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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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나온 지 거의 10년 만에 그의 다음 책이 이번에 나왔다. 경제학 레시피가 제목인데 경제학을 요리법에 비유한 것 뿐만 아니라 정말로 여러 식자재의 역사와 그와 관련한 경제학 개념과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책이 펼쳐진다. 장하준 교수가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보니 한국 사람인데도 영어로 책이 발간되어 이번에도 번역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의 책임에도 외국인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맛이 있다. 

 그는 우선 경제학이 신고전주의 학파 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 과거처럼 우려를 표명한다. 1970년대만 해도 경제학에는 매우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으나 1980년대 들어 신고전주의 학파 일변도로 변했으며 그들은 과거 학파를 깡끄리 무시하거나 그들의 사상을 일부 흡수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하준이 보기에 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한 사태다. 

 왜냐하면 경제학은 인간의 정체성은 물론 사회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경제 사조는 정부의 세금, 복지 지출, 노동 시장 규제 정책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경제학 사조가 정의하는 인간 상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신고전주의 학파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는데 행동주의 학파는 보다 복합적으로 파악한다. 

 세계 경제는 현재 서부유럽과 극동아시아가, 북미대륙이 성공적으로 산업화하였고, 열대지역과 이슬람지역이 산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편견이 있는데 열대지역은 강한 태양에너지로 인해 먹을 것이 넘쳐 게으로고 이슬람 역시 전근대적 종교로 산업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다. 그리고 극동아시아는 근검, 절약, 강한 교육열을 가진 전통을 지녀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은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서 유럽을 압도했다. 법학과 수학, 과학이 발달했고 그 증거로 알코올, 알칼리, 알제브라, 알고리즘 등의 현대 용어가 이슬람에서 유래했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상인 출신이기에 그들은 상인계급을 우대하였고 계약법을 중시했다. 또한 이슬람은 아시아나 유럽과는 달리 계급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하나 같이 경제적 발달에 상당히 유리한 문화적 요소다. 열대지역도 마찬가지다. 열대지역은 게으르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 열대 지역 사람들의 근무 시간은 현재 선진 사회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은 노동간도와 기간 마저 긴데, 이는 늦은 생산성과 급여로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은 편견과는 달리 유럽인들의 초기 기록에 의하면 게으르고 시간 관념이 부족하며 자유분방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의 교육열인 높은 것은 유교적 전통이 아닌 토지개혁으로 인해 모두가 교육에 의한 신분상승이 가능해져서이고, 공학과 과학 계열의 선호는 그 분야에 군 혜택을 주거나 자금등의 혜택을 몰아주고, 국가 주도의 산업화로 해당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서이다. 또한 높은 저축률은 급속 성장으로 소비가 소득을 미쳐 따라잡지 못한 것과 국가가 담보대출과 소비자 금융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장식 학교 교육으로 근면성과 애국주의가 학습된 것도 요소다. 

 미국은 노예로 일어선 국가다. 미국은 노예의 노동력을 통해 목화와 담배를 재배했는데 산업화 이전 19세기 미국에 이는 주력 상품이었다. 미국은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선진화한 유럽의 기계와 기술을 수입하여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또한 노예는 자본의 수단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노예는 담보대출의 수단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의 산업자본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인근의 아이티에서 노예 혁명이 일어나 처음으로 해방국가가 되었다. 아이티의 사탕수수 지주들은 미국 루이지애나로 피신하였는데 이후 여기는 전 세계 사탕수수의 25%를 재배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편, 아이티에서 망신을 당한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루이지애나 주를 포함한 광대한 지역을 미국을 팔아 넘겨 미국은 순식간에 영토가 2배로 늘어났고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다른 지역마저 강제로 헐값에 구매하게 되며 지금의 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호밀은 튀르키예에서 유래한 것이다. 척박한 북쪽에서 잘 자라기에 북유럽 국가의 대표 식품이다. 러시아가 가장 많이 호밀을 소비하며 1인당 소비량이나 1위 수출국은 폴란드다. 하지만 호밀생산량 전 세계 1위는 독일이다. 독일은 비스마르크 시절 영국에 밀리는 자국 중공업과 미국에 밀리는 농업을 보호했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는 사실상 인류 최초로 복지국가를 수립한다. 1883년 공공의료보험, 1889년 공공연금제정이 그것이다. 복지국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대비해 시민 모두가 공동구매하는 사회보장 상품이다. 복지국가의 중요한 점은 그 국가의 시민이 모두가 동일한 보험 패키지를 대량구매하여 싸게 얻는 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수준이 낮은 미국 시민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유럽 국가의 시민에 비해 40에서 250%비싼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건강수준이 낮아 평균수명이 낮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적 역동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개인들의 불안을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럽의 대항해시대에는 유한책임회사가 최초로 등장한다. 그 전엔 무한책임회사가 보편적이었는데 그래서 대항해시대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의 항해는 성공하여 향신료를 싣고 오기만 하면 수십배의 이문을 남겼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금은 물론 보상으로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만큼만 책임지는 유한회사가 등장하였고 이는 향후 더 큰 자본이 필요한 중화학 공업으로도 이어져 현대 자본주의의 기틀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엔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제재의 완화로 주식을 매우 쉽게 처분할 수 있게 되면서 1960년대만 해도 5년에 달하던 주식 보유 기간인 지금은 1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주주친화적 경영을 위해 극도로 기업 이윤을 주주에게로 돌리게 되었다. 198년대 기업 이익의 50%정도가 주주에게 돌아갔다면 지금은 무려 95%에 달한다. 이는 기업의 유보이윤을 고갈시켜 장기투자능력을 상실하게 한다. 이는 경제 전체는 물론 국가의 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저자는 향후 주식 보유 기간을 길게 유도하기 위해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1주 1표에서 1주 2표로 해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주주권한을 제한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와 하청기업, 기업이 소재한 지역 지방정부의 관계자를 경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보며 장하준 교수가 이토록 요리와 여러 식자재에 박식하구나라는 생각과 이를 자신의 전공에 맞게 각국의 경제학 역사 및 개념과 연결시키는 부분이 재밌었다. 다양하고 유익한 상식이 많은 책이어서 경제학 외에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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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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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의 종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분명히 문학일 것이다. 소설이든 시든, 수필이든 문학은 가장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인공지능마저 문학을 창작할 미래에도 이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언젠가 인공지능도 자신이 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학을 보며 이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책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보면서 나한테 문학이란 뭔지, 내가 왜 문학을 보는지 생각해봤다. 난 책을 꾸준히 보는 편이지만 문학과 지식으로 책의 주제를 아주 거칠게 두 개로 나눈다면 단연 나의 관심사와 분야는 '지식' 책 쪽이다. 매년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읽은 책의 70-80%는 항상 지식 책이 차지한다. 분야는 과학과 교육, 사회, 지리, 경제, 역사, 예술, 철학 등의 순이지만 사실 분야는 잘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보려고 한다. 

 내가 지식 책을 편식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을 알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주로 영감을 얻는 분야는 우주와 진화, 지리를 다룬 책들인데 인간을 설명하는 근원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지식 책을 읽을수록 아쉬운 점은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처럼 영혼을 뒤흔들거나 머리를 도끼로 깨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식 책이 주는 효용은 상대적으로 분명한데 비해 문학은 개인적인 측면에선 아리송하다. 문학을 보면서 느낀 개인적 효용은 아무래도 재미였다. 책을 읽으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과 이야기, 그것을 둘러싼 세계관에 빠져들었고 간혹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는 경우도 있었다. 천명관의 '고래'나 '삼체', '7년의 밤' 같은 소설이 그랬다. 그리고 현실이나 과거의 세태를 비판하는 책들도 나름의 재미를 주었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도 그렇고 문학을 좋아하는 몇몇 분들은 아름다운 문장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사실 문학을 많이 보지 못한 지라 그런 느낌은 많이 받아 본적은 없다. 물론 대단히 멋진 표현이고 많은 것을 담아냈으며 날카롭게 인생사를 파악한다는 느낌의 문장은 더러 본적은 있지만 내가 그런 것들에게 아름답다란 느낌을 받으려면 개인적 노력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다.

 그래도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아름다운 문장이 제법 많았다. 문학을 보면서 이런 감수성과 생각을 할 수 있구나란 점에서 많이 배웠다. 볼만한 책들의 추천도 좋았다. 내가 본 것들은 조금 있었고 봤지만 보면서 저자 같은 관점과 생각은 미쳐 갖지 못했기에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나는 문학을 통해 내 안의 잃어버린 가능성과 만난다."라는 표현이 좋았다. 누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한 번쯤 가고 싶었던 길을 버린 적이 있다. 특히 어릴적에 그랬기에 더 가슴에 남는데 문학으로 그 가능성을 다시 지펴보는 것. 대리 만족이든 아니면 다시 불을 지펴주는 것이든 문학은 그런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문학 작품 속의 문제적 개인은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다라는 표현도 인상 싶었다. 나와 비슷한 문제적 개인을 책에서 만나면 왠지 너무 부끄럽고 피하고만 싶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런 개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그런 개인의 아픔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런 표현은 정말 정곡을 찌른단 생각이다. 

 "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도 누구에게든 상처를 입힐 것 같지 않는 사람조차도 끝없이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것의 생의 본질적 조건이다"라는 표현에선 반성을 하게 되었다. 제 아무리 자기 성찰 지능과 대인관계 지능이 높아도 개인은 타인이 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문학은 그런 다양한 개인과 상황을 접해서 그런 상상력을 넓혀준다. 그렇게 개인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내가 주는 상처를 줄이고 받는 상처에 대한 내성을 문학을 키워주지 않을 까 싶다. 

 이 책은 소개한 표현 외에도 좋은 문장과 소개하는 괜찮은 문학 작품이 있다. 책에 나온 표현을 곱씹어 보며 관련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겉 같다. 나는 '소유의 문법'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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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삶의 본질적 목적은 유전자 운반이라는 매우 기능적인 것이다. 유전자 운반을 위해서는 생존과 번식을 잘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환경에 잘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생물은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에는 쾌감 좋은 감정을 그리고 불리한 것에는 무서워하거나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본능적인 것으로 사전 프로그램 된 것이지만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후천적으로 학습하기도 한다. 

 생물은 자신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에 둘러 싸이게 되면 당연히 좋은 감정이 넘쳐 흐르게 되며 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 진화 생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주장하는 것처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의 생존과 번식에 성공적인 상태이므로 생물체의 목적이 되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왜 사냐고 물으면 다소 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답은 본질적으로 행복으로 귀결된다.

 인간에게 행복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사회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물보다도 협력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협력은 당연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에 선택되었고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고 관계가 좋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한 환경이 유전자 운반에 매우 좋기 때문이다. 책 '행복의 기원'은 여러 가지 행복 요건을 고찰하고 인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때 가장 강한 행복을 느낀다고 결론 짓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행복할까? 사회 학자 오찬호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을 여러 책을 통해서 드러냈는데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는 한국 만큼 결혼과 육아, 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각자 도생의 원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한국은 개인에게 매우 비협력적인 사회인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사회적인 협력이 부족해 생존과 번식이 개인에게 달린 매우 불리한 환경이기에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태이며 출산율 역시 0.8정도로 압도적 꼴찌다. 

 이처럼 행복과 관련한 주요 문제는 사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대부분의 설파는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소확행이나 가심비, 워라밸 등의 용어들은 이래서 모두 힘을 잃는다.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 문제는 뒤로 하고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쟁터의 군인에게 전쟁이란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술을 마시든, 잠시 휴가를 떠나든, 동료들과 진한 전우애를 나눠도 그 모든 것들이 일시적 해결책이 불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리학과 자본주의의 영합을 지적한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크게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나뉜다. 금욕주의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으로 과거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현세의 모든 욕망을 금지하고 내세에서의 구원을 통한 즐거움을 강조했다. 그러던 것이 계몽주의 시대에 행복을 인간의 손으로 내려다 놓았고, 자본주의가 되면서부터는 돈이 곧 행복이 되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다. 이는 생산성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왔고 노동력의 재생산에도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시장측면에서 수요창출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사회복지의 확충과 임금상승을 허용한다. 그리고 여기엔 사회주의의 대두라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구소련권의 붕괴로 신자유주의가 유일의 이데올로기가 되자 이런 측면이 약화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우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제조업 일자리의 이동과 서비스 직종으로 내몰리며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서비스 직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제조업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이처럼 불행이 매우 커져 생산성이 더욱 떨어지자 행복이나, 웰빙. 힐링 같은 말이 마구잡이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회구조는 그대로 두다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해결책을 자본주의가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며 이렇게 자본주의와 심리학이 영합하게 된다.

 이처럼 주류 심리학은 행복을 사회적인 것이 아닌 개인주의 적인 것으로 은폐하는데 이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우선 행복 개념을 왜곡하여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다음은 불행한 이들의 일을 그들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켜 불행을 그들 개인의 탓으로 만들게 한다. 마지막은 행복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행복 개념이 개인으로 귀결되어 사람들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의 물질적 혹은 정신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되며, 불행한 사람은 이런 개인적 노력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서로 간에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적으로 과시하며 실제로는 불행한데도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실제로는 매우 사회적인 것이다. 미국 갤럽은 150개국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행복은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직업에서의 행복, 인간관계에 의한 사회적 행복, 경제적 행복, 육체적 행복, 공동체 행복이다. 그리고 이들 중 세 가지는 사회와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사실상 다섯 가지 모두 사회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와 국가의 구조 변화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고 사회가 평등할수록 행복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는 이런 부분을 책임지는 북유럽 사회의 행복함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책을 정리하며 행복은 개개인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매우 관련이 깊으며 인간은 이를 실현해야 만족감을 느껴 진정한 행복을 달성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삶의 목적인 개인이 공동체 속에 소속되며 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에게 인간의 주요 본성 중 하나로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자유는 세계 혹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한다. 때문에 최소한의 물질이 필요한데 이는 자신의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고 사회생활의 자유를 위한 정도이다. 또한 사회적 자유도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의해 착취되고 압박당하면 자유를 잃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권과 생산수단이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따라서 모든 사람이 정권과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상, 문화적 자유도 중요하다. 극단주의, 혐오주의, 차별주의, 인종주의, 개인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천착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여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저해한다.

 이런 자유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주어질 때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창조활동을 할 수 있다. 창조활동은 개인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무형, 유형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것의 달성을 통해 개인은 강력한 보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만족감과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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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Manifesto - ChatGPT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SF 앤솔러지'
김달영 외 지음 / 네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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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13일 KBS 다큐 인사이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주의 회차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소재가 바로 챗 GPT를 이용해 국내의 소설가들이 SF소설 단편 모음집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대부분 처음 접하였는데 초기의 반응은 대부분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만들어가면서 챗 GPT가 사실 한 방에 소설을 길게 쓰진 못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뭔가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내진 못하고, 여러 개의 주제나 인물, 사건은 쉽게 많이 만들어 내나 개성있는 한방은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이구 동성으로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인간 작가가 챗 GPT를 이용해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었다.

 책 '매니페스토'는 그렇게 발간되었다. 심지어 이 책은 표지도 인공지능이 만들었다. 작가들의 소설 내용과 구성의도를 입력하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여러 표지를 편집진이 고르는 장면이 다큐 인사이트에 나왔다. 하나같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었지만 편집자들은 너무 무난해서 이것다 하는게 없어서 고르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이 책의 단편은 무척 재미나진 않다. 일단 내용이 실험적이어서 그런지 너무 짧은 편이다. 읽을 만 하면 대부분 끝인데 7편의 단편집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소설 한 편당, 작가들이 챗 GPT를 어떻게 활용하여 소설을 완성해나갔는지가 매 단편 바로 뒤에 수록되어 있다. 즉, 단편 7개와 챗 GPT를 통한 소설 구성장면 7개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챗 GPT를 활용하는 방법은 작가가 주제를 어떻게 잡았는가 그리고 작가가 어떤 활용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공통점은 챗 GPT가 써내는 분량자체가 짧아 여러 차례의 작업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챗 GPT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은 잔혹하거나 어둡게 써내는데 약점을 보였다.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어 개발사에서 차단한 듯 하다. 또한 어떤 이야기든 한 방에 써내는 분량이 적었는데 이 역시도 챗 GPT로 무언가를 길게 한 방에 생산할 경우 미칠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개발사에서 막아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가들은 큰 구성을 챗 GPT로 부터 얻거나 또는 원하는 구성이나 인물, 플롯이 나올때 까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원하는 작업이 나올때까지 챗 GPT에게 명령을 구체적으로 다시 하달하고 정 안되면 작가가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역시 아직까진 그럴듯한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챗 GPT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좋은 어시스턴트, 구조나 캐릭터를 빠르게 편성하는 사람, 분량을 순식간에 채워주는 사람 등으로 파악했다. 

 이 책의 시도는 매우 재밌고 의미 있는 것으로 작가들 처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챗 GPT를 잘 사용하면 모두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는 글을 구성하는게 가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매우 모자라다면 이와 같은 작업은 할 수 없고 챗 GPT의 글을 그대로 표절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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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교육혁명 - ChatGPT를 활용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미래교육
정제영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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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챗GPT3.5 버전이 출시되었다. 반향은 엄청나서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을 넘어셨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챗GPT를 이용한 여러 기사나 뉴스,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충격, 스마트폰의 충격을 넘어설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챗GPT를 써보면 그 능력에 충격을 받게 된다. 

 챗GPT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데 당연히 교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챗GPT 교육혁명'의 저자는 챗GPT가 교육의 여러 분야에 갖는 함의를 잘 분석하고 실제 사례를 자세히 책에 제시했다. 아직 챗GPT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교육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도무지 감이 없는 교육자라면 필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다. 글자 그대로 생성형 사전 학습 트랜스 포머인데 풀어서 말하면 사전에 방대한 글이나 책, 논문 등의 언어 뭉치를 빅데이터로 학습했고 이를 통해 비지도학습 형태로 인간의 자연어를 생성하는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다. 트랜스 포머는 각 단어의 중요도를 결정하여 그에 따라 입력 시퀀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방대한 양의 인간 언어를 학습 후 이를 자연어로 생성하는 연습을 한 후 트랜스포머 방식으로 단어를 자연스레 구성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챗GPT는 놀랍게도 인간의 신경세포에 해당한다고 할 수 도 있는 파라미터의 수가 무려 1750억개인데 그래서 성능이 매우 대단하다. 다만 챗GPT는 단어수준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언어를 구사하기에 맥락이나 문맥이 어색한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저자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량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제 문제해결능력,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지털 리터러시와 시민성, 자기주도학습 역량이다. 챗GPT역시 모든 것을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고 챗GPT가 제시한 내용이 모두 옳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이를 잘 활용할 인간의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면 교육계에선 오랜 숙원인 개별 맞춤형 교육과 개별 학습과정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별화 교육을 실현으로 평균적 교육과 대량화 교육에 갇혀 있는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인간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까지 자동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정량적 정보에 익숙해 인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고, 자동화 학습을 하는 경우 학습자의 창의성과 창조적 사고가 저해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평가 상황에서 학습자가 인공지능을 악용할 우려가 있고 문해력 저하와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 더불어 기초지식에 의한 이해와 암기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챗GPT를 활용한 교육은 가능성이 커 무시하기 어렵다. 챗GPT는 학생이 과제를 입력할 경우 분석하여 문법적으로 혹은 내용, 논리 상 틀린 부분을 잘 찾는다. 즉, 자동화된 채점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 맞춤형 콘텐츠도 생성한다. 학생이 쓰고자 하는 글, 혹은 수준에 맞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 대한 맞춤형 보조 지원도 된다. 학생이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여 보조자료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또한 학습 진도의 추적과 문제해결도 지원한다. 

 챗GPT는 현재 학교교육현장에도 활용이 거의 무궁무진하다. 학교 행정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수학여행 계획서나 체험학습 계획을 장소, 시간, 예산, 목적, 관련 교과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해주면 그럴듯한 계획을 빠르게 편성해준다.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같은 내용을 다시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해주며, 질문 자체를 보강한다면 답변도 보강된다. 

 여기에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단위 수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학교의 비전과 학년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를 실행할 방안의 프로젝트를 물어보면 챗GPT는 상당히 자세히 대답을 해준다. 여기에 수업의 목표를 입력하고 학생활동을 편성해 달라고 하면 그것 역시 해준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 비전을 실천할 만한 학년별 프로젝트를 연계성을 고려하여 3개 씩 편성해달라고 했는데 챗GPT는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인성교육 및 상담에도 챗GPT는 활용이 가능하다. 매일 교사의 지시를 어기고 폭력적이며 과잉행동장애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 있다. 그리고 그 학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 교사가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학부모와 어떻게 상담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챗GPT는  가지 상담 방안을 알려준다. 학생의 문제 행태나 고민도 입력하면 답을 알려주는데 개인정보 유출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주의하는게 좋겠다.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곱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면 실제로 출제해준다. 단순 문항 뿐만 아니라 조건을 자세히 넣어주면 평가장면도 자세해 진다. 또한 국어나 사회 같은 경우 지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역시 지문도 금방 만들어 준다. 심지어 코딩 문제도 만들어주는데 이 쯤되면 뭘 못하는지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학생에게 챗GPT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고민이다. 챗GPT 홈페이지에서는 13세 이상에게만 이것의 활용을 가르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엔 챗GPT에 대한 교육 가이드 라인이 없는데 빨리 나올 필요성이 있다. 책에 나오는 우려처럼 챗GPT 활용의 조기 학습은 학습할 필요성과 기초기본, 문제해결능력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과제형 평가의 경우 악용될 우려도 높다. 하지만 기초기본을 갖춘 일정 나이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갖가지 변화로 시대를 따라가기 어려운 교육계에 또 다른 큰 숙제가 던져진듯 하다.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챗GPT를 빨리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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