. 크레이터는 소행성 충돌로 생겨난 것이기에 그 부분 토양은 모두 같은 시점에 생겨난 것으로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이 가리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연구하다 달의 토양 노후화에 지구의 자기장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음을 밝혀내었고 이걸로 주목받았다. 때문에 네이쳐지에 논문이 실릴 뻔하기도 했고, 주목받는 미래 연구자로 인터뷰를 당하다보니 과다한 관심을 받게 되어 부담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 책은 천문학자의 이야기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천문학을 양념으로 그것들을 에세이로 풀어가는데 글솜씨가 훌륭하고 재밌다. 본인은 이공계생으로 글쓰기를 잘 하지 못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글을 쓰는 능력이 훌륭하다. 간간히 나오는 천문학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난 과학을 잘못하고 특히나 달의 위상이나 일식, 월식 등은 고교때 수능을 대비하면서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냥 싹 외웠고 제발 시험에 나오지 말기 만을 바랬던 편이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고 더운 여름날에 쉽게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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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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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모를만하다. 물론 성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이 비하면 훨씬 짧겠지만 그 생체시계가 생물마다 다를뿐더러, 무려 아가미호흡을 하는 수생생물에서 육상생활이 가능한 폐호흡을 하는 양서류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사람은 슥 보면 단지 그냥 커지기만 하는 것이기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고 나의 뇌가 학습과 경험, 호르몬으로 인해 엄청나게 변화하는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며 반드시 잊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동시절, 그 기억과 감정에서 멀어지고 만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 이해할수 없었던 어른들의 언행은 기억난다. 자신들도 얼마전까지 만해도 어린이였으면서 어째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토록 모르고 이해하지 못할까, 다 바보가 아닐까, 어른이 되서 더 어려진거 아니야?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더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지 등등.......아마 내주변의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어른인 나를 바라보았을 뜻 한데, 그걸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해진다.

 그래도 희망스럽게 모든 어른이 망각의 늪에 빠지는건 아니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은 대단하게도 자신이 어렸을 때의 기억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며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덩달아 나 자신도 수면아래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아이의 마음을 약간 되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책의 위력일 것이다. 

 모든 장이 하나하나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작음을 언급하면서 아이는 어른보다 두 눈사이가 좁아 크기를 어른 만큼 잘 인지하지 못하기에 세상을 보는 시선과 크기 감각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어린이가 작기도 하지만 뭐든 상당히 커보이고 기묘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작은 곳을 찾아 도무지 못들어 갈만한데도 기어이 들어가 숨는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기에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사고도 잘친다. 우린 이런걸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키즈존에도 분노했다. 물론 영업장소에서 아이들은 떠들수 있고 이걸 제대로 제지 하지 않는 몰지각한 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영업장 사장에게 이는 장사에 분명 방해가 되는 행동일 것이다. 사장은 이해하더라도 다른 손님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돈을 받는 장소에서조차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일반식당에서 고성방가를 하는 다른 어른들에 대한 제지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걸 차별행위라 생각한다.

 어린이 날에 대한 생각은 학교현장과 정부관계자가 귀담아 들을 말이라 생각한다. 방정환은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초기 어린이날은 그 해방의 뜻을 기려 노동자의 해방날이 노동절과 같은 5월1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진정 해방되고 대접받고 무엇보다 즐기는지 의문이다. 그저 선물 한 두개와 약간의 행사, 그리고 사정이 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뿐이다. 의외로 공공이 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저자는 몇가지 제안을 한다. 먼저 어런이들이 어린이날 마음껏 즐길수 있게 전국의 모든 놀이시설점검을 3월에 끝마치고 4월에 보수한다. 모든 지자체는 어린이가 즐길 축제나 공연의 장을 마련한다. 반응이 매우 좋고 성공적인 것은 전국구화한다. 방송에서는 하루종일 어린이 중심의 방송을 한다. 만화 몇개 틀어주는 걸러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도 모두 어린이 중심, 그리고 뉴스마저도 어린이 중심의 기사와 어린이가 쓰는 풀어주는 용어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엔 모든 사람이 국가에서 준비한 어린이날 기념 뱃지를 단다. 어린이날을 축하해주고 모든 어른이 만나는 어린이를 대접해주자는 뜻이다. 더불어 어린이 중심의 행사를 하다보면 노인정처럼 어린이회관 같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의외로 어린이만을 위한 장소를 한국에 별로 없다. 

 어린이들은 재밌고 엉뚱하다. 목이 버섯을 모기버섯으로 알아들어 이름만큼 끔찍하고 생긴 것도 별로라 안 먹는 아이, 학교급식으로 나온 곤드레나물을 드래곤 나물로 기억하는 아이, 참그래커의 의 아래아자를 착각해 촘크래커로 알고 있는 아이, 흑설탕이 흙으로 만든 설탕인줄 알고 안먹는 아이도 있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가 어린이를 존중하고 대접하며 정말 해방시켰는지 의문이 드는 면이 많다. 저자는 이렇게 아이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을 늘리고자 하는 행위자체가 모순된다고 말한다. 크게 공감하는 말이며 주변의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자신 안에 아직 숨어 있을 어린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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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2-16 15:28   좋아요 3 | URL
닷슈님
저도 축하드려요 ~!

닷슈 2021-12-16 18:11   좋아요 2 | URL
감사하고 역시 축하드립니다.

쎄인트saint 2021-12-16 15: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2   좋아요 2 | URL
쎄인트님도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16 15: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2   좋아요 2 | URL
역시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1-12-16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

이하라 2021-12-16 15: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연말 되세요^^

닷슈 2021-12-16 18:1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도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12-16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황금 메달,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3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2-16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닷슈 2021-12-17 09:51   좋아요 2 | URL
서니님 축하드려요

곰탱이 2021-12-16 17: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서재의 달인 대박 ㅎㅎ

닷슈 2021-12-16 18:1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2-16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서재의 달인 축하해요^^

닷슈 2021-12-17 09: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축하드려요

크리스티나 2021-12-16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thkang1001 2021-12-16 2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scott 2022-01-07 17: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ㅅ^

닷슈 2022-01-07 17:49   좋아요 3 | URL
감사하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1-07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저도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2-01-07 17:49   좋아요 3 | URL
항상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1-07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닷슈 2022-01-07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닷슈님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1-07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8 0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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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책을 다루는 직업을 선망하기 나름이다. 서점 주인, 도서관 사서, 작가, 출판업관련자 등이다. 출판업은 아예 그 쪽으로 취업을 해야하고, 도서관 사서는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작가는 되기도 힘들뿐더러 소득 문제로 대부분 주업보다는 부업으로 해야한다. 그러면 어이없게도 가장 쉽게(?) 책을 다루는 직업으로 마땅한 건 아무래도 서점 주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겠지만.

 그런데 이 가장 되기 쉬운 책 관련 직업이 지금은 정말 어렵다.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이 모든걸 장악하면서 실제 소매업이 모두 위축되었고 특히나 디지털로 변환이 쉬운 음악, 책, 영화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물성이나 현장감이 가장 불필요한 음악이 가장 먼저 와해되었고, 다음은 책, 그리고 영화순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실제 타워레코드가 가장 먼저 망했고, 다음은 지역 소매서점과 대형서점들이 망했고, 영화관들은 그래도 아직 건재하다.(물론 메타버스로 영화를 즐기는 시점이 온다면 영화관도 끝장나리라 본다.)

 서점일기는 무척 독특한 책이다. 스코틀랜드의 위그타운이라는 시골지역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쓴 일기이기 때문이다. 서점 주인은 숀 비텔로 서점 이름은 더 북 숍이다. 책은 400페이지인데 2013년 아니면 2014년의 한 해를 서점을 운영하며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매 장이 항상 날짜로 시작하고 온라인 주문건수와 실제 찾은 책수, 그리고 그 날 있었던 내용, 마지막엔 가장 중요한 손님수(책에선 실제 책을 사간 손님수만 기록한다.)와 매출액을 적어놓았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서점이면 매출이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한데 참고로 작가 숀 비텔은 2001년에 서점을 인수했고 그렇다면 이 일기를 쓰는 시점은 그가 책방을 운영한지 대충 10년이 조금 넘는 시점이 된다. 매출액은 파운드로 적어놓았는데 사실 들쭉날쭉하다. 정말 적을땐 십파운드대의 매출이 나오고 제법 많을땐 400파운드 가량의 매출도 나온다. 아주 거칠게 그냥 평균 200파운드를 매일의 매출로 잡으면 365*200파운드이니 연간 73000파운드의 매출이 나온다. 그리고 1파운드가 우리돈으로 대충 1600원이니 한국돈으로 이 서점은 매출은 연간116,800,000원 정도가 된다. 이게 이익이면 좋을 텐데 매출이니 아마 비텔이 버는 돈은 이돈의 대충 절반가량이 아닐까싶다.  다행이 건물은 본인 것이니, 월세는 없을 것이지만 일기에 나오듯 비텔은 꾸준히 서점에 책을 구매하여 채워넣는다. 그래서 버는 돈이 적을 듯 하다.

 일기 내용은 정말 일상이다. 가장 먼저 쓰는 것은 그날 출근하는 알바생이다. 니키, 로리, 배선, 플로 등의 알바생이 나오는데 의대생부터, 지역의 학생, 지역에 잠깐 머무는 관광객부터 다양하다. 이들은 비텔과 가족같이 사는데 툭하면 비텔의 집인 서점에서 자기도 한다. 비텔은 서점의 가장 위층에 거주한다. 알바생들이 하는 일은 주로 손님들이 마구 잡이로 꽂아놓은 책의 정리, 그리고 새로 베텔이 입고한 책을 역시 정리하는 것과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책을 주문하고 정리하고 발송하는 것등이다. 손님이 아주 많지는 않은 서점이므로 비텔은 가급적 알바생들이 주말이 아닌 평일엔 따로 나오게 하려고 조절하는 편이지만 책을 보면 잘 그렇지 않기도 하다. 느낌인데 알바생들은 나오는 날의 원칙은 있지만 마음껏 마음대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며 비텔은 투덜거리면서도 그걸 허용하는 듯 하다.

 서점 일기엔 다양한 손님이 나온다. 진상들이 많은데, 하루 종일 책방을 뒤집어 놓으면서도 책을 한권도 안사가는 진상들, 그리고 책을 뒤적거리며 주인이 보는 앞에서 아마존 가격과 비교하는 진상들, 적혀 있는 책값에 불만을 가진 진상들, 그리고 책을 팔러 와서 자신이 원하는 가격과 다르다 불평하는 진상들, 와서 주인에게 갑질하는 진상들, 비텔의 책들이 기부받은 것인데도 돈 받고 판다고 지레짐작하며 불만을 내놓는 진상들, 가격을 마구 후려치는 진상들 등이다. 이런 류의 진상들은 갑질문화가 발달한 한국에만 많은 줄 알았는데 유럽에도 많으니 놀라우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다. 한국만 이상한건 아니란 생각이다. 

 서점 일기에는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도 등장한다. 비텔의 연인인 애나, 툭하면 제법 기묘한 지팡이를 깎아와 그걸 비텔에게 주고 대신 책을 살수 있는 적립금을 얻는 이교도 문신남 샌디 등이다. 샌디의 지팡이는 놀랍게도 일주일에 한개 정도 팔리는데 비텔의 서점에는 책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비텔은 알바생들 혹은 애나와 더불어 주변 도시인 갤러웨이에 가서 특별한 것들을 사오기도 한다. 도무지 팔릴 것 같지 않던 스쿠터가 팔리기도 하고, 200년전 변기로 쓰이던 화분이 팔리기도 한다. 물론 모두 비텔이 사온 가격보다 비싸게 팔린다. 그려려고 사온 것이니 당연하다. 알바생들이 나와 한가한 날이면 비텔은 그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강이나 호수를 가서 자유로이 낚시를 즐기거나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아무래도 헌책을 구매하는 일이다. 비텔의 서점이 큰 만큼 책을 정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연락이오는데 그러면 비텔은 사연을 듣고 괜찮다 싶으면 방문해 살만한 책을들 갖고 오는 편이다. 

 사람들은 책을 소장하던 사람이 죽거나, 이사하거나, 집을 정리할때 주로 책을 팔곤 한다. 내가 언젠가 죽으면 내 가족들도 내 책을 정리할듯 싶은데 과연 값나가는 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비텔에 의하면 베스트 셀러나 인기 작가의 책은 소장가치가 거의 없다. 사람들은 해리포터 초판에 큰 값어치가 있을 줄 아는데 그 초판은 엄청나게 많이 팔렸고 때문에 헌책으로써 가치가 별로 없다. 그리고 시리즈나 한질로 이루어진 책들의 경우 단권도 의미가 없다. 그런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체를 갖고 있기를 원하기에 낱권 거래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비텔은 서점 일기를 통해 아마존을 적잖게 비판한다. 거의 나오는 수준이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이 원균 욕을 하는 빈도로 잦다. 비텔이 서점을 인수한 2001년만 해도 아마존은 아직 작은 기업이었고 온라인 담당 직원을 정규로 하나 줄정도로 온라인 책 판매가 소매상에게도 괜찮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모든걸 독점하고 책을 출판사보다도 싼 가격에 공급하자 이는 곧 하지 않기는 어려운 부업으로 전락한다. 아마존 이전 영국에는 건전한 서점 네트워크가 있었고 이들은 손님이 원하는 책을 서로간의 정보 교환을 통해 어떻게든 구해줄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걸 아마존이 대신하니 그러한 사람은 필요없어졌다. 그리고 과거엔 중고책을 보면 그것의 전체적 수량과 대충의 가격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이젠 아마존이 대신하면서 그러한 사람들도 사라졌다. 아마존은 비텔의 서점도 평가하는데 실적인 좋음에서 보통, 나쁨으로 왔다갔다 한다. 주문을 제때에 찾아주지 못하면 평판이 떨어지고 나쁨까지 떨어지면 온라인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다. 비텔은 이것도 관리를 해야하는데 알바들의 실수나 시스템의 문제인 경우도 많아 쉽지 않아보였다.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비텔은 서점을 운영한다. 아마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고 본인 말로는 이 모든 어려움에도 이렇게 혼자서 사업을 해나가는게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란다. 비텔은 책을 좋아하는 서점 주인이기도 한데 시간이 나면 책들을 읽어내고 서점 일기에서 다양한 책들을 평하기도 한다. 비텔이 하는 재밌는 사업으로는 지역의 북페이스티벌과 랜덤북클럽이 있다. 지역의 축제는 지역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인데 비텔은 적극 협조하고 관광객이 집에 머무르게 하기도 한다. 랜덤북클럽은 비텔이 고안한 것으로 일정 금액을 매달 지불하는 회원들에 한해 괜찮은 서점의 책을 매달 배송해주는 것이다. 비텔은 책의 수준을 높여 회원들이 그것을 당장 온라인에 팔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책을 구성한다.

 서점일기는 잔잔하면서도 제법 긴데, 재밌다. 비텔의 블랙 유머도 간간히 섞여 있고 스코틀랜드의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엿본다는게 가장 재밌다. 독특하면서도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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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1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삶이 무척 부러워지는 글입니다. ^^

닷슈 2021-08-12 18:56   좋아요 1 | URL
저도 이런 삶이 좀 부럽더군요.
 
[eBook]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임승수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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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가 쓴 에세이다. 유명한 책이지만 최근에야 읽고 인상깊어서 이 책도 보게 되었다. 무척 진중하면서도 가볍고 재밌게 썼는데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알게되는게 좋았다.

 작가는 원래 잘 나가는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연구원이었다. 대학시절 자본론을 읽게 되었고, 우리 모두가 시간을 빼앗기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자각한 후, 소외 저자 말로 규격외 삶을 살게 된다. 일주일은 168시간인데 하루 8시간 잔다 치면 수면이 56시간 업무시간이 60시간 여가 시간이 52시간이다. 깨어있는 시간중 가장 황금인 낮시간을 위주로 무려 절반의 시간을 직장에 빼앗기는 셈인데 저자는 이게 싫었던 것이다.

 자본론에 대해서 강의도 하고 공부모임도 만들고 민주노동당 활동도 하며 10여년을 보낸 저자는 이 때 쌓은 경험으로 대표작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저술한다. 그리고 결혼하는데 아내분은 현재는 작가지만 당시만 해도 잡지사의 기자였다. 저자는 아내가 안정적 수입을 얻으며 자신이 작가짓을 하면 수입이 일정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했지만 곧, 프리인 자신이 육아와 살림을 전담할 운명임을 직감한다.

 워낙 성평등론자인 저자는 그럴순 없어 아내도 직장을 그만 둘 것을 종용하는데 기자일에 지쳐있던 아내는 이를 선뜻 받는다. 문제는 한동안 생활비가 될 퇴직금을 유럽여행에 아낌없이 투여하게 된 것. 이렇게 두 사람은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돈은 넉넉치 않다. 둘이 합쳐 한명 분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와 늘 함께 있고 시간적 자유가 있어 여행을 언제갈지, 무엇을 언제할지에 대해 자유가 있는 삶을 산다. 시간의 주인인 것이다.

 책에는 재밌는 비유가 있는데 우선 책이 인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쓰는데 10년이 걸렸고 거기에 자신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한다. 다른책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이를 읽는다면 그만큼 자신의 시간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재밌던 것인 SF의 대가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노동자와 기업간에 대입시킨 것이다.

3원칙은

1.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또한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구조해야 한다.

2.로봇은 1에 위반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로봇은 1,2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인데 여기에 노동자와 기업을 대입한다.

1. 노동자는 기업에 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또한 기업에 위험에 쳐할 경우 구조해야 한다.

2. 노동자는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기업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노동자는 1.2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생각보다 정말 잘 대입이 잘 된다. 저자는 이게 기업과 노동자 간의 주종관계를 정말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책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핵심 내용이 더욱 잘 정리되어 비중있게 들어있다. 보면 그 책을 읽고 싶어질 정도. 그리고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제목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격외로 사는 불량품으로서의 삶은 돈은 부족할지언정 자유로운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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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의 11문자 살인 사건을 보고 구입한 책이다. 소설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여서 다소 놀랐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소설이 아주 아닌것도 아니다, 짧고 아마추어 느낌마저 나지만 히가시노가 쓴 소설도 단편으로 두개가 들어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굴레와 지리적 근접성으로 여러분야에서 서로를 라이벌로 느끼고 상당히 의식한다. 특히, 스포츠분야가 그러한데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상당히 많은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제 성적도 그런편이지만 세부를 살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스포츠는 철저히 엘리트중심이고 일본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 밀린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도 엘리트 체육을 중시하며 성과를 보기 시작했지만 사실 일본은 오래도록 학교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 강국이다. 이런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스포츠가 더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스포츠의 목적이란게 보고 즐기는 것보단 비록 경기력이 대단치 않더라도 자신의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 친목을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만 봐도 대번 알 수 있는데, 아무리 지형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인의 최애 스포츠는 등산이다. 특히, 한국의 산은 대개 이렇다할 장비없이 완주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무언가를 배울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장비로 배움을 대신하는지도 모른다. 반면 일본인은 한국과 비슷한 입시지옥속에서도 고3까지 자신이 초중고를 통틀어 배운 운동을 끝까지 즐긴다.

 히가시노 역시 그러했다. 히가시노는 작가가 되기 전 자신이 초중고교시절 열심히 운동을 했고, 20대가 되어서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꾸준히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 직장은 그만두고 작가로 전업하면서 운동을 멀리하게 되었는데 그게 무려 10년이상이 된 것이다. 약간의 계기로 히기시노는 스노보드를 하기로 한다. 나이 40이 넘어서다. 지금의 40은 더 젊은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의 시점이 무려 2002월드컵 시점이니 그 때의 40은 지금보다 더 늙은 개념일 것이다.

 책은 그렇게 히가시노가 스노보드를 즐기며 성장하는 과정이 나온다. 스노보드를 타면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되고, 일본의 이곳저곳의 슬로프를 살피며 돌아다니는 일상과 소소한 감정이 재밌다. 작가는 작가랄까? 일본은 높고 험준한 산지가 많다보니 6월경에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 시점만해도 스노보드 보다는 스키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더 많았다는것도 재밌었다. 이 시점엔 한국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스노보드를 즐기며 히가시노의 생활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마감에 맞추어 늘 생활에 쫓기던 사람이 오전 6시에 일어나 스키장을 가고 돌아와 일상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스키장을 가는 날에는 심지어 일찍 출발해야 하기에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마저 갖게 된다. 지극히 불규칙하던 작가의 삶이 규칙적으로 바뀐 순간이다. 사람들은 이러면서 일은 언제하냐며 궁금해하는데 놀랍게도 그게 다 무리없이 되었다고 한다.

 책의 시점이 2002년과 2003년이니 무려 17년 전이다. 40대 초반이던 히가시노도 이젠 60대다. 그가 아직도 스노보드를 즐길지 궁금하다. 운동이란게 한철인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요즘 육아로 너무 가벼운 글만 보는 것 같다. 슬슬 힘을 내야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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