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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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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들어 금리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저금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물가 상승률이나 경제 성장률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금리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일본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이론상 도무지 불가능해보이는 마이너스 금리마저 있었을 정도였다. 사람들에겐 나날이 폭등하고 자산을 불려주는 주식, 코인, 금, 부동산, 펀드 같은 것들이 훨씬 주 관심사였다. 도무지 어디 어디가 금리를 얼마나 더 주니 하는 이야기는 부모님 세대의 일인 것만 같았다. 돈도 마구잡이로 빌렸다. 금리가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부채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다 조금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 19 이후, 미중 경제 전쟁과 러-우 전쟁 등으로 공급망에 차질을 빚자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물가가 심상치 않자 미국은 매우 오래 간 만에 금리를 크게 인상했다. 물론 그 올린 금리라 봤자 종국에는 5%정도 였다. 하지만 그 정도 수치는 다른 여타 자산들의 가치를 깎아 내렸기에 모처럼 금리는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책 '금리의 역사'는 금리의 개념과 탄생, 역사적 역할을 살펴보고 지금의 경제를 꼬집는 내용이다. 


1. 금리란 대체 무엇일까?

 지금은 금리를 당연시 여기며 그 수치 정도가 문제지만 오래 전에 금리는 동아시아나 서아시아에서 하나의 금기였다. 이는 경제적인 측면보다 도덕적 잣대를 우선시 한 것으로 하나의 죄악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돈을 빌려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선 빌려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그런 측면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 대한 대가인 금리는 실질적 필요성에 의해 점차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금리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우선 절제에 대한 보상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레버리지의 비용이자 리스크의 대가로 보기도 한다. 또한 자연성장의 관점에서 금리를 보기도 한다.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더 생겨나고 동물도 새끼를 낳는다. 즉, 지금의 토끼 두 마리가 가까운 미래에 새끼를 쳐서 서너마리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금리는 그런 미래에 대한 대가다. 실제로 고대세계에서 금리는 출산이나 동물의 새끼를 어원으로 갖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금리는 대부자에 대한 혜택의 나눔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출한 사람이 그 돈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마땅히 그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빌려준 사람과 나눠야 한다는 자연스런 생각에서다. 

 현대의 금리는 이런 개념들을 어느 정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현대의 통화정책 입안자들은 금리를 주로 소비자 물가를 조절하는 수단 정도로 파악한다. 이런 관점이기에 디플레를 막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나 제로금리도 시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금리는 외환에서 나라 간 오가는 자본 흐름의 균형을 맞춰주기도 하며 책의 주장에 의하면 소득과 부의 분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2. 고대의 금리

 금리의 역사는 화폐보다 오래되었다. 화폐보다 물물교환이 먼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뭔가를 서로 빌리는 일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빌려주는 것에 대한 대가는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이다. 태초의 이자다. 

 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는 채권, 채무자, 대출금, 상환기한, 이자 내역을 적은 점토판이 다량 존재했다. 계약의 이행과 동시에 채무의 증거인 점토판은 파괴되었기에 오늘날 남아 있는 것들은 채무 이행이 되지 않은 것들이라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신용대출은 매우 많았고 이유도 다양했다. 그 지역은 부족한 원자재가 많아서 삼나무, 대리석, 구리, 석고 등을 수입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출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자를 계산하려면 시간과 가치가 표준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자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수메르 달력은 한 달 30일, 1년 12개월이었다. 그래서 시간, 거리, 무게, 돈과 이자는 모두 60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복리도 개발했다. 복리로 인해 채무자는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당시 지역의 사회 문제였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새로운 정부들이 들어서면서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기원전 1750년 함무라비는 관례적인 이자율을 역사상 최초로 법문화한다. 은대출의 경우 최고 이자율을 20%, 보리는 33.33%로 정한 것이다. 다만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기에 일부 대부업자들은 짧은 기간에 최고 이자율을 적용하는 편법을 부릴 수 있었다. 

 고대 세계의 금리는 지금처럼 변화무쌍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고정이었다. 경제요인보다는 측정기준에 얽매였기 때문이다. 60진법을 쓰는 바빌로니아는 매달 60분의 1, 10진법인 그리스는 연10%, 12진법의 로마는 12분의 1인 8.33%를 이자율로 정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은 지난 100년 간의 금리는 저축이나 투자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금본위제, 금환본위제, 브레턴우즈체제 같은 통화체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금리는 고대 세계 건, 그 이후 이건 경제성장과 상관관계가 별로 없었다. 기원 후 1000년 간 세계 경제는 연간 0.01%성장했다. 하지만 그 기간 금리는 무려 6-12%에 달했다. 그리고 금리는 인구와도 상관이 없다. 인구가 증가하면 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금리가 증가할 것 같지만 역사적 연구는 인구증가와 금리는 오히려 반대방향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대 세계의 금리는 정치와 관련이 깊었다. 금리는 대개 문명의 진로를 따라 U자형이었다. 문명이 막 시작한 후 번창할 때는 하락했다가 쇠락하여 멸망하게 되면 급상승하는 형국이다.


3. 중세의 금리, 시간과 이자의 결합

  이자는 필요와 탐욕의 결합이었다. 이자는 문명초기부터 있었는데 이는 자본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대출이자는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분배했다. 자본이 산업이나 무역, 생산에 묶여 있을 때 이자는 생산에 사용된 시간과 관련이 깊었다.    

 중세가 되어 시계가 개발되자 시간의 세속화가 시작디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시간의 상업적 중요성이 부각된다. 효율적인 화폐공급에 새로운 금융관행이 더해지면서 중세부터 금리가 하락한다. 1200년대 이탈리아 북부의 금리는 20%였으나 르네상스 때가 되자 제노바는 7%, 베니치아는 5%까지 하락한다. 

 시간에 가치가 부여되고 개인의 소유물이라는 관념이 확산하며 고리대금을 도덕적으로 금지하는 성직자들의 제재는 거의 유명무실해진다. 상인이 대출로 이득을 얻는다면 대출자가 그 이익의일부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다. 즉, 이자에는 대부자를 손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기게 되었다. 

 이처럼 이자와 시간이 관련되자 이자란 시간에 따른 화폐 가치의 차이로 현재 소비가 미래소비로 교환되는 비율이란 생각이 생겨났다. 이자가 돈의 시간적 가치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실제 이자율은 사람의 시간 선호도를 반영한다. 노인은 소득이 더 이상 늘지 않기에 시간선호도가 낮고 대출도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령화 국가에서는 대출수요가 적이 금리가 낮다. 미래의 만족은 언제나 현재의 만족과 비교해 값이 할인된다. 이자는 특정 양의 가치를 특정 시간 동안 사용한 가격이 된다. 이로 인해 돈의 시간 가치인 이자는 가치 평가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투자는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시간선호와 최소한 같을 때 이뤄질 수 있게 된다.  


4. 금리의 영향

 이상적인 금리는 다음과 같다. 상품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빌려주고 빌리는 개인이 정하는 이자율이다. 지나치게 많이 빌리거나 적게 저축하지 않은 자본을 반드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이자율이다. 토지와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부여하는 이자율이고, 저축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제공하고 은행가와 금융계에는 보조금을 줄 정도로 낮지 않으며 차입자에게 지나친 고통을 주지 않는 이자율이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줄인다. 채권자는 채무자를 희생시켜 부당이득을 얻는다. 자본가치가 떨어지고 노동자는 실직하며 경기가 침체한다. 채권수익률이 국민소득을 웃돌면 기존 부채가 부담스러워지고 파산이 시작된다.

 반면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대출이 급증하며, 금융이 노력을 밀어내고 저축이 붕괴한다. 은행에 돈이 쌓여 유통속도를 늦추어 오히려 디플레를 유발하기도 한다. 초저금리는 생산성 증가를 낮추고, 자산가격을 부풀리며, 부채 수준을 높이고 저축률을 하락시키고 저축에 불충분한 수익을 주어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금융취약성을 높인다. 


5. 저금리로 인한 금융 붕괴의 역사

 로는 프랑스에서 미시시피 주식회사의 주식을 액면가 500리브르로 발행한다. 그리고 처음 몇 년간 회사의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로는 발행가능한 돈의 양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다. 그러자 1719년 1년 간 주가는 20배가 상승한다. 풀린 돈은 광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는데 물가지수가 2배 상승하고, 지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자 돈이 해외로 유출되어 버린다. 로는 여기서 돈을 더 찍어내어 문제를 해결하느냐 아니면 회수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돈의 회수를 선택한다. 주가는 결국 붕괴되고 90%를 폭락 후에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1826년에도 심각한 금융위기가 있었다. 남미 신생 독립국들은 금광을 비롯한 여러 투기 산업을 위해 발행한 채권투기 열풍이 일었다. 그 배경에는 금리하락이 있었다. 1825년 이전 런던으로 막대한 금이 유입되었다. 재무장관 윌리엄 로빈슨은 수익률 하락을 이용하여 미지급 정부부채를 더 낮은 수익률의 새로운 채권으로 전환한다. 금리의 감소로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해 합자회사투자나 형편없는 담보로 건설업자에 직접 대츨한다. 전국에 은행이 증가했고 낮은 금리로 안전한 투자처를 빼앗긴 사람들이 해외 증권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러다 1825년 12월 런던에 맹목적 공포가 일어나 신용이 고갈하게 된다. 

 

6. 새로운 경제 질서의 탄생

 19-20세기 초반의 금본위제에서는 금은 이자율 조정 역할에 충실했다. 경제 과열로 총지출과 투자가 소득과 저축을 초과하면 금이 국외로 유출되었다. 그러면 금보유고 확보를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여 사태를 되돌렸다. 반면 금보유고가 충분하고 경기가 부진하면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래서 금본위제에서는 유통되는 신용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1914년 1차대전으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금지급을 중지한다. 결국 1922년 금본위제를 수정하여 중앙은행이 보유한 정부증권이 금과 더불어 준비금으로 수용된다. 이것이 금환본위제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금리는 국제적인 금의 흐름과 무관하게 되었다. 

 금환본위제로 인해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처음으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구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금리설정이 정치화한 것이다. 새로운 금융질서는 금의 절약과 소비자 물가의 하락 예방이 목표였다. 디플레이션의 회피가 주 목적인 것이다. 

 1920년대 미통화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농업 사이클로 인한 계절적 금리 변동의 억제였다. 특정 시기에 대출 수요가 몰려 돈이 고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개입은 이자율을 낮춰 투자붐을 낳아 광란의 20년대 거품으로 이어진다. 1920년대 미국의 경제는 연 8% 성장했지만 금리는 과도하게 낮아 경제성장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행히 경제성장으로 대출공급이 늘어나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이션은 억제되었다. 하지만 투기가 과잉되어 초고층건물과 폰지사기가 성행한다. 주식시장에도 돈이 쏟아져 들어와 주가도 폭등했다. 

 미국의 상대적으로 나은 이자율로 인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었다. 그리고 외국인의 미수출상품 소비로 미국의 거품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 연준은 1928년 할인율을 3.5%에서 5%로 인상한다. 이 긴축이 국제 자본 흐름을 돌려 미투자자들이 유럽에서 대출을 하게 되었다. 유럽의 미국산 상품 수입이 감소하고 신용공급이 감소하여 미경제가 위축해 붕괴가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월가의 투기 광풍에 겁이 난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이 급격한 경기침체를 유도한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경제는 탄탄대로로 제 2의 경제 대국이었다. 일본 GDP는 1980년대까지 매년 5%성장했다. 1987년 협정으로 달러 약세를 위해 할인율을 전후 최저치인 2.5%까지 내렸다. 그리고 1987년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일본은 내수 진작과 세계경제성장을 목표로 신용조건을 크게 완화한다. 금리가 실제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자 통화공급과 대출, 기업투자가 급증한다.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상승이 일어난다. 1989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인 미에노 야스시는 거품을 끄기로 결정한다. 그는 그해 3차례 할인율을 인상한다. 그러자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다. 그는 6%까지 올렸던 할인율을 1995년 다시 0.5%로 내리나 경제의 활력은 사라진 후였다. 

 1995년 이후 일본 경제는 부동산 가치하락, 부실대출을 한 허약한 은행, 자본 수익 감소, 과도한 레버리지 차이으로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던 지속적 디플레이션에 짓눌리게 된다. 

 이런 미국과 일본의 실책은 공통점이 있다. 양국 모두 처음엔 낮은 물가상승률에 경제가 탄탄했다. 물가안정에만 관심을 두고 강력한 신용성장과 투기에 무관심했다. 자국의 인플레를 통제한 상황에서 국제협력을 위해 국내통화정책을 조정했다가 호황 말기 거품이 지나치게 심해졌고 이를 통제하려고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그리고 거품 경제 붕괴 후 디플레이션을 방치한다. 

 

7. 미연준의 정책 전환

 미국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인플레이션의 통제가 어려웠다. 경제성장 둔화로 사회가 불안정했고 스태그 플레이션에 빠져있었다. 1979년 말 카터는 폴볼커를 연준의장으로 임명하고 그는 통화공급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 그의 체제하에서 연방기금금리는 10%에서 19%까지 상승했다. 장기국채는 15%수익률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경제는 살아날 수 있었다.

 1987년 주식시장의 붕괴 이후 볼커의 뒤를 이은 그린스펀은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 홍수로 위기에 대응한다. 그리고 이후 연준은 은행 차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서 방향을 전환해 금리 자체를 목표로 삼기 시작한다. 통화정책은 이제 눈앞의 인플레이션만 통제 수단으로 다루었다.그린스펀 풋이란 용어가 있는데 이는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연준이 개입한다는 월가의 불문율이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2002년 버냉키가 취임한다. 그는 디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 공격을 주장한다. 2003년 봄 연준의 지급금리가 1%로 인하되었고 이지머니의 시대를 알리게 되었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통제되었다. 선진국 전역이 2000년대 초반 낮은 물가상승과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이를 대안정기라 부른다. 

 하지만 위기는 누적되고 있었는데 2006년 BIS의 수석 경제학자 윌리엄 화이트는 '물가안정만으로 충분한가'라는 논문에서 물가 안정만으로는 거시적인 경제 혼란을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하이테크처럼 생산성 향상에서 발생하는 좋은 디플레이션과 신용 붕괴에 의한 나쁜 디플레이션을 구분하였다. 

 결국 이런 경고가 무시되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에서 발행한 부실한 모기지 증권을 유럽이 대량으로 사고 이것이 부실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1990년대 부터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근거 없이 2000년대 들어 그것은 2%로 정해지고 이 수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딱히 근거가 없는 이런 기계적 설정은 단기주의, 관료주의로의 자원 전환, 리스크 회피, 정당하지 못한 보상, 창의성과 혁신을 억압한다. 2%타케팅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극도로 낮추고, 투기적인 차입과 리스크를 감수하게 하였다.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반 물가 수준이 하락하지 않도록 의료, 교육, 건설 같은 비무역 상품의 가격을 부풀려야 했다. 

 결국 2008-2009년의 대침체 이후 5년이 지난 2014년에도 미국의 생산성 성장률은 역사상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게 되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세속적 정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속적 정체는 미국와 유럽의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여 노동력이 고령화하고 신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투자를  덜 요구하여 기존 기술보다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세계가 글로벌 과잉저축으로 인해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에서 정체의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실질경제를 살피면 세속적 정체이론은 힘을 잃는다. 오히려 세속적 정체 내러티브는 경제학자들이 저축, 인구, 투자의 실질 요인에서 경제의 원인을 찾고 통화와 금융요인은 간과하게 만든다. 


8. 부채사이클과 창조적 파괴

 2013년부터 BIS 통화경제부장을 역임한 보리스는 금융시스템이 자원배분에 그치지 않고 구매력까지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보리스는 이자율이 실질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흄의 주장을 입증하고자 역사적 자료를 찾았지만 연구결과 금리와 저축, 투자, 이익, 인구와의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BIS는 금리는 통화체제의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내렸다. 

 BIS는 이자를 레버리지 가격으로 정의 내렸다. 그리고 부채 수퍼사이클을 제시했다. 금리가 내리면 부채가 급증한다. 그리고 더 많은 부채는 상환의 어려움 혹은 자산 가격등의 폭등으로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부채는 더욱 많아지게 된다. 이렇게 경제가 일단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금리 인상이 사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에 금리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초 저금리 정착의 원인이고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세계의 현실이다. 

 저금리에는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그 중 하나인 부동산이 폭등해 건설로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설업은 생산성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실좀비기업이 급증한다. 좀비기업은 낮은 신용으로 연명하는 기업으로 생산성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않으며 자원을 차지해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도 막는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낡고 비효율적인 것을 대체한다고 하였다. 그는 이자가 가장 유능한 고용주와 가장 좋은 과정을 채택하고 덜 유능한 고용주와 나쁜 과정의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이자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진하는 힘이고 투자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공황도 창조적 파괴를 촉진한다. 미국의 대공황은 산업수준을 고통이었으나 산업수준 전반을 향상시킨 사건으로 이후 미국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저금리로 생산성 성장이 붕괴한다. 미국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0.5%로 20년 전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좀비기업이 자리한다. 이들은 경제전반에 생산과잉과 낮은 수익률을 퍼뜨린다. 그래서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줄어든다. 또한 신기술의 혜택이 그로 인해 감소하기까지 한다. 

 또한 사모펀드도 문제다. 이자는 금융비용의 대분을 차지한다. 저금리는 이지머니를 낳고 기업합병과 레버리지 매수가 성행한다. 그 결과 2018년 사모펀드는 1조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은 금융붕괴의 화약고이기도 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수익을 빠르게 얻기 위해 단기적 안목에 집착해 회사를 사자마자 쥐어짠다. 장기적 기업 운영이나 사업전략은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저금리는 기업자체의 화력도 떨어뜨린다. 21세기 미국의 부채비용은 자본비용보다 낮게 유지되었다. 이러한 펀딩갭은 자사주 매입을 부추겼다. 기업이 자금을 기업발전에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에 쓰게 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경영진과 회사는 단기적으로 큰 이득을 취한다. 하지만 그 기업자체는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의 향상이나 비전, 기술개발, 연구개발도 없게 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6년간 미국의 가장 큰 상장 기업을은 총이익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이런 초저금리로 금융은 결과적으로 실물 경제를 몰아내고 있다. 대출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좀비기업, 자사주매입에 사용되고 기업의 효율성 개선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제조업과 연구개발이 필요한 사업은 오히려 당장의 수익성이 낮아 대출에 굶주리게 된다. 

 

9. 금융억압과 불평등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단기금리의 유지를 금융억압이라 한다. 미국은 저축률이 낮은 국가로 금융억압으로 인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저금리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키는데 문제는 이것이 실제로 나라를 부유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면 시총 수십조가 증발했다 표현하는데 이는 가상의 심리적 돈에 가깝다. 일부 상승기에 자산을 판매하는 자산가가 거액의 자본이득을 얻을 뿐이다. 투자자 전체가 이런 거액의 자본이득을 얻는건 불가능하다. 모두 거액에 파려는 순간 자산가치는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돈은 이익이 낮은 투자수익을 보이게 된다. 

 연금업계는 정부채권과 기타우량채권에 투자한다. 금융위기 이후 채권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해 연금소득도 동반 하락했다. 2016년 미공공기관의 연금적자는 3조 달러였다. 연금적자의 팽창원인은 금리하락이다. 연금적자는 큰 구름이 되어 수조 달러의 지방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확정 급여연금은 더 이상 신규가입자를 받지 않는다. 모든 연금 상품은 혜택이 적은 상품으로 대체중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연금적자가 커서 금리 상승은 연금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연금은 진퇴양난이다. 

 이지머니 시대는 불평등의 시대다. 1987-2013 전세계 억만 장자는 10배 증가했고, 이들의 전 세계 자산 점유율은 4배 늘었다. 2015년 세계 총재산의 절반을 고작 62명이 차지했다. 2018년 미국의 실업률은 반 세기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내용이 좋지 못하다. 저임금 일자리가 고임금 일자리보다 두 배 넘게 상승하며 달성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비를 포함한 기타 생활비가 물가상승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자산가격과 저금리로 젋은 세대는 주택구매를 못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46세였다. 역사상 최고령이다. 주택은 선진국에서 빠르게 전문직의 전유물화하고 있다. 그리고 주택 가격상승으로 새로운 일을 위해 이사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 들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업 비용이 오르고 내부 이주가 줄면서 수도권은 밀폐형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출산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학자금, 미미한 소득 증가, 과도한 부동산 가격으로 가정꾸리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의 출산율은 부동산 가격고 반비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10. 새로운 불평등 공식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거부하고 근본적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큰 경우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책은 이를 반박한다. 불평등의 철칙은 반대로 자본수익률(금리, 이익, 임대, 배당 등)이 경제성장률보다 작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는 금융억압과 같다. 

 중국은 금융억압을 실시했다. 자본을 국내에 묶어 저금을 통제했고, 가계는 몇몇 대형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작아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고,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저금리로 혜택을 얻었다. 가정이 피해자가 된다. 중국은 수출을 위해 위안화의 절상을 막고자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했다. 이런 미증권의 대량 매입은 미국의 장기금리의 하방압력이 되었다.

 금융억압으로 중국의 은행과 기업은 연간 GDP의 3-8%의 부를 차지한다. 그리고 금융억압이 신용성장을 자극한다. 2008년 위기에 4조위안을 은행에서 조달하여 대규모 부양정책을 펼친다. 2009년 신용은 GDP의 30%에 달한다. 이 막대한 자금으로 거대 국영기업들은 과잉생산을하여 대규모 미분양 유령도시를 건설한다. 

 중국의 부동산 가치는 2016년 43조 달러라 GDP의 4배다. 중국은 도시외에도 인프라도 과도하게 건설했으며 각종 산업에도 과도한 투자를 실행했다. 그 결과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 2016년 국제통화기금은 중국 11개 성에서 3500개의 좀비기업을 확인했다. 중국의 경제는 부채로 가득하여 은행시스템의 부채는 경제규모의 3배에 달한다. 2012년 이후 총부채상환비용이 경제성장을 넘어섰다. 즉, 성장으로 부채탕감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부실채권은 탕감되지 않는다. 국유자산 관리회사에서 이 부채를 액면가로 판매한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국영은행에서 인수한 10년물 채권을 발행하여 대금을 지급한다. 사실상 지급 불가능한 단기채권을 장기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채로 인해 항상 저금리가 필요해진다. 

 서구에서도 금융억압은 자행되었다. 서구는 전후 인플레가 두 자리수임에도 국채수익률을 낮게 유지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며 부채가 탕감되는데 서구 국가들은 이런 식으로 전쟁의 빚은 제거했다. 오랜 양적완화로 정부와 각 지방의 부채가 많아지자 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큰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금융억압은 정치의 필수조건이 되어 버렸다. 

 신용은 놀랍게도 민간이 아닌 정부가 창출하고 조정한다. 신자유주의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의 머니 마켓은 국채로 가득한 정부한정 펀드로 가득하다. 중앙은행은 단기 이자를 설정하여 장기금리를 조정하고 경제전망의 신용 배당에도 관여하고, 국가 신용의 최후의 중재자다. 그리고 유럽의 중앙은행은 원내의 특정 국가를 지원할지 말지도 결정한다. 사실상 권력이 선출직에서 비선출직 경제전문관료로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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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4-12-03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너스 금리는 이론상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론상 명목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북다이제스터 2024-12-03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리가 있는 사회가 이상한 사회고 금리가 전혀 없는 사회가 진정 바람직한 사회라고 하던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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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준비제도는 사실 중앙은행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곳은 반은 민간은행이며 반은 정부기관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유럽의 왕정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로 태생자체가 중앙집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역사상 중앙은행을 두 번 만든 적이 있지만 단기간이었고 조건을 제한하고 기간이 지나자 바로 없앴다. 그래서 지금의 연준은 하나가 아니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네트워크다. 그래서 각 지역엔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이 연방준비은행은 전체를 아우를 필요가 강해지면서 워싱턴의 입김이 강해져왔다.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가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의회의 인준을 받는 공직자다. 이들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기에 사실상 안건설정을 한다. 

 연준은 틍화공급과 관련한 전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민간은행을 거쳐서 한다. 그리고 선출기구가 아니기에 유권자의 영향을 받진 않지만 자신들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 정치인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 

 연준은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돈을 창출한다. 뉴욕 연방은행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약 24곳의 금융기관들과 늘 금융거래를 한다. 프라이머리 딜러 등 은행들은 연준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지급준비금 계좌라고 한다. 연준은 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구매하거나 이들에게 채권을 파는 형식으로 이들의 지급준비금 계좌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 방식으로 통화량이 결정되고 금리가 결정되는 형식이다. 

 1970년대는 미국은 자산과 물가가 모두 오르는 대인플레이션 시대였다. 당시는 연준이 은행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대였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고 담보를 잡는데. 이 담보가 자산이 된다. 담보 가치가 높으면 은행은 더 높은 대출이 가능했다. 연준은 이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은행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은행은 반드시 그 차이 만큼 위험을 보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준비해야만 했다. 

 70년대 미국은 자산이 인플레되면서 은행이 잡고 있던 담보가치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더욱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게 되었는데 연준은 그럼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여 사태를 키워나갔다. 금리가 낮으니 가계와 기업을 저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연준이 이런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춘것은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재와 자산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 

 70년대 펜스웨이 은행은 저금리 시대에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였다. 대출을 증권화하였고, 페이퍼 컴퍼니등을 동원해 갖은 금융수법으로 자기 자본금 이상의 대출을 벌였다. 결국 금리가 인상되자 도산의 위험에 처했다 연준은 펜스웨이를 망하게 두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지루하고 안전한 은행으로 생각한 콘티넨탈은행이었다. 여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 산업대출은행이었다. 콘티넨탈은 은행과도 거래가 많았는데 무려 2300곳이었다. 콘티넨탈은 펜스웨이와 거래가 많았다. 그래서 같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콘티넨탈의 예금 중 절반 이상이 예금자보호제도의 보호대상이었다. 때문에 펜스웨이 사태로 예금자보호제도는 유례없는 압박을 겪게 되었다. 콘티넨탈마저 버릴 수 없었던 연준은 역사상 처음으로 콘티넨탈에 15억 달러를 구제금융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러한 콘티넨탈 구제금융은 어떤 은행이 충분히 크고 다른 은행과 연루되어 위험을 많이 퍼뜨릴수록 연준에 의해 구제될 것이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80년대 폴볼커의 고금리 시대를 지나자 어느 정도 회복된 월가는 80년대 중후반 막대한 대출과 펑펑쓰는 소비가 특징인 골드러시 시대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기업사냥꾼의 시기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바로 이 기업사냥꾼으로 나왔다. 이들은 싼 비용으로 회사를 사들인 뒤 다른 회사와 합병 분할 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미국의 90년대는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부터 이어진 타격으로 80년대의 고금리로 인해 그 때의 빚을 가계와 기업이 아직도 상환중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은 경제가 성장함에도 금리를 낮추어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이지머니 시대의 시작을 열게 된다. 90년대의 연준은 과거와 달리 인플레에서 자산을 제거하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만 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전과 달리 소비자 물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은 얼마든지 통화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말 그린스펀은 소비자 물가 상승없이도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이뤄진 낮은 금리로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99년 S&P 지수가 19.5%상승하였고 나스닥은 무려 80%나 올랐다. 그 결과 2000년의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 3-11월 사이 280개 인터넷 주식 1조 7600억 달러 가치가 증발한다. 그린스펀은 그간 자산 인플레는 무시해왔고 막상 자산 가격이 붕괴하자 개입해서 시스템을 구제한다.

 이런 버블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더 인하하였고 이는 2000년대 미국주택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2003-2007년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은 무려 38%나 상승한다.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를 6년 간 낮게 유지하자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다시 값싼 돈이 풍부히 흐르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작은 파장이 일어나는데 2007년 8월 프랑스의 거대은행인 BNP파비라바 주택대출에 기반한 몇몇 파생 상품의 정확한 가격에 대해 의문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은행 건정성의 기저인 자산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파장이 흘러 1년 사이 미국 주택가격의 10%가 빠졌고 2009년엔 20%가 하락한다. 그 2년 사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미국인은 10조 달러의 부를 상실하게 된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은 1조 달러를 찍어보낸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주택가격으로 고생하는 서민이 아니라 도산위험에 처한 은행으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주택담보부실로 인해 미국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수백만 가구가 퇴거당하게 되고 이 고통은 무려 10년 간 이어진다. 2009-2016년까지 미국에서 무려 800만건의 주택 압류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제 혼란이 수십년 간 이어짐에도 미 정치권과 여론은 연준에 무관심했다. 사실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연준의 힘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점차 경제의 전권을 시행하면서 선출된 재정당국은 무언가를 할 유인이 작아지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또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무를 지는 다른 정부기관과는 다르게 소수 경제 엘리트로 구성되었으면서도 전문성 뒤에 숨어 책임은 지지 않는 전능한 기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양적완화라는 시대에도 2007-2011년 미국에서 나온 30만건의 기사 중 오바마는 8%였던데 반해 당시 연준 의장인 버냉키는 고작 0.13%밖에 관련하지 않았다. 심대한 의사결정을 내림에도 여론의 영향을 지나치게 덜 받는 셈이었다.

 2008 금융위기 국면에서 연준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최초로 도입한다. 이는 과거의 저금리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이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이렇다. 연준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채권을 매입한다. 과거 이렇게 통화량을 공급해 금리를 낮추었는데 채권의 양이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에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프라이머리 딜러를 활용해 그 한계를 한참 뛰어 넘는다. 먼저 헤지펀드 회사가 미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딜러로 하여금 그 국채를 연준에 팔게한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프라이머리 딜러가 연준에 국채를 판 대금을 다시 빌려 이걸로 또 국채를 산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사실상 제한없는 통화공급, 즉 양적완화가 가능해진다. 

 양적완화로 인해 금융계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간 연준은 미국채를 매입할 때 단기국채를 주로 매입했었다, 히자만 양적완화로 인해 모든 채권, 즉 10년 만기 장기국채도 매입하게 되었다. 연준이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모두 매입하자 장기국채가 희소해져 가격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모든 금융주체들에게 안전하게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하던 상품이 사라진 것을 의미해다. 금리도 제로 금리이다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은 수익률을 찾아 헤메게 되었고 이것이 회사채, 주식, 부동산, 미술품, 암호화폐등으로 향하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실물경제와 유리되었고 각종 위험한 금융거래가 생성되었다. 기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부채를 갖는다. 하나는 회사채로 금리와 만기가 정해져있다. 대출과의 차이점은 일반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같이 조금씩 상환해나가는 반면 회사채는 만기일전까지 이자만 지급하다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갚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들은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면 원금을 모두 갚기 보다는 다른 회사채를 만들어 원금을 갚고 새로 갈아타는 행위를 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 론으로 은행이 해당기업에 맞게 직접적으로 발행한다. 그렇다보니 회사채와는 다르게 표준화가 어렵다. 

 CLO가 바로 이 레버리지 론과 관련한다. MBS는 2008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부실과 같이 무너져 내렸지만 CLO는 살아남았다. 그런 잔상때문인지 이 상품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CLO는 여러 레버리지 론을 합쳐서 증권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하나의 CLO 꾸러미에는 세 등급이 있는데 가장 안전한 트리플 에이, 메자인, 에퀴티 순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도가 커져서 이자율은 큰 반면 원금 손실시 상환에 위험이 따른다. 

 제로금리로 수익률 추구에 떠몰린 투자자들이 이 CLO로 몰렸다. 하지만 레버리지 론은 변동금리가 적용되기에 금리 상승시에 차입자가 위험을 떠 맡는다. 하여튼 CLO는 이런 위험에도 2010년 3천억달러에서 2018년 6170억 달러로 규모가 커진다. 좋은 투자처가 씨가 마르면서 레버리지 론을 제공하는 사모펀드 같은 것들이 소위 갑이 위치를 갖게 된다. 이들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인 코버넌트를 매우 약화시키고 차입자에거 더 큰 유연성을 주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걸 코버-라이트라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화하여 2019년엔 무려 85%까지 상승한다. 

 양적완화시대에는 소위 말하는 자사주 매입도 유행한다. 지금은 안하면 이상할 지경인데 역사상 이걸 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를 줄이므로 기업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주당 순이익을 높인다. 대신 회사 여유자금을 사용하기에 회사의 부채를 늘린다. 그래서 기업의 잠재적 성장력과 재무건정성을 약화시킨다. 자사주 매입엔 대규모 자금일 필요한데 양적완화시대의 싼 돈에서는 웬만한 기업이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어느 덧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는 그림자 은행으로 취급되기 까지 한다. 헤지펀드는 위험한 거래인 베이시스 거래를 행한다. 이는 미국채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 후 선물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여 수익이 적은데 이를 횟수로 만회한다 현물로 매수한 미국채를 미국 레포시장에 담보로 내놓아 거액을 대출하여 다시 투자한 것이다. 이는 미국 레포시장을 흔드는 행위로 매우 위험했다.

 미 레포시장은 금융기관의 자금 정리를 위한 현금융통시장이다. 매일 거래를 정산하며 은행은 남는 금액을 빼고 모자란 금액을 일시적으로 채워야 했는데 그것을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리스크가 낮은 담보이기에 레포시장의 금리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위험한 거래로 인해 미 레포시장의 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는 일이 있었고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레포시장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여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책을 정리하면 연준은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부터 자산 가격을 인플레 요인에서 제거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 이는 자산가격을 부풀렸고 자산가격은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2000년 주식 버블, 2008 금융위기, 2019코로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마다 연준 일부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반대세력이 주류였으며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에 미국 정치권이나 여론은 무관심했다. 그 결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돈을 공급하는 미봉책을 쓰게 된다. 이는 갈수록 그 규모를 크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유례없는 통화량을 전세계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는 매우 큰 불평등을 야기했고, 상당한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게 되었다. 

 이런 거대한 풍선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미 주식시장 및 코인 등 자산 가격은 유례 없이 최고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실물경제는 이렇다하게 좋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젠간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 저런 결정을 내린 연준의 관계자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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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붕괴 -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공격에서 당신의 돈을 지키는 법
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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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한국은행이 있듯 미국엔 연방준비제도란게 있다. 이들은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데 사실 중앙은행은 아니다. 아마 한국인이더라도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준기사를 더 많이 보았을 것이며, 연준의 정책에 더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게 기축통화인 달러이기 때문이며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목표는 미국 경제의 안정이다. 그리고 그 지표로 삼는 것은 고용 극대화, 즉 낮은 실업률과 물가 안정이다. 그런데 물가 안정과 실업률은 전통 경제학에서 반비례 관계다. 그래서 이걸 적절히 조절하는게 연준의 역할 인 것이다. 그 방법은 통화 공급을 통한 금리 조절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높다 싶으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활성화해 고용을 촉진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하락 시킨다. 연준은 이런 방식으로 통화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현재 이 통화공급이 심상치가 않다. 미 경제의 평균성장률인 연 3%성장에 따라 통화를 정상 공급해왔다면 현재 미국의 통화량은 1조3천억 달러가 적당하다. 하지만 실제는 8조 8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과잉통화공급은 저금리를 초래했고 각 경제 주체의 부채를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2000년엔 연방정부의 GDP대비 부채가 54.9%였으나 2021년엔 129%로 상승했다. 막대한 통화공급은 자산가치도 폭등시켰다. 미 전체의 소득대비 자산비율은 현재 9.6배다. 1959-1970년은 5.8배였는데 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상승한 셈이다. 다른 수치는 더 엄청나다. 미국의 GDP가 5배 성장할 동안 명목화폐는 33배나 상승했다. 공공민간부채는 1987년 11조 달러였으나 지금은 94조 달러다. 

 이런 팽창은 현재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부의 분배를 가져왔다. 이 유동성 대잔치로 인해 자산가는 돈 방석에 앉게 되었으며 노동자, 저축가, 은퇴자,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연준은 아무런 근거 없이 돈팽창을 하진 않는다. 언급한 것처럼 이들에겐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통제가 중요하며 이 수치에 따라 경제정책을 행한다. 저자가 책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이 수치가 틀렸다는 점이다. 연준은 실업률에 대해선 일반 실업률 수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엔 실업자와 시간제 근로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구직 활동자만 집계되어 허수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물가를 산정하는 PCE디플레이터다. 이 수치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감지 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연준은 통화를 팽창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고 만다.

 PCE디플레이터는 고정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하지 않는다. 계속 변화하는데 그렇다보니 누락과 임의 조정이 많다. 이것의 문제는 100%로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53%를 차지하는 헤도닉 기법이다. 이는 물건의 품질이 향상되었다면 오른 가격을 상쇄해버리는 놀라운 기법이다. 가령 자동차 가격은 해마다 6%가량 올라왔다. 하지만 연비나 내구성,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나 각종 안전도, 기능이 향상되면 그걸 상쇄하는 것이다. 이는 말이 안된다.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져도 소비자는 여전히 자동차 한 대가 필요하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1대가 10대 역할을 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7%는 주택 임대료인데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자가 임대료를 추측하게 한다. 마지막은 30%정도로 공공재화와 기업 중간재 가격에 대해 노동 통계국이 추측을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연준이 처음부터 돈을 마구 뿌린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전의 여파로 미국은 감히 금본위제를 폐기한다. 그러자 달러 구매력이 극심한 타격을 입는다.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는데 1980년대 연준의장 폴볼커가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이를 바로잡는다. 문제는 후대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때부터다. 그는 놀랍게도 인플레이션의 개념에서 소비재 및 서비스와 자산을 분리해냈다. 즉,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생각하고 이는 통제해야하며, 자산 가격은 얼마든지 상승해도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 수치는 2-3%정도로 고정된다. 이는 금과옥조처럼 적용되어 이것이 넘지만 않으면 돈을 얼마든지 풀어도 된다는 논리로 고착한다. 

 저자는 통화팽창이 미산업을 붕괴시켰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은 1965-1990년까지 대량의 산업재롤 전 세계에 값싸게 생산하는 국가였다. 국내생산능력과 노동이 국내에 모두 흡수된 시기 였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증가하는 미국의 수요가 딱히 없었고 있다 해도 이를 충족시켜줄만한 해외생산기지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통화가 팽창하니 국내에는 수요가 과잉되었다. 그리고 유동성은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여 동아시아와 중국에 새로운 저비용 수출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여기서 생산도니 저비용을 내구재는 오랫동안 통화팽창에도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면 미국 국내는 임금과 비용, 가격이 상승하여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는 영향을 만들게 된다. 결국 미국산업의 붕괴는 자본주의나, 자유무역, 탐욕이 아니라 연준의 통화 정책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다.

 중국은 거대 흑자와 밀려드는 달러 홍수에 대비해 1993년 11월 환율을 달러당 8.3위안으로 고정한다. 때문에 중은 낮은 가격에 수출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쌓이는 달러를 소화하기 위해 이를 위안화로 바꾸어 지역에 공급한다. 그 결과 중국의 지역은 막대한 부채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가계, 기업, 정부의 총 부재는 1995년 5천억 달러에서 2020년엔 42조 5천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경제적이지 않고 긍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투자의 자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성장기계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런 정책으로 인해 산업이 붕괴하고, 꾸준히 적자를 내는 나라가 되고 만다. 인플레이션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값싼 내구재를 소비했는데 그래서 물가는 양분된다. 서비스지수는 매년 2.52%상승하지만 내구재지수는 매년 1.83% 감소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추는 또 다른 요인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를 맞이 하고 있다. 1995-2019년은 미중전쟁이 본격화 하기 이전으로 저자는 이 시기를 대인플레이션 안식 시대로 명명한다. 미국의 통화가 중국으로 흘러가 그곳을 생산기지화 하고 거기서 들어온 값싼 내구재로 넘치는 통화에도 미국의 인플레가 없던 시기다. 하지만 이것이 종말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꽤 성장하여 잉여노동력을 거의 소진했다. 베트남도 이미 처지가 비슷해지고 있으며 중국같은 이렇다할 저임금 국가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그 동안 값싼 중국 내구재로 인해 제조업 주급의 상승이 연 2%에 그쳐왔다. 그래서 고임금부분의 임금상승은 정체되어 왔고, 전체 고용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이 커져왔다. 지금은 막대한 경기 부양비, 학자금 대출 채무자의 모라토리엄등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그래서 레저, 관광 등 서비스 업의 임금상승률이 지난 1년간 10%나 상승한다. 값싼 내구재의 압력도 감소하면서 제조업 임금상승률도 2%에서 5.4%로 50%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그동안 숨겨져온 인플레가 드러나고 있고, 그것을 감추는데 일조한 값싼 내구재의 시대도 끝이 나고 있다. 이는 결국 한계에 도달한 연준이 가까운 시일내에 강한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십년간의 머니펌핑으로 자산시장에 낀 거품은 엄청나기만 하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테크기업들을 비판한다. 먼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잉여현금흐름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470배에 달한다. 즉, 기업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잉여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지난 5년간 탄소배출권의 판매로 33억달러의 이득을 얻었다.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테슬라에게서 구입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테슬라의 순이익은 7억 2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전치가 판매로 결국 8역 7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는 의미다. 이는 차량 한대당 1800달러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런 테슬라의 시총이 엄청나다는건 저자가 보기에 기가막힌 일이다. 테슬라는 주식수도 어마어마한데 무려 9억 9천만 주나 된다. 이런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완성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2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는게 넌센스자체다. 

 아마존도 껍데기다.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은 매출의 1.5%에 불과하다.이는 그들이 자랑하는 전자상거래업이 아닌 거의 AWS즉,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로컬서버와 pc의 클라우드 전환때문으로 곧 경쟁과 기술창조가 없는 사업이라 포화상태에 이르게 도니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데 직영배송트럭, 물류센터, 배송드론개발비, 물류시스템 인력등에 많은 돈이 든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 연준은 1990년대 잘못된 인플레이션 수치 측정도구와 실업률 측정 도구를 가지고 진단을 잘못하고 통화팽창 정책을 꾸준히 추구했다. 이는 잘못된 경제진단과 값싼 중국산 내구재등으로 내부 산업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극도로 부푼 자산가격과 대인플레이션안식년의 종식으로 수입물가지수가 치솟고, 내구 서비스 물가도 상승일로로 가고 있다. 연준은 결국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자산가격이 버블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테크기업들은 이렇다할 수익이 없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한다. 우선 장기적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므로 빚은 더 부담되지 전에 상환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저축자들은 장기채권, 정크부채, 중국부실어음, 고평가 주식의 위협에서 자금을 빼내 양도성예금증서, 단기 국채 등을 통해 안정을 도모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노리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횡보, 하락할 주가에 대비해 풋옵션 매수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 자산인 금을 보유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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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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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이 상당 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며 세계는 호황을 맞았다. 인구도 지난 20-30년 간 20억 가까이 불어났으며,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저물가로 좋은 제품들이 세계 각지에 공급되었다. 하지만 좋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들이 밀었고, 러시아는 미국와 유럽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상당하다. 이미 편가르기가 시작되어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었고,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편이 되길 강요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는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 때마다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좀처럼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산가치를 세계적으로 부풀려 놓았으며, 그에 따라 각 가계와 국가, 지역 사회의 빚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형국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계속 될 것이며 달러의 위상도 여전할 것이란게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하다'의 골자다. 

 2023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만 2023년 3/4분기에 9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의 달러 보유량은 이런 이런 이자로 인해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채권국들은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 빚은 진 채무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런 달러 이자를 자신들의 채무를 탕감하는데 혹은 미래를 위해 비축한다. 그래서 세계의 달러량은 미국이 남발해도 좀처럼 늘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는 결국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가치는 잘 하락 하질 않는다. 이는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가 지불하는 채무에 대한 금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신뢰도와 경제력으로 인해 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달러가 필요하고 이를 보유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실질 이자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차입의 비중이 작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화폐이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화폐이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다르게 정부와 재무부 혹은 중앙은행이 위기 시 화폐를 발행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실물경제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기적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본다. 물론 현대화폐이론학자들이더라도 지나친 화폐 남발이 부채규모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현대화폐이론은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대와 비유된다.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정부가 확장재정지출을 하면 세면대에 물, 즉 화폐가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수도꼭지를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 정책은 그 자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를 받아들이고 쓰고 보유하게 만들어 경제 내에 돈이 잘 돌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수도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세금이다. 세금으로 세면대의 물을 적절히 빼어내 물이 넘치는 즉,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기축통화의 위치는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차 대전이 끝아면서 바로 달러가 패권통화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패권의 교체는 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된다. 영국은 1930년대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위기를 겪었고, 채무 평가액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스털링 블록을 구축한다. 이는 해당 블록국가들에 스털링 준비금을 준칙에 맞게 보유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대개 영국이 식민지 훗날 영연방 국가들에 해당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다양한 인프라 재건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재건과 성장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이 필요하였는데 달러에 의존한게 문제였다. 부채 누적 규모는 점점 커졌고, 실제 성장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컸다. 영국정부는 이에 채무 부담에 따른 파운드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스털링 블록 내에서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스털링 블록 국가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는 파운드화가 가치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파운드 화는 영국의 채무로 인해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영국의 성장세 약화와 채무 불이행 위험으로 한 때 30%가까이 폭락한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의 세계 무역 결제 비중도 1950년대 10%에서 1970년 6.2%로 하락한다. 

 먼저 반응한 것은 경제가 취약한 이집트로 이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을 다양한 통화로 마련하였다 스털링 블록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강경책은 다른 국가들에게 오히려 불안을 일으켜 197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 국가가 스털링 블록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달러가 바야흐로 글로벌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주요 비중의 준비금 통화역할을 하게 된다.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가치 척도 기능, 교환 매개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이다. 교환 매개 기능은 글자 그대로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을 위해서는 그 발행주체자에 대한 강력한 믿음 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성이 요구되며, 어디서나 쉽게 교환이 가능한 국제적 결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가치 척도 기능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그래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경제적 규모, 1인당 소득, 물가등을 달러와 비교한다. 가정 안정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가치 저장 기능은 그 화폐의 안정성에서 유도 되는 것으로 항상 경제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의 교환이 일정하게 가능하기에 부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모두 완벽히 충족하는 것이 달러다. 달러가 이런 위치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방대한 상품거래를 하게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페트로 달러 덕분이다. 미국은 1974년 6월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이 사우디에 기술과 안보를 보장하는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을 체결한다. 이후 달러는 대표적 가치저장 통화로 인식된다. 이 페트로 달러 개념은 2000년대까지 확장한다. 달러는 산유국에 지급되는 화폐로 고정되었고, 달러는 석유가격은 책정하는 계산 화폐였고, 유가가 오를 때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화폐였다. 

 하지만 최근 이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Fed에 예치했다. 이것이 지급 준비금이다. 이는 은행 예금과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한 예방조치다. Fed는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데 은행은 이것으로 대출을 하기에 Fed의 이자는 경제의 대출에 큰 영향을 줬다. Fed가 지급준비율 이자를 높이면 은행의 예치금이 올라가 대출이 증가하고, 이자율을 내리면 예치금이 줄어 시중 대출이 주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과 미국 채권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래면서 이 조정이 무용지물이 되기 사작했다. 미 상업은행들이 지급준비금보다는 미 채권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Fed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미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은행은 채권에 더욱 매력을 느껴 채권 보유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기에 2008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의 무분별한 위험한 투자에 크게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로 채권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고금리 이자가 장기적으로는 Fed의 매입으로 만기까지 가면 더욱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 상업은행들은 재산상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기에 상승한 금리로 인해 장부상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손실금액으로 채권을 팔지 않았기에 손실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에게 큰 불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Fed의 번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크게 세 가지 오류를 낳았다. 우선 미상업은행들은 위기 때 건정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받은 유동성을 정작 경제 활성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건전한 곳에만 공급한다. 그래서 돈이 불필요한 곳에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더욱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선택오류와 군집화 현상이다. 언급한 돈의 양극화로 좋은 곳에만 돈이 모여 기업자산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세번째는 Fed의 과다한 미국 채권 선호에 따른 채권의 과수요현상이다. 

 이러한 달러 패권 시대에 통화주권력이 약한 신흥국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과 금리차이로 인해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항상 안전자산을 찾아 투자금이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 통화의 수요가 줄어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 위기 때 외국 투자자금이 철수해 금융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 환율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신흥국은 항상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가 넘치는 시기에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이 달러 부족에 시달린다는게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국화폐가 아닌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다. 이 경우 채권을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 자금 확보가 되고,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시 바로 달러로 채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이들은 곧바로 다른 달러 채권을 발행하여 돌려막기를 하는데 이를 차환발행이라 한다. 이런 식의 달러표기 채권 발행은 신흥국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달러 수요를 가중시켜 미국 달러는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국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자금은 산업현장, 실물경제에 직접 투입하기 보다는 금융계에 투입해 돈을 엉뚱한데 붓고,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많은 금융,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여 부채가 존재함에도 순채권자로의 위치를 유지중이다. 반면에 기업은 채무가 과한 수준으로 늘어 기업의 부채는 위험하다. 미 정부는 지속적 재정적자 속에서도 소비규모의 유지를 위해서 가계를 순채권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정책분야에 돈을 쏟는데 그 자금은 가계 소득의 10-30%에 달한다. 

 미국은 사실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부여해 지나친 유동성을 빼고 빚을 상환하여 건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을 유지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 고물가 상황으로 이는 가계에 실질 세금처럼 작용한다. 물가가 오른데 세금까지 걷다니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2008년 위기를 다시 불러오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때문에 쉽게 과세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주로 서비스업에만 이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가계에 들어간 돈은 대개 미국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해외 제품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일부 혁신적 대기업만 성장하고 일반 제조업은 성장이 약해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언급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과다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의 노동의지가 감퇴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꺼리고, 코로나 19이후 육아, 가정 돌봄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위기 때마다의 양적완화로 자신들이 투자한 금융,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더욱 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임금수준이 올라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비자발적 실업과 노동포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는 글자 그대로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법정 통화로 자리 매김해야 하며, 1:1로 준비금 잔액이 존재하고 언제든지 디지털 달러가 지폐 달러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즉시, 결제 지급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15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데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면 이들에게 많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려면 그것 역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각종 규제 및 정책, 다른 나라와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향후에도 유동성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십수년간의 정책으로 가계, 정부, 기업, 금융계가 이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려려면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가계에 사회이전지출로 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유지시키고, 여력이 생긴 가계가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도 유동성이 들어가 기업과 가계의 자산이 모두 부풀어 더욱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유동성을 남발해도 달러 패권이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달러가 흡수되어 가치가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달러의 패권을 대체할 만한 다른 통화가 등장한다면 혹은 미국의 과도한 빚에 대해 자체 경제내에 붕괴와 다른 세계의 불신이 퍼진다면 견고해 보이던 이 패권은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달러로의 성공적 정착은 더욱 달러 패권을 강하게 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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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금리수업 - 경제와 금융이 손에 잡히는
조경엽.노영우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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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국은 고속 성장 시기에 금리가 10%가 넘어가던 시대가 있었다. 그걸 잘 모르는 지금 세대들은 당시 분들은 편했겠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벌어 놓은 돈 은행에 맡기기만 하면 돈이 따박따박 쌓일테니 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당시는 직장은 안정적이고 취업도 쉬웠지만 저급여였고 높은 금리만큼 물가상승률도 높아 생각보다 돈 모으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하여튼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가 세계적으로 퍼지며 거의 20여년 간 저금리로 살아왔다. 이렇게 저금리가 오래되다 보니 그것을 마치 영구적인 기조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양적완화와 코로나 쇼크가 불러온 공급 능력의 쇠퇴, 미중 전쟁으로 인한 국제분업의 와해, 러시아 우크라 전쟁으로 공급측 문제가 커지며 잠재적 문제가 컸던 수요부분도 건드려 상당한 인플레이션 사태를 불러왔다. 미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1년 정도 뒤늦게 고금리로 기조를 돌렸고, 당시만 해도 일시적일 것 같던 고금리 추세는 2년여를 넘어 구조적으로 상당기간 고착화 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은 주식이나 부동산 보다는 채권이나 금리가 경제 뉴스의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금리는 현재와 미래 시점 사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수요는 소비와 투자이고 공급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의 소비를 늘리려는 성향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투자수익률보다 높다면 대출을 하지 않는다. 그 돈으로 공장설비를 확충하거나 기술개발을 하느니 돈을 은행에 묶는게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금리가 높으면 소비를 줄인다. 당장 돈을 쓰니나 은행에 묶어 놓아 더 커진 수익으로 미래에 소비하는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금리의 역사엔 아무래도 그것을 탄생시킨 화폐가 있다. 화폐의 통용에는 항상 그것을 강제하는 권력집단이 있다. 한국의 원화는 한국정부가, 중국의 위안화 뒤에는 중국정부가 그것을 강제하는 강한 권력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기에 달러는 국제적으로 강제 통용되는 화폐가 되었다. 과거 정부, 특히 미국정부는 자신들이 중앙은행에 보유한 금만큼만 화폐를 발행한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 지출에 시달리던 미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화폐를 일방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 달러는 폭락했어야 했으나 미국엔 금을 대신할 한가지가 남아있었다. 바로 석유였다.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석유 결제에 무조건 달러를 통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며 세계 각국은 필수품인 석유를 사기위해 무조건 대량의 달러를 보유해야만 했고 이런 페트로 달러 정책으로 미 달러는 종이 조각임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은 경제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은 법률적으로만 독립적이지 정치권의 의사를 거의 따라간다. 중앙은행은 각국의 경제를 통화량으로 적절히 통제했는데 과거 경제규모가 작을 때는 직접 화폐량을 조절하였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져서 이런 직접적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금리를 조절하여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채권은 빛에 대한 보증서로 발행 금액과 만기, 이자율이 표기되어 있다. 채권은 3종류가 있다. 할인채는 만기 때 채권 발행 금액을 받고 인수할 때 이자율 만큼 할인해서 사는 채권이다. 이표채는 주기마다 이자를 받고 만기 때 마지막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국고채가 이표채다. 복리채는 이자가 지급 주기별로 재투자 되어 만기 때 복리이자를 받는다. 국민주택채권이 복리채다. 이런 채권은 가격은 의외로 금리와 역의 관계다. 높은 이자를 받게 되면 당연히 그 이자를 받는 채권의 가격도 비싸져야 이치에 맞겠지만 이런 묘한 관계가 정립된 것은 금리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채권은 기간을 정해놓는 보증서이기에 그 금리가 고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금리가 5%로 올라갈 경우 그대로 보유하면 손해를 입기에 가격이 할인된다.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3% 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시중 금리가 1%내려가면 그것을 보유하면 더 큰 이득을 상대적으로 보기에 수요자들이 많아져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채권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만기가 짧은 채권 금리는 금융회사들 간 하루 동안 돈을 주고 받을 때 쓰는 콜금리가 있다. 그 다음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은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고 회수할 때 활용하는 만기 7일짜리 환매조건부 채권(RP)이 있고, 3개월 만기 채권은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가 있다. 기업 회사채는 보통 3년, 정부국고채는 1,3,5,10년으로 만기가 다양하다. 

 한국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한은이 발행하는 7일만기 RP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한은은 전보다 RP를 가격을 할인하여 시중에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 수요가 커지고 파는 사람은 줄어 채권이 잘 팔리게 된다. 즉, 시중자금이 한은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반면 금리가 내려가면 한은은 RP가격을 올려서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이 잘 팔리지 않으니 시중자금은 시장으로 풀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한은은 채권을 이용하여 금리를 조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금리는 보통 상식적으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마땅히 높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기적으론 실제로도 그렇게 통용된다. 하지만 기간이 일정 부분 길어지면 오히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향후 경기변화에 대한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당연히 경기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경기가 저점에 가까워지면 향후 경기 회복 기대 심리로 투자가 늘고 자금수요가 늘어나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반면 경기가 하강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자금 수요가 줄어 금리는 하강한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금리를 조정한다.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국채 공급이 늘어 국채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채권 가격과 반비례하는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더불어 회사의 회사채도 금리가 올라가 회사의 대출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 적자가 많아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의 국채를 한은이 인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각국의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잠재적 성장률만큼 성장하는 것을 삼는다. 잠재적 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지표를 분석해 성장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잠재적 성장을 웃돌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며 밑돌기도 한다. 웃돌게 되면 좋은 것 같지만 경기가 과열된 것으로 높은 물가상승률과 과다한 투자로 향후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GDP 갭률은 실제 GDP성장에서 잠재적 GDP성장을 빼고 이를 잠재적 성장GDP성장로 나눈후 100을 곱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19당시 과다한 양적완화로 2021년 GDP갭률이 1.4666%였다. 이는 과다 성장 상태이므로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023년에도 이 갭률이 0.872%였으므로 미국은 2024년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갭률이 2018 -0.316, 2019년 -0.701, 2021년 -0.528, 2022년 -0.1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즉,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제가 위험해지면 은행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은행의 자산은 보통 현금과 대출, 채권, 기타로 구성된다. 이중 경기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급변하는 것은 보통 채권이다. 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채권을 보유하는 것은 채권은 투자의 성격과 더불어 쉽게 환매가 가능해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두 가지로 우선 대출이 부실해지는 경우다. 2008미국의 은행들은 바로 이 대출이 위험해져서 경제가 붕괴했다. 다음으로 위험해지는 경우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다. 금리 인상만으로도 자신들의 채권자산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에는 트릴레마가 있다. 이는 세 가지 중요한 경기 목표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뜻인데 그 세 가지는 경기활성화와 물가, 환율이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침체되고 환율이 내려가고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도 잘 안되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경기가 더욱 침체된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활성화한다. 환율이 상승하여 통화가치가 내려가 수출이 잘된다. 중앙은행이 대처를 못하면 정부는 국채를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가 위의 현상이 반복된다. 거꾸로 국채발행을 줄이면 채권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 역시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즉, 모두를 잡을 순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물가안정을 잡는다. 환율은 대외 변수가 너무 크고 미국이 아니면 주체적 대응도 어렵다. 그리고 경기활성화는 중앙은행이니 정부의 단기적 노력으로 달성하기도 어렵고 지표도 뚜렷치 않다. 때문에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도 좋은 물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는 대개 2%다. 0이 아니고 2인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디플레가 일어나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도 줄어 다시 물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 일본의 30년이 딱 그러했다. 반면 미국의 연준은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도 목표로 잡는다. 미국발 경제소식에 항상 고용문제가 언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과 미국의 연준은 금리를 놓고 서로 줄다리기 한다. 시장은 단기적이고 뭔가 기대하나 연준은 문제를 길게 보고 구조적인 변화가 확실시 되야 변화를 줄정도로 장기적이다. 그래서 연준의 금리인상후 시장은 항상 금리 인하를 기대하나 연준이 보기에 아직 구조적 여건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늘 그런 기대는 언감생심이 되고 만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당시 2008-2011년간 미국에선 700만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 2011년 실업률도 8.8%였다. 미는 양적완화로 이에 대응했는데 1차인 2008-2010년간 장기국채 3천억 달러와 주택저당채권 1조 2500억 달러를 매수하여 돈을 시중에 풀었다. 2차는 2010년으로 6천억 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했고 3차때는 장기국채 7900억달러 MBS 8230억 달러를 매입했다. 저금리 유지로 소비를 촉진했고 환율을 상승시켜 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양적완화는 새로운 경제조절책으로 정책금리의 한계를 돌파한 방법이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고 이에 자금 여유가 생긴 은행은 대출을 늘리며 저금리를 바탕으로 기업을 손쉽게 대출해 투자를 실시한다. 이렇게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인데 부작용으로 시중에 너무 자금이 많이 풀려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실물경기는 사실 안좋은 편이므로 시장이 왜곡되며 통화량이 많아져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난다. 

 2022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중국에 타격을 줬다. 중국은 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국채가격을 하락시켜 중국의 자산을 감소시켰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1845억 달러나 되고 이중 미 국채가 8574억 달러다. 그래서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채를 줄이고 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미 국채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도 보유하기에 역시 손실을 입었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이유로 금리를 조정해 이렇게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두 가지 무기가 더 있다. 하나는 신용평가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신용평가기구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한 나라의 신용을 공격하여 평가절하하면 그 나라는 국제적 자금 통용에 신용도 하락으로 더 값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 또 다른 무기는 국제 금융에 대한 전반적 영향력이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 금융기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비자카드나 마스터 카드는 전 세계 지급 결제망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미중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만 붕괴로 이전 보다 모든 산업이 고비용구조가 되었다. 때문에 이것은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자리한다. 그로 인해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또한 불안정한 국제정세도 문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했다. 미중 갈등과 세계 경제 블록화, 여기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환율이 상승해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며 경기가 회복되어 외화가 다시 들어와 외환시장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지금의 금리역전은 역시 환율을 올렸지만 수출이 잘 되지 않아 적자를 보고 있고 이는 경기침체를 가져와 자금이탈을 가속화한다.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국채는 그들의 달러와 동전의 양면 관계다. 미연준은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고 사면서 달러의 양을 조절한다. 미국채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그러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하기에 달러를 찍어낸다. 그러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게 된다. 그러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고 달러를 흡수해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 

 미국은 이처럼 툭하면 달러를 마구 잡이로 찍어내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과다 발행된 달러를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39개국의 외환보유고가 2007년 4조 9619억 달러였지만 2013년엔 9조 490억 달러로 두 배 올라갔다. 아마 코로나 시국엔 더욱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불신이 각국에 커지면서 최근 외환보유고의 증가세는 멈추는 편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대체로 미국과 동조화다. 유럽은 각국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에서 주도하고 금리 환율이 외부에서 정해지는 독특한 구조다. 회원국은 유럽중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재정정책과 물가관리 경상수지등 거시 정책을 실시한다. 유로존은 1999년 통합 후 물가상승이 2%대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는 동일 화폐를 사용하며 각국과 지역간 비교가 용이해 경쟁이 이뤄져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기 인플레이션 심리가 낮아지고 금리도 낮아 자금조달이 용이했다. 이 자금이 유럽의 저소득 국가로 흘러들어갔다. 환리스크가 사라졌고 국경간 거래비용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리스가 위기에 노출되었고 그 위기가 전체로 퍼졌다. 나라별로 금리 환율정책을 쓸 수 없기에 제대로 된 대응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로존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여전히 이전과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단일 금리가 아닌 복수 금리를 사용한다. 은행의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가 그 두 가지다. 중국은 이런 금리 조정과 은행의 지급준비율로 경제를 조정한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특정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선별적 지급준비율로 중대은행들이 취약 부분 대출을 실행하면 지급 준비율을 우대하여 혜택을 준다. 선별적 중기유동성 지원 창구는 민간 중소기업에 대출추가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담보보완 대출제도는 정책은행들이 인민은행에 대출채권담보를 제공하고 농업, 중소기업, 저개발 지역에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장점은 장기 독재로 인한 정책의 일관성이다. 토지를 국유화하였기에 부동산 개발등을 통한 경기부양정책도 정부 마음대로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유연하지 못한 경직성이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2023년 금리를 인하하였는데 세계와 동떨어진 금리정책으로 독특하다. 중국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금리 압박속에도 아직 제로 금리다.일본은 기준금리는 -0.1%를 유지하면서도 국채금리는 0.25%를 유지하는데 이는 단기와 장기금리 역전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대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 경기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이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은 국채가격이 내려가며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을 겪는다. 일본은행은 전체 국채의 5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채 수익률이 0.25%만 올라가도 GDP의 1.4%가 손실된다. 하지만 일본 기업과 국민은 장기가 해외투자를 하여 외화표시 채권과 주식 부동산을 다량 갖고 있다.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2021년 3조 748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엔화가 약세여도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는 증가해 상쇄효과가 있다. 그래서 엔저에도 버틸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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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8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간 띄어쓰기가 좀 아쉽네요. 가독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 같아요,

닷슈 2023-10-19 07:39   좋아요 1 | URL
쓰는데 급급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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