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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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나 fish란 단어는 둘 다 좀 문제가 있다. 물고기는 글자 그대로 이들을 동물로 여기기 보다는 식량으로 여기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영어의 fish 역시 이 단어 자체가 낚시를 하다란 뜻을 갖고 있기에 비슷하다. 이처럼 우리나 영미권 국가들 모두에게 물고기는 어떤 같은 생명체의 느낌이라기보다느 식량으로써의 수단이나 자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우리가 사냥을 하며 육상동물을 살해하면 그들은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고통스런 표정과 소리를 내지만 물고기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없이 차가운 피를 흘리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물고기 역시 인간 또는 다른 육상의 척추동물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계획을 하고 협력을 하는 윤리적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지각체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책은 물고기에 대한 많은 연구사례를 제시하여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마지막으로 이런 수준을 갖고 있는 물고기인 만큼 인도적 대우를 해야 함을 주장한다. 


1.물고기의 감각

 동물은 서로 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지각 세계인 환경 세계를 갖는다. 물고기는 눈에 고굴절 구면 렌즈를 갖고 있어 물속에서도 사물을 뚜렷히 볼 수 있다. 특히, 해마, 베도라치, 고미, 가자미는 두 개의 눈을 독립적으로 회전 시킨다. 이는 두 개의 상이한 시야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인데 매우 놀라운 능력이다. 

 가자미 치어는 양 눈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붙어 있다가 성체가 되면서 눈이 모두 반대쪽 얼굴로 이동한다. 강도다리는 눈의 완전 이동에 고작 5일이 걸리면 어떤 종은 하루면 된다. 

 중남미의 배눈박이 물고기는 천연 복초점 렌즈를 갖는다. 이들은 수영하다 망막 경계선이 수면과 일치하면 수면 위는 공기를 수면 아래는 수중에 초점을 둔다. 

 수심이 깊은 받는 햇빛이 적어 수온이 낮다. 그러면 물고기는 근육기능과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반응시간도 늦춰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물고기는 근육에서 생성되는 열을 활용하여 감각기관을 데운다. 황새치는 눈의 온도를 이런 식으로 수온보다 11-18도를 올리고, 먹이 추적 능력이 10배나 상승한다. 상어는 망막 뒤에 반사막이 있는데 반사막에 충돌한 빛이 상어의 눈으로 되돌아가 망막을 다시 한번 두드려 야간 시력을 2배로 올린다. 

 물고기는 수면의 밑면을 거울로 삼아 시야에 없는 물체도 본다. 물 밖에는 새로 비롯한 포식자와 곤충 갖은 먹잇감이 많기에 이를 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수면이 거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수면이 잔잔해야 한다. 날씨로 수면이 어지러운 날엔 물고기의 사냥 성공률은 줄어들고 역으로 새에게 잡아 먹히는 확률은 늘어난다. 

 3억년 전에 물고기는 색각을 발명했다. 현생 경골어류는 4색각자로 3색각자인 인간에 비해 더 넓은 색을 구분한다. 심지어 일부는 근자와선 영역의 빛도 보는데 그래서 22과 100종의 물고기 피부가 자외선을 반사하고 이 종은 이를 통해 물고기의 얼굴을 구분한다. 

 육상동물은 후두, 조류는 울대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물고기는 부레, 항문, 아가미, 이, 뼈등 다양한 기관을 이용하여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물이 공기보다 5배나 더 빠르게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굳이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귀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청 역역도 넓다. 대부분 물고기는 20-20000헤르츠를 가청하나 인간은 50-3000헤르츠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각이 예민한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수중 소음에 취약하다. 해양 석유 탐사에 쓰이는 에어건은 고강도 저주파로 물고기 내부의 청각기관 내벽의 유모세포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 

 물고기는 화학적 신호, 즉 냄새를 이용하여 배우자를 구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각은 어둡고 탁한 수서환경에서 유용하다. 일부 물고기는 냄새만으로도 동종의 개체를 인식할 수 있다. 홍연어는 1억분의 1로 희석한 냄새를 탐지하고, 상어의 후각은 인간의 1만배다. 미국산 뱀장어는 모천수의 천만분의 한 방울도 탑지하는데 이를 통해 고향의 하천으로 회귀할 수 있다. 

 물고기는 경고용 화학물질도 방사한다. 이 물질을 슈렉슈토프라고 하는데 이는 세포에 존재한다. 매우 연약하여 상처가 나면 세포에서 파열되어 쉽게 방출된다. 물고기의 피부 1mg을 천분의 1로 잘라 14리터 수조에 넣어도 다른 물고기는 이 물질을 감지해 공포에 휩싸인다. 수 많은 경골어류가 일 물질을 갖고 있다. 진화상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미각도 있다. 다만 물을 통해 맛을 느끼기에 미각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육상동물과는 다르게 전신에 분포한다. 입과 콧구멍에도 있으며 그 어떤 척추동물보다 많은 맛봉오리를 갖는다. 40cm의 얼룩 메기는 전신에 68만개 맛봉오리를 갖는데 이는 인간의 100배다. 물고기는 민감함 미각만큼 개체별로 식성이 크며 먹이를 가린다. 

 물고기는 살아있는 내비게인션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을 찾는데 지구자기장, 후각, 시각을 사용한다. 이중 지구 자기장 탐색은 세포수준에서 이뤄진다. 물고기 개별세포에는 자철석 입자가 있는데 세포막에 단단히 붙어 자기력선을 향해 이끌리므로 연어가 방향을 바꿀때마다 세포막 위에서 회전력이 생성된다. 

 물고기는 측면에 측선이 존재하는데 이 측선은 어두운 선으로 각각의 비늘에 움푹한 부분이 존재하여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측선엔 감각세포의 집합체인 신경소구가 모여있는데 털 모양의 돌기를 갖고 있어 물고기의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와류와 수압이 신경소구의 털을 휘게 하여 자극을 촉발해 뇌에 전달한다. 이 측선은 마치 음향탐지시스템처럼 작동했고 이로 인해 떨어져 있는 물고기의 움직임이 서로 접촉한 것처럼 잘 전달된다. 물고기는 이런 전달된 신호로 인해 시각영상에 비견되는 유체역학영상을 구현한다. 

 지구 생물중 전기자극을 지각하는 생물은 단공류와 바퀴벌레, 벌을 빼곤 물고기들이 유일하다. 경골어류 중에서도 300종 만이 이 능력을 보유했다. 상어, 가오리류는 전기를 탐지하나 생산하진 못한다. 굶주린 메기나 상어는 모래 밑 15cm에 숨어 있는 물고기의 심장박동도 탐지가능하다. 전기뱀장어는 낮은 전압을 사용하여 혼탁한 서식지에서 길을 찾는다. 이 녀석은 전하생성기관이 꼬리의 근육구조속에 존재하여 전기를 한꺼번에 방출하여 600v 전압으로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한다. 

 은상어나 칼고기들은 약한 전기신호로 서로 의사소통한다. 은상어는 고속 전기기관 방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전기의 속도, 지속시간, 진폭, 주파수를 변동시켜 종, 성별, 나이, 덩치, 위치, 거리, 성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전기신호는 종마다 서로 달라 종 식별에도 이용되며 포식자의 위치파악, 짝짓기에도 이용된다. 일부 포식자는 영리하여 이 전기신호를 탐지해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2.물고기의 느낌, 생각, 사회생활

 물고기는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통증을 느낀다. 송어에게 벌독과 식초를 주입하고 물에 넣으면 아가미의 개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스트레스의 징후다. 그리고 이들은 통증으로 먹이에도 관심을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가장 민감한 통각 수용체는 눈, 콧구멍, 꼬리, 가슴, 등 지느러미에 위치한다. 이는 인간의 경우 얼굴 손처럼 사물을 감지, 조작하는 부위다.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에 모르핀 같은 진통제에도 반응하는데 이는 통증을 감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감정은 오래 전에 진화한 뇌회로와 연관된다. 모든 척추동물이 이 회로를 공유한다. 감정은 호르몬과 관련하는데 경골어류와 포유류의 신경내분비 반응은 사실상 동일하다. 인간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회성이 좋아지는데 어류는 이소토신이 이에 해당하고 이소토신을 부여받은 물고기는 실제 폭력성이 감소하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고기는 놀이도 즐긴다. 물고기의 어항에 온도계를 넣은 실험에서 3종류의 물고기는 밀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온도계의 특성을 이용해 놀이를 즐겼다. 심지어 물고기는 어항 밖에 고양이와 노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며 자연상태에서도 물밖으로 점프하는 놀이를 즐긴다. 

 물고기는 인지능력 및 기억능력도 우수하다. 물고기 프릴린 고비는 인간처럼 지형을 기억하는 인지지도를 이용한다. 한 개체군은 전체 지형을 학습할 기회를 주고 물을 빼고, 다른 개체군은 학습기회를 주지 않고 물을 뺐을 경우, 자극을 준 경우 학습한 개체군이 지형을 기억하고 안전한 웅덩이로 97%의 확률로 피신했다. 문제는 40일 이후에 시행한 시험에서도 지형을 기억했다는 점이다. 

 장완 흉상어는 엔진을 끈 선박을 이용한다. 이 똑똑한 상어는 선박이 엔진을 껐다는 사실이 고기잡이가 끝났음을 학습하고, 소리가 중지되면 선박 인근으로 접근하여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거져 수확한다. 

 대개 물고기는 새에게 사냥을 당하는 편이지만 일부 물고기는 새를 사냥하기도 한다. 타이거 피시는 수면에서 제비를 쫓거나 기습적으로 점프하여 제비를 사냥한다. 제비는 수면근처가 먹을 것이 많고 빠르게 날 수 있기에 저공비행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사냥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외에도 큰입 배스, 강꼬치고기등의 포식 어류도 수면 가까운 암초 위에 앉은 작은 새를 사냥하곤 한다. 

 물고기는 동종을 정확히 인식하고 동종끼리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물고기는 집단을 이루는데 떼와 무리가 있다. 떼는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그룹 안에 머무르려 노력하나 각자 독립적으로 헤엄을 치며 언제든지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다 .반면 무리는 떼 지음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속도, 방향, 간격으로 같이 수영한다. 떼는 단체로 수렵채취를 하고 무리는 단체 이동을 하는데 무리가 더 오래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리 짓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이동이 용이하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해류가 형성되어 저항력이 줄고 이동효율이 60%나 상승한다. 그리고 포식자를 탐지하기 쉬우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숫자의 힘이 있다. 무리가 포식자를 만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우선 혼동효과로 비슷한 먹잇감이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이니 포식자를 특정 개체를 찍어 사냥하는데 혼돈을 겪는다. 둘째는 분수효과다. 무리는 포식자를 만나면 빠르게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포식자 뒤에서 뭉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회피능력이 상당히 올라간다. 

 물고기의 청소행위는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했다.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는데 청소부 물고기는 보통 고객을 기다리나 고객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 물고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한 실험에서 특정 지역의 청소 놀래기를 모두 제거하자 해당 산호초의 물고기 다양성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개체수는 1/4까지 감소했다. 청소부 물고기가 하루 제거하는 기생충은 하루 평균 1218마리다. 한 물고기를 가두고 청소를 차단했더니 12시간 만에 무려 기생충수가 4.5배나 증가했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관계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이들은 수주 접촉을 유지하며 신뢰감을 쌓는다. 청소 물고기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고객을 모두 기억하며 심지어 방문 빈도도 기억한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객에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그가 기생충, 즉 먹잇감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며 청소 물고기는 놀랍게도 이를 다 기억하고 관리한다. 

 사실 청소 물고기는 기생충보다는 고객의 점액질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더 맛이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액질은 고객에겐 비싸게 생성한 물질이고 먹힐시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청소물고기는 물고기가 접촉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해 오래도록 정성껏 마사지를 한 후, 점액질을 먹곤 한다. 

 물고기에게도 문화가 있다. 물고기는 연장자 물고기에게 짝짓기 터나 사냥터, 서식지에 대한 학습을 받는다. 지식 승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결속력과 정보에 능통한 개체의 비율, 정보에 능통한 개체들의 특정 목적의 선호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물고기 남획으로 물고기들의 문화가 단절되고 있다. 특히 인간은 큰 물고기(연장자 물고기)를 사냥에서 더 선호하기에 문화단절이 더욱 극심하다. 이처럼 생존에 유리한 전통이 단절되어서 인간의 물고기 개체수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붕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물고기는 협동사냥을 하기도 한다. 꼬치고기 무리는 나선형으로 헤엄을 쳐서 멋잇감을 얕은 곳으로 몰아 쉽게 사냥을 한다. 참치대는 포물선 모양으로 사냥을 한다. 심지어 물고기는 이종간에도 사냥을 하는데 그루퍼와 곰치는 같이 협력 사냥을 하며 때론 인근에 사냥감이 없어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사냥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물고기는 집단적 의사결정도 한다. 물고기 한 마리가 잠재적 식량원을 향해 나아갈 때 다른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그에 따를 것인 말지를 결정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이득은 집단의 크기가 커질 수록 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이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크고 건강해보이는 물고기와 작은 약해 보이는 물고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나머지 집단이 어디를 따르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당연히 물고기들은 크고 강한 개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크고 건강함이 생존에 대한 성공적 경험을 많이 했다라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3.물고기의 짝짓기

 대다수의 물고기는 암수 딴 몸이다. 하지만 일부는 유니섹스다. 유니섹스는 암수가 동시에 한 몸에 나타나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짝을 찾기 힘든 심해에서는 암수가 한 몸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연령과 몸짓에 따라 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의 일부 종은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몸이 작을 때는 암컷을 유지하다 몸이 커져서 암컷을 차지하기 용이해지면 수컷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흰동가리는 몸집, 서열, 성별로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흰동가리는 덩치가 가장 큰 두 개체가 무리를 지배하고 나머지들은 몸 집대로 서열을 형성하고 모두 수컷이다. 큰 둘이 번식개체로 암컷이 가장크고 두 번째가 수컷이다. 하급자들은 모두 두 마리의 강압에 의해 섭식이 제한되어 성장과 발육이 억제된다. 소식하여 성장이 억제되면 장수하기에 번식 수컷이 죽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시클리드는 암컷이 알을 낳는 안식처를 마련한다. 안식처의 높이와 깊이가 수컷의 건강상태와 양호한 유전자 풀을 상징하는 지표다. 암컷 갈색 송어는 한껏 달아오른 수컷 앞에서 몸을 부를 떨며 알을 낳는데 수컷은 이에 맞춰 사정한다. 하지만 때론 이 암컷이 거짓으로 알을 낳는 시늉을 하여 수컷을 낭패를 보게 만든다. 수컷의 정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다시 사정할 수 있는지. 

 일부 20종의 메기는 특이하게 구강 성교를 한다. 이 메기는 수컷이 암컷의 구강에 사정하는데 이 경우 특수한 매커니즘이 작동해 불과 4초 정도만에 정액이 암컷의 내장을 통과해 항문을 나와 알에 도달한다. 이것의 장점을 배달사고가 나지 않는 것과 수컷입장에서 암컷의 알을 확실하게 독점하는 효과다.

 물고기 납줄개는 조개인 홍합의 사이펀에 산란한다. 그러면 수컷이 홍합의 사이펀에 역시 사정하는데 수정된 알이 안전하게 홍합의 껍질안에서 자라난다. 홍합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합은 자신의 알이 성숙해지면 입을 열어 납줄개 치어를 알과 같이 방출한다. 자신의 알이 납줄개 치어에 한동안 붙어서 이동하기에 자손들이 멀리 퍼지는 이점을 갖게된다.

 물고기는 양육행동도 한다. 양육행동은 최소 22번 진화했고 물고기의 1/4정도가 양육행동을 한다. 나미의 시클리드인 디스커스는 특별한 점액질을 생산해 치어에 먹인다. 이 점액질은 항생물질과 고영양을 포함한다. 상어나 메기는 영양란을 만들어 치어에게 먹인다. 

 물고기는 새끼를 지키거나, 둥지나 피난처에 알을 숨기거나 혹은 입이나 파우치로 알을 운반해 알을 보호한다. 스프레잉 카라신은 놀랍게도 공중에 매달린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먼저 점프해 알을 낳아 나뭇잎에 붙이고 이어 수컷이 사정한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나뭇잎에 수십개의 알이 수정되어 붙어 있는다. 수컷은 이후 2-3일간 1분 간격으로 알에 물을 부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구강포란은 새끼를 널찍한 입에 넣어 운반하는 방식이다. 4대륙의 9개과의 물고기가 구강포란을 한다. 시클리드는 총 2천종중 무려 80%가 구강포란을 한다. 구강포란은 많은 새끼를 보호하진 못한다. 공간의 한계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생존율을 보장한다. 구강포란은 안전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수컷에 극한을 요구한다. 구강포란을 하는 동안 수컷은 식사를 하지 못한다. 1개월간 금식해야 하기엔 때론 굶어죽거나 도무지 참지 못해 그냥 알을 삼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물고기는 협동번식도 한다. 시클리드 도우미는 번식쌍의 일과 새끼 보호를 위해 청소와 부채질, 번식지에서의 모래와 달팽이 처리, 영토지키기를 수행한다. 이들은 헌신적이지만 일부 수컷 도우미는 간혹 번식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 이 빈도는 4번 중 1번 꼴이다. 번식 수컷 입장에선 통탄할 노릇이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다. 도우미는 이런 바람으로 인해 어떤 경우든 도우미 역할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4. 인도적으로 물고기 다루기.

 물고기는 인간에 의해 매우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어업 선박에게 포획되는 경우 물고기는 수백에서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고 올려져 아래 있는 개체는 엄청난 무게에 깔려죽고 나머지는 스트레스나 질식사한다.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생각보다 길다. 특히 일부 어선은 선도를 위해 바로 물고기를 얼음탱크게 넣곤 하는데 이 경우 질식에 걸리는 시간에 몇 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해저의 물고기는 잡히는 과정에서 수면으로 급상승하기에 감압에 의해 장기가 망가져 죽기도 한다. 또한 낚시를 하는 경우 미늘에 의해 큰 상처를 입는다. 낚시꾼은 잡기만 하고 물고기를 놓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잡히는 과정에서 낚시꾼의 손길, 뜰채, 낚시바늘에 의해 점액질이 손상되어 세균감염과 부상으로 죽는 경우도 상당하다. 

 무책임한 어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많이 일반화했지만 낚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비판을 가한다. 물고기들은 부속어업으로도 희생당한다. 대부분의 선단은 표적 물고기가 있는데 당연히 바다의 생태계가 당연하니 필요없는 물고기도 마구 잡이로 잡혀 쓸데없이 희생된다. 전체어획의 대충 40%가 이런 부속어업으로 추정된다.

 책에 언급된 것처럼 물고기는 웬만한 육상척추동물처럼 생각과 계획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통증이 있으며 서로 협력하고, 양육을 하는 지각체이다. 육상동물이 물속에서 전혀 감정 및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처럼 물고기도 공기중에서 그런 것을 할수 없고 표정이 없기에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못하는 것 뿐이다. 때문에 물고기에게도 최근의 흐름처럼 인도적인 대우를 해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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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2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디 육상동물들은 물고기에서 진화한 양서류의 육상진출에서 비롯되었지요.

닷슈 2024-01-13 08: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인간 및 다른 척추동물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더군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비롯한 여타의 생물을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생존기계로 묘사하였다. 이 묘사에 의하면 생명체의 목적은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번식이 가능한 시점까지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하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자신의 대를 이은 후대 생존기계의 성장 및 번식까지 지원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유전자 운반 과정에 필요한 기간이 바로 생명체의 수명이 된다. 이 기간이 지나가면 생명체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하여 지구의 자원으로 돌아가 재순환한다. 그래서 책 '생물은 왜 죽는가'는 죽음을 진화의 산물, 즉 선택된 것으로 생각한다. 죽음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 입장에선 존재의 사라짐을 의미하며 끔찍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입장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 

 만약 생존기계가 계속 존속한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진화는 유전자의 복제과정에서 일어난 긍정적 변이가 후세대로 이어져 적응도를 높여 생존기계가 번식 때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생존기계는 번식과 생존에 어려움이 많은데 갖가지 기생충과 질병, 경쟁, 환경의 압박 등으로 인해서다. 진화는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기계의 유전자 복제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앞 세대의 계속된 사라짐과 그를 닮은 후세대의 영속적 등장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앞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 기계가 살아나가는 터전을 제공한다. 지구상의 생물체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생태학적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면 다음 세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앞세대와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때문에 앞선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기계의 번영에 역시 반드시 필요한 전제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기계가 생존과 번식을 마치면 사라지게 끔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노화로 나타난다. 노화는 생존기계의 여러 작동 매커니즘에 손상이 생기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질환이나 결함이 나타나는 상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생명과 건강을 연장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이 방법은 세포의 수선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춥게 지내기, 소식하기, 격렬히 운동하기 등이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은 바로 혹독한 외부 환경을 의미한다. 식량의 부족과 추위, 먹잇감의 부족으로 인한 오랜 사냥과 채집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 딱 빙하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혹독한 환경은 개체로 하여금 아직 번식에 적합한 시기가 아님을 깨닫게 하고 더 나은 시기를 위한 수선의 시기를 맞게 한다. 이로 인해 젊음이 좀 더 유지되고 수명이 연장되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생존 기계의 목적과 노화가 유전자의 복제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상의 생존 기계들은 상이한 환경에서 무척이나 다양하게 진화했다. 이들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생산, 착취), 사는 환경(땅속, 물, 하늘, 육상), 크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모습 만큼이나 수명도 천차만별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은 바로 이런 생존기계들의 노화와 죽음,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 기계들은 불과 몇 시간이나 하루 만을 생존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마치 영원히 살 것 마냥 수 백년을 존속하기도 한다. 식물은 차치하고 육상생물의 경우 대개 수명은 성장을 마무리 하고 첫 번식에 성공하는 시점의 3배 정도가 된다. 그래서 생쥐는 성년이 되어 첫 번식을 하기까지 1년 정도가 걸리기에 수명이 3년 정도이고, 인간은 20-25년 정도가 걸리기에 70세 정도가 자연적 수명이 된다. 딱, 1배가 아니고 3배 정도 되는 것은 번식이라는 것이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무래도 생존기계에게 2-3번 정도의 번식 기회를 더 주는 것 같다. 

 재밌는 것은 매우 빨리 사망하는 생쥐나 인간만큼이나 오래사는 코끼리 같은 종들의 평생 심장 박동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진대사의 차이로 생쥐는 심장 박동이 매우 빠르고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며, 코끼리는 느린 심장박동과 낮은 신진대사율을 보인다. 그만큼 생쥐는 활성산소가 몸에 빠르게 축적되어 노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코끼리는 그만큼 노화가 늦다. 더군다나 생쥐는몸의 크기가 작기에 몸의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 외부공기와 닿는 신체면적이 넓다. 즉,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높은 신진대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코끼리는 몸의 크기가 크기에 부피가 크고 그에 비한 표면적인 상대적으로 작아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범위가 적다. 체온 유지에 더 유리한 셈이다. 

 작은 동물의 수명이 대개 짧은 것은 이들의 생존율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포식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또 빠른 성장을 위해 신진대사가 높으며, 가급적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큰 동물은 포식될 확률이 낮거나 자신이 포식자일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오래도록 성장하는 것이 가능해, 몸의 크기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생존율이 높기에 자식을 적게 낳고, 양육기간도 길어진다. 때문에 자연스레 수명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늘을 나는 조류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크기도 작고 하늘을 날기에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지만 수명이 길다. 이는 이들이 작음에도 하늘을 나는 이점으로 인해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극히 낮아 오래도록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에는 재밌는 구절이 나오는데 자연상태에서는 완벽한 것과 죽음, 두 개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망가진 상태의 생존기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개체가 오래도록 살아남아 노화나 질병의 조짐이 보이면 약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바로 사냥감이 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늙음이나 노화는 잘 관찰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노화와 질병은 이런 자연의 압박에서 벗어난 인간 문명의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암이나 치매, 심혈관 질환 같이 나이가 들어 대부분의 인간에게 나타나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가는 치명적인 병들은 대부분 번식기인 젊은 시절엔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발병 유전자들은 그 생존기계를 반드시 죽음으로 몰고가는 치명성에도 진화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전되어 문명사회의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생존기계의 죽음은 복제를 해야하는 유전자의 입장에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번식의 성공 이전에는 유보되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존기계는 죽음에 대해 양가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일면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실제 인간은 고통과 죽음을 근심하면서도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서 이를 금기시하거나 거부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때가 되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무나 순리처럼 여기거나 오히려 유한하기에 인간의 짧은 삶은 빛내주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생각은 미래 문학에서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은데 책 '작별 인사'와 책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많은 순록떼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미래 사회 인간이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짐에도 이럴 거부하고 자연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갈등 상황이 늘 등장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인간에게는 때가 되면 죽음을 마땅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생존기계로서 그것을 강하게 거부하면서도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적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한 인간은 사회문화적으로도 죽음이 많이 권장되어 왔는데 이는 과거 문명의 과학기술 수준이 지금처럼 그다지 높지 못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양의 대상이 된 노인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사회의 존속에서 더 유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양자가 동시에 그리고 서로 맞물려 작용해서 인간이 죽음을 초연히 맞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먼 훗날, 아니면 생각보다 가까울 수 도 있는 미래에 개개인의 인간이 영속성을 선택할 수 있어 마침내 생존 기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을 기쁘게 벗어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는 장치로 작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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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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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은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는 의례적으로 남성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연애물은 주로 여성의 심리를 자극하는데(남성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연애 과정에서 남자 존재의 어리석음과 순수함, 젊음이 보이는 실수를 마음껏 드러내며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 어린 날의 연애는 큰 생각(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 없음과 무수한 실수, 잘못된 생각,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후회가 많이 남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날의 연애물은 대개 재밌고 공감을 많이 이끌어낸다.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사놓고 무려 10년을 보지 않은 책이다. 보지 않은 건 제목이 주는 부담감(지극히 개인적이다), 심리의 자세한 묘사, 두께 때문이 아닐었을지. 최근 좀 시간이 나서 큰 마음을 먹고 펼쳤는데 이 책을 왜 그동안 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책은 생각만큼 무겁지도 공감이 어렵지도 않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책이 갖는 공감과 충분한 재미, 감동을 주었다. 다른 분야의 책은 10년 정도 묵으면 세월로 인해 뒤떨어짐이 발생하지만 이 책은 문학인 만큼 그런 것이 없었다.

 이 책의 주제는 20살의 사랑으로 지극히 큰 어둠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둘 다 그렇기에 끌렸을지 모른다. 사실 둘은 사랑에 빠질만한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비교적 잘생긴 남자와 상당히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다. 연애물에서 남성은 좀 그렇다쳐도 여성의 외모가 못생긴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몇몇 순정만화에서도 여주인공을 못생긴 사람으로 설정하면서도 사실 준수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경우에도 주인공은 몇몇 계기로 제대로 꾸미거나 상당한 매력을 갖는다. 정말 외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주인공은 사실상 본적이 없는데 이 책은 여주인공을 정말로 그렇게 설정한다. 어쩌면 영화 만화와는 다르게 직접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되는 소설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주인공 둘은 1985년에 만나 1986년에 헤어진다. 85년에 백화점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데 둘 다 큰 어두움을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탈렌트로 평생을 무명으로 살았지만 뒤늦게 성공하며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든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못생긴 외모로 태어나 이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는다. 어릴 적엔 주변의 남자들 커서는 외모로 인해 능력이 있어도 취직과 직장생활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화점엔 요한이 있다. 이 인물 역시 그림자가 짙다. 자기가 일하는 백화점의 아마도 창업주였을 늙은이가 요한의 아버지다. 요한의 어머니는 그의 수 많은 여자중 하나였는데 버림받고 자살해버린다. 요한은 그래도 백화점 사주 일가의 챙김을 받아 강남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갖고 살아가며, 백화점에 꽂아준 것도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요한을 그럴듯한 사무직에 배치했지만 요한은 견디기 어려워 지하 주차장에서 일한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보고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그녀를 돕다 갑작스레 친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남주의 마음을 꿰뚫은 요한이 둘을 연결시켜주고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주인공에게 자신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을 잘 지내는 듯 했지만 남자는 대학을 가고, 여자는 백화점을 그만두고 사라져버리며 헤어지게 된다. 훗날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내 겨울날 버스를 타고 찾아가며, 그것이 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이후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첫 장면 이후, 나이가 들어 작가가 된 남자주인공의 장면이 등장한다. 86년의 헤어짐-현재-85년의 연애-이후의 과정이 소설의 순서다.

 소설엔 특이하게 남주와 여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중심인물이면서 그 둘을 연결한 요한의 이름만이 나올 뿐이다. 이 또한 특이한 점다. 소설은 재밌고, 80년대의 정서와 사회분위기 향취를 느낄수 있다. 앞부분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정서가 좀 독특해 몰입을 방해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부분은 적고 서사가 길어지며 읽기가 편했다. 괜찮은 소설로 누구나의 과거를 상기하며 재미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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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 투자자를 위한 업종별 투자 가이드
이래학 지음 / 경이로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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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농수산물과 연료자원, 광물 등이 모두 부족하다. 즉, 원자재가 거의 나지 않기에 이를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고, 일부 수입한 것을 가공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하여 국부를 쌓는 나라다. 쉽게 말해 대외 의존도가 수출, 수입 측면에서 모두 높으며 가공 후 수출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이 발달한 나라다. 물론 국민경제도 상당히 성장하여 내수의 비중도 높다. 한국의 내수는 방대한 내수시장을 자랑하는 유럽권이나 일본, 미국, 중국에 비해 과소 평가받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미 국내 GDP의 54%가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 

 책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는 이러한 한국이란 나라에 어떤 산업군이 발달했고 그곳은 어떻게 운영되며 유망한 기업을 무엇이고, 향후 미래엔 어떤 것이 더욱 유망해질지를 분석한 책이다. 투자관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에 특정 산업군이 돌아가는 방식과 어떤 기업이 그곳에서 활약하는지를 알게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1. 에너지 자원

 전통적 산업 섹터로 한국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가 대표적 기업이다. 최대 주주가 정부부처이고 필수 공공재를 생산하는 만큼 정부에서 출자한 공기업이 이를 담당한다. 이들은 당연히 자원을 수입하여 전기와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국제 에너지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기에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 최근 한전의 막대한 적자만 해도 그렇다. 

 LS전선은 전신 시술을 활용해 전기차 부품산업에 진출했다. 이 기업이 생산하는 구동모터용 권선은 전기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전환한다. 효성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수소충전소 건설을 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풍력발전이 있는데 지상보다는 점차 해양발전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한국은 씨에스 윈드가 풍력발전타워에서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풍력발전은 해외기업이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업스트림, 미드 스트림, 다운 스트림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태양전지의 소재를 제조하는 것으로 폴리실리콘으로 잉곳, 웨이퍼를 제작한다. 미드 스트림은 실리콘 웨이퍼로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만든다. 다운 스트림은 가정과 산단에 태양광 모듈과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 모든 과정을 세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으로 OCI같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개질수소, 부생수소, 수전해 방식으로 나뉜다. 개질수소는 화석연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및 제철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수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양자 모두 탄소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수전해 방식은 탄소 배출이 없지만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관련 기업으로 SK, POSCO, 현대, 효성이 있고 연료전지의 생산은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비나텍이 있다. 


2. 통신

 전기통신법상 통신 설비 유무에 따라 사업자가 3개로 나뉜다. 기간통신 사업자는 익히 알려진 통신 3사로 자체 통신 설비를 보유한다. 별정통신 사업자는 통신 설비가 없어 기간 통신 사업자의 설비를 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가 통신 사업자는 인터넷 접속 및 관리와 부가통신업을 하는 곳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오히려 최근 가입률이 줄고 있다. 다만 IOT사업자가 1532만 건으로 급증 추세다. 그래서 통신 3사는 사물인터넷과 OTT로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통신 속도를 점차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이는 많은 시설투자를 요구한다. 그래서 수혜는 단기적으로 통신설비 사업자가 얻는다. 5G가 되면서 케이엠더블유 같은 소형기지국 설비업체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전송속도가 빠를 수록 전파파장이 짧아 소형기지국이 근거리에 많이 필요해진다. 


3. 의료

전 세계적인 고령화의 추세로 의료기기는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용 의료 기기, 미용 의료 기기, 영상 진단기기 등이 안티에이징 시장과 함께 급성장 할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가 약한데 체외 진단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등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가 총액 1조 미만이다. 

 체외 진단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감염병의 창궐로 급성장하고 있다. 체외진단은 면역화학진단, 자가혈당측정, 현장진단, 분자진단, 혈액진단, 임상미생물학진단, 조직진단, 지혈진단으로 나뉜다. 국내기업은 미미하고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스위스의 로슈, 미국의 애보트와 다나허, 독일의 지멘스 등이 그렇다. 장차 종양학 진단기기와 심장학 진단기기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때문이다. 

 치과 진료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구 노령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치료와 미용 두 마리 토끼가 같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 진료의 주 수요층인 65세 이상 노인은 2020년 7억 2천만 명이다. 2060년이면 15억 4천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엄청난 인구가 노인으로 이 기간 진입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중엔 오스템 임플란트가 유망하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도 장차 유망하다.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활성화하였는데 미국은 코로나 19기간 비대면도 대면과 같은 의료수가를 책정하였고 중국은 인터넷 진료도 의료보험 적용대상으로 추가하였다. 반면 한국은 의료법상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법개정이 주요 변인이 될 것이다.  

 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뉜다. 화학합성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개발도 쉬운 편이다. 바이오는 미생물, 동식물 세포 같은 살아있는 생물체를 이용한 것이다. 개발이 어렵지만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높다. 바이오 의약품은 1세대 인슐린, 성장호르몬, 백신에서 2세대 항체의약품 3세대인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로 나아가고 있다. 향후 면역계 질환 치료제는 1750억 달러, 당뇨는 1480억 달러, 신경계 질환은 1430억 달러, 심혈관 질환은 740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하나의 신약이 통과되려면 대개 10년이 걸린다. 단계는 전임상, 임상1-3단계, FDA의 승인이다. 전임상은 인간 이전 동물 실험이다. 임상1은 안전성 시험, 임상 2는 치료효과의 확인, 임상 3은 실험대상자를 크게 늘려 안전성과 치료효과 두 개를 모두 검증한다. 이후 FDA 허가가 나면 신약이 통용된다. 임상1은 52%정도의 성공률, 임상2는 28.9%, 임상3은 57.8%, FDA허가는 90%이상이다. 즉, 임상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인 셈이다.  


3. 해운

 해운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큰 편인데 이는 선박의 건조시기 때문이다. 선박은 통산 1척 건조에 2-3년이 필요하다. 즉, 호황기의 주문이 불황기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세계 해운1위는 스위스의 MSC, 2위는 덴마크의 머스크다. 한국은 최대 해운사가 HMM인데 8위 수준이다. 선박은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벌크선, 오프쇼어로 구분한다. 컨테이너선은 말 그대로 컨테이너에 물건을 담아 운반하는 것이고 탱커선은 주로 액체연료를 수송하며, 벌크선은 곡물이나 광물, 오프쇼어는 해양유전이나 해양플랜트에 사용하는 배다. 컨테이너선은 1척 가격이 무려 2천억이다. 그리고 고부가가치 LNG선은 3천억이나 한다. 그래서 해운사는 큰 비용으로 인해 선박을 보유하는 사선과 대여하는 용선을 적절히 섞는다. 해운사의 실적엔 무엇보다 운임이 중요하다. 

 한국의 조선은 중과 엎치락 뒤치락 하나 1위 수준이다. 한국은 특히 고부가가치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주로 수주하며 중국은 값이 싼 벌크선과 탱커선인 주류다. 이는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다. 통상 선박의 수명은 25년 정도로 2000년 초반 호황기에 대거 주문된 선박의 수명이 다가왔다. 때문에 조선사업은 향후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선박에도 환경의 압박이 큰데 이는 선박이 내뿜는 황산화 물질이 휘발유의 무려 1천-3천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 선박은 탈황이 중요하다. 황산화물을 감축하는 방법은 3가지로 탈황장치의 장착이 있다. 이는 설치비용이 들고, 공간을 차지해 화물 선적이 줄어들며 일부국가는 입항을 거부하는 단점이 있다. 다음은 저유황유를 쓰는 것으로 연료비가 올라간다. 마지막은 LNG추진선의 사용이다. 이는 선박의 가격이 비싸지만 위의 장점을 모두 상쇄한다. 


4. 로봇, 기계

 항공우주는 20년 안에 24-60배 성장할 영역이다. 항공우주는 위성제작, 지상장비, 발사시스템, 위성서비스로 구분된다. 위성제작은 위성 및 위성 부품의 제작, 지상장비는 지상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로 위성과 발사체와의 송수신 장비, 발사시스템은 발사체를 만들거나 서비스 제공, 위성서비스는 위성통신, 원격탐사, 위성항법을 아우른다. 이 중 가장 돈이 되는 곳은 위성제작과 지상장비다. 

 국내 항공우주기업은 대개 전투기, 유도무기, 자주포 등 방위산업도 병행한다. 박정희의 자주국방에서 초래되어 한국을 오래도록 족쇄던 한미 미사일 협정이 문재인 정부시절 한미 합의간 2017년 폐기되었다. 이후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크게 늘어 이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 사실 미사일과 위성은 첨탑에 무엇을 다느냐의 차이에 불과해 위성과 무기의 병행은 매우 당연하다.

 로봇 시장은 2020년 478억 달러에서 2028년 1889억 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오늘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구글에서 개발한 로봇을 보았다. 자유자재로 어색하지 않게 사람처럼 3가지의 요리를 수행했다. 이 로봇은 50번 정도의 트레이닝을 했다고 하는데 가격이 놀랍게도 3만 2천달러, 한화 4천만원에 불과했다. 구글이 이 로봇을 이렇게 싸게 내놓은 이유는 이 로봇의 작동 및 학습방법 때문이다. 이 로봇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며 해당동작을 학습시키는데 이 것이 로봇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공유된다. 로봇이 전세계적으로 50만대 파리면 각 주인이 50만번 학습을 시키고 이것이 공유되는 것이다. 인간의 일자리가 매우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로봇은 산업, 서비스, 의료 부분에서 만들어지고 산업은 연27%, 서비스는 연46%, 의료는 연12%성장할 예정이다. 


5. 엔터테인먼트

방송사는 지상파와 유선방송, 위성방송, 인터넷 영상물 제공업으로 분류한다. 지상파는 공중파로 방송 3사이며, 유선방송은 유료로 사용하는 케이블 티비, 위성방송은 위성을 통한 방송으로 스카이라이프, 인터넷 영상물 제공업은 통신 3사가 주로 하는 아이피티비다. 방송사는 제작사에 콘텐츠를 의뢰하며 70%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그리고 제작사는 간접광고와 협찬, OST 등으로 나머지 30%의 제작비를 충당한다. 

 방송사와는 다르게 국내 시장은 OTT의 이용률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이용률은 35%였으나 2020년은 무려 66.3%나 된다. 게임산업처럼 방송콘텐츠 시장 역시 IP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은 웹툰, 웹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일반화되었다. 이럴 경우 성공한 IP덕분에 실패가능성은 크게 줄고 스토리 제작을 위한 돈은 사실상 들지 않는다. 

 게임산업은 인터넷으로 인해 사용자가 급증하며 레버리지가 매우 커졌다. 경기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2020년 글로벌 게임산업의 규모는 2283억 달러다. 게임은 여러 분야인데 모바일이 42.6%, 게임기를 사용하는 콘솔이 26.6%, 컴퓨터 16%, 아케이드가 14.8%로 모바일이 압도적으로 크다. 게임산업은 미국이 21.9%, 중국 18.1%, 일본 11.5%, 한국6.9%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플랫폼으로 역할이 나뉜다. 개발사는 글자 그래도 게임을 개발하는 곳으로 초기 28%에서 후기 42%의 개발 이익을 얻는다. 퍼블리셔는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유통, 광고하는 곳이다. 초기 42% 이익을 얻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28%로 이익을 줄인다. 플랫폼은 게임의 채널을 구성하는 곳이다. 30%의 이익을 가져가는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컴퓨터의 스팀이 그런 곳들이다. 

 게임업계는 메타버스가 잠재적 시장이 되다. 이곳에서 유통될 NFT는 게임업계에 이익이 될 예정이다. 


6. 자동차, 2차전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2000조에 달한다. 향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될 예정인데 차량 가격의 40%가 배터리인걸 감안하면 미래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800조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의 2차전지 기업은 LG에너지 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있다. 2022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CATL가 34.8%, LG에너지 솔루션이 14.4%, SK온이 6.5%, 삼성SDI가 4.9%였다.

 2차전지는 원통형과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한다. 원통형은 원기둥 모양으로 기존 배터리가 커진 것이다. 사이즈가 규격화하여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차량 장착을 위해 여러 개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테슬라가 사용한다. 각형은 납작하고 각진 상자모양으로 알루미늄 캔으로 배터리를 싸고 있어 견고하다. 하지만 네모진 상자에 원형 배터리를 넣은 것이라 공간이 낭비된다. 제조 공정도 복잡하고, 무겁다. 독일과 일본의 전기차 업체가 사용한다. 파우치형은 얇은 판으로 소재를 층층이 쌓아 내부공간에 빈틈이 없다. 공간활용도도 우수하고 에너지 밀도도 높지만 필름으로 배터리를 싸서 충격에 약하다. 국내 전기차 업체와 미국 포드, GM이 사용한다. 시장 점유율은 각형-파우치-원통형의 순이다. 다만 파우치형이 장점이 커서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중이다.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양극재는 수급이 불안하고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음극재는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바꾸고 있다. 실리콘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전 방전 속도도 높지만 부피팽창으로 인해 안전성이 낮다. 그래서 2차 전지 제조사들은 CNT도전재 첨가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이후의 전지는 리튬황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밀도가 5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이 낮고 수명이 짧으며 황에 의한 부식을 해결해야 한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15만 -20만km를 주행하면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이 떨어진다.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10만대, 2030년 2600만대, 2050년이면 6200만대로 예상된다. 그래서 사용한 전기차가 남길 폐배터리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폐배터리 시장도 커질 것인데 2050년 600조 규모로 예상된다. 관련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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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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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 우주와 세계를 보는 관점은 혁명적으로 변해왔다. 인간과 지구는 우주에서 상당한 우연으로 생겨난 매우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이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우주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인간 존재가 우주 전체의 원리를 파악해 나간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그 놀라운 과정과 최근의 논의를 정리한 책으로 무척 체계적이다. 

 우주와 세계를 파악하는 주요 패러다임의 전환은 뉴턴 역학-패러데이 맥스웰의 전자기학-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양자역학-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진다. 책에 나온 도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뉴턴]                 (공간)       (시간)       (입자)


[페러데이, 맥스웰]   (공간)       (시간)       (장)     (입자)


[특수상대성이론]            (시공)              (장)       (입자)


[일반상대성이론]                     (공변장)             (입자)


[양자역학]                   (시공)               (양자장)


[양자중력이론]                         (공변양자장)


 위 도식을 보면 서로 별개의 것으로 바라보았던 공간과 시간, 입자가 결국 원리 상 통일 된 것으로 인식 과정이 변화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뉴턴 역학은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고 물질은 원자 같은 작은 입자라는 전제로 만들어졌다. 이는 상당히 정확하고, 오늘날의 거시 세계에서도 사용된다. 뉴턴은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그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넘어갔다. 그리고 뉴턴 물리학에서 속도는 절대적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음 세대인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이 무엇이지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서 역선들이 파도처럼 물결칠 수 있음을 알아내고 그 파동의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빛의 속도와 일치했다. 결국 빛은 전자기파의 주파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속도를 결정했다. 속도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공간과 시간 개념을 흔들었다. 그는 절대적인 동시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주는 지금 존재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고 그래서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자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기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사건은 빛으로 전달되는데 빛의 속도 제한으로 사건이 서로 멀리서 일어날 수록 상당히 큰 시간차를 두고 내게 일어나게 된다. 때문에 현재는 상당히 연장된다. 이것이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자기장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나르는 것처럼 공간도 중력장임을 밝혔다. 공간은 장이기에 물결치고 요동치는데 이로써 공간은 더 이상 물질을 담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시공의 리만 곡률은 물질의 에너지에 비례하는데 이는 물질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이 휜다는 뜻이다. 그리고 휘는 것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간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질량에 따라 늘고 줄고하는 것이 된다. 

 다음으로 양자역학이 등장한다. 양자역학의 기초 아이디어는 세 가지로 입자성, 비결정성, 관계성이다.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중요한 생각에서 촉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운동에서 물질의 입자구조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으며 바로 그 가설을 빛에도 적용하여 빛도 입자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즉, 빛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바탕에는 입자성이 있다. 색은 빛의 진동수, 즉 빛을 방추하는 전하들의 진동에 의해 걸정된다. 이 전하는 원자 내부를 도는 전자들이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어떤 속도로든 원자 핵 주위를 돌 수 있고 그 어떤 진동수의 빛도 방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원자는 특정색을 지닌다. 이는 그들이 가진 것이 연속이 아닌 불연속적인 특정한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보어는 이를 전자의 에너지가 오직 양자값을 갖는다고 가정하여 해결하였다. 또한 전자도 핵으로부터 특정 궤도에만 존재하고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불연속적인 양자도약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양자역학의 입자성은 입자가 특정 값만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한 체계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계가 유한하고 그곳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고 그 양자가 불연속적이고 양자화한 특정 값을 갖는다면 당연히 정보는 유한해진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결정성은 장의 양자인 전자나 광자는 공간에서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충돌할 때 특정시간, 특정장소에 나타날 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즉, 모든 변수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다. 

 관계성은 양자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기술하지 않고 입자가 어떻게 다른 것에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기술한다. 존재하는 사물은 가능한 상호작용의 세계로 환원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세계를 다른 스케일에서 매우 잘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가 융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중력장은 양자역학을 고려하지 않으며, 장들이 양자화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시공이 휘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공식화한다. 즉, 양자역학은 시공의 곡률을 다룰 수 없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양자를 감안하지 않는다. 

 이는 공간이 무한하여 무한하게 쪼개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공간은 무한히 쪼개질 수 가 없다. 입자를 아주 작은 영역에 두고 관찰하려고 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입자가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에너지가 큰 것이 있으면 해당 공간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휘어지게 된다. 그러면 아주 작은 영역에 매우 큰 에너지가 있어 모든 지역에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블랙홀로 변하지 않을 만한 최소 공간 크기가 전제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공간의 최소 크기가 플랑크 길이다. 

 여기서 양자중력이론이 탄생한다. 양자중력의 기본 방적식은 훨러-드위드 방정식에서는 해가 나오는데 이는 닫힌선 또는 루프를 의미한다. 그래서 양자중력이론에서는 모든 것이 양자화하는데 이는 이 선들이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이는 공간 속의 장이 아닌 공간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선들이 만나는 점인 노드가 존재하고 이 노드는 공간의 부피를 의미한다. 선들은 개별 부피를 연결하는 것이다. 각 노드들은 공간을 이루는 기본 양자가 된다. 때문에 공간은 당연히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이 나눌수 없으며 공간의 원자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원자핵읜 10억분의 10억분의 1보다 작다. 

 공간의 양자상태를 기술하는 그래프는 각 노드에 대한 부피와 각 선에 대한 반-정수로 특정지어지는데 이런 그래프를 스핀 네트워크라고 한다. 스핀 네트워크는 중력장의 양자상태를 나타낸다. 공간의 양자들은 어느 공간의 양자와 인접해 있는지 어느 것이 어느 것 옆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 정보는 그래프의 링크로 표현되어 있고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다. 

 공간인 스핀 네트워크는 양자역학에 의해 고정적 실체가 아니다. 전 영역에 걸친 확률의 구름이다. 즉, 물리적 공간은 관계망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계로 생겨난 조직이다. 이 선들은 그 자체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장소를 만들어낸다. 

 전자는 양자역학에 의해 원자의 핵속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마치 양자가 본성적으로 반발력이 있어 전자가 핵에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 전자를 밀쳐내는 것만 같다. 때문에 양자역학에 의해 우주는 수축으로 인해 한없이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는 또 다른 우주가 공간과 시간의 확률 속에서 용해되어 있는 이러한 양자적 국면을 거쳐 붕괴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최대 속도의 존재, 양자역학은 최소 정보의 존재, 양자중력은 최소 길이의 존재를 밝혀냈다. 시간은 공간과 다르게 직접 측정되지 않는데 시간의 단위는 빛이 플랑크 길이를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기원은 열의 기원과 유사하다. 우리는 시간을 주변의 변화로 감지하는데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열은 많은 변수들을 평균화한 것이다. 열의 개념은 우리가 많은 변수들이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며 열의 시간 아이디어도 시간의 개념 또한 우리가 많은 변수들의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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