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3
최성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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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제 시대의 수탈, 그리고 목포는 항구, 목포의 눈물 같은 노래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흔적이고 요즘은 관광으로 더 유명한 느낌이다. 최근 목포는 관광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연예인 박나래의 고향이고 쫀드기로 주목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2019년 개통한 해상케이블카가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생이 목포 인근 무안에 살고 있어 이 해상케이블 카를 여러 번 타보았는데 목포를 갈 때마다 반드시 타게 된다. 우선 가성비가 좋다. 가격은 보통 케이블카와 비슷하면서도 길이가 엄청 길어 왕복 40분을 타게 된다. 한 번은 케이블카에서 존 적도 있다. 말이 되는가? 케이블카에서 존다는 게, 끝내주는 풍경도 좋다. 목포에서 유달산 정상을 거쳐 고하도를 향하는데 목포 전체 시내의 풍경과 산의 경치, 해상의 경치를 모두 볼 수 있다. 고하도에서 내리면 바다의 데크와 고하도를 돌 수 있는데 이 것도 제법 괜찮다. 그래서 여길 다 돌고 오면 돌아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졸 수도 있는 것이다.

 목포는 최근 도시 같지만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영산강 물길과 전남 내륙의 통로이고,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고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호남과 경상 남부로 통하는 조운로이다보니 왜구의 침입이 끝이지 않아 조선시대에는 수군진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순신은 명량에서 승전한 후 고하도에 진을 친다. 여기서 106일가까이 머무르며 수군을 재건한다. 이순신은 여기에 머무르며 고하도에 성을 쌓기도 했으며 이후 그의 5세손이자 삼도수군통제사인 이봉상이 이충무공비를 고하도에 건립한다. 이 기념비는 일제가 훼손했다가 1947년 복원된다. 

 목포는 예항이라 불릴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이 많이 배출되었다. 미술의 허건과 문학의 박화성과 차범석, 무용의 최정자, 문학가 김우진, 최하림, 황현산, 김지하, 김현, 가수 이난영과 남진이다. 그래서인지 인구 24만에도 불구하고 시립예술단체가 6개나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 김대중이 있다. 그의 고향은 신안군 하의도이지만 정치적 고향이 목포다. 그래서 목포 삼학도에는 그의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목포는 쌀과 면화를 일본으로 옮기는 곳이다보니 경제 특수를 누린다. 일본인이 밀집한 선창가는 각종상업시설, 회사, 공장이 밀집했고, 은행과 백화점, 극장등이 일찍이 생겨난다. 해방후에도 전남 1도시를 유지했는데 보해양조, 남양어망, 행남자기, 조선내화, 호남제분등의 향토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1990년대 후반 신도심의 개발로 경제축이 목포역에서 하당권으로 이동하며 경제가 빠르게 쇠퇴했다. 최근 해상케이블카의 조성과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의 개통, 국토부의 뉴딜사업,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사업으로 인해 다시 부흥하고 있다. 

 목포의 김우진은 문학가로 유명하지만 가수 윤심덕과의 투신자살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18세 일본 구마모토 농업학교에 입학한다. 당시 그의 졸업논문을 영친왕이 하사금을 줄 정도로 유망했으나 본인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와세다 대학 예과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다. 그는 최초의 근대극작가이자 최초의 신극운동가였다. 가수 윤심덕은 평양출신으로 동경음악학교를 졸업한 한국 최초의 성악가이자 소프라노 가수다. 김우진은 이미 결혼한 몸으로 아내와 자녀가 있었으며 문학을 하고 싶었으나 사업을 이어받길 원하는 아버지와 갈등하고 있었다. 윤심덕은 신여성이었지만 전통적 여성상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에 갈등하고 있었다. 둘의 사랑은 이런 갈등을 감당하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 

 목포는 축제가 많다. 유달산 꽃 축제, 세계마당페스티벌, 목포항구축제 등이다. 목포항구축제의 모티브는 파시다. 파시는 말 그대로 해상에서 물고기를 거래하는 것으로 과거 흑산도의 조기 파시, 임자도 민어 파시, 하의도 봉도 꽃게 파시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목포 항구축제는 파시 길놀이, 선상파시 경매, 전통한선체험, 노젓기 대회 등이 있다. 

 목포는 민어와 삼합, 세박낙지, 꽃게무침, 갈치조림, 우렁간국, 병어회, 아구탕, 준치무침이 유명하다. 민어는 백성민으로 그 만큼 흔했단 뜻이지만 지금은 귀하고 비싸다. 영문명이 croaker인 만큼 민어는 물속에서 부욱부욱하는 소리를 내기에 과거 속이 빈 나무를 물에 넣고 소리를 들어 잡았다. 민어느 성질이 급해 육지에서 금방 죽기에 활어회보다는 선어 상태로 먹는다. 민어의 뱃살과 부레는 백미이고 7-8월 산란을 위해 북상해 임자도 인근에서 많이 잡힌다. 

 홍어의 홍을 넓은 홍자다. 바다 깊이 서식해 잡기가 어려우며 흑산 홍어가 으뜸이다. 하지만 최근 국산이 적어 대부분 수입산이 거래된다. 흑산도에서는 원산지로 홍어를 싱싱한 회로 먹는다. 그러나 육지로 이송하며 4-7일이 소요된다. 그 사이 홍어가 발효되는데 이게 삭힌 홍어의 유래로 보인다. 홍어와 막걸리는 궁합이 좋아 둘을 같이 즐기는 것을 홍탁이라 한다. 홍어는 물컹거리며 식감이 좋은 홍어코와 아가미가 일품이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서 세발낙지다. 좀 더 크게 갯벌에서 집히는 것이 뻘낙지로 주낙으로 잡은 것보다 인기가 좋다. 낙지는 작은 것을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나 큰 것은 산채로 잘라 탕탕이라 한다. 최근 소고기 육회와 낙지 탕탕이를 합친 것을 육회탕탕이라 하며 인기가 좋다. 

 목포 먹갈치는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니다. 갈치는 은색이지만 그물에서 서로 부딪히면 상처를 입어 다친 부분이 회색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다소 까맣게 되어 먹갈치라 하는 것이다..

 목포의 시내에도 먹거리가 있다. 중깐이라는 것이 있는데 목포의 중화루 간짜장을 준말이다. 곱게 다진 야채와 돼지고기를 춘장에 강한 화력으로 볶은 다음 가늘게 뽑은 면으로 만든다. 쏙굴레는 쏙을 빚어 만든 찹쌀떡 경단에 콩고물을 묻히고 묽은 조청에 굴려 먹는 간식이다. 코롬방 제과점은 목포 역 인근의 제과점으로 전국 5대 빵집이다. 

  목포 앞바다에는 삼학도가 있다. 전설이 있는데 유달산에서 수련을 하던 한 청년을 세 처녀가 사모하게 된다. 청년은 수련을 이유로 처녀들을 돌려보내는데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나가자 청년은 자신도 그녀들을 사모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맘을 전하고자 배로 활을 날렸는데 그만 배에 구멍이 뚫려 세 처녀가 죽고 만다. 그녀들은 학으로 변하여 솟아올랐고 지금의 삼학도 자리에 내려앉자 섬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삼학도는 개항 이후 불법적으로 일본인이 팔리게 된다. 그리고 해방 후 매립되어 섬으로의 기능을 잃는다. 여러 산업시설이 조성되었고 심지어 사창가도 생겨난다. 최근엔 섬사이로 물길을 조성하여 어느 정도 섬의 풍광을 되찾았다. 

  목포의 고하도에는 감화원이 있었다. 일제는 1923년 조선감화령을 내리는데 8-18세 미만으로 불량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자이면서 친권이 없는 자를 수용대상으로 했다. 우려가 있는자에 친권이 없는자이나 마구잡이로 들여보내기 딱 좋았다. 총독부가 1938년 감화원을 고하도 용머리 해안가에 신축했다. 일제는 친권이 없는 저능아를 수용했다. 환경은 혹독했다. 강제노역과 굶주림을 참지 못해 2년간 도망가다 10명이 익사했다. 도망치다  잡히면 잔혹한 폭행이 이어졌다. 이런 감화원은 광복 후에도 이어져 1954년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140명 지적장애아동을 수용했고 정신감정결과 이들 중 60명이 정상이었다고 한다. 마구잡이로 넣었다는 이야기다. 이 감화원은 대도 조세형이 여기 출신이기도 하며 1967년에야 문을 닫는 흑역사를 가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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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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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은 '시선으로부터'이다.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소재로 제목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는데 사실 저자는 중의적 의미로 책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책에는 한 가족이 나오는데 이미 작고한 그들의 어머니의 이름이 심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이 되는데 심시선이라는 사람이 만든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 문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한국의 군사정권,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학살문제가 다뤄지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심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만들어낸 가족을 통해 이런 문제를 다루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심시선은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데 가족들이 서울 북부와 의정부 족에 거주하는 바람에 피난이 늦었다. 그렇다보니 가족이 북한군 점령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본에 유학을 갖다온 삼촌을 누군가 공산주의자로 밀고하면서 일가족이 거의 모두 학살당하게 된다. 시선은 친척집에 맡겨질 뻔 했으나 그 친척은 시선을 하와이로 보내버린다.

 당시 노동력이 부족했던 하와이 농장에서 시선은 고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한 독일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우연히 만난 동양여자,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선을 보며 그는 시선을 독일로 데려간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시선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겠지만 그는 성불능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의 여자를 두루 섭렵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시선은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폭압적이고 강압적이며 가부장적인 그에게 많은 육체적 심리적 폭행을 당한다. 그러다 요제프 리란 독일인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인간 마티아스는 시선에 대한 마지막 폭력으로 그녀를 원망하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과 유산을 그녀에게 남긴다.

 시선은 한국으로 돌아와 요제프와 사이에서 아이 둘을 났지만 향수병을 못이긴 요제프를 독일로 돌아간다. 시선은 한국에선 마티아스로 인한 상처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글을 쓰며 한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도움을 준  광고업체 사장 홍낙한과 결혼하게 된다. 

 시선은 요제프 리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그리고 홍낙한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딸까지 총 네 아이를 키우게 된다. 시선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은 몰래 숨겨주기도 한다. 그녀는 말년에 건강악화로 죽게되고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란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의 첫째 딸 명혜가 제사를 지내자고 동생들에게 제안하게 되고, 이들 가족들이 모두 시선의 10주기를 맞이해 그녀가 자랐던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선의 딸과 손주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나온 만큼 매우 독특한 직업과 성격을 갖는다. 반면 대조적으로 아들이거나 손주, 사위인 남자들은 매우 평범하게 나온다.

 시선의 일대기를 서술했지만 책은 가족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언 사건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쭉 이어지며 매 장마다 시선이 과거에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방송내용들이 나오고, 시선에 대한 가족들의 회상으로 인해 시선의 일대기를 알 수 있다. 

 가족들은 시선으로부터 나온만큼 직업도 독특하다. 예술품 복원가, 괴수제작자, 광고업체경영자, 잠자리 연구자 등이다. 심지어 아직 학생인 손주도 새 연구를 꿈꾼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생각은 모두 재밌고 독특하다. 직업 세계를 드러내는 부분도 재밌는데 아마도 저자가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적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가족의 내용이 많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진 않는다. 저자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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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었다. 글자 그대로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사고의 중추는 당연히 두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사고력을 강화하고 발전하려면 두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 익스텐드 마인드'는 제목처럼 사고력의 발달은 그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과 관련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지만 다른 신체 및 감각기관에 의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두뇌의 확장으로 보는 것은 3가지 항목으로 나의 몸과, 공간, 타인이다. 먼저 몸을 살펴본다.


1. 몸

 가. 내수용 감각

 내수용 감각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을 들 수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 횟수를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지 하지 못하나 흥분상태인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상당한 정보량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은 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두뇌가 처리하기엔 너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보는 미래에 생존을 위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저장하면서 미래에 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이 태그를 붙인 패턴이 나중에 감지되면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이에 반응하여 이를 알려주게 된다. 

 책 '자유의지는 없다'는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최근의 뇌 연구는 선택을 하기 전 이미 판단이 이뤄진 상태고 의식은 이런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후천적으로 하게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판단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다만 인간의 의식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에 판단하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평소 나의 의지와 의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 감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이른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패턴을 다소 의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내수용 감각을 보다 잘 인지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는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수용감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불공평한 제안을 보다 잘 수용했다. 

 내수용감각은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자신의 감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판단을 할 때 그 순간 나에게 발생한 신체 내부의 감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명하는 것이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개인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하게 하고, 스트레스에서 더 쉽게 회복하게 도우며, 더 다채롭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움직이기

 현대 사회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요구하며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을 학교의 교사와 기업의 관리자는 절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는 사람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시각계가 더 예민해진다. 연구결과 방사선 전문의들은 앉아서 할 때보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을 때 엑스레이상 더 문제 있는 결절을 잘 찾아냈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검사로 나오는 영화 '더 킹' 에서는 조인성의 고교시절이 나온다. 그는 원래 공부못하는 문제 학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쌈판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책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학습의 관련성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통념은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운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한다. 연구결과 학습하기 전 적절한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학습을 위한 뇌세포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학습전의 운동은 오히려 학습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되며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것이 책' 운동화 신은 뇌'의 골자다.

 인간의 뇌가 커진데에는 사회가 커진 것, 육식을 하게 된 것, 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등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유산소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몹시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같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활동과 정신적 예민함은 병존함에도 도시 거주 현대인은 수렵채집활동 시기에 비해 신체활동이 하루 14배나 감소했다. 학생은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앉아 있으며 성인은 근무시간의 무려 2/3을 앉아서 보낸다. 이는 정신적 둔함을 불러옴과 동시에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저 소모는 13%나 증가하며 정신적으로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의 도입이 중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학생의 실행기능 향상과 학업이 증가하며, 직장인은 생산성이 향상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의 정신과 교수 줄리 슈비아처는 ADHD진단을 받은 10-17세 아이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산만하여 쉽지 않은 정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움직임을 허용하자 과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움직임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일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림 만으로도 최적의 인지능력을 얻을 수 있다. 꼼지락 거림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는 긍정적 감정상태로 인간을 유도한다. 낙서 역시 지루한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데 낙서를 하는 경우 29%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수업과 직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를 나뉠 수 있는데 이것과 인지기능의 역U자형 곡선을 보인다. 즉, 저강도 일 때 낮은 인지 능력, 중강도 일 때 높은 인지능력, 다시 고강도일 때 낮은 인지능력 향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적절하다. 이는 높은 각성상태와 뇌의 혈류증가, 뇌의 정보전달 효율성과 뇌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물질 분비 증가와 관련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뇌 상태는 중강도 운동 이후 2시간 동안 유지된다. 

 고강도 운동은 인지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다시엔 인지에 방해가 되나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변성상태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생각과 느낌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생각이 나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80%정도의 강도가 40분 이상 유지되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다. 움직임과 제스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언어가 있지만 이전엔 몸짓으로 대화했을 것이 분명하며 지금도 비지시적 언어가 상당부분 인간의 의사소통에 자리하고 있다. 행위화 효과는 움직임과 정보를 연결하면 두 가지 유형의 기억이 모두 활성화 하고 기억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98% 정확도로 암기한다. 심지어 촬영이나 공연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도 90%의 정확도를 보이곤 한다. 이는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대사가 바로 몸짓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이나 영화에서 뻣뻣이 있는 상태가 아닌 상당한 움직임과 같이 대사를 구사한다. 

 때문에 학습전략에 있어 움직임을 포함한 학생은 암기 내용의 76%를 다시 상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비율이 36%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고력 강화와 관련한 움직임은 4가지로 동일한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자기지시적 움직임, 은유적 움직임이다. 

 동일한 움직임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체요소를 도입하여 낯설고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며 책의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며 실제로 앞 뒤로 이동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신체표현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각속도나 구심력을 실제 회전 행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우리 몸을 지적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며 광선 위에 올라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을 DNA나, 염색체, 면역계, 암세포라고 상상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정체성, 경험과 관련 짓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통합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깊은 이해와 다른 관점을 고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은유적 움직임은 정신을 자극하는 동작을 통해 은유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태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다.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을 인간적 척도, 체화된 용어 그리고 구경꾼들이 동작하는 사람의 관점을 정신저긍로 시뮬레이션 하기 쉬운 행동으로 만들어준다. 효과적인 제스처를 사용한 회사 설립자들은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가능성이 12%나 상승한다. 제스처는 시각적 신호나 운동 신경 신호로 구어를 보강하여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정보를 뇌가 아닌 몸으로 떠넘겨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의 이해와 표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더 광범위한 언어를 습득하며, 실제로 고소득 부모는 저소득 부모보다 제스처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결과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부모의 자녀는 14개월 때 90분 간 24개의 제스처를 사용했고 저소득 부모의 자녀는 같은 조건에서 13개의 제스처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두 부류의 아이들은 입학 때 고소득 자녀는 어휘이해력 점수가 평균 113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9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교사는 몸짓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몸짓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교육영상중 무려 68%가 제스처의 핵심은 손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 공간

 가. 자연환경

 뇌는 기본적으로 뇌가 작동하는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현대의 인간은 예리한 선과 완벽한 질감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사람은 이런 환경에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감각 자극이 있는데 현대의 것들은 이것과 부적합하여 인간의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사실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대적 도시에 머무르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평생의 겨우 7%다.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매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하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나무와 초원, 수원이 있는 곳들

이다. 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는 인간이 좋아하는 풍경으로 사바나의 환경을 제시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으로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이 있는 프랙털 환경을 보여준다. 책은 인간이 이런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여준다. 프랙털의 복잡성은 0-3인데 이중 자연은 1.3-1.5정도를 보이며 인간은 이를 가장 선호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자연을 산책한 사람은 이전보다 부정적인 반추가 줄어들고 작업기록도 20%나 향상한다. 인간의 정신자원은 쉽게 고갈하는데 자연풍경은 이를 다시 채워준다. 자연경관은 도시보다 원색이고 단순하며 색변화가 적고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자리가 빽빽히 채워진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작 정보를 제공하지만 익숙한 프랙털패턴이기에 인지적 부담이 없다.

 자연을 바라보면 20-60초 사이에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내려가고 호흡이 규칙적이 된다. 그로 인해 뇌활동이 편안해지고 눈도 한곳을 오래 응시하고 깜빡임이 줄어든다. 자연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 평정이 오며, 회복력이 올라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상승한다.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생명이나 생명이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본능이 있고 이와 연결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뇌는 식물에 내재한 일관된 구조와 중복된 정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이 있으면 주의력과 기억력, 생산성이 향상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감은 사람을 더 친화적 이타적으로 만들고 이기심을 줄여 공동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나. 건축학

 

신경건축학은 우리 니가 건물과 건물 내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책 '공간 혁명'에서 제시된 용어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도 등장한다. 인간은 이런 신경건축학을 무시한 소위 비정신적 공간을 건축했다. 그 이유로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인위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려 깊은 건축은 효율을 앞세운 직선과 네모진 건물에 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한다. 마지막은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그런 건축을 추구하다보니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축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날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서 배우고 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고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건축에서 벽은 문명의 발달과 같이 등장한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요구와 개인적 보호라는 본능이 자리하면서 벽이라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벽은 낯선 고밀도의 타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게 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인지적 부담에서 개인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학에서 벽은 방해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공간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곡선은 물리적 거리와 의사소통의 빈도 사이의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1.8미터 간격이 20미터 간격보다 규칙적 대화가능성을 4배나 높인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마주침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공식적 교류를 늘려 생산성 협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런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과해 지나가는 공유 공간이 만남을 장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미MIT에는 무한 복도가 있는데 이는 여러 건물을 관통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개방공간과 만남은 오히려 창의성과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이 밖으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작업이 빠르고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개방된 공간은 자기 재량을 감소시켜 사람들의 대화를 오히려 피상적으로 만들고 대화 자체의 빈도도 줄인다. 그래서 충분한 만남과 개방 및 공유공간과 더불어 자기 공간도 중요하다.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더 자신감이 있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집중력이 높다. 

 공간이 자기 것이 되려면 그곳에 대한 주인의식과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 단출한 사물실, 집기가 잘 갖춰진 사무실, 자기 권한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1배, 1.15배, 1.3배의 효율성 차이를 보였다. 사람은 자기 공간을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벽지를 바르거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책상에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나 용품 등을 가져다 놓는 행위도 그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와 직장은 이를 잘 허용치 않는다.


다.  인지 공간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소법을 활용한다. 특정 항목을 우리 인간이 공유하는 장소와 연결해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학습전략을 잘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처럼 물리적 공간과 관련이 깊은데 실제 사람은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고 말하며 ,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몸을 낮게 굽혀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물리적 공간 탐색과 관련이 깊은데 해마는 또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일반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관여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기억 상실이 있곤 한데 이는 아직 이동능력이 없어 공간과 기억을 연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책 '나라는 착각' 에서는 유아기의 기억 상실을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모든 지식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고 선별하기에 특정 부분을 인과적으로 연결하여 주목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여튼 공간에 의지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2배나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공간은 반드시 물리적인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미 유명한 개념 지도는 우리 아는 것을 성찰하고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다. 개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초대형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시각화 작업의 평균 속도를 10배나 늘린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주변부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한 화면이 아닌 여러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때 56%나 기억력이 상승했다. 화면이 작다는 것은 우리의 개념을 구성하는 지도가 그 화면 자체에 완전히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계속 머리에 남겨야 하고 그것이 인지를 고갈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컴퓨터 화면을 사용하고, 큰 칠판에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리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인지때문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

 가. 모방대상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모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창조는 거의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성과물과 학습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과거 유럽엔 도제제도가 있었으며 그것은 거의 모방으로 이뤄졌다. 도제는 처음에 과제를 소리내어 설명한다. 다음은 학습자가 직접 그 과제를 시도하고, 학습자의 과제해결능력이 향상되면 서서히 학습지도를 줄여나가며 마지막은 학습자가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나아간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사조는 18세기 낭만주의에서 기원한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같은 공산품의 양산되고 인쇄기의 보편화로 모방이 폄훼 및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그 대상자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며 단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역동적 행위자로 통찰을 얻게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타인으로 확장하게 한다.

 모방이 성공적인 이유는 이미 모방 대상이 성공적인 모델이므로 다른 가능한 옵션을 선택범위에서 제거해 모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준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줄 일 수 있으며 모방자는 속임수나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좋은 모방대상으로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습관적으로 여러 작업을 하나의 정신 단위로 묶어나 압축한다. 이는 초보자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가는 전분야에 걸쳐 초보자와 다르게 사안을 본다. 그들은 당면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빠르고 완벽하게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이런 전문가의 성향에 대한 모방은 인지력과 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 협업하기 

 4년 간 수백명의 대학원생의 지적 발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발전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자려 분석 같은 중요한 기술이나 지도 교수의 가르침이 아닌 연구실에서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밀접한 활동과 관련했음이 밝혀졌다. 

 사실 인간의 지적 사고의 발달은 사회적 과정이다. 심지어 혼자 생각할 때 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 혹은 가상의 존재와 대화하는 형식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과정과 비사회적 과정을 따로 저장하는데 당연히 사회적인 과정의 것을 더 잘 저장하고 활용한다. 

 연구결과 인간의 뇌는 읽거나, 수동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실제 대화할 때 하위 중앙영역이 활성화 한다. 이 부위는 우리가 대화 상대의 말을 예측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습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것으로 대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시키게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은 대개 확증편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의견은 잘 평가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의견엔 상당히 잘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함인데 그래서 사회적 상호학습이 중요하다. 

 협업하기는 반드시 모여서 뭔가를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 간의 업무나 학습에 대한 이야가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간은 인과 관계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실제 인간은 글보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 다양한 직역에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다. 이런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같은 직역의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때문에 건강한 조직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가십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다. 동기화

 동기화는 집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관점에서 동기화는 타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 다른 사람과 동기화한 그룹은 더 포괄적으로 그룹을 형성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세계 각지는 사회적 결속력과 협동의 증가를 위해 의식이나 의례를 통해 동기화를 일으키는 생리적 각성도구를 사용한다.

 모든 국가와 일선 기업이나 조직, 학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식이나 노래 등을 거의 반드시 갖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은 구성원을 모두 동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에는 우리 사회가 집중력을 빼앗겨 한 문제에 같이 집중하는 성향이 사라진 점이 강하게 지적한다. 이는 공유된 주의력인데 타인과 동시에 사물이나 현상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해결은 타인과 같이 집중할 때 더 잘 해결된다.
 사람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그것에 대해 진심 어린 소속감을 느끼면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성공에 단단히 결속된다. 이런 멤버십은 강력한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 
 이런 집단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선 직접 만나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이 하고,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을 치루고, 같이 행사, 식사하기. 걷기 등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즉, 집단성은 같은 근거리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일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모든 조직이 같이 밥을 먹고, 여러 행사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행위는 이런 집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동기화를 통한 집단성은 지식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현대사회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논문 중 저자가 1인인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허 출원의 70%가 공동이다. 이미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 모델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작동하고 집단 심리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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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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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경기, 그리고 전국을 누비는 소위 임장학자? 김시덕의 책이다. 그의 책을 꾸준히 보다 몇 년 소홀했는데, 그 사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전국을 임장한 경험과 설명이 아무래도 부동산 투자와 그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주목을 받게 된게 아닌가 싶다. 책만 쓰는 학자 느낌의 저자가 마치 투자설명을 하는 듯한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잘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는 역시 전국을 돌고, 문헌학자 답게 과거의 국토개발 계획등을 비교하며 과거의 흔적이 지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어떻게 정하고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과거 한국의 부동산 개발이 지금과 무척 달랐음을 말한다. 한국의 국토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개발의 수혜를 입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부축도 그렇다. 하지만 광복이 되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져 서해안 지역이 잠시 빛난다. 하지만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며 이것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고, 한국전쟁까지 일어나며 결국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은 동남권이 공업지로 채택되어 발전하게 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수립했던 주요 개발 프로젝트는 3가지로 경인 운하와 한강 다목적 댐, 행정수도 백지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아라뱃길과 신곡보, 세종시로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저자는 행정의 관성과 지속성을 지적하는데, 이는 과거 행정이 계획하거나 발표했던 개발 계획은 지속적으로 후대에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언급되고 결국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경인운하는 1920년엔 홍수방지, 30년대는 경성과 인천을 아우르는 대개발, 1939년엔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김포-검단을 잊는 정도, 2012년엔 아라뱃길로 18.8km로 조성되었다. 경인지역의 종합 개발 핵심은 경인운하 건설과 한강쪽 입구의 한강다목적 댐 건설, 경인운하 양안에 인천항과 서울항의 건설, 중간에 도시 건설, 서울 주변의 여러 위성도시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한강다목적댐은 무산되었고, 교통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수운도 도로 교통의 발달로 무산되었다. 중간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 부천과 부평인데 이 것만 현실화 된 셈이다. 당시 주목했던 위성도시는 미금과 능곡, 양곡, 광주, 둔전인데 미금은 지금의 남양주, 능곡은 고양, 양곡은 김포, 둔전은 성남이다. 이 중 초기에 주목한 곳은 능곡인데 수색과 신촌을 연결하여 한강다목적댐의 동쪽이고 수색변전소의 사이에 있어 공업입지로 좋아보였다. 

 베트남전이 종결되자 한반도의 전운이 드리운다. 박정권은 당시 미군의 철수 움직임과 북한의 군사고도화로 위기감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인주 재배치 계획을 세운다. 한국전 당시 수도 서울이 점령당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도강파와 그것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훗날 큰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당시 서울인구가 100만 정도였는데 이미 500만을 넘긴 상황은 안보상 큰 우려였다. 

 새 행정수도의 조건은 철저히 안보로 휴전선에서 70km이상 해안에서 40km이상으로 이것은 북의 지상포와 해상포의 당시 사정거리였다. 그리고 국토와 면적의 중심이자, 제조업의 중심에서 30km이내가 조건이었다. 그리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도 같이 움직였다. 서산과 태안의 사이로 천혜의 항구입지를 갖췄다. 여기에 산단을 조성해 3-4백만이 거주하는 중부종합산단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가로림막 프로젝트는 모두 박정권 말기의 것으로 그가 살해되면서 모두 좌초한다. 

 하지만 행정의 관성상 세종시는 결국 탄생하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는 대산공단으로 어느 정도 실현된다. 세종시는 2012년 연기군과 공주, 천안의 일부 흡수하여 탄생한다. 세종은 인근에 대전과 조치원, 공주, 청주가 있는데 이런 인접성은 중부권의 메가시티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실현하면 대전반석-정부세종청사-조치원-청주공항이 광역철도로 연결되어 이것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주는 오송에 KTX역을 유치하고 청주공항을 확보하여 중부권 대도시로 세종을 견제하고 있고 대전과 공주, 조치원 등도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안보는 개발의 주요 동력이었다. 전국 곳곳 대도시에는 항상 지하상가가 있는데 이는 공습시의 대피소 역할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저격수의 비밀기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서래 마을에는 벙커가 있고, 서울 주요 빌딩에는 대공포 GOP가 있다. 잠수교는 반포대교가 파괴되는 것을 댑비한 것이며, 과천 서울 대공원은 본래 국방연구기지로 조성하였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대전으로 옮기면서 졸지에 공원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이 안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로 당시 인천 공항과 일산신도시의 건설이 그 증거다. 

 저자는 책에서 피해야 할 지역을 잘 알려주는데 우선 군사공항지역이다. 수도권에는 성남과 김포, 서울공항이 있는데 이들은 군사공항으로 안보상의 이유로 설치되었고, 여러 작전 수행 및 인근 지역과의 연계로 인해 이전이 쉽지 않다. 그리고 최근 군부대가 이전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심에 이런게 없어지면 그 토지에 대한 개발 붐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대지역은 토양오염문제를 살펴야 한다. 미군부대의 토양오염만 쟁점화되어서 그렇지 한국부대 역시 그 못지 않을 수 있다.

 광산이나 공단, 발전소, 수도권 매립지 부근도 오염이 심할 수 있으므로 주의의 대상이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침수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명에 , 범자, 지자, 천자, 호자가 들어가는 곳들은 모두 물과 관련한 곳으로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적으로 제공하나 한국은 부동산 가격과 민감하게 얽혀서 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파트의 중대한 하자를 쉬쉬하며 살까. 

 저자는 서울에 대해서도 고밀도 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의 층고와 용적률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 외곽으로 수요를 밀어내어 그 지역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신 기부체납형식으로 임대주택을 많이 받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도시의 원도심을 개발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구도심은 그 자체로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고, 도시의 개성이 반영되어 신도심 사람들이 즐기는 상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도심은 역사가 오래되어 소유권 관계도 복잡해 개발이 쉽지 않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다양한 지역을 살피는 눈과 여러 역사적 문헌, 그리고 국토 개발과 관련한 지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연결지을 수 있었다. 저자 말처럼 부동산은 투자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살만한 지역을 살피는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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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리커버 특별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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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는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책 말미가 되면 청소년기가 된 듯 했고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평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다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어른에 대한 단상이 일관적이고 자세히 서술된다. 그 일관성은 어두움과 죽음, 그리고 불만 같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항상 지저분하고 어둡다. 꽃이나 나무는 썩고 시들고, 애벌레는 즙을 내고 터져있고, 주위의 동물들도 계속 죽음을 맞는다. 표현하는 어른들도 그렇다. 그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이며, 원하는대로 아이가 해주기만을 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늘 그들의 늙음과 삶의 피폐함, 같이 다니는 죽음을 그들에게 묘사한다. 

 그래서 책은 항상 어둡다. 집에 송아지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당시 마을엔 가축을 죽이는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촌과 작당해 멀쩡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송아지의 다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잘 회복되지 않게 밀기울을 발라 버리고 수의사를 부른다. 그도 공범이다. 그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듯, 대충 보더니 송아지가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법적 살상을 허락해준다. 죽이는 건 불법이지만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도살해서 고기로 먹기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송아지는 도살되고 가족은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이후 어미소는 새끼를 그리워하며 빈 축사를 보고 운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무척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의 감수성과 윤리성이다. 이런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온통 더럽고 불친절하고 사랑이 없으며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걸 좀 담담하고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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