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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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유시민은 책 '후불제 민주주의'를 통해서 아직 시민성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완성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적했다. 한국은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상당 수준의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 완성했지만 그 안의 내실을 채우는 것은 멀었으며 그러한 부작용을 우린 이미 상당 부분 겪고 있다. 

 조국의 가불선진국은 경제부분의 부실을 지적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권때 선진국으로 분류되었고, 문화적 영향력이 사상 최대에 이르렀으며 코로나에 성공적으로 대처해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다. 인구 5천만 이상이며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에 도달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에 한국을 포함하여 겨우 7개 나라만이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는 곳이 많은데 그것이 주로 사회권과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은 고도성장속에 대기업을 우선시하고 아래로의 분배를 소홀히 해왔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과 개혁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전방위적이다. 국토의 불균형과, 권력 기관의 권력 재배치, 주택 문제의 해결,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이를 플랫폼 노동자로까지의 확대, 경제민주화 등을 총 망라한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봤지만 대부분 인지하는 내용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나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 혹은 비슷한 생각을 가졌지만 그 구체적 내용과 해법을 생각지 못한 사람에겐 다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나온 책이라 저자는 무척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자신과 집안,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심지어 정권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대통령으로 되며 교체된 상태다. 가장 밑바닥에서 쓴 책이지만 절망은 크게 없고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당부와 기대도 섞여 있었다. 2년은 본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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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 - 모든 산업을 지배할 인공일반지능이 온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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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미래보고서를 10년째 보고 있다. 물론 매번 새로 나오는 것을 보진 않고 격년 정도로 보고 있는 편이다. 늘 많은 영감과 변화에 대해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이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우선 책의 내용이 좀 부실했고 인공지능 일색으로 책이 편성된 것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 미래 기술이 결국 인공지능으로 수렴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기술이든 그 머리엔 인공지능이 자리 할 수 밖엔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술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손과 발이 되는 셈이다. 

 이번 책은 지난 번과는 다르게 여러 소주제를 중심으로 그에 해당하는 각 계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싣는 쪽으로 편성되었다. 그래서 더욱 쉽게 읽히는데 마땅히 눈에 띄는 지식은 없고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히 힘들지 않을까란 느낌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인공협소지능으로 현지의 인공지능이다. 다음은 이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코드를 편집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전략으로 새롭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 마지막은 인공 초지능이다. 이는 인간으로부터 독립해 인간의 이해, 인식, 통제 없이 스스로 목적, 목표, 전략을 개발하여 인류전체를 넘어서는 지능과 행동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존재다.  

 지금은 인공협소지능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 분야의 발전과 투입되는 자원,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전문가들은 범용인공지능의 등장에 대해 대비하려 한다. 여러 부분이 고려되나 우선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윤리성이다. 인공지능은 사회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면 그 자신이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인간은 인간의 윤리체계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윤리체계를 정렬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일부는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이 윤리적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어 큰 난제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규제도 문제다. 인공지능의 규제에 관해서는 세계적 기구의 설립을 필요로 한다.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 인공지능 노하우를 가진 민간, 시민 사회의 윤리가 결합되어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제작과 사용을 촉진하는 거버넌스 프레임 워크의 구축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현대 사회에 위기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허위 정보의 만연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 쇠퇴, 인공지능 기반으로 고용 및 산업 이탈과 불평등의 증가문제,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및 화학 무기로 인한 치명적인 사고와 살상, 그 밖의 혼란들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범용으로 갈 길을 멀었으나 이것만으로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미 시장규모가 50억 달러에 이른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현재 초기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개발에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고도의 컴퓨티 파워가 필요하며, 통합 생태계 구축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한 인간의 자식이다. 그렇기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발과정에서의 학습데이터의 사용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인공지능은 상당한 인간 저작물을 학습했는데 이로 인해서 학습할 데이터의 양이 얼만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속도에 비해 인간이 생성하는 데이터의 연간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를 생성하기에 작가나 ,언론인, 디자이너, 음악가 등이 위험하다. 고객 서비스를 챗봇이 이미 하고 있고, 조만간 음성 및 영상으로도 가능해보여 상담원과 콜센터 직원이 위험하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매우 잘 하기에 분석가나 통계학자도 위험하다. 

 책은 인공지능이 과반이지만 의료와 우주, 의학 분야도 조금 다룬다. 이전 책에 비해 학습할 만한 미래 내용이 적어 금방 읽었다. 다음 시리즈는 인터뷰 형식으론 편성하지 않는게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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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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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교육계는 바야흐로 에듀테크의 시대다. 교사 집단은 개별적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도하느냐, 마지못해 따라가느냐, 저항하느냐의 정도로 대응에 차이를 보이지만 거대한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가속화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 19다. 세계적으로 수백 만의 희생자를 가져온 병이지만 적어도 세계를 디지털의 세계로 이끈 것이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의 역할이었다. 

 에듀테크는 많은 장점을 갖는다. 우선 교육계의 숙원인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상당히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제공하여 학생 중심 수업을 돕고 교사의 수업 설계 및 준비도 돕는다. 시공의 제약을 상당히 초월하게 해주며, 그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지금의 학생에게 상당한 동기유발을 한다. 또한 학생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에듀테크는 학생의 디지털 역량을 배양하고, 공교육에서의 실행은 그 자체가 디지털 격차를 줄여준다.

 책은 에듀테크에 대한 필요성과 시대적 배경, 교육에 대한 생각을 길게 풀어놓는다. 이는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저자의 현장경험과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실제로 저자는 에듀테크를 도입하는 학교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한 에듀테크가 한 학교에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진압 장벽이 많다. 우선 그 기술의 선정이다. 다음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물리적 기반의 구축이다. 테블릿이 필요하면 1인 1기기 모든 학생이 무리 없게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게 할 망의 개설, 충전함의 설치 및 구매다. 그리고 이 모든 기기를 구입하려면 물품관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구매하고 나면 교사의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있는 힘껏 도입했어도 선생님이 의지와 역량이 부재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교실 한켠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된다. 때문에 그것의 필요성에 대한 학교차원의 제고와 노력, 연수가 필수적이다.

 시대는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교육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당장 초등의 경우 2022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영어와 수학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사실 디지털 교과서 자체는 10년전에 개발되었다. 하지만 그 때는 단순히 교과서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고, 교과서 파일도 수백메가로 무거웠으며 일선 학교에 망과 디지털 기기도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이번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학생을 분석하고 지원하며 교사가 관리하게 한다. 당장 학교는 적어도 다음 학기에는 내년에 학생들이 학습할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선정해야 한다. 

 시대는 다가오는데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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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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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총선 이후, 방송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칩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책의 집필에 있었다.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서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보며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알리며 집대성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유시민 작가의 책은 매우 주관적이며 따라서 가장 읽기가 쉽다. 책을 지난 주에 주문하고 오늘 오후 점심을 먹고 3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책은 가독성이 높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읽는 사람 자신의 정치색에 따라 극명히 갈릴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에 대한 분석과,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것이었다. 

 언론 부분을 다루자면 유시민 작가는 현재 한국 언론이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본다. 기성 종이 신문과 이들이 만들어낸 종편 언론, 또한 이들의 기사를 헤드로 도배하는 포털을 보면 보수를 옹호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겉으론 저널리즘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기자 개인은 엘리트 주의에 빠져있다. 또한 이들이 종사하는 언론은 사영 언론으로 모기업이 기업이나 부유층이거나 혹은 조중동처럼 그 자체가 재벌인 경우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국 대기업과 기업,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리고 한국의 보수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러한 정책을 취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기에 마땅히 보수를 지지한다.

 다른 한 쪽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공영 방송이 있다. KBS와 MBC이다. 이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정권 교체가 잦았기에 상층부에 다양한 이익과 세계관, 정치적 색채를 갖는 임원직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권이 자신들의 상층부를 함부로 교체하지 않는 한 저널리즘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기계적이며 시민과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만의 언론이 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이다. 이들은 비교적 여태까지의 집단 중 가장 저널리즘에 충실하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시민으로부터도 언론 자유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기자만의 언론이 되었다는게 유시민의 판단이다. 한겨레의 경우, 국민의 자본으로 출발하였는데 국민의 언론이 되지 못하다보니 결국 독자 및 시민사회와 이별하게 되었으며 한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김어준으로 대변되는 새 미디어다. 그가 만든 뉴스공장, 뉴스타파, 서울의 소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기계적 중립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이 보기에 정의, 시민의 권리,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김어준은 지난 대선에서의 박빙패배의 원인을 여론조사에서 찾았다. 기존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은 윤석렬에 항상 열세를 보였고, 심지어 10%정도이 격차를 꾸준히 유지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0.7%차이였다. 가짜 여론 조사를 뿜어대는 언론에 휘둘려 포기한 이재명 쪽 지지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제대론 된 여론조사만 있었다면 결과를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어준은 여론조사 꽃을 만들었고 그걸로 이번 총선내내 흔들리지 않는 일관되고 결과적으로도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를 진보진영에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김어준의 활약을 유시민의 삼국지의 장판교를 지켜낸 장비에 비견한다.

 유시민은 책 말미에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는 자진 사임이다. 그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이상 국가사회 및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은 대통령의 자질과 성향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다른 하나는 협치다. 자신이 탈당하고 민주당이 1당, 국힘이 2당이 되어 민주당 주도로 대연정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허수아비이자 상왕정도로 물러나고 내각제를 운영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대연정에는 나라를 위한 강한 생각과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의 요구를 받아내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유시민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은 탄핵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의 자의반타의반 사임이다. 아직은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고 지방선거까지도 2년이 남아 총선민심의 확인 후에도 국힘은 대통령을 옹호한다. 하지만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보수층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도덕적 결함과 비리가 밝혀진다면 급격한 민심이반과 더불어 국힘 내부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재선 여부에 따라 정치를 지속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향후 지선과 대선, 그리고 대선 고작 1년 후 치뤄지는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민이 대통령이 힘을 밀어주는 성향으로 인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총선까지 그 여세를 몰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기에 국힘쪽 국회의원이 상황에 따라 넘어와 탄핵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탄핵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이명박은 그럴 이유가 없으면서도 노무현을 검찰 조직을 이용해 몰아세워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 강한 반발의 힘이 촛불 집회로 이어졌고 결국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명박을 수감시켰다. 또한 이로 인해 보수층에서도 강한 반발 에너지가 생겨났으며 이것이 윤석렬 정권이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강한 에너지는 양진영이 극단으로 달리며 이런 일련의 사건에도 소진되지 않고 커지는 양상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하면 그를 탄핵하기 보다는 자진 사임을 유도해 이러한 에너지를 소진시키자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무척 현명한 생각이라 판단한다. 

 책에는 대통령이 무능한 이유, 그리고 한국이 처한 현 상황, 이재명과 조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펼쳐진다. 모두 재밌으면서도 날카롭다. 유시민의 책 중 가장 빠르게 일면 재밌고 현 시국에 대한 판단에 무릎을 치면서도 안타깝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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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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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이 상당 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며 세계는 호황을 맞았다. 인구도 지난 20-30년 간 20억 가까이 불어났으며,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저물가로 좋은 제품들이 세계 각지에 공급되었다. 하지만 좋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들이 밀었고, 러시아는 미국와 유럽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상당하다. 이미 편가르기가 시작되어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었고,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편이 되길 강요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는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 때마다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좀처럼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산가치를 세계적으로 부풀려 놓았으며, 그에 따라 각 가계와 국가, 지역 사회의 빚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형국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계속 될 것이며 달러의 위상도 여전할 것이란게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하다'의 골자다. 

 2023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만 2023년 3/4분기에 9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의 달러 보유량은 이런 이런 이자로 인해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채권국들은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 빚은 진 채무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런 달러 이자를 자신들의 채무를 탕감하는데 혹은 미래를 위해 비축한다. 그래서 세계의 달러량은 미국이 남발해도 좀처럼 늘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는 결국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가치는 잘 하락 하질 않는다. 이는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가 지불하는 채무에 대한 금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신뢰도와 경제력으로 인해 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달러가 필요하고 이를 보유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실질 이자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차입의 비중이 작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화폐이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화폐이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다르게 정부와 재무부 혹은 중앙은행이 위기 시 화폐를 발행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실물경제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기적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본다. 물론 현대화폐이론학자들이더라도 지나친 화폐 남발이 부채규모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현대화폐이론은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대와 비유된다.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정부가 확장재정지출을 하면 세면대에 물, 즉 화폐가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수도꼭지를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 정책은 그 자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를 받아들이고 쓰고 보유하게 만들어 경제 내에 돈이 잘 돌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수도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세금이다. 세금으로 세면대의 물을 적절히 빼어내 물이 넘치는 즉,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기축통화의 위치는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차 대전이 끝아면서 바로 달러가 패권통화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패권의 교체는 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된다. 영국은 1930년대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위기를 겪었고, 채무 평가액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스털링 블록을 구축한다. 이는 해당 블록국가들에 스털링 준비금을 준칙에 맞게 보유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대개 영국이 식민지 훗날 영연방 국가들에 해당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다양한 인프라 재건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재건과 성장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이 필요하였는데 달러에 의존한게 문제였다. 부채 누적 규모는 점점 커졌고, 실제 성장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컸다. 영국정부는 이에 채무 부담에 따른 파운드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스털링 블록 내에서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스털링 블록 국가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는 파운드화가 가치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파운드 화는 영국의 채무로 인해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영국의 성장세 약화와 채무 불이행 위험으로 한 때 30%가까이 폭락한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의 세계 무역 결제 비중도 1950년대 10%에서 1970년 6.2%로 하락한다. 

 먼저 반응한 것은 경제가 취약한 이집트로 이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을 다양한 통화로 마련하였다 스털링 블록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강경책은 다른 국가들에게 오히려 불안을 일으켜 197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 국가가 스털링 블록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달러가 바야흐로 글로벌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주요 비중의 준비금 통화역할을 하게 된다.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가치 척도 기능, 교환 매개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이다. 교환 매개 기능은 글자 그대로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을 위해서는 그 발행주체자에 대한 강력한 믿음 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성이 요구되며, 어디서나 쉽게 교환이 가능한 국제적 결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가치 척도 기능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그래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경제적 규모, 1인당 소득, 물가등을 달러와 비교한다. 가정 안정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가치 저장 기능은 그 화폐의 안정성에서 유도 되는 것으로 항상 경제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의 교환이 일정하게 가능하기에 부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모두 완벽히 충족하는 것이 달러다. 달러가 이런 위치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방대한 상품거래를 하게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페트로 달러 덕분이다. 미국은 1974년 6월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이 사우디에 기술과 안보를 보장하는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을 체결한다. 이후 달러는 대표적 가치저장 통화로 인식된다. 이 페트로 달러 개념은 2000년대까지 확장한다. 달러는 산유국에 지급되는 화폐로 고정되었고, 달러는 석유가격은 책정하는 계산 화폐였고, 유가가 오를 때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화폐였다. 

 하지만 최근 이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Fed에 예치했다. 이것이 지급 준비금이다. 이는 은행 예금과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한 예방조치다. Fed는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데 은행은 이것으로 대출을 하기에 Fed의 이자는 경제의 대출에 큰 영향을 줬다. Fed가 지급준비율 이자를 높이면 은행의 예치금이 올라가 대출이 증가하고, 이자율을 내리면 예치금이 줄어 시중 대출이 주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과 미국 채권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래면서 이 조정이 무용지물이 되기 사작했다. 미 상업은행들이 지급준비금보다는 미 채권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Fed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미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은행은 채권에 더욱 매력을 느껴 채권 보유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기에 2008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의 무분별한 위험한 투자에 크게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로 채권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고금리 이자가 장기적으로는 Fed의 매입으로 만기까지 가면 더욱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 상업은행들은 재산상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기에 상승한 금리로 인해 장부상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손실금액으로 채권을 팔지 않았기에 손실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에게 큰 불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Fed의 번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크게 세 가지 오류를 낳았다. 우선 미상업은행들은 위기 때 건정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받은 유동성을 정작 경제 활성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건전한 곳에만 공급한다. 그래서 돈이 불필요한 곳에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더욱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선택오류와 군집화 현상이다. 언급한 돈의 양극화로 좋은 곳에만 돈이 모여 기업자산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세번째는 Fed의 과다한 미국 채권 선호에 따른 채권의 과수요현상이다. 

 이러한 달러 패권 시대에 통화주권력이 약한 신흥국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과 금리차이로 인해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항상 안전자산을 찾아 투자금이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 통화의 수요가 줄어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 위기 때 외국 투자자금이 철수해 금융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 환율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신흥국은 항상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가 넘치는 시기에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이 달러 부족에 시달린다는게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국화폐가 아닌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다. 이 경우 채권을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 자금 확보가 되고,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시 바로 달러로 채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이들은 곧바로 다른 달러 채권을 발행하여 돌려막기를 하는데 이를 차환발행이라 한다. 이런 식의 달러표기 채권 발행은 신흥국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달러 수요를 가중시켜 미국 달러는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국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자금은 산업현장, 실물경제에 직접 투입하기 보다는 금융계에 투입해 돈을 엉뚱한데 붓고,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많은 금융,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여 부채가 존재함에도 순채권자로의 위치를 유지중이다. 반면에 기업은 채무가 과한 수준으로 늘어 기업의 부채는 위험하다. 미 정부는 지속적 재정적자 속에서도 소비규모의 유지를 위해서 가계를 순채권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정책분야에 돈을 쏟는데 그 자금은 가계 소득의 10-30%에 달한다. 

 미국은 사실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부여해 지나친 유동성을 빼고 빚을 상환하여 건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을 유지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 고물가 상황으로 이는 가계에 실질 세금처럼 작용한다. 물가가 오른데 세금까지 걷다니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2008년 위기를 다시 불러오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때문에 쉽게 과세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주로 서비스업에만 이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가계에 들어간 돈은 대개 미국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해외 제품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일부 혁신적 대기업만 성장하고 일반 제조업은 성장이 약해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언급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과다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의 노동의지가 감퇴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꺼리고, 코로나 19이후 육아, 가정 돌봄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위기 때마다의 양적완화로 자신들이 투자한 금융,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더욱 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임금수준이 올라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비자발적 실업과 노동포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는 글자 그대로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법정 통화로 자리 매김해야 하며, 1:1로 준비금 잔액이 존재하고 언제든지 디지털 달러가 지폐 달러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즉시, 결제 지급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15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데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면 이들에게 많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려면 그것 역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각종 규제 및 정책, 다른 나라와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향후에도 유동성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십수년간의 정책으로 가계, 정부, 기업, 금융계가 이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려려면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가계에 사회이전지출로 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유지시키고, 여력이 생긴 가계가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도 유동성이 들어가 기업과 가계의 자산이 모두 부풀어 더욱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유동성을 남발해도 달러 패권이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달러가 흡수되어 가치가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달러의 패권을 대체할 만한 다른 통화가 등장한다면 혹은 미국의 과도한 빚에 대해 자체 경제내에 붕괴와 다른 세계의 불신이 퍼진다면 견고해 보이던 이 패권은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달러로의 성공적 정착은 더욱 달러 패권을 강하게 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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