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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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김초엽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재밌었다. 주제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러하며 만들어낸 세계도 완성도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전작 '지구 끝의 온실'도 환경과 관련한 주제였지만 이 책도 사실상 그렇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환경파괴를 만들어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듯 하기도 하다.

 현대 인간 사회는 개별자로서의 인간 존재와 협력자로서의 인간 존재 중 사실상 전자가 승리한 상태다. 서구 문명은 인간을 독립적 이성을 갖춘 존재로 인식하여 자연환경과 분리시켰고, 그들의 과학 역시 그러한 전제조건과 분리되고 독립적이라 생각하는 실험 속에서 발달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좀 더 주변 환경과 스스로의 문명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형태로 존재하곤 했다. 

 하지만 서구 문명의 이룩한 과학 기술이 더 강력했기에 이들은 다른 문명을 침탈했고, 각성한 다른 문명은 서구를 지난 200년간 추종했다. 그래서 지금 거의 모든 인간은 개별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환경을 이용한다. 그 결과 인간의 개체수는 상당히 늘어났지만 다른 생물들은 설자리를 잃었고 엄청난 환경파괴와 가해자인 인간 자신도 위협을 느낄정도로 온난화로 인해 지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인 인간은 자신의 이런 가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 온난화가 자신을 침탈하자 그제서야 미온치 않게 반응하는 형국이다. 이러서는 안된지 않을까, 인간 자체의 인식과 정체성이 협력자로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작가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책의 세계는 암울하다. 언제인지 모를 근미래 우주로부터 일종의 균류로 추정되는 것들이 지구로 침투한다. 이들은 우주를 떠돌면서 그 행성에 자신들을 뿌리내는 종 같은데 균류들이 그렇듯 제한없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도 무섭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침투한다. 침투된 생명체들은 변이를 일으켰다. 특히 인간은 자아를 잃고 광폭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주 균류들, 아니 범람체라 부르는 이것들이 내뿜는 포자롤 광증 아포라 부르면 두려워한다.

 결국 인간은 이상하게도 범람체들이 침투하지 않는 지하(오히려 좋아할 법한 장소인데)에 몇몇 기지를 건설해 간신히 문명을 유지해나간다. 하지만 지하도 아니아. 환기구나, 통로 등 갖가지 경로로 범람체는 침투해왔고, 그 결과 지하기지는 몇몇 구역을 상실하곤 했다. 그리고 기계는 범람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광증아포에 침투되 광증을 보이는 이들을 실시간으로 체포하는 구금 기계가 돌아다니고 있다. 

 주인공은 태린이라는 여자아이다. 광증에 지나칠 정도로 강한 저항성을 보이는 태린의 꿈은 파견자이다. 파견자는 책 제목이기도 한데 이들이 하는 일은 그 위험한 지상으로 나아가 범람체를 채집하고, 인간의 영역을 늘리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일이 위험한 만큼 이들에게 높은 지위와 보수가 따랐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태린이 파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이제프 파로딘의 존재때문이다. 그녀는 제1의 파견자로 태린이 어릴 적 보살펴주고 지상에 대한 꿈을 심어준 소위 멘토 이기 때문이다.

 태린은 파견자 시험에 임한다. 하지만 이즈음 태린에게 이상증세게 나타나는데 난데 없이 무슨 소리가 뇌리에 울리는 것이었다. 태린은 시험 중 이 존재로 인해 패닉에 빠져 이론 시험을 망치고 만다. 하지만 태린은 뇌리의 존재에게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시작하며 그와 소통한다. 그리고 그를 이용해 가장 어려운 실전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한다. 하지만 태린은 자신이 솔이라 명명한 이 존재에 의해 실전시험에서 포집한 위험한 범람체를 지하도시 한복판에서 풀어버리는 범죄를 범하고 만다. 

 그로 인해 태린은 추방의 위기에 놓이나 이제프가 나서 태린은 파견자로 임명하고 가장 위험한 실전임무에 투입하는 조건으로 그를 구한다. 그렇게 태린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향하고 범람체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그를 다루는 과정으로 치닿는다. 

 작가가 내놓는 결말은 좀 재밌기도 하고 고민스럽다. 어쩌면 그런 선택이 개별자로 변해버린 인간을 치유할 유일한 방법같기도 하다. 무척 재밌는 소설로 두껍지만 높은 가독성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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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역사는 독특한 점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왕조의 수명이 유독 길다는 것이다. 신빙성이 부족하지만 고조선은 거의 2천년, 고구려, 백제 700년 정도, 신라는 900년, 발해 200년, 고려 500년, 조선 500년이다. 중국은 거의 대부분의 왕조가 200-300년 정도의 수명을 보인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무척이나 긴 편이다. 고작 200년이었던 발해의 수명이 상당히 의례적으로 느껴진다.

 가장 최근의 왕조는 역시 조선과 고려다. 둘 다 강역이 한반도 정도로 만주 지역을 상실한 왕조였고 역사도 500년 정도로 비슷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거의 조선에만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사극이나 영화, 책 등의 저작물은 고려가 아니라 조선이 주제다. 이유는 아무래도 두 가지 일 듯 하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훨씬 가까워 관심과 공감이 가고(조선은 가깝게는 100년에서 멀면 500년 전이지만 고려는 여기에 500년을 더 멀리 해야한다.), 조선왕조실록이나는 막강한 기록물 덕분에 창작물로 다루기 무척 편하기 때문이다. 

 역사에 관한 책을 조금 보았지만 고려 관련 저작물이 적어서 인지 나도 고려에 관해 본 책은 위 6권 정도가 전부다. 물론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공영방송에서 고려-거란 전쟁이 인기 속에 방영 중이기에 박시백의 고려사를 오늘 들춰보았다. 박시백은 조선왕조실록도 거의 10년 동안 그렸는데 기록이 풍부해서 1권 당 거의 왕 1명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고려사는 역시 기록이 부족해서 딱 5권으로 끝나는 듯 하다. 4권까지의 내용이 원갑섭기이니 아마도 5권이 마지막일 것이다.

 고려는 조선과 제법 다르다. 조선은 유교 국가였고, 유지기간 내내 중원이 안정되었기에 철저히 사대할 수 밖에 없었다. 신분제는 고려보다 발전했고 능력주의 국가였지만 지나친 유학에 대한 신봉이 자주성과 스스로의 발전, 국제관계에서의 뒤쳐짐을 낳았다. 특히, 근대 들어 해양세력의 대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중국에만 의지한 나머지 임진왜란을 겪고 급기야는 일본에 의해 망국하고 말았다. 

 고려는 불교국가다. 물론 이는 신앙과 기복의 측면이고 통치이념은 조선 만큼은 아니지만 유학에 의지했다. 유지 기간 내내 중국이 안정되지 못했기에 자주성은 조선보다 강했지만 강한 북방왕조에 의해 끊임없이 침략당했다. 그래서 고구려를 계승하겠다는 국시에 걸맞지 못하게 만주로의 진출을 커녕 내내 방어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골품제와 매달렸던 신라에 달리 과거제를 도입하여 신분제가 진일보 하였다.

 박시백의 고려왕조 실록은 역시 태조부터 시작한다. 태조 왕건은 뛰어난 능력으로 통일을 이뤄낸다. 견훤은 강대한 적이었는데 태조는 구 신라 세력과 호족 세력에 유화책을 견훤은 강경책을 펼쳤다. 이것이 차이가 되어 태조에겐 여러 세력이 귀순해왔고, 견훤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견훤은 후계구도에 실패하고 큰 아들 신검의 쿠데타로 실각하며 통일이 이뤄진다 견훤이 후계를 제대로 세우거나 집안 단속 잘하기, 혹은 신라 세력에 유화책을 썼다면 통일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태조의 이런 유화책은 통일엔 성공적이었지만 고려 초기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태조는 호족의 기득권을 모두 보장하고, 왕씨성을 남발했으며, 많은 호족 딸을 부인으로 삼는다. 그렇다보니 2대 임금 혜종, 3대 정종이 정치적 격랑에 휘말려 빠르게 승하한다. 아마도 암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4대 광종이 강한 힘으로 노비안검법등을 시행하고 호족 세력을 숙청하기 시작하자 안정을 찾는다. 고려 초기엔 중국의 정세가 흔들려 많은 중국, 발해, 여진, 거란 귀화인이 고려로 들어온다. 고려는 이들은 잘 받아들여 국력을 강화한다. 

 고려는 성종대에 이르러 상당히 안정된다. 하지만 거란이 침공한다. 이들은 북방을 평정하고, 송을 치려했는데 그려려면 후방의 고려를 평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고려 조정은 거란에 적대적이었고 쉽게 호응하지 않았다. 이에 3차례에 걸친 침입이 이뤄지나 고려의 군사력은 막강했다. 거란은 진군할 때 마다 고려의 여러 성을 점령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진군해도 후방이 불안했고, 늘 늘 이로 인해 급습을 받거나 격퇴되었다. 3차침입에선 강감찬에 의해 귀주에서 10여만이 섬멸된다. 이 사건 이후 거란과 고려의 관계는 안정된다. 고려는 거란의 연호를 써주며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었고 거란 역시 고려의 매운 맛을 본 후 더이상 침공하지 않는다

 이후 준동한 것은 여진이었다. 윤관과 척준경을 필두로 이들을 어렵사리 제압하고 동북 9성을 쌓지만 워낙 성간 거리가 멀고 변방이라 관리가 어려웠다. 여기에 거란 전쟁으로 국력이 크게 소모된 상태였다. 결국 여진의 요청에 고려조정은 9성을 내준다. 20만 대군이 수년에 걸쳐 어렵게 얻어낸 땅이었다. 여진은 이후 거란을 멸하고 금을 세운다. 하지만 금은 요처럼 고려에 고압적이었으나 침공하지 않았다. 고려의 강성함, 그리고 여진황제의 조상이 고려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따른다. 하여튼 고려는 거의 100여년간 모처럼의 평화를 누린다

 하지만 평화는 내부에서 깨어진다. 어리석은 임금 의종이 즉위하는데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방탕했다. 고려판 연산군이랄까. 그는 재위 20년이 넘어 무신 정변에 의해 실각한다. 이후 고려는 난장판이 되는데 정중부, 경대승, 이의방, 이의민 등 집권자가 계속해서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이 난장판은 최충헌이 최씨무신정권 시대를 열며 안정된다. 최충헌은 정치적 감각이 있어 정국을 안정시키고 자신의 입맛대로 정부제체를 조직하고 세대를 넘어서는 장기집권 시대를 열게 된다.

 최충헌의 아들 최우, 그리고 최항, 최의까지의 시대다. 그리고 이 최씨 집권 시기에 원이 일어선다. 초기 고려는 원, 거란과 협력하여 금의 잔당을 토벌하는 등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원은 고려에 슬슬 무리한 요구를 시작한다. 이에 원 사신 저고여가 살해당하고 이를 빌미로 고려를 침공한다. 고려는 최씨무신정권으로 인해 상당히 국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여기에 원은 사상 최강의 군대로 고려는 전역이 초토화된다. 고려 조정은 사신을 달래어 몇 차례 원의 군대를 물리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최우에 의해 강화도로 천도한다. 최우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원에 반드시 저항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최우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고 육지를 버리면서 백성들은 생지옥에 빠지게 된다.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식량이 부족했고 고려의 전술은 청야전술로 삶의 터전도 버려야 했다. 각지에서 살육 약탈이 일어났고, 원으로 끌려간 고려 백성만 수십만이었다. 이 기간은 거의 40년에 달하는데 어쩌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피해는 이 때에 비하면 오히려 약했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최씨 정권이 최의 때에 끝나면서 강화가 이뤄진다. 고려 원종은 이후 황제가 되는 쿠빌라이이 잘 항복하면서 그의 관심을 산다. 그래서 고려는 작은 나라임에도 오래 버텼고 무엇보다도 항복을 잘 했기에 국력에 비해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 쿠빌라이는 원종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었지만 남송과 일본의 점령에 집착한다. 남송은 정복하지만 일본 원정은 태풍에 의해 계속 실패한다. 고려는 배를 만들고 병사를 보내는등 시달리자만 쿠빌라이가 죽고나서는 이 문제가 끝난다.

 고려는 제법 대접을 받았지만 원의 제후국으로 상당한 간섭을 받았다. 이전에 양계 지역이었던 곳들이 쌍성총관부와 동녕부로 원의 영토로 전락하고 삼별초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탐라도 빼앗긴다. 고려의 왕들은 원의 공주와 혼인하였고 어려서 원에서 자라나게 된다. 고려는 이전까지 중국의 왕조들에게 제후국을 칭하면서도 사실상 황제에 해당하는 정부조직과 칭호를 사용해왔는데 이게 모두 불가능해진다. 또한 왕은 원에 친히 입조하였고 원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왕이 교체되는 일도 많았다. 이러다보니 고려가 아닌 원에 충성하고 배신하는 자들이 많았다.

 원은 고려에 처녀를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환관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려는 이 때만 해도 조정에서 거세된 환관이 없었는데 원의 요구에 의해 환관과 처녀는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들 처녀와 환관이 원에서 처신이 좋았고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고려 여인들과 환관들이 원제국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차지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이에 고려에서는 딸과 자식을 환관으로 만들어 원으로 자발적으로 보내는 일도 성행하게 된다. 

 책의 4권까지의 내용은 원간섭기 까지다. 이후 원이 무너지며 공민왕이 들어서고 고려의 마지막 개혁이 실패하며 조선으로 넘어가는 내용이 5권의 내용이 될 듯하다. 아무래도 조선왕조실록의 1권과 상당히 겹치게 될 듯한데 고려의 입장에서 망국을 자세히 서술하면서 차별성을 두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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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보호자의 돌봄 아래서 시작한다. 이 때 보호자인 부모는 내가 무한한 돌봄과 보호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자식에게 무척이나 절대적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그런 부모의 그늘은 정신적으로도 깊게 남아서 거의 평생을 간다. 그래서 사람은 다 늙은이가 되어서도 죽는 순간 부모를 찾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부모가 언젠가는 돌아가시리라는 걸 염두에 둔다. 하지만 이는 다소 막연한 생각에 불과해서, 막상 상황이 닥치면 모든 것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실제로 오래도록 부모의 절대적 돌봄을 받다가 갑작스레 거꾸로 돌봄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자식들은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부모에 대한 돌봄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돌봄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는 자식이 정상적으로 태어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자식이 장애인으로 태어나거나 장애인이 되어 더욱 많은 돌봄을 요구하는 상태가 되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책' 다시 만날 때까지'와 '내 인생의 무지갯 빛 스승', '자폐 아빠와 아들의 작은 승리'는 장애인 자식을 만나 자식의 인생을 산산히 갉아넣어가며 버티고 또 버티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자신의 생애를 거의 포기하면서도 자식을 놓치 못하고, 그리고 그러면서 자식과 더불어 자신의 매우 어려운 새 인생을 그려나간다. 

 돌봄 문제는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한국사회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가장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할 것이 분명하다.(여기에 한국은 그 적은 출산률 속에서도 상당한 비중으로 선천적 장애아들이 태어나고 있다.) 책 '일하는 딸들'에서는 이런 부모 돌봄 문제에 관한 책이다. 책에는 세계 최고 선진국이지만 복지에서만큼은 소홀한 미국답게 저자 자신이 돌봄을 직접 해결하고 고민해야할 여러 문제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소회가 담겨 있다. 

 미국도 고령화가 심각하긴 매한가지다. 인구 3억 4천만 미국 인구중 매일 1만의 미국이 65세가 된다. 2050년이면 이 고령층이 지금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현재 170만명인 돌봄 제공자는 2030년엔는 무려 570만에서 66만에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 수행하는 재가 돌봄 서비스는 대부분 건강보험이나 저소득층 의료 보호예산으로 제공되는데 두 곳 모두 벌써 재정압박상태라 향후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고령하가 덜한 미국이 이럴진데 노인인구만 급격히 늘어날 한국은 어떨지 상상이 어렵다. 

 결국 이런 국가재정과 사회안전망의 빈큼은 가족의 무보수 노동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에서 무보수로 노인이나 18세 이상 장애인을 돌보는 미국인은 무려 4400만 이상이다. 이들은 대개 여성이고 40대 후반이다. 최근 남성 가족 돌봄 제공자도 늘고 있지만 아직 여성에 비하면 적다. 돌봄 제공자의 역할은 평균 4.6년이다. 그리고 이들이 돌봄에 투여하는 시간 주당 평균 24.4시간이다. 이 무보수 돌봄 노동자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돌봄에는 의료, 법률, 금융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돌봐야 하니 당연히 의료상식이 요구되고, 부모가 온정신이 아니거나 거동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법률적 대리와 금융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도움을 주는 곳은 공식적으로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돌봄 제공자들은 22%가 이로 인해 건강의 악화를 느끼게 된다. 

 이런 과도한 돌봄 업무로 돌봄 제공자의 70%는 자신의 직장 업무를 조정하게 된다. 그들은 부담이 적은 업무를 택하고 무급휴직을 하며, 조기 퇴직하기도 한다. 그런데 돌봄 노동자의 상당수가 4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40대는 인생 그 어느 순간보다도 가장 돈을 많이 필요로 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런 일의 감축으로 인해 이들은 많은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소득이 줄고 각종 직장 보험혜택도 줄기 때문이다. 

 돌봄은 끝을 알 수 있는 것와 아닌 것이 있다. 끝을 알 수 있는 돌봄은 노령화한 부모가 암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수년 내에 죽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이며, 끝을 알 수 없는 돌봄은 자신보다도 어린 장애자식 돌봄이나 부모인 경우, 노화, 뇌졸중, 치매 등으로 인한 경우로 스스로 아무것도 할수 없어 돌봄이 필요하지만 당장 돌아가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다. 양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전자는 그래도 힘들지만 끝이 보이기에 버텨내게 되지만 후자는 정말로 언제까지 내가 이일을 해야하는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년기 가족을 돌보는 평균기간은 4년이지만 무려 15%가 10년 이상 이일을 수행하게 된다. 

 이런 어려운 돌봄을 해결하려면 사회적 노력과 개인적 노력 양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은 무급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몇 안되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이 가치를 인정하려 노력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족 돌봄 노동자는 무급으로 연간 무려 370억 시간을 사용한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도 무려 4700억달러의 비용이다. 그리고 미국의 기업은 기업에서 일하는 개인의 연간 돌봄 제공으로 생산성 손실이 무려 171억에서 336억 달러에 이른다. 때문에 현명한 기업 관리자라면 돌봄 제공 직원을 지원하여 이들이 생산성 손실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책에는 사회적 지원이 워낙 미비해서 그런지 개인적 방책을 강조한다. 개인이 돌봄에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 사회가 돌봄을 강하게 요구하고 그것에 대해서 이타적 이미지 심지어 축복이라 칭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압박과 기대에 개인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려 하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다. 그 개인은 자신의 삶은 살아가는 사람이고 부모이자, 직장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고, 여기에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래서 저자는 돌봄 노동자는 자신의 삶과 돌봄 사이에 정확한 경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다음의 4가지 질문을 강조한다.

 1.우선 부모님에 대해 내가 아는 어떤 정보가 의사 결정에 유용한가. 

 2.부모님이 살아온 방식을 바탕으로 볼 때 갖아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3.부모님께 최선이라 판단되는 것은 무엇인가?

 4.돌봄제공자로서 내게 최선이라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부모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신호를 늦게 볼 수록 사태는 악화하고 돌봄의 강도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미개봉상태로 쌓은 우편물들, 잦은 부모의 넘어짐, 식사 생활의 변화(갑작스레 요리를 하지 않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 냉장고에 있거나 냉장고거 텅비어 있음), 기억력의 감퇴, 정돈이 안된 상태, 운전 능력의 저하다. 이는 부모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 능력, 인지적 능력이 감퇴되었음을 보이는 징후다. 

 저자는 더불어 돌봄 노동자이자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장전을 제시한다. 

 당신은 당신의 삶의 권리가 있다.

 당신은 경계를 설정한 권리가 있다.

 당신은 생활비를 벌 권리가 있다.

 당신은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당신은 건강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

 당신은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로 지닐 권리가 있다.


 한국은 저출산에 급격히 고령화하고 있다. 수십년 내로 65세 이상 인구는 넘쳐나고 이를 돌볼 가족 돌봄 노동자마저도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노인 빈곤률이 세계 최고이고 국민 연금등의 사회 안전망도 형편없다. 이런 상황에 평균 수명은 세계 5위 안에 든다. 적은 가족 돌봄 노동자가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부모의 부양에 뛰어들게 될 가능성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것이다.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이를 개인에게 맡기지만 말고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놔야 할 것이다. 부모 돌봄에 매달리게 될 젊은이가 출산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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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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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외 팽창은 3번 있었다. 첫 번째는 1592년 임진왜란, 두 번째는 대륙침략과 태평양 전쟁, 세 번째는 2012년의 팽창으로 인도 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다. 이 세 번째는 현재 진행형이며 미국의 중국 견제와 합류하여 세계적 흐름을 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시들한 일본엠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온다'라는 책 제목이 걸린 것은 바로 이 흐름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 한국이 보기에 소위 넘사벽 강국이었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추월해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이 타이틀을 2010년 중국에 넘겨주기 전까지 무려 40여년을 갖고 있었다. 일본은 오일쇼크 이후 미국 경제가 주춤한 사이 에너지 절약형 제품과 가볍고 작고 얇고 짧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1980년이 되자 심지어 1인당 국민소득에서도 미국을 추월했다. 1989년 세계 20대 기업에서 일본 기업은 무려 14개일 정도였으며 이 증대된 부로 미국의 핵심자산을 대거 구입하기도 했다. 

 이랬던 일본은 이후 30년간 장기침체에 빠져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된다. 4번의 충격이 있었다. 우선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달러당 240엔이던 환율은 120엔으로 초강세전환하게 된 합의다. 대미수출이 큰 타격을 입자 일본 정부는 기준금리를 내리고 내수를 진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런 고환율에도 호조를 보이자 국내에 엄청난 통화가 돌게 되었다. 이에 부동산과 주가가 폭등했는데 버블이 일어나 붕괴하게 된다. 이때 자산들은 1/3에서 1/4까지 떨어졌는데 투자한 개인과 기업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다음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다. 버블 붕괴 후 근근히 버티던 일본 경제는 이로 인해 완전불황에 빠지게 된다. 한계 기업이 도산하고,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도 부실화했다. 경제와 금융이 엮인 복합 불황으로 실업률이 5%에 달했다. 이를 제 1취업 빙하기라 한다. 15-64세의 생산인구도 처음으로 줄기시작했고 본격적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지게 된다. 수요가 약해지니 기업은 가격을 내렸고, 가격이 내려가니 소비자는 더 내려갈 기대감으로 구매를 미룬다. 고이즈미 총리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공공부문 민영화로 고용을 유연화하여 위기를 탈출하려 하였고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일본사회에 처음으로 양극화란 멍애를 낳게 된다.

 세 번째는 2008금융위기다. 일본은 크게 충격을 받아 2009년 -5.4%성장하고 실업률도 무려 5.5%달한다. 제2취업 빙하기였다. 엔화강세도 겹쳐 수출도 부진했다. 이 충격으로 2009년 처음으로 정권이 야권으로 교체되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환경, 의료, 복지를 중시했다. 내수는 회복되었지만 수출기업이 부진해 비판받았고, 결정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붕괴한다. 2012년 다시 집권한 아베는 3개의 화살 정책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이는 과감한 금융완화, 적는 재정, 감세와 규제 완화다. 이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이 상승했고,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실업률이 내려갔다. 

 네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일본 재흥의 상징으로 여겨 여기에 너무 집착한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대비가 너무 소홀했고 이전 아시아를 덮친 감염병의 여파도 적었었기에 대응 메뉴얼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 병이 퍼지자 외국인의 방일을 전면 금지하고 가게 영업을 제한했으나 2020년 무려 -7.8%역성장을 하게 된다. 

 일본의 이 네 쇼크는 결국 30년간 겨우 0.8%성장이라는 제자리 걸음으로 귀결되었다. 세계 주요선진국들은 성장한계에 도달하면 대개 연간 2% 정도의 성장을 이론상 하게되고 실제로 그러했는데 일본은 상당히 예외적 저성장 국면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이 이렇게 대처를 못한데 대해선 우선 대미굴종의 자세가 꼽힌다. 사실 플라자 합의는 일본 입장에서 상당한 주권침해였지만 일본 지도층은 의외로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 2차대전 이후 형성된 일본 지도층의 대미굴종 자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전쟁당시 미축귀영이란 용어로 미국에 대한 증오감을 국민에 심었지만 패전과 동시에 친미주의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우산하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켰기에 이런 태도가 만성화하였다. 또한 이들은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기 기득권이 영원히 유지된다.

 또 다른 원인은 무책임의 구조다. 일본 정치권은 진정한 책임을 지기 보다는 여론이 악화하면 수상자리를 놓고 자신을 지지하는 다른 이를 내세워 막후 정치를 펼친다. 이런 식이다보니 일본의 불황기에 수상교체기는 무척이나 빠른 편이다. 

 한국은 전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뤄내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은 그 과정에서 1950년의 농지개혁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초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얻어낸 일본의 자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트남 전 참전으로 미국에서 얻어낸 돈의 역할이 상당한 작용을 했다.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이것이 큰 작용을 했다. 한국 기업은 항상 좁은 내수 시장으로 힌해 해외시장진출과 영업, 해외 시장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다. 그리고 한국은 자국 내에서도 경쟁사를 강하게 인식하고 경쟁하며, 단기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한국은 매출 점유율 확대를 늘 추구하며 가격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한국은 또한 트랜드를 중시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이런 전략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래서 한국기업의 황제경영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경영자가 전권을 휘두르기에 빠르고 신속한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내수시장에 관심이 많고 장인정신을 중시하며, 종업원 경영체제다. 그러니 내수시장에 관심이 많고, 서로 간 협조지향적이며 안정적이고 장기적 전략을 선호한다. 그리고 인재육성을 중시하고 기술과 품질 경쟁을 한다. 이는 경제가 안정적이고 기술혁신도 크게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선 강점이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시기를 놓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서 일본이 실패한 이유다. 

 일본에게 2010년은 치욕의 한 해다. 세계 2위를 중국에 내준데 이어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의 충돌로 인한 외교 전쟁에서 희토류 등의 압박으로 인해 중국에 사실상 굴복하게 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2년 한국에선 이명박이 갑작스레 독도에 방문하게 된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 당한 이 충격으로 강한 반중 반한 정서가 생겨난다. 일본정치권은 이를 적극이용했고 이로 이냏 아베가 다시 집권하게 된다. 

 중국을 강하게 의식한 일본은 아베가 쿼드와 인도 태평양전략을 구사하여 중국을 봉쇄하려 했고 미국의 트럼프가 이후 이것에 호응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바이든 정권도 힘을 싣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 정권이 여기에 너무 쉽게 호응한 것이 문제다. 

 미중패권 전쟁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첫째는 디커플링 전략으로 양자가 직접 맞붙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10년간 GDP가 3% 중국은 4%가 감소하게 된다. 다른 전략은 우회적 대결로 미국과 서방자유진영이 연합해 중과 대결하는 구도다. 이 경우 미국은 1%감소하는 한편 중국은 무려 8%역성장을 하게 된다. 한국은 둘다 좋지 못하며 5%정도 역성장을 하게 된다. 유럽연합은 3% 일본은 2%역성장인데 비해 한국은 유독 타격이 크다. 이는 우리가 내수가 작은 통상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쉽게 블록화되지 않고 꾸준히 대결구도에서도 중과 교역하면 오히려 1%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호한 전략적 입지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중과 미일사이에서 모호한 위치를 고수하면서도 다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인도와 아세안 시장이다. 양자모두 연간 5-6%의 고도 성장 지역이다. 특히, 아세안은 건설업도 활발하고 한류가 활발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다. 한국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으로 이런 것을 추구하려 했으나 역시 보수정권이 폐기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나도 쉽게 얻은 것도 없이 미국, 특히 일본이 원하는 구도에 한국이 편입된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표한다. 사실 역사상 한국은 일본의 진출에 대해 희생자의 입장이었고 한번도 동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3번째 흐름에 얻는 것도 없이 너무나도 쉽게 동조한 것이다. 그 결과는 대규모 무역적자다. 뉴스에 의하면 30년래 최대의 무역적자가 올해 거의 확실시 된다고 한다. 외교가 경제이고 안보가 되는 지금 시점에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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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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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 이후 유럽 세력을 필두로 반지름 6400km나 되는 이 광활한 행성은 인간의 발자취로 뒤덮였다. 그들은 사람이 가보지 못한 지역은 남겨두지 않으려 했다. 현대에 이르러 지구에 대한 탐험은 사실상 끝난 듯 하며 이제 남은 것은 우주로의 진출 뿐인 듯 하다. 하지만 지구상엔 아직 인간이 가보지 못한 광활한 지역이 남아 있는데 바로 심해지역이다. 아직 인간이 진출하지 못한 이 지역의 영역은 인간이 가본 지역보다 훨씬 더 광대하다. 여기는 탐험이 매우 어려운데 햇빛이 들지 않고, 기온이 낮은데다가 내려갈수록 수압이 엄청나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가 우주보다 더 위험하다 생각하는데 우주에선 우주복과 바깥 사이가 고작 1기압 차이지만, 심해에선 수백, 혹은 수천 기압의 압력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틈만으로도 바깥의 물은 엄청난 압력으로 침투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찢어 놓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심해와 그 중층수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해양생물학자로 수백번은 잠수정과 잠수복에 몸을 싣고 이 생물들을 관찰해왔다. 매우 중요한 첫 발견도 저자가 해냈는데 팰리컨 장어나 대왕오징어에 대한 것들이 그런 듯 하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중층수와 심해생물을 발광을 한다. 발광은 진화사에서 무려 50회나 독립적으로 진화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만큼 생존에 꼭 필요한 형질이란 뜻이다. 

 중층수에 사는 생물이 발광하는 이유는 이 곳에 마땅한 은신처가 없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망망대해다. 연안이라면 해초도 있고, 가까운 해저도 있고, 산호도 있어 은신하기 충분하나 물밖에 없는 이곳은 360도로 뚫려 있다. 하지만 바다는 빛을 잘 투과시키지도 않고 산란시킨다. 그래서 반드시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곳이 존재하는데 이를 어둠의 가장자리라 한다. 지구가 자전을 하기에 이 어둠의 가장자리는 위치가 변화한다. 한 낮엔 바다 깊이 이동하지만 밤이 되면 표층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지구상 가장 거대한 생물군 이동이 하루에 일어나게 된다. 해양 중층수 생물들은 낮엔 어두운 중층수에 머무르다 밤이 되면 표층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로 사냥을 한다. 

 생물발광은 다양한 색을 띠지만 육지에서 떨어진 외해로 갈수록 압도적으로 푸른색을 띤다. 이는 물속에서 다른 색은 거의 흡수되고 푸른색만이 압도적으로 가장 멀리까지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해와 중층수에 사는 생물들은 대개 적색은 띤다. 적색이 청색광을 흡수해버려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빛이 대개 청색광이기에 이 지역의 해양생물들의 눈은 거의 청색광만을 포착한다. 간혹, 적색광도 보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먹이 포착을 위해서다. 

 중층수의 생물들은 위장을 위해 몸도 변화시켰다. 이들은 매일 중층수와 표층수를 오가느라 많은 이동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렇기에 발광 외에도 에너지가 들지 않는 다른 위장술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신체 외형의 변화다. 대부분의 어류는 은색의 비늘을 갖고 매우 가는 몸체를 갖고 있다. 비늘이 은색이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빛을 받아 위쪽의 빛과 흡사하게 빛을 반사하게 된다. 때문에 포식자는 이를 잘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어류는 대개 등이 어둡다. 그러면 포식자가 보기에 아래로 갈수록 빛이 약해져 어둡기에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를 역그늘 효과라고 한다. 또한 어류는 체형이 얇다. 어류는 배부분이 밝은 편으로 노출이 되는데 이를 최대한 줄여 안보이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돛새치나 청새치, 청다랑어, 청새리상어등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 어류들 만이 둥근 몸체를 갖는 것이 허락된다. 이들은 포식자이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만큼 빠르기에 몸이 얇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발광을 하면 몸이 흡수하는 빛을 대체하여 사실상 역조명 역할을 하게 도니다. 완벽한 위장을 위해서는 생물발광이 방출하는 파장이 그들 위의 빛의 파장과 일치해야 한다. 때문에 발광 생물은 눈이나 다른 기관으로 빛의 변화를 실시간 감지해 발광 정도를 세밀하게 조정한다. 빛의 색상과 각도도 일치해야 하므로 발광색은 언급한 것처럼 당연히 푸른색이고 렌즈, 오목거울, 광섬유등을 사용하여 각도를 맞춰나간다. 

 중층수 생물과는 다르게 심해생물을 발광을 다르게 이용한다. 여기엔 아예 거의 빛이 없기에 발광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포식자가 다가오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발광하여 포식자를 일시적 실명상태로 만들어 도주하거나, 빛이 나는 물질을 뿜어내고 다른 데로 이동하여 포식자를 기만한다. 

 발광은 이처럼 위장 기능 외에도 짝짓기 용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랜턴상어와 바이퍼 상어는 둘다 배쪽에 발광기관이 있는데 랜턴상어는 측면에도 빛표식이 있지만 바이퍼 상어는 그렇지 않다. 랜턴상어의 측면 발광은 짝짓기 용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다양한 종분화를 일으켜 랜턴 상어는 무려 37종인데 반해 바이퍼는 겨우 1종에 불과하다. 짝을 유인하는 발광은 치명적으로 포식자도 유인하기에 짝짓기에 발광을 사용하는 심해 생물들은 빛구름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여 빛과 자신의 몸을 분리시켜 포식자를 피하며 짝짓기에 성공한다. 

 눈의 크기는 빛과 관련이 깊다. 눈이 커지면 작은 빛도 잘 감지하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해양에선 수심이 깊어질 수록 생물체가 눈이 커지고 몸은 작아지는 경향을 띤다. 빛이 줄어들고 먹이가 줄어 몸을 크게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중층수로 가면 다시 눈이 작아지게 된다. 이는 은신을 위해 중층수 생물들이 대개 발광하여 빛을 내기에 눈이 굳이 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해로 가면 발광생물이 다시 크게 줄기에 다시 눈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중층수 생물은 75%가 발광하는데 비해 심해생물은 1-2%만 발광한다. 

 그리고 중층수와 심해는 발광색이 다르다. 중층수는 언급한 것처럼 파란색을 발광하지만 심해는 녹색광을 발광한다. 이는 해저 가까이 부유하는 퇴적물이 청색보다는 녹색광을 잘 투과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바다에선 세균들도 발광을 한다. 큰 발광 생물은 섬광을 발하는데 비해 세균 발광은 빛을 지속적으로 분출하기에 차이가 난다. 이것은 세균의 발광에 관여하는 화학반응이 호흡과 관련한 화학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생물은 자체 발광 기관이 아닌 세균을 통해 발광을 한다. 아귀나 손전등고기가 그러한데 이들은 발광 세균을 몸의 특정 기관에 가두고 이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발광한다. 즉, 발광 때는 산소를 공급하고 아닐때는 차단하는 식이다. 이들은 공생관계로 발광 세균은 빛을 제공하는 대신, 보금자리와 영양분을 얻게 도니다. 

 발광 세균은 공생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발광하기도 한다. 이는 진화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발광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기에 충분한 적응도가 있어야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외선이 요인이 된다. 자외선은 세균의 DNA를 파괴하는데 발광세균은 손상도니 유전자를 복구하는 포톨리아제라는 광분해 효소를 갖고 있다. 이는 발광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세균도 포식 작용을 하기에 발광을 하면 먹이를 찾느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세균은 분변에 모여 발광을 한다. 심해 생물이나 중층수 생물은 표층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이 중요한 먹이가 된다. 발광 세균은 이 분변에 모이는데 발광을 하여 분변을 눈에 띄게 하여 포식자의 내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은 포식자의 내장에서 살아남아 더 영양분이 많은 환경에서 번성하게 된다. 또한 이들의 발광에는 정족수 감지 기능이 있다. 세균 하나하나의 발광은 대단치 않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따라서 어느정도 규모가 되어야만 발광이 의미가 있는데 이를 위해 세균들은 특정 분자를 방출하고 이것이 어느정도 임계점에 이르러야 같이 발광을 한다. 

 책에는 저자가 다양한 해저 탐험을 통해 훔볼트 오징어나 대왕오징어, 팰리컨 뱀장어, 갈치 등 무수히 많은 해양생물을 만나며 경외감을 갖게 되고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며 위기에 처하게 되는 순간도 나타난다. 하나하나 재밌는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어릴 적 매우 개구장이 였던 것 같은데 그로 인해 허리가 부러진 채로 자라나로 그 증상이 어른이 되어서야 나타나 죽을 고비에 처하기도 한다. 책 제목처럼 우린 심해와 바다 중층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일으키는 온난화는 알려진 생물 외에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생물들도 절멸시키고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탄소가스의 흡수, 남획으로 해양 생태계는 어류보다는 해파리류가 번성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머잖아 해파리 냉채만 먹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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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닷슈 2023-12-05 21: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연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06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로벌 워밍의 시대를 지나
이제 글로벌 보일링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당대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별의 환경을 위해 미약하나
마 관심과 신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닷슈 2023-12-07 16: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 문제 해결 못하면 다음세대는 수영과 부가 모두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