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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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체들은 주변 환경과 다른 개체에 대응하여 삶은 영위하기 위해 감각을 갖고 있다. 감각은 그 개체가 세상을 접하고 그것에 인지를 구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해당 생명체가 어떤 감각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그것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무척 중요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새의 감각에 대한 책이다. 새 역시 생존을 위해 주변을 인지하는 감각을 갖고 있고 그것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책이다. 물고기의 생활과 감각 대해서 다룬 비슷한 책을 여러 권 본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들에 비해 내용이 짧은 편이다. 이는 책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인데 그 만큼 인간의 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따라서 이해도도 낮을 수 밖에 없다는 반증이다. 

 우선 새하면 뛰어난 시각이 떠오른다. 실제 새는 그 작은 머리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커다란 안구를 갖고 있다. 물론 새의 눈은 부엉이를 제외한다면 그다지 인상적으로 커보이진 않는데 이는 안구가 상당히 커다람에도 피부와 깃털에 가리기에 눈이 노출된 부분은 인간처럼 평범하기 때문이다. 

 눈의 크기는 각막과 수정체에서 눈 뒤 망막까지의 거리인데 인간은 보통 24mm인 반면 머리가 훨씬 작은 타조는 무려 50mm나 된다. 새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머리 크기에 대비해 안구가 무척 큰 편이다. 이는 당연히 높은 시력을 위해서다. 대부분의 새가 하늘을 날기에 먼 시야가 필요하니 눈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하여튼 눈이 클수록 망막에 맺히는 상이커지기에 시력이 좋아지게 된다. 새들은 이빨을 갖고 있지 않은데 책은 이것이 눈 때문일 수 도 있다고 본다. 이빨은 무게가 나가는데 새는 날기 위해 뼈를 텅비울 만큼 무게를 가볍게 하고 분산해야 한다. 눈은 액체로 가득차 무겁기에 머리 부분을 가볍기 하기 위해 이빨을 버리고 모래주머니 갖은 소화기관으로 이를 대신했다는게 책의 지적이다. 

 새의 눈의 유형은 3가지다. 하나는 전형적 새의 시야로 전방 시야 약간에 우수한 측면 시야가 있는 반면 후방시야는 전무한 유형이다. 이 경우 전방 시야기 미비해 자기 부리 끝조차 보지 못하나 다른 감각이 있어 먹이를 먹고 새끼를 돌보는데 무리가 없다. 다른 유형은 눈이 머리 위 양옆에 있는 형이다. 전방시야가 거의 없지만 다른 감각으로 먹이를 먹을 수 있으며 위와 뒤를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어 포식자 감시에 좋다. 양 눈 시야가 전혀 겹치지 않아 별도의 두 개의 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마지막은 눈이 앞에 달린 형이다. 올빼미가 그러한데 양안시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인간처럼 깊이와 거리 지각이 좋다. 올빼미가 이런 시야를 갖게 된 것은 먹이를 잘 찾기 위함도 있지만 귀가 큰 것과도 관련하다. 올빼미는 청각이 상당히 우수하며 이에 따라 귀가 큰데 좁은 머리에 귀가 지나치게 크니 눈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전면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류의 눈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안구가 길쭉하며, 순막이라는 반 투명한 눈꺼풀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조류는 눈을 감지 않은 채로도 안구를 보호하며 먹이를 먹거나 사냥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빗이라는 구조인데 시커멓고 주름진 것이다. 조류는 높은 시력을 갖기 위해 안구안에 혈관이 거의 없는데 바로 이 빗이 안구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포유류나 인간은 상이 맺히는 눈 오목이 한 개다. 여긴 혈관이 없어 상이 정확히 맺힌다. 그런데 조류는 이 눈 오목이 두 개 인 경우가 있다. 하나는 얕게 다른 건 깊게 있는데 얕은 것은 단안이며 근접 시야를 담당한다. 깊은 것은 사실 상 눈의 길이를 늘여 상을 확대하고 해상력을 높인다. 조류는 높은 시력에도 안구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데 눈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무게와 관련하는데 근육 역시 무겁기 때문이다. 조류는 안구를 움직이는 대신 머리를 자주 움직여 시야를 확보한다. 새가 유독 머리를 여러 방향으로 자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간과 영장류는 적녹청색의 세 가지 색을 본다. 이 세 가지로 거의 모든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화면도 이 세 가지 색을 이용한다. 하지만 조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외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에 유색의 기름방울도 있어 실제로는 적녹청색도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은 뇌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편측화가 나타난다. 인간은 대부분이 오른 손 잡이인데 이게 바로 편측화다. 편측화는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해주기에 좋은 적응이다. 그리고 조류도 편측화가 있는데 바로 눈 부분이 그렇다. 인간도 오른 손 잡이인 경우 오른 눈이 더 우수한데 워낙 차이가 미묘한데 눈치를 채지 못한다. 하지만 조류는 양 눈이 아예 역할이 다른 경우가 많다. 새들 중 일부는 한 쪽 눈을 뜨고 자는데 이를 통해 포식자를 감지하고 철새의 경우 자면서도 장거리 비행을 유지한다. 이 경우 반대쪽 뇌는 휴식을 취한다. 

 새의 눈 편측화는 놀랍게도 알 단계에서 생성되는 것 같다. 둥지는 환경에 따라 빛에 거의 노출되지 않거나 일부 시간이나 일부 부분만 노출되는데 후자의 겨우 편측화가 진행된다. 알에서 빛에 전혀 노출 되지 않은 개체는 양 눈에 편측화가 없는 반면 후자의 환경에서 자라는 생명체는 편측화가 있었고 적응도도 더 우수했다. 

 새는 뛰어난 시각으로 인해 청력은 약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는 구애를 위해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는데 피부덮개로 귀를 막거나 귓바퀴가 없어 청력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새는 귓바퀴가 없고 귓구멍부분을 깃털이 덮고 있다. 이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비행시 바람소리를 걸러내 다른 소리를 잘 듣게 해주고, 잠수하는 경우 방수기능을 하여 강한 수압으로부터 귀를 보호한다. 포유류는 귀의 가운데 부분 작은 뼈가 3개인데 비해 조류는 1개다. 그리고 포유류는 달팽이 관이 나선형구조로 이름처럼 달팽이처럼 생겼으나 조류는 곧거나 바나나처럼 살짝 굽은 형태다. 나선형 구조인 경우 저주파 감지가 잘 되는데 이는 포유류가 저주파를 잘 내고 민감하며 조류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청각기관의 털세포가 재생되지 않아 큰 소리에 노출되거나 노화할 수록 청력이 손실된다. 반면 조류는 이 털세포가 주기적으로 교체되어 청력이 전혀 손실 되지 않는다. 

 새는 놀랍게도 청력이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주로 청력은 번식기에 민감해지며 이것이 끝나면 쇠퇴하는데 뇌 자체가 유지비가 많이 들기에 필요한 기간에만 이를 활성화하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양 귀가 떨어져 있어 무의식적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양 귀에 들어가는 시간이 달라져 이를 바탕으로 발원지점의 거리와 위치를 추정한다. 하지만 새는 머리가 작아 이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새는 이 문제도 머리를 자주 움직이는 것으로 해결하는데 이렇게 귀의 위치를 변화시켜 사실상 거리를 두어 소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새는 당연히 촉감이 있으며 부리 부분에 많은 촉감 수용기가 있다. 조류의 부리는 매우 민감은 구조로 부리 부분엔 많은 촉감 수용기가 분포한다. 청둥오리는 부리 1mm2에 수용기가 700개 있다. 이 수용기는 부리와 접촉하는 물체나 입안에 있는 물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오리는 연못 가장자리 흙탕물에서 부리는 재빨리 여닫으며 먹이과 흙탕물을 분리한다. 이는 매우 예민한 부리 끝기관과 입전체안에 분포한 촉각 수용기 맛봉오리를 이용한 결과다. 새의 촉각 수용기는 당연히 부리와 발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새는 서로의 깃을 섬세한 부리로 다듬어준다. 이는 상호간의 유대관계를 증진시키며 기생충을 제거하여 본인 및 자손의 감염을 줄이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새들은 서로의 머리와 목 뒷부분은 많이 다듬는데 이 부위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위다. 깃다듬기가 이뤄지면 실제로 개체군 내 기생충이나 이, 진드기 등의 수가 크게 감소한다. 

 새의 촉감은 알 품기에도 관여한다. 알을 품을 때가 되면 새는 아랫 부분의 깃털이 빠지면서 육반이라는 피부 부위가 드러난다. 새는 육반에 알이 닿는 촉각 자극이 일어나면 알을 그만 낳는 호르몬 작용이 일어난다. 반면 알이 치워지면 계속해서 알을 낳는데 이런 식으로 인간이 닭에게서 달걀을 착취한다. 대다수 조류는 30-38도 온도로 알을 품으며 어미새는 품는 자세를 조절하여 온도를 조정한다. 

 새는 먹이를 먹을 때 이빨이 없어 바로 삼키므로 미각이 없는 것으로 오인 받기 쉽다. 하지만 새들은 독이 있거나, 맛이 없는 애벌레를 바로 뱉어낼 만큼 당연히 미각이 존재한다. 새는 혀가 작고 딱딱하며 화살모양으로 아래턱 안에 있어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맛봉오리가 혀에 분표하는데 주로 혀뿌리와 입천장, 목뒤에 분포한다. 새는 미각이 있긴 하나 다른 동물 만큼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맛봉오리 개수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조류는 대개 300-400개 정도의 맛봉오리만을 갖는다. 인간은 무려 1만개, 메기는 10만개, 쥐는 1265개란걸 감안하면 적긴 적다.

 새의 얼굴에는 눈과 부리만 보이지만 사실 코도 존재한다. 새는 드러난 두 개의 콧구멍으로 숨을 쉬며 윗 부리 안쪽에 방이 3개 존재한다. 두 개의 방에선 들숨을 데우고 적시는 역할을 하며 다른 한 개는 뿌리 밑동에 위치하고 감개라는 조개 모양의 뼈가 있다. 새의 후각 기관에도 후각 방울이 이 있으며 이런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는 새가 마땅히 후각이 있음을 입증한다. 새의 후각은 후각 세포 덩어리인 후각망울이 클수록 우수하며 이것이 클수록 후각 유전자도 많다. 

 조류들은 자기력을 감지하는 자각도 갖고 있다. 자기장은 빛이나 소리와는 다르게 신체조직을 그대로 통과하기에 감지를 위해서는 특별한 감각 방법이 필요하다. 생물체가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물고기처럼 전자기 유도를 하는 방법으로 민감한 수용체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자철석을 이용하는 것이다. 체내에 자기장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자철석 결정을 보유하여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화학반응을 통해 자각을 매개하는 것인데 조류는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으로 자기력을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류는 눈을 통해 자기력을 보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었다. 언급한 것처럼 조류의 눈은 편측화하여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데 비둘기의 경우 오른 눈을 가리나 방향을 잃었다. 이는 오른 쪽 눈이 자기력을 감지했다는 증거다. 

 조류는 시각을 주로 이용하고,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이며 사회성이 크다는 면에서 인간과 비슷하다. 조류는 90%이상이 일부일처제다. 하지만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사생아가 많은데 이는 이들이 바람을 피운다는 의미다, 때문에 조류는 생물학적 단혼제가 아닌 인간같은 사회적 단혼제로 취급된다. 조류는 협력성이 강한데 바다오리들은 매우 군집한 방진을 짜서 외부천적으로 부터 서로와 새끼를 보호한다. 이들은 이웃을 알아보며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로의 새끼를 지켜준다. 큰 흙집새는 사회생활이 강한 종인데 이들은 4-20마리가 한 집단을 이룬다. 이들은 지상에서 10m높이에 거대한 둥지를 짓는데 건설이 힘들고 오래 걸리기에 그 기간 서로의 새끼를 돌본다. 또한 서식지가 열악하여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한 쌍의 부부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2명의 조력자가 필요하다. 이 종은 양육기간이 무려 8개월이나 되는데 이는 인간처럼 강력한 상호협력을 전제로 하는 오랜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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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교육 2030” & “2022 개정 교육과정” 미래 교육 나침반 - “3년 같은 1년, 학생의 성장으로 증명한다.”
지미정 지음 / 앤써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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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변하면서 교육의 흐름도 이를 추종한다. 하지만 양자의 변화 속도는 현저하다. 사회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변하며, 이는 주로 과학, 기술, 산업의 발전에서 촉발되며, 자본이 이를 가장 빨리 쫓는다. 반면 공공의 영역이며 경직된 교육은 그 추세가 사회에서 가장 느린 편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시점에 학교교육은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개인 역량을 바탕으로 타인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그 과정과 결과에서 사회와 개인 그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런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교육은 그 과정에서 학생이 실제생활의 문제 혹은 그것과 몹시 가까운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회를 교육과정 안에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실생활과 동떨어진 교과의 틀에서 단편적 지식, 기능을 학습하는 틀만을 제공한다. 둘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걸로 보이며, 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단편적 지식과 암기력 측정 위주의 객관식 대학입시시험이다. 

 물론 교육도 나름 변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90년대 열린 교육의 흐름이 일어나 전제적이고 권위주의적 학교교육에 학생 중심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비로소 관에서도 동기유발이나, 수업에서의 교사 주체성을 다소 인정하여, 단위 수업 재구성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 때 초등같은 경우는 인디스쿨이라를 사이트가 유명해졌는데 단위 수업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학습자료 공유 커뮤니티다. 이후 혁신교육이 들어서며 단위 수업을 넘어선 교육과정 재구성이 주목받았고, 이어 교수평 일체화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을 교육 개념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한국에서도 현재의 흐름은 지역과, 학생, 학교, 학부모, 교사 자신의 필요를 바탕으로 학급만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추세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만한 역량을 가진 교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는 것을 떠나서 시도자체가 무척 빈도가 낮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면에서 책 미래교육 나침반은 무척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학년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이를 공유하고 있다. 저자가 학생 중심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디지털 두구이며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많이 사용한다. 독특한 점은 스프레드 시트를 무척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구글 도구는 문서와 슬라이드 설문도구, 스프레드시트등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교사는 구글 클래스룸을 개설하여 이를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교사는 엑셀에 약한 집단이기에 스프레드 시트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업무용으로는 쓰는 편이지만 학생교육용으로는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저자는 이를 무척 잘 사용한다. 주 용도는 학생의 자기 평가와 꾸준한 발전을 위한 기록 관리, 또는 상호간의 평가 도구로의 이용이다. 당연히 함수를 잘 사용해야 하는데 저자 자신도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함수가 약했고 하나하나 학생을 위해 배워가며 실력이 늘게 되었다.

 이 책의 대상은 6학년인데 초등 6학년 교육과정엔 정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나 역시 이 부분을 가르치면서 실제와 가까운 정부구성을 해보면 어떨가 고민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해냈다. 민주 정부는 삼권이 분립되어 있다. 보통의 교사라면 처음부터 3부를 모두 구성할 것이고 원칙적으로 한다면 법이 있어야 사회가 굴러가므로 입법기관인 국회부터 구성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저자의 접근은 다르다. 교육적으로 접근했는데 우선 정부부터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학습부, 체육부 등 다양한 부서가 학생의 실제 교실생활을 위해 생겨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청들이 부 산하에 세부적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부서가 운영되다보니 자연히 법의 필요성이 느껴지며 여러 정책과 법을 제안하는 정당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법원도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법을 어기는 사람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는데 결국 처벌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무임승차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집단을 이루면 봉효과와 무임승차 효과가 발생한다 집단은 작업에 공동으로 부여되니 각자 그것에 대한 동기와 수행능력에 차이를 보이고 이것이 이런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무임승차의 원인을 능력으로 본 것 같다. 때문에 모두가 기본 능력을 갖게 되면 부작용도 적다고 생각해 1학기엔 무조건 디지털 도구를 통한 프로젝트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모든 과제가 개인형으로 주어진다. 이후 기초기본을 모두 갖췄다 생각하면 2학기 부터 집단 프로젝트가 부여되는 형이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책에는 저자가 구글도구와 여러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진행한 십수개의 프로젝트와 그 과정과 결과물, 학생 반응이 많이 실려있다. 책의 주목적은 이런 프로젝트의 소개와 공유이기에 구글도구나 디지털 도구의 활용법인 전혀 없다. 조금 아쉽기도 한 부분이다. 많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책의 편집도 꽉찬 편인데 처음엔 좀 난잡해보이다 적응이 되었고 감탄하게 되었다. 

 저자의 책에 나온 많은 프로젝트가 한국 교육계 및 개별 교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교사에겐 전문성이 있다.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는 교사가 구성한 각 교과나 학급의 교육과정은 교감이나 교장, 혹은 교육청의 관리 대상일 뿐 결재 대상이 아니다. 이런 흐름은 하위 집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좋은 장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몇몇 교사는 자신만의 관성에 갇혀 현재의 변화를 무시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소위 정당화한다. 내가 전문성을 갖고 내 맘대로 나만의 경험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왜 너희가 자꾸 변화를 강요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의 보장은 당연히 발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이 살아가야할 시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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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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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에게 조선은 애증의 나라가 아닐까 한다. 시기 상 가장 대한민국과 가장 인접한 나라라 정서적 공감과 이해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많은 기록이 있어 무수한 이야기 거리를 주기도 하며, 세종대왕인 이순신처럼 뛰어난 인물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00년 전 거의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욕적 망국을 기록했고, 성리학에 경도되어 실리보단 명분과 형식에 치우쳐 자주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보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망국과 관련하면 항상 세도정치 이전의 영정조 르네상스 시기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은 개화시기에 국왕이 영정조였거나, 그 당시의 실학이 주류로 자리잡아 조선을 변화시켰다면 망국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무척 강하며, 정조와 함게 했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시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져 사람들은 정조와 정약용 하면 매우 근대적이고 개방적이며, 상당히 지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란 이미지가 많이 생성되어 있다. 

 하지만 책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보며 처음 알았는데 정조는 재위시절 문체반정이란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는 청의 전성기로 청을 통해 조선에 많은 문물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명말 청초의 양명학이나 서학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정조는 놀랍게도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은 선비들의 문체가 정도를 벗어나 경박하고, 좋지 못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정조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정승들을 중심으로 경고하고, 몇몇 선비들은 심지어 실제 벌을 내리기도 했다.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지 않은가. 

 보수적인 측면에서는 다산도 마찬가지다. 다산의 대표적 저서는 목민 심서인데 여기서 다산은 상당히 엄격한 조건을 수령에게 강조한다. 소위 수령은 성리학에 밝으면서도 이호예병형공의 모든 지식에 통달하며, 윤리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하고 청빈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메뉴얼을 수령에게 요구한는데 정말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형국이다.

 실학자 중 박지원은 정조 그리고 다산 정약용에 비해 주목도가 크게 적다. 정약용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많지만 박지원을 다룬 것은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박지원을 알고 있는데 바로 역사 교과서에 그가 남긴 열하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만 알고 열하일기의 열하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열하는 북경 동북부에 있는 곳으로 청황제의 피서지였다. 박지원은 청황제의 팔순잔치를 축하하는 조선 사신단에 합류하여 북경을 갔다가 연경까지 들르게 되고 당시 경험한 문물을 남긴 것이 열하일기다. 당시 열하는 유목민의 문명과 청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여러 나라의 사신단과 선물들이 얽혀 매우 국제적이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박지원은 이런 모든 것들이 흥미롭고 재미를 느낄만큼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인물이었다.

 박지원과 정약용은 같은 실학자로 분류되나 매우 다르다. 일단 둘은 나이차가 상당하다. 연암 박지원이 거의 30이 되어서야 정약용이 태어난다. 한참 병아리인 셈이다. 다른 것은 나이 뿐만이 나이다. 박지원은 의외로 집안이 노론 정파 계열이다. 당시 집권 세력의 주류였던 셈이다. 반면 다산 정약용은 남인 출신이다. 이들은 정조 시절 등용되어 영수격인 체제공이 정승이 되며 전성기를 맞미나 정조의 죽음과 동시에 천주교로 인해 공격 받아 몰락한다. 이런 배경과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성공에 대한 두 사람의 접근도 다르다. 연암은 나그네 혹은 유목민 같은 성격으로 평생을 변방을 떠돌았다. 벼슬에 대한 생각이 도통 없었다. 명성이 높아 정조가 은연 중 몇번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그 때마다 겉돌았다. 나이 50이 되어서야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수 없이 음서로 관직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때도 정조가 크게 쓰기 위해 과거를 보게 하려 했다. 그의 높은 학문적 경지와 노론의 중심이었던 집안 형편으로 보았을 때 필시 과거만 봐서 입격했다면 고속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걸 거부하고 적당히 외관직을 떠돈다. 반면 다산은 중앙 정계로의 진출을 항상 꿈꿨다. 다산은 일찍 성균관 태생이 되었으나 이후 대과에 붙는데는 무려 6년이 걸렸다. 정조의 총애를 받아 중앙정계에 진출했고 관직도 높이 오를 수 있었다.

 둘은 인간 관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연암은 그 특유의 수평적 성향으로 인해 관계도 그렇게 맺는다. 연암은 같이 풍류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고, 여인이나 중인등 하층 계급과도 적극저긍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다산은 다르다. 다산의 인간 관계는 주로 형제 집단이 많다. 둘은 다른 사람의 묘지명도 많이 썼는데 그것도 다르다. 연암은 여인이나 친구들의 묘지명을 주로 썼고, 묘지명은 하나 같이 짧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감정이 묻어난다. 반면 다산이 남긴 묘지명은 상당히 긴 편이다. 특히, 천주교로 인해 희생당한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기록을 상당히 남겼다. 

 학풍도 달랐다. 연암은 사상이 자유롭고 서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다양한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관료로 근무할때도 형식이나 겉치레를 중시하지 않았고 본질에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저작을 많이 남기지도 않았지만 하나같이 짧고 핵심을 찌른다. 그리고 열하일기 같은 글에는 해학과 유머가 넘쳐난다. 열하를 방문했을 때, 청 사신이 티베트 승려를 만나는 것을 권장했는데 유학자입장인 사신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암은 조선 사신이 이를 거부해 황제의 진로를 사게 되어 저먼 강남으로 유배되면 같이 온 마당에 본인도 동행하여 낯선 문물을 경험할 생각에 오히려 기뻐한다. 그는 이런 식이다. 하지만 다산은 다르다. 다산은 보수적이지만 성리학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천주교에 빠져든다. 그는 중심과 질서를 향한 갈망이 있는데 천주교는 이런 그의 성향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정조와의 만남으로 서학을 정리한다. 그는 과거의 선진고경의 드높은 이상을 체득하고 그것을 경세치용에 쓰는 것을 이상적으로 삼았다. 다산은 백과사전적 인물이고 관직을 통해 현실정치를 오래 경험했기에 이상적 학문을 중심으로 경세치용을 위한 글을 매우 길고 많이 썼다. 그래서 다산은 연암과 다르게 무척 저술이 많다.

 이런 둘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정조에 대한 애정이다. 물론 정조에 대한 애정은 그의 죽음과 운명을 거의 같이 한 다산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연암도 호학 군주였던 정조에 대한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었다. 문체반정의 용의자로 의심 받았음에도 말이다. 또한 학문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것도 같은 점이다. 연암은 항상 주변인이었기에 학문적으로 힘쓸 시기가 많았다. 하지만 현직에서 꾸준히 일한 다산은 정조가 죽어서 고초를 당하고 집안이 몰락하고 나서야 학문적으로 꽃을 피운다. 다산은 전남 강진으로 유배되었는데 거기서 다산초당을 만들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주요 저작들을 저술한다. 다산은 강진에서 거의 18년만에 유배가 해제되고 이후에는 비슷한 시기를 더 살았으나 묘하게도 유배 이후엔 거의 저술이 없다. 거칠고 모진 유배와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그에게 학문적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어보니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했었던 다산과 정조는 보수적이었고, 별 관심이 없었던 연암이 보다 진보적이었다. 이 둘을 삶과 학문, 성격적인 측면에서 비교한 이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다만 책이 다소 두꺼운 편이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다소 다른 맥락에서 변주되는 느낌이어서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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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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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은 고전이기에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왠지 그래야만 교양인이 될 것만 같고, 그리해야 문화 시민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은 워낙 오래전에 쓴 것이라 현대의 소설들에 비해 재미와 공감대가 부족하다. 그래서 책을 항상 들기 힘든 편이다.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마 약간의 강제성이 부과된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책을 대여하기도 쉽지 않아 전자도서관을 이용했는데 다 읽고 나니 후회가 전혀 없다.

 우선 책이 무척 재밌다. 책은 시간 상 대충 100년 정도 전으로 보이며 공간은 그리스 에게해 문명의 발상지인 크레타 섬이다. 아마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주인공이 있고 그와 항상 함께하는 65세의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가 있다. 그리스는 오랜 기간 터키인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나 막 독립한 상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기 시작했고, 민족의 개념이 강하게 대두되던 혼란기였다.

 주인공은 막 독립한 자국 그리스의 지식인이자 자본가다. 그는 새로운 국민국가로 선 나라에 대한 고민, 이념에 대한 고민을 않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론 부처를 흠모할 만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를 찾고 싶은 이중적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피하고자 크레타로 향한다. 그리고 배에서 조르바를 만난다. 둘은 이상하게 끌리고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직접 고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사내가 묘하게 맘에 든다.

 그렇게 고용된 조르바와 보스가 된 주인공은 크레타에 도착한다. 그리고 크레타의 광산에서 갈탄을 파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을에 정착하고 머문다. 마을엔 오래된 과부이자 여인숙을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이 있었고, 조르바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마을엔 여러 과부가 있었지만 보스가 된 주인공은 한 젊은 검은 머리의 과부에 끌린다. 그녀는 마을 여러 남자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갈탄 광산의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사업에 생각이 별로 없기도 하고 머리를 식히러 온 주인공은 조르바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 조르바는 일꾼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조련하며 일을 진두지휘한다. 그러다 갈탄 광산이 무너지고 이들은 돌파구로 산으로 케이블을 연결해 자원을 채취할 생각을 한다.

 조르바는 케이블 카를 건설한 자재를 사러 이동한다. 케이블 카 건설이 시작되고 이들은 건설을 위해 인근 숲을 구입하러 수도원으로 향한다. 세상과 동떨어져 깨끗해 보이던 수도원엔 의외로 세상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수도사들이 가득했고 거기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빌미로 이들은 헐값에 숲을 구매한다. 공사가 진행되던 중 조르바와 막 결혼한 프랑스 과부가 열감기로 숨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젊은 과부와 맺어지나 과부를 선망하던 한 마을 젊은이의 죽음을 계기로 마녀 취급을 받던 과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케이블 카는 공사를 마치고 기공식을 하던 날 기둥채 모조리 무너져 내리며 일부 마을 사람들과 수도사들이 다치게 된다. 주인공은 오히려 이런 대 실패에 더욱 홀가분해진다. 조르바와 이별하고 조르바는 즉자적인 성격처럼 루마니아로, 러시아로, 독일로 향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동광을 발견하고 사업에 성공한 후 숨을 거두게 된다. 책은 조르바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와 그의 마지막 장면을 묘사하며 끝난다.

 저자는 인간이 생물로 태어나며 갖는 수많은 욕망과 지능을 갖고 문명과 사회를 건설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욕망과 얽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당대의 지식인으로 무엇보다 시대정신아니 국민국가니 이념같은 상위적 욕망에 엃혀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중시하면서도 무엇보다 싫어해 그것과 가장 거리가 있는 부처를 흠모한다. 반면 조르바는 일자무식의 인물로 그런 것들 보다는 일차적인 욕망에 충실한다. 그저 배불리 먹고 열심히 일하며, 하루를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여자가 있으면 접근하고 취하며 하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조르바 같은 삶이 생물로서 여러 곳에 얽매인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은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는 생존기계로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하며 그것을 위한 여러 욕망과 또한 그것을 잘 하기 위한 지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지능과 협력성을 토대로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그 사회와 문화가 유전자와 마찬가지인 밈을 만들어내 인간이 그것을 따르도록 또 다른 구속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이며 진정한 자유를 위해선 이런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부처는 일차적 욕망까지 모두 버리는 그야말로 해탈을 주장하지만 저자는 조르바를 통해 그런 것까지 버리려는 마음도 일종의 얽매임으로 보고, 조르바 같은 모습을 보이는게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자유인의 상태라 바라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조르바를 만나고 사업에 실패하며 이전보단 훨씬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조르바는 보스는 아직 자유로워 진 것이 아니라 얽매인 줄이 다소 길어져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고 일갈하고 무엇보다 주인공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기본적 욕망외에도 수많은 관계로 얽히며 그것이 마치 진정한 자기처럼 여기며 스스로를 얽매인다. 자신이 얼마나 얽매였는지 한 번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게 그리스인 조르바가 주는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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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 가상 공간에서 날개를 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김경화 옮김 / 눌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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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인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의 어려움, 자기 자립의 어려움, 언어습득의 미비, 반복행동, 규칙에 대한 집착, 공감능력의 부족 등이 개개인별로 상황은 다르나 공통점으로 꼽힌다. 

 자폐는 무척 다양하기에 20세기 후반 스펙트럼으로 그 외연을 넓혀 새롭게 정의되었다. 그래서 과거 자폐로 진단되지 않던 사람들도 자폐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러다보니 자폐인의 수도 과거 그 어느때보다 늘어났다. 웬만한 선진국에서 자폐인은 인구 100명당 1명 꼴이며 최근 미국 같은 경우 68명중의 1명 꼴이다. 상당히 많은 수로 이 정도면 자폐를 과연 비정상으로 분류하는게 맞는가란 생각이 들정도다. 

 인간은 대개 오른 손잡이인데 왼손잡이의 비율도 100명 중 17명 정도나 된다. 물론 자폐 비율보다 상당히 높긴 하지만 그리 많은 차이도 아니다. 인간 중 이렇게 높은 비율을 갖는 자폐를 그래서 최근엔 질병이나 비정상보다는 차이나 개성으로 보는 관점도 많아졌다. 심지어 자폐인 자신들도 그들의 특성을 자신만의 정체성중 하나로 보는게 추세다. 오죽하면 자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나왔을 때 그것이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게 두려워 거부하는 내용의 소설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그것은 소위 아스퍼거라는 고기능 자폐의 경우고 대개의 자폐인은 치료약이 나온다면 당연히 그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중증이며 일반 사회생활이 매우 어렵다. 다른 종류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그들의 평균수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책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는 자폐의 특성에 관한 책이다. 앞부분은 그 정의, 그리고 자폐가 미국과 영국에서 개념화하고 시민단체 주도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지원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 다음으로 자폐인들의 주 특성과 그들의 시각을 다룬다. 책 제목의 하이퍼 월드는 이중적 의미다. 우선 가상세계, 그리고 자폐인들이 그들의 과민한 감각을 통한 겪게 되는 세계다.

 자폐는 글자 그대로 자기에 갇혔단 뜻으로 사회생활이 어렵고 공감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지금은 한물 갖지만 초창기 메타버스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여러 자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저자 또는 자신들 그룹과 대화는 나무며 상당한 사회성과 일반인 못지 않은 공감능력을 보여 저자는 그들이 자폐인이란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자폐인들이 하이퍼월드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그런 능력을 보일 수 있었던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가상세계는 실제세계와 다르다. 실제세계에서 보이는 다양한 빛과 소리 등의 자극은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을 자극하여 그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화면이 단순하고 자폐인이 원한다면 매우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때문에 과도한 자극이 없어 의사소통에만 집중할 수 있다. 더군다나 목소리도 상대방의 표정도 보이지 않고 단순한 타이핑으로만 대화하니 온전히 대화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자폐인들은 아무래도 같은 자폐인들끼리 더 잘 대화하였는데 이것 역시 비슷한 특성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저자는 자폐인들이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반인과 신경회로가 다르기에 일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그들이 일상생활을 겪는데 어려움을 주는 변화성과 변동성, 과도한 환경 자극만 제한해준다면 충분히 일반인 처럼 활동하는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일반인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주는 과도한 감각을 제한하고 필요한 일부 정보만 뇌에서 빠르게 처리하고 상당한 것을 직관으로 파악하여 해결한다. 하지만 자폐인은 다르다. 그들은 그 과도한 정보를 모두 수용하고, 아래서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간다. 그리고 그 모든 퍼즐이 맞춰져서야 문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당연히 오랜 세월이 걸리고 힘들다. 자폐인이 반복행동을 하거나 비슷한 패턴을 선호하는 것은 매 장면 하나하나를 그런 식으로 대응해야 하기에 이미 해결된 장면만을 당연히 선호할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폐의 요인으로 최근의 신경과학의 예를 든다. 인간은 뇌 발달과정에서 소위 가지치기란걸 한다. 인간의 뇌는 시냅스가 초기에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자신이 성장하는 주변 환경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알수 없기에 거의 모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가지가 너무 많이 뻗어 있으면 경로가 복잡해 빠른 대응과 숙련이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자라면서 학습하고 익숙해진 문화, 언어 등의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를 쳐내는게 이것이 가지치기다. 그래서 모국어는 쉽게 배우나 이미 가지가 쳐내진 외국어는 학습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은 자라서 빠르고 숙련화한다. 저자는 자폐인의 경우 이 가지치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로 파악한다. 가지치기가 이뤄지지 않으니 거의 모든 정보를 수용하고 민감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자폐인은 전체를 항상 세밀히 파악하려하고 기존 문법에 잘 반응하지 않기에 세밀한 작업이나 의외로 창조적인 작업에 재능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이들을 잘 받아들이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려하는 사회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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