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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Z세대 혹은 포스트 밀레니얼은 글자처럼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칭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등장한 1995년 이후 출생하여 이전 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이전의 세상, 즉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책 Z세대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세대를 연구한 책이다. 디지털 플랫폼와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이 사용한 언어와 심층면접으로 연구를 구성하였는데 그래서 좀 더 흥미롭다. 물론 영미권 연구이기에 한국의 Z와는 또 다른 측면도 많다.
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을 말할 때 새로운 어휘를 사용한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개인의 행복과 자기돌봄을 중시한다. 또한 탈위계적이면서도 협력적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이들의 경험은 상당히 역설적이고 모순적인데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디지털 도구의 등장으로 발언권(유튜브, 밈, 틱톡 등의 SNS)의 수단이 많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선 자신의 힘이 위축되었다고 느낀다는 점이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세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해결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나 윗세대에게서 물려받은 문제들, 그러니까 기후위기, 폭력, 젠더문제, 인종차별, 정치체제의 실패와 부유해질 가능성의 낮아짐에 대해서는 심히 비관적이다.
Z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들은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원치 않는 압박과 요구에 그 선명한 정체성을 이용해 자신을 규정한다. 이들은 개인의 정체성, 목적의식, 그리고 공동체 또는 그것을 지지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공동체에 소속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목소리와 권력이 고르게 배분되는 수평적 리더쉽을 지향하고 확고한 가치관을 갖는다.
먼저 정체성을 살펴보다. 디지털 시대에 정체성은 개인의 여러 특성이 복잡 다단하게 얽힌 혼합물이자 신중한 탐색의 결과물이 된다. Z세대에게 정체성이란 거대한 사회집단 내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개인적으로 형성해야 할 사회적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하고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되며 유연하고 심지어 교차적이다. 또한 형성과정에서 인터넷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정체성이 매우 복잡하고 유연하며 교차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것이 성정체성이다. Z세대의 성정체성은 매우 다양하다. 논바이어리(남성, 여성 정체화 거부), 시스젠더(태어난 성과 일치하는 성정체성), 트랜스(남성, 여성 어디도 아니며 심지어 논바이어리도 아님), 젠더 비순응자(젠더의 표현과 정체성이 남성, 여성, 양성을 오감), 젠더 플루이드(남성, 여성쪽으로 확실한 정체화가 아님, 양자를 오감), 젠더 퀴어(사회적 범주로서의 젠더를 부정)가 그런 것들이다. 물론 이것도 범주화 한 것이며 이것조차 오가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양상은 더 복잡다단하다. Z세대의 정체성 중 성이 유독 복잡한 것은 민족, 인종개념 등은 거의 주어지고 스스로 탐험할 여지가 적은 반면 성정체성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종과 민족 정체성의 이면과 다문화주의, 인종 간 관계,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려는 욕구가 고도화하면서 이조차도 점점 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Z세대의 대부분은 종교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것을 정체성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유산, 문화나 민족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탐험할 만한 가지 정도는 있다고 본다. Z세대는 이처럼 남들과는 달리 매우 세분하여 자신의 정의하는 미립자 정체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며 이 정체성은 남에게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디지털 도구들이 개인의 어떤 삶은 디지털 플랫폼에 공개할지 신중하게 선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디지털 기술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은 도전 받기도 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에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되고 진정성을 요구 받기에 이를 지켜나가고 실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실제 정체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다른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정체성이 다른 경우 양자의 경계선이 흐려져 진정성이 도전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Z세대 두 번째 특성은 조립식 소속감이다. Z세대는 안정성과 사회적 정착을 원하면서도 한 집단에 모든 정체성을 투사하거나 평생 한 집단에 메이지 않는다. 인터넷은 정체성의 경우처럼 자신이 속할 수 있는 집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준다. 심지어 없다면 자신이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모든 SNS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거품방울 아래로 고유한 하위문화와 언어를 생성하여 여러 유형의 조립식 소속감을 갖는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낸다.
Z세대는 조립식 소속감을 실천하며 새로운 사회 실험을 시작한다. 저마다 고유한 조합으로 구성되고 복수의 커뮤니티에 소속됨으로써 표출되는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각자에게 다층적인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이들의 소속감은 본질적으로 유연하며 비공식적이고 담화적이다.
Z세대의 마지막 특성은 위계의 거부와 평등성이다. Z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기성세대, 전문가들과 교훈적 진리, 그 밖에 전통적 형태의 위계적 권위를 경계하고 불신한다. 위선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며 진정성에 집착하는 이 세대는 종교처럼 물려받은 가치와 관행의 상당수를 거부하거나 변형하여 수용한다. 그래서 전통적 제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옅다. Z세대는 과거 제도에 의존하여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으며 그래서 자급자족, 자기의존, 자기의지를 선호한다.
Z세대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룹을 위해서 기꺼이 책임지려는 수평적이고 헌신적인 리더를 선호한다. 그들에게 리더는 더 잘난 사람이 아니라 남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며 리더십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시보다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들은 협업을 매우 중시하는데 기존 세대는 위계 구조에서 시키는 대로 해왔기에 모든 것을 협업하려는 이들의 등장이 모든 사회조직에서 당황스럽다. 협업과 가벼운 리더쉽을 선호하는 경향을 이 세대의 지향성과 가치, 특히 개인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공정에 대한 열망과 관련이 깊다. 협업을 지향하면서도 개인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해주는 사회구조의 새로운 탄생이 어쩌면 Z세대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동료생산 방식이 새로운 사회 위계구조를 대체할 수 있을지 바라보고 있다.
Z세대는 이렇게 당차면서도 불안하고 의존적인 면도 있다. 우선 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세대의 이존한다.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부모 세대는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Z세대가 어려서 부터 프로젝트 관리자처럼 일상의 문제를 세심하게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에 의존해온 이 세대는 이런 문제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독립심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또한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정신건강문제가 좋지 않다. 수천수만가지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관계의 가능성이 무한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렵고 여기서도 소속되지 못하면 더욱 큰 고립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또한 이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포격, 갈등, 경제성장에 대한 불신, 정치불안정을 바라보며 자라났기에 정보 과부하와 스트레스성 뉴스에 시달렸다. 이들은 사회와 어른을 믿지 못하기에 이런 정서적인 문제해결은 자신(45%)과 또래집단(25%)에 상당히 의존한다.
이처럼 Z세대는 많은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중첩시켜 악화시킨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수평적 리더십과 협력, 민주시민성으로 이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대다. 하지만 의외로 취약한 면이 있으며 전통의 의지하지 않기에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쉽게 흔들리기 쉽다. 이런 이들은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고 사회에 잘 안착시켜주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이들은 향후 100년을 살아가며 기후위기 문제, 미중갈등, 경제위기, 민주주의 실패, 정치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