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멸보고서 - 폭발하는 서울, 소멸하는 지방
김기홍 지음 / 페가수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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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내외에 한국의 경제와 국력이 지금은 정점이란 논의가 많다. 이런 논의가 나오는데는 충분한 객관적 수치들이 있다. 우선 날이 갈수록 저하 하는 경제성장률, 세계 최저의 압도적 출산률, 역시 세계 최고의 압도적 수도권 집중률,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 고령인구의 증가 등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맞물려 있지만 공통의 분모에는 아무래도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자 자리한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률은 가히 세계 최고다. 일부 수도권 집중현상을 우려하는 나라들도 20-30%정도의 인구집중률로 걱정을 하는데 한국은 50%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출산률을 끌어내린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 MBC에서 인구소멸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는데 진행하던 교수는 2015년을 변곡점으로 그나마 1점대 초반을 유지하던 한국의 출산률이 그 밑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2015년은 지방의 각종 제조업 및 산업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전하게 실현된 시기다. 

 즉, 지방의 인구가 해당시점부터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렸단 이야기며 그와 동시에 한국의 출산률을 곧두박질쳐 정부도 놀랄만큼 연간 출생아 40만선이 붕괴하고 불과 몇년조차 버티지 못하고 30만선이 무너져 20만대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이 20만 선도 곧 붕괴예정이다. 보통 10만선정도 하향하는데 5-10여년이 걸렸는데 불과 2-3년만에 가파르게 하향한 것이다.

 한국은 과거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거점 중심 경제 개발을 실행했다. 그 혜택을 본 것이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인데 지금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져 이젠 부울경마저도 쇠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책에는 K 지방소멸지수가 등장한다. 이는 인구의 자연감소와 사회적 감소를 포함한 지수다. 보통 1.5가 넘으면 소멸과 무관하며 0.75미만이면 소멸위기 지역에 해당한다. 이중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인천옹진, 경북4곳, 전남2곳, 강원과 경남에 한 곳씩이다. 소멸위기지역엔 놀랍게도 인구 350만의 한국 제2의 도시 부산도 포함된ㄴ데 바로 부산 영도구와 서구가 그렇다.

 저자는 서울과 부산, 경남 함양이 비교한다. 세 지역에 모두 살아봤고 세 지역은 면적도 비슷한데 반해 놀라울 정도로 인구, 생산력, 기반시설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압도적 도시다. 서울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며 한국 대기업의 본사들이 모두 서울 및 수도권이 자리한다. 최근 취업의 남방한계선이 회자되는데 사무직은 판교까지만 허용하는 판교라인, 기술엔지니어들은 용인, 기흥까지의 기흥라인을 일컫는다.  

 서울은 문화시설도 매우 훌륭하며 일자리도 많기에 기회도 많다. 서울은 병원도 많은데 세계2200개의 우수병원 중 한국에서 32개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그 중 16개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런 현실로 인해 사람들은 병이 나면 서울로 치료를 간다. 암 같은 중병 치료를 위해서는 긴 거리의 통원이 힘들어 병원 인근 모텔 등에서 원정 숙박치료를 감행하기도 한다. 

 반면 부산은 어떨까, 부산은 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한다. 지난 10년 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85000명 정도인데 이 중 청년인구가 73000명이다. 주력 산업이 붕괴했고 신성장산업도 부재하다. 부산은 과거 조선과 방직, 제재소가 유명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며 이를 이을 신성장산업도 딱히 없다. 그저 방대한 인구를 통해 소비 및 서비스업으로만 유지 중이다. 그래서 지역내 소득도 감소중이며 지하철, 도시 교통망 등의 도시 인프라도 열악하다. 서울과 문화시설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여러모로 개발도상국의 도시가 떠오를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있다.  

 함양은 2020년 연간 출생아가 106명 사회적 순유출자가 107명이다. 이걸로 상쇄인데 연간 사망이 558명이다. 매년 500-600명 가량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것이다. 면적은 부산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고작 3만에 불과하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인 기초단체는 의령, 산청, 함양 순이다. 전북은 무진주가 있는데 무주, 진안, 장수다. 경북은 BYC가 있는데 봉화, 영양, 청송을 말한다. 함양엔 죽염을 생산하는 기업이 하나 있는데 대규모로 단지를 확대하려하나 환경이 걸림돌이다. 죽염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웬만한 세계적 소금에 비해 효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함양은 전북과 함께 지리산을 끼고 있는데 이 지리산을 가려고 서울에서 함양으로의 직통버스가 하루 10차례 가까이 있다. 

 저자는 대대적 수도권 이남으로의 하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내려보내는 혁신도시, 기업을 유치시키는 기업도시,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제도를 각각 따로 실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실패다. 거액의 지원으로 지방대학에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배출해도 일자리가 없으면 그들은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다. 또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지방에 강제 유치해도 그 가족들이 누릴 인프라가 적고 자녀가 진학할 수도권에 버금가는 좋은 대학이 없고 또 그가 자라서 취직할 기업이 없다면 역시 정착은 없다. 때문에 이 세 가지는 같이 장기간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보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에 대해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정책도 다르다. 하지만 이는 좌우를 뛰어넘는 문제다. 같이 합의하여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하는 대승적 약속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모든 정책은 수도권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정책도 따라야 한다. 

 이를 차별이라 여길수 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서울과 수도권을 막대한 수혜를 정책적으로 입고 사실상 지방을 희생시키며 자라왔다. 그것을 값을 때가 된 것이고 그래야만 과도한 집중이라는 폐해를 물리쳐 수도권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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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세계 - 챗GPT는 시작일 뿐이다, 세계질서 대전환에 대비하라
헨리 A. 키신저 외 지음, 김고명 옮김 / 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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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보면 경외감 및 기대감과 더불어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난 과학기술에 대해 낙관론자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보면 더욱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일자리 문제,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흔들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구 상의 우리 이상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상당한 걱정이 든다. 이런 마음은 세계의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않으며 각각의 국가들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패권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선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가속화할 것이고 인류의 정체성과 안전을 보장할만한 합의된 브레이크는 걸리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냉전 같은 무한 경쟁 관계에서도 인간은 핵무기 같은 것에 대해 상당한 안전 보장 합의를 이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그것조차 매우 어려워 보인다. 아직 모두가 인공지능이 상호파괴를 확증할만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무엇보다도 핵무기는 기술과 양의차이에서도 서로를 확증파괴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양과 기술의 차이가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파괴할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책 AI 이후의 세계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걱정과 고민이 담긴 책이다. 대부분의 미래 기술 책이 기술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이 책은 인공지능이 향후 전방위적으로 인간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어 읽어 볼만한 가치가 더 크다.

 현재 인공지능은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도달해 있다. 이 녀석은 인간의 방대한 지식을 학습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글쓰기, 그리기 등 창조의 영역에도 이미 도달해 있다. 다만 이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없어 자신이 어떻게 학습했고, 무엇을 학습했으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아직은 기계적 천재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인간은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해 초기의 책을 비롯하여, 최근의 스마트폰에 이르며 자신의 지적 기능을 여러 가지 이것들에 위임했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위임할 능력은 비판적 사고력이나 작문력, 문해력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인간이 자신의 사회나 정치, 문화를 이끌어감에 있어 중요한 판단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것들의 위임은 인간인 인공지능의 꼭두각시가 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그 뛰어남에도 현실의 결정권자로 작용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세계적으로 합의된 강력한 문화적 규범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1.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료, 공간, 생물학, 양자물리학에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가

2. 인공지능이 만드는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

3.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4. 인공지능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면을 인식할 수 있는가

5.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을 평가하고 유도하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6. 그러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각각의 사회는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탐구해 완벽하진 않으나 적절한 답에 도달했고 그것에 기반해 지역의 문명을 구축했다. 이 일련의 중심에는 결국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있다. 인간은 현실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관측하는 수단으로 과학 장비들을 고안해냈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발전하며 실제 관측은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대상의 상태를 규정하고 영향을 미치기에 완벽히 객관적인 연구나 관측을 불가능함이 입증되었다. 그럼으로 인해 결국 인간은 현실을 구성하는 다수의 상호보완적 측면 중에서 그 시점에 정확히 알고자 하는 측면의 가능성 중 하나만을 선택하여 발전해왔다. 이는 당연히 현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므로 인간은 각각의 부족한 결과를 결합하여 왜곡을 보정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 관찰자가 관측할 때 발생하는 빈틈을 찾아 상호보완적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 안에서 식별할 발생하는 빈틈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궁극적으로 이성으로 식별할 수 있는 사물의 단일한 본질개념을 배제하고 인간은 그저 현실들의 유사성을 파악해 지식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의 특성을 그룹화하여 유형과 패턴을 인식하고 현실을 이해한다. 비트겐슈타인이 한계로 본 지식의 구축을 극한까지 잘 해낼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강국들이 만들어낸 다국적 네트워크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다. 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미국와 중국은 21세기 들어 크게 경제적 성장을 이뤘고 이를 수행하지 못한 유럽연합의 경제는 크게 후퇴했다. 네트워크 플랫폼은 기존 산업과 다르게 이용자가 폭증할 수록 서비스의 수준이 증가한다. 어느 산업이나 과도한 이용자는 공급부족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 아무리 맛난 음식점이라고 손님이 지나치게 많으면 음식의 양과 질이 담보되기 어렵다. 하지만 네트워크 플랫폼은 이용자가 폭증할수록 편익과 매력이 오히려 증가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네트워크 플랫폼 업계는 소수의 강자만이 살아남아 절대적 권한을 누리는 존재다. 또한 지역의 네트워크 플랫폼 업계를 무너뜨리기고 의존하게 만들기에 과거처럼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네트워크 플랫폼은 다국적이 되며 이는 그 서비스에 의존하는 해당국가와의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이 만든 네트워크 플랫폼에 대해 보안을 이유로 상당한 제재를 실행했다. 그래서 네트워크 플랫폼의 지정학이 날이 갈수록 중요하게 인식된다. 

 미국은 이미 네트워크 플랫폼을 대외 전략의 한 축으로 삼으면서 일부 외국산을 제한하고 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부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네트워크 플랫폼의 최강자인데 세계최고 수준의 대학, 스타트업 생태계, 선진적 연구개발 지원, 영어의 공용어 지위, 미국 주도의 기술표준, 방대한 내수시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유럽연합은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산업기술 육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류기업과 대학이 있으며 계몽주의 탐구 전통이 있고, 방대한 내수시장과 혁신적이면서도 가장 안정적인 법적 요건을 제정하는 탁월한 규제기관이 존재한다. 언제든 세계적 네트워크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여러 나라로 구성되어 언어가 다양하고 개별적 규제기관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인도는 아직 초기이나 혁신친화적 기업과 기술환경, 수많은 기술과 인재를 보유하고, 방대한 내수시장으로 네트워크 플랫폼의 탄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네트워크 플랫폼은 당연하게도 인공지능과 연결된다.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은 정보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기능을 인간의 삶에 침투시켰으며 이로 인해 인간은 더욱 디지털 기술에 종속되고 있다. 네트워크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수집 분석하여 이용자의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팁과 추천목록을 제공한다. 심지어 몇몇 추천은 이용자 자신의 능동적 결정보다도 월등한 수준이다.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선별하는 현상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공지능 작동 과정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없으며 간신히 그것을 설계하고 모니터링하며 매개변수를 설장하는데만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그것으로 이윤을 수취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관계자가 자기네들의 인공지능이 왜이러는지 본인들도 모른다는게 농담이 아닌 셈이다.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은 각 개인이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제공하여 그들로 하여금 세상의 일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때문의 의도하든 아니든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은 전 세계 방대한 이용자에게 상당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의 목적함수, 훈련과정, 매개변수, 허위정보에 대한 정의를 조금만 바꾸어도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  

 네트워크 플랫폼의 영향력이 이렇게 국적을 넘어 막강하기에 갑작스런 네트워크 플랫폼의 지정학적 철수는 한 국가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네트워크 플랫폼이 지위를 악용하거나 기존에 확립된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 시대의 전쟁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의 전쟁은 사이버 분쟁과 인공지능 기반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다르게 상대방의 전력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우며 선제공격이 절대적인 타격과 유리함을 부여한다. 또한 사이버 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다르게 민간과 군사시설을 구분없이 타격하며 오히려 선진사회일 수록 디지털화의 정도가 높아 더욱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사이버 전력과 공작은 비용이 적게 들고 은폐 및 부인이 가능하다. 이런 점으로 인해 각국은 공격을 방어하는 적극방어와 전진방어라는 개념으로 무장하고 있다. 

 군대의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비인간적인 논리를 가진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전략이 바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무기와 방어체계로 전략을 전개하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전쟁이 나타날 것인데 인간은 강력한 분석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 전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쟁의 전략은 체스와 바둑의 전략과 많이 비견되는데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전략을 구사해 충격을 준 것이 전쟁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비유하면 그 상상이 좀 더 쉽다. 

 전통적으로 군사와 민간 영역은 기술적 특수성과 중앙집중적 관리, 효과의 규모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철도는 군민 양용이나 효과적 파괴력이 부재하며, 핵무기는 군민 양쪽에 타격을 입히고 효과적 파괴력이 있으나 중앙집중적 관리로 제어가 가능하다. 총은 군민 양용이나 효과적 파괴력이 적다. 하지만 인공지능 무기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최초의 것이다. 군과 민간에 모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가 불가능하며, 광범위한 타격 효과를 갖고 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은 인공지능무기에 관한 논의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만 한다. 최소한의 공통된 어휘로 전략 개념들을 재정의하고 대략적이나마 서로의 제한선을 확인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체성을 흔들 것이다. 인간은 지구 동물의 한 종으로 다른 종에 비해 몇 가지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은 인간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들 중 하나는 이성이며 이성은 비판적 사고력 및 사유 등 인간의 지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바로 이 인간의 이성을 약화시킨다. 네트워크 플랫폼이 제공하는 선별된 정보와 흥미거리는 인간을 중독시키고 학습의 필요성와 의지를 꺽는다. 즉, 사유와 개념 습득의 의지가 약화되는 것이다. 또한 중독과 검색,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은 심층적 독서와 분석의 필요성도 갖지 못하게 된다. 그걸 대리해주니 말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창조를 대리해 줄 것이며 많은 직업 영역에서 인간보다 탁월한 분석력으로 결과를 도출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의 의미를 찾고 정체성을 얻게 해주는 직업과 그것에서의 성공을 가로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 뿌리채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200여년 전 유럽의 농민들은 인클로져 운동으로 인해 수백년간 유지하던 농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정되고 가난한 도시의 하급노동자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들 역시 크게 정체성과 안정성에 위협을 받았을 것인데 그래도 그들은 산업노동자로 재정의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자리를 잃은 인간에게 어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주어질지는 상당히 불분명하다.

 적당한 사회적 합의와 재제가 없다면 그저 선별된 정보와 소비문화에 중독된 기본소득자정도로만 자리잡게 될 것이 분명해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공지능의 발전과정과 인간사회에 영향을 미칠 많은 부분에 대해 우려와 심도있는 논의를 보인다. 단지 기술과 인공지능 주가에만 흥분할게 아니라 이런 고찰에도 사회적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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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의 탄생 - 미래형 공교육 해밀교육마을의 학교자치 이야기
해밀햇살공동체 지음 / 수류화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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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 한국 교육의 중심은 혁신교육이었다. 혁신교육은 지자체마다 다소 다르긴 하지만 거의 지난 10년 간 진보 교육감이 상당수 지역 지선에서 당선되며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권교체 이후 이어진 지선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개 패배하며 지금은 그 위세가 꺾은 상태다. 하지만 혁신교육이 한국교육이 미친 영향은 아직 유효하며 많은 한계에도 평가 받으며 계승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 '새로운 학교의 탄생'은 세종시에 위치한 해밀초등학교 이야기다. 세종시는 새로 조성된 신도시이기에 많은 택지지구가 새로 조성되었고 학교 역시 신설학교가 여럿이다. 해밀 역시 신설학교이며 때문에 해밀은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올린 학교다. 하지만 그간 혁신교육의 바탕이 있었기에 초기 참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학교를 세워갔다.

 혁신교육은 몇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를 학교의 주인이자 평등한 주체로 설정하는 학교의 민주성,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창의적 교육과정, 지역과 협력한 마을교육과정을 그 중심으로 한다. 세종시의 해밀초도 이런 교육 철학과 원리를 기반으로 학교를 구축했다.

 해밀초의 교육과정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학년군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인접 학년 간의 유사성을 고려해 학교 현재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학년 군제를 도입했다. 그래서 시수도 학년군 별로 부여되며 성취 기준도 그렇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학년 제로 운영되며 이 뿌리는 깊다. 그래서 사실상 학년 군제의 취지는 유명무실한 편이다.

 해밀초는 학년 군제를 내실화 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했는데 우선 인사를 학년 군제로 한다. 다른 학교들은 학교 내부 인사 규정에 의해 학년 별로 인사를 하지만 해밀초는 학년 군제로 인사를 하기에 적어도 2년 간 해당 학년 군에 소속되어야 한다. 물론 3-4학년 군에 속했다 하여 한 해는 3학년 다른 해는 4학년은 아니고 연달아 3학년만 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다. 이는 교육의 연계성을 위해서다. 그리고 학년 군을 책임지는 학년 군장제가 있다. 학년 군장은 10만원 미만 소액의 결재권을 갖고 있으며 학년 군의 교육 과정을 기획하는 팀장이다. 또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학년군 운영비로 지급하여 자율성을 보장하는 물적 지원도 하고 있다. 학년 군제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인접 비슷한 학생의 특징이 유사해 이를 연계 하여 교육력을 강화하는 장점과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교육활동을 줄이고 교육과정에 위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밀은 그래서 학년 군마다 연계를 갖는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1,2학년 군은 학급 팀 활동을 자신을 둘러싼 인적 환경적 만남으로 연결을 추구한다. 3,4학년 군은 학년 팀을 토대로 관계를 맺으며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역할을 인식한다. 5,6학년 군은 학년 군 팀을 통해 학습한 것을 마을 단위에서 실천함으로써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 활동으로 해밀 햇살교육의 목적을 실현한다. 

 해밀초는 학력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해밀은 기초 학력을 기반으로 변혁적 역량의 학력을 추구한다. 학생들의 앎이 실제 삶으로 화장하는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해밀초는 함께 하는 교육을 위해 공동주안을 실행하기도 한다. 공동주안은 주간학습계획을 공동으로 편성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는 10가지 정도의 교과를 각 담임이 일주일 간 교육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물리적으로 매 차시를 밀도있게 계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교사마다 교과를 나누거나, 혹은 같은 교과라도 차시를 나눠 그 부분을 밀도있게 계획하고 이를 공유하여 같이 실행하는 방안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수학학습은 어려움의 대상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갖고 뒤쳐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해밀초는 협력교사제를 운영한다. 서로의 전담시간에 수학 수업에 들어가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지도를 돕는 방안이다. 서로 배움도 강조하는데 소위 스배나 학습이라 한다. 스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 배는 배움이로 수학이 어려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 나는 나눔이로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잘 이해하여 다른 학생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학생이다. 교사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적당히 나누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수업을 조직한다.

 책에는 해밀초의 협동조합, 마을 교육과정, 프로젝트 지도사 등이 등장한다. 혁신학교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요소를 모두 다루려다보니 책 자체의 밀도는 낮은 편이지만 잘 짜여진 성공적 혁신학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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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걷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1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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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어김없이 두터운 내용과 더 커진 규모로 돌아온 데커시리즈다. 이 책이 액션영화로 제작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대박은 몰라도 중박은 칠 것 같은데 말이다. 책의 배경은 미국 북부의 노스다코타주의 도시 런던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노스다코타의 석유시추시설과 버려진 국방시설, 그곳을 임차한 기업이라는 기사를 보고 작품을 구성했다고 한다. 추리 소설 작가란 참 대단하다. 그들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갖고 어느 정도의 시공간이 주어지면 바로 작성할 수 있는 듯 하다. 물론 세세히 풀어가는 것도 대단하다. 그래서 항상 제법 재밌는내용이 두텁게 이어져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책을 이어가며 항상 데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시리즈지만 딱히 연결이 없어 어느 권부터 읽어도 되긴 하나 그래도 데커에 대한 묘사가 있어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이번 이야기는 시작이 강렬하다. 노스다코타주 도시 런던의 교외에서 할 파커란 늑대 사냥꾼이 자신이 총으로 맞춘 늑대를 쫓고 있다. 분명 350미터 거리 정도에서 정확히 타격했는데 묘하게 늑대는 즉사하지 않고 달아났다. 혈흔을 쫓은 파커가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늑대가 아니라 한 여인의 사체였다. 여인은 마치 해부당한 듯 와이자 절개를 당했고, 심지어 머릿가죽이 벗겨져 있었고 두개골도 머리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파커는 걸프전 참전 용사임에도 속을 게워내야 했다

 이 소속이 데커와 그의 파트나 제미슨이 노스다코타로 파견된다. 끔찍한 살인사건이라도 지역경찰의 관할일지도 FBI인 데커가 파견되었다는 것은 이것이 단순 살인이 아님을 의미한다. 데커는 도시 런던에서 피해자 크레이머의 행적을 쫓는다. 그녀는 종교공동체에서 경건한 교사였으면서도 밤에는 거리의 여자로 일했다. 그리고 크레이머에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속출한다. 또한 여기엔 도시의 석유시추 산업과 미국의 공중을 감시하는 오래된 미군기지, 종교공동체가 얽혀있다.

 이번 작은 좀 국제적인 편이다. 범죄 집단은 둘 인데 하나는 오래된 미군기지에 숨겨진 무기를 활용하여, 지역을 초토화 시켜 미국의 석유산업을 망가뜨려 이익을 보려는 국제 세력, 다른 하나는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힌 작은 어긋난 사랑이다. 이렇게 전혀 스케일이 다른 둘이 엃혀서 범죄로 이어지는게 좀 억지스럽기도 했지만 참신하기도 했다.

 데커시리즈는 늘 봐도 실망스럽지 않다. 항상 어느 정도의 즐거움을 주며 데커가 자신의 초공감각과 무엇이든 기억하는 능력을 이용해 사건을 풀어가는 점도 재밌다. 여러 어려운 책을 읽어가며 힘들때 보기 좋은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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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시대 - 나쁜 습관은 어떻게 거대한 사업이 되었는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지음, 이시은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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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외 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응도를 높이려는 개체의 행동을 권장한다. 권장 방법은 뇌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 여기에 사용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인간이 식사나 섹스 같은 본연의 목적에 걸맞는 행동을 할 때 분비된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성적 매력이 있는 상대방을 보고 흥분하거나 접근한다고 해서 곧 번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먹을 것을 보고 군침을 흘려도 식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과 과정도 시간과 노력을 반드시 들여야만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인간의 뇌는 직접 목적 행동 외에도 관련 활동에도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래서 인간은 직접 섹스가 아닌 자위행위나, 포르노 시청에도 도파민이 분비되며 식사가 아닌 먹을 것을 보거나 심지어 먹방을 봐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나마 이런 관련 행동은 상황이 좋다. 문제는 적응도를 올리지 않는 자연계의 여러 식약에도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담배나 술, 마약 등이 그렇다. 

 하여튼 우리의 뇌는 동기 회로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계속 반복하려고 한다. 심지어 그에 따른 보상강도가 감소해도 그렇다. 그래서 욕구는 거기에서 얻게 되는 쾌락과 별도로 점점 강해지게 되며 그렇기에 인간은 도파민은 뿜게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중독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갈망은 오히려 쾌락 자체보다 더 절실하고 집요해진다. 

 중독은 약물과 세트(사용자의 성격과 특성, 의도), 세팅(약물을 복용하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조합이다. 책 '중독의 시대'는 이렇게 생존을 위한 부작용으로 뭔가에 중독되기 쉬운 인간의 중독의 역사를 잘 살피고 꼬집은 책이다. 현대는 어쩌면 새로운 중독의 시대인데 그것에 대한 지적도 강렬하다.


1. 고대의 중독

 인간의 역사는 어찌보면 오랜 확산과 최근의 수렴의 역사다.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5-6만년전 전 세계로 퍼졌다. 현생 인류는 수렵 채집자 무리가 이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생물학적 진화를 했다. 대대적 이동을 통해 쾌락을 제공하는 동식물에 대한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쾌락, 즉 중독의 역사의 시작이다.

 초기 인류는 꿀에 탐닉했다. 자연상태에서 당을 좋아하는 본능에 꿀만한 강력함은 없었다. 그래서 인류는 대부분의 지역으로 이주하며 꿀을 찾아다녔고 양봉벌을 이용하기도 했다. 다만 북미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추위로 인해 양봉벌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그들이 대신 찾은 쾌락 물질은 사탕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이다.

 쾌락의 초기 역사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하거나 분비를 모방하는 분자가 포함된 물질을 동식물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그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쾌락을 주고 고통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하는 식물은 더 가치있게 여겨졌고 재배되고 전파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쾌락 자원은 당시 지역적으로 편재했다.

 카카오는 아마존, 사탕수수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콜라 나무는 아프리카의 숲, 아편 양귀비는 유럽, 대마초는 중미, 차는 중국 남서부, 후추는 남아시아에만 있었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만 소비되다 농업과 문명, 장거리 무역의 발전이 이뤄지고 나서야 전 세계로 전파된다. 

 다만 지역적 편재가 없었던 쾌락물질이 있었으니 알코울, 바로 술이다. 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묘균 세포들이 과일에 내려앉아 과당의 혐기성 발효를 일으키면 알코올이 생겨나며 술이된다. 오래된 과일에서 술맛이 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일이나 효묘균은 전 세계 어디서나 있기에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술은 지역적 편재 없이 초기부터 인류를 중독시킨다.


2. 농경과 대항해 시대의 중독 

 농경은 인간에게 고된 일이다. 초기 제국이 성립하며 지배층이 생겨났고 이들은 대다수 일반인이 생산한 잉여물을 착취한다. 농사가 고되었기에 술을 비롯한 여러 식약 물질은 농사꾼들에게 일종의 보상이 되었다. 그것으로 그들은 잠시나마 스트레스, 피로, 불안, 질병에 대한 불안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중독을 일으켰는데 통치자는 이걸 이용해 식약과 술을 적절히 제공하여 그들을 달래고 지속적인 생산을 추구하게 하였다. 

 쾌락 식물은 이처럼 유용하여 그 전파가 빨랐다. 농경과 가축 시대에는 유용한 식물과 동물의 인위적 선택으로 인해 무척이나 다양했던 세계의 풍경을 단조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쾌락 물질은 귀했기에 초기엔 엘리트들이 주로 독점했다. 하지만 생산이 늘고, 교역이 활성화 하며 서서히 일반계층에게도 퍼지게 되었다. 

 문명시대에 인간의 중독은 자연에만 의지하진 않았다. 인간은 특유의 지적 능력과 협동성, 도구제작능력을 활용해 쾌락을 주는 인공도구를 만들어 내었다. 바로 도박과 스포츠 경기, 내기 등이 그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기원한 카드 게임은 교역로를 따라 서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유럽에서 크게 성공했는데 여기엔 15세기 등장한 인쇄술이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알코올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농축과 증류 기술 덕분이다. 농축과 증류는 술의 맛과 도수를 높여 보다 빠른 쾌락에 도달하게 하여 중독을 심화시켰다. 이는 알코올의 끓는 점과 어는 점이 다른 물질과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농축은 술이 얼며 생겨났는데 심한 한파에서 얼지 않는 부분에 알코올을 비롯한 나머지 물질이 응축되며 농축이 일어났다. 증류는 알코올이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기에 순수한 알코올을 더 강하게 증기로 모을 수 있어 생겨났다.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에는 무역으로 인해 전 세계 동식물의 대규모 이식이 일어났다. 즉, 지역적 편재의 극복이 더욱 본격화 한 것이다. 또한 화폐경제가 도입되면서 식약의 가격이 저렴해지게 되었다. 사치품에 대한 가격이 하락하여 일반인도 소비할 만한 정도가 된 것이다. 


3. 산업 시대의 중독

 인류는 지난 1천년 간 쾌락을 발견, 발명, 개선, 교환했으나 진정한 대중 시장이 열린 것은 1660-1800년 사이다. 이후 과학과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쾌락의 속도도 같이 빨라지게 되었다. 쾌락 물질은 대개 사치품이었는데 이들의 가격이 비쌌던 것은 바로 운송비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산업시대는 운송수단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며 운송비가 낮아져 사치품의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증기선의 발명으로 1830-1880년 대서양 횡단 운송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1914년이 되면 1/4 까지 감소한다. 19세기 후반이면 증기선의 규모와 속도는 두 배가 되었으며 20세기가 되지 대서양횡단은 5일이 일반화하였다.  

 도박도 진일보 하였는데 산업화 시대 유럽에 등장한 카지노는 엄청난 중독거리였다. 이 시기 수학자들은 도박에 대한 통계적 지식을 생성하였고 이로 인해 승률 추정이 가능해졌다. 정부와 기업가들은 하우스 엣지(수수료 명목으로 하우스가 유리하도록 설정한 고객과 하우스의 승률차이)를 이용해 떼돈을 벌어 들였다. 카지노는 지역에 큰 돈이 되었기에 지역 통치자들은 카지노를 내주고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지노가 귀족들의 재산을 탕진하고 문제가 발생하자 19세기 통일민족주의 국가들은 도박을 규제하고 불법화하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조치는 작은 모나코 공국으로 카지노가 몰리게 하여 이 지역의 도박산업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카지노 리조트는 다양한 쾌락을 뒤섞어 대중고객에 제공한다. 도박과 술, 마약, 매춘, 관공, 식사, 음악 등이다. 

 카지노의 경우처럼 쾌락은 패키지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중독의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퍼브와 살롱의 주인은 손님에게 담배를 제공하며 유흥거리로 무성영화를 틀었고 갈증을 유발하기 위해 소금에 절인 음식을 제공했다. 오늘날의 놀이공원은 환상과 놀이기구, 공연, 볼거리 , 음식을 같이 제공하며 영화는 스펙터클과 사운드 서사, 섹스를 같이 제공한다. 

 산업시대 원시적인 카카오는 쵸콜렛이르 진화하여 강력한 중독물질로 거듭난다. 카카오는 원래 쓴맛이 강했다. 아즈텍인들은 여기에 고추와 바닐라를 혼합해서 이를 해결했고 유럽인은 설탕과 계피, 향신료를 첨가했다. 하지만 결국 답은 설탕이었다. 1771-1819년 아마존의 카카오 생산량은 증대하여 유럽의 수입량도 같이 커진다. 

 카카오의 절반은 카카오 버터로 유럽인은 카카오를 녹여 음료로 먹었는데 이 경우 기름으로 둥둥떠서 보기 좋지 않고 역했다. 1886년 카카오에서 과도한 전분과 기름을 제거하는 기술이 생겨 코코아 에센스가 탄행한다. 캐드버리 형제가 이를 해냈는데 그들은 카카오 버터도 이용하여 식용 초콜릿을 생산했다. 코코아 가루와 설탕이 혼합되었는데 이것이 초기의 쵸콜릿이다.

 스위스의 다니엘 패터는 농축 우유와 쵸콜릿을 섞에 밀크 쵸콜릿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위스의 로돌프 린트는 콘칭 기법을 활용해 지속적인 롤러 분쇄와 코코아 버터 주입으로 코코아 결정과 설탕 결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게 녹는 쵸콜릿을 개발했다. 미국의 허쉬는 설탕과 코코아 분말, 코코아 버터를 첨가하여 유지방이 발효될 때 생기는 식욕을 돋구는 신맛의 밀크 쵸콜릿을 개발했다. 허쉬는 크게 성공해 1905년 100만달러 였던 매출이 1931년이면 3100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엔 대중이 쵸콜릿에 중독된 탓도 있으나 1차대전으로 인해 쵸콜릿이 전쟁 군수물자로 크게 사용된바도 있다. 허쉬는 쵸콜릿의 이미지를 변모했다. 순수한 놀이이자 건전한 음식, 로맨서와 결부시킨 것이다. 이 이미지는 아직까지 쵸콜릿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파급력이 강하다. 


4. 도시화와 악덕

 산업화 시대 즈음 부터 서구권에서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화가 이뤄졌다. 산업화된 도시에는 이주자들이 밀려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악덕업자의 표적이 되었다. 이들은 가장 낮은 계층의 사다리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비루한 일을 담당했다. 혼잡하고 불결한 도시에서 폭력에 노출되고 가난했으며 약탈당했고 소외되었다.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와 가난으로 인해 악덕이 스며들기 쉬웠다. 술, 담배, 매춘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도시는 시골에서 온 노동자에게 강한 익명성을 부여했다. 소외로 인한 것인데 이로 인해 오히로 가난한 이주잘는 악덕에 손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익명성이 비난으로부터 숨겨주었기 때문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노동자가 많이 사는 지역일 수록 악덕은 성행했다. 

 교통, 통신, 산업화, 도시화의 혁명이 맞물리면서 악덕은 더욱 성행하고 접근하기 쉬워졌다. 과거 엘리트들은 농경사회에서 평민에 대한 지속적인 지배를 위해 텔레트로픽 관습을 생성했다. 이는 의식을 조작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으로 정서적 당근과 채찍을 이용했다. 종교적 의식, 기념비적 건축물, 전차경주, 연극 공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당근이 먹히지 않고 저항이 일어나면 권력자는 잔혹한 폭력과 살해를 저지른다. 이런 텔레트로픽 관습은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정서적 충격과 경외감을 제공해 대중을 종속 상태로 유지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로 인해 오토트로픽이 등장한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일로 쾌락을 행하는 것이다. 오토트로픽 쾌락이 개인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게 되면서 이제 당국은 쾌락의 관리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대량중독을 가능하게 하는 5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익명성과 접근성, 가격적절성, 광고, 아노미다. 이들은 상당부분 산업화한 도시에서 가능하며 이뤄진다. 


5. 반악덕주의의 등장

 산업화와 도시화로 악덕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게 된다. 식약 작물들은 농장주와 상인에게 이익을 주었고, 운송업자 입장에서는 무게에 비해 매우 이윤이 높았고, 대중에겐 싼 가격에 에너지와 쾌락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겐 꾸준하면서도 상당한 세금 수입원을 확보해주었다. 오늘날 까지도 정부가 악덕들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전시엔 악덕에 대한 금지가 행해졌다. 1915년 러시아에서는 금주령. 1914년 프랑스에서는 압생트의 판매 금지, 1915년 영국은 맥주 공급을 줄였고 1916년 미국은 군사 구호소에서 헤로인을 금지했다. 1917년 미국은 성병 감염 우려로 기지촌의 홍등가를 폐쇄했고 같은 해 프랑스의 필리피 패랭은 프랑스 군사지역에서의 술 구입을 어렵게 제한했다. 

 빅토리아 시대 들어 각 지역은 혼란스럽기는 해도 악덕을 이해하는 방식과 악덕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의료 관계자들은 개인의 피해, 사회적 비용, 미래에 대한 위협 등 세 가지 노선을 강화했다. 의학계는 쾌락과 악덕, 중독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는 입장이었다. 

 의학계는 중독성 물질에 일찍 노출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특히 빈곤층이 그러했다. 이들은 가난, 도취, 중독의 상호작용으로 그 계급에서의 탈피가 더욱 어려워졌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뇌에서 구조적 차이가 나타났는데 특히,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인 전두엽 피질에서 차이가 컸다. 이는 나이가 들어 정신질환과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기 쉽고 즉각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미래의 보상을 쉽게 포기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모든 조건은 위험한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며 수 세대에 걸쳐 빈곤, 무력감, 가정불화 같은 규제 받지 않은 악덕이 일상화된 문화나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 사용은 더욱 심각한 행동과 인지손상을 불러왔다. 약물 남용이나 폭식 등 어떤 강박적인 행동이나 집착의 수준에 이르면 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일자리를 얻기 힘들었으며 낙인이 찍혔다. 이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중독 행동을 더욱 강화해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이에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유해하고 습관적인 쾌락의 악영향을 제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악덕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주장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들은 도시화와 악덕의 연계성을 눈치채고 도시 환경의 개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더구나 한창 산업화 중인 국가에서는 문맹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져 도시민의 비루한 삶과 중독의 폐해를 언급하는 소설들이 발간되어 높은 경계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860-1960년 사이 국민 국가는 집중적으로 국가를 건설했다. 여기엔 건강한 인구가 필수 요소였기에 이 국가들은 내부 정비와 위생 개혁을 단행한다. 위생 개혁은 선순환 구조를 불러왔다. 인구가 건강할 수록 마약성 진통제와 알코올의 항균작용에 덜 의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악덕이 기술, 통신, 교통 발달로 날개를 달았던 반악덕 운동도 이를 적극 이용해 캠페인을 전개한다. 

 악덕은 역설적이게도 공급이 부족해지면 날개를 달았다. 악덕의 공급 부족은 대개 규제, 징벌적 세금, 금지법 등 이 시기 국가가 단행한 조치로 인함이 많았다. 이는 하나 같이 실패했는데 공급부족으로 더 큰 이윤을 누리게 된 악덕 업자들이 사업을 불법화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금지조치는 악덕 제품의 가격을 급격히 높여 도시 노동자의 악덕 소비를 감소시키긴 했다. 하지만 악덕의 가격 상승은 불법 거래상을 증가시키고 그들은 법외에서 영업하며 부정부패하고 폭력화한다. 가난한 사람은 악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해 더욱 가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의 부족한 의지도 반악덕 주의를 방해했다. 국민 국가는 충분히 상업적 악덕이 초래하는 사회적 결과나 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한 힘과 통제 방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악덕은 언급한 것으로 상당히 꾸준하고 거대하며 손쉬운 정부 재원을 마련해준다. 이에 대한 갈등은 정부로 하여금 악덕에 대한 양가적 태도를 견지하게 만든다. 


6. 악덕의 시대

 일련의 반악덕행동주의는 결국 실패한다. 여기엔 국가의 모호한 태도, 자유의지론자들의 등장, 그리고 전쟁의 역할이 컸다. 1910년만 해도 유럽의 웬만한 길거리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며 낚아채는 일이 쉽게 일어났다. 하지만 1950년의 유럽 길거리는 다르다. 상당수의 남성이 흡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1-2차 대전의 여파다. 전쟁으로 인해 징집된 남성 군인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들에겐 이를 위안해줄 여러 중독성 쾌락 물질이 허용되었는데 담배나 술, 매춘, 마약등이 그것이다. 전시 중 담배는 아예 보급품화 하였으며 작전중이 아니라면 술이 허용되었고, 군대는 병사들을 위해 매춘을 적극 관리하고 허용했다. 또한 전투중 두려움과 공포플 이겨낼 수 있기에 공공연히 마약도 눈감았다. 

 이런 악덕을 경험한 이들이 전후에 사회로 풀어져 일반 사회도 과거라면 비판했을 악덕에 상당히 둔감하게 되었다. 또한 자본주의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20세기의 기업들은 상품화와 매출 증대의 길을 가기 위해 악덕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의 대표적 방법이 광고이다. 쵸콜릿의 경우처럼 완전히 긍정적이고 가정 친화적인 이미지를 시도하기도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반대의 일을 했다. 복권의 경우 거액의 상금을 판매금액의 일부를 교육과 노인 복지에 사용하면서 그것을 정당화 했다. 술이나 판매하는 기업조차 책임감 있는 음주 캠페인과 자선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이처럼 다국적 유통업체와 마케팅 회사들은 심각한 습관화와 위험과 해악이 따르는 다양한 제품을 돌러싸고 전략적 공모로 제품의 사용을 만류하는 위장된 설득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자신들의 제품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꾸준히 중독성을 강화했다. 

 담배업계는 1960년대 들어 흡연의 폐해가 부각되기 시작하자 흡연자가 사망하거나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을 대신할 새로운 흡연자를 모집하기 위해 일련의 캠페인을 벌여 청소년의 중독을 조장했다. 이들은 담배의 마취와 진정효과를 위해 멘톨을 첨가했고, 맛을 돋을 수 있고 니코틴의 쾌감을 강조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첨가했다. 서구권에서 담배에 대한 제한과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자 이들은 무역자유화와 해외투자 기회를 통해 담배에 대한 통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시장으로 진출한다. 

 담배 산업은 현재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전자 담배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가연성 담배의 해악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끝없는 향과 맛을 첨가할 수 있어 중독성이 더 강하다. 담배업계는 생각보다 많은 기술과 자본을 요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 담배업계는 그래서 위기 속에도 안정적 수요와 넓은 세계 시장, 높은 마진율로 아직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다. 

 해악은 식품업계에도 만연하다. 이들인 만든 식품은 설탕, 지방, 소금 덩어리로 사람에게 강한 쾌감을 제공하나 건강에 해롭고 강박적 과식을 불러 일으킨다. 강박적 과식은 심장 질환과 13가지 이상의 악성 종양을 유발하며 비만율을 높인다. 1980-2015년 사이 비만율은 세계 73개국에서 무려 2배나 늘어났다. 음식중독은 놀랍게도 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물의 경우 어미가 임신 중에 고지방을 섭취하면 새끼는 도파민과 오피오이도 유전자 발현이 변화하여 입맛에 맞는 음식만 선호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단을 먹은 비만 여성의 자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비만과 ADHD발현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식품 업계는 싼 가격에 형편없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가난한 계층들은 몸에 좋은 식품을 제공하는 상점이 없는 식품 사막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것을 선호하는 인간의 입맛은 당연히 선천적이다. 여기에 어머니의 식습관이 더해지면 아이는 설탕이 든 제품에 일찌감지 노출되어 중독된다. 여기에 지방은 맛있는 식감을 추가하여 설탕의 맛을 보강하고, 거꾸로 설탕은 지방의 느끼함을 감춰준다. 소금은 제품의 단맛을 높이고 쓴 맛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맛을 잡아준다. 천연 방부제인 이 나트륨 덩어리는 모든 스낵 부스러기에 들러붙어 부자연스러운 모양으로 만들어지지만 최대한의 폭발적 맛을 선사한다. 

 식품광고는 무자비한 음식 포르노에 가깝다. 포르노와 음식 광고 역시 뇌의 같은 부분을 자극한다. 광고주들은 화려한 시각 외에도 청각 효과로 효과를 강화한다. 최근 음식 중독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소위 먹방은 방송인에게 수백만의 팔로워와 좋아요 및 수천 달러의 수익을 선사했다. 


7. 디지털 중독

 20세기 말 인터넷이 등장했다. 초기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은 독점과 과점, 부의 쏠림을 낳았다. 통신기술에 민감한 악덕업자들도 인터넷에 올라탔다. 현재의 인터넷은 광범위한 중독거리를 자랑하는데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비디오 및 RPG 게임, 성인용 판타지 채팅방, 온라인 쇼핑몰, SNS, 웹서핑등이 그렇다. 인터넷 이전 쾌락, 중독, 악덕의 역사는 결국 시간과 공간의 확장의 역사였다고 볼수 있다. 쾌락을 주는 악덕을 팔아 중독 시키기 위해 수많은 식약과 행위들이 무역과 교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 크게 줄었다. 악덕이 그야말로 날개를 펼 수있는 최적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악덕 양상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의 연결성과 이동성은 전혀 새로운 충동 행동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의 발달로 도박, 향정신성 약물, 매춘, 포르노를 비롯한 오래된 악덕과 중독이 다시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나쁜 습관과 새로운 배출구들은 소비자들이 기기나 앱에서 보내는 시간, 소비하는 데이터, 그리고 관련 기업의 매출을 극대화하게 설계되었다.

 게임 개발자들은 어린 게이머를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여 게임 시간을 연장하고 아이템 구매를 촉발하며 강화 계획을 고안한다. 어떤 게임은 한정된 시간만 보상을 제공하여 그 시간동안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디지털에 심각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 9-11시간 SNS를 사용한다. 다른 중독처럼 디지털 중독도 정적강화와 부적강화를 사용하는데 좋아요와 리트윗 메시지, 인기 순위등이 정적 강화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 같은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부적강화에 해당한다. 

 2007년 스마트폰과 테블릿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중독은 더욱 강화되었는데 2015년 미국의 10대 소녀의 92%가 매일 온라인에 접속했으며 이중 24%는 거의 항시 접속했다. 10년 전이니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 폰은 기분을 돋우는 앱으로 가득찬 휴대용 자판기에 가깝다. 이는 소비자의 자율성이라는 양의 탈을 쓰고 실제로는 늑대처럼 사용자를 중독에 빠뜨리고 본인들은 이득을 얻는 구조다.

 식품공학자처럼 SNS와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은 쾌락의 전통적 기술을 응용한다. 우선 사용자가 즉시 도달할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높고 강력한 목표를 제공한다. 또한 예측 불가능하나 자극적 피드백을 주고,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숙달된다는 감각을 주며,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나 레벨을 제공하고, 해소가 필요한 긴장감을 주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연결된다는 사회적 연결을 준다. 

 스마트폰 중독의 주된 위험은 개인적 대화, 수면, 운전, 공부, 사색, 운동, 일 등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활동에 대해 주의가 끊임없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친밀감,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성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덕목을 몰입하여 얻기가 불가능하다. 이용자는 결국 돈과 시간, 현실에서의 성취와 만족감을 상실하고 전자기기로 인해 인내심 감소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8.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저자는 책에서 언급한 쾌락을 제공하는 악덕을 팔아 사용자를 중독에 이르게 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변연계 자본주의라 칭한다. 변연계 자본주의란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뇌 보상을 주어 파괴적인 습관을 만드는 대부분의 내구성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마케팅, 전 세계적 보급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유로운 현대 기업의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이다. 

 그들의 목표가 이윤 추구인 만큼 기업은 꾸준하고 구입해주는 소비자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독시키는 것이 필수다. 현대 국가는 자본과 결탁해 이런 일련의 것들이 환경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심각한 경우 개인의 삶을 파멸시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국가 경제 성장과 세수에 대한 유혹으로 인해 이를 묵과한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이나 정부는 중독을 방지하는 캠페인이나 예산을 사용하여 이미지 세탁 및 폐해를 막는 척을 한다. 하지만 모든 돈과 이문은 기업과 엘리트가 얻어가고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인 공동체의 파괴, 환경 파괴, 개인의 파멸을 모두 사용자의 몫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중독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유전적으로 따지면 그러한 행위와 초기 환경을 제공한 부모와 기업의 몫이며, 이를 용인한 사회와 기업의 책임, 그 폐해를 충분히 교육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런 중독의 폐해를 모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일 발달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쾌락을 제공하는 악덕 제품은 더욱 강력해지고 심지어 맞춤형으로까지 진화할 것이다. 그런 반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과 양극화, 인지적 편향은 개인을 더욱 소외시키고 고립시켜 더욱 쾌락 물질에 의존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도시화는 더욱 강화될 것인데 이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중독을 강화한다.

 저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손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독도 세계적 과제라고 본다. 한 나라와 정부가 소비자와 환경에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할까.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고 어렵다고 본다. 또한 사람들에겐 위안 역시 필요하다. 20세기 초반 무조건적 금지가 오히려 악덕을 키웠다는 역사적 증거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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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05-14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독 분야가 꽤 세금이 짭짤하기에 정부가 손을 써 중독 시장을 방지할지 의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