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 - 저주가 아닌 선물
린다 그래튼.앤드루 스콧 지음, 안세민 옮김 / 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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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0년대에 주요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104세까지 살 확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과학기술이 본격 발달한 19세기 중반부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수명은 매년 3개월씩 늘어났다. 수명이 상당히 길어진 지금 이 상승곡선은 그 기울기가 완만해졌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직도 과거의 가파른 추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100세 이야기는 그래서 가능하다. 물론 이후 인간의 수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당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는 몸이니 이 가파른 곡선이 지금처럼 영원히 유지되진 않을 것이다.

 20세기에 산업혁명이 완성되고 인간의 수명이 상당히 늘어나면서 교육과 직업활동, 은퇴라는 3단계의 삶이 완성되었다.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정부의 지원정책 및 사회구조 역시 이것에 맞추어졌는데 3단계의 완성으로 인해 기존엔 없던 계층인 일로부터 자유롭고 인생을 즐기고 고민하며 공부하는 청소년 층과 은퇴이후의 남은 여생은 연금으로 누리는 은퇴층이 탄생했다. 하지만 100세시대가 열리고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이 단계는 깨어졌다. 과거 나이대에 맞는 사회단계가 있었지만 이게 상당부분 이미 깨어졌으며 그에 걸맞는 개인의 대비와 기업 및 정부의 대처가 필요해지는 지점이 다가오고 있다. 100년을 살면 개인에겐 무척 많은 시간이 생겨나는데 1주일이 168시간이니 70년이면 613,200시간을 살며 100세면 876,000시간을 산다. 무려 26만시간 정도가 더 생겨나는 셈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70-80세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2. 새로운 직업과 기술이 나올 것이다.

3. 재정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4. 3단계가 아닌 다단계의 삶이 될 것이다.

5. 과도기(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단계, 가령 직업을 새로 구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은퇴후 다른 직장을 고민하는 단계 등)를 보내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6. 새로운 단계가 나타날 것이다.

7. 기분전환 보다는 재창조가 중요하다.

(여가 시간을 레저나 취미등으로 보내기보다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위해 자신의 지식과 기술, 인적네트워크등을 재구성하는 것이 재창조)

8. 밀집대형이 사라진다

(좀 요상한 표현인데 베이비붐세대처럼 같은 나이대의 세대가 같은 단계로 동시에 넘어가는 것, 과거 20세면 모두 대학에 가거나 취직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엔 같은 나이데애 모두 다른 단계나 길로 같다는 뜻.)

9. 선택권이 중요해짐

10. 젊음을 오래 간직함

11. 일과 가정의 관계가 변화함

12. 세대간의 관계가 복잡해짐

13. 수많은 실험이 진행

14. 인사정책의 혼란

15. 정부의 과제가 많아짐.


 책에선 일단 개인의 대응을 살핀다. 100세시대를 대비해 개인은 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갖는데 유형자산은 수치로 표현되는 주택, 주식, 채권등 개인이 가진 경제적 자산이다. 반면 무형자산은 수치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것으로 생산자산과 활력자산, 변형자산이 있다. 생산 자산은 개인이 가진 지식과 기술, 평판으로 기업을 운영하거나 고용되었을때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개인의 자질로 주로 교육을 받을때나 일을 하고 있을 때 향상된다. 활력자산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다. 변형자산은 자기인식, 다양한 네트워크 접근 능력,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 태도 등으로 현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헤쳐나갈수 있는 능력이다. 즉, 10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형자산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은 어느 정도의 생산자산과 활력자산을 갖는다. 문제는 생산자산은 대개 인생초기 교육과 직장에서 취득하는 것으로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가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여가 시간이나 인생초기 및 과도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변형자산을 꾸준히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야 100세시대에 여러단계로 넘어가며 인생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평소 활력자산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다음은 유형자산이다. 책에서는 65세정도 은퇴한다면 100세까지 안정적 삶을 영위하려면 마지막 소득(아마도 가장 잘 벌때일 것이다.)의 50%정도가 필요하다 본다. 문제는 세대별로 이걸 모으는게 너무나도 다른데 71년생이라면 매년 소득의 17%를 98년생이라면 5%를 저축해야한다고 한다. 사실 50%는 주택을 보유한 것을 가정한 수치로 주택이 없어 월세를 내야한다면 70-80%까지 모아놔야 한다. 많은 사람이 50%를 충분한 수치로 여기지만 노년기엔 의료비가 급증할 수 있으며, 늦게 결혼한 경우는 자식, 아니면 손주의 대학학자금이나 결혼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젋어서부터 금융에 관심을 갖고 상식을 갖고 투자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으며 결혼을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활력자산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며 둘이 있는 경우 혼자보다 유지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외로 지금의 흐름과는 다소 다르게 결혼에 상당히 호의적이며 긍정적이다. 이런 효과외에도 결혼은 유리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유효한 선택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집값이 많이 비싸지고 모일수록 경제적 효과가 높고 수명또한 길어져 미래엔 4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친다. 

 다음은 기업의 변화다. 산업화시대가 완성되며 기업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연금 및 보험혜택을 제공해왔지만 신자유주의와 신기술의 대두로 이 같은 혜택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고 말았다. 책은 우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기업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선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의 균형에 대비해 입장을 재검토하고, 노동자의 과도기를 인정하고 그들의 변형 기술을 개발하고 보호하도록 지원하며, 경력 관리에 관한 관행과 절차를 기존 3단계가 아닌 다단계의 삶에 적용하고, 가정의 역할 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연령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 고용 및 승진에 있어 연령차별을 없애고, 다양한 사회적 실험의 가치를 인식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들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은 정부로 정부의 정책 역시 기존의 3단계에 입각해 있으며 이로 인해 노년층에 복지 및 지원이 상당히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다단계의 삶에선 젋어서부터 과도기 및 취업난으로 지원이 필요하므로 지원을 다양한 연령과 상황에 맞춰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복지망을 확대해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과도기에 다양한 변형자산을 쌓을 수 있게 평생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책엔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런 경우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역시 기본소득으로 보인다. 저자가 왜 이런말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100세시대를 앞에두고 많은 우려와 걱정이 쏟아지지만 하나하나 대응책을 제시한 책은 처음이다. 전례가 없으니 쉽지 않은 일이가 우리 역시 앞세대의 삶을 보고 삶을 계획하는 만큼 대비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책이지만 비슷한 내용을 계속 중언부언 풀었는 서술이 좀 지루했다. 그래도 볼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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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초보를 위한 아파트 투자의 정석 - 마흔 전에 내 집 마련부터 부동산 투자까지
제네시스박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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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에 정점일 것이라 생각했던 부동산이 코로나 형국에도 불타오르고 있다. 8-9억짜리가 10억을 넘어서고 있고, 더 있다가는 안되겠다는 사람들의 아우성에 정부의 강력한 정책도 효과가 없다. 일부에서는 이렇다 서울이 홍콩이라 런던처럼 서민이 빚을 져도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오를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런던의 경우 국제자본 시장의 중심지이고 다국적 기업의 중심이기에 그리 오를 수 있었다. 또한 홍콩은 중국 자본이 들어갔고 섬이라 공간이 확장될 수 없는 특수성이 컸다고 본다. 서울이 국제자본이나 다국적 기업의 중심도시가 될 가능성도 별로 없고, 중국자본의 매입도 허용치 않을 것이라 보기에 가능성은 적다. 지금은 관망하며 조심해야 할때가 아닐런지.

 이 책은 전체적으로 부동산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해 보인다. 내용도 쉽고 기본적이다. 그래서 나도 초보자지만 책은 좀 읽어보아서 스킵하면서 넘어갔다. 일자리 관련 부분 자료는 처음 봐서 재밌었는데 서울에서 가장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 종로, 중구, 강남, 영등포구, 가산디지털단지, 동대문, 잠실의 순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자체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배드타운임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과의 접근성이 중요한데 2호선, 5호선, 7호선, 9호선, 신분당선이 중요하다. 특히 9호선은 강남으로만 지나간다는데 그렇게 인식을 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렇다. 9호선 전동차 운전자 분이 안타깝다. 근무중 지하만 보게된단 이야기다. 

 판교이 노동자 수는 7만인데 이 사람들의 근무지가 제1벨리다. 그런데 매출이 연간 무려 80조란다. 부산, 인천과 맞먹는 수준이라는데 이래서 판교가 비싼가 보다. 2023년까지 제2, 제3벨리가 생긴다니 주목할만하다.

 하여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다. 부동산에 막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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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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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든 떠나보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나랑 같이 오래도록 같이 살면서 누구나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가는 것이며 비겁하고 생물학적 본성에도 반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가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그 사람 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바람과 계획대로 되던가? 사고로 죽기도 하고, 병으로 가기도 하고, 살해당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게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슬픔의 위안은 그런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대한 책이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은 슬픔의 무게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 2장은 이를 대면하는 방법, 3장은 슬픔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들 마지막 4장은 그럼에도 남는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다. 나의 성향자체가 공감보다는 합리형이고 아직 운이 좋고 나이가 덜해 큰 슬픔을 겪은 적이 크게 없는지라 책의 내용이 많이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진정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리라. 인상 깊은 부분만 좀 발췌해본다.

 

P35

삶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슬픔은 그 사소한 것들을 비틀어서 떼어내 버린다. 죽음은 사소한 것들을 떼어내 버리고 난 뒤 그자리에 공허감 대신 인식 가능한 고통의 무게를 채운다.


P45

힘내고 응원하는 방법으로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더 좋다. 언제 읽을지 답장을 할지 안할 지 결정할 수 있다.


P56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매일 사용한 대수롭지 않으느 물건이 어떻게 강렬한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무슨 까닭인지 사람들이 특별히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발이다. 신발이 아무래도 잘 빨지 않아 체취가 강하게 남고 후각이 기억과 연결되기 때문일듯하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지만 그 사람이 어디로 가거나 올때 항상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떠남과 더 강하게 연결되는듯 하다. 


P219

일상은 저 깊은 곳에서 당신에게 슬픔이 아닌 다른 것이 있다고 속삭여준다.


그렇다. 슬픔을 잊으려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더 힘들 것이다. 


P255

무정한 침묵과 조심스러운 결단처럼 보이는 남자들의 때로는 무엇인가를 해야하고 고쳐야 하고 도와야 하고 보호해야 하고 안전하게 지켜야할 경우를 대비하여 버티는 것이다.


P271

여성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면이 간직한 대대로의 본능을 세차게 드러낸다. 이는 사랑하는 이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 내가 곁에 있겠다. 기꺼이 곁에 있겠다는 의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부재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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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 지음 / 세로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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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누구나 태양계를 표현한 매체를 자주본다. 과학교과서나 과학교양도서에서 혹은 만화나 영화에서 태양계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태양계를 표현한 것은 아무도 본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태양이 다른 행성들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그러기엔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다른 행성들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때문에 대부분의 태양계 축소 모형은 지구와 비슷할 정도로 태양의 크기가 작게 묘사되거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형제마냥 옹기종이 모여있기 마련이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이는 아무래도 사람에게 오개념을 심어준다. 

 그런 아쉬움을 누구나 갖고 있었을텐데 저자는 책장이 넘어간다는 책의 물성을 이용해 태양계를 200쪽의 책에 표현해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태양계지만 너무나도 멀어 표현할수 없는 오르트구름대나 가이퍼대는 표현하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설명만 있을뿐이지만 그외에 나머진 충실히 잘 재현되었다. 다만 항성과 행성간의 거리는 1000억분의 1로 축소한 반면 행성과 항성의 크기는 같은 비율로 축소하면 너무나도 작게되어 10억분의 1로 묘사했다. 

 첫장을 넘기면 태양계의 시작점인 태양이 광활히 무려 4쪽정도에 걸쳐 펼쳐진다. 넘겨도 넘겨도 이글이글한 태양이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나 차지하니 이는 당연하기도 하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무려 5500도에 달하고 초당 4*10의 26승 J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다. 

 좀 더 가보면 화성이 나온다. 화성은 지구나 금성보다 작고 질량도 적은데 이는 아무래도 목성에 의해 질량을 많이 빼앗겨 충분히 성장할 만한 물질이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목성은 과거 화성근어체 있었던 것 같다. 화성엔 남극의 극관에 물이 있는데 이게 다 녹으면 무려 화성을 11km 깊이로 덮어버릴 정도의 물이다. 화성이 지구보다 작아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구만큼의 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는데 화성과 목성의 중력에 궤도공명을 일으켜 틈새를 갖고 있다. 이 소행성대는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붙잡혀 있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지구방향으로 소행성이 침투하는걸 막아준다. 

 목성은 매우 큰 행성인데 태양계에서 상당히 떨어진 이곳에 이리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이 있는게 다소 의외다. 이는 동결선때문인데 동결선은 글자그대로 물질이 태양의 에너지로인해 액체가 기체상태로 존재가능한 지점이다. 대충 태양계에선 5AU정도의 거리인데 동결선 안의 물질은 기화되어 태양풍에 의해 동결선 밖으로 점차 이동하게 된다. 동결선 안엔 이안에서도 고체로 존재하는 무거운 물질들이 남게되고 암성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형성한다. 기체들은 동결선 밖에 모여 뭉치는데 이게 목성이다. 그래서 목성의 위치는 거의 동결선 바로 바깥이다. 목성 근처엔 라그랑주 지점이란게 있다. 이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물체들이 잡혀있는 부분인데 총 5개지점이 있어 소행성대를 형성한다. 목성의 위성중 하나인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이가 깊은 액체의 바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역시 옅은 산소이고 바다가 깊어 지구보다 물의 양이 많다. 목성의 기조력에 의해 지열작용이 활발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화 마션을 보면 멧데이먼의 생존을 알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대원들이 우주선을 돌리기로 결정한다. 이때 한 젊은 청년의 아이디어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스윙 바이'의 원리다. 스윙바이의 원리는 물체가 a라는 속도로 가만히 있는 다른 물체에 충돌하면 반작용으로 같은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물체가 a라는 속도로 반대방향으로b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충돌하면 가만히 있는 관찰자가 보기엔 무려 a+2b의 속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태양의 중력에 의해 공전하는 행성의 진행방향 뒤로 접근해서 나아가면 이 중력에 의해 속도가 증폭된다. 실제 보이저1,2,호는 목성과 토성의 중력을 이용해 태양계 탈출속도를 얻어 내었으며 수성을 관찰하는 우주선은 태양으로 빨려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수성의 공전진행방향 앞으로 접근해 속력을 줄였다. 

 책을 넘기다보면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태양의 크기, 그리고 열장 가까이를 넘겨서야 다음 행성이 나오는 태양계의 텅빔. 그리고 빈 페이지를 과학적 상식으로 알차게 채워주는 태양계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멀고 신비롭고 말도 안되는 우주를 아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속해있는 태양계부터 제대로 아는게 맞는 것 같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도 무려 4광년이나 떨어져있고, 우리가 40여년전에 쏘아보낸 보이저들도 아직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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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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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관련 이야기에선 벽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자연세계에선 맹수나 다른 인간 적이 많다. 때문에 인간은 정주이전부터 벽을 만들었는데 벽은 인간의 인지적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탁트인 곳의 개방감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안감도 많이 느낀다. 실제 사람은 탁트인 곳보다는 여러 방향이 막힌 곳이나 높은 곳을 선호하며 엘리베이터만 타면 벽쪽에 붙는다. 그리고 이건 사실 인간만의 성향도 아니다. 다른 동물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벽은 나를 또는 우리집단을 타자 혹은 외부집단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짓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아직까지도 기본적으로 이런 목적으로 벽을 짓는다. 이 책은 이런 벽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짚었는데 하나하나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흥미있는 몇개를 살펴본다. 


1. 방어하는 벽 테오도시우스 삼중성벽

출처 네이버 블로그


위 그림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오래전 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지도다.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며 도시는 무수한 침략을 받았는데 제국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적을 무찌른 철옹성이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3중인데 우선 제1장벽은 2m의 높이이고 앞에 20m 정도의 해자가 있다. 제1장벽 뒤에 10m 공간이 있고 높이 8m의 외성이 나타난다. 이 외성엔 망루가 있어 침투한 적에 화력을 집중한다. 외성 뒤에는 무려 20m 높이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도 망루가 있고 이 망루는 앞 외성 망루의 사이사이에 있다. 적입장에선 첩첩산중인 것이다. 

 이 3중성벽을 피한다면 위 지도처럼 바다밖에 없다. 아래 마르마라해는 워낙 물살이 거세고 폭풍우가 잦다. 이를 피해 상륙한다해도 삼중성벽만큼은 아니지만 성벽이 기다린다. 그나마 나은 곳이 위쪽 금각만이다. 여기를 방어하기 위해 비잔틴은 반대쪽 해안에 갈라타 요새를 만들고 만집입로에 강력한 쇄사슬을 설치한다. 또한 해안에도 역시 성벽이 있어 들어와도 역시 침투가 어렵다. 

 이런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제국의 쇠락기에 무너지는데 상대는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2세였다. 그는 함대로 해안을 포위하고 포신 8m에 구경 75cm의 대포로 성벽을 무너뜨려간다. 하지만 성민들은 무너진 성벽을 목책과 진흙으로 재축하였고, 상황은 어려워지나 비잔틴의 구원을 끝끝내 외면한 기독교세력의 미지원, 그리고 기독교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그들과 교세를 통합하자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간의 내분, 마지막으로 갈라타 요새를 소유한 제노바에 대한 불신과 그럼에도 죽음을 다해 콘스탄티노플을 사수한 주스티나아니에 대한 불신이 패배를 좌초했다. 이런 많은 불안요소와 겨우 8천의 수비병으로 당대 최강의 군대를 오래도록 막아냈음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서구에선 사실상 방어수단으로서의 마지막 성벽으로 본다. 이후 화약이 발달하며 성벽을 한방에 날려보내는 작열탄이 등장하며 방어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 차별하는 방벽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방벽 

 유대인만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게토는 히틀러가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중세시대부터 연원을 찾을정도로 오래되었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는 무려 40만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수는 독일 전체의 유대인 수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나치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대인을 학살할 생각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유대인이 유럽인이 아니고 유럽을 더럽히는 존재이니 다른 지역으로 추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르샤바 한복판에 거대 게토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3.4km2였다. 그런데 유대인의 수가 무려 40만이니 1.46m2당 7명이 1명을 수용하는 격이었다. 즉, 한방크기에 7명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니 초기부터 탈출시도가 많았고 이에 나치는 장벽을 세울 생각을 한다. 전쟁이 길어지며 식량배급이 열악해졌는데 유대인에 대한 식량배급은 독일인의 1/3수준이었다. 게토내에서도 소수의 부유한 유대인과 여유있는 중산층, 그리고 빈민층이 나뉘어 처우가 달라졌다. 부유층은 자신의 재산및 인맥을 동원해 식량을 얻어냈고 빈민층은 굶어죽었다. 장벽마다 약간의 틈이있어 빈민층의 어린 아이들이 바깥에 식량을 얻으러 나가곤 했는데 발각되면 독일군의 구타로 인해 죽곤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상황은 겨울에 최악이었다. 물이 얼어 사람들은 배변을 바깥 공간에 버리게 되었고 이에 장티푸스등의 전염병이 창궐했다. 굶주림과 추위도 엄청났고 식량은 더욱 부족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1942년 말이 되자 불과 수용 2년만에 40만 중 8만이 사망한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며 유대인의 이주 및 관리비용이 증가하자 나치는 마침내 이주를 시킨다는 거짓말로 이들을 기차에 태워 집단학살장으로 보낸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에 게토를 관리하던 유대인인 유덴라트들을 동족을 기꺼이 기차로 실어날랐다. 게토에 남은 유대인들과 유덴라트들이 그 참상을 알아챘을때는 이미 30만이 죽은 상황이었다.

 이에 남은 바르샤뱌 게토 유대인이 소수의 폴란드인들과 봉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워낙 소수였고, 연합군에 대한 지원요청도 묵살되었으며 내부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갈려 진압된다. 이 봉기로 남은 이중 1만3천이 죽고, 남은 이들중 3만은 가스실로 향한다. 이 지옥에서 굶어죽지 않고, 가스실로 가지 않고, 봉기에서도 살아남은 이는 매우 소수였다. 


3. 갈라놓은 장벽 휴전선

 휴전협상은 전후 1년인 1951년에 시작된다. 양측의 입장이 달랐는데 UN군은 현 시점영토로의 휴전을 북한군은 전쟁이전 38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개성지역을 요청하는 형태였다. 협상은 당연히 결렬되는데 38선으로 회귀하면 황해도의 옹진반도 남단은 북측이 언제든 차지할수 있는 형국이었고 동부의 알짜배기 지역인 철원, 양양, 속초가 북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51년 UN군이 동부전선 양구지역을 점령하며 공산지역의 기가 꺽인다. 또한 휴전협상의 내용을 알게된 이승만정권과 한국군, 한국민이 분노하면서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풀어줌으로써 협상자체가 엎어지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이승만이 원하는대로 현재의 영토로 휴전할 것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휴전선은 대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렇다할 경계없이 말뚝을 몇개 박아 놓은 게 처음이었다. 이 군사분계선에서 양측은 서로 2km씩 물러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설정한다. 이 총 4km의 구간이 비무장지대가 되는데 서로를 못믿어서인지 그 안에 GP를 설치했고 밖에는 GOP를 설치한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비무장지대의 기지에 군이 들어갈수 없으니 일본 자위대마냥 북은 민경대란 이름으로 무려 1만의 병력을 남은 민정경찰이란 이름으로 2천의 병력을 배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거기에 남한의 경우 미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남방한계선에서 5-20km를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으로 설정해버린다. 

 미군의 짓거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휴전회담엔 남한군 대표가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육상의 한계는 잘 구분짓고도 해상의 경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실수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군에 이렇다할 해군이 없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후 서로 해군이 생겨나며 UN에서는 뒤늦게 북방한계선 MLL을 해상에 선포하고 북에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후 NLL은 당연히 남과 북사이에 갈등거리가 되었으며 남한에서는 북한적대로 먹고사는 세력의 주 안주감이 되고 만다. 


 책에는 다양한 장벽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만리장성도 하드리아누스 장벽,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장벽, 이스라엘의 장벽, 트럼프의 장벽등이 말이다. 과거 방어와 구분의 역할을 하던 장벽이 방어역할을 상실하며 차별의 장벽으로 넘어갔고, 이후 구분과 차별의 역할로 최근 넘어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유럽연합의 난민 장벽들이 그렇다. 장벽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임을 깨달을 날이 와야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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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4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색깔은 정말 단호하게 벽치는 느낌으로 잘 골랐네요...무슨 필터낀 줄 알고 한참 새로고침 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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