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엔 간신히 100권을 읽었다. 연간 책 100권은 늘 매년 나의 독서 기준이자 목표다. 늘 여러 곳에서 더 읽는 분들을 보며 따라가고자 하지만 나의 현실적 한계는 아무래도 연간 100권 안팎이다.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해보았다.


예술 건축[8권]-컬러의 말,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조선미술관,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인간다움의 순간들,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미학수업


사회[17권]-포르노 판타지, 반도체 삼국지, 미스터 프레지던트, 동자동 사람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표류하는 세계, GEN Z,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 세계질서, 검찰국가의 탄생, 대면비대면외면, 있지만 없는 아이들, 실직 도시, 차브, 악을 기념하라, 플랫폼은 안전을 판매하지 않는다, 일하는 딸, 일본이 온다


경영 투자[7권]-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 k배터리 레볼루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위기의 역사, 더 플로, 스포츠 카드


과학[18권]-빛의 물리학, 협력의 유전자,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기후미식, 기후위기 인간, 생물은 왜 죽는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최종경고 6도의 멸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기후 1.5도 미룰 수 없는 오늘,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나우 시간의 물리학, 인간의 본능, 판구조론,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아무도 본적 없는 바다


문학[12권]-원청, 쿼런틴, 당신 인생의 이야기, 백조와 박쥐, 매니페스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신들은 죽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작별인사, 이토록 평범한 미래, 폴른, 파견자들


교육[20권]-왜 지금 국제바깔로레아인가, 미래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2022년 이후 한국 교육을 말하다, 교사에게 강요된 침묵, 교사 수업하며 책을 쓰다, 블렌디드 수업디자인, 우리가 교문을 바꿨어요, 챗GPT 교육혁명, 비폭력대화, 그림책으로 펼치는 회복적 생활교육, 학습하는 학교, 미래교육, 학생중심수업을 위한 협력적 수업 설계, 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진짜 이기적인 교사, 교사 교육과정과 수업디자인, 학습격차를 위한 새로운 도전, AI가 바꾸는 학교수업 쳇GPT활용 교육, 발도르프 학교 수학 수업


역사[5권]-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박시백의 고려사1-4권


인문철학[5권]-현대 철학의 최전선, 문학이 필요한 시간, 줌인 러시아, 회복력 시대,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지리[2권]-심장지대,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미래[4권]-로봇의 지배, GPT제너레이션, 미래의 부,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경제[2권]-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세상 친절한 금리 수업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과학책과 사회분야 책을 많이 보았다. 교육은 늘 그렇듯 많이 보았고, 문학은 다소 줄였다. 2023년 본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책 10권을 꼽아봤다.


10. K배터리 레볼루션

배터리 산업은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이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배터리의 원리와 경쟁력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작년 초와 재작년 말 이미 한국 2차 전지 산업 주식투자를 요청했고, 그 말을 따른 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도전이 무척 크지만 한국 배터리가 향후 반도체 이상으로 한국 경제의 중심을 차지할 것을 강하게 역설한다.



9. 인간다움의 순간들

이진숙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미술사를 서술하는 작가 중 최고봉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미술을 통해 반했는데 이 책은 대충 인상주의 까지를 다룬다. 시대의 미술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측면, 다른 작가에 집중해 또 다른 저작을 내는게 놀랍다. 






8.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인상주의 부터 현대미술 직전까지를 다룬다. 근대 미술을 복잡하게 다루는 만큼 무척 재밌다. 101시리즈는 3권이 마지막으로 현대미술을 다룰 듯 하다. 기다려진다.\







7.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준의 또 다른 건축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이 그의 책 중 가장 좋았다. 거장들의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그들의 철학과 삶을 잘 담아냈다. 유명 건축물이 생긴 이유와 그 사조에 대해 즐길 수 있다. 강력 추천이다.





6. 악을 기념하라

악을 기념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굴곡진 역사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악의 시설이 많다. 이를 잘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업이다. 독일의 훌륭한 사례를 들며 시민사회의 힘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5.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진화의 또 다른 촉발 요인인 성선택에 관한 책이다. 동물의 사례가 중심이지만 인간의 사례도 조금은 다루며 재미를 더한다. 생물은 유전자 전달을 위해 태어난 만큼 성선택은 무척 중요하며 강력한 진화유발 요인이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오래전에 본 연애 이후 상당히 재미난 성선택 진화론 책이다.




4.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책 자체는 나온지 조금 되었으나 진화상 형성된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은 크게 3가지로 모듈화하고 세분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인간의 물건 구매와 직결된다. 사람의 성향을 나누어 이를 구분하고 이것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변화해감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경영을 하는 사람은 필독서다.




3.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질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벌어지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새 잊힌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젤렌스키가 무려 40만을 징병한다고 하며 이 전쟁은 벌써 2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날 거랑 예상과 다르게 장기로 이어지고 있고 힘의 균형을 이뤄 양측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책을 통해 악마화한 러시아와 푸틴, 그리고 선으로 보이는 젤렌스키 진영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다문화 다민족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무리한 동진등이 전쟁의 진짜 이면이다. 그걸 알 수 있어서 좋았다.



2. 회복력 시대

기후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의 세계는 다시 회복력 사회로 접어들어 모든 것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제러미 러프킨은 상당히 종합적인 학자로 모든 것을 꿰고 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작년 엔트로피에 이어 이번 책도 인상깊게 보았다.




1. 리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우주는 대체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주는 책이다. 아직 모든게 밝혀지지 않아 우주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데 저자는 우주를 작은 격자가 이어진 구조로 본다. 이 격자로 이산이동을 하기에 원자는 점프를 할 수 밖에 없고, 빛은 유한한 속도를 지니며, 이 격자가 퍼지는 것이 우주의 팽창이다. 시간은 이 격자로 물체가 이동하기에 과정이 생겨 발생하는 부산물 같은 것이다. 무척 재미난 해석이었고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
박정호 지음 / 반니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은 투자서 같지만 아마도 판매를 위해서 였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딱 내가 좋아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문화적 요인에서 오는 그 나라만의 처지나 특성을 소개하는 책이다. 비교적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며 내용도 알차다.

 먼저 나오는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은 중국이 세계의 시장에 편입되며 고립되었다. 1971년 유엔 회원국 지위를 잃었고, 1979년 미국과 단교 되었으며, 1992년엔 한국과도 단교 했다. 그러다 1987년 이후 대만도 적대적 입장에서 선회하여 중국과 수교를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훈풍이 불지만 2000년대 하나의 대만 독립을 요구하는 천수이볜이 집권하며 다시 고립된다. 최근 대만은 미중갈등이 불거지며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만은 TSMC가 유명하다. 그들은 세계 최초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도입했다. 반도체란게 워낙 고도의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여 고정비용이 크다. 그런 반면 기술이나 경쟁에서 뒤쳐지만 바로 사장되기에 업체들 입장에선 무척 부담이 큰데 그걸 TSMC가 대신해 준것이다. TSMC덕에 미국은 설계만 하는 펩리스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대가로 제조설비를 잃게 되었다. 대만은 작은 나라로 무역 의존도가 100%이상이며, 수출의존도도 50%이상이다. 여기에 대중수출이 무려 40%이고, 직접 투자액도 1879억 달러에 이른다. 대만의 문제는 고령화와 대기업이 없는 문제와 산업구조가 일부영역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유럽에서 기술 후발 주자였기에 세계최초로 실행했다. 독일은 이를 본따 실용신안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미국은 헌법 1조 8항에 특허제도의 강조가 있을 정도다.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여겨질 만큼 식민지가 많았다.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은 식민지배 종식후에도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갖고 영연방을 만들만큼 영향력을 아직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특한 식민지 경영 방식 때문이다. 프랑스는 직접 지배를 하여 갈등을 낳았고, 스페인은 신분제로 지배했다. 하지만 영국은 지역 우호 세력을 내세운 통치를 했기에 갈등이 덜 할 수 있었다. 영국은 금융의 중심지로 런던의 32개 특구중 하나인 시티 오브 런던에 독립 특구를 두고 느슨한 세제적용을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하향세이고 여러 기업이 이탈했지만 법인세를 크게 낮추고 혁신가 비자, 스타트업 비자를 실행해 우수 인력 유치에 힘쓰고 있다.

 UAE는 1971년에서야 영국에서 독립했다. 이들은 원래 어업과 진주채취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었으나 석유가 발견되며 주목을 받는다. 원래 9개 부족이었는데 카타르와 바레인이 떨어져나가 7개 부족이 연방을 이룬다. 정치체제는 아부다비 국왕이 대통령, 두바이 국왕이 부통령과 총리역을 수행하는 체제다. UAE는 석유 가채 연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1986년 두바이 지도자 라시드가 이를 파악하고 자유무역지도를 조성하고 병원, 학교,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했다. 그들은 최고에 집착한다. 최고 높이 부르즈 칼리파, 최고 크기 두바이 몰, 최고 가격 브르즈 알아랍 호텔, 세계 최대 인공섬이 그 증거다. 그들은 제도 환경도 개선해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다. 석유기업과 금융기업에만 고액의 세율을 매긴다. 두바이는 외국인에게도 종교계율을 느슨히 적용해 체류 외국인은 여성도 복장이 자유이며 주류판매가 가능하다. 

 마카오는 도박관련 매출이 세계 최고다. 포르투갈인들이 명 정부로부터 이곳에 체류하는 것을 허락받은게 마카오의 시초인데 명이 이를 허락한 것을 그들이 해적 소탕에 막대한 교역 이익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이 홍콩을 할양받자 이를 본 포르투갈인도 비슷한 짓을 해 마카오를 1887년 획득한다. 홍콩과 마카오 둘다 중국에 20세기 말 중국에 반환되었다. 애초 중국인 일국 양제를 주장했지만 알다시피 최근 이는 무너졌다. 그럼에도 크게 흔들린 홍콩에 비해 마카오는 조용한 편인데 포르투갈이 이중 국적을 허용해 무려 20-30만에 달하는 마카오 시민이 포르투갈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가 도박의 도시가 된 것은 사실 홍콩 때문이다. 원래 마카오는 무역항이었으나 포르투갈이 영국에 밀려 그 가치를 잃게 되자 시도한 것이 도박이다. 1962년 마카오의 카지노 독점권이 스탠리 호에게 넘어간다. 그는 카지노 일색에서 룰렛, 블랙잭을 도입하고 대규모 호텔을 건설해 마카오를 변화시킨다. 2011년 스탠리 호의 재산은 31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마카오를 견제하며 카지노 시장을 개방하였다. 마카오는 도박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다. 총 세수의 85%, 재정기여의 80% 인구의 20%가 도박 산업에 의지한다. 

 네덜란드는 놀랍게도 세계 제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물론 여긴 땅도 좁고 기후도 그냥 그래 생산하는 농산물을 적다. 그럼에도 2위 인것은 가공무역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여러 국가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이를 분류, 가공하여 판매한다. 그래서 카카오가 하나도 생산되지 않음에도 세계 2위의 카카오 가공 수출국이다. 그간 이들의 주 시장은 유럽연합이었으나 최근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 매스, 생명과학, 농식품 산업도 육성 중이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교통의 중심지이면서도 내륙국가이며 열악한 산지지형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은 개방적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고,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4개국어를 사용한다. 이민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데 거주 인구의 1/3이 외국 출신이고 10%이상의 인구가 해외 거주중이다. 네슬레도 독일 출신이며, 니콜라스 하이에크도 레바논 출신, 세자르 리츠도 프랑스 출신이다. 스위스는 1648년 베스트 팔렌 조약으로 중립국 지위를 획득했고 1818년 빈 회의에서 이것이 다시 승인되었다.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는 2차 대전에도 유효했다.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당시 스위스 프랑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전범국 독일은 전쟁 물자의 구입이 필요했는데 자신들의 통화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금괴를 스위스 프랑으로 바꾸어 전쟁물자를 구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스위스 프랑의 안정적 가치 유지가 중요했고 그래서 스위스를 침공하지 못했다. 물론 스위스는 독일이 침공한다면 전 교통로를 파괴하고, 산악에 의지해 게릴라전을 펼치겠다고 나치에 강하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영세중립국 지위는 스위스에 안정감을 부여해 높은 스위스 프랑의 가치를 견인한다. 2018년 기준 무려 2만 9천개의 다국적 기업이 포진했고 이들이 전체 고용의 1/4를 담당한다. 다보스 포럼도 스위스에서 만들었다. 스위스의 경제는 70%가 중소기업이고 교육효과와 교육열이 높아 수준 높은 인재가 즐비하다. 화학, 제약산업이 강하고, 금융산업도 우수하며, 소득 불균형이 매우 낮다.

 이스라엘은 인구 800만에 불과하나 인구대비 벤쳐창업이 세계 1위다. 이는 놀랍게도 이스라엘의 징병제에 기인한다.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 2년의 의무복무제를 시행한다. 이스라엘 군대는 다른 군대와 다르게 수평문화인데 이는 하급자의 수가 상당히 많은 점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작전 중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하급자와의 토론이 이뤄지며 그래서 하급자에게도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 이스라엘에는 탈피오트 부대가 있다. 상위 2% 학생이 지원 권유를 받고 이중 10%만이 입대가 가능하다. 합격하면 그 사람은 최고 명문 히브리대에서 수학, 컴공을 수학하고, 무려 9년간 군 복무를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많은 사람이 지원을 하는데 이는 군에서의 활동이 사회의 활동과 직접 연관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대학에서의 학과와 활동보다 군에서의 보직과 활동이 이후 사회지위를 결정한다. 또한 군이 수평문화이기에 이 문화가 그대로 기업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벤쳐 창업이 활발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 도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77명이다. 이중 배달 노동자가 39명, 건설기계 노동자는 14명, 화물차주 7명, 택배기사 7명이었다. 그리고 2022년 한국 산재신청 기업 순위로는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속한 우아한 청년들이 1위, 2위는 쿠팡, 7위는 쿠팡 물류센터, 9위가 쿠팡 이츠다. 이런 수치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업장이 주로 전통적 중공업 사업장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이동했음을 잘 드러낸다. 

 코로나 19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게 되며 배달 플랫폼은 갑작스레 크게 다가왔다. 불과 5-6년전만해도 배달료는 없었지만 어느새 정착되었고,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고려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한 배달 노동자는 기존에 없던 직업에서 어느 새 택배기사처럼 당연한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배달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중국집을 중심으로 일부 업종이었지만 배달은 있었다. 다만 그 땐 배달이 무료였고, 배달기사는 해당 음식점에서 직접 고용했다. 그러다 보니 배달을 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배달료를 임금으로 모두 부담하는게 아무래도 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달노동자란 개념도 사고도 많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히 잘 아는 동네에서 단거리 배달만 했고, 한 음식점에서만 근무하니 무리하게 운전하는 일도 없었다. 배달료는 음식값에 적절히 배분했기에 소비자들도 배달료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배달은 외주화되었다. 음식점마다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 크다. 그래서 여러 음식점에서 공동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되었고, 그것도 여러가지를 부담해야 하니 아예 외주화한게 동네배달 대행사다. 이곳은 음식점에 들어온 음식 주문 배달을 대신해주는 업체로 여기서 일하는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가 없고, 최저시급도 보장이 안되며 배달건당 수수료를 받는 체계다. 

 이렇게 배달기업, 즉 플랫폼은 이익만 누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로를 이용하지만 도로의 관리는 국가가 한다.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공공이 부담하고,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처리는 배달 노동자 스스로 처리한다. 그리고 이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일반 시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2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배달대행 플랫폼은 51개, 동네 배달 대행사는 7749개에 달한다. 배달노동자가 보내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우선 콜을 잡기 위한 주문 대기 시간, 그리고 콜을 받은 후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시간, 음식완성까지의 대기 시간, 손님 집까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배달 시 도착시간, 그리고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손님에게 배달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은 많은 변수가 자리하는데 라이더는 콜을 잡으려고 핸드폰을 보다 사고가 나고, 음식을 빠르게 배달하려다 사고가 나고, 음식점 사장이 라이더에게 배송을 재촉하다 사고가 난다. 실제 재촉을 당한 라이더의 50.3%가 사고 경험이 있다.

 배송을 재촉하는 가장 큰 주체는 음식점 사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용주가 아니기에 배송 재촉의 권한도 없다. 그리고 배송지연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책임은 라이더가 진다. 그들은 배송이 늦으면 음식값을 자신이 감당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배송이 늦어 취소된 음식을 스스로 먹어본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과거 플랫폼은 라이더들에게 묶은 배송을 시켰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컸다. 음식 배송이 늦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최근 단건 배송을 시작했다. 단건 배송으로 손님을 빠르게 음식을 받고, 배달거리는 늘어났다. 단건 배송을 위해선 라이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플랫폼은 라이더를 무한 모집하고 있고, 소개를 통해 들어온 라이더는 소개해준 사람 둘 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수많은 라이더는 AI가 관리한다. AI 알고리즘은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패널티의 6가지를 관리한다. AI는 배차를 하는데 라이더는 이를 수락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부하면 평점이 낮아지고, 언제 다시 배차가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다. AI는 내비거리 기준으로 배달료를 산정하고, 주문량, 라이더 숫자, 날씨를 고려한다. 그러다보니 같은 일을 해도 상황에 따라 배달료는 유동적이다. 그리고 플랫폼은 배달료를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삭각한다. 하지만 그런 삭감에도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그대로이기에 이를 알아차릴 수 없다. 

 라이더입장에선 등급의 유지가 수입차원에서 중요하다. 등급은 콜의 수락율, 신청한 시간 만큼 일을 했는지, 제 시간 접속 여부, 수행한 주문 건수 등으로 평가된다. AI의 일감 배차기준은 플랫폼이 공개하진 않지만 라이더와 음식점 사이의 거리, 라이더와 음식점 까지 가는 시간과 조리시간, 라이더의 평소 평점, 입직일, 배달주문의 긴급성이 고려되는 걸로 추정된다. 

 AI배차를 합리적이지 않은 편인데 이에 대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책에서 저자는 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AI배차의 무조건 수용, 다른 그룹은 AI배차를 자율적으로 수락하고, 마지막 그룹은 교통신호를 준수했다. AI배차를 무조건 수용하자 라이더는 주행거리가 늘어났고, 시간당 배달건수는 줄었으며 수익은 줄고 노동은 늘었다. 자율 수락하자 효율성, 수익, 노동은 감소했고, 주행거리도 줄었다. 교통을 무조건 준수하자 한건에 30분이 소요되었고, 소득이 줄었다. 즉, AI배차는 애초에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 그리고 라이더의 소득을 고려하며 설계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즉, AI알고리즘은 교통법규의 준수와 라이더의 안전, 그리고 소득엔 관심이 없다. 플랫폼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라이더의 최저 시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 원동기 면허의 분리실행, 업장에서의 안전교육의 철저한 실시, 사업자로서 플랫폼이 노동자의 안전용구를 보장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우리는 배달을 시킬 뿐 이미 80만으로 추정되는 배달노동자에 무관심하다. 심지어 능력주의에 빠져 이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미 주문을 한 손님이 자신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음에도 배달노동자를 탓하거나 일부 음식점주는 이들의 화장실 사용을 불허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이런 태도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피닷 2024-01-0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24-01-01 10:06   좋아요 0 | URL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판구조론 - 아름다운 지구를 보는 새로운 눈
김경렬 지음 / 생각의힘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고교 시절 판구조론을 배운 적이 있다. 베게너가 만든 것으로 우리 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매우 조금 씩이지만 움직인단 이론이다. 지금은 무척 당연하게 생각되는 판 구조론은 사실 이론으로 확립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지구 내부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며 이 거대한 구조물인 지각이 움직인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광범위한 증거가 쌓이고 나서야 판구조론은 정설이 된다.

 베게너는 독일의 기상학자로 판구조론을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연안은 생김새가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상당히 유사했고 실제로 특이한 지질학적 구조나 동식물들의 화석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또한 일부 대륙의 지층에서만 나타나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의 증거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베게너의 주장은 일축되었는데 그가 1차대전의 전범 국인 독일 출신인데다 감히 기상학자인 주제에 지질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도무지 전문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엔 지구 내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의 내부는 서로 관통된 공동들이 산재해 있는 고체 정도로 여겼다. 이 관통된 공동은 두 가지 종류로 한 종류는 비어 있거나 부분적으로 물이 차 있고, 광활한 지하의 강이나 바다를 엮은 거대한 연결망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여기에 물 대신 뜨거운 물과 용암이 자리한다. 세계의 기후는 바로 이 공동에 뭐가 흐르냐에 따라 갈리는데 화산이 많고 뜨거운 지역은 용암이 서늘하고 축축한 지역은 물이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대의 소설 해저 2만리 같은 소설은 바로 이런 당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몇 가지 발견이 일어난다. 우선 지구의 질량이다. 지구의 질량을 1799년 캐번디시가 마침내 측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지구 내부의 물질 추정이 가능해졌다. 부피는 익히 알고 있었으니 질량만 구하면 밀도는 자연히 나오는 것이었다. 지구의 무게는 6조kg의 1조배에 달했는데 지구의 부피를 감안하면 지구의 밀도는 5.24g/cm3여야 했다. 지표의 암석대는 겨우 2.5-3에 불과했기에 그러면 지구 내부는 밀도가 거의 8-10에 달해야 했다. 이러려면 지구 내부의 물질은 마땅히 액체나 금속이었어야 했으나 당대의 학자들은 액체의 고체는 압축될 수 없다고 믿었기에 놀랍게도 지구 내부는 기체가 초고압으로 압축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의 발견은 지진파다. 지진파는 p파, s파, 표면파가 있다. 언급한 순으로 도착하는데 이외에도 이들은 지나는 물체에 따라 속도가 바뀌거나 아예 지나가질 못한다. 이로 인해 지구 내부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졌고, 핵의 크기도 알게 되었다. 핵의 반지름은 2900km정도이며 외핵은 액체, 내핵은 고체임을 밝히게 되었다.

 또 다른 발견은 대서양 해령의 확장이다. 해저소나의 개발 등으로 이 시기엔 해저의 지도 작성이 가능해졌다. 해저의 지형은 통념과 다르게 지상과 다를 바 없었다. 대서양 중앙해령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암석의 자기층이 좌우가 대칭이었다. 지구 자기장은 주기적으로 극이 바뀌며 이로 인해 암석이 매번 반대 방향으로 자화된다. 그런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암석대가 심지어 자화 방향까지 같았던 것이다. 이는 대서양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좌우로 확장됨을 말해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학자들은 지각의 아래 부분도 매우 단단할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이런 발견들을 토대로 지각 바로 아래층이 연약권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1960년대 들어 판 구조론은 확립된다. 우선 지구의 약 100km 두께의 표층은 해저산맥, 해구 등을 경계로 하는 10여개 조각으로 나뉘어 지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운동을 한다. 그리고 판의 경계는 지질적으로 불안정하기에 여기서 지진이 발생한다가 된다. 판의 생성과 소멸은 주로 해양 지각에서 일어난다. 증거로는 우선 해양지각의 퇴적물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해양지각이 매우 오랜 기간 존속되었으면 퇴적물의 양이 상당해야하지만 의외로 축적량이 적다. 또한 해양지각은 암석이 어리다. 가장 오래된 해양지각의 암석이 1억년 수준인데 육상에선 40억년 짜리도 있다. 해양지각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지점이라는 증거다.

 판의 경계는 3가지로 발산형과 수렴형, 변환단층형이 있다. 발산형은 지각이 생성되는 곳으로 대서양 해령과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있다. 수렴형은 판이 서로 부딪혀 소멸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또 세 종류가 있다. 우선 해양판끼리 부딪히는 경우로 양자가 밀도가 비슷하여 한 쪽이 앞서가는 해양판 밑으로 섭입한다. 해구가 생성되고 해구 앞에는 화산섬이 생성된다. 마리아나 제도나 일본, 사이판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는 경우 해양판이 무거워 섭입하고 대륙은 그 위로 솟아로른다. 그래서 앞바다엔 해구가 생기고 대륙쪽은 높아지는데 안데스 산맥과 그 앞의 칠레 해구가 여기 해당한다. 대륙판끼리 부딪히는 경우는 둘다 가벼와 가라앉지 않고 주름이 생기며 밀착한다. 인도와 아시아가 충돌한 히말라야 산맥, 티베트 고원, 과거 남중국과 북중국의 통일로 생긴 중국대륙이 여기 해당한다. 

 변환 단층형은 발산형 경계와 그 반대편의 수렴형 경계가 하나의 판을 만들려면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경계가 필요한데 바로 여기 해당한다. 이 부분은 바로 인접한 두 판이 서로 수평적으로 미끄러지는 곳인데 미 서부 연안의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여기 해당한다. 이 변환 단층은 대개 버티다 100년 정도 주기로 미끄러지며 그 간의 스트레스를 발산해 지진을 일으킨다. 

 사실 지구의 껍데기인 판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지구 내부에 있다. 지구 내부엔 상당한 열이 축적되어 있는데 우선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서 오는 열과 지구 생성 초기 수많은 운석에 충돌하면 발생한 열이 내부에 갇혀있다. 이 초창기의 열은 암석대에 섞여 있던 니켈이나 철등을 거대한 열로 녹였고 유동성이 확보되자 이들 금속은 중력에 의해 핵으로 스며들었다. 관측결과 지구 내부에는 거대한 2-3개의 상승류가 존재하며 이들은 판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구 내부와 외부의 열 차이에 의한 대류다. 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온의 외핵이 핵-맨틀 경계부의 맨틀 물질 일부를 가열하여 상승류를 형성한다. 이들이 지표에 도달하면 하와이 제도 같은 화산 섬이 형성된다. 핸-맨틀 경계부의 넓은 면이 가열되면 중심부 물질이 상승하기 시작하며 거대한 원통형의 통로가 생성된다. 많은 물질이 상승하면 거대한 상승류가 생겨나고 이들은 상부 맨틀 및 하부 맨틀의 경계면(670km)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이 때 경계면의 위아래의 압력 차이로 스피넬 구조에서 감람석 구조로 바뀐다. 이들은 대개 경계면을 따라 수평으로 퍼지면서 가지를 치며 상승하여 약 100km두께의 판의 하부에 도달한다. 이들이 판을 뚫고 지표면까지 나오게 되면 아프리카 열곡대 같은 열점이 되며, 판에 균열을 내어 올라와 해양저 산맥과 같은 확장 축을 이룬다. 해양저의 확장축으로 상부 맨틀의 물질이 계속 올라오며 해양지각을 덮어 나가며 옆으로 확장한다. 오랜 기간 해양지각은 서서히 식어가며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으며 섭입하게 된다. 이들은 무려 상하부 맨틀의 경계로 까지 내려가 다시 옆으로 퍼진다. 위에서는 계속해서 물질이 내려오는데 그러면서 덩어리가 매우 커진다. 이 압력으로 덩어리의 감람석은 다시 스피넬 구조로 바뀌게 되며 더욱 무거워지면 하부 맨틀의 바닥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거대한 무게의 하강류가 그 강대한 압력으로 액체인 외부 맨틀을 강타하게 되고 액체의 특성상 그 받은 압력은 다른 곳을 자극하여 솟구치게 된다. 즉, 다시 거대한 상승류가 시작되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3-12-25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억년이라니... 상상이 안 됩니다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십시오.^^

닷슈 2023-12-26 10:11   좋아요 1 | URL
40억년이면 아마 지구에 대규모로 운석이 충돌하던 시점의 종료와 대충 맞물릴 것 같습니다. 하여튼 상상이 안가는 세월이죠. 연말 잘 보내십시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뇌과학과 성선택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
마이클 라이언 지음, 박단비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화의 추동력은 환경 압박과 성 경쟁이다. 산업 시대 영국에서 대기가 스모그로 뒤덮이자 그을린 나무의 색과 비슷한 회색 나방이 우세종이 된 것은 환경 압박에 대한 진화다. 반면 유지비만 많이 들고 비행 및 생존 등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수컷 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성 경쟁의 산물이다. 성선택은 이처럼 개체의 생존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기에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에겐 상당한 고민이었다. 물론 그는 이를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분석한 성선택에 관한 책을 펴냈다.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는 이 성선택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재밌게도 오히려 환경압박보다 성선택이 더 큰 진화요인이라 주장한다. 

 성선택이 이뤄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생물종이 당연히 유성생식을 해야한다. 그리고  번식 때 성비율의 균형이 무너저야 한다. 그래야 성경쟁을 하고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암수 성비가 비슷하지만  번식 때는 성비율의 균형은 대개 무너진다. 이는 수컷은 거의 항상 생식이 가능하지만 암컷은 수정이 이뤄지면 상당기간 생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식을 원하는 수컷은 항상 많지만 그것에 응해줄 암컷의 수가 적기에 성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설사 암컷의 수가 수컷과 1:1대응이 되거나 암컷이 많은 경우라도 상당수 종의 강력한 수컷들은 많은 수의 암컷을 독차지해 다른 수컷의 짝짓기를 방해한다. 때문에 그런 종의 수컷들은 늘 암컷 부족과 경쟁에 시달린다. 다른 전제는 이 성 경쟁에서 미적인 요소를 인식할 감각 기관과 그를 바탕으로 이를 미로 인식한 암컷의 두뇌발달, 그리고 암컷이 미적인 것으로 수컷의 행동이나 신체요소, 혹은 그의 확장형의 발현이다.   

 언급한 것처럼 저자는 성선택이 더 강한 진화의 추동력이라 주장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도킨스가 말한 것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생성된 생존기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존의 목적인 번식이고, 결국 길게 생존을 하는 이유는 번식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의 번식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저자는 파나마 운하의 퉁가라개구리를 연구했다. 봄만 되면 개구리는 밤에 시끄럽게 울어대는데 이는 번식을 위한 구애의 수단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자신의 정체와 위치, 짝짓기 준비 정도를 알려주기 위해 노래한다. 성적 아름다움은 개체의 형질과 그를 인식하는 감각기관과 두뇌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퉁가라 개구리는 소리를 내고 그것은 두 종류이다. 단순음성은 '퉁'소리와 복합음성인 '퉁+그륵'소리다. 그리고 복합음성이 더욱 내기 어렵고 비용이 요구되기에 암컷 퉁가라는 이를 더 선호한다. 울음의 지속시간과 여기에 들이는 에너지는 10%더 늘리면 수컷의 매력도는 무려 50%나 상승한다. 암컷은 소리의 크기로 수컷의 크기도 판별하는데 이는 크기가 클수록 대개 발음기관도 커져 소리가 크고 낮아지기 때문이다. 퉁가라 개구리가 크면 몇 가지 이점이 있는데 일단 크기는 수컷의 건강과 좋은 발달을 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퉁가라개구리는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 교미를 하는데 이 때 수컷이 커야만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암컷은 단 한 번의 실패로 무려 6개월 후를 기약해야 하기에 이는 상당한 비용부담일 수 있다. 

 그리고 수컷의 울음은 두 가지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우선 대사량의 증가다. 울음을 내면 수컷은 에너지 소비가 무려 250%폭증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복합울음을수록 더욱 증가하기에 수컷은 복합울음이 효과적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가급적 기피하고 단순울음을 내려고 한다. 또 다른 비용은 천적에게로의 위치 노출이다. 박쥐는 대개 개구리의 가음영역을 듣지 못하지만 파나마의 일부 박쥐는 놀랍게도 구애 울음을 탐지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울음은 커질수록 암컷과 더불어 천적에게도 자신의 위치는 노출된다. 수컷의 저음은 박쥐에게 덜 감청되는데 그래서 저음은 더 선호될지도 모른다.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에게 있어 이종교배는 반드시 피해야할 최악의 선택이다. 다른 종과의 교미는 에너지는 그대로 소비하지만 후세가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나도 불임이거나 기형등 약체로 태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대부분의 종에서 구애자들은 선택자에게 자신의 종 정체성을 확실하게 알리는 특징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가 듣기에 다 비슷해 보이는 개구리들의 소리는 각각의 종에게 다 다르게 들린다. 그래서 암컷의 두뇌는 청각, 의사결정, 행동출력 체계까지 전체 신경 회로가 암컷으로 하여금 동물의 음성을 가장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아름답게 느끼게 편향을 일으킨다. 어쩌면 최초의 성적 구애는 종구분을 위함에서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물의 성적 미학은 다음의 두 규칙이 절대적이다. 우선 동종의 짝을 구분하여 찾기, 그리고 그 동종의 개체 중 더 우월한 짝을 찾기가 된다. 동물의 성적 미학 차이는 감각기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상대방이 감지하지 못하는 모든 행위와 신체적 특징은 무의미 하기 때문이다. 암컷 개구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목청 껏 낼수도 없겠지만 내어서 무엇하겠는가.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동물의 감각기관의 기능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모든 동물의 감각기관은 자신의 생존에 적합한 정보를 얻고 해석하게끔 진화한다. 우린 가끔 모든 정보를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비용적으로도 너무 큰 문제를 일으키고 두뇌가 처리하지도 못한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올수록 뇌의 처리 효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각기관은 일부 필요한 정보만을 수용하게끔 설계된다. 또한 감각 경로는 이걸로도 부족해 온갖 신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뇌에 도달하기 전에 필터링한다. 

 동물은 상대방의 미를 감지하기 위해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학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미를 발현하고 감지하는 유전자는 당연히 하나가 아니며 여러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모든 동물 및 인간의 성적 두뇌가 처리해야 하는 갖아 중요한 과업은 서로 다른 감각에서 오는 자극을 하나로 모아 통합한 다음 이것을 통해 새로운 배우자 감이 나의 성적 미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된다. 

 구애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의 뇌를 자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한 종의 구애행동은 대개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퉁가라 개구리만 해도 비슷한 주파수의 단순울음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행동을 무의미하게 처리해버리는 뇌의 습성상 자극적일 수 없다. 때문에 수컷들은 이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성적 미학을 복잡하게 진화시킨다. 퉁가라 개구리의 복합음성이 그러한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비용과 위험을 초래하기에 수컷은 무조건적으로 복합음성을 내기보다는 상대적인 전략을 취한다. 경쟁 수컷이 많으면 복합울음의 빈도를 높이고 적으면 하지 않는 식이다. 이런 절대적 차이보다 상대적 비율로 우위를 점하려는 행동을 베버의 법칙이라 하며 이는 과도한 성적 미 진화의 브레이크로 작용한다. 

 성적 미학은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그리고 동물의 감각탐지는 크게 시각, 청각, 후각이 있다. 공작의 화려한 날개나 큰 덩치, 뿔등은 시각적 요소다. 구리고 새의 울음소리, 인간의 노래, 통가라 개구리의 울음을 청각을 자극한다. 다만 시각과 청각은 쾌감센터로 보내지기전 두뇌 하부의 중계국을 거쳐 더 많은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후각은 다르다. 후각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쾌감센터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시각과 청각 정보가 보내주는 미에 대해서는 계산하고 고민하나 후각정보에 대해서는 본능적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즉, 효과가 가장 직접적이고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서로의 우월한 유전자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다. 유전자가 발현된 간접적인 모습을 보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잘 탐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후각에 의해서다. 인간의 몸에는 주조직적합성 복합체(MHC)라는 것이 있다. 이는 우리 면역 반응에서 기능을 하는 유전자 집합이다. 이들은 병원체나 기생충과 같은 이질적 형태의 세포를 식별하고 그것들이 확인되면 신체에 경고를 보내 t세포로 하여금 침입에 맞서게 하는 것이다. 

 MHC 유전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적군과 아군을 정확히 구분하려면 변이를 아주 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척추동물에게서는 MHC가 가장 변이를 많이 하며 상대방이 자신과 상이한 MHC를 가질 수록 자녀의 변이가 심해져 면역력이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MHC보유 동물들은 바로 상대방의 체취로 이 MHC를 감지한다. 

 한 티셔츠 실험에서 남성들은 거의 3-4일간 씻지 않은 상태로 티셔츠를 입었다. 그들의 채취가 충분히 밴 티셔츠의 냄새를 여성들에게 맡게하였는데 여성들은 이 실험에서 자신과 상이한 MHC유형의 남성 채취를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 때문에 MHC차이로 인한 성적 매력도의 차이는 다른 성적 미학과는 다르게 매우 상대적인 요소가 된다. 나에겐 좋은 것이 남에게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동물의 성적 미학에는 시간과 기회도 하나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동물에게 상대방을 탐지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의 성적 미학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기준도 까다롭다. 하지만 시간과 기회가 없다면 그것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기준도 한없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것으로 번식의 기회를 아예 상실하는 것 보다는 미덥지 못하더라도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퉁가라 개구리 암컷은 한번 번식 기회를 놓치면 무려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고르고 고르다 결국 어려우면 주변의 아무 수컷이나 잡게 되는게 결국 이득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실험에서 술집에서 이성에게 매기는 점수 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초반에는 정상적이던 점수가 술집 마감시간이 높을 수록 치솟았다. 기회도 중요해서 남성은 가임기인 여성의 사진을 더 매력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여성 자신도 가임기에 더 톤이 높고 매력적이며 여성스럽게 목소리가 변화한다. 또한 여성은 가임기일수록 다른 여성의 매력을 더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금전적 보상도 공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폐경하면 생식능력이 사라진다.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마감시간 효과가 이르게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여성은 중년이 되어 갈수록 섹스에 대해 더 많은 환상을 갖게 되고 실제로 더 많은 남성과 섹스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성적 미학에는 배우자 선택 복제효과도 있다. 모든 암컷과 수컷에게는 배우자는 잘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엔 자신만의 검증과 성적 미학 기준도 중요하게 자리하지만 다른 개체의 선택도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할 수 있다. 때문에 한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선택된다면 또는 심지어 많은 암컷에게 선택된다면 이는 일반 암컷의 눈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암컷들은 또래의 선택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특이하게도 다른 종과 섹스하는 모습을 보아도 작용한다. 세일핀 수컷은 아마존 암컷과도 어울린다. 물론 둘은 비슷한 부류지만 엄연히 다른 종으로 세일핀 수컷은 아마존 암컷과 교미해도 자식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일핀 수컷은 당연히 세일핀 암컷과 어울리는 빈도가 훨씬 높긴 해도 적지 않은 빈도로 의도적으로 아마존 암컷을 노리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히 배우자 복제 효과를 노리는 행동이다. 실제로 세일핀 암컷들은 아마존 암컷과 어울리는 세일핀 수컷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름다운 형질과 그를 선호하는 미학이 짝을 이루는 방식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기존의 형질이 선택자에게 이익을 주어 선택자들이 그에 대한 선호를 진화시키는 경우다. 가령 수컷 사슴의 작은 뿔이 육식동물에 대한 대항력을 높여 종의 생존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이를 암컷이 성적 미학으로 인지해 더욱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형태다. 두 번째는 형질과 선호가 동시에 진화하는 것이다. 어떤 종에서 갑작스레 새로운 형질이 나타났는데 이럴 선호하는 암컷의 선호도 같이 나타나 이 형질이 진화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어떤 형질이 진화할 때 그것이 숨겨진 선호를 이용하여 즉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경우다. 한 물고기 종은 꼬리 지느러미 부분에 긴 형태의 검 모양을 선호하여 수컷의 꼬리 지느러미에 긴 검 모양의 줄무늬가 진화했다. 반면 근연종은 그런 모습이 수컷에게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실험자가 한 수컷에게 그런 모양의 줄무늬를 부착하자 암컷들에게 큰 선호를 받게 되는 경우다. 이는 숨겨진 선호로 우연히 한 수컷이 그런 형질을 나타내게 되면 급격히 선호를 받아 진화하게 된다.

 책은 성적 선택과 이를 위한 성미학에 대한 재미난 지식과 원리가 가득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예가 많기를 기대했는데 애초에 실험에 적합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요소가 성적 미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간인지로 기초적인 내용외에도 대개 동물의 내용인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볼만한 책임은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